<프롤로그> 대단하다 라고 밖에 표현할수 없는 한 공연장. 수만명의 팬들이 그곳을 꽉 메웠고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함성은 귀가 아플정도로 컸다. 무대위. "우리는 노래한다. 누구를 위해?!" 이제 콘서트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라스트 노래가 막 시작되기전 혼수상태 리더인 신혁이 의상을 갈아 입고는 무대위에 올라서서 소리를 내질렀다. "우리를 위해!!!!" 그러자 팬들은 귀가 아플만큼 큰 함성을 지르며 대답했다. "우리는 춤을춘다. 누구를 위해?!" 이번에는 무대위로 혼수상태의 또다른 멤버인 한은겸이 뛰어들었다. 뜨거운 열기 때문에 땀으로 범벅이된 그의 얼굴에 조명이 비추어졌다. "우리를 위해!!!!!!!!!!!!" 그러자 또다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은겸은 만족스럽다는듯 씩하고 웃으며 브이를 들었다. "우리는 존재한다. 누구를 위해?!" 신혁 다음은 유해안이였다. 해안은 금방이라도 무대밖으로 뛰어들 태새로 무대위를 가로지르더니 위와같이 소리쳤다. "꺄악!!!!!!우리를 위해!!!" 그순간은 정말이지 수만명의 팬들에 함성이 최고조로 다다른 순간이였다. 마지막으로 다른멤버들과는 달리 조용한걸음으로 천천히 신언호가 무대위에 올라섰다. "우리는..."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팬들은 저마자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오빠 사랑해요!!!!!!!오빠!!!!!!!!!!!꺄아악!!!!!!" 언호는 그 엄청난 함성에 귀가 아픈듯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피식 하고 웃더니 입을열었다. "음악에 미쳐있는...혼수상태다..." ※혼수상태※ Start 그건말이다. "마..말도안돼." 정확히 7월 17일. 이햇살이 혼수상태를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5번째로 남자친구에게 차인날. "진짜 이건.." 꿀꿀한 기분을 풀러 민지와 술을 마신후 귀가시간에 늦을까 총총걸음으로 집을 향하고 있을때 일이였다. "말도 안된다구!!!!!!" 그 엄청난 비밀을 알게된날. 알아서는 안될 비밀을 알아버리고야만 날. 그래. 정확히 그날부터 시작이였다. <1> "솔직히 말할께." 아니! 듣지 않겠어. 제기랄 듣지 않겠다구!! "응 말해봐." 하지만 속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나는 소리치지요. 마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냥 두눈을 동글동글 뜨고선 말이지. 지금 우현이의 입에서 흘러나올 말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면서.. "지긋지긋해." 역시 내 예상은 깨지지 않았다. 한치에 오차도 없이 그녀석에 입에선 내가 예상했던말이 잔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두눈을 질끔 감았다. 꿈이길. 제발 꿈이길. 두눈을 뜨면 내방 천장이 보이길. "눈떠 이햇살." "싫어." 우습지만 나는 이런식으로라도 발버둥치려고 노력했다. 우현이랑도 깨지게되면 벌써 5번째나 차이게 되는셈이니까. 나는 적어도 그 불명예만은 얻고 싶지 않았다. "후, 그럼 그냥 눈감은채 들어. 두번은 말안할테니깐" 안돼!!! 안된다구!!! "......" "우리.." 질끔 감은 눈을 살짝 뜨자 정말 지쳐보이는 우현이가 내 동공에 들어왔다. "응." "헤어지자." 그말에 순간 멍해졌다. 이걸로 불명예를 얻게되는것인가. 또 다시 민지에게 놀림을 받는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우현이랑 헤어졌다는 사실보다도 나를 괴롭히는것은 바로 이것이였다. "진심이야? 정말루? 이대로 가면 후회안할꺼야? 곧있으면 우리 사귄지 100일이나 되는데!? 그리구 우린 놀이공원도 갔.." 나는 마지막으로 가엾은 발악을 쳤지만 그런 내 발버둥은 잔인하게 우현이가 짖밟아버렸다. "진심이야" 개 호로 말발굽 같은 놈. 딱 잘라서 잘도 말하네 휴우. 그렇다면 나는 또 차였다는 말인데. 이걸로 다섯번째. 이햇살이 1년동안 차이게 된 다섯번째. "그래 알았어 잘가." 저절로 나오는 한숨과 동시에 뒤돌아 섰다. 그런 나를 붙잡은건 뜻밖에도 우현이. "잠깐만" "왜?" "왜 안물어봐? 뭐가 지긋지긋한지. 헤어지자는 이유조차도" 가지가지 한다 정말. "휴.." "말해봐." 그건말야. "너무나도 잘 알기때문이야." "뭐??" 지긋지긋한 이유 첫째는, 내가 매일 데이트도 안하고 혼수상태만 쫓아다녀서겠지. 둘째는, 기껏 하는 데이트도 혼수상태 콘서트여서겠고 셋째는, 하루종일 하는 얘기라곤 혼수상태 얘기 뿐이고 넷째는, 자신보다 혼수상태가 내겐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는거. "너한테까지 그 이유를 듣는다면 난 5번째나 똑같은말을 듣는거니깐 넌 하지 않아도 된다는말이다. 갈께 우현아" 손인사를 건내며 뒤돌아서는데 그 흔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뻔히 예상한 결과였으니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우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현인 매너도 좋고 생긴것도 잘생긴 킹카였지만 그들의 팬인 내 눈에 왠만한 남자가 들어올리가 만무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일이다. 우어어. 그래도 차인건 열받는다. 지금 꼭 내머리 위에 [남자에게 5번 차임] 이라는 글자가 써있는것만 같다구. [안녕하세요. 혼수상태입니다!] 그때였다. 차인 꿀꿀한 기분에 고개를 푹숙이고 시내를 걷고 있는데 가게 안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음성을 들은건. "어떡할꺼야. 니들땜에 오늘도 차였어" 나란 존재는 알지도 못할껄 잘 알면서도 내 이야기를 듣지 못할걸 알면서도 나는 애꿎은 티비속에 그들에게 투정을 부렸다. \플라워 "결국은 차였구나??" 우현이에게 차인후에 꿀꿀해서 술이나 한잔 할 기분으로 민지를 불렀건만 자초지종을 들은 민지는 날 놀려대기 바쁘다. 그것도 벌써 30분째 말이다. "그래. 차였다구 했잖아!!" "내가 뭐랬냐? 이번에도 오래 못갈꺼라고 했지??" 이걸 단짝 친구라고 두고 있는 내가 진짜 한심하다 한심해!!! 그냥 확 다 엎어버려? "조용히 하랬다. 한마디만 더하면..." "더하면?!" "이 오징어로 니 콧구멍을 막아서..더이상 숨쉬지 못하게 해버린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오징어를 당장이라도 쑤셔 넣을 기새로 그녀를 노려보자 민지는 그제서야 헙 하고 숨을 들이키며 말을 멈추었다. "아..알았어! 안하면되잖아. 살벌하긴!!" 휴... "어떻하지 민지야??" "뭐야. 왜갑자기 진지모드야?!" "이제 나도 좀있으면 고3이야. 근데 막말로 이렇게 가수에 미쳐가지고는 어쩔때보면 나 정말 내자신이 한심해.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보고는 말도 안돼는 이유로 차이는것도 억울하고.." 나는 괜히 앞에 놓인 땅콩을 북북 찢는둥 화풀이를 하면서 민지에게 투정을 내놓았다. 정말... 왕 우울 그 자체다! "뭐, 지금 너만그러냐? 우리나라에 팬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가수가 혼수상태다! 2집밖에 안냈는데도 벌써 정상에 올랐다고 떠들석하잖아. 게다가 우리학교애들중 너처럼 혼수상태에 신언호 안좋아하는애가 어딨냐? 손에 꼽을정도지. 신언호가 우리학교에 재학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너처럼 미칠만해 넌 그니깐 미친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이란 소리지!" 민지의 말이 나를 위로하려고 하는 듯 보였지만 왠지 약올라서 나는 술잔을 타앙- 내려 놓으며 반박했다. "너는 안좋아하잖아!!!!" "뭐 나는 그런데 관심이 없는것뿐이니까" 그러자 민지는 너스레를 떨었다. "흥 웃겨" "야, 그게 그렇게 고민이면 해결방법은 간단하잖아" "뭔데?" "안좋아하면 되는거!!! 이제부터 혼수상태를 머리속에서 말끔히 지워버리고 공부만하면 되는거지 뭐" 심드렁하게 민지가 말했다. 나는 대답해줄 가치가 없어서 고개를 훽 돌리고는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야 뭐야! 언니의 충고를 씹는거냐?" 민지가 그런 나때문에 기분이 확 상했다는듯 소리쳤다. 어쩔수없이 나는 당연한말들을 괜히 입아프게 내뱉었다.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하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민지야. 나말야 처음으로 혼수상태 노래를 들었을때" "하늘을 나는거 같았다구? 벌써 10번째니깐 그쯤해둬라" "응. 정말이였어.. 노래가 좋아지니까 혼수상태 멤버 한명 한명이 좋아지더라. 지금은 하루라도 노래를 안들으면 안될정도로" "중독수준이네. 푹빠졌어 가수에" "그러게." 내가 혼수상태를 처음 알게된건 2년전이였다. 신문이며 방송이며 최고의 그룹 탄생이라고 떠들석 되길래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갈 고등학교에 그 멤버중 한명이 (아까 민지가 언급했듯 신언호라는 아이인데 나와 동갑.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멤버) 온다는 소리를 듣고부터 이상하게 관심을 갖게 되더니 호기심반 설레임반으로 1집이 나오자마자 사서 들었었다. 그리고는 바로 그때, 그래 그순간이였다. 노래로 인해 심장이 울렸다는 느낌을 받은적은. 정말이였다. 그노래를 듣는순간 온몸에 전율이 오면서 심장이 조용히 울렸다. 그때부터 난 혼수상태에 광팬이 되었고. 앨범도 빠짐없이 사는 성의를 보일뿐 아니라 콘서트도 빠짐없이 갔다. 요즘은 널린게 혼수상태 팬들이라서 나도 그들과 같이 수십만명의 팬들중 한명이거니 생각하면 정말 오산이다. 나는 대부분에 아이들처럼 그들의 얼굴때문에 반한게 아니니까!! 난 그 노래에 미쳤고 그래서 진정으로 팬이 된거니까! "야야 근데 너 귀가시간 언제랬지??" 또다시 습관처럼 엠피에서 흘러나오는 혼수상태에 노래에 푹 빠져있을무렵 민지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뜩 솟았다. "으악!! 지금 몇시야?? 나 10시가 귀가시간!!!!" "야 계산은 내가 할테니까 일단 빨리 뛰어. 무조건!!!" "어?? 아. 알았어!!!" 어떡하지. 한번만 더 귀가시간 어기면 엄마가 죽음이랬는데. 콘서트도 앞으로 못가게하고 시디도 다 부셔버린댔는데!! "얼른가!!!" "응! 갈께 민지야!!!내일 연락해!" 민지에게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술집을 나섰다. 손목에 차있는 시계를 보니 가히 절망적이다. 귀가시간 20분전. 씨잉. 이건 발에 땀나도록 뛰라는 소리잖아?! 나는 정말 죽도록 뛰기 시작했다. 발바닥에 땀이 들다못해 멍이 들정도로! 헉헉. 숨이 벌써부터 목까지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으아악 오분전! 오분전!!!" 달리는 동안 초조하고 다급한 마음에 시계를 한 20번은 본거 같다. 야속한 시계바늘이 정확히 5분이 남았다고 알리자 나는 내가 할수 있는 힘을 총 동원하여 다리를 옮겨보았지만 벌써 다리가 지쳤는지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이런 염병!! "으아악 몰라 힘들어!!!!!" 얼마나 뛰었을까 결국은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다.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백미터 달리기가 이십초 나오는 나에겐 역시 무리였나봐. 제길 "그럼 이제 어떡할껀데." "몰라" "그런식으로 말하지 말라구!!!!흑흑" 킁. 근데 이게 무슨소리야?. 누가 싸우나?? "....." 조용한 밤 골목에서 엉켜 들려오는 남녀의 목소리. 그것은 내 호기심을 건들기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귀가시간이 2분이 채 남지 않았다는것도 잊은채 소리가 나는 골목으로 살금 살금 도둑고양이 마냥 걸음을 옮겼다. "헉.." 그리고는 보이게 된 광경에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두손으로 힘껏 막아버렸다. 세..세상에 내가 헛것을 보았나 싶은 마음에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지만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듯 살가운고통이 느껴져왔고. "솔직히 난 안믿겨 언호야. 난 안믿긴다구!!!" 엉엉 울어대며 소리치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이건 정말 현실이구나 라고 깨닫게 되었다. "소리 낮춰." "흑..미안.미안해 언호야." 드르륵.드르르륵. 신언호다. 혼수상태에 신언호다. 매일밤 그 황홀한 목소리에 내 정신을 잃게했던. 정말 그 신언호다. 한번이라도 가까이서 보는게 소원이였던. 그 신언호라구!!!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저건 신언호가 틀림없다. 무뚝뚝해보이지만 자상함이 묻어있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있는!! 신언호가 분명하다. 심장이... ....심장이 정말 미칠듯이 두근두근거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엄청난 우연을 주셔서!! 오늘 우현이에게 차인 이유도 다 이런 행운이 오기 위해서였을까?? 난 별안간 우현이가 고맙기까지 했다 드르르륵.드르르륵. "여보세요." 나는 그제서야 흥분감에 느끼지 못했던 진동을 느끼고는 개미만한 목소리로 아니 그것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야!!!너 어디야? 집에 잘 들어갔어?? 전화를 건 사람은 민지였다. "미..민지야 자.잘들어..내가 지금 누구..누구를 봤는줄알아??" -뭐야 너 아직 밖이야?? "내...내앞에 시..신언호가.." -너 어디아파??? 뭔일있는거야??? 도대체 이 우연을!!!! 어찌하면 후회없이 쓸수 있는걸까?? 나는 잔뜩 흥분한채 수화기에 대고 속삭였다. "사진을 찍을까?? 아니면 가서 팬이라고 싸인한장 해달라구할까? 아니면!!!아니면!!!!" -무슨소리 하는거야. 니가 누굴봤다구?? 그러자 민지는 무슨 쌩뚱맞은 소리를 하냐는듯 되물었다. 나는 손까지 덜덜 떨면서 민지에게 다시 한번 정확히 내앞에 신언호가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려 했는데.. "하지만 언호야..니가 1년안에 죽는다니.. 어떻게 그말을 믿겠어 내가.." 침묵을 깨고 들려온 그 정체불명의 여자아이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그만 그대로 굳어버렸다. "......." 뭐..라구요. "넌 이렇게 살아있는데. 아직도 그렇게 예쁜목소리로 노래하는데... 믿을수 없어 언호야. 난 정말 믿을수 없어..." 여자아이가 주저앉았다. 벽에 기댄 신언호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던 이햇살은 그대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울지마." 신언호의 따듯한 목소리가 들리자 여자아이의 숨죽인 울음소리는 커져갔고 바보같은 이햇살은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민지의 목소리에도 계속 뒷걸음만. -여보세요?? 계속.. -햇살아?? 뒷걸음만... -햇살아!!!!!!!!!! .... ......... ....... ... 그건말이다. "마..말도안돼." 정확히 7월 17일. 이햇살이 혼수상태를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5번째로 남자친구에게 차인날. "진짜 이건.." 꿀꿀한 기분을 풀러 민지와 술을 마신후 귀가시간에 늦을까 총총걸음으로 집을 향하고 있을때 일이였다. "말도 안된다구!!!!!!" 그 엄청난 비밀을 알게된날. 알아서는 안될 비밀을 알아버리고야만 날. 그래. 정확히 그날부터 시작이였다. \다음날. "이..이햇살 너 어디아파? 어제 전화도 그렇고 왜그래!! 미친거야??" 부우욱- 민지가 경악을 하던 말던, 반 아이들이 입을 떠억 벌리던 말던, 부욱- 나는 내 손에 들린 혼수상태 화보집을 찢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끝!!!" 마지막으로 2집앨범이 내손에 의해 반으로 조각이 났고 나는 끝이라고 소리치며 민지를 향해 웃어보였다. "세상에..맙소사" 민지는 그런 날 보며 믿을수 없다는듯 소리쳤다. "민지야 나이거 버리고 올께 버리고 온 다음에 매점가자구요~~" 이걸로... 내게 있던 혼수상태에 모든것은 없어졌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화보집은 물론이고. 1집부터 2집, 싱글, 스폐셜 앨범까지 모두 두동강 내버렸으니... "자..잠깐만!" 이젠 쓰레기가 되버린 내 보물 1호들을 한움큼 안고 교실을 나서려할때 민지가 별안간 내 어깨를 부등켜 잡았다. "응??" "햇살아, 나는 솔직히 진짜 이해가 안가거든?? 아무리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한다지면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지 않아??" 어제까지만 해도 혼수상태 얘기에 시간가는줄 몰랐던 애가. 공개방송 같이가자면서 하루종일 안달복달 했던 애가. 혹여 누군가가 혼수상태 욕이라도 하면 발톱을 들고 달려 들었던 애가 갑자기!! 그것도 아주 뜬금없이 혼수상태에 관한 모든것을 버리려 한다니. 민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이제 공부하려고~~~" 어제 이야기를 할수는 없는 거잖아. 신언호가 1년안에 죽는다는 이야기. "해..햇살아. 너 어디 아파?" 왠지 그런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입에 올려 화제거리를 삼고 싶진 않다구. "아니. 난 멀쩡해! 그나저나 민지야" "어??" "나 지금 무지무지 힘들어. 이거 다 들고있기" "응?? 어어!!" "이제 좀 나가두 될까?" "킁. 알겠어" 울상을 지으며 막아섰던 길을 비켜주는 민지. 나는 픽 하고 웃으며 교실을 나섰다. '하지만 언호야..니가 1년안에 죽는다니.. 어떻게 그말을 믿겠어 내가..' 아직도 어제 그여자아이의 말이 생생하게 귓가에 울린다. 정말 믿고 싶지 않은 그말이 다시 한번.. 귓가에 스친다. "그래. 이햇살! 잊는거야!! 그깟 가수 하나쯤은 잊을수 있어!!" 씩씩하게 소리치고는 학교 뒤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들고 있는 앨범이며 화보집이며, 꽤 묵직하다. 내가 그동안 이렇게 많이 샀던가? 이렇게 많은 노래를 듣고 보았나? 왠지 씁쓸해지기까지 하다. 그건.. 그만큼 추억이 많다는걸 의미하니깐.. 솨르륵. 나는 한적한 학교 뒤에 도착하자마자 들고 있던것들을 바닥에 쏟아 부었다. "더럽게도 많네." 그리고선 쪼그리고 앉아서 아침에 가져온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그러자 그 불은 금새 태우기 시작했다. 2년동안 빠짐없이 들었던 노래들을. 슬플때 기쁠때, 모두 나와 함께였던 그 노래들을. 내가 희망을 얻고 힘을 낼수 있게 했던 그 노래들을 빠른 속도로 태워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말이다. "안녕이다. 혼수상태." 사람들은 지금 날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다. 설상 그 가수가 죽는다고 쳐도, 팬이라면 끝까지 함께해주진 못할망정 모든것을 태워버리고 잊겠다니. 진정한 팬이 아니라고 손가락질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젠 진짜 안녕이라고!!! 혼수상태! 니네 음악도 안들을꺼고! 콘서트는 물론, 니네가 나오는 티비 프로그램도 절대 안볼꺼야." ..두렵다....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내곁을 떠난다는것은 가슴 떨리게 무서운일이니까.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날때도 그랬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사고, 갑작스러운 죽음. 나는 그렇게 준비도 하지 못한채 아빠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아마 그때부터 였을껄. 내가 이렇게 이별을 무서워 하는건. "..........." 그래서 잊어보려구 한다. 1년동안 열심히 잊어서 설상 신언호가 떠나게 된다 하더라도 내 일상이 변하지 않도록. 그만큼 지금까지 내겐 혼수상태라는 존재는 단순한 가수의 존재 이상이였다. "어? 안티다" 얼만큼이나 시간이 지났을까. 열심이 모았던 그 추억들이 한줌의 재로 변해고 있을때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에씨 누구야. 왠 태클이셔??"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누가 이렇게 사람 성질을 벅벅 긁는거냐고 훽- 이놈의 성질머리를 이기지 못해 수그리고 있던 고개를 드는데. 내참. 이게 누구야 신언호아냐? 신언호아냐?? 신언호. 신언...........호.....???? "으아아악!!!!!" 순간 난 너무 놀라 뒤로 넘어져버렸다. 침착... 침착하자 이햇살. "......." 내옆에 쭈그리고 앉아 나를 신기하다는듯 쳐다보고 있는 신언호 우리 학교 회색 하복을 입고 있다. "안녕" 신언호가 내게 손을 살짝 흔들어보였다. ....휴...... 그렇다면 정답은 한개야. 지금 이건 꿈이로구만. 내가 언제 잠든거지?? 킁 "그래 안녕. 내 꿈속에 온걸 환영해" "........" 빤히 날 쳐다본다. "당황해하지마. 이건 내 꿈이니까. 깜빡 잠이 들었나봐..근데 넌 티비보다 꿈속에서 보는게 더 멋있다!!" "너 혹시.." "응 나 뭐??" "이거야??" 자신의 매끈한 손가락을 빙빙 돌리는 녀석. 답답하긴. "아니. 이건 내 꿈이라니깐? 너 생각보다 멍청하구나. 뭐 꿈속이지만." 녀석은 내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에씽. 하필이면 왜 이런꿈이야? 차라리 꿈속에 나타날꺼면 결혼하는꿈이라도 꾸게 해주지 마지막인데!!! "신언호! 얌마 거기서 뭐해" 그때 티비속에서 많이 봤던 혼수상태 매니저가 신언호에게 손짓을 하자. 신언호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일어섰다. 키가 크긴 크구나. "아니에요. 가요 형" 그 둘은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까만 벤으로 걸음을 옮겼고. 잠시후 까만 벤은 학교를 벗어났다. 휴. 꿈 한번 요란하네. "이..이햇살!!!!!!!!!" 이제야 모두 타버려 까만 재밖에 안남은 앨범들과 화보집을 멍하니 보고 있을 무렵. 학교밖으로 다급하게 민지가 나왔다. "어? 민지야! 너도 내 꿈속에 나와? 지금 꿈이 끝난게 아니란말야!?" "무슨 소리야!! 이햇살 너 왜그래 오늘! 정신차려" "응? 민지야 오해하지말고 들어. 이건 지금 내 꿈...." 꿈... ......꿈이야.... 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별안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이유는 갑자기 학교 밖으로 우루루 몰려 나오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왜. 왠 난리야??" "어..? 아 맞다!!!이기집애야 너 봤어?? 봤냐구!!" 나와 같이 그 엄청난 광경에 넋을 놓고 있던 민지가 나를 흔들었다. "뭐.뭘??" 그리고 나는 이어서 들려오는 민지의 말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였다. "신언호말야!!! 신언호 2교시에 학교왔었대!!! 장학금 기부 문제로 교장실에 1시간동안 줄곧 있었대!!!!!" 신언호 2교시에 학교왔었대.. 신언호 2교시에 학교왔었대... 신언호 2교시에 학교왔었대...... 맙 소 사 "그..그럼 꾸..꿈이..아니였단말야..?" "어? 햇살아. 왜그래??" 나는 늘 꿈꿔왔었다. 티비속으로 밖에 볼수 없었던 그들을 단 한번만이라도 가까이서 볼수 있다면. 마주보고 앉아서 단 한마디만 건낼수 있다면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느님은 오늘 그런 내 꿈을 들어주셨다. 혼수상태라는 가수를 이제 깨끗히 잊겠다고 결심한 바로 오늘 말이다. 나는 내 오랜 바램인 혼수상태에 신언호를 만났고.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것 같은 그 꿈인 신언호에게 한마디를 건낼수 있었다. 바로.. '그래 안녕. 내 꿈속에 온걸 환영해' 라고 말이다. 장담하건데 이건 내인생 최고의... "망신. 망신. 개망신!!!!!!!!!!!!" \방과후 "햇살아. 정신좀 차려봐!!너 지금 완전 폐인이야" 학교가 끝났다. 게다가 오늘은 야자도 하지 않는날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책상에 고개를 푹 밖은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안녕'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그건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나른한 목소리가 진짜였다니.. "민지야.." "어?? 이제야 말하네!!" "난 정말 바보야" 내 인생에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두번이나 놓쳐 버렸어. "왜그래 너정말!! 무슨일있는거지!?으응??" "휴. 집에나 가자" 기운이 쭉 빠지는게 느껴져왔다. 한숨과 거의 동시에 일어서서 아무렇게나 가방을 들고는 교실을 나서자 민지가 쫄랑쫄랑 쫓아왔다. "너 진짜 오늘 하루종일 이상해!!" 기분이 상했는지 입을 삐쭉 내밀며 투덜대는 민지. "민지야. 나 사실 오늘.." "오늘??" 호기심이 잔뜩 찬 눈망울을 꿈뻑이는 그녀. "사실 오늘.." "응! 오늘 뭐~??" 아니다. 이햇살. 그냥 말하지 말자. "아. 아니야" "뭐야 씨잉!! 너 지금 나 놀린거지!! 죽을래??" 민지는 꽤나 분했는지 갈갈히 날뛰며 나를 잡으려고 뛰기 시작했다. "야!!야 김민지!!진정해 진정하라구우!!" 오늘 신언호를 봤다고 말해봤자 달라지는건 없잖아. 괜히 마음만 약해질꺼야. 이제부터 잊기로 했으니까! 혼수상태라는 그룹을 좋아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냥 내 소중한 비밀의 일부분으로 남겨두자♡ "거기서!!!!!거기 안서 이햇살!!!" 그렇게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는 민지를 피해 복도를 이리저리 달리고 있을 때 였다. ♪♬♩♭♪♬♩♭ 내 신난 걸음을 멈춘건 복도에 우렁차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잡았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민지가 재빠르게 달려와 내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아 항복!! 항복이라구 지지배야" 나는 실실 웃으며 두손을 들었고. ♪♬♩♭♪♬♩♭ 연이어 들려오는 핸드폰 벨소리에 그제서야 폰 플립을 열었다. "여보세요" 그리고 그전화를 받은건... -안녕하세요. 이햇살씨 맞으시죠? 내 마지막 행운이자. 첫번째 실수. "네. 제가 이햇살은 맞는데요. 실례지만 누구신지.." 그러자 상대편에선 잠시 아무말이 없다가. -안녕하세요. ese 방송국 정이나 PD입니다. "아 그렇...네????" 나는 경악했다. "피디???" 더불어 옆에서 엿듣던 민지도 두눈을 똥그랗게 뜨며 소릴 질렀다. -반가워요. "저..전화를 잘못거신거 같은데..피디분이 제게 전화를 왜..?" 진짜 당황해서 말도 안나와. 너무 쌩뚱맞은 전화잖아 이건. 믿을수 없다는 내 말투에 정이나 피디라는 사람은 나긋나긋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음..한달전 [혼수상태의 비밀일기]에 신청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것이 멈칫. "네.."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도. 줄곧 웃고 있었던 표정도. 모두 멈칫. -행운의 1인으로 뽑히셨어요. 축하드려요 정말 그순간 만큼은 내 주변에서 나는 모든 소리들조차도 멈추어버린거 같았다. \집. 세상일은 꼭 그렇더라. 공부를 할려고 마음먹자마자 놀자는 친구들의 전화가 걸려오거나 다이어트를 결심한날 가족끼리 외식을 한다거나 이젠 잊기로 어렵게 마음먹은날. 자꾸만 만나게 되거나. 오늘만 해도 그렇다. "햇살아!!!" ".........." 하필이면 왜. "햇살아. 그럼 너 이제 혼수상태 만날수 있는거야?" 도대체 하필이면 왜!!!!!!!! "몰라.." 혼수상태를 잊겠다고 결심한 오늘 이런 엄청난 행운이 두번이나 찾아온걸까. 도대체 무슨 심보야 이건. "기집애! 그 프로그램 경쟁율이 몇대 몇이였는줄 알기나 아는거야? 자그마치 신청자만 오십만명이 넘었다구!!! 이건 로또에 당첨된거다!!완전!" 남은 심란해 죽겠는데. 도리어 자신이 신난듯 방방 뛰어대는 민지. 나는 그런 민지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괜히 침대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혼수상태의 비밀일기] 한달전, 혼수상태의 팬들이 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ese에서 혼수상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는것이였는데. 충분히 베일에 감싸져있던 혼수상태의 사생활을 알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슈였지만. 더욱 더 뜨겁게 달궜던 이유는 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는 사람이 다름 아닌 팬이라는것이였다. 팬의 입장에서. 혼수상태의 일정을 카메라에 담고, 팬들의 궁금증을 신청받아서 인터뷰도 하면서, 말 그대로 [혼수상태의 비밀일기]라는 취지의 맞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는것이였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팬과 스타의 만남을 넘어서 팬들과 스타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 물론 예상대로 신청자는 폭주했었다. 그리고 오십만명이 넘는 신청자중 나도 한명이였을 뿐이였다. 한명이었을 뿐이라구.. '행운의 1인으로 뽑히셨어요. 축하드려요' 아까 전화속 들려오는 피디의 말이 머리속에 빙빙 돌았다. 1년이 넘게 갖은 이벤트를 눈에 불을 켜고 해봤어도 단 한번도 당첨된적이 없던 나인데. 하필이면 왜, 잊겠다고 결심하고는 모든걸 태워버린 오늘... '안녕' '행운의 1인으로 뽑히셨어요. 축하드려요' 엄청난 행운이 두번씩이나 찾아온거냐구. 도대체 왜!!!!! "민지야.." 나는 일어서서 민지를 불렀다. "응? 햇살아! 첫방송이 언제라고 했지??" "나 그냥 하지말까?." "뭐?????????" "이제 혼수상태 잊기로 했는데..괜히 해봤자.." 마음만 아파질꺼 같았다. 신언호랑 눈이 마주친다면... 정말 나도모르게 울컥 울어버릴것만 같았다. 그런 나를 보더니 민지는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햇살. 한 가수를 십년 내내 쫓아다녀도 이런 기회는 절대 안와. 가수랑 팬. 어디 만나기 쉬운줄 알어? 그게 말이 쉽지. 그 사이엔 벽이 존재한다구 햇살아! 나는 니가 꼭 했으면 좋겠어. 혼수상태팬들을 대표해서!!니가 잘해줬으면 좋겠어!!" ... 프로그램 미팅은 내일 저녁 7시. 앞으로 내가 고민할수 있는 시간은 딱 24시간뿐이다. 나는 쿠션을 끌어 안은채 한숨을 내쉬었다. "휴...진짜 어쩌지." 어떤 날은 밥도 먹지 않은채 투표를 했었다. 혼수상태가 그 어느 가수에게도 뒤지지 않도록 수십번. 수백번을 투표하면서 즐거워했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려고 이불을 싸메고 공연장앞에서 밤을 세운적도 있었고. 인터넷에서 사진이며 동영상이며 빠짐없이 보곤 했다. 가수와 팬. 팬과 가수. 이 벽이 좁혀진다면. 조금이라도 좁혀진다면.. 하는 철없는 생각에 숙소 앞에서 무작정 기다린적도 많았다. "햇살아. 어쩔꺼야.? 내일 갈꺼야??" 한숨을 내쉬며 고민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민지.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응. 그냥 갈래!!!" 고개를 힘차게 끄떡거렸다. 잊겠다고 했지만. 나는 잊지 못할꺼 같기 때문이였다. 내 심장을 울렸던 그 노래들을 잊지 못할꺼 같았기 때문이였다. '안녕' 나른하게 들려왔던 그 목소리를 도저히..잊지 못할꺼 같았기 때문이였다. "응! 햇살아!! 잘생각했어" 그래!!!이햇살 해보자!!! 할수있는만큼 열심히 해보는거야!!!! \다음날 "김민지. 나 이상해?" 거울속에 비친 모습을 보고 울상을 짓는 이햇살. 그도 그럴것이 지금 거울속에 비친 내모습은 어색 그자체였다. "어떻게 된게 옷빨이 이렇게 안서는겨 너는!!!!" 민지도 그것을 느꼈는지 짜증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하냐! 너 정말 죽을래!!!" 으씨. 저기집애는 꼭 잘나가다가 저렇게 한번씩 상처를 준다니깐!!!! 입을 삐쭉 내밀곤 민지를 노려보자 민지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듯 싶더니만 별안간 내가 입고 있는 원피스를 무작정 벗겨내기 시작했다. "안돼겠다. 벗어봐 햇살아" "야!!뭐. 뭐하는거야!!!" 잠시후 내 비명에도 불구하고 원피스가 힘없이 벗겨져버렸고 민지는 벙져있는 내게 아무렇게나 벗어두었던 교복을 내밀었다. 으..응? "미.민지야 설마 너" "이거 입어." 말도안돼!!! 프로그램 미팅에 교복을 입구가라니! 이게 무슨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이냐구! "싫어! 안입어!!!" "넌 교복이 제일 잘어울려. 그냥 풋풋한 고교생 컨셉으로 밀고 나가는수밖에 없다구" "내 몸매가 그렇게 별로야?" "아주 많이!!!! 나 이런거엔 지극히 객관적인거 알지?" 씨잉!!! 이걸 그냥 확!!!! "휴. 알았어" 잔인한 김민지의 말에 결국은 작은 한숨과 함께 교복을 받아드는 이햇살. 최악이다. 그리고 매우 충격적이다. 내 몸매가 원피스 조차 받쳐주지 않는 몸매였다니. ......... ..................... ............ .................. .......... 정확히 1시간후. 6시 45분. ese 방송국 앞. 민지와 나는 마중나오기로 한 정이나 PD를 5분째 기다리고 있는중이다. "오 좋아!!! 차라리 교복이 훨씬 낫구먼!!!"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을때. 교복으로 말끔히 갈아입은 나를 향해 뻘쭘한 박수를 보내는 민지였다. 나는 그녀를 살짝 흘기고는 메고 있던 가방끈을 정리했다. "쪽팔려 죽겠다구!!" 방송국 앞에 서있는 교복을 입은 학생. 이건 누가 뭐래도 빠순이라고 오인 받기 딱 좋은 광경이다. 물론. 나는 한 가수의 광팬이긴 하지만 누누히 강조했듯이 절대 무개념으로 쫓아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빠순이하고는 다르다 이말씀! "저. 혹시 이햇살씨??" 그때였다. 민지랑 한참 티격거리고 있을때 한 여자가 친절한 음색으로 말을 걸어왔다. 첫인상이 매우 따듯한 여자였다. "네? 아 네. 안녕하세요!" 나는 자꾸만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는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제서야 보인건 [정이나]라는 이름표가 껴있는 목걸이였다. 이사람이 어제 전화했던 정PD이구나.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햇살아! 난 그럼 간다. 이따가 끝나구 전화 해!!!" 민지는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내 어깨를 툭 치고는 화이팅이라고 외친후 뒤돌아섰고. "친구가 참 예쁘네요. 저때가 좋을땐데.." 정PD는 웃으며 다시 한번 말을 건냈다. "네? 아..네!!" "그럼 들어갈까요??" 그러자 또다시 웃는다. 그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웃음이 예쁘다는것 그거 하나뿐이였다. "요즘 날씨가 덥죠?" "네.." 간간히 건내는 말에 뻘쭘히 대답을 하면서 방송국 로비를 건너 3층에 있는 회의실에 도착했을때 나는 다시 한번 긴장이 되었다. 내가 정이나 PD와 등장하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모두 쏠렸기 때문이다. "앉아요. 차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요!!!괜찮아요!!!!" 으윽. 역시 괜히 교복을 입고왔나?? 왠지 모르게 챙피하다구!! .. "하핫. 그럼 인사부터 나눌까요? 이쪽은 저희 프로그램 작가 두분." 정이나 피디는 계속해서 어색해 하는 나를 위해 한분 한분 인사를 시켜주려는 모양이다. 정피디의 말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던 작가 두분은 나를 향해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우와 생각보다 예쁜데요?" "그러게요~~!낄낄" 갑작스러운 작가분의 말에 금새 웃음바다가 되어버린 이곳. 이걸 좋아해야 하는거야 뭐야. 분명 내욕인거 같은 뉘앙스였는데. "네. 안녕하세요." 그래도.. "안녕 꼬마아가씨. 잘부탁해! 난 연출을 맡고 있는 이현석이야" 딱딱한곳인줄만 알았는데. 왠지 모르게 온몸에서 긴장이 풀려가는 느낌이다. 왜냐면.. "안녕하세요." 한분 한분에게 일어서서 꾸벅 인사를 건내자. 모두 따듯하게 인사를 받아주셨으니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느정도 인사를 마친후 홀짝홀짝 주스를 마시고 있는데. 아주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내가 매일 들었던것 처럼. "헛...."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니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혼수상태 멤버인 신혁이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건 그의 노란빛 머리. 믿겨지지가 않았다. 너무 믿기지 않아 또 다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다. "으아 우리가 제일 늦은거야? 챙피해" 그다음은 한은겸이 들어왔고. "조용히해 임마." 유해안이 한은겸의 머리를 툭 치고선 퉁명스럽게 말하며 등장했다. 그건 정말 놀랄틈도 없었다. 티비속에서만 봤던 그들이 내앞에 있는것 조차도 현실이 아닌것처럼 느껴졌으니까. 마치 내가 티비속 한장면을 보고있는듯했다. 절대로 손끝이 닿을수 없는 티비속 한장면을 보고 있는것 같았다. "으- 날씨 더럽게 더워." 입을 쩍 벌린채 그들을 쳐다보고 있을때. 그래 그때. 들려왔다. 어제 들었던 나른한 목소리. 신언..호였다 "늦어서 죄송해요. 스케줄이 늦게 끝나서 야 니들 얼른 앉어" 부산함을 정리하려는듯 매니저가 피디에게 인사를 건내곤 소리치자 저마다 투덜대며 자리에 앉는 혼수상태 멤버들. 4명 모두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건.. 매번 상상해오고 매번 꿈꿔왔던 순간이였지만. 나는 차마 맞은편에 앉은 그들을 똑바로 쳐다볼수도 없었다. "....." 어떻해. 다리가 떨려. 온몸이 떨려 ...심장이... 떨려. "......." 얼마나 머뭇거렸을까. 한참의 고민 끝에 나는 용기를 내서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신언호는 핸드폰에 열중이였다. 저렇게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웃고 있는데.. 1년안에 죽는다니. '넌 이렇게 살아있는데. 아직도 그렇게 예쁜목소리로 노래하는데... 믿을수 없어 언호야. 난 정말 믿을수 없어...' 그모습을 보자 여자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아무래도..잘못생각한게 아닐까? 이곳에 오지 말껄 그랬나.. 차라리... 이곳에 오지 말껄. 신언호의 모습을 보자 금새 후회가 드는 나였다. 콰앙- 그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회의실문이 닫혔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싱긋 웃으며 밝게 소리치는 정이나 피디의 말이 회의실에 울리자. 나는 눈을 질끔 감았다. 망할.. 이젠 정말 되돌릴수도.. 피할수도 없다. 딱. 딱딱딱. 딸깍딸깍.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계속해서 연달아 볼펜 뚜껑만 넣었다 빼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온몸을 휘감고 있는 긴장감을 떨쳐버릴수 없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후덜덜.' 휴. 그럼 뭐해. 이렇게 볼펜을 쥔 손이 쉴새 없이 떨리는걸. "음 일단 첫촬영일은 다음주 월요일이구요. 첫방송은 다음달 첫째주 월요일입니다." 손에 들린 계획서를 한장 한장 넘기며 차분한 목소리로 정PD가 설명을 시작했다. "되도록 촬영은 아주! 편안한 분위기가 되도록 노력할꺼에요. 그러니 멤버분들 모두 촬영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팬들에게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셨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정PD는 어색한 회의실 분위기를 풀려는듯 싱긋 웃어보였다. 우어. 진짜 매력적인 여자란말야. 나중에 나도 저런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 "아셨죠??" 아무 대답이 없자 다시 한번 목소리에 힘을 주는 정이나PD "네-" 그러자 지루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는 유해안이 대표로 대답했다. 그러고보니..다들 집중해서 정PD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혼수상태 멤버들만은 예외인듯 싶다.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앞에 놓인 쥬스잔을 만지작 거리는 한은겸부터 대놓고 한숨을 쉬는 유해안까지. 그래도 그나마 제일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라곤 신혁밖에 없었다. 그럼 신언호는 어찌하고 있었냐구? 그건 나도 잘 모른다. 도저히 신언호쪽만은 쳐다볼수가 없었으니까. 나는 아까부터 괜스레 신언호만을 유독 의식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일일 것이다. 2년동안 동경했던 스타가 내앞에 있는데. 그 어느 누구란들 의식하지 않을수가 있을까. 물론 다른 혼수상태 멤버들도 내겐 동경의 대상이였지만. 내겐 신언호는 더 특별했다. "매회 오프닝할때 촬영팀이 가구요. 숙소촬영이나 스케줄 촬영은 여기 계신 이햇살씨가 할꺼에요." 그순간 갑작스럽게 내이름이 정PD 입에서 흘러나오자 "허업-" 나는 딴생각을 하고 있었던 탓에 더욱 놀랐던 모양이다. 이렇게 더럽게도 추하게 숨을 들이켜버렸다. 그바람에 정PD가 나를 가리키기도 전에 사람들의 시선은 내게로 다시 한번 몰렸다. 그건 말이다. 아까 받았던 시선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였다. 왜냐구? 그중 혼수상태 멤버들의 시선도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네명의 시선이 모조리 내게로 쏠렸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같이 평범한 고등학생이 이런 시선을 받게 됬다는걸. 기분이 어땟느냐고? 동경의 대상을 떠나서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의 시선을 받는 기분은.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얼마나 황홀한지 얼마나 기쁜지 다들 아리라고 믿는다. "하핫. 햇살씨가 긴장하셨나봐요." 정PD는 웃음 바다가 된 회의장에서. 내 긴장을 풀어주려는듯 말했다. "네??네.." 젠장! 그순간에도 다리가 떨리는것도 모자라 목소리까지 심하게 떨렸다. "햇살씨는 앞으로 일주일동안 교육을 받을꺼에요! 뭐 카메라 조작법이라던가 발음교정 같은 아주 간단한것들이죠!" 정PD의 말이 계속 흘러 나왔지만 나는 정말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아.. 어쩜좋아 심장이 정말 터질꺼 같다. 얼굴이 불이라도 붙은냥 화끈댔다. 나는 자꾸만 힐끔힐끔 내게로 닿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애썼다. "........." 하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언호가 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제의 날 알아보는듯 싶었다. 으으 못참겠다. "저..저 죄송합니다. 화장실좀" 나는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그대로 회의실을 뛰쳐 나왔다. 도저히 심장이 떨려서. 얼굴이 화끈대서 회의실에 있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라도 가서 진정을 해야할것 같았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회의실을 나온 지금도 나는 뛰는 심장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정말 그만큼 심장이..뛰었다. 내가 살아온 18년동안 가장 세게. 가장 많이. 그렇게 심장이 뛰었다. 숨을 쉬지 못할정도로.. \화장실 후아.. "......." 후아... "........." 떨리는 심장을 움켜지고는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긴 쉼호흡을 두번을 끝낸 이햇살. 잠시 동안 긴 정적이 흐르고. 이곳에 아무도 없다는것을 알게된 나는 발끝부터 머리까지 힘이란 힘은 모두 끌고와 소리쳤다.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어쩜좋아. 진짜 어쩌냐구!!!!!!!!" 신혁. 유해안. 한은겸!!!!!!!개네들이 나를 쳐다봤어!!!!!!! 게다가 신언호는 나를 빤히 쳐다보기까지 했다구!!!! "아아악! 나죽을래! 나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거 꿈 아니지? 하느님 이거 꿈 아니죠??" 흥분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이건 도저히. 도저히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것이였다. 나는 방방 뛰며 소릴 지르는것도 모잘라 내볼을 세게 꼬집기까지 했다. 빨개지는 볼. 아파오는 볼. 아무래도 좋다. 아무래도 좋아!! 좋다구!!! "아 이럴게 아니라. 민지! 민지한테 자랑해야지" 나는 진정. 진정을 외치며 재빠르게 민지에 번호를 눌렀고 놀랍게도 그 시간이 4초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통화음이 어서 가길 기다렸다. -응~ 끝났어? 민지도 내 전화를 기다렸던걸까. 통화음이 2번이 채 안가서 전화가 연결됐다. "아니 아직!!" -응? 근데 왜 전화했어 "있잖아~ 민지야! 헤헤헤" -응 왜!! "혼수상태 멤버 4명 모두 나를 쳐다봤어! 파하하. 민지야 나 지금 너무 떨려서 못걸을지경이야!!" -너 술먹었어?? 민지는 방방뜬 내목소리에 정말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휴우. 정말 산통깨는데 뭐 있다니깐. 그래동! 그래동! "사랑해용 민지! 이따 다시 연락할께용!" 나는 지금 행복하다구우!!! 정말 내게 오늘은 역사적이기만 한 날이였다. 시선 하나 닿아도 이렇게 날아갈듯 기쁜데. 앞으로 함께 촬영을 할 생각을 하니깐 정말이지 몸이 붕붕 하늘로 뜨는 느낌이였다. 사람이라는게 참 간사한게 지금 이순간만큼은 신언호가 1년뒤에 죽는다는 이야기도 혼수상태를 이제 좋아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내겐 잊혀졌다. 30분전만 해도 이곳에 온걸 후회했던 내가 지금은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절대 좁혀지지 않을것 같았던 팬과 가수 가수와 팬의 사이가 좁혀질수도 있겠다는 기대감까지 들었다. "팬까페에 들어가서 글이라도 쓰면서 자랑할까?" 내가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막 화장실을 나왔을때였다. "그래 안녕. 내 꿈속에 온걸 환영해" 별안간 불쑥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 으흥 이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으아아악!!!!!!!!!!"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리고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 한 나는 벌렁 뒤로 자빠질뻔했다. 하..하느님 제발요! 저는 간이 그리 크지 않다구요! "아 귀아퍼"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날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그사람. "죄. 죄송합니다." 그래. 신언호였다. 어느새 우린 마주보고 있는꼴이 되었다. 나는 최대한 덜덜 떨리는 몸을 들키지 않도록 움츠려보였다. 참 이상하지. 이런 상황은 수십번. 수백번 내가 상상해왔던건데. 막상 이런 상황이 오니. 나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었다. "너 맞지?" 그런 내게 신언호가 물었다. "네??" 꿈만같은일이 현실이 된 지금. 내가 할수 있는것들은 고작 이것뿐이였다. 떨리는 목소리와. 당황한 표정. "어제 그 이상한애." 다시 한번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녀석이 내게 물었다. '역시 기억하고 있었네' 나는 그제서야 계속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신언호에게 시선을 두었다. 티비에서 보던거랑은 달라 눈매가 훨씬 둥글고 선해. 무슨 용기에서인지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 계속해서 신언호의 하얀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 간간히 짓는 개구진 웃음. 피곤해 보이지만 예쁘게 웃고 있는 둥근 눈. 왜일까.. 지금 이순간만큼은 이아이는 내게 '스타'가 아니였다. 그때만큼은 내게 신언호는 나와 같은 평범한 18살의 고등학생으로 느껴졌다. "우와. 내얼굴 뚫어지겠네." 신언호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주머니에 푹 찔러넣고 있던 한손을 펴서 내눈을 가렸다. 물론 손이 닿지 않았지만. 덕분에 나는 신언호의 예쁜손을 바로 코앞에서 볼수 있었다. 아기..냄새 난다. "죄.죄송합니다!!그럼 이만" 괜시리 얼굴이 화끈댔다. 난 허둥지둥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은채 회의실로 가려고 떨리는 다리를 재빨리 옮겼다. 그런데 하필이면. 하필이면!!!! 털퍼덕. 하고 큰 마찰음을 내면서 넘어지고야말껀 뭐냐구. 이건 팬픽에서나 나오는 장면이라구 이햇살!!!! "흔하다. 이거 팬픽같은데서 많이 읽었는데." 신언호가 넘어진 나를 보며 귀엽게 웃었다. 으으. 분명 그럴꺼야. 날 싸이코로 생각할게 분명하다고!!! "씨. 일부로 넘어진거 아니에요!!!" 난 그렇게 오해받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아까는 눈도 못마주쳤으면서 이를 악물고 일어서서는 뒤돌아서서 신언호에게 소리쳤으니.. "맞으면서" "아니에요!!!" "맞잖아요" "아니라니깐요??" "어? 너 지금 침튀었다." 허억. 신언호의 말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두손으로 입을 꽉 막아버렸다. 신언호와 나의 거리가 꽤 된다는것은 그제서야 안 사실. 씨. 이 먼거리에서 침이 튈리가 없잖아 "놀리지마세요. 저 그럼 먼저 들어갈께요." 입을 삐쭉 내밀고는 뒤돌아섰다. 그와중에도 신언호가 내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지도 모른다는 황홀한 생각을 하며 성큼성큼 회의실로 걸어가는데. "나 궁금한거 있는데" 그런 내 발걸음을 멈춘 신언호의 말. "네??" "왜 우리가 좋아?" 갑작스러운 그 질문에 나는 머뭇거릴수밖에 없었다. 한참의 고민끝에 내가 뱉은 대답은 이거였다. "그야.." "......." "노래를 잘 부르니깐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식 하고 웃는 신언호. 나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냥 좋아요. 이젠 하루라도 노래를 듣지 않으면 안될정도로요. 그중 신언호씨 목소리가 제일 좋아요! 전요. 죽을때까지 혼수상태 노래 듣고싶어요." 생각보다 기쁘고 행복한일이였다. 내가 동경하는 가수에게 내 마음을 고백한다는건. 표현할수 없는 황홀함까지 왔다. 자꾸만 입가에 방글방글 웃음이 지어졌다. "그러지마."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곧이어 들려오는 신언호의 대답은 뜻밖이여도 너무 뜻밖이여서 내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져버렸으니. "네...?" 무슨뜻인지 파악하기 힘든 그말에 나는 다시 한번 되물었고. 신언호는 예쁘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난 팬 같은거 안믿어." 머엉- 해지고야 말았다. 그 충격적인 말이 내귀에 닿는순간 내머리속은 마치 하얀 백지처럼. 텅 비어버린거 같았다. 그때 직감적으로 느낀건 무언가가 잘못됐다는것.. "......." "먼저 들어간다!" 내가 지금껏 그토록 동경했던 신언호가 1년후에 죽는다는 신언호가 그래서 이젠 잊기로 마음먹었던 신언호가 하지만 보자마자 내 마음을 약하게 했던 그 신언호가 오늘 나누었던 대화들을 평생 잊지 못하게 만들어준 신언호가. "........." 다른 스타들과는 무언가 다르다는것 그거 하나였다. <5> \일주일뒤. 일주일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적은 정말 처음인거 같다. 일주일동안 나는 방송국에 하루도 빠짐없이 나갔고 집에서까지 복습을 하는 등의 노력 끝에 이젠 어느정도 간단하게 카메라를 다룰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첫 촬영에 들어가기 이틀전, 바로 교육 마지막날이다. 나는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방과후가 되자마자 쏜살같이 학교에 나왔다. "휴 늦겠다. 얼른가자 이햇살!!" 프로그램 미팅날 후로 내게 달라진것은 아주 많았다. 방송국을 자주 드나들게 돼서 티비속에서만 보던 연예인들을 많이 볼수도 있었고, 피디언니랑도 많이 친해졌다. "어머어머 왠일이래. 그게 진짜야?" 아. 내 일상에 하나 더 달라진게 있다. "그렇다니깐! 저기집애, 혼수상태한테 막 꼬리치고 그런데더라" 어김없이 학교를 나설때면 뒤에서 이렇게 수근대는 소리가 대놓고 들려오기 시작한다는것이다. 내참, 말한거라곤 고작 신언호랑 몇마디 나누어본게 다인데. 꼬리친다니! "세상에! 저얼굴로??" 씨잉!! 그래. 이런 이야기는 주관적인거니까 충분히 참을수 있다. 하! 지! 만! "빽이 어마어마 한가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재네 아빠가 피디래더라!!" 도대체 이런 말도 안돼는 소문은 어디서 흘러 나온걸까. 나는 그 황당한 소리에 언제나 그렇듯 피실피실 웃어버리고야 만다. "아저씨 ese 방송국이요" 내가 택시를 타는 순간에도 아이들의 노골적인 수근거림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욕 한번 퍼붓지 않았다. 하루는 참다못한 민지가 '도대체 왜 화를 안내는거야! 저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데!!'라면서 신경질을 낸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바보처럼 실실 웃어보였다. 왜냐구? 그건말이다. 그심정을 너무나도 잘 아니까. 나라도 그랬을테니까. \방송국앞 벌써 7일째 오는 방송국앞이 오늘따라 정겨운 이유는! 바로 오늘이 마지막이기 때문이겠지? "감사합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파이팅을 요란스럽게 외치고는 방송국 로비로 향했다. 언제나 방송국에 오면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아씨 비켜, 도대체 왜 걸리적 거리는거야!!!"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방송국 안으로 막 들어갈려는 무렵이였다. "네. 네??" 별안간 앞에 서있는 나를 무자비하게 밀치는 여고생들. 나는 정말이지 그 모습에 경악했다. 이.이것들 뭐야? "아 진짜 콱. 비키라고. 넌 지금 시간만 넉넉했어도 뒤졌어" 쌍스러운 말을 뱉는것을 서슴치 않으며 그녀들이 나를 밀치곤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니네! 마. 말 다했어??" 소심했던 나는 괜히 뒤에서 중얼거리며 옷을 탁탁 털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지. 내말을 그 우왁스러운 여자아이들이 들었을줄은. "뭐? 야 너 뭐라고했냐 지금. 앙?" 휴우 이것들을 그냥!!! ..... ........... .......... ................ ....... ..... "암말도 안했는데." 내가 진짜 니들 생긴게 코뿔소같지만 않았어도 엎어치기 했어. 왜이래!! "너 지금 뭐라고 했냐고" 성깔있게 생긴 코뿔소가 나를 훽 째려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옆에 사슴같이 생긴 아이가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 "꽃님아. 우리 시간없어!! 이러다 놓치면 어떻할라구" 그순간 나는 멈칫 할수밖에 없었다. 내머리속을 지배한건 오직 한단어 '꽃님이...' "아우 진짜. 짜증나 죽겠네" 꽃님..이... "푸..푸하하하" 도저히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족히 70kg은 나가보이는 우람한 그 여학생의 이름이 꽃님이라니. 나는 갑작스럽게 터진 웃음을 멈추지 못한채 계속해서 웃다가 결국엔 쓰러졌다. "야!!!!!너 지금 나 비웃었냐??어??" "하하하 푸하하하. 애들아 너희는 안웃기니? 푸하하하" 난리났다 이햇살. "뭐.뭐??" 땅을 치면서 웃어대는 나를 코뿔소는 분노에 찬듯한 얼굴로 노려봤다. 나는 미처 그 심각한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는 계속해서 웃어대다가. 결국 "으으. 나 도저히 못참아!!!" 코뿔소에게 머리끄댕이를 잡히고야 말았다. "악!!" 그건 말로 표현할수 없었다. 머리채가 모두 뜯겨져 나가는듯한 그 고통은. "야. 다시 한번 웃어봐, 다시 한번 웃어보라고" "너 이거 놔. 노라구 했다. 너. 나 일진이다?. 놔!!!" 이런 되지도 않는 소리를 짓껄여봐도 코뿔소는 끄떡하지 않고 내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쥐어 뜯어 놓았다. 도대체 내가 왜!! 왜 이런 봉변을 당해야 하는거냐고. 민지야아!! "꽃님아!!! 왔다. 왔다구!!!" "뭐? 에이씨!!! 가자" 그때. 절대로 놓을꺼 같지 않았던 코뿔소가 내 머리를 놓고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친구들도 꺄악 하고 소리를 질러대며 우르르 그곳을 향해 뛰었다. 졸지에 혼자 남겨져 버렸다. 그제서야 머리가 따끔따끔 아파왔다. 머리카락을 한번 쓰윽 쓸어 넘기니 경악할만큼 많은 머리카락들이 손에 묻어 나왔다. "으..으으" 부들..부들 주먹 쥐은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으아악!! 못참아! 코뿔소한테 깔리던 맞아 죽던 이제 못참는다구!!" 이건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나는 머리가 미친년 산발이 되버렸다는걸 잊은채 그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뛰었다. "코뿔소 어딨어. 야 꽃님인가 똥님인가 스님인가. 이 죽일년아 어딨냐!!!" 살면서 이렇게 분노해본적이 언제 또 있었던가. 아니 없었다. 나는 정말 그순간 눈에 뵈이는게 없었던 모양이다.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쫓았으니 말이다. "헉." 나는 얼마안가 코뿔소 패거리를 발견했지만. 차마 그곳에 다가갈수 없었다. 그건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도 아니였고, 겁이 나서도 아니였다. 바로 엄청난 팬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혼수상태의 벤을 보았기 때문이다. 혼수상태가 와서였구나. 아이들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던게. 그 익숙한 광경을 멍 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귀가 찢어질듯 아파왔다. "꺄아아아아아악!!" 숫자로 셀수도 없을만큼 많은 팬들의 함성이 순식간에 엄청 커졌기 때문이다. 혼수상태 벤의 문이 열린 모양이다. "오빠 사랑해요! 오빠 한번만 여기 봐주세요 네?" "싸인해주세요!!" "저 대구에서 왔단말이에요!! 한번만 봐주세요. 이쪽이요!" 예상대로 열린 문 사이로 혼수상태 멤버들이 하나 둘 경호를 받으며 나오기 시작했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라는 말밖에 못하겠어. "야! 밀지 말라고. 밀지마!!!" 그런 혼수상태의 등장으로 이성을 잃은 팬들이 멤버들의 몸을 만지려고 혼란스러워 진것은 당연한일이였다. 진짜 이사람들 힘들이 엄청나네, "야 소설 같은데서 보면, 이런데서 팬 한명이 넘어지면!!" "그래 딱 일으켜주는거지!! 나 어제 읽은 소설에서 그랬어!!" "그렇다면 난 정신을 잃을지도 몰라" 난리도 이런 난리 법석이 없다고 생각할 때 바보들의 대화가 내 귓가에 닿았다. 누구겠는가. 바로 코뿔소와 사슴의 대화였다. 저것들을 그냥! "내가 너 밀어줄까?" "오! 우리가 왜 그동안 그런생각을 못했지?? 야! 그대신 신언호 앞으로 잘 조준해서!! 알았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니들은 뇌가 있는거니. 없는거니? 어느새 나는 한심한 표정으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알았어. 하나!!둘!!!세엣!" 코뿔소는 진심으로 멍청한 그 계획을 실행하려는 모양이였다. 그 혼란속에서 코뿔소는 사슴을 무지막지한 힘으로 밀었고.. "어? 어?! 어어!?!?!?????" 그 무지막지한 힘은 정확히 넘어 트렸다. 바로. "으아악" 나를.... "헉. 저기집애 아까 개아냐??" 사건은 이러했다. 사슴이 밀리면서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나까지 밀리게 됐다. 가까스로 사슴은 중심을 잡았지만 나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일이라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것이다. 그 멍청이들의 말대로 나는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왜냐구? 수십개의 발들이 날 밟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 ... "햇살씨!! 정신이 좀 들어요?" 꿈을 꾸었다. 내가 사슴과 코뿔소를 몽둥이로 마구 패는 꿈을. "으음." 그러다가 사슴과 코뿔소에게 마구 쫓기는 끔찍한 꿈을 "햇살씨!!!!!"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이 든 모양이다. 나는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고 흐릿하게 보이던 형체들이 이내 선명해졌다. "피디님?? 피디님이 여긴 어떻게! 여기가 어디에요?" 내앞에 서있는 사람이 정PD라는것을 확인한 내가 벌떡 몸을 일으키고 소리치자 "얼라. 일어났네! 산발이" 정PD님 대신 하은겸이 대답했다. "헉!!!!!!!!!!!!!" 나는 또 다시 이상한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하은겸이 여기 왜..있는거지? <6> "피디누나, 저 진지한게 짱 싫어하는거 알죠?" "풉 알지요." 상황파악이 안돼는 나를 두고 대화를 이어가는 두사람. 아직도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 햇살아 정리를 해보자. 그러니까 여기는 방송국안이고. 나는 지금까지 이 대기실같은곳에 누워있는중이였고, 내앞에는 정PD님과...정PD님과 "하지만 진지하게 한번만 말할테니 잘들어요! 있잖아요. 우리 산발이랑 촬영 꼭 해야되요? 나 솔직히 무서워요." 이 엉뚱한 혼수상태 멤버 하은겸이 있다. "저 피디언니 이게 어찌된거에요?" 나는 차마 하은겸과 눈을 마주칠수가 없어서 피디님에게 시선을 고정시킨채 한마디 한마디 어렵게 내뱉었다. "햇살씨 팬들한테 깔려서 기절했고. 여기 매니저분이 햇살씨 안면을 기억하고 계셔서 이곳까지 엎고 왔죠. 정확히 30분뒤인 지금 깨어나신거구요. 저는 연락받고 달려왔지요" 나긋나긋 웃는 정PD님. 하지만 그순간 난 알수있었다.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다는걸. 휴우. 그렇다면 방법은 한가지다. "하하 전 잘 기억이.." 기억이 안나는척 무조건 우기기. 이렇게 챙피하고 쪽팔릴때는 이런 거짓말정도는 애교로 봐주셔야해요 하느님! "얼굴에 거짓말이라구 써있는데." 정말 사람 진땀빼게 한다. 하은겸은 콜라를 쪽쪽 빨아 마쉬면서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네. 사실 거짓말이에요" 나는 어쩔수없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차마 저렇게 순수한눈을 가진 사람한테 뻥을 칠순 없었기 때문이다. "우헤헤. 착하네. 인정도하고. 반갑다!" 순간 나는 라디오에서 들었던 '우헤헤헤'라는 하은겸의 특유의 웃음소리를 가까이서 듣게되자 너무나도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어? 이 웃음소리!!라디오에서 들었....." 젠장 푼수. 푼수 이햇살!! 너 자꾸 이럴래?? "우헤헤헤. 누나 얘 나한테 뿅갔나봐요" 하은겸은 자꾸 내게 장난을 치고 싶은 모양이였다. "........." "너 나랑 동갑이라며?" "네? 네." "그럼 말놔! 우리 앞으로 친구하자" "네??????????" "좋아! 목소리큰거 내마음에 든다!!" 잘못들은게 아니길. 제발 잘못들은게 아니길. 나는 놀란 그 순간까지도 제발 이게 상상이 아니길 꿈이 아니길 빌었다. "저..저기" "앞으로 친하게 지내기다!! 알았지? 우헤헤" 하은겸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것도 아닌 내게. 이 대단한 사람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고는 머뭇거리다가 그 손을 잡았다. 그순간- 벌컥 하고 거칠게 문이 열리더니 "얌마. 코디누나가 너 빨리오래. 머리해야한대" 어느새 삐쭉삐쭉 머리를 세운 유해안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 유해안에 말에 하은겸은 먹다 남은 콜라를 들고 뒤돌아섰다. "근데 자기. 나 콜라사줘잉." "좀 닥쳐라 제발." "이잉. 나 삐질꺼야!" 달칵-. 티격대며 그들이 나가자 소란스러웠던 이곳도 금새 조용해졌다. 나는 아직도 하은겸의 체온이 남아있는 손을 내려다 보았다. "원래 은겸이가 저래요. 누구든지 친구하는거 좋아하고. 밝은애죠. 전쟁터나 다름없는 이곳에서도." PD언니가 싱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여전히 내 손을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언니." "네??" "기분이..이상해요. 실감도 안나고 그냥 신기해요,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이랑 눈을 마주칠수 있고, 말도 할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해요. 그리고 가슴이 벅차올라요." 정말 나랑은 다른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편하게 생각해요. 가수이기 전에 저아이들도 장난을 좋아하고 웃고 떠들며 노는걸 좋아하는 10대 아이들일뿐이에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라구요!!" "헤. 노력해봐야겠죠? 전 지금 보기만해도 떨려요" "하하. 참!! 이제 괜찮아요? 무릎도 까지고 팔도 까져서 간단하게 응급처치는 해놨는데." 그제서야 내 팔꿈치와 무릎에 밴드가 붙여져있는것을 알아차렸다. 윽 따끔거리긴 하네. 내 하여간 그 코뿔소하고 사슴 만나기만 해봐라. 그것들을 그냥!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아 근데 제가 너무 시간을 끌었죠? 언니 어서 교육하러 올라가요!" "아 제가 말 안했어요? 오늘은 회식있는날이에요!!" "회..,식이요?" 뜻밖의 말에 나는 두 눈을 똥그랗게 떠보였다. "네! 회식이요" 들려오는 대답은 당연히 같았다. \고기집. 내가 살다 살다 이렇게 크고 비싸 보이는 고기집은 또 처음이다. PD님을 쫄래 쫄래 따라 오긴 왔지만. 정말 이리보고 저리봐도 부담스러운 고기집이다. "PD님 여기 짱 비쌀꺼 같아요!" 나는 앞서 걷는 피디언니를 놓칠새라 바짝 따라 붙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햇살씨가 앞으로 잘해줘야 된다는거에요. 우리 시청률 잘 나와야지 않겠어요?" "히히. 언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 정말 떨려요" "햇살씨 그거 알아요? 햇살씨 너무 순수해요!" 왜지? 왜 지금 찔리는거지? 휴. '코뿔소 어딨어. 야 꽃님인가 똥님인가 스님인가. 이 죽일년아 어딨냐!!!' "하..하하" 나는 어색히 웃어보였다. 칭찬을 받고도 이렇게 양심이 찔리다니!!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는 나를 보며 피디님은 대답대신 나와 같이 웃으셨다. 우리가 들어간 방은 꽤 넓었다. 아마 예상하건데 이 고기집에서 가장 넓은방이 아닐까 싶다. "정피디님 오셨어요?" 이미 촬영식구들은 도착해있었다. "네에! 지각한거 아니죠?" "뭐. 딱 1분 늦으셨으니. 지각 안했다고 치죠!" 작가 언니 말에 소리내어 웃으시는 피디언니. 나는 한분한분께 인사를 드리고는 PD언니 옆인 구석쪽 테이블에 앉았다. 벌써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식탁에 놓여있었다. "햇살씨 많이 먹으세요" "네!!" "아이구 목소리 허벌나게 크네!!" 헤헤. 진짜 맛있겠다!! 많이 먹으라는 소리가 끝나자 마자 고기를 집고는 입으로 넣으려는데 방문이 요란스럽게 열리더니만 "우와 냄새 죽인다!!그치? 그치?? 우헤헤" "응. 근데 너 쪽팔려" 하은겸과 신언호가 등장했다. 전자는 당연히 하은겸이였고, 후자는 신언호였다. "어? 지각생들! 이제와요?" 피디언니가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스미마셍! 혁이형이랑 해안이는 MC보고 있어서 좀 늦게 온대요! 저희 고기먹으러 왔어용!" 한시라도 가만히 있질 못하며 이리 저리 인사를 건내는 하은겸과는 달리 신언호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많이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앉자 마자 고기를 입에 넣었다. "신언호! 먼저 먹기야?" 잠시후 질세라 하은겸도 신언호 옆에 앉더니 고기를 집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하필이면. ".........." 왜 또 내 맞은편이냐고!!!!!!!! "얘기들 나누고 있어요. 전 인사하러 갔다 올께요" 그순간 별안간 고기를 먹다말고 정PD님이 일어섰다. 어? 안돼요! 안돼요 피디언니이!!! "아싸 그럼 이 고기 다 우리꺼다!!!" 하은겸은 정말 행복한 표정이였다. 지글지글 구워가는 고기를 보면서 우물우물 쉬지 않고 입에 집어 넣는다. 그리하여 테이블에 함께 앉게된 신언호와 하은겸. 그리고 나, 괜스레 뻘쭘해진 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앞에 놓인 야채만을 깨작거렸다. "자." 그때, 내 개인용접시 위로 맛있게 익은 고기 한점이 누군가에 의해 올라왔다. "어? 아.안그러셔도 되는데" "아까 머리 엄청 뽑혔잖아. 나 지금 위로하는거야." 신언호였다. 휴 위로하는게 아니라 놀리는 거겠지. "어? 그럼 나도! 나도 위로해줘야지. 하은겸은 매너남이니까!" 이번에는 하은겸이 내게 고기를 올려줬다. "따라한다 또." 또 다시 신언호가. "질수없다!" 그러자 다시 하은겸이. "저. 괜찮아요!!!!그..그만주세요!!" 진짜 그만해. 심장이 정말 터질꺼 같단말야. 이런 장난에도 괜히 특별한 사람이 된것만 같아서.. "역시! 목소리 큰거 하난 마음에 드는구만!" 하은겸의 장난섞인말에도 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고기만 입에 꾸역 꾸역 넣었다. "어디 학교다녀?" 하은겸은 고기를 먹다 말고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한신고요." "으음. 어디서 많이 들어본곳인데. 아 목말러, 누나!! 사이다 어디있어요?" 역시 티비에서 봤던거랑 똑같이 부산스러운 하은겸. 나는 사이다를 외치며 일어서는 하은겸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앞에 놓인 물을 마셨다. 왠지 아무리 마셔도 갈증은 해소 되지 않는듯한 느낌이다. "학교 재밌어?" 하은겸이 사이다를 가져오면 먹을 생각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별안간 신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학교 얘기좀 해줘." 신언호는 고기를 더 이상 먹지 않을모양인지 젓가락까지 놓고는 내게 물었다. 하..학교 얘기를 해달라니, 나는 정말 엉뚱한 이말에 할말을 잃지 않을수가 없었다. <7> "학교 얘기 라니요??" "중학교가 끝이라서, 고등학교 한번도 다녀본적 없다. 나." 무덤덤하게 이야기 하는 신언호였지만 왠지 모르게 그 목소리가 찡하게 느껴졌다. 그순간 나는 가수준비에서부터 활동할때까지 어쩌면 신언호는 외로웠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이기 전에 PD언니가 말한것처럼 나와 같은 고등학생일테니까. "아 그렇구나." "..........." 내말에 신언호는 아무말 없이 하은겸이 가져온 사이다를 들이켰다. 그런 신언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참..엉뚱한 사람. 이상한게 많은 사람. 알수없는 사람.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사람.. 나는 어느새 가수 신언호를 그렇게 정의 내리고 있었다. "저기요." 한참뒤에서야 그녀석을 불렀다. "응." "우리 학교갈래요?" 갑작스러운 내말에 신언호는 피식 하고 웃는다. 도대체 내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는 내 자신도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한번 신언호에게 말했다. "우리 학교가요!!" 주제넘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였다. 그냥.. ..그냥.. "걸리면?" 보여주고 싶었다. "제..제가 책임질께요!!" 신언호가 잃어버린 시간들을.... "역시 넌 이상해" ...그게 다였다. ...... .............. ............................ ............ ....... ...... ... .. "우리 매니저형 무서워. 너 진짜 책임진다고했다." 화장실을 간다며 용케도 빠져 나온 신언호와 이햇살. 오랜만에 외출인듯 신언호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사람들이 알아볼까 살짝 눌러쓴 모자가 무척 잘어울린다. 그나저나 신언호와 내가 같이 걷게 되다니!!. 민지는 말해도 아마 믿지 않겠지? "아. 알았어요" 괜한 쑥스러움에 조금 거리를 두고 앞서걸었다. 사실 괜한 소리를 한게 아닐까 하는 후회가 들긴 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 졌기 때문에 나는 이상황에 충실하기로 했다. "밤 바람 냄새 좋다." "그러게요." "근데 나 사람들이 알아보는거 같아" "지금 이 거리엔 아무도 없는걸요?" "나 사실 왕자병이야." 또 다시 신언호의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흘러 나오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풉 웃어버렸다. 한달전. 아니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날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나는 어느새 익숙해 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까지도 이 사람은 내겐 엄청난 '대스타' 이지만. 신언호의 말을 떨지 않고 잘 받아치는걸 보면. "똑같네요." "뭐가요" 뜬금없는 내말에 신언호가 기지개 피는 시늉을 하며 대답했다. "보통 사람들 처럼 숨쉬고, 얼굴을 찡그리거나 웃고, 걷고 이야기 하고.." "외계인이 아니니깐" "그래도 다를줄 알았거든요. 왠지 화장실도 가지 않을거 같고.." "와. 어떻게 알았어! 사실 비밀인데 우리 화장실 안가" "헉. 정말요????" "물론" "그. 그럼 어떻게" "뻥이야" 눈가가 패일정도로 예쁘게 웃는다. 보는 사람이 기분 좋아질 정도로 예쁜 웃음이였다. "저기요. 저 놀리는거 재밌.." "어? 학교다" 순간 대략 머엉 해졌다.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아직 야자를 하고 있는지 불이 군데 군데 켜져있는 학교를 손가락으로 가리킨채 반갑게 소리치는 신언호. 그렇게도 좋을까. 학교를 본것만으로도? "자, 학교야 형이 간다. 어이! 준비됐지?" 신언호는 신이 난 표정으로 모자를 더욱더 눌러 쓰고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네에" 그냥 내 또래의 남자아이랑 노는것같은 기분이였다. 지금 내앞에 있는 신언호는 무대위에서의 카리스마 있던 신언호도 아니였고, 녹아들듯 부드러운 노래를 열창하던 신언호도 아니였다. 그냥 18살에 개구진 소년이였다.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할것 같은 평범한 18살의 아이였다. 순간 기분이 묘해졌다. "자.잠깐만요" 학교에 들어가려는 그런 신언호의 옷깃을 붙잡은건 다름아닌 이햇살의 손. 갑작스럽게 어색해진 분위기에 나는 얼른 손을 놓고는 담벼락을 가리켰다. "원래 몰래 들어갈땐 담을 넘는게 스릴이라구요" 내말에 신언호는 알수 없는 웃음을 지어보인다. 너무...주제 넘었던걸까? 신언호의 대답이 나올때까지의 시간은 내게 고문과도 같았다. "선수네 이여자." 다행히도 신언호는 화가 나지 않은 모양이다. "얼른요! 얼른" 내가 먼저 담에 올랐다. 민지랑 이런건 많이 해봤기 때문에 식은죽먹기라구! 자신감에 잔뜩 찬 이햇살은 으앗 하는 괴성과 함께 담에 오르고는 털썩 착지까지 성공. 이였으면 좋았겠지만. 정말 완벽한 시나리오였겠지만.. "으에에???" 주르륵 미끌어 지고야 말았다. 진짜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일부로 그러는거 자꾸 내가 알아차려서 미안해" 이건 또 뭔소리고.. "아.아니에요!!" "팬픽중독자." "저 그런거 안읽어요!!!" 물론 백프로 거짓말임. "이런거 오랜만에 해본다." 내 거짓말을 전~혀 안믿는다는듯 재빨리 말을 돌리는 신언호였다. 오랜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능숙하게 담을 넘는 그녀석. 나는 입을 쩌억 벌리고는 반대편 담 너머에 있을 신언호에게 소리쳤다. "선수네 이사람." 그러자 상대편에선 아무말도 없다. 뭐.뭐지?? 나는 담을 넘는 대신 옆에 있는 정문으로 재빨리 학교 안에 들어갔다. 그러자 학교를 보며 가만히 서있는 신언호가 보였다. 멋있다. 살짝 가로등빛에 비추어진 신언호의 모습은 정말 완벽 그자체였다. "저. 저기요" 나즈막히 신언호를 불렀다. "존댓말 거북해 그만써" 그러자 뜬금없이 중얼거리듯 그녀석이 말했다. "네?????" "이제부터 반말해." 나는 신언호에 말에 머뭇거렸다. 정말 내가 그래도 될까 라는 생각에서였다. 다르니깐. 이사람하고 나는 너무나도 다르니깐. "저..반말은 나중에 익숙해지.." "나 말 놓을때까지 한발자국도 안움직인다." 헐.. "아. 알았어! 노.놓으면 될거아냐" 결국은 놓아버리고야 말았다. 신언호는 대답 대신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나 진짜 이래도 되는걸까?? "교실 들어 갈래요? 아니 갈래?" 역시 아직 반말을 하는게 익숙하지 않다. 아니! 익숙하지 않다기보다는 힘들기까지 하다구! "내일 신문에 나기 싫은데." "신문에 왜나요? 아. 아니 왜 나?" "혼수상태에 신언호. 여학생들한테 깔려 죽다. 이렇게" 장난스럽게 신언호가 말했다. "크응."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지금 야자중이니까. 단 한명이라도 신언호를 알아본다면 정말 신언호는 깔려 죽을지도 모른다. 학교를 오는 동안 용케 걸리지 않았지만, 언제 걸릴지 모르는 노릇. 하지만 이러면 학교에 오는 의미가 없어지는데. 교실. 책상. 칠판. 신언호한테 다 보여주고 싶었던건데.. "아. 맞다!! 1층에 빈교실 있다. 거길로 가자" 잠시동안 심각히 고민을 하던 내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1-13반 교실. 신언호와 나는 공공칠작전을 방불케 하는 생쇼를 떨면서 1-13반에 도착했다. 팻말만 1학년 13반이지 사실 우리학교에는 1학년 13반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년도에 신입생이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에 1-13반은 빈교실이 되어서 이곳은 사실상 아이들의 탈의실로 이용되는곳이였다. "너 이름이 뭐야?" 1-13반에 불을 키는 내게 별안간 신언호가 물었다. 휴. 지금까지 내 이름도 모르다니. 그래도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 아니지.. 이햇살 너 왜그러냐. 신언호가 내이름을 모르는건 당연한거잖아. 벌써 이름까지 알아주길 바라는거야? 신언호랑 말 한마디 해보는게 소원이였던 애가..? 역시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이햇살이야." "이햇살.." 신언호가 내 이름을 처음으로 불렀다. 정말 꿈만 같다. "응.??" "여기 데려와줬으니까. 특별히 기억한다!!" "그렇게..좋아?" "그냥..." 신언호는 책상에 앉았다. "응.." "가끔씩 평범해지고 싶은거 뿐이야. 노래 연습할때 다른 애들처럼 공부도 해보고싶고 춤 연습할때 친구들이랑 게임장 가고싶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노래 부르는것 대신. 야자도 해보고싶고." 이제 확실히 말할수 있을거 같다. 18살에 어린 나이에 이 아이는 너무나도 지쳐있다는거. 외롭다는거. 스타 이기 전에 이아이도 웃고 울수 있는 한 사람이라는거 갑자기 내 자신이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똑같은데. 이렇게나 똑같은데 나는 그동안 이아이를 다른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사람도 화낼수도 있고, 실수를 할수도 있는데.. 무슨일이 있어도 팬들을 실망시켜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나 한심해졌다. "......." "그래도 난 노래가 좋아." 신언호가 특유의 개구진 표정을 짓고는 또다시 웃는다. 나는 그순간 혼수상태에 평생 팬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면 알아갈수록.. 이 음성을, 이말투를 잊지 못할것 같았다.. "저기..신언호" "응." 결국 나는 신언호에게 말했다. 지금껏 꾹 참아왔던 그말을. 하지 말아야 했을 그말을. 끝까지 모른체 해야 했을 그말을. 떨리는 심장으로 내뱉었다. "정말..너" "........" "....1년밖에 못살아...?" 죽지마... ...제발 죽지마. 나처럼 니 노래에 울고 웃는 팬들이 많으니까. 니가 만약 죽는다면 하루종일. 아니 일주일. 아니 한달 내내 쉬지 않고 울게될 팬들이 많으니까. 죽지마.. 나. 니 노래 계속 듣고 싶어. 학교도, 공부도, 친구들도, 모두 잃어버리고서 부르는 니 노래 그런데도 노래가 더 좋다는 니 노래. 계속..듣고 싶다구.. "...뭐..?" 차마 마음속에서 메아리치는 말들은 하지 못한채 말이다. 순간 정적이 무섭게 흘렀고. 나는 날 빤히 쳐다보는 신언호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내가 왜 1년밖에 못살아??" 으..응? 그러나 신언호의 대답은 뜻밖이였다. 그소리에 놀란 이햇살이 고개를 들어 신언호를 봤고. 신언호는 턱을 괸 채 나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너..1년밖에 못살지 않아?" "내가 왜?"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는 느낌이다. 아주 크게. "삼일전에..그러니까 삼성빌딩 뒷 골목에서 널 봤는데. 니가. 니가 어떤 여자애한테 1년밖에 살지 못한다구..." "삼성빌딩?"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응! 그래서 그여자애 울고. 그..그리고" 열심히 설명하는 나를 지긋이 쳐다보다가 이제서야 알았다는듯한 표정을 짓는 신언호. "알았다." "어???" "너..." "응??" "내 스토커지." "뭐.뭐?" 그 황당한 말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벙져 있는채 신언호를 쳐다보자 신언호는 어느새 일어서서 내게로 다가왔다. "그동안 가져간 내 속옷들 다 내놔"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꿈뻑이는 언호. "나 스토커 아냐." 물론 너를 광적으로 좋아하긴 했지만. 스토커는 경멸하는 사람이라구. "응. 알겠어" "정말...그말 사실이야.?" 나는 또 다시 대답을 기다리며 그아이에게 물었다. "아니. 뻥친건데" 그러자 들려오는 대답. 미치도록 뛰어대던 심장이 허탈해지게 만드는 대답. 안도감으로 온몸에 힘이 쫙 풀리게 만드는 대답. "뭐...?" "어? 전화왔다 잠깐만" 신언호가 전화를 받는 동안. 나는 허탈감과 안도감에 주저앉아버렸다. 하느님..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아 형. 그게 아니라!! 응. 알았어. 죄송요" 내게는.. 버린 시디와 화보집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그 여자에게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하는 의문보다. 신언호가 건강하다는것에 대한 기쁨이 너무나도 컸다. "금방갈께. 응 간다니..." 그때, 한참 전화통화에 열중이던 신언호의 나긋한 목소리가 멈췄다. 핸드폰에선 여전히 매니저오빠의 성난 목소리가 떵떵 울렸지만. 신언호는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대신... "운다." 주저 앉아서 서럽게 울어대는 나를 빤히.. 그것도 아주 빤히 눈동자에 담고있을뿐. "어떻게 잊을까 고민했는데. 얼마나 무서웠는데. 가슴아팠는데.." "........" "다행이야. 진짜 다행이야." 갑자기 벌컥 쏟아져 나온 눈물을 닦으며 나는 그렇게 울었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무작정 눈물이 나왔다. "스토커가 아니라 완전 울보네." 그런 내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신기한 눈초리로 날 쳐다보는 신언호. "......" "근데 왜우는거야?" "말했잖아. 니가 죽는다고해서..많이 걱정했는데." "저기요."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석이 나를 불렀다. "어?" "내가 너한테 뭔데요." "응...?" "니 가족도. 친구도. 니가 사랑하는사람도 아닌데. 나때문에 우는건 너무 아깝다. 눈물" 머엉- 또 다시 날 멍 해지게 만드는 놈에 말에. 머엉- "그.그래도!!!!"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쳤다. "응" "넌.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잖아. 난 너의 팬이고.. 그러니. 당연한거잖아 이건. 누가 뭐래도 당연한건데.. "나 매니저형한테 혼났어. 니가 책임진다고 했다! 가자" 하지만 신언호는 내 다음말을 듣지 않은채 망설임없이 일어서서 뒤돌아섰다. "어? 어어 알겠어!" 그순간. 서운하지 않았다면. 아마 거짓말이겠지.? 드르륵- 내가 눈물을 닦고 일어선걸 보고는 신언호가 막 교실 앞문을 열었을때였다. "어??어???????세.세상에!!!!" 교실 앞문을 열자마자 들린건, 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 그 비명소리에 놀라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인건 탈의실을 이용하려고 온 모양인지 체육복을 입고 있는 여자아이들 3명. "맙소사..." 결국 우려한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 문앞에서 자신을 보며 놀라는 여자 학생들을 보고는 신언호는 '휴' 하는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아버렸다. "오빠. 신언. 신언호 맞죠? 오빠!!!!!!!오빠!!!!!!꺄악!!!!!!!!" "세상에. 오빠 너무 좋아요!!싸인해주세요.네??" "꺄아악!!!!!!!!!!!" "오빠. 저희는 오빠가 저희선배라는게 너무 기뻐요!!!" 순식간에 이곳은 비명소리로 시끄러워졌고. 신언호는 여자아이들에게 둘러 쌓인꼴이 되버렸다. "야 니들 왜그...꺄아악 저게 누구야!!!!" "얘들아!다 나와바 지금 신언호가 학교에 왔다구!!!!" 엎친데 덮친격으로. 갑작스럽게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아이들. 안돼. 안된다구 이건!!! 드르륵. 나는 재빨리 문을 닫고는 걸어버렸다. 더이상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말이다. 탕탕탕- 하지만 이미 신언호를 봐버린 아이들의 흥분은 가라앉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문열어!! 문열라구요!!!" "근데 아까 그 여자애는 누구야?" "그 프로그램 뽑혔다고 소문 떠돌던 앤거 같은데??" "문열어!!!!!!!!문열어라!!" 탕탕탕탕- 문이 부숴져라 두들겨대는 아이들. 몇몇 아이들은 창문을 열러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래선.. "미안해..괜히 나때문에" 너무 미안하잖아.. "재네 진짜 무섭다. 콧구멍봐. 끔찍하다" "...미안..." "탈출하자." "괜히 나때문에.." 그순간이였다. 신언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내 손목을 잡아챈건. "탈출하자니깐. 울보" 신언호의 손에 있는 따듯한 체온이 손목까지 전해지는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말에 싱긋 웃으며 별안간 운동장쪽 창문을 열고는 순식간에 뛰어내린 언호. "레츠고!!" 나도 그제서야 녀석의 말을 알아차리곤 피식 하고 웃으며 뛰어내렸다. 1층이라 그리 높진 않아서 뛰어 내리는데 무섭거나 어렵진 않았던거 같다. "어?! 오빠!!!!!오빠아!!!!" 우리가 창문으로 뛰어내린걸 확인한 아이들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려 하자 신언호는 뛰기 시작했다. 이번엔 손목이 아닌 내 손을 잡고선... "........." 그순간 내 심장은...주체할수 없을만큼 뛰었던걸로 기억한다. 얼마나 뛰었을까. 신언호가 신나게 뛰던 걸음을 멈추었다. "죽었다. 이젠" 그리고는 학교앞에 세워진 까만 벤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이런 모험을 혼자하다니!!!! 언호여보 나빠!!!!!!!!" 한은겸이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더니 소리치자. 무서운 매니저오빠의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타. 세끼야." 딱 보기에도 화나 보이는 매니저의 얼굴. 언호는 머리를 두어번 긁적이더니. 벤으로 향했다. 나는 그런 언호의 옷자락을 잡았다. "내. 내가 잘 말할께. 아니 내가 대신 혼날께. 아니. 그것도 아니면 내가 너 억지로 데려온 거라고 할께!!" 정말 미안한마음 뿐이였다. 괜히 내가 학교 오자고 해서 일어난일이니까. 하지만 신언호는 잔뜩 미안해 하는 내게 "비밀인데." "........." 너무나도 따듯하게 웃어줬다. "저형 내가 이겨. 사실 하나도 안무섭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괜히 나때문에." "담에 봐" 눈매가 둥글해지도록 웃으며 손을 살짝 흔들어주는 언호. 나는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 그렇게 신언호를 태운 까만 벤이 출발할때까지도. 그자리에 한참을 서있었던거 같다. 신언호의 따듯한 체온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것 같은 손을 꽉 쥐어보면서.. "이햇살. 꿈꾸고 있는거 아니지. 이거 꿈 아니지.." \다음날. 어김없이 날이 밝았다. 드디어 내일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촬영날이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는 내 우렁찬 목소리에 놀란듯 고개만 끄떡이셨고. 나는 아주 가벼운 발걸음을 이끌고는 학교로 향했다. 어제밤. 초등학교를 마지막으로 쓰지 않았던 일기도 쓰고, 탈퇴했던 혼수상태 팬까페도 다시 가입했다. 무엇보다도 한은겸과 신언호의 손길이 닿았던 손은 물은 커녕 먼지 하나 닿지 않게 잘 관리했다. "행복해!!!!" 그래, 지금 내 심정을 제일 잘 표현할 말은 국어사전을 다 뒤져도 이것밖에 없을것이다. 신언호도 건강하대고, 하은겸과 신언호랑 나름대로 친해졌고, 내일이 첫방송이고.. 정말 꿈만 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 행복하다는말 밖에는 할수 없지 않을까? 드르륵. 드르르륵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꽃웃음을 마구 달고는 학교에 거의 도착할 무렵. 민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햇살아 지금 어디야??? "낄낄. 학교에 거의 다 도착했다구!!! 나 너한테 해줄얘기 엄청 많아. 물론 안믿겠지만!!!" -안돼!!!!!오지마!!!!!!!! 으응.?? 신이 난 내목소리와는 대조되게 다급하게 소리를 꽥 지르는 민지였다. "왜? 나 지금 교문을 통과하고 있는데." -맙소사. 거기 꼼짝말어 알았지? 내가 갈테니깐! 응? "도대체 왜그러...." 알수없는 민지의 태도에 답답한 마음도 잠시. 나는 얼마 안가 민지가 왜 그렇게 다급했는지 그 이유를 알수 있었다. -햇살아. 혹시. 보고야 만거야? "응...저..게 뭐야?" -기다려. 달칵. 끈겨버린 전화. 멍하니 핸드폰 플립을 닫고는 믿을수 없는 광경에 넋을 잃고야 말았다. "왔다." "쟤야?? 기가막혀." "확실해!!!어제 신언호랑 있던년" "씹. 혈압올라" 중앙현관에 모여 앉은 이십명 가량 되는 여자아이들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기가막히게도, 한쪽손에는 모두 계란 하나를 든채. 순간 불길한 기분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그 기분은 불행히도 적중하고야 말았다. 타악- 한명이 던진 날계란이 내 교복 치마에 명중해서 떨어졌고. 지익 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계란은 터져버렸다. 뚝.뚝 치마를 타고 흐르는 계란. 갑작스러운 상황에 너무 놀라버린 나머지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러자 깔깔대며 웃기 시작하는 아이들. 이게 도무지 어떤 상황인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정확히 알수 있는건. 이건.... ".........." 정말 최악중에 최악이라는것. "너 프로그램 하나 찍는다고, 어떻게 꼬리를 그렇게 살랑살랑 칠수가 있는거냐?" "진짜 팬들의 수치지. 아 열받는다 또" 타악- 멍하니 서있자 다시 달걀 한개가 날라왔다. 이번엔 내 하복 정중앙에 정확히 명중했다. 하..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다. 진짜 이건 너무 유치하다구. "어머머, 햇살아!!!" 계란 범벅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민지가 경악을 하며 뛰어 올때 까지도 나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끈적끈적한 계란이 교복을 타고 흐르는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뿐. "진짜 너무한거 아니에요??? 그런 내앞에 서서 그들을 쏘아보며 꽥 소리를 지르는 민지. "아니 전~혀 안너무한데?" 그러자 아까부터 계속해서 쉬지 않고 날 노려보던 3학년 언니가 약올리듯 웃었다. "으이씨 저걸 그냥!!!" "민지야. 그만해" "지금 니 꼴을 보고 그만하라고 해라. 너가 언제부터 착했다구 이러는거야 진짜." "아냐. 내가 해결할께." 이를 바드득 바드득 가는 민지를 재치고는 나는 그들앞에 섰다. 물론. 끈적 끈적한 계란을 휘감은 상태 그대로. "저 계란 오질나게 좋아하는데요. 날계란은 싫거든요." 그리고는 이런 미친소리를 내뱉는것을 서슴치 않았으니.. "뭐.?? 야 미영아 저 돌은년이 뭐래냐." "앞으로 던질라면 삶은걸로 던져주세요. "너 지금 우리랑 장난하냐. 어??"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대는 내가 약이 올랐는지 한 여자아이가 계단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건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내게 달려올 태세였는데 나는 재빨리 소리쳤다. "나 싸인 받아줄수 있는데.." 그러자 멈칫. 그 여자아이가 달려오던 걸음을 멈칫했다. "뭐. 뭐?" "뭐 여기 계신 후배님들 선배님들. 친구님들. 팬들의 수치가 받아온 싸인은 안받겠지만요." 능글맞은 내 웃음에 민지는 킥킥 거리며 엄지 손가락을 펼쳤다. "하. 참내. 참내 기가막혀." 그들은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했다. 내 갑작스러운 발언에 기가막힌듯 손부채질까지 하고 있는 그들이였지만 그 어느 누구 하나도 더이상 내게 계란을 던지거나 욕을 퍼붓진 않았다. "싸인 꼭 받아올께요. 그리고 저 정말 혼수상태한테 꼬리친적 없습니다!! 아직 말도 못해본 사람들도 있는걸요. 그럼 오늘하루도 좋은하루 되시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서려다가 다시 그들을 향해 고개를 훽 하고 돌렸다.. 그리고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려버렸다. "근데요. 계란 던진 두분은 안받아올꺼에요!!" 이걸로 아침소동은 이햇살의 완벽한 승리! \교실. "봤어? 봤냐구!! 싸인한장에 벙 져있는 표정. 아 나진짜 통쾌해서 죽는줄 알았다니깐??" 교실을 들어서면서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채 소리를 질러대는 민지. 나는 그런 민지의 등을 한손으로 떠밀었다. "먼저 들어가, 나 화장실좀 갔다 들어갈께." 올라오면서 대충 휴지로 닦았건만. 여전히 치마는 엉망이였다. 오케이 사인을 보내주고는 민지가 교실로 들어가자. 나는 행여 계란 찌꺼기가 다른곳에 묻을까 치마를 살짝 들고선 화장실로 향했다. 휴. 아침부터 계란 벼락을 맞으니 기분 한번 뭐 같다 진짜.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거울속에는 계란 덤벅이를 쓴 엉망인 내 모습이 비추어졌다. "사람이..아니다 이건. 휴" 솨아아- 그 끔찍한 모습에 재빨리 물을 틀고는 치마와 블라우스를 닦아내고 있을 때, 벌컥. 갑자기 조용한 화장실의 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고개를 푹 숙인채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경계태세를 갖추고는 여자를 노려봤다. 경계!!! 경계하자 이햇살! 언제 계란이 날아올지 모른... "어...?" 화장실로 들어오는 그여자의 얼굴을 확인하자 나는 말그대로 '흠칫' 하고 놀라버렸다. "............" 계란을 뒤집어쓴 나를 힐끔 올려다 보는 여자. 혹시나 내가 잘못본게 아닌가 싶어 다시 한번 눈을 비비고 보았지만. 분명. 그때 그여자였다. '넌 이렇게 살아있는데. 아직도 그렇게 예쁜목소리로 노래하는데... 믿을수 없어 언호야. 난 정말 믿을수 없어...' 늦은밤. 신언호가 죽는다는 소리에 슬프게 울었던 그여자. 신언호가 거짓말을 쳤던 그여자. 우리학교였구나. "누군지 궁금했었는데. 너구나. 아침 계란소동의 주인공." 그 여자아이는 피식 하고 웃으며 내게 말을 건냈다. "어..? 아. 응" 제기랄. 벌써 소문이 쫙 퍼진 모양이다. "니가 참아. 혼수상태팬들 심하게 극성이잖아." 솨아아- 내 옆 세면대 물을 틀고는 나를 향해 예쁘게 웃어보이는 여자아이.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였다. 왜 신언호는.. 이 여자아이한테 거짓말을 한걸까? "그만쳐다봐. 나 쑥스러워" "어? 아아 미안. 미안!" 나도 모르게 이 여자아이를 빤히 쳐다본 모양이다. 탁탁- 손에 묻은 물기를 다소 요란스럽게 털어대며 또 다시 웃는 여자아이. 그순간 웃는모양이 신언호랑 조금 닮았다고 생각했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그때 마침 요란하게 울려대는 핸드폰 진동소리. 혹시 내것인가. 하고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봤지만. 진동 따윈 없음. 드르륵 드르르륵- 쉬지 않고 울려대는 진동은 저여자아이 핸드폰이였다. 나는 다시 한번 여자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제서야 발견한 여자아이의 이름표에는 [유가은]이라고 세겨져 있었다. 유가은. 유가은. 여자아이의 얼굴하고 잘 어울리는 이름이였다. "여보세요." 유가은 이라는 그아이는 요란하게 울려대던 핸드폰을 받고는 화장실 제일 뒷켠으로 자리를 옮겼다. 에고. 저런애들은 어째 뒷모습도 이쁘다냐. "그나저나 이놈의 계란은 왜이렇게 안닦이는거냐고!!" 괜히 짜증이나서 (☜원래 예쁜 여자를 보면 이럼) 아예 물을 치마에다가 들이 부어 댈때 너무나도 정확히 들려오는 통화소리 "응. 오늘? 알았어 참! 오늘 학교에서 진짜 재밌는일 있었다!! 내가 이따 가서 말해줄께" 설마. 학교에서 일어났다는 재밌는 일이 내 이야기는 아니겠지. "응. 응!! 알겠어 끊어~~" 유가은이라는 여자아이는 통화를 마치고선 신난 표정으로 다시 세면대로 왔다. "자-" 그리고는 내게 손수건 하나를 내밀었다. 그것도 꽃무늬가 동동 그려져있는 손수건으로 "응? 이건 왜??" "너 치마 다 젖었더라. 이걸로 좀 닦으라구" "정말 괜찮은데.." "아냐. 그냥 써." 살짝 눈웃음을 짓고는 머뭇 거리는 내게 다시 한번 손수건을 내미는 유가은. 얼떨결에 받아버렸다. "고마워." "아냐. 그럼 나먼저 갈께. 다음에 보면 인사하고 지내자!" 살짝 손인사를 건내고는 화장실을 나서는 유가은 이라는 아이. "뭐야 도대체." 내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신언호랑은 어떤 사이일까. 도대체 왜 신언호는 저 여자아이에게 거짓말을 친걸까. 웃는게 따듯하던데. 나쁜아이 같진 않은데 말야. ♩♪♬♭♩♪♬♭ 쓸데 없는 생각에 잠겨 있을 무렵. 들려오는 종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1교시는 수학이다. 고로 지각하면 선생님께 죽음이다. 라는 생각에 나는 미처 닦지 못한것을 포기하고는 대충 유가은이 준 손수건으로 젖어버린 치마를 닦는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는 다급하게 화장실을 나오려는데. 허둥 지둥 걸음을 옮기던 나는 멈춰섰다. 세면대 위에 놓여진 은색 핸드폰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어? 이건 그 여자아이 핸드폰 인데. "크응. 손수건이랑 같이 돌려주지 뭐" 잠시 동안 그냥 갈까. 가져 갈까로 고민하던 나는 그 은색 핸드폰을 주머니에 대충 집어 넣고는 화장실을 나와버렸다. 뭐 그때까지만 해도 그 핸드폰 하나가 내게 골치덩어리가 될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그것을 깨닫게 된건 정확히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난 방과후가 되서였다. \방과후 "민지야. 정말 몰라? 유가은이라는애" 하루 종일. 다리가 아프도록 민지와 함께 학교 안에서 유가은을 찾아 다녔지만 유가은은 커녕 유가사탕 하나 보이지 않았다. 괜히 복도를 설치며 돌아다니다가. 혼수상태 팬들에게 욕이나 듣고. 정말 최악인 하루라고요! "몇번을 물어보냐? 모르니깐 너랑 그렇게 찾았지. 아 진짜 짜증나. 그냥 내일 돌려줘" 민지도 많이 지쳤는지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어떻게 그래. 개는 지금 핸드폰 찾구 있을텐데" "전화 오겠지. 잊어버린거 알면." "휴. 그래도 찝찝한데.." "어차피 지금 야자하는 애들밖에 안남았는데. 야자 끝날때까지 바보천지처럼 기다릴래? 아 몰라! 나는 그냥 간다!! 피곤해 죽겠다 진짜" 민지 말이 맞긴 했다. 그 여자아이가 야자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는데 방과후까지 찾아다니는건 오바였으니. "그래도 좀 찝찝한데..." 나는 손에 들린 은색 핸드폰을 들고는 중얼거렸다. "으씨!!!!나 먼저 간다" "아씨 같이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빨리나와라. 우리 오늘 떡볶이 먹으러 가자!" 먼저 교실을 나서는 민지. 고개를 끄떡이고는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뭐. 민지 말처럼 잊어버린거 알면 연락 오겠지?" 혼자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려는데. 띠리릭- 유가은의 핸드폰이 오늘 처음으로 울렸다. 문자다! 나는 당연히 유가은일꺼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하지만 문자의 주인공은 유가은이 아니였다. [가은아 온다면서 왜 안와. 근데 큰일났어. 신언호 왕왕 아픈가바 연습실 알지? 방송국 뒤에 TM 연습실. 얼른와.빨리! 독수리처럼 -귀염둥이은겸-] "왜이렇게 먹는게 쉬원치 않아? 시큰둥~ 하네" 민지하고 떡볶이 집에 와서도 내 머리속에는 아까의 문자가 멤멤 돌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유가은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한은겸도 아는거고. 신언호는 또 어디가 아픈걸까. 솔직히 말하면. 전자보다 후자가 날 더 괴롭혔다. 신언호가 아프다니. 걱정이 되서 미칠지경이였다. 그래서 그 좋아하는 떡볶이도 먹지 않은채 그저 포크로만 휘젛고 있는중이다. "민지야!" "왜? 근데 너 진짜 하나도 안먹는다 어째." "혼수상태가 얼마나 대단하지?" "에에? 갑자기 그건 왜물어?" "대답해봐. 얼마나 대단한 가수지?" 내 뜬금없는 질문에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민지. "그건 너도 잘 알잖아. 공식 팬까페 회원수만 몇명인데.. 뭐 엄청난 규모의 아이돌 스타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떡볶이 하나를 입에 쏙 집어넣고는 민지가 싱겁게 대답했다. "그럼 주제 넘는거겠지." 신언호가 있다는 연습실 가는거. 진짜 주제 넘는 짓이겠지.? 나는 말그대로 아무것도 아니니깐. "너 아까부터 무슨소리 하는거야!" "아냐. 떡볶이나 먹자" "기집애. 싱겁긴" 볼멘 소리로 중얼거리는 민지. 나는 그런 민지에게 베시시 웃어 보이고는 떡볶이를 입에 넣었다. 무슨맛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신경은 온통 문자에 가있어서. "이햇살. 우리 이거 다먹고 과일빙수나 먹으러 갈까??" "............" 많이..아픈걸까? 어제는 하나도 안아파보였는데. 어디가 아픈거지. "이햇살! 너 지금 내얘기 듣고 있는거야??" "어?? 아 응." 괜찮을까..안가봐도.. "나 살짝 기분 나빠질라구한다!" "어? 뭐라구했지??" "에이씽!!!!너 왜 자꾸 딴생각해!!!" "아. 미안..민지야! 나 어디좀 가봐야겠어. 먼저갈께" 나는 앞에 놓인 물을 마저 털어 놓고는 일어섰다. 그러자 재빨리 내 손을 잡는 민지. "어딜!" "주제넘는짓 하러" "뭐? 무슨소리 하는거야" "미안! 이따 연락할께 민지야!!!" 나는 뻥져있는 민지의 손을 재빨리 놓고는 도망치듯 떡볶이집을 나왔다. 걱정되서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얼만큼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내눈으로 꼭 확인해야만 될거 같았다. 정말 신언호가 아픈건 싫었다. \약국 그렇게 떡볶이집을 나와 헐레벌떡 찾아온 약국. 내가 약국으로 들어서자 약국안에 있던 사람들은 숨이 넘어갈듯이 헉헉대는 나를 다 미친년 보듯 쳐다봤지만. 나는 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는 약사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헉헉" "네? 저. 진정좀 하세요. 뭐가 그렇게 급하시길래." "약주세요!!!!!!!!!!!!" 진짜. 사람죽네. 사람죽어 정신없이 뛰어와서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빠르게 뛰어왔는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다만 호흡이 많이 흐트러진 것으로 보아, 그 정도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을뿐이다. "저. 무슨약이요??" "약이요!" "그. 그러니까 어떤약이요? 뭐 감기라던지.. 어디가 아프신데요??" 아뿔사. 그러고보니 나는 신언호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다. "아. 그러니까." 에라. 모르겠다. 할수없지 뭐. "네. 말씀하세요." "다주세요!!!" "네??" "갑자기 걸릴만한 병들의 약은 모조리 다주세요. 하루만에 갑자기 걸리는거요. 뭐 감기라던가! 몸살이라던가. 두통이라던가 아. 활동량이 많은 남자로요!!" 내 어이없는 말에 약사는 당황한 모습이였다. 약국에 있는 사람들도 '역시 미친년이였어' 라는 표정으로 나를 흘겼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구!! "저 그렇게 말씀하시면..." "모조리 다요!!!!모두 다!!" ... ............ ..................... ........... ...... .............. .... .. \시내 약국봉지가 꽉 차도록 들어있는 약들을 보며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무슨 약값이 이렇게 비싸!! 엉엉. 내돈. 내 피같은돈." 이 엄청난 약을 사는 바람에 내 한달용돈은 그대로 거덜이 나버렷다. 그래.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나는 바보 천치 머저리가 틀림없다. 하지만... "신언호가 아프대잖아." 유가은의 핸드폰을 물끄럼이 보다가. 나는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래! 이햇살 꿀릴게 뭐가 있어. 나는 지금 이 골치덩어리 핸드폰을 전해주러 가는거라구! 신언호가 아프다길래 약을 산거 뿐이고. 쫄지말자. 그리고! 팬으로서 이건 절대 주제넘은짓이 아니야. 팬이니까. 당연한거라구!! \ TM연습실앞. 족히 30분은 ese방송국 주변을 기웃거린거 같다. 하도 이건물 저건물 기웃거린통에 그 안나던 땀까지 났다. (나는 땀을 별로 흘리지 않는편이다.) 그리고는 결국!! 마침내!! 발견한 연습실. 연습실은 지하에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현재 연습실 문앞에 서있는중이다. "후와. 후와" 뛰어오지도 않았는데 호흡이 빨라졌다. 긴장한 모양이다. 꽉 쥔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똑똑- 오랜 망설임 끝에 나는 연습실 문을 두드렸다. 으으. 심장이 터질거 같아. 떨려서. "으..응?" 한참뒤에도 연습실 안에선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뭐. 뭐지? 아무도 없나..? 끼이익- 손잡이를 돌리자 문은 열려있었다. "저기..요" 하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대답도 없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연습실 문을 활짝 열어재꼈고. "......헉..." 곧이어 보인 연습실 안의 모습에 머엉 해지고야 말았다. 할말을 잃었기 때문이였다. 이..게 다 뭘까. 나는 조심스럽게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연습실안은 요란하게 풍선이 달려져있었고. 예쁜 촛불로 길이 나있었다. 연습실안에는 아프다는 신언호도 없었고. 문자를 보낸 한은겸도 없었다. 그저 촛불들이 예쁘게 연습실 안을 밝히고 있었을뿐. "어? 왔나보다!! 야 유해안 얼른 신언호 데려와!! 얼르은" 그때였다. 낯익은 목소리가 가까운곳에서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뒤돌아봤고. 역시나. 문앞에서 씰룩 어딘가를 보며 웃고 있는 한은겸의 옆모습이 보였다. 그순간 들었던 생각은. 애초부터 내가 우스꽝스럽게 약봉지를 들고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였다.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지금 이상황이 잘못되도 한참을 잘못됐다는 말이다. "신언호. 새꺄. 빨리와" 어. 어쩌지 이건 아닌데. 진짜 이건 아닌데!!!! "언호야 얼른와!!!가은이 와있나봐. 니가 지금 여유부릴때가 아냐. 가은이 엄청 아프다니깐!!!!" 유해안의 말을 끈고 들려오는 한은겸의 신난 목소리. "나 피곤해." 그리고 들려오는.. 신언호의 목소리. "얌마 가은이가 엄청 아프다니깐??" "..응..." 연습실안에서 졸지에 불청객이 되어버린 나는 어찌할바를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가만히 서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응이 아니잖아!!!빨리 들어가봐!!" 그순간이였다. 한은겸이 신나죽겠다는 목소리로 언호를 연습실안으로 밀어버린건. "어...?너." 그리고 그런 신언호가 벌벌 떨고 있는 나를 발견해 버린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아. 아 그게. 그러니깐" 나는 빤히 날 쳐다보는 신언호에게 허겁지겁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콰앙---++++ 하는 큰 마찰음 소리와 함께 갑자기 문이 닫혀버렸다. 에에?? 에에에에에에!??? "개그한다 재네." 풍선이며 촛불이며 꾸며진 연습실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언호. "언호야. 가은아 둘이 찐한 시간보내!!. 우헤헤 너희 둘이 요즘 사이 안좋다면서?" 닫힌 문 사이로 한은겸의 신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라디오에서 자주 들었다. 라디오 방송을 하다가 한은겸은 자주 꺽꺽 대며 웃어대는데 지금 밖에서 들리는 한은겸의 목소리는. 그때 그 목소리와 똑같았다. "불난집에 부채질하지마 한은겸" 다시 들려오는 유해안의 목소리. 말은 저렇게 해도 자기도 신나 죽겠다는 목소리였다. 이건 정말 내가 생각했던 혼수상태의 모습이 아니야. 아니라구!! "둘이 얘기도좀하구 그래!! 이거 우리가 어렵게 마련한 자리다! 매니저형한테도 다 말해놨어!!! 너희 명색에 6년친구인데 요즘 사이 넘넘 나뻐!!" "한턱쏴라 니네" "맞어!!맞어맞어!!그럼 우리 이따 올께용" 쾅쾅쾅- 그제서야 상황에 심각성을 느낀 모양인지 신언호가 닫힌 연습실 문을 부숴지도록 두들겨댔다. "열어줘. 여기 유가은 없어" "거짓말!!"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내 뒷모습만 보고선 한은겸은 완전히 나를 유가은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은겸씨 진짜거든요." 탕탕- 닫혀진 문을 다시 한번 두들기며 소리치는 신언호. 하지만 한은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뜨아!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니네 이럴정도로 사이가 안좋아진거야? 정말 슬프다. 얼른 화해해!!! 참! 난 참고로 프링걸스를 좋아해! 뭐 사달라는건 아니지만. 이런자릴 어렵게 마련했으니 성의는 보여줬으면해! 우헤헤헤" "너 그러다가 후회해 은겸아" "한은겸 인생에 후회따윈 없어용용! 가자 해안아!" 한은겸의 말을 뒤로 찰크닥. 하고 좌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토닥토닥.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연습실안을 울렸다. 정말 이건 말 그대로 오마이 갓. 이다... [11] 닫.혔.다. 문이 닫혀버렸다. 꼼짝도 할수 없게 정말루 닫혀버렸다구요!!!! 내가 신언호랑 단둘이 있게 되다니. 이건 믿을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였다. 콧구멍이 벌렁 벌렁. 심장이 쿵덕 쿵덕. "휴 또라이들" 닫힌 문을 보며 중얼거리는 신언호는 정말 짜증난다는 표정이였다. 촛농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촛불들을 얼만큼 노려보고 있었을까. 이내 내게로 시선을 돌리는 녀석. 흠.흠칫 "아. 그게 그러니까" 나는 뒤로 숨긴 약봉지를 들킬새라 뒷걸음치며 더듬거렸다. "역시 맞구나" "어??" "스토커요." 말을 마치고는 살짝 눈웃음을 짓는 언호. 정말 억울했지만 마땅히 할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말도 안한채 바보처럼 있을순 없는 노릇이였다. 그럼 말그대로 나는 신언호의 '스토커'가 되는것이니. 나는 정말 차근차근히 설명할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정말 우연이야. 진짜 믿기 힘들겠지만!!!지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드르르륵. 드르르륵- 그때, 타이밍 좋게도 유가은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어. 그거. 가은이 핸드폰" 내가 유가은의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자 어? 라면서 호기심을 보이는 신언호. 그녀석의 시선이 빤히 내가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닿았다. 순간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이따 설명할께! 일단 전화좀 받고!!!" 왜지? 왜 기분이 이상했던거지. "응" 알겠다는듯 귀엽게 고개를 끄떡거리는 신언호. 그 모습에 소리를 지를뻔한걸 겨우 참고는 허겁지겁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여보세요" -저. 그 핸드폰 주인되는 사람인데요. 유가은이였다. 정말 타이밍한번 좋다. "아. 응 저. 저기 나 이햇살이라고" -네? 아차차. 이아이는 내이름을 모르지? "음 그러니까. 아침에 화장실! 그 날계란 뒤집어쓰고 있던!!" 내 자신을 이렇게 설명해야 한다는 현실이 비참할뿐이였다. "역시 학교에서도 이상해" 그때 통화내용을 들었는지 볼멘소리로 중얼거리는 신언호. 꽤나 가까이서 들려오는 그소리에 놀라 재빨리 뒤를 돌았다. 녀석은 어느새 내 뒤에 서서 내가 들고 있는 약봉지를 관심있게 쳐다보고 있었다. "으아악. 너 뒤에서 뭐해!!!!!!!" -네?? "아. 아니야! 그러니깐 난 아까 화장실에서 봤던." 그제서야 다시 통화에 집중한 멍청이 이햇살. -아! 누군지 알겠다. 내가 핸드폰 화장실에다가 놓고 간 모양이구나? 가은이란 아이는 수줍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어? 응!! 그래서 내가 아까 가져왔어" -히. 나 핸드폰 없어진거 방금 알았어. 저 지금 돌려줄수 있어??" "그. 그럼!!당연하지." -지금 어딨어? 내가 갈께!! "아. 맞다 사실 그게 내가 지금 갇혀있거든?" -응?? "휴 그러니까. 어떻게 설명하지?" 언어력이 딸린다. 나는 딸려도 매우 딸렸다. 이상황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말할수 있을까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고 있을때. 부스럭. 부스럭 신언호가 내 손에 들린 봉지를 뺏고는 아예 대놓고 뒤적거렸다. "신언호!!!!!그거 건들지마!!!" -신언..호? 무의식적으로 나온 그소리를 들었는지 수화기 너머로 믿을수 없다는듯한 유가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나 지금 신언호랑 같이 있거든! 지금 TM 연습실이구 갇혀있어. 정확한건. 음..그래! 한은겸! 한은겸한테 물어보면 될꺼야." 그말에 힐끔- 약봉지를 뒤적이다 말고 나를 쳐다보는 신언호 녀석. -뭐? 하지만 나는 그 시선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통화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유가은의 목소리가 많이 굳어있었으니까. "저. 지금 얼른 한은겸한테 전화해봐!" -언호가..옆에 있다구? 이거봐. 목소리가 많이 굳어있어 "응. 지금 옆에." -TM연습실이라고 했지. 지금 갈께. 달칵. 뚜--뚜뚜-뚜우-- "뭐. 뭐야" 정말 '앗'할 틈도 없이 전화는 그렇게 갑자기 끊겨버렸다. "너야말로 이거 뭐야." 황당함에 중얼거린 내말을 따라 하며 내게 약봉지를 불쑥 내미는 녀석. "뭐긴 뭐.....아.아무것도 아니야!!내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갈갈히 날뛰면서 녀석의 손에 들린 약봉지를 뺏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언호는 이리저리 도망다니면서 씰룩거렸다. "너 무섭게 왜 나 쫓아와!!" "약봉지 이리 줘!!" "자신있으면. 얼마든지요" 꽤나 거만한 표정으로 약봉지를 든 손을 위로 올리는 신언호. 녀석과 키가 10센치가 넘게 차이 나는 내가 약봉지를 잡기엔 어림도 없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일. 으..으씨 "달라구 신언호!!!" "정말 이상하네 이여자" "뭐. 뭐가! 약사는것도 이상한거야?" "왜 연습실에 약국에 있는 약은 모조리 사서 온걸까" 녀석이 이해할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챙피해. 챙피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구!! "그게 아니라!!!!!!" "응" 정말 궁금하다는 눈초리였다. 변명을 할까. 사실대로 말할까. 잠시 갈등하던 나는 그냥 사실대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딱히 떠오르는 변명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그래!!! 유가은 핸드폰 내가 오늘 우연히 주웠고 한은겸한테 온 문자봤어. 너 아프다고 문자 왔길래 약사서 온거야!!!어디가 아픈지 몰라서 다 사온거구!!으씨 이제 속 쉬원하냐?" "응. 속 쉬원하다. 원래 난 궁금증은 못참거든" "안물어봤어!!얼른 약줘" 다시 한번 신언호의 손에 들린 약봉지를 뺏으려고 하자. 이번에는 뒤로 약봉지를 돌리는 녀석. "내꺼잖아" 그리고는 이렇게 황당한 소리를 내뱉는다. "너 안아프잖아!!!" "아 빼먹었다 감사인사" "뭐?" "맛있게 먹겠습니다!" 신언호는 또다시 눈매가 둥그레 지도록 짙게 웃으며 고개를 불성의하게 까딱 해보였다. 진짜 엉뚱해. 어떻게 저렇게 엉뚱할수가 있을까? 입술을 꾹 깨물고는 노려보던 나는 자꾸만 나를 향해 히죽히죽 웃는 녀석 때문에 결국엔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신언호" "응" 이것저것 약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는 언호. 나는 그런 언호에게 말했다. "노래..불러줘라" 예전이라면 아마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이 대단한 스타에게 정말 그런 과분한 부탁은 절대 하지 못했을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신언호가 정말 편하게 느껴졌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아닌. 그냥 내 또래의 평범한 남자아이처럼 느껴졌다. 내 갑작스러운 말에. 약봉지를 뒤적이던 신언호의 손이 멈췄고. 그녀석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피식. 웃어보이는 녀석. "난 팬 위해서 노래 안불러" "어?" 그순간 쿵 하고 가라앉은 가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신언호는 약봉지를 이리저리 흔들어 대며 말했다. "그런데 김햇님 위해선 불러줄께. 약봉지 감사에 의미로" 다 좋아....다좋은데. 왜 하필.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김햇님이 아니라 이햇살이야." "나 이햇살이라구 했는데" "10초만에 거짓말 하는건 너무 심하지 않아?" "노래 안불러야지" 이.이게 "아. 알겠어. 불러줘" 솔직히 신언호가 아쉬울건 없지. 나는 뒤돌아서려는 신언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제서야 방실방실 웃으며 자리에 앉는 녀석. 주춤 주춤 나도 따라 앉았다. 연습실 안에 자리 잡은 큰 전신거울에 우리 둘의 모습에 나란히 비춰졌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가까이서 녀석의 노래를 들을수 있다니. 감정이 벅차오르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신언호는 혼수상태 멤버 그 누구보다도 목소리가 멋있었다. 중저음에 부드러운 그 목소리는 정말 여자들의 마음을 녹이기 충분했다. 나는 오늘 그런 녀석이 부르는 노래를 그것도 나를 위해서 불러주는 노래를 가까이서 들을수 있게 됐다. 심장이 자꾸만 야단법석이다. "......." 잠시 흐른 어색한 침묵을 깨고 들려 온 신언호의 노래 소리. "햇살이 엉덩이는 빨개." "에엑??" 눈을 감고 녀석의 노래를 감상하려던 나의 계획은 이로서 완전히 무너지고야 말았다.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내가 경악을 하던 말던 그 우스꽝스러운 노래를 이어 부르는 신언호.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 "노래 끝!" 머엉- 그렇다. 나는 지금 이녀석에게 한방 먹은 모양이다. 뻥져 있는 나를 보며 소리 내서 웃어대는 녀석. "너 지금 나 놀린거야..?" 부들부들. 분노의 찬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신언호는 도무지 미워할수 없도록 귀엽게 대답한다. "빙고!" 라고... "언호야!!!! 거기 아직 살아있어?" 그때였다. 뛰어왔는지 숨차 보이는 한은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청 늦게도 오네." 그런 한은겸의 말에 짜증난다는듯 신언호가 대답했다. "으엉엉 미안해요! 언호씨" 징징대는 시늉을 하는 한은겸의 말이 끝나자 찰크닥. 하는 소리와 함께 드디어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마자 보인건 웃는지 우는지 알수없는 표정의 한은겸과 빤히 날 쳐다보고있는 유가은. [12] 뭐. 뭐지? 왜 그런 눈빛으로 날 노려보는거야? "미안해! 언호야. 나는 정말 가은인줄알구" "거봐. 내가 후회할꺼라 했지?" "그럼 소리를 질렀어야지!!" 한은겸과 신언호가 옆에서 투닥대고 있을때에도. 유가은은 묘한 표정으로 나를 계속해서 노려봤다. "언호야. 은겸이랑 얼른나와. 매니저오빠가 차 갖고 앞에 같이 오셨어" 그러더니 여전히 투닥대는 신언호와 한은겸에게 위와 같이 말했다. "응! 언호야 빨리가자. 라디오방송 있어. 밥먹고 방송국 고고싱이래!" "으- 피곤해" 한은겸의 말에 울상을 짓는 신언호. 망설임 없이 일어서서 한은겸을 따라 나선다. ..어...?.. 지금 마치 내가 없는 기분이야. ..내가 없는 사람이 된거 같아 왠지 모를 허탈감에 신언호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는데. 멈칫. 신언호의 걸음이 멈추었다. 거짓말처럼. "넌 안가?" 그리고는 뒤돌아서서 내게 묻는다. "맞아 친구!! 안가?" 그제서야 한은겸도 나를 발견하고는 내게 물었다. "너희둘 먼저 나가. 나 핸드폰만 받고 올라갈께." 그 물음에 대답한건 매우 유감스럽게도 내가 아니라 유가은. 아까부터 묘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던 유가은이였다. "알겠어. 얼른와!!가자 여보!" 유가은은 한은겸과 신언호가 연습실을 나가는것을 확인하고는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착한아이. 예쁜아이. 매력적인아이 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착각을 한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내 핸드폰좀 지금 줄수 있어?" 하지만 놀랍게도 내게 다시 말을 건 유가은의 목소리는 매우 상냥하고 따듯했다. 킁. 내가 잘못생각한건가. "어? 아! 응.응 여기."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을 그녀에게 내밀자 씽긋 웃어보인다. "고마워. 못찾으면 어쩌나 했는데. 이름이 뭐라구 했지?" 으아아. 예쁘게도 웃는다. 나도 저렇게 눈웃음 치면 예뻐보일까나. "어? 이햇살." "이름 예쁘다." 유가은은 내가 내민 손수건과 핸드폰을 받아들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 그래. 니이름도 무지 예뻐" "이름 예쁘니까 말해주는거야." 으응? 갑자기 확 바뀐 그녀의 목소리. 세상에 표정도 다시 굳었다. 이중인격자인거야? 뭐 이런애가 다있어! 당황한 내가 두눈을 꿈뻑 꿈뻐억 감았다. 떳다. 감았다. 떳다. 정확히 2번을 반복했을때. "햇살이랑 이 아이들이랑은 달라." 들려오는 유가은의 목소리였다. 그건 음.. 뭐랄까 비웃는다고해야 맞을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말투였지만. 단 하나 확실했던건 무지하게 기분 나쁜 말투였다는것. "뭐가?" 그런 그녀의 말투가 마음에 안들었던 나는 눈을 위로 올리며 유가은을 쳐다봤다. "프로그램 때문에 잠시 안면이 생겼다고 해서. 햇살이랑 이아이들이랑 같아지는건 아냐. 착각을 해서도 안돼." 역시 이중인격자가 틀림없어. 유가은의 그 기가막힌 소리에 나는 허 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착각을 해서 안된다구? 이건 또 왠 콧구녕으로 벌레지나가는 소리냐. "무슨..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난 착각같은거 한적없는데.." "지금 하고 있잖아." "아니. 안했어" 내 단호한 말에 피식 웃는 유가은. 손에 들린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채 계속 해서 망발을 짓껄여 댄다.(현재 이햇살은 흥분했음) "재네들 얼굴 한번 볼려구 삼일 내내 밤새서 기다려도 보지 못하는 애들 많아. 알지? 싸인회때 가까이서 얼굴봤다고 감격스러워서 우는애들도 티비에서 많이 봤을꺼야." "그게. 뭐 어쨋다는거야..?" "다르잖아. 너같이 평범한 여자애랑은 너무나도 다른애들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착각같은건 하지말라구." "..........." 내가 지금 분한건. 오늘 처음 만난 유가은이 내게 이런 상처를 줘서도 아니였고. 이중인격자여서도 아니였다. 정말 분했던 이유는.. 유가은이 했던 말이 모두 맞는말 이여서 그말에 반박할만한 말이 도저히 없었기 때문이였다. 그래. 난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운이 좋아서 이런 프로그램을 찍게 된 기회를 잡았고. 그바람에 신언호나 한은겸이랑 몇마디 해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 엄청난 스타들에 비해서 정말 비참할정도로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지? 걱정되서 그래. 너가 상처받을까봐." 이런 가식덩어리한테 이런 소릴 받을만큼 멍청하다곤 생각 안한다. "충고 고맙다. 하지만 너같은 이중인격자한테 받는 충고는 귀에 담지 않을랜다." 내 쏘아 붙힘에 이중인격자는 적당히 당황한듯 보였다. "뭐. 뭐??" 가운데 손가락을 그녀에게 치켜세우고는. 나는 연습실을 나섰다. 정말 도저히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아참참. 앞으로 학교에서 말걸면 소문내버린다. 신언호랑 6년친구인거" 쿵쾅쿵쾅-- 소리 내서 걷던 나는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유가은에게 별안간 뒤돌고선 소리쳤다. "허." "나 오늘 계란 맞는거 봤지? 조심해. 넌 적어도 수박은 날라올테니까!" .. ................. .......... ................. ..... .......... "휴..." 스르륵- 연습실을 나오자 마자 나는 계단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버렸다. "오늘일. 잊지 않을께." 얼마 되지 않아 유가은이 계단에서 올라왔다. 그리고는 방긋 웃으며 하는말이 고작 저거다. 저 여우같은년. "가은아아. 얼른와! 너도 같이 밥먹자!!" 올라오는 유가은을 발견한 모양인지 까만 벤 창문이 열리더니 빼꼼히 한은겸의 얼굴이 보였다. 밉다.. 그리고 비참하다. 진짜로 난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깨닫게 되서. "응! 지금 가. 햇살아 다음에 보자" 계단에 앉아 있는 나를 힐끔 내려다보고는 웃으며 벤으로 향하는 유가은. "..........." 유가은을 태운 까만 벤을 떠나자. 고맙게도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유가은앞에서 만큼은 울지 않은거니까. '다르잖아. 너같이 평범한 여자애랑은 너무나도 다른애들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착각같은건 하지말라구' 어쩌면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같은애도 이런 대단한 아이들과 친구가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착각. 씨- 괜히 방방 떠가지고. 더럽게 비참하네. "햇님아. 너도 밥먹으러 갈래?" 눈물을 퐁퐁퐁- 바닥으로 떨구고 있을때였다. 바로 앞에서 신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믿을수 없어 고개를 드니.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나를 향해 웃고 있는 신언호가 보였다. 나는 대답 대신 젖은 눈으로 신언호를 담아냈다. "너도 밥먹으러 가자" 가까운 거리에 세워진 벤. 녀석이 잠시 내려 내게 온 모양이다. 나는 눈물 때문에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짜내며 녀석에게 소리쳤다. "왜 나한테 말걸어." 갑자기 신언호가 내 눈앞에 보이자 저런 말도 안돼는 억지를 부렸다. 그건 투정이였을수도 있고. 화풀이였을수도 있다. "말걸면 안돼요?" 꽤 기분이 나쁠 말인데도 신언호는 내게 웃어주었다. 그것도 너무 예쁘게 "나 아무것도 아니야. 지긋지긋하게 평범한애일 뿐이야. 잘해주지마요 따듯하게도 하지말구요." 자꾸 그러면 잊어버린단말이야.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거. 잊어버리고 만단말야. 그래서 자꾸만 주제넘는짓 할거 같단말야... "나도 아무것도 아닌데." "........." "저번에 말했잖아. 난 외계인 아냐" "그런말이 아니잖아." "그래서 쭈그리고 앉아서 우는 여자 보면" 조금더 허리를 굽혀서 주저 앉아 있는 나와 시선을 맞추는 언호. "울지말라고 위로할줄도 알아" "........" 그 목소리가 내귀에 닿는 순간. 이대로 심장이 터져버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 맞다. 하나더! 이렇게" 별안간 신언호의 매끈한 손가락 하나가 내 눈가에 닿았다. ... .......... "눈물 닦아 줄수도 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그상황에 흠칫 놀라 올려다 보면 "너랑 똑같아 나도. 조금 멋진거 빼고는"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브이자 모양으로 펼치며 예쁘게 웃음짓는 녀석이 보였다. "그러니까 햇님아 그만울고 밥먹으러 가자." ...... .....알아.... 이아이가 지금 내게 베푸는 친절. 아무의미도 없다는거. 나는 말그대로 혼수상태의 많고 많은 팬들중 한명일 뿐이라는것도. 무엇보다도 혼수상태에게. 신언호에게 내가 아무런존재가 아닌것도 모두 다 알아. 너무 잘 안다구. 그런데말야. 그런데. 그래도 나 지금 무지 기뻐. 신언호의 이 따듯하고 큰 손이 내게로 내미는것이라서. "알았어..근데 내이름은 햇님이가 아니라 햇살이라구 몇번을 말해!!" 신언호의 크고 둥글한 눈이 내게 향해 있어서 무지 행복해. 세상에. 내가 지금 벤에 탄거 맞아? 그것도 혼수상태에 까만 벤 안에. 신언호가 끌고와 어쩔수 없이 탔다곤 하지만. 이건 엄청난 행운이라구요!!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벤안에 나와 신언호가 나란히 들어서자. 빽미러로 힐끔 인사를 건내는 매니저오빠. "아..네 아 그게 저 실은" 나는 어쩔줄 몰라 말을 더듬 더듬 거리며 벤에 앉았다. 차안에는 간단하게 밥을 먹으러 가는지라 코디언니들은 없었고 매니저오빠와 혼수상태 멤버들만이 타고있었다. 앞쪽에는 매니저오빠와 신혁. 뒷쪽에는 유해안, 한은겸, 신언호 그리고 유가은과 내가 앉았다. "앉으세요. 출발할께요 그럼" "아. 네-네" 으아아. 차가 출발한다. 그와 동시에 조용~해진 벤안. 뻘쭘하다. 민망하다. 자꾸만 힐끔 힐끔 눈치를 보기 바쁘다. "좁아 죽겠네." 유가은 저 써글. "병신같은게 뒷모습도 구분 못하냐" 중얼거리는 유가은의 말을 들었는지 힐끔 나를 쳐다보다가 한은겸의 머리를 툭 치는 유해안. "하지만 똑같잖아!!!교복도 똑같구!머리 긴것도 똑같구!" 그말에 정말 억울하다는듯 한은겸이 중얼거렸다. "멍청이. 얼굴이 다르잖아 얼굴이" "얼굴이??" 헙- 뭐. 뭐야 이것들 "그래. 얼굴" 나를 빤히 쳐다보는 한은겸과 유해안.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유가은이 피식! 하고 아주 크게 비웃는다. 아..이건 정말 아니야 이 벤에 타는게 아니였어!!!!!! "친구. 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쫑쫑 이야" "네.네?" "혹시 쉬마려워??" 맙소사. 이것들 대놓고 놀리기 시작한다. 한은겸의 장난에 꺼억꺼억 웃어대는 유해안. 그리고 아예 나를 보며 피식피식피식!! 연달아 쳐웃는 유가은. 정말 그순간 이 벤에 탄것을 후회했다. 미친짓이지. 신언호가 너무 따듯하게 말하는 바람에 유가은이 어떤앤줄 모르고 차에 타버렸어. 정작 같이 밥먹으러 가자던 신언호는. "........" 저렇게 차 창문에 기대 쿨쿨 자고 있는데 말야. "어? 얼굴 빨개졌다. 장난이야 장난! 그냥 오랜만에 우리 또래 만나서 장난좀 친건데" 이제와서 수습하려고 해도 소.용.없.거.든 한은겸. "네. 아니요 괜찮아요" 하지만 나는 정말 가식적인 여자였다. "우리 팬이라구 했지?" 그때 들려오는 유해안의 목소리. "네." "야야 반말해 반말. 촌스럽다 너" "아니요. 괜찮…" "반말 안하면 나 너랑 스캔들 낸다?" 멤버들도 닮는걸까. 저번에 신언호도 어줍짢게 이걸로 협박하더니. "아.알았어!!" "이름이 뭐야?." 정말 니네가 혼수상태에 신언호. 유해안만 아니였다면 나는 박치기… "박치기를_" "푸.푸하하하 이름이 박치기야??" 제길. "아.아니요!!!!!!" "형. 혀엉! 나 박치기랑 이번에 스캔들낸다" "박치기 아니라니깐 멍청아!!!!!!!!!" 결국 사고를 치고야 만 이햇살. 내 고함에 차안은 조용해졌다. 맹세코 말하는데 지금 내앞에 쥐구멍이 있다면 날 구겨서라도 집어 넣고 싶은 심정이다. 머엉- 해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혼수상태의 까불이 유해안. 그나마 다행인것은 한은겸이 게임에 정신이 팔려있다는것. "햇살아. 말이 너무 심하잖아 처음보는 사람한테 멍청이라니." 이때다. 싶은 표정으로 유가은이 입을 열었다. 저 망할 기집애. "아. 그러니까" "나 상처 받았다 박치기-" 장난스럽게 나를 향해 중얼거리는 유해안. 방송에선 그렇게 안보였는데. 유해안도 신언호와 같은과 였던걸까. "휴 그게 아니라 그리고 내이름은 이햇살이야" 나는 작은 한숨과 함께 차근 차근히 내이름을 말했다. 나가고 싶다. 한번 쯤은 꼭 타고 싶었던 이 벤에서 단 일분 일초도 있기 싫어졌다. 누가 나좀 꺼내줘! "혼수상태 멤버중에서 누굴 제일 좋아해?" "어????" 그때 뜬금 없는 유해안의 질문. 또 다시 조용해진 차안. "또 시작하네. 저 바람둥이" 그 침묵을 깬건 게임에 열중한줄만 알았던 한은겸이였다. "얌마. 큰일날 소리" "여보. 아무리 우리 또래 여자애가 와서 신기하대도 너무 들이댄다잉!" "그럼 안신기하냐. 우리가 맨날 보는 고등학생이라곤 유가은뿐인데" 인상을 찌푸리면서 한은겸말에 대답하는 유해안. 그러자 맞다는듯 은겸인 고개를 귀엽게 끄떡끄떡였다. "하긴 가은이도 이제 질려" 파핫. 이때다 이햇살. 참지말고 웃어버리자 "푸하하하.푸하하하하" 꺼억.꺼억 유가은을 보면서 웃어댔다. 그건 정말 오바의 절정이였다. 그래도 너무 통쾌해! 이것아 약올라 죽겠지? 내 웃음소리에 입술을 꾹 깨무는 유가은. 대략 두고보자는 표정이다. 뭐 하나도 두렵지 않아. 흥이라구! \고기집. "햇살아 들려??" "어.?" 고기집앞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내게 소리치는 은겸이. 깜짝 놀란 내게 어정쩡 어색하게 대답하자 씽긋 웃어보인다. "고기들이 나를 부르는소리!!" 역…시 정상이 아니야. "내리세요. 햇살씨"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내가 생각했던 혼수상태의 이미지들은 이게 아니였다구. 물론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처지지만 철없는 10대라는걸 알았어 그치만 이렇게 한번에 깨는게 어딨냐구!!!! "햇살씨??" "네? 아 네!!" 넋을 놓고 있던 바람에 그만 매니저오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내리세요." "아. 네" 주춤 주춤거리다가 차에서 내렸다. 그때까지도 신언호는 넉살좋게 창문에 기대 잠을 자고 있었다. 자는 모습도 예쁘다. 어쩜 저렇게 피부가 뽀얄수 있는거냐구. 입술도 적당히 도톰한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혁이형. 나 담배. 담배 하나만" 신언호의 자는 모습에 푹 빠져 있을 때였다. 차에서 내린 유해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담배'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쳐다보니. "아 씹. 귀찮게"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뒷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 신혁과 옆에서 헤- 하고 웃으며 담배를 받아드는 유해안이 눈에 들어왔다. "다.담배도 펴요????????" 내가 말하고도 놀란 말. 너무 충격적인 그 장면에 나도 모르게 소리쳐버렸다. "그럼 안펴?" 당연하다는듯 대답하고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해안.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주위를 살피다가 익숙히 담배를 입으로 집어 넣는다. 그리고는 불을 붙이려다가 잠시 멍~해져 있는 나를 쳐다보는 그녀석. "어이! 인터넷에 올리면 죽는다!" 놈은 위와 같이 말하고는 담배불을 붙였다. 어.버버 혼수상태도 담배를 핀단말이야?? 담배를??? 저렇게 순수한 얼굴을 하고서 담배를?? 쿠웅. 내머리를 누군가 망치로 친 느낌이다. "안녕하세요." 그때였다. 신혁이 그제서야 내게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네? 네! 저도 잘부탁드려요!!" 그렇게 잠시 형식적인 인사가 오갔다. 슬쩍 옆을 보니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 연기를 뻐끔 뻐끔 내뱉는 유해안이 보였다.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대고 있는 녀석. "가은아 언호좀 깨워라. 얘들아 들어가…유해안!!!너 이세끼 담배 안꺼??"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결국은 매니저오빠에게 걸려버렸다. "아 형. 한대만요. 어차피 사람도 없어요" "그래도 이세끼가!!" "아 꺼요. 꺼. 고기나 더럽게 많이 먹어야지" 유해안은 짜증난다는듯 담배를 훽 내팽겨치고는 고기집안으로 들어간다. 그 뒤를 쫄래 쫄래 한은겸이 따랐고. 신혁도 피식 웃으며 고기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머엉- "성질머리 하고는…아 햇살씨. 들어가세요" "아. 네! 죄송해요 제가 괜히 껴서" "무슨말씀을요. 내일이 첫촬영이죠?" "네…" "잘부탁드려요." "아뇨. 제가 드릴말씀이죠 그건" 상냥하게 웃으며 들어가자는 매니저오빠. 나는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들어…" 그리고는 막 들어가려는 찰라 뒤에서 걸어오는 신언호와 유가은이 내 눈에 보였다. 잠에세 막 일어나서 부시시한 모습에 신언호. 그 옆에 어색히 서있는 유가은. 사이가 많이 어색해졌다는 말이 사실인듯 둘은 너무나도 어색해보였다. 하지만 그순간 알수있었다. 이 둘이 얼마나 친한지. 함께 있는 모습으로도 충분히 알수 있었다. 기분이…이상해 "햇살씨. 안들어가세요?" "아. 저 매니저오빠 갑자기 급한일이 있는걸 깜빡했네요!!" "네??" "죄송합니다. 밥은 다음에…먹어요. 정말 죄송해요. 먼저 갈께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어?? 햇살씨!!" 나는 더이상 그 모습을 볼수 없어서 인사를 꾸벅하고 뒤돌아 뛰었다. 신언호와 유가은은 사이가 왜 안좋아진걸까. 신언호는 그날 왜 유가은한테 그런 거짓말을 한걸까? 제기랄 머리가 터져버릴거 같았다. 게다가 너무 화가났다. 신언호 옆에 유가은이 저렇게 다정한 모습으로 서있는게 너무 화나서 미쳐버릴 지경이였다! 신언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구! 싫어. 저런 모습 정말 보기 싫어! \다음날 드디어 대망의 첫촬영날. 오프닝 촬영장소는 혼수상태 숙소 앞. 시간은 5시. 학교에 사정을 말씀드리고 1시경에 조퇴해서 지금은 집이다. 현재시각? 3시 30분. 이햇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채 침대에 널부러져있음. "아…정말 가기싫다" 정말 가기 싫었다. 두근두근 거리면서 얼마나 기대를 한 첫촬영이였는데. 어제 유가은과 신언호가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본 뒤로부터는 가기 싫은 마음뿐이였다. 별로 보고싶지않다. 신언호와 유가은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 친하다고 할때까지만해도 아무 상관 없었는데…. 막상 둘이 나란히 서있으니까 무작정 화가났다. 이건 지극히 당연한거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옆에 딴 여자가 다정히 서있으면 그 어떤 팬이라도 나같았을꺼다. 질투? 그래 질투라 해도 좋아. "씨. 그냥 확 유가은, 인터넷에 올려버려??" 충동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고는 다시 푹 침대에 쓰러지는 이햇살. 됐다. 관두자 관둬. 그런 유치한짓은 하지말자. "아휴. 준비나하자" 나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첫촬영을 빵구낼수는 없으니. 나는 축 처진 몸을 이끌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솨아- 솨아- 그리고는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휴.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열받아!!! ... ...... ........... ....... ............ "학생이요." 정확히 40분만에 준비를 마치고는 버스에 탔다. 쉬원한 에어콘 바람이 제~일 잘드는 자리에 골라 털푸덕 착지(?) 성공. 그리고는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엠피스리를 귀에 꽂았다. 들려오는 혼수상태의 노래. Lie(거짓말) 아 정말 좋다. 노래도. 목소리도 "풉…" 괜히 웃음이 나왔다. 왠지 뭐랄까 내가 이사람들을 알고 있다는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솔직히 지금은 꿈이라도 좋아. 혼수상태 멤버들과 이렇게 얘기하고 장난도 칠수 있다는거 이게 꿈이라도 너무 행복할꺼 같아. "오늘 잘해야지. 잘하자 이햇살 아자아자!화이팅!" 스르르륵- 나는 좀더 편한 자세로 몸의 위치를 바꾸고는 볼륨을 높였다. "학생- 학생!!" 그러다가 잠이 든 모양이다. "우음. 유가은 이년 수박을 머리에 밖아버릴라. 우으음" "학생!!!일어나요. 종점이야 안내려?" 종점? 벌떡- 그소리에 잠이 몽땅 달아나버렸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건 텅 빈 버스안. 그리고 나를 깨우고 있는 버스기사 아저씨. "아.아저씨 지금이 혹시 몇시에요??" 나는 허겁지겁 버스에서 일어났다. 제기랄 창문으로 보니 정말로 이곳은 종점이였다. 아. 세정거장이나 지나쳐버렸다. 서둘르지 않으면 안돼겠… "7시여 7시!" 으응? 뭐라…구요??? "아저씨 지금 뭐라하셨어요???뭐라구요? 몇시라구요??" "아따 이학생 목소리 엄청 따갑네" 내목소리가 너무 크다는듯 한쪽 손으로 귀를 막는 시늉을 하는 버스 기사 아저씨 아냐 지금 이게 중요한게 아니다. 나는 다시 한번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몇시라구요 아저씨??" "7시. 7시라구!!" "말도안돼!!!" 아저씨 말에 믿을수 없다는듯 핸드폰을 열자 부재중전화 32통. 발신자 정이나PD. 현재시각 7:02 나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맙…소사" 이햇살. 넌 이제 끝이다. 끝났다구!!!!!!!!!!!!!!!!!!!!! 홈 바로가기 카페 블로그 플래닛 음악샵 메일 쪽지 랜덤 플티〃가그린〃소설 [공개] §가그린§ cafe.daum.net/Gagrin 음악을 들으시려면 Active-X를 설치해 주세요 [14] 뛰자 이햇살. 니가 달리기 못하는건 나도 잘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단 죽을때까지 뛰어보자. "어? 학생! 학생!!" "죄송합니다. 먼저 가볼께요" 나는 기사 아저씨의 부름에 대답드리지 못한채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뛰었다. 그것도 쉬지않고! 발바닥에 불이 날 지언정 달리기를 멈출수가 없었다. 왜냐구? 십분도. 삼십분도 한시간도 아니라. 무려 2시간 지각이니까! "망했어. 제기랄 진짜 망했다!! 택시!!!" 정류장을 나와 큰도로로 들어서자 나는 급한마음에 우왁스럽게 손을 저으며 택시를 잡았고. 털썩- 택시에 엉덩이가 닿기 무섭게 소리쳤다. "한신빌라요. 아저씨 무지 빨리요!" ♬♩♭♪♬♩♭♪ 부릉부릉 택시가 출발함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 아. 맞다! 핸드폰. 핸드폰!! "어딨지? 아 어딨는거야!!!" 부스럭.부스럭 "원. 학생 왜그리 부산스러워. 학생 옆에 있잖아 핸드폰!" 힐끔 빽미러로 나를 쳐다보며 곁눈질 하는 택시기사 아저씨 "감사합니다!!" 나는 그제서야 마구 뒤적이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내옆에 떨어져 있는 아까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햇살씨. 역시 예상했던대로 피디님였다. "아. 피.피디언니!!!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무슨일 생긴거에요? 전화도 안받고 너무 걱정대서 "아니 그게 아니라." -네? 버스에서 깜빡 잠이 들었어요. 잠이 들었어요. 잠이.. 도리도리!! 이햇살! 안돼. 차마 이렇겐 말할수 없어! "사정이 좀 생겨서. 아. 맞다 언.언니 촬영은요??!" -햇살씨 촬영분만 남겨놓았어요. 오프닝이요. 막 철수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지금 연락이 닿은거구요. 지금 와줄수 있나요? "지.지금 가고있어요!!!언니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으악" 쿠웅- 오바 하면서 꾸벅 꾸벅 거리는 바람에 택시 창문에 머리를 밖아 버린 또라이 여기있습니다. -해.햇살씨? "아.아무것도 아니에요!!!!언니 금방 갈께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요. 얼른와요!! 달칵-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머리가 여전히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였다. "휴 살았다!!!!!!!!!!!" \한신빌라 허겁지겁 택시에서 내려 한신빌라. 즉 혼수상태 숙소 앞에 겨우 부랴부랴 도착했다만. 나는 또 다른 난관 하나에 부딪히고야 말았다. 세상에.. 뚫고 가지도 못하겠네. 이건. 머엉- 촬영장에는 엄청난수의 팬들이 몰려있었다. 경호원들이 삐잉 둘러 쌓여 있어서 그나마 촬영장소를 확보 했을정도랄까.? 도대체 어디서 촬영한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플렌카드며 현수막이며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혼수상태 팬들이 곳곳에서 많이 보였다. "이거 방송 언제해요??" 도무지 이 많은 인파를 뚫고 촬영장으로 들어갈 방법은 없는듯 싶어 그 사이에 망부석마냥 멍하니 서잇을무렵, 회색풍선(혼수상태 전용 풍선)을 흔들던 한 아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네??" "이거 방송 언제하는지 아냐구요!!" "아 다음달 첫째주에 한다구 하더라구요" 내 대답에 입을 씰룩 거리며 촬영장을 쳐다보는 혼수상태의 팬. "근데요. 그년은 도대체 언제올까요?" "네? 그년이요??" "네. 그년말이에요. 이거 찍게된 행운에 기집애" 왔어요. 바로 앞에. "하하하" (괜히 찔려서 어설프게 웃어보임) "왜 안나타나는거지. 저 오늘요. 그년 오장육부를 갈기갈기 찢는다고 벼루고 왔어요" 그녀는 정말 진심인지 들고 있던 풍선을 펑 터트리며 말했다. 우.움찔- 오.오장육부. "그.그래도. 그냥 촬영인데 우리가 이해해주면 안댈까요??" "촬영??촬영 조아하시네!!!그년이요! 빽써서 뽑힌거라는 소문이 있어요. 그런년들 뻔하죠!!개네 아빠가 피딘가 그렇대네요?" 아니라구요. 우리 아빠는 일년전에 돌아가셨고 저는 빽따위는 없다구요!!! 라고 말하려는걸 겨우 참았다. 만약 내가 그 행운의 그년이라는걸 알게 된다면. 나는 저 풍선처럼 산산조각 날지도 모르니. "아.아 그렇군요" 끔찍하다. 이건 정말 최악이다. 나는 슬슬 그녀의 눈치를 살폈고 그런 그녀는 내게 마지막 강타를 날렸으니. "가입하세요. 벌써 그 개구락지 같은년 안티까페 칠만명이나 가입했어요. 오늘도 얼굴 본다고 저희까페 회원들 많이 왔는걸요!!" ...맙소사... ♬♩♭♪♬♩♭♪ 그때였다. 한창 그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무렵 요란하게 내 벨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여보세요" -햇살씨 어디에요?? "아 저 피디언니 저 지금 생명에 위협…" 뒤돌아서서 작게 중얼거리는데 "박치기. 너 빨리 안와????" 짜증섞인 유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이어 꺄악꺄악 거리는 팬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소리에 아차 싶었는지 다시 한번 나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말을 내뱉는 유해안. "이햇살씨 많이 늦으셨네요. 얼른 오세요. 다들 기다리잖아요" 유해안씨 당신, 가식에 최고봉을 보여주십니다요. "이햇살? 야 잠깐만 이건 그 개구락지년 이름인데" "뭐???저년이라구?" 으악. 뭐.뭐야 이사람들 유해안의 시선을 쭈욱 따라 웅성웅성대며 나를 쳐다보기 시작하는 팬들.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왜 안나타나는거지. 저 오늘요. 그년 오장육부를 갈기갈기 찢는다고 벼루고 왔어요' "비키세요. 비켜 니네. 저. 저쪽으로 가세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을때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았다. 으아아악 "안돼.안돼!!내 오장육부 안돼애!!!" "네? 아니 저 저쪽으로 경호해드릴려구" 무슨소리를 하고 있느냐는듯 인상을 찌푸리는 경호원. 나는 고개를 숙인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망신이다. 이건.. 그것도 망신...이런..개망신. "우우우우~우우!!!" 내가 경호원에 보호를 받으며 무사히 촬영장으로 들어오자 사람들의 야유소리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뭐 이런걸 예상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무척이나 쪽팔리고 짜증났다. "햇살씨. 거기서 뭐하고 있었어요!" 고개를 푹 숙이고 기죽어 있는 나에게 먼저 다가온건 정이나 피디님. "아.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에이. 고개 숙인건 안어울려요. 늦어서 화낼려고 했는데 화도 못내게 먼저 선수쳐버리네!" 장난스럽게 웃어 보인다. "죄송해요." "얼른 당당하게 고개 펴요. 작아지지 말라구요! 햇살씨는 누가 뭐래도 저희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갈분이라구요" 으엉엉. 그순간은 정말이지 할수만 있다면 피디언니의 얼굴에 뽀뽀를 퍼붓고 싶었다. "네! 저 잘할께요!!!" 그래. 잘하자! 기죽지 말자 이햇살!아자아자 화이팅이야!!! "햇살씨 대본연습 했어요?" "물론. 오케이요!!일주일전부터 열심히 외웠다구요!" 내 씩씩한 대답에 눈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피디님. 촬영준비를 시작하기 위해 촬영팀에게 다가가셨다. "우우우!!!죽어라!!얼굴도 못생긴게!!!" 코디언니에게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에도 야유소리는 끊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휴우. 이 야유소리는 언제쯤 끝이 날껀데!! "못생긴건 아나보다. 그치 박치기" 그때 귓가에 갑자기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하나. "응 아나보…으아악 뭐야!!" 기겁을 하고 소리치자 유해안이 깜짝 놀란듯 두 눈을 크게 떠보였다. 제길. 너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길래 동요해버렸다 그만. "어젠 왜 도망갔어?" 멍해진 내게 유해안이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사정이 있어서" "우릴 잘도 기다리게 했겠다!" "이것도 사정이 생겨서" 대충대충 대답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혀를 메에- 내리고는 뒤돌아서는 녀석이였다. 아. 한마디를 남기고선 말이다! "못생긴게-" 우씨 못생긴게??! 자기는 가식덩어리 주제에!!!!! 그나저나, 신언호는 어딨지. "........" 무의식적으로 신언호를 찾던 내시선이 멈췄다. 빌라 앞 계단에 앉아서 한은겸과 장난을 치고 있는 신언호. 오늘은 모자티 입고 왔네. 예쁘다. "자.자 이제 슬슬 시작할까요? 은겸이 언호 여기 얼른 오구. 햇살씨 앞에 서세요." 촬영준비를 마쳤는지. 피디 언니가 손짓하자 계단에서 은겸과 언호가 일어서서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으으- 귀가 멍멍해진다. 꺄악 꺄악 비명소리는 말도 못하고. 곳곳에서 사진 찍는소리. 사진찍지 말라며 소리치는 소리. 모두 엄청났다. 역시 대단하구나. 혼수상태는. "어? 친구우! 언제왔어? 오늘도 안녕!" 엄청난 혼란속에 한은겸과 신언호가 내옆에 섰다. 내옆에 스자 마자 장난스럽게 웃으며 인사를 건내는 한은겸 이.이렇게 내게 친한척하면 난 정말 오장육부가 갈기갈기 찢어질꺼라구! "아.응응!"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안녕" 신언호도 내게 살짝 손을 흔들었다. "아..응" 이번엔.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에에?? 뭐야! 이햇살!! 가슴이 두근거리는건 오.오바야!! "자. 조명 햇살씨 비춰주시구요." 신혁과 유해안까지 내 양옆에 서자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엄청 떨리기 시작했다. 진짜 촬영하는거구나. 정말로 촬영하는거야 이제!!! "갑니다 스텐바이 큐!" 피디언니의 싸인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명이 내게로 비추어졌다. 촬영팀의 제제로 팬들의 목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카메라도 내게로 향하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해졌다. 이…런건 정말 처음이다. 이런 기분은 정말 처음이였다. "아.저…아 그러니까 음." 어쩜좋아. 말이..말이 잘 안나와. "햇살씨 연습한대로해요. 편하게." 우물쭈물 거리다가 결국엔 엔지가 나왔다. 여기저기서 비웃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자 다시 큐!" 정말 미치겠네. "아 저..." "휴. 다시요 햇살씨." 다시 한번 엔지가 나고. 다시 한번 큐싸인이 들어왔지만 나는. "......아...저." 또 다시 말을 버벅거리며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무려 10번의 엔지를 내버린 이햇살. 지각으로도 모잘라서 연달아 사고를 치고 있다. 엉엉. "조금만 쉬었다해요." 지쳐버린 피디님이 음료수를 들이키며 말하자. 여기 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 욕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흑흑. "바보아냐 이거" 잠깐의 휴식시간. 애꿎은 대본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옆에 서있던 유해안이 나를 향해 중얼거렸다. 으으. 열받는다. "여기 우리 팬들 깔렸다. 너 나 노려보면 안돼 큰일나" 그말에 기분이 나빠진 내가 눈알이 빠지도록 노려보자 거만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는 유해안. 여러분. 그런데 이분 왜 자꾸 저한테 태클을 거는걸까요? "너 자꾸 왜 나한테 태크..." "니가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어?..." "그 사람이 저 카메라안에 담겨있다고 생각해." "너야말로 바보아냐?" 왜 갑자기 이런사이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나는 유해안이 한것과 똑같이 비아냥거리며 녀석을 쳐다봤다. 그러자 유해안이 다시 한번 말했다. "큐 사인이 들어오면 그사람한테 이야기를 해주는거야. 지금 이공간에는 너랑 그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그사람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거라고 생각해." "........" "알겠냐 멍청아-" 내머리를 꾸욱 누르면서 웃어 보이는 유해안. "으응." 역시 경험이 많으니까.이런데도 능숙하구나. 나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고개를 끄떡 끄떡 거렸다. "햇살씨. 얼마 안돼니까 우리 금방 끝내요 한번에. 알았죠?" "네? 아 네!!" "네! 그럼 힘내자구요. 자!! 스텐바이 큐!" 그소리에 다시 한번 큐싸인이 들어오고 다시 한번 조명이 날 비추어준다. 그리고 카메라가 나를 향했다. 카메라. 카메라. 카메라안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 담겨져있다고 생각하라구? 그래!!!이햇살 할수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햇살이라고 합니다" 신언호. 신언호라고 생각하자. 이햇살, 넌 지금 신언호한테 이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거야 [15] "이번에 혼수상태의 비밀일기를 찍게 될 행운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평범한 고등학생이라 무척 떨리기도 하고 기대도 되요." 신언호. 신언호한테 얘기하는거야. "앞으로 제가 혼수상태에 비밀들을 하나 하나 캐낼테니깐요! ese 홈페이지에 질문이나 아이디어, 그리고 궁금한것들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그럼 잘부탁드립니다!!" 마지막 대사를 마치고는 가운데에 서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이제 오케이 싸인만 나면 된다. 오케이 싸인만. "오케이!!" 짝짝짝짝- 그때 요란하게 박수를 치면서 일어서는 피디님. "햇살씨. 너무 잘하잖아요!!!!" 나 한거야? 잘한거야??! "네??" "잘했어요!!!" 겨우.. ..해낸 모양이다. "박치기- 잘했어" 꿈을 꾼것 마냥 멍해져 있는데.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리는 유해안. 옆에서 멀뚱히 서있던 신언호도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렸다. 기뻐. 나도 해냈다는게 너무 기뻐. "비켜. 비켜요!!!!!!저년 내 저년 오장육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테다!!!!" ... .......... ................... ..................... ........ \다음날. 두드릴까. 말까. 벌써 10번은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무사히(?) 첫촬영을 마친 다음날 아침. 나는 카메라를 들고 혼수상태의 숙소에 다시 찾았다. 숙소는 매니저오빠에게 받은 아파트 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산엄한 경비속에서도 들어올수 있었다. 예전엔 아파트 밖에서만 서성거렸지. 안으로 들어올라고 갖은 생쇼를 떨었었는데. 막상 쉽게 들어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번엔 사고 치지 말고 잘하기에요!!!' 문앞. 나는 귓가에 윙윙 대는 피디언니의 말이 자꾸만 생각나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인터뷰촬영이 있는날. 1화에 담을 간단한 숙소소개와 멤버 각 개인의 인터뷰를 찍어가기로 했다. 편집할때 사이사이 내 음성을 넣는것으로 1화 촬영분이 끝나고 2화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오늘 나 잘할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없다. "에라 모르겠다-" 띵동띵동. 한참을 망설인 끝에 벨을 눌러버린 이햇살. 하지만 인기척이 없다. 띵동띵동. "암호를 대라" 그때 인터폰으로 나인걸 확인했는지 장난을 치는 한은겸. 후우. 역시 오늘도 만만친 않을거 같다. "자.장난하지 말고 열어줘" "암호를 대지 않으면 우린 촬영에 임할수 없다!!!" "아.알았어, 암호가 뭔데??" "원숭이춤 추기!" 맙소사. "미쳤어?? 얼른 문열어!!!!!!!" "흐응 게임이나 하러 갈까." "알았어!!!!!알았다구 하면 댈꺼 아냐!!!" 매번 느끼고 깨닫는거지만. 정말 절대로 이것들 정상이 아냐!! 한명은 과묵에다가(신혁) 한명은 왕엉뚱에다가(언호) 한명은 왕왕왕 가식에다가!(해안) 한명은 또라이에다가 (말안해도 아리라 믿는다) 우르르쾅쾅. 알고 있었던 혼수상태의 이미지들이 점점 깨져갈때마다 마음이 아파왔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혼수상태를 좋아하는 마음이 변하진 않았지만♡ 그나저나. 나 지금 뭐하고 있는거냐구... "원투 몽키 쓰리, 원투 몽이 파.파이브!!!" 이 모습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부지가 보신다면 놀라 기절하실꺼야. "약해약해" 열심히 원숭이 춤을 추었건만! 인터폰으로 들려오는 짓궂은 한은겸의 목소리. 휴.... .....내 이것만은 안할려고 했다만. ...... ................ ... ....... "요 쎄끼 요 쎄끼쎄끼," 나는 격렬하게 원숭이 흉내를 내었다. 그리고 드디어 달칵- 열리지 않을것만 같은 문이 열렸다. 나는 뭐했냐구? 닫히기 전에 얼른 들어갔다! "안녕하…" 꾸벅 인사를 하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들리는 거라곤 남자 두명의 촐랑맞은 웃음소리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마자 보인건 숙소에 널부러져서 꺼억꺼억 웃어대고 있는 한은겸과 유해안. 한은겸은 뒤집어져서 엉엉 울어대며 웃고 있다. "파하하 요 쎄끼 쎄끼 우헤헤헤.우헤헤헤헤" 결코 내 흉내 따위를 하는것을 잊지 않고는. "니.니들 뭐야 정말!!" "요 쎄끼쎄끼" 이번엔 유해안이 내 흉내를 따라 내었다. 나 정말 얘네들한테 제대로 놀림 받고 있는거 맞지?? 으아아아악!!!!!!열받는다!! 어째서야. 어째서 내가 동경하는 가수들이 이모양이였던거냐구!!! 씨이- "매니저오빠 어디갔어? 연락 드렸는데." "푸하하 잠깐 나갔어 파하하" 하지만 혼자 열받을일은 아니였다. 어찌되었든 8시까진 테잎을 방송국에 가져가야 하니깐. "인터뷰해야해. 누구부터 할래?" 나는 마구 웃어대는 그들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신언호부터해. 우린 게임해야돼거든. 아니면 혁이형부터 하던가" 신언호방으로 추정되는 곳을 가리키며 볼멘소리로 중얼거리는 유해안. 마침내 웃음이 멈춘 모양이다. 정말 어제 도와준것만 아니면 그냥 콱!!!! "알겠어." 아직까지도 마구 웃어대는 한은겸을 한번 노려보고는 신언호 방문을 열었다. 언젠가 혼수상태 디브이디에서 잠깐 비추어졌던 신언호의 방. 그때 보았던거랑 똑같이 깔끔했다. 방문을 열자 침대에 누워 있는 신언호가 보였다. 어제 너무 우왕좌왕 하느라 몇마디 못 나누어서 금새 어색해져 버렸다. "저기 신언호! 인터뷰 해야 하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신언호를 불렀다. 이자식아- 그렇게 쳐다만 보지 말구 일어서란 말이잖아. "나 지금 피곤한데" 마음대로 방에 들어온 나를 보며 한쪽 눈썹을 구기는 언호. 놈은 정말 피곤해 죽겠다는듯 침대에 얼굴을 푹 묻었다. 많이 피곤한가? 눈이 무척이나 졸린눈이였다. 언젠가 잡지에서 읽은적이 있었는데 혼수상태 한창 활동할때는 하루에 2~3시간밖에 자지 못한다고 했었다, 무척이나 피곤해 하는걸 보니 오늘도 스케줄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한은겸과 유해안은 저렇게 멀쩡한거냐고요. "응! 그럼 넌 마지막에해. 있다가 올게" 왠지 침대에 널부러져있는 신언호가 안쓰러워서 카메라 전원을 끄고는 방을 나오려는 찰라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으헤헤. 이왕 들어왔는데 방구경이나 할까? "나가주세요." 멈칫 거리는 그순간에 눈을 감은채 녀석이 말했다. 쳇- 귀신같은놈 "나.나갈려고 했다!" "박치기는 거짓말쟁이" 그놈에 박치기. 왜 안나오나 했다. 그래도 요 쎄끼쎄끼가 아니라서 천만다행 "피곤하다며. 자.잠이나자!!!" 침대에 누워서 눈을 꼭 감고 있는 언호. 나는 더 이상 투닥거리며 녀석의 잠잘 시간을 뺏으면 안돼겠다는 생각에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이번엔 정말 방을 나가려고 했는데 말이다. "......." 하필이면 그때 발견해버렸어. 휴지통에 수북히 쌓인 것들을 "...신언호.." 하지만 신언호는 아예 나를 무시해버리고 잘 생각인듯 대답이 없었다. "신언호 저거 뭐야..?" 믿을수가 없는 광경에 나는 멍해졌다. 휴지통에 수북히 쌓인것은 다름 아닌 수십. 아니 수백통에 팬레터들. 그 편지들은 미처 뜯지도 않은 상태였다. 뜯지도 않은채 버려진 팬레터들이 휴지통엔 가득했다. 믿을수…없어. 어째서 팬레터들을 저렇게 읽지도 않은채 버린거지? "휴지통" 내 질문에 살짝 한쪽눈을 뜨고 볼멘소리로 대답하는 녀석. "그거 말고." "그럼 뭐?" "그안에 든거." 무작정 화가 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신언호에게 막대하게 됐다. "편지." 신언호는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날 보며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그말이 아니잖아 신언호. 내가.내가 정말 이해할수 없는건 "저편지 팬들이 준거잖아. 그걸 왜 보지도 않고...버려?" "읽을 이유 없어." 너무나도 단호하게 대답한다. "뭐?" "나 졸린데. 계속 말해야해?" 귀찮다는듯 나를 향해 말하는 녀석. 솔직히 그순간 허...하고 너무 기가 막혀서 어이없는 실소가 뿜어져 나왔다. "왜 읽을 이유가 없는데." 그게 무슨말이야 도대체 그게 무슨말이냐구!! "나랑 상관 없잖아." 언호는 당연하다는듯 대답했다. 그순간 내머리를 스친건 언젠가 녀석이 말했던 팬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였다. "저 편지. 팬들이 몇시간동안 손 아프게 쓴 편지라는거 알고 있지. 근데 어떻게 보지도 않고 버려. 도대체 너..왜 팬을 안믿는거야..?" ...그러자 잠시 침묵.. 그 침묵을 깬 언호의 낮은 목소리 "솔직히 나랑 상관 없는 사람들이야. 내가 왜 귀찮게 읽어야해. 저런거 다 필요없어. 한심해 저런 사람들." 뭐라구.. ...뭐라구요... 부들부들. 도저히 못참아. 어떻게 저런말을 짓껄일수가 있는거야. 나는 들고 있던 카메라를 내려놓고는 신언호를 노려봤다. 이때만큼은 신언호고 뭐고. 혼수상태고 뭐고 내겐 그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신언호." "햇님아- 나가줘. 나 진짜 피곤해" 그으래. 그렇게 잘도 짓껄이겠다. "취소해. 방금 그말" "박치기-" "취소하라구 이자식아!!!!!!!!!!!" 용서할수 없었다. 그런식으로 팬들의 소중한 마음을 모욕하는 신언호를. 나는 도저히 용서할수가 없다. "나 화날라고 하거든요. 그냥 조용히 나가줄래요." 그러자 처음 보는 무표정에. 처음 듣는 굳은 목소리의 언호. ...정말로.. 정말 너한테 우리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인거야? 너에겐 정말 그런 존재밖에 되질 않는거야..? "쪽팔린다..." 울컥. 감정이 앞서버렸다. "........." "정말 쪽팔려!! 니 노래에 울고 웃었던 내가. 니 표정 하나하나에 열광했던 내가!! 씨디와 화보집 살려고 한푼도 안쓰고 돈을 모았던 내가!!!!!!!!! 진심으로 니 노래로 행복했다고 생각한 내가!!!!!!!!!!!!" "........." 빤히 날 쳐다보는 녀석. "지금 이순간 너무 한심하고 쪽팔려서 견딜수가 없을 지경이다!" 팬을 믿지 않는다니..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되주는. 가장 큰 응원단인 팬이 한심하다니. 언제나 영원히 곁을 지키는 팬이 한심하다니... 분노보다는 실망이. 실망보다는 슬픔이. 슬픔보다는 안쓰러움이... "그래도 안믿어. 날 위해 죽을수도 있다해도 안믿어 난. 미안" 언호가 피식 하고 웃으며 말했다. 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채 그런 언호를 노려보았지만 "죽더라도..팬은 안믿어" 언호는 다시 한번 내게 큰 상처를 남겼다. 나는 정말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퍼억. 울분을 참지 못하고 책상에 널부러져있는 잡지책 하나를 던져버렸다. 그것도. 연예인에겐 생명과도 같다는 녀석의 얼굴에.... "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신언호의 얼굴에 맞고는 바닥으로 떨어진 잡지책. 잡지책 때문에 신언호의 매끈한 얼굴이 긁혀버려 피가나기 시작했다. 황당하다는듯 긁힌 얼굴을 움켜지고는 나를 쳐다보는 신언호 나는 그런 녀석에게 꽥 소리쳤다. ... "그래!!!!!믿지마 이세끼야. 나도 이제 너같이 개념없는 가수 팬따위 안해. 알아들어??" 콰앙--++++++ 지금까지 혼수상태를 너무나도 좋아했었기에. 신언호가 웃으면 웃고. 아프면 같이 아파했었기에. 그녀석 목소리를 듣고. 그녀석 노래를 들으며 진심으로 행복했었기에 나는 너무나도 분했다. 분하고 억울해서 참을수가 없었다. "어? 요 쎄끼쎄끼! 어디가 인터뷰는!!!" 게임에 한창이던 유해안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치든 말든. 나는 울컥 쏟아져버린 눈물을 닦으며 그녀석들의 숙소를 나와버렸다. "어? 정말이네! 친구!! 친구!!어디가!!!" 피디언니 죄송해요. 저 또 사고쳐버렸네요. 그것도 엄청난 대형사고로요. 아파트 복도. 엘레베이터앞. 울그락불그락 벌개진 얼굴로 서있는 이햇살. '죽더라도..팬은 안믿어' 아직까지도 녀석의 목소리가 귓가에 멤돈다. 흥 웃겨!! "그래. 나도 이제 니 팬같은거 안한다 이거야!!!" 씩씩- 분을 삭히지 못한채 엘레베이터 버튼을 꾸욱 눌르고는 손부채질만 열심히 하고 있을 때.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가 10층에 섰다. 드르르륵- 문이열리자 들어가려는데. "어? 햇살씨 언제 오셨어요?" "에.에??네??" 맙소사. 문이 열리자 부딪혀버렸다. 엘레베이터를 타려는 나와. 내리려던 매니저와. 인상을 팽- 구기고 있었던 터라 나는 허겁지겁 표정부터 풀었다. "아.안녕하세요!!" "죄송해요. 잠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왔어요" "아 그러세요? 하하 그러시구나. 전 그런 이만.." "저, 잠깐만요" 에에에- 갑작스럽게 엘레베이터로 들어가려는 내 옷깃을 잡는 매니저오빠. 들킨건가. 신언호 얼굴에 흠칩을 낸걸. 설마 그럴리가. 난처한 표정으로 내가 매니저 오빠를 쳐다보면. "벌써 다 찍으셨어요?" 넉살 좋게 웃어보이셨다. 휴우우. 다행히 들키진 않은 모양이다. "네? 아. 그게.." "그런데 카메라는." "카메라요? 여기...어라 없네요.하하하하" 멀쭉히 들었던 한쪽 손을 놓고는 어설프게 웃었다. 놓고온모양이다.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저 숙소에! "들어가세요. 차라도 한잔 드려야죠!!" 어? 안돼. 안돼요 안돼!! 무작정 나를 숙소 안으로 떠미는 매니저오빠. 이건 아니다. 내가 지금 숙소에 다시 들어간다면?? 매니저오빠가 신언호의 얼굴을 보게됨-> 크게 분노함-> 신언호가 내가 그랬다고 이름 -> 더 크게 분노함 -> 인터뷰도 안했다는걸 알게됨 -> 폭팔함 그리고는.. 이햇살 사망. "저. 저기!!!!!!잠깐만요. 저 잠깐만요. 하하하 다음에 들어가는게." 삐릭.삐릭- 삐릭 그러나 가엾게도 묻혀버린 내 음성. 매니저오빠는 싱긋 웃으며 익숙한듯 비밀번호를 누르셨고. 이내 문이 열렸다. "들어가세요 햇살씨." 저렇게 예쁘게 웃는데. 매니저 오빠가 화를 안낼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말 크게 착각하는거다. 지금껏 말은 안했지만..저분은. 저분은! "네? 네.." 싸이와 흡사하게 생기셨다. 정말 울고싶다. "어? 형 왔...어라 요쎄끼쎄끼?!" 예상대로 흥분한 목소리로 게임을 하다 말고 통 튀어 현관으로 달려오는 유해안.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뛰쳐 나왔는데 이게 뭔 망신? "요쎄끼쎄끼?" 그때 매니저 오빠는 그게 무슨소리냐는듯 유해안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셨다. "아. 그게 형" "아!!맞다. 그러고보니 인터뷰를 미처 다 안했네요. 얼른 하러가요 해안아!!!" 매니저오빠까지 나를 요쎄끼쎄끼라고 부른다면 나는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안된다는 생각에 유해안이 말하기 전에 재빨리 선수쳐서 녀석의 등을 무작정 떠밀자. "아 햇살씨. 카메라는요??" 그런 나를 붙잡는 매니저오빠의 목소리. "아. 카메라요? 카메라. " 카메라라면 신언호방에 놓고왔다. 으으- 정말 산넘어 산이구나. "아까 언호방에 들어갔잖아. 놓고온거 아냐?" 어쩔줄 몰라 하는 날 보며 심드렁하게 중얼거리는 유해안. 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아 맞아 신언호방...아아악! 아니요 안돼요! 아니요 그게!!" 덜컥-. 내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매니저오빠가 언호의 방을 열었다. 나는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5초 4초 3초 2초.. ...1초.. "신언호 이자식아!!!!!너 얼굴이 왜그래!!!!!!!!" 결국 터져버렸다. 그건 실로 예상보다 엄청났다. "헛 어.언호야 얼굴!!!" 매니저오빠의 끔찍하도록 무서운 호통에 게임을 하다 말고 한은겸이 뛰쳐나올 정도 였으니까. "얌마 안일어나?? 이세끼야 일어나 빨리!!!" 침대에 벌렁 누워잇는 신언호가 그 소란에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섰다. 세상에. 아까는 미처 몰랐는데 심하다. 아주 심하게 긁혔어. 난- 죽었다. "형 나 귀 터져 죽겠다." 슬쩍 한쪽눈을 뜨고는 예쁘게 웃어보이는 신언호. 나는 이미 멀찌감치 떨어져서 두손을 모으고 있는중이다. "너 임마 얼굴이 왜그래!!!!!!!너 또 싸움했어???" 매니저오빠의 다그침에 신언호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으씨. 그래 내가 말한다. 말해!! "저 매니저오빠 그거 사실은 제..." "혼자 권투했어" 허억- 용기내서 쥐어짠 내말을 가로채고는 신언호가 말했다. "뭐?" "그래서 손톱에 긁혔어" "너 그걸 거짓말이라고 하는거냐?" "진짠데. 제일 못난 손톱에 긁혀서 이래" 날보고는 씩 웃는 신언호. 꼭 녀석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거 같았다. 이햇살. 상대를 잘못골랐어 너. 나는 그제서야 미친듯이 후회했다. "콱. 죽을라구. 너 이세끼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주는줄 알아. 다음번에도 얼굴에 이런 상처 냈다가는 죽을줄알아. 야 은겸아 구급상자 가져와라-" "응!!!알겠어!!!!" 고개를 힘차게 끄떡이며 한은겸이 구급상자를 찾으러 간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사람 성질 은근히 벅벅 잘 긁는 유해안은 일찌감치 신언호옆에 가서 '와 모양 간지나게 긁었네' 라는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아 햇살씨. 미안해요- 먼저 인터뷰하고 계실래요?" 한참을 인상을 찡그리던 매니저오빠가 그제서야 나의 존재를 깨달은듯 뒤돌아서서 말했다. "네!!!!!!!" 저야 그럼 고맙지요. 지금 이곳에서 신언호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있는건 고문이거든요! 그것도 아주 끔찍한 고문이요! "해안이부터해요. 그럼. 유해안 너 얼른 인터뷰하고와." "저요? 형 나 저거 게임해야하는데" "니들 이러면 휴식이고 뭐고 얄짤없다 앞으로." "아우 더럽게 무서워 할튼" 궁시렁 대면서 신언호의 침대에 일어서는 유해안. 나는 재빨리 옆에 있는 카메라를 들고 그방에서 나왔다. 후아.후아후아. 진짜 간 떨어질뻔했네!!- ........ ...................... ............ ..................... ........... ..................... ................ ......... 이번엔 유해안방이다. 뭐 방 꼴은 말도 못하게 더러웠고 들어오자마자 담배냄새가 확 풍겼다. 나는 녀석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으 담배냄새-" 골초네 이자식 골초. 노골적으로 코를 막고 있을때 유해안이 의자에 앉더니만 성질을 훽 부린다. "야 빨리 인터뷰해. 나 저거 게임해야해" "성질하고는.." "뭐??" "아.아니야. 잠깐만 카메라좀 키고" 나는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한 카메라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들었다. 으으- 유해안 인터뷰가 이건가? 저건가?? "아까 둘이 분위기가 이상하던데.." "엉? 뭐가? 아씨 어딨어!!" "신언호 스크래치 범인 너지?" 이리저리 분주한 나를 턱을 괸채 빤히 쳐다보는 유해안. "아아 응....이 아니라 뭐?????" 그순간 너무 놀라 벌떡 일어섰다. 그러자 유해안은 딱걸렸다는 표정으로 씩 웃는다. "정말 너야? 와 대단한데??" "아.아니야!!!!!!내가 미쳤어?? 내가 미쳤냐구???절대 아니야 절대 아니라구!허 참 어이가없어서!!!기가막힌다 진짜 허 참내!!" 이햇살 도둑이 제발 저리고 있음- "하하하하-" 예상대로 유해안은 자지러질듯 웃어댔다. 아까도 느낀거지만 이녀석 너무 호탕하게 웃어댄다. 씨포롱. "아 여기 찾았다-. 야.야 헛소리 하지말고 인터뷰나해!!!" 나는 녀석의 페이스에 휘말려서는 안돼겠다고 판단하여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원고를 받아들었다. 그러자 그런 나를 보고 중얼거리듯 유해안이 말했다. "너 귀엽다-" 라고.. "뭐????(얼굴 빨개졌음)" "얼굴만 예쁘면 작업거는건데." 포로로록(김빠지는소리) 으으으으으 내이녀석을 그냥!!!!!!!!!!! "야 왜! 나도 얼굴에 스크레치 내줄려구??"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할말 없다. "자.장난 그만해!!!인터뷰하자." "오케이" 옅게 웃는 유해안. 우와아- 잘생기긴 정말 잘생겼다. 뭐랄까 어떻게 보면 싸가지 없게 보일수도 있는 얼굴인데 굉장히 남자다운 포스가 느껴지는 얼굴이랄까. 실제로 인기투표를 하면 유해안과 신언호 둘다 박빙으로 나오니. "인터뷰 안해?" "어? 아 해!!해" 으윽- 잠시 유해안의 얼굴이 머엉 해진 모양이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는 준비해온 유해안의 인터뷰지를 읽었다. "첫번째 질문입니다. 음 유해안씨는 왜 가수가 되셨나요?" "뭐야. 그런질문밖에 없어?" "아 빨리 대답이나해" "그런 허접한 질문에 대답은 안해" 피식 하고 웃으며 나를 약올리는 녀석. 그래 니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는 똑같이 픽 하고 웃으며 말했다. "이거 그대로 내보냅니다." "아씨!! 알았어. 알았다고" 가식의 최고봉인 유해안은 당.연.히 동요했다. 나는 소리나게 웃었다. "자 레디!!큐" ..... 큐싸인이 나자. 갑자기 표정이 바뀌는 녀석. 와아 정말 무서운 가식이야 "..저 구박 투성이였거든요. 공부도 바닥이고. 맨날 사고만 치고. 진짜 제가 할줄 아는건 싸움밖에 없었어요. 맨날 듣는소리라고는 공부도 못하는게. 할줄아는거 하나도 없는 쓸모 없는게 왜태어났냐. 라는것들이였죠." ....... 진지한 유해안의 목소리. 그건 앞에와는 달리 가식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진실된 말투였다. "근데요. 노래를 부를때만큼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어요. 그때만큼은 저는 양아치가 아니였던거죠. 그래서 시작했어요. 그래. 할줄 아는거 하나도 없다고 했지. 왜 태어났냐고 했지. 노래. 그거 할라고 태어났다. 노래. 그거 하나만은 최고로 할줄 안다!!!" 말을 마치고는 특유의 웃음을 지어 보인다. 나는 머엉 해진 표정으로 카메라에 고정된 유해안을 응시했다.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람들한테. 세상한테. 하지만 제가 지금 행복한 이유는 결코 그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줬다는 자만심때문이 아니라요. 혼수상태에 멤버 유해안이기 때문에 그거 때문에 행복해요. 이거 아니였으면 제가 제일로 사랑하는 여러분들과 만나지도 못했을테니까요." "..........." "야 나 인터뷰 끝났어!" 머엉 해진 내가 이상했는지 유해안이 소리쳤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수가 없었다. 지금 뭔가 온몸에 전율같은게 흐른 느낌이다. "유해안.." "근데 두번째 질문은 뭐냐? 생각좀 해봐야겠네" "너 정말..." "....?...." ... .......... "멋진애구나!!!!!!!!!!!" 짝짝짝- 내가 요란하게 박수까지 치며 감탄하자 이번엔 녀석이 머엉해졌다. "뭐-?" 갑작스러운 내 칭찬이 쑥스러운듯 벌개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유해안. 벌컥- 그순간 문이 열렸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큰 흥분감에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는 푼수마냥 방방 뛰며 떠들어댔다. "너 정말 누구랑은 다르다. 정말 누구랑은 너~무 다르다!!!! 하하하 내가 진짜 혼수상태를 좋아하길 잘했어 팬하길 잘했다고!! 그 말아먹어도 쉬원치 않을 놈 때문에 잠깐 후회가 되긴 했는데 그래도 역시 너같이 멋진놈이 멤버로 있…" "저기." 그때, 내어깨에 스르륵 올려지는 손 하나.? 나는 방실방실 '뭐야? 히히' 라면서 뒤돌아 섰고. 그 손의 주인공과 마주치자 벌러덩 자빠져버렸다. 악- 엉덩이 아퍼 "어? 너!너-!!" 그래- 뭐 다들 예상했겠지만 신언호였다. 하얀 왼쪽 볼에 어울리지 않게 밴드 하나를 떡 붙이고는 "그 말아먹어도 쉬원치 않을 놈이 잠깐 보재는데요." 언제나처럼 둥글게 웃고 있는. 신언호였다. <17> "그 말아먹어도 쉬원치 않을 놈이 잠깐 보재는데요." 말을 마치고는 신언호가 씽긋 웃어보였다. 그러자 유해안이 자리에서 번뜩 튀어 오르더니만. "난 알지요." 이따구의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으니. "뭘?" "이거. 이거" 넌 또 무슨말을 하는거야. 라는 표정에 신언호에게. 이 푼수만도 못한 녀석은. 씩 웃으며 자신의 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건- 유감스럽게도 신언호의 스크래치가 난 볼에 위치와 같다. "박치기가. 스크래치 범인이지?" 맙소사. 너 정말 나한테 전생에 왠수졌니? 너 자꾸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티비속에서 보던 너는 이러지 않았잖아!!! 라고 외치고 싶은걸 가까스러 꾸역꾸역 참고는 나는 말그대로 미친듯이 쳐웃어댔다. "하하하하하하하하.으하하하하하" 그후 반응? 그건 모두가 예상하는데로 였다. "저렇게 흉악하게 웃어대는 여자는 처음봐. 세상에." 언제왔는지. 문틈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는 소리치는 한은겸까지 합세해서 나를 비웃는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 혼수상태 제기럴- "어. 어쨋든 인터뷰 마저해야하니깐 한은겸하고 신언호 둘다 나가줘." "응 싫어" 그러자 내말에 위와같이 얄밉게 대답하는 신언호 녀석- "뭐?" "할얘기 있다니깐요" .. 맙소사. 신언호 도대체 무슨 낯짝인거야. 아니 그보다 무슨 생각인거니. .... \방 결국은 꿈쩍도 안하는 신언호 때문에. 녀석의 방으로 잠깐 와버렸음. 현재 이햇살은 녀석의 침대에 걸터 앉아있고 신언호는 의자에 삐딱히 앉아 있는 중이다. "할얘기가 뭔데?"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직까지도 녀석에 대한 감정은 풀어지지 않았기에 신언호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싸늘한 목소리로- 뭐- 녀석에 잡티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흠집낸건 미안하게 생각 하지만 그렇다고 녀석을 용서할수 없다. 절 대 로! "와 무섭다 너" "......." 장난스럽게 웃으며 쿠션에 얼굴을 푹 묻는 언호, 그러다 비스듬히 고개를 들고는 내게 말한다. "놀러가자" "뭐??" 그말에 나는 마치 용수철이 퉁- 튕겨오르듯 녀석의 침대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정작 신언호는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은채 빤히 나를 쳐다볼뿐이였다. "나 해보고 싶은게 있었거든" 내참 바퀴벌레가 콧구멍에서 코파는소리 하고 있구만 이자식이- "그게 나랑 무슨상관이야. 그런 실없는 얘기 할라고 부른거면 나간다. 바쁘거든 인터뷰 때문에" "고자질쟁이"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순간 녀석의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에 멈칫. 서버리고 말았다. 제기랄. "뭐?" "이게 내 별명이였는데." "그. 그게 뭐 어쨌다는건데??(당황함)" "알겠어. 형한테 말하러 가야지" 별안간 개구진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서서 소리치는 녀석. 오호라 협박을 하시겠다? 그렇다고 천하의 이햇살이 눈하나 깜빡 하실꺼 같나? 나 이햇살이야. 이거 왜이르셔 비굴과는 연 끊은지 오래라고 이자식아!! ... ........ ................. "아.알았어. 뭐하고 싶은데 말만해!!" 하지만 나는 싸이님이 무섭다. "으- 목소리 하여간 엄청커" "하고싶은게 뭐냐구" 신언호 정도면 비쥬얼이 큰거겠지? 비싼거 사달라고 하면 어쩌지. 나는 저렇게 묻긴 물었지만서도 녀석의 대답이 나올때까지 엄청 많이 긴장했다. "떡볶이 먹는거" 씨포롱- 역시 엄청 비쥬얼이 크…뭐?!? "뭐? 저 내가 잘못들은거 같은데" "떡볶이 먹는거!!" 다시 한번 돌아오는 친절한 신언호의 대답에 다시 한번 이햇살은 머엉- "너 지금 나 놀리는거야?" "아니" "해보고 싶은게 근데 고작 떡볶이 먹는거라구? 그건 쉽게 사먹거나 만들어 먹을수 있잖아." 그러자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응시하는 신언호. "헐렁한티에 반바지차림. 쓰레빠 달랑 신고서 길거리에서 떡볶이 사먹고싶어" 맙소사- 신언호는 역시 엉뚱해도 너무나도 엉뚱한 녀석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순간. 이 대단한 스타가 혹시 또라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아주 잠.시 들었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알았어. 그럼 그거하면 이번일은 없던걸로 하는거다" 그래도 바보가 아닌이상은 알수있지. 이녀석 평범해지고 싶은거라는거. "오케이" 내말에 신언호는 손가락 두개로 원을 만들어 오케이 싸인을 가볍게 하곤 웃는다. 사실 아까일을 생각하면 너무 속이 상하지만 나도 한명의 팬으로써 그런 삐뚠 생각을 하는 신언호를 용서할수 없었지만 .. 녀석의 웃는 모습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듯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 신언호에게는 길거리 떡볶이를 먹는일이 저렇게도 신나는일인걸까. 자꾸만 웃는 녀석. 나는 비니를 꾹 눌러 쓰고 있는 신언호를 그렇게 한참을 응시했다. "탈출 준비 완료" 신언호의 바램(?)대로 녀석은 정말 너무나도 간단하게 외출준비를 마쳤다. 집에서 입고 있던 반바지와 검정티를 그대로 입고는 거기다가 하얀색 비니를 눌러쓴 정도니. 어느새 준비를 마치고는 브이를 흔들어대는 녀석에게 나는 믿을수 없다는듯 소리쳤다. "선글라스는?" "안해" "그럼 모자라도 바꿔. 얼굴 다 가리는걸로" "응 싫어" "어쩔려구 그래!!!" "저쩔려구 그래." 또 다시 베시시 웃어보이는 녀석. 이래선 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가 없잖아.. 웃음이 너무 예뻐서. "니 엉뚱함에 두손 두발 다들었다 정말" "난 니 괴팍함에- 이거 무지 아프더라" 그러자 한쪽 손가락으로 상처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그건 니가!!" "가자 얼른" 제길- 말을 더이상 잇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끈어버리는 언호. 휴 인터뷰 해야 하는데 갖다와서 해야 하는건가. 한숨을 푹 쉬고 있을때 신언호의 손에 의해서 방문이 벌컥 열렸다. "어? 하하하." 이건 또 뭐야. 문을 열자마자 보인건 깜짝 놀란 표정의 한은겸과. 그런 한은겸 때문에 더 깜짝 놀란 유해안. "엿듣는게 취미야 니들!?" 기가막힌 내가 어처구니 없다는듯 입을 열자 "그래 취미다! 그럼 좀 그런사람들 배려해서 크게 말하던가 뭐라고 자꾸 웅얼거리는지 짜증나 죽어 완전!" 도리어 대뜸 화를 내는 유해안이였다. 참 성격 특이하단말야. "어? 언호야 너 임마 시나리오 읽어봤어?" 타악-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시나리오 한편을 들고는 매니저 오빠가 거실로 나왔다. "형-" 신언호가 그런 매니저 오빠를 불렀을때 사실 이햇살이 얼마나 가슴이 떨리고 조마조마 했는지 아무도 모를것이다. "응. 이거 괜찮은데? 형이 읽어보니까" "만약에 제가 또 사고치면 어떻게 할꺼에요?" "뭐?" "빨리 대답해주세요" "너 이세끼 또 무슨일이야" "아니요 만약이요." 말하고는 신언호는 또다 또 미워할수 없는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넌 그때는 야구빠따로 10대는 맞을줄 알아라" 허업- 그 살가운 목소리에 잔뜩 쫄고 있는 나와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의 신언호. "별거 아니네. 그럼 예약이요 열대" "뭐? 무슨소리야 너" "저 지금 사고 칠거거든요" "어? 어어? 신언호!!!!!" 장담하건데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신언호가 멍하니 서있는 내손을 잡고는 도망치듯 집을 나온건 정말 헉- 하고 소리칠새도 없이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일. "이자식아 너 거기안서?" 머리가 아플정도로 큰 고함소리가 계단을 울렸지만 그런거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다는듯 신언호는 신나 죽겠다는 표정이였다. "그때도 이표정이였는데 너. 학교갈때" "그런가" "어린애 같네. 이럴땐" "그럴지도요" 됐다. 됐어. 내가 누구랑 말을 하겠니. "그래" 나는 짧게 대답하고는 신언호를 뒤따라갔다. 혼수상태가 오늘 쉬는날인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숙소 앞에는 평소보다 2배는 많은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앞으로 나가는건 도저히 불가능이였기에 우리는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 겨우. 정말 겨우 빠져나올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짓인듯 싶다. 지금 신언호는 선글라스도 모자도 쓰지 않은상태. 멀리서 보아도 혼수상태에 신언호라는걸 알아 차릴수 있는 상황이라구. "신언호.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자꾸만 걸음을 옮기려는 신언호의 옷자락을 붙잡고는 마지막으로 말리려고 했지만. 신언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거 은근히 똥꼬집이네. "난 정말 걸려도 모른다. 니가 어줍짢게 협박만 안했어도 나 이런 모험따윈 하지 않았어 신언호!" "네.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러자 너무나도 불성실하게 나를 향해 고개를 까딱 해보이는 녀석. 으씨. 이걸 그냥 확!! "..신언호....?" 그때였다. 아주 가까운곳에서 믿을수 없다는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맙소사. 나는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거봐. 어째 불안하다 싶었지.? 신언호 이제 팬들한테 깔려 뭉개질 준비나 해라. "........" 으응-?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쯤 되면 꺄악꺄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진찍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건데. "어디가?" <18> 그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건 유가은 목소리다. "놀러가." "햇살..이랑?" 그제서야 질끔 감았던 눈을 떴다. 하늘색 남방을 입고 있는 유가은. 더럽게 예쁘네. "응-" "어쩔려구 그래. 사람들이 알아볼텐데" "괜찮아." ...어... 나 또 없는 사람이 되버렸다. "언호야." "왜?" "나 너보려구 왔어. 오늘" "응." 자꾸만 유가은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는 언호녀석. 그순간 느낀건. 이들의 사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것 그거 하나. 역시 무슨일이 있는건가. 신언호가 저번에 자기 1년만에 죽는다는 얼도당토하지도 않는 거짓말을 친것도 좀 수상하고말야. "그런데도. 햇살이랑 놀러갈꺼야?" 멈칫- 그말에 신언호가 반응했다. 줄곧 땅을 응시했던 동공을 유가은쪽으로 옮겼으니까. 뭐. 비참하긴 하지만 괜찮아. 신언호가 지금 날 두고 유가은과 함께 숙소에 올라간다고 해도 난 괜찮을거야 "......." 괜찮을…거야. 괜찮다고. 씨포롱.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응. 가은아 미안. 담에 보자" 결과는 당연히 이햇살의 완패라고 생각했건만. 녀석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아주 뜻밖이였다. 눈가에 주름이 지도록 웃는 신언호. 녀석에 입에서 나온 그 믿을수 없는말에 내가 머엉- 해지자. 신언호는 유가은을 지나쳐 앞서 걷는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울듯한 얼굴로 그런 신언호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유가은 이거. 내가 선택받은거 맞지요. 어부지리긴 하지만 잠시만 비웃어도 되겠죠. "훗. 기집애 꼬셈이다. 어? 거기 나랑 놀.러.가.는 신언호야 같이가자!!!!!!!" 이렇게 조금은..그래 사실은 너무 많이 유치하지만. 나는 그렇게 혼자 남겨진 유가은을 비열한 표정으로 힐끔 쳐다보고는 신언호를 따라 나섰다. 오홍홍. 신언호녀석. 어찌 오늘따라 뒷모습이 저렇게나 멋진걸까 (☜심각한 기분파임) \떡볶이집 "아줌마 떡볶이 주세요. 여기 튀김도 같이 넣어서요!" 한산한 저녁. 007작전을 방불케 하면서 신언호와 한신빌라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포장마차에 도착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신언호를 알아보지 못하시는듯 인자하게 웃으며 별말 없이 떡볶이를 가져다 주셨다. 새빨간 떡볶이와 그 안에 함께 양념에 묻혀져있는 고소하고 바삭한 튀김이 담긴 접시가 앞에 놓이자.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진짜 맛있겠다. 그지 신언호!" "침 떨어 지겠다. 너" "그럼! 내가 떡볶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근데 너 사람들이 진짜 못알아본다. 뭐 몇명 안지나쳤지만서도! 하긴. 지금 니꼴은 혼수상태에 신언호로 절대 볼수 없지!" 나는 포크를 흔들며 먹음직스럽게 양념이 된 튀김 하나를 집어 들으며 말했다. 그러자 신언호도 옆에 놓인 포크를 집어 들었다. 아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이거 진짜 먹고싶었어. 이렇게 길거리에서 먹는거." "쳇. 지가 왕잔줄 알아." 중얼거리는 내말에 피식 하고 웃으며 떡볶이를 입에 넣는 녀석. 우와아 신기하다. 천하의 신언호도 이렇게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먹는다니. 그것도 티비에서만 보는 화려한 모습이 아닌. 이런 평범한 옷차림으로.. 솔직히 말하면 괜히 기분이 좋았다. 뭐라 그 기분을 글로 표현할수는 없는데. 아무튼간에 그랬다. 음 그러니까. 왠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신언호의 모습을 안것만 같아서랄까?.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다가 풉 하고 웃으며 떡볶이를 입에 집어 넣었다. "참. 신언호-" "응. 말해" "너 유가은이랑 무슨일 있는거야? 이런말 하는거 주제 넘는거 같긴 한데 아무래도…" 말을 흐릴수밖에 없었던건. 신언호의 표정이 너무나도 싸하게 굳어져버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뭘까. 이녀석은 왜이렇게 비밀이 많은거야. "아하하하. 그래 뭐 이야기 안해도 좋아. 아하하하" 그나저나 나 왜이렇게 바보처럼 쳐웃는어 버린거야. "햇님아. 너 지금 떡볶이 국물 튀었어." 그러자 대뜸.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녀석이 말했다. 제길 "아하하...미안. 근데 내 이름 햇살이라고 몇번 말해??" "세번." "그래 세번!이 아니잖아!! 그럼 햇살이라고 불러줘." "난 햇님이가 더 좋은데." "그럼 나도 너 쉰언호라고 부른다." "떡볶이 많이 먹어. 햇살아." 풉- 신언호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왠지 그 모습이 귀여워서 피실 하고 웃는데 "맞지? 맞지??? 맞지 신언호?!!" 그때였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그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 보자. 눈 앞에는 있어서는 안될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닌거 같은데??" "아냐 맞아!!!!!확실해!!!" "어? 근데 저여자애. 어제 촬영한애 아냐?...그럼 저사람 신언호???" "꺄아아아아악!!!!!!!!!!!!!!!!!!!!!" 세상에. 나는 그대로 경악해버렸다. 숙소앞에서 죽치고 있었던아이들인듯 몸에 신언호 얼굴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돌돌돌 말고 있는 그녀들. 엄청 빠른 속도로 우리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이럴줄 알았어. 들킬줄 알았다구. "...돌겠다.." 그 모습에 적지않게 당황한듯 녀석이 주춤주춤 일어섰다. "신언호." "재네좀봐 무서워." 잔뜩 겁을 먹은듯 울상을 짓는 신언호. "튀어!!!!!!!!!!!" 나는 그런 신언호의 손을 잡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돼!!!너이년 그손 안놔?' 라고 소리치면서 무서운 속도로 쫓아 오는 팬들. 그순간 든 생각은. 정말 잡히면 끝장이다 라는 생각이였다. 이번엔 계란이 아닌 수박이 아닌, 저아이들의 무지막지한 머리통이 날라올것만 같았다. 그건 정말.. 생각만해도 소름끼쳐!!!!!!!!!!! \한 낡은 건물 옥상 "헉.헉 힘들어. 하아 나 진짜 죽겠다." 겨우 따돌렸다. 나중에는 내가 체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신언호에게 끌려오다 싶이 했지만서도. 어쨋든 뿌듯하다. 나는 거친숨을 내쉬며 옥상문을 꽉 잠구었다. "어..? 신언호 너." 그리고는 막 뒤를 돌아섰는데. 그곳에는 믿을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옥상 난관에 아슬아슬하게 걸터 앉아서 하얀 담배를 입에 무는 신언호. 아주 익숙한 동작으로 담배에 불을 붙인다. 맙소사. 신언호도 담배를 핀단말야? "신기해?" "어..??" "외계인이 담배펴서." "아.아니 그보다…" 말없이 언호가 담배 한모금을 빨아 들였다. 언호의 입에서 뿌연 담배연기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머엉- "왜 팬을 안믿냐고 했지." 그순간 조금은 어렵게- 어찌 보면 조금은 쉽게. 그렇게 언호의 입이 열렸다. "어...?" "사람들은 흔히 그래. 영원할꺼라고. 정말 영원한 팬으로 남을거라고. 아니. 영원한건 없어." 녀석이 말을 마치곤 씁쓸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문다. 왜일까 지금 신언호가 너무 외로워보이는건. "......."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영원히 내 팬이 되겠다는건 현실성이 없잖아. 그사람들은 내가 어떤생각을 하는지도.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도 상관없어. 그저 티비속에 보이는 내 모습이 좋은거지." "언호야.." "그게 다야. 혹여 내가 자신들의 기대에 못미치거나 실망시키면 그다음부터는 등뒤돌리는게 팬이야. 담배피는 내모습에 놀란 너처럼." "......" ... ..... "그래서 안믿어." 말을 마치고는 피식 하고 웃으며 담배를 바닥으로 버리는 언호. 나는 그런 신언호 옆에 앉았다. 솔직히 그순간 든 생각은. 이아이에게 무슨말이라도 해줘야만 한다는 거였다. 무슨말이든. "겁쟁이네." "겁쟁이?" "사람들이 너한테 등을 보일까봐. 니가 먼저 등을 보이는거잖아." "......" "이자식아. 너 이렇게 겁쟁이였냐?? 난 니가 담배핀거보다 이게 더 실망스럽다!!!" ... 그렇게- 소리를 꽥 질러버리는 이햇살을 빤히 담아내는 신언호의 동공 "예뻐" 에엑-? 그때 별안간 살짝 잠긴 목소리로 언호가 말했다. 이게 무슨 또 뜬금없는 소리냐. 이 엉뚱한자식아. "어? 무슨 소리야. 술 취했어?" "햇살인 그런 당당함이 예쁘다구" 그순간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소리를. 빨개진 얼굴로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피식하고 뭐가 우스운지 예쁘게 웃어보이는 언호. 이.이게- "왜. 왜웃어!!" "니 얼굴이 벌개져서" "하 참내- 안빨개졌거든!!" "누가 뭐래요" "그냥 그렇다구요" "응-" 그러자 고개를 끄떡끄떡. 귀엽기도해라, 꼭 어린애 같잖아 "그래." "이만가자" 그때 언호가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그순간 옷에 벤 알싸한 담배향이 확 풍겨져왔다. 나는 일어서서 휘휴 하고 한숨을 쉬는 녀석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안가?" 가만히 앉아서 자신을 쳐다보는 내게 물어오는 언호. 그래도 내가 대답이 없자 장난스럽게 뒤돌아스는 시늉을 하면서 '먼저 가버린다'하고 소리친다. 타악- 이햇살이 그런 신언호에게 하얀 손을 잡아버린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차가운 밤바람이 기분좋게 콧등을 스쳐 지나간다. "신언호" "응" 듣기 좋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자신의 손을 잡은 내손을 빤히 내려다보는 녀석. "난말야…" "응-" "니가 참 좋아. 난 니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걸 무지 좋아해. 그래서 신언호도 좋고. 신언호가 하는 음악도 모두 좋아" "야 그러지마. 무서워 너 스토커같아" 그순간 정말 진심으로 저녀석 머리를 이빨로 쥐어뜯어버릴까 하다가. 다시 한번 감정을 다잡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니가 말한데로 영원할거라는건 나도 잘모르겠어. 그래도 분명한건 절대 무슨일이 있어도 잊지 않을거라는거야." 그제야 귀 담아 들어준다. 어쩌면 녀석에겐 말도 안돼는 말로 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라도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언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난 신언호 니가- 꼭 팬들을 위해 노래하는 멋진 가수가 될거라 믿어" "......." "왜냐하면 니 노래를 들으면 알수 있거든. 니가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는지. 그 열정이 느껴져." "........" "그러니까 당연히 너도 곧 알게될거야. 니가 열정을 담은 노래. 좋아하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넌 누가 뭐래도 최고의 가수니까" 내말에 언호가 피식하고 웃는다. 나도 따라 바보처럼 베시시 웃었다. 그날밤. 밤하늘의 별은 그 어떤날보다 밝게 빛났고 스치듯 지나가는 밤바람 냄새도 향긋했다. 그리고 언호와 내가 꽉 마주 잡은 손은 눈물이 날만큼 따스했던걸로 기억한다. <19> "햇살씨. 자꾸 이러면 정말 곤란해요." 신언호와 오랜 방황 끝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매니저 오빠가 건낸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 대신 신언호가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줄줄 알았건만. 녀석은 피곤하다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린지 오래. 결국 나는 매니저 오빠에게 듣기 싫은 소리만 잔뜩 듣고는 인터뷰를 마저 할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네" "............." "아하하하. 그.그럼 신혁씨 인터뷰 시작 할께요??하하" ...신혁과의 인터뷰는... 제일 어색하고 지루했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나는 정말이지 맙소사를 속으로 수십번은 외친거 같다. 그만큼 신혁은 왠지 교과서적인 대답만 줄곧 했고. 그바람에 이햇살은 진땀을 흘려가며 인터뷰를 마쳐야만했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은겸씨의 자신있는 개인기는??" "요쎄끼. 요쎄끼 요쎄끼" "(으으 참자)한은겸씨. 지금 뭐하시는건가요? 하하. 저는 분명 개인기를 보여 달라고 했는데.." "요쎄끼. 요쎄끼쎄끼. 저 지금 원숭이 흉내 내고있어요. 누가 가르쳐줬거든요." "(조금만 더 참자.)아하하. 누가요?" "음. 눈이 요렇게 올라가고. 그러니까 뭐라 설명할수 없는 얼굴을 가진..." ........ .................... ........................... ............... ........................ ........ ... "야 이 개색히야!!!!!!!!!!!!!!!!!!!!!!!!!!!!!!!" 한은겸과의 인터뷰는 앞에서 보이는것처럼 나 혼자 성질내고 나혼자 열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고. 유해안과의 인터뷰는 한은겸처럼 무지 어려울거 같다는 내 걱정과는 달리 매우 빠르고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왜냐면 유해안은..... 가식의 최고봉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은겸. 유해안을 차례로 상대하고는 마지막으로 막 신언호에 인터뷰를 하려고 녀석의 방에 들어갔을때. "..........." 나는 그만 풉 하고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그건 침대에 벌렁 누워있는 신언호 때문은 아니였다. "인터뷰나해."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신언호는 꽤나 쑥스러운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고. 나는 알았다면서 카메라 전원을 켰다. 그러나 얼마 안가 다시 그곳으로 시선을 옮기는 이햇살. 그곳에는 휴지통에 버려져 있던 편지가 수북히 싸여있었다. 대견한 마음에 다시 신언호를 쳐다보자 녀석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럼. 인터뷰 시작한다!!" 신언호가 더 좋아질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언니! 여기 인터뷰테잎이요." 학교가 끝나자 마자 부랴부랴 달려온 방송국. 원래 예정대로라면 어제밤에 늦게라도 와서 넘겼어야 하는건데 너무 피곤해서 그러질 못했다. "늦었네요. 햇살씨" "네- 헤헤 그러네요. 죄송해요!" "앞으론 그러면 안돼요?!" 슬쩍 웃음으로 넘기는 이햇살을 마냥 귀여운듯 봐주시는 정이나PD. 나는 피디언니가 무지 좋다. 으헤헤. 어쨌든 언니에게 테잎을 넘기고는 편집실을 나오려는데 갑작스럽게 피디언니가 나를 부르더니. "아참 햇살씨" "네?" "음. 혹시 저희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 가봤어요?" 공식 홈페이지? 그러고보니 저번에 만들어졌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가보질 못했구나. "아.아뇨. 죄송해요. 오늘 꼭 가보고 감상평...." "다행이네요." "네?" "햇살씨." "네." "부탁드릴께요. 홈페이지 접속 하지 말아요. 햇살씨를 위해서도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뭐 피디언니가 이런말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쯤이면 수십만개의 항의글이 올라왔을거라고 예상은 했었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학교에서.. 우연히 지나가는 말로 들었는데 내 안티까페 회원수가 10만명을 돌파했댄다. 이게 말이나 되는 사실이냐구요. "하하. 괜찮아요. 뭐 전 씩씩하고 당당히니깐요!" '햇살인 그런 당당함이 예쁘다구' 왁. 뭐야. 갑자기 신언호 목소리가 귓가에 울릴껀. "그럼 햇살씨. 또 봐요" "네 언니. 저 갈께요.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편집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느꼈는데 가슴이 무지 뛰더라. 얼굴도 벌개지고. 호.혹시 피디언니가 본건 아닐까? 그럼 무슨 개망신이야!!! "어? 이햇살..?" 벌개진 얼굴을 감싸고는 이제는 조금 익숙한 방송국 로비를 걸어가는데 갑자기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무대 의상을 입고 있는 유해안이 보였다. "어. 유해안이네" "뭐야. 그반응? 죽고싶냐" 실실 웃으면서 내게로 점점 다가오는 그녀석. 예전 같았으면 가수라는 것에 대한 신기함에 가슴이 쿵쾅쿵쾅 요란스럽게 뛰어대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걸 느꼈다. 사람이란게 참 간사해서 그새 편해진 모양이다. 어쨌든 유해안은 내옆에 서더니만. "반갑다?" 라고 비꼬듯 인사를 건냈으니. 휴. 정말 보는이만 없었더라면 이녀석 머리를 다쥐어 뜯어버리는 건데. 제길. 아쉬워. 아쉬워 죽겠다구! "그래. 방송하러 왔어?" 그냥 대답하기 뭐하길래 위와 같이 말을 붙였다. "어. 야 근데 너말야" "나 뭐?" "신언호랑 무슨관계냐?" 유해안의 말에 잠시 멍해진건 사실이다. 신언호랑 나랑 관계가 있긴 한걸까. 라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굳이 관계가 있다고 붙이자면 그저 프로그램 진행자와 가수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그런데 "관계는 무슨. 그럼 너랑 나랑은 무슨관곈데?"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기분이 이상했다. "스토커와 너무나도 완벽한 가수." 으으. 치고싶다. 정말 저 입을 딱 한번만 갈길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거야. "그래. 어련하시겠어." "나 머리 하러 가야하는데. 같이갈래?" "에에? 거길 내가 왜가." "신언호도 있으니까." 묘하게 말끝을 흐리며 나를 쳐다보는 유해안. 걸려들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내 입이 먼저였다. "그래!!좋아!!!" 이 방정맞은 입 때문에. 묘하게 변하는 유해안의 표정. 아뿔사. 방금 이건 내가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역시 뭔가 있는 사인가보네." "아니야." "얌마. 형이 비밀로 할테니까 음료수나 뽑아" "아니라니깐?!!" 갈갈히 날뛰면서 유해안을 쫒아가는 바보천치 이햇살이였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 이제 조금 있으면 신언호를 볼수 있다는 생각에... \분장실. 결국은 유해안에게 음료수 하나를 물리고는 쫄래쫄래 쫓아온 분장실. 그곳에는 곤히 잠들어 있는 한은겸과 책을 보고 있는 신혁, 그리고 핸드폰 게임에 열중인 신언호가 있었다. "유해안. 너 머리해야 하는데. 어딜 싸돌아다녀!!" 조금은 지저분 하다고 생각되는 분장실을 신기한듯 쳐다보고 있을때, 저번에 한번 본적이 있는 코디 언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히 웃으며 인사를 건내는 코디 언니. "안녕하세요."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답인사를 했다. 그러자 우웩 하면서 토하는 시늉을 하더니 의자에 앉아버리는 유해안.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할수만 있다면 유해안의 가죽을 물어 뜯어 없애고 싶었다. 정말 너무나도 얄미워. 얄미워 죽겠다구요!! 부우웅- 어쨌든 유해안이 자리에 앉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드라이기가 켜졌고. 순식간에 할짓이 없어진 나는 뻘쭘하게 신언호에게로 다가갔다. '햇살인 그런 당당함이 예쁘다구' "..................." 또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생각나버렸다. 나 오늘 정말 왜이러지. 어제 인터뷰 할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늘은 자꾸만 생각이 나서 미칠지경이다. 이상하게 얼굴도 이상하게 화끈거리고.. 도리도리. 아니지. 이햇살. 너 지금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시.신언호 안녕!!" 나는 얼른 생각에 나래를 접고는 너무나도 뻘쭘하고 어색하게 게임에 열중인 녀석에게 인사를 건냈다. 힐끔 거울로 유해안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뭐 어쨌든 나는 좋았다. "..........." 하지만 그게 다였다. 신언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내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엉- 해져버린 이햇살. "신언호...?" 뭐랄까. 믿을수 없는 그상황에 나는 다시 한번 신언호를 불렀고. 지금 이순간만큼은 옷이며 메이크업이며 완벽하게 마친 탓에 정말 티비속에서 보는것만 같았던 신언호가 슬며시 일어서서는. ".........."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도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시선을 피하고는... "뭐야..? 왜저래?" 중얼거리듯 유해안에게 묻자 유해안도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신언호가 나간 그곳을 쳐다볼 뿐이였다. 왜 모르는 사람처럼..날 피하는거지??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었는데... "뭐야. 박치기 너 지금 차인거야?" "........." 가슴이 욱씬거리고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그래서 유해안의 저런 실없는 말에 대답해줄 여유조차 없었다. "이거 때문에 그래요." 그때였다.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던 코디언니가. 내게 신문 하나를 내밀은건. "누나. 그게 뭐야? 야. 나도 줘봐 보게" 나는 버럭 성질을 내는 유해안의 말을 단박에 무시해버리고는 신문을 폈다. 그리고는 봐버리고 말았다지요. 신문 1면을 당당하게 장식하고 있는 신언호와 내사진을.. 뭐랄까. 그순간은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고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튼간에 그랬다. "뭔데 그래?" 아무말없이 신문을 떨어트려버린 나를 보며 정말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 거리는 유해안, 그러다가 정말 궁금했는지 드라이기를 하다 말고 일어섰다. "야 이자식아. 머리 하는데 자꾸 뺀질댈래?" "형. 뭘 새삼스럽게 그래요" "뭐?? 형??! 아고. 아고 나 혈압" 1면을 장식한 사진은 다름아닌 신언호와 내 사진이였다. 어제 찍힌듯 손을 꼭 잡고 있는 사진속의 우리, 물론 내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단박에 보아도 나인걸 알수 있는 사진이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아이돌그룹. 혼수상태 멤버 신언호의 그녀?" 신문을 주어든 유해안이 기사를 또박또박 읽어가면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아버렸다. 이럴려고 한건 아닌데. 정말 이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이햇살. 괜찮아?" 나 때문에 신언호가 곤란해지는 꼴이 되버렸다. 고작 나 하나 때문에.. "어? 야!!!야 박치기-" 유해안이 놀란듯 소리치던 말던, 나는 분장실을 나와버렸다. 자꾸만 스치듯 지나가는 신언호의 무표정이 떠오려는걸 지우고, 또 지우면서 말이다. 무작정이긴 했지만. 신언호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너 곤란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할것만 같았다. "햇살씨" 그순간이였다. 그러니까 정확히 내가 분장실을 다급하게 나올때. 내 손을 잡아챈 매니저 오빠. 매니저오빠의 표정은 아주 차갑게 굳어져있었다. 그모습에 고개가 저절로 떨구어졌다. "죄송해요." 그러자 침묵. 온통 조용해진 복도. 가만히 나를 응시하던 매니저오빠의 입이 열린건 그로부터 4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이 지나서였다. ... "잠시 이야기좀 할수 있을까요.?" \까페. 한적한 까페안. 세네명이 될까 말까 한 조용한 까페안. 그중에서도 가장 구석진곳에 매니저오빠와 마주보고 앉았다. 당당하고 싶었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였다. 이 기사가 신언호에 이미지를 얼마나 깎는지도. 혼수상태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도, 모두 너무 잘 알기 때문이였다. "아침에.." 커피 한모금을 들이킨후 무겁게 입을 여시는 매니저 오빠. 나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떡였다. "네." "소속사 실장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전 그제서야 기사를 봤구요. 햇살씨도 기사 보셨죠??" "죄송해요.." "햇살씨." "네?" "이런말 기분 나쁠꺼란거 잘 알면서도 할께요. 지금 저희 사무실로 기자들한테 전화가 수십통이 오고 있어요. 오늘 얘들 이제 리허설하고 방송 올라가야 하는데 심지어 그곳에서도 있구요. 숙소앞에는 벌써부터 팬들이 울면서 기다리고 있고. 아마 기자들이 햇살씨 학교나 집도 금방 알아낼지도 몰라요." ... .........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한 모양이다. 나는 그순간 할수만 있다면 그대로 없어졌으면 하고 느꼈다. 그만큼 어제일이 너무나도 후회되고, 내가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에 견딜수가 없었다. "........." "언호는 공인이에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꺼번에 받는 공인이요. 언호 행동 하나하나가 기사가 되고 화재거리가 되요. 소속사에서 수습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이런일 다신 없도록 해주세요." "네. 주의하겠습니다. 정말 앞으로는..." "방송 이외의 만나는일 없도록 해주세요." "네?" "햇살씨도 혼수상태 팬이니까, 정말 혼수상태를 위해서라면 그렇게 해주세요. 최악의 경우엔 이 방송이 중단될 수도 있으니까요" ".........." "..그럼 애들 방송때문에 먼저 일어설께요." 스르륵. 멍해진 나를 조금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다가 일어서는 매니저오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머리보단 심장이 더 앞섰다. 심장이 욱씬거려서 입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 결국은 주제 넘은 짓이였다. 지금까지 신언호에게 했던 말 모두 주제 넘었던 짓이였던 거다. 나는 수많은 팬들중 한명이였을뿐인데.. 그동안 나는 조금 특별하다고 느껴서 신언호를 친구처럼, 동생처럼 오빠처럼 그렇게 특별하게 생각해버렸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하...." 눈물이 났다. 그건 지금 이순간 너무나도 초라해져버린 나때문에도 아니였고,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기 때문에도 아니였다. 나 때문에. 고작 나같은거 때문에 신언호가 피해를 봤다는 생각에 내가 미워서. .... 그래서 눈물이 나버렸다. "맞지 저년." 그때, 조금은 거칠게 문이 열리더니 다급하게 내 앞에 선 아이 두명. "어. 맞네" "야." "........" "너 따라나와.." \주차장 피실피실 웃음이 세어나오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이런일 이젠 익숙할만도 한데 여전이 우습다. "응 두리야. 거봐 내가 방송국에 있을꺼 같다구했지? 응 잡았어. 딱 방송국 앞에서 죽치고 있는데 까페에 이년이 앉아있는거 보이는거야. 그래서 그냥 낚아채고 왔어." 낚아채고 왔대. 나 정말 환장하겠네요. "오키! 얘들 데리고 빨리 일루와!" 이제야 전화를 끝냈는지 핸드폰 플립을 탁- 하고 소리나게 닫고는 나를 향해 씩 하고 웃어보이는 여자아이 한명. 그 옆에 있던 다른 여자아이는 망을 보겠다면서 좀 멀리인곳에 자리잡고 있다. "너 이제 죽었다. 지금 애들 몇 명이 오는주 알아?" "별로 알고싶지도 않아." 맞으면 맞는거고. 죽으면 죽는거고. ..... 차라리 지금은 아무 생각없이 죽도록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나는 건조한 목소리로 위와 같이 대답했다. 그러자 여자아이가 코웃음을 친다. 입가에 은색 피어씽이 같이 씰룩였다. "너 언호오빠랑 사귀는것도 아니라며.? 너 혼자 조아라 쫒아다니는거라면서." 여자아이가 한 질문은 대답해줄 가치가 없는 질문이였다. 나는 피식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맞아." "빽도 엄청나다면서?! 니네 아빠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러냐. 니네아빠가 뭐하는데? 뭐하길래 그렇게 믿고 깝치는데요" "대통령." "뭐?" "우리아빠 뭐하냐면서. 대통령 한다고" 빠악- 솔직히 말하면 내 생전 이렇게 세게 맞아본건 처음이였다. 세상에 손바닥으로 머리를 쳤는데 빠악 소리가 났으면 알만하지 않은가. "너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거냐." "응." "뭐? 너 진짜 주제파악 안되나 보구나." 타악- 이번에는 있는 힘껏 나를 미는 여자아이. 그바람에 무방비 상태였던 내가 털푸덕 엎어지자 순식간에 운동화로 내얼굴을 짖밟아 버렸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서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예전같았으면 갈갈히 날뛰면서 머리끄댕이를 잡았을텐데 이번일만큼은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생각에 반항하지 않은채 그냥 이아이들에게 실컷 맏고 싶었다. 벌받는셈 치고. "때려. 분 풀릴때까지" "뭐.?" "나도 잘못한거 아니까. 때리라구." "지금와서 그렇게 동정심 얻을라고 말해봤자 우리 끄떡없거든.? 너 때문에 오늘 몇 명이 울고 쓰러지고 했는줄 알아?" 그러자 위와 같이 독기가 가득 찬 목소리로도 모자랐는지 주먹을 부르르 떠는 여자아이. "알아. 내가 주제 넘었어..그냥 때려." 아무것도 안돼는 내가. 정말 주제 넘었어. 신언호가 너무 따듯하게 해줘서. 유해안이 너무 친근하게 장난을 쳐줘서, 한은겸이 너무 재밌게 해줘서. 신혁이 너무 예의바르게 해줘서. 그래서 나도 이사람들과 똑같은줄만 알았어. "말은 잘하네." 피식 하고 웃으며 그여자아이가 다시 한번 발에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는 내머리를 잡은채 주먹으로 얼굴을 내리쳤다. 솔직히 말하면 아팠다. 근데 지금 흐르는 눈물이 아파서 나오는건지, 아니면 신언호 때문에 나오는건지는 모르겠다. "오늘도 한은겸의 퍼펙트 라이브. 영선이 누나 나 솔직히 죽였지." 그때였다. 때리는 그 여자아이나 맞는 이햇살이나 낯익은 그 목소리에 둘다 멈쳐버린건. "까불지마. 좀!!!" "어머. 여보. 지금 말 다했어?? 나 진심으로 상처받았...." 하하하하. 뭐야. 뭐가 이래 진짜. "한은겸...이다. 까아아악!! 오빠!!!!!!!!" 주차장에 누워서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고 있는 나와는 달리 때리던 여자아이가 괴성을 지르며 한은겸에게로 달려갔다. 망을 보고 있던 아이도 그소리에 놀라 옆을 쳐다보다가 이내 비명을 지르며 함께 뛰어간다. "..............." 하하. 나 뭐가 이렇게 우습냐. 뭐가 이렇게 비참해. "이햇살.." 이내 조금 뒤에 유해안도 모습을 드러냈고. 그리고 그다음은. "............." 생각도 하기 싫었는데. 정말 유감스럽게도 신언호였다. 왜 몰랐을까 이 주차장에 혼수상태에 벤이 서있었다는 사실을, 왜 저아이도 나도 몰랐을까. 무작정 눈물은 쏟아져 나오는데 일어날수는 없었다. 왜냐구? 너무 아팠으니까. 사실은 너무 아파서 입술을 꾹 깨물고는 ...신음소리를 참았던 거니까. 눈물을 참았던거니까... "아프겠다." 그런데 내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내 눈물을 닦아주는 이아이 때문에. 참았던 눈물이. 참았던 신음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와버렸다. "신언호!!!!!!!!!" 매니저 오빠의 말에도 이렇게 꿋꿋히 눈물을 닦아주는 이아이 때문에. "울지마." 이렇게 따듯하게 위로해주는 빌어먹을 신언호 때문에.... <21> "이햇살 괜찮아? 우와- 엄청 얻어 맞았네" ... 잠시후 유해안까지 합세해서 내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매니저오빠가 소리치던 말던 이들에겐 그게 중요해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니네가 이렇게 쳐다보면 나 솔직히 말해서 무지 쪽팔려. "오빠!! 싸인 해주세요. 네??" "실제로 보니까 얼굴 진짜 요따만해! 어쩔꺼야!!" 한은겸을 보면서 저렇게 쌩 난리 부르스를 쳐대는 여자아이들을 보니까 허탈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아무튼간에 그랬다. "니들 나가. 얼른!" 수습은 매니저오빠의 몫이였다. 여자아이들을 무지막지한 힘으로 끌고 나가는 매니저오빠. 언제 내가 한번 말하지 않았는가? 저분은 싸이를 닮으셨다고.. 어쨋든 지금 내게 중요한건 이게 아니다. 나는 매니저 오빠를 쳐다보다가 이내 생각의 나래를 접고는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신언호의 손을 탁 치고 힘겹게 일어섰다. "건들지마, 신언호" 따듯했고, 기뻤다. 언호가 위로해 주니깐 이 아이들에게 맞은게 하나도 억울하지 않았으니. "아까는 쌩까더니, 왜? 니 팬들한테 얻어 맞으니까 미안하긴 하냐?" ...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하려고 한다. 왜냐구? 싫으니까. "너 화났어?" "신언호 지금 내꼴 안보여?" 신언호가 나같은거 때문에 힘드는게 싫으니까. "아까는 밖에 기자가 숨어있어서"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야." "........." 차가운 내 목소리에 신언호의 표정이 굳었다. 사실 말은 저렇게 하고 있지만 기자가 숨어있어서 차갑게 굴었다는 말이 얼마나 내 심장을 뛰게 했는지 모른다. 나는 일부로 모든걸 숨겼다. 얼굴도, 말투도, 내 심장도 "내가 왜. 너 때문에 이런꼴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이햇살." .. .... "내가 왜?? 죽은 우리아빠 욕까지 들어가면서!! 이렇게 비참하게 맞아야 하는데. 스캔들 난것도 솔직히 다 너때문이잖아!!!!!!!!!!" 미안. 미안해 신언호. 정말로 이렇게 모진말 하는거 죽도록 미안해. 하지만 내가 할수 있는건 이거밖에 없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거밖에 없어. 니가 더 이상 따듯하게 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내가 착각같은거 하지 못하도록. "앞으로 절대 보지 말자. 방송할때도 부탁이니까. 말걸지마." 이렇게 밀어내는거. 그거밖에 없는거 같다. 내가 생각해도 억지스러운 그말을 내뱉고는, 벙져 있는 유해안을 지나쳐 뒤돌아서려할 때. 언호가 내 옷자락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리고는 "미안"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뒤돌아 설수는 없었다. 난 벌써부터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놔." "미안해." "하. 제발 놔줘." 그러자 스르륵- 거짓말처럼 언호의 손에서 힘이 풀렸고 나는 도망치듯 걷기 시작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은채 앞만보고 말이다. 그때 눈물이 떨어지는데 하필이면 그곳에 상처난 부분이라서 따끔거렸다. 그래, 그래서 따끔거리는거야- 눈물 때문에. "이햇살. 너 지금 오반거 알지. 왜그러는거냐??" 유해안의 성난 목소리가 주차장을 울렸지만, 나는 끝까지 뒤돌아 보지 않았던거 같다. \집 '미안' '미안해' 빌어먹을. 왜 자꾸 신언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서 빠지지 않는거냐구요. "세상에. 이햇살!!!너 눈이 왜그래. 너 방송국에서 무슨일 있었어? 얼굴은 왜 또 그모양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먼저 경악을 하셨다. 대충 계단에 굴러 넘어진거라고 둘러대고는 방에 들어갔을땐 내가 놀랐고, "으아아아아악" 그래, 거울속에 비친 내 몰골은, 사람의 몰골이 아니였다. 솔직히 내가 이런말 자주 안하는데 진짜 내가 봐도 오바이트가 부욱 하고 나올것만 같은 얼굴이였다. 여기저기 눈물과 함께 섞여버린 피가 번져있는 얼굴. 맙소사. 이얼굴로 그렇게 소리쳤으니. 대략 엽기 플라스 공포였겠구나. 얼른 씻어야겠어. .... ......... ... 삐릭- 대충 얼굴을 닦고는 다시 방에 들어섰을땐 정말 한숨 잘생각 이였다. 하지만 빌어먹게 자꾸만 신언호의 얼굴이 생각 나는 바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러고보니 컴퓨터도 정말 오랜만에 하는거 같다. 예전에는 혼수상태 사진이며, 자료들 모으느라 하루종일 했었는데.. "햇살아. 밥먹어" "응? 아냐 아직 생각없어. 엄마 먼저 먹어" "엄마가 닭볶음 했는데!?" "이따가 먹을께!!" 엄마와의 방문을 사이에 두고 한 저런 영양가 없는 대화가 끝났을때, 컴퓨터 켜짐을 알리는 또로롱- 소리가 방안에 퍼졌다. 그럼 오랜만에 인터넷이나 켜볼까. "하지만. 겁은..나긴 하구나" 그렇게 잠시 망설였다. 왜냐면 오늘은 스캔들이 터진 날이니까. 도리도리. 아니다. 뭐 언제 이햇살이 이런거가지고 꿀린적이 있나!?! (물론 많다..) 나는 용기를 내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켰고. 아니나 다를까 사이트가 뜨자마자 신언호와 나의 스캔들로 여기 저기 기사가 링크 되어 있었다. 다행인건 정말 매니저 오빠 말대로 소속사에서 힘을 썻는지 그 대부분의 기사 내용들이 [신언호 연애설, 거짓기사인걸로 밝혀져...] 라는 내용들이였다. 리플들을 보니 나름대로 신언호가 비난에서 벗어나 있어서 혼자서 뿌듯해 하고 있는데 "맙소사." 제목: 대박! 안보면 후회함. 이햇살하고 혼수상태 봄 [저 오늘 이햇살 봤음. 진짜 못생겼어요. 그런데 다들 걱정 안하셔도 될듯 싶어요. 이햇살이 일방적으로 조아라 쫓아다니는거였음. 어쨌든 ese방송국 앞에서 죽치고 기다리다가 이햇살 만났는데, 이햇살 완전 쪼다. 제 친구가 엄청 밟아놨어요. 근데 그때 딱 혼수상태가 왔는데요 (오해하지 마세요. 거기가 주차장이여서 이햇살이랑은 완전 상관없었음) 진짜 거짓말 아니고 한은겸 얼굴 엄청 작구요. 해안이오빠 앞에서 포스 장난 아니구, 근데 내사랑 혁이는 없었음. 마지막으로 신언호. 대박 완전 대박, 근데 뭔가 이햇살이랑 일은 있는거 같더라구요. 신언호가 이햇살 눈물 닦아줬음. 아 이햇살 엄청 꼬리침. 그년 꼬리치는거 짜증나 죽겠다구요.] 이 글을 읽어버린 나는 뒤로 자빠져 버렸다. ... "내 이냔들을 그냥!!!" 으아악 정말 열받는다. 정말로 너무나도 아 죽을거 같다. 그 글의 수백개의 리플이 달려있었는데. 차마 담기도 험한 말이여서 그건 생략하겠다만 그래도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잖아. -이것들아 니네가 뭘 아냐? 나에 대해서 뭘 그렇게 잘 안다고 그런 험한말 잠시후. 나는 나도 모르게 답글을 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에 피식 하고 웃고는 컴퓨터 전원을 꺼버렸다. 사람이란게 이렇게 이기적이다. 예전에 나라도 그랬을텐데 라는 생각에 자꾸만 웃음이 삐져나왔다. '미안' '미안해' 그렇게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다시 귓가에 울리는 신언호의 목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매니저오빠의 다시는 이런일 없게 하라는 부탁. 마지막 신언호에게 울고 불고 소리치는 내 목소리가 차례로 들렸다. 그건 왠지 혼란스럽기도 하고, 뭐랄까 '내가 왜?? 죽은 우리아빠 욕까지 들어가면서!! 이렇게 비참하게 맞아야 하는데. 스캔들 난것도 솔직히 다 너때문이잖아!!!!!!!!!' .. 기분이 이상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사실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인지, 어떤 마음인지도 하나도 모르겠었다. 신언호와 계속 말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때문에 이런일이 벌어졌으니 다시는 말하지 말아야겠다고도 생각되고, 어차피 끝까지 녀석에게 나는 팬이니까. 한명의 팬일 뿐이니까 괜한 기대 하지 말자고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꾸만 기대하게도 되고. 아무튼간에 그랬다. 하지만 그와중에 분명한게 하나는 있었던거 같다. 그게 뭐냐면. "으아아. 더럽게 보고싶네. 그것도 웃는거. 활짝" 녀석이 보고싶다는거였다. ... ♬♩＃♭♪♬♩＃♭♪ 앨범이며 자켓이며 모두 꺼내놓고 보고 있을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왠지 귀찮아서 받지 않고 있으면 끈질기게 끈기지 않고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장담하건데 이건 민지가 틀림없다. "이년아 왜!!" 그랬기에 한치의 의심없이 민지라고 그렇게 생각했기에. 나는 핸드폰 플립을 열자마자 신경질적으로 소리쳤지만 상대편에선 그 흔한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뭐지? 이상하네 하면서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머릿속이 하애졌다. 젠장- 민지가 아니다. [왠수년]이라는 정겨운 발신자 대신 알수 없는 번호가 찍혀 있는 액정안. 나는 그제서야 뻘쭘한듯 여러번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 "아하하 죄송합니다. 친구인줄 알고요. 그런데 누구세요?" 이햇살, 아 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듯 싶지 않니. -나요 "네? 죄송한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안들려요. 다시 한번 말해주시겠어요?" -신언호요 그순간은 말이다. "장난전화는 나빠요. 끊겠습니다." 솔직히 믿고 싶지 않았다. '신언호요' 하고 그러는 목소리가 신언호인걸 단박에 알았지만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다. 뭐 환청이 들리는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면 정답일듯. -나 어렵게 도망친건데. 끊으면 너 진짜 매정한 사람이다. .. <22> 하지만 그건 환청이 아니였다. 정말 빌어먹게도 똑똑히 다시 한번 신언호의 목소리가. 이제는 조금 많이 익숙한 그 장난끼 어린 목소리가 그렇게 다시 한번 똑똑히 들려왔으니 말이다. "신언..호??" 그래도 믿을수 없던 나는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 신언호 "저.정말 신언호??" -정말 신언호. 수백번 물어도 녀석은 똑같이 대답할 모양이였다. 맙소사. 신언호. 정말 신언호다. 그제서야 이 믿을수 없는 상황이. 말도 안돼는 상황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 이햇살. "뭐???????너. 너 어떻게 내 핸드폰 번호 안거야???? 아.아니 그것보다 도망쳤다니??????? 너 지금 어딘데????" -아.. 그러자 작게 신음소리 비스므리한걸 내뱉는 녀석. 그순간 눈에 빤히 보였다. 귀가 아프다면서 한쪽 눈을 찡그리곤 한쪽손으로 귀를 막고 있을 녀석이. "아 미안. 소리질러서" 언호는 워낙 내 큰 목소리에 저렇게 반응하곤 했으니. 지금 녀석과 말을 하면 안된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채 나는 바보처럼 어느새 언호에게 사과를 해버렸다. 하지만 다음에 들려온 녀석의 말은 또 다시 내게 소리를 지르게끔 해서, 그 사과는 무용지물이 되버렸다. -지금 나와 "뭐..????????????" -나 지금 어디게요. "어.어딘데?" -니네집앞. 거기 공원에 쭈그리고 앉아있어. 근데 여기 더럽게 추워!! 자랑스럽다는듯 이야기를 하는 언호. 뭐 마지막 춥다는 말에서는 아니였지만. 어쨌든 중요한건 이게 아니다. "너 지금 장난하는거지." -응? 아니 그러자 이번에는 너무나도 순진 무궁 하게 대답을 하는 신언호녀석. 나참 돌아버릴지경이다. "거짓말 치지마. 니가 우리집을 어떻게 알고? 그말을 믿을거 같냐? 그리고 너 내가 아까 연락하지 말랬잖아!!!!!! 괜히 이런 장난에 내가 속아 넘어갈줄 아냐고" 속마음은 그러지 않으면서도. 아까와 같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 -공원에 나무 두 개. 의자 다섯 개. 그리고 여기 코뿔소 조각상도 있다. 이햇살. 나 진짜 추워. 빨리 오면 안돼? "코뿔소 조각상따윈 없어. 사슴 조각상이겠..." 맙소사. 그순간 줄곧 성질을 내던 내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무언가에 머리를 크게 맞은것만 같은 느낌에 멍해지고야 말았다. 나무 두그루. 의자 다섯 개,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사슴조각상. 여긴 누가 뭐래도. "너 거기 꼼짝말고있어!!!!!!!!! 얼굴 똘똘 감고, 숨도 쉬지말고 그러고 있어!!!!!!!!!!!" 우리 집 앞 공원이였기 때문이다. \집 앞 공원. "돌았네. 정말 돌았어 이자식" 한쪽 손에는 이불을 똘똘 감고는 의심반 불안반으로 도착한 공원. 믿을수 없겠지만 정말 그 공원에는 신언호가 있었다. 제일 구석진 벤치에 녀석의 말대로 쪼그리고 앉아있는 신언호. 자기 딴에는 모자도 푹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를 하고 오는 성의를 보였다지만, 아무리 저런다 한들 신언호인건 딱 티난다구요. "...휴.." 하고 작은 한숨을 뒤로 나는 괜한 불안감에 녀석에게 달려가, 가져 온 이불로 신언호가 뭐라할 틈도 없이 놈의 얼굴을 돌돌돌 감아버렸다. "이햇살. 이러다 나 숨막혀 죽어" 누가 보면 어쩌나 이리 저리 둘러보며 불안해 하고 있는 내게 신언호가 처음으로 건낸말은 바로 이거였다. 정말 허무하게도 말이다. "신언호, 아니다 사람들이 눈치챌수 있으니까. 그래 신똘이라고 부를게 지금은" "신똘이 뭔데요." "신언호 똘아이의 줄임말." 그러자 갑자기 훽 이불을 내리더니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놈이 말했다. "햇살아 나도 화나면 무섭다." ... 휴. 내가 정말 이 어린애같은 앨 데리고 뭐하는거야. "어쨋든 신똘. 너..아니다 일단 이것부터 대답해. 우선 내 핸드폰번호하고 우리집은 어떻게 알았는지." 지나가는 사람이 있나 없나 계속 두리번 거리면서 신언호에게 말하자 신언호는 피식 하고 웃더니. "피디누나 죽어라 쫄라서." 라는 어이없는 대답을 내놓았으니. 이렇게 나오면 나는 다음질문을 할수밖에 없다. "왜.?" "그냥" "자꾸 그런식으로 대답하면 나 집에 가버릴꺼야." "그럼 이햇살 니네집 놀러갈래??" 나는 정말 바보다. 신언호의 이런말 하나하나에 멍청이처럼 반응하고야 마니. 살짝 웃을때 주름지는 눈가만 봐도 이렇게 심장이 두근두근 뛰니. "그래..가 아니고, 신언호 어쨌든 난 너랑 할말없어. 그냥 심심해서 온거면 난 이만 가야겠다. 니가 사람들한테 걸리던 말던 나한텐 상관없는일이니까. 니 맘대로해라" 더 이상은 안돼겠다고 생각해서 위와 같이 말하고는 일어섰다. 어찌됐든 나는 신언호와 다시는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으니까. 오늘처럼 녀석을 공경에 빠트리지 않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이불은.." "..........." 그러자 내말에 빤히 나를 쳐다보는 신언호. "갈 때 쓰고가." 훽 녀석에게 이불을 던져주곤 그렇게 뒤돌아섰다. 피식 하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거슬리긴 했지만. 저 미키마우스 이불은 내가 가장 아끼는 이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자부한다. "아는게.." 그때였다. 그래 정확히 그때, 언호의 입이 조용히 열린건 "........." "하나도 없었어." "뭐?" "미안하다고 하고 싶은데, 전화를 하려니까 번호를 모르겠더라. 우리 안지 꽤 됐는데 그 흔한 핸드폰 번호도,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나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도. 어디 사는지, 난 하나도 몰랐어" "그.그건"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도 그 흔한 언호의 핸드폰 번호 조차도 알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은 없었던거 같다. 왜냐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언호랑 나랑은 팬과 가수 그 이상도 이하도 될수 없다고 머리가 그렇게 단정지어버려서 단 한번도 그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래서" "........." "슬펐어. 그리곤 알고싶어졌어. 니가" 신언호는 말을 마치고는 조용히 내게로 눈동자를 움직였다. 늘 생각하는거지만 이녀석 진지할때는 무서울만큼 진지해서, 그래서.. "아하하. 하하 그래? 그런데 날씨가 벼.별로 안춥다! 으하하" 나는 가끔씩 이렇게 할말을 잃어 엉뚱한 말을 내뱉고야 만다. "핸드폰번호는 뭔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음식은 뭔지. 못먹는건 어떤것들인지." 쿠웅- 정말이지 그순간은 말이다. 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간에 그랬다. 머리에 쿵- 하고 큰 바윗돌 하나가 떨어졌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는 느낌 이랄까? "그런말.." "..........." "하지마. 신언호, 진심이 아니라면 그런말 하지 마." 왜냐면. 그런말로 인해서 나는 이렇게 심장이 미칠만큼 뛰고. 이렇게 얼굴이 불에 덴것마냥 화끈거리고, 마음이 따듯해진단말야. 그러면 또 착각해. 신언호를, 이렇게 대단한 스타인 신언호를 좋아해도 될까. 나 그래도 되진 않을까 하고.. "햇살아." 그러자 스르륵 하고 언호가 일어섰다. 그리고는 뒤돌아 서있는 내 손 끝을 살짝 잡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언호 손은 무지 따듯하다. 이렇게 손끝이 닿았을 뿐인데도 "응??" 그때는 잠시 작은 침묵이 흘렀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는 모든게 멈추었었다. 왜 그런거 있잖아. 우습지만 시간이 모두 멈추어버린거 같은 느낌. .. 뺨을 스치던 차가운 밤바람도, 은은하게 풍겨오는 언호의 따듯한 냄새도, 길가에서 들려오는 여러 가지 소리들, 그런게 모두 느껴지지 않은채 그렇게 모든게 멈추어버린거 같은 거. 그때 내가 그랬다. "우리 연애할래?" 그런 내게 수줍지만 당당하게. 당당하지만 개구지게. 개구지지만 진지하게, 그렇게 그날 내게 녀석이 그랬다. 조금은 우습고 조금은 엉뚱하고, 조금은 떨리는 그런 음성으로 \다음날. [이햇살. 나 어제 엄청 혼났어] 어제밤. 나는 언호에게 그랬다. 왜? 라고 그러자 언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너라면 좋을꺼 같아서 라고. 물론 나는 그의미를 알지 못한다. 나중 일이지만 그 의미를 그때 알았더라면 나는 단박에 거절했으리라. ..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구. 푸우" 학교에 가는 길. 아침부터 띠리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온 언호의 문자를 보면서 나는 작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다시 한번 볼을 꼬집어 보지만 아픈걸 보니 꿈은 아닌 모양이다. [그러니까 앞으론 그러지마] 솔직히 말하면 신언호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신언호도 내게 그런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매니저 오빠와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언호를 곤경에 빠지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고서도 그말에 망설임없이 오케이 해버린건. 그래 그렇게 너무나도 무작정 그래버린건. "김민지! 나왔어" 내가. "어라? 왜이렇게 싱글벙글이냐?!" 신언호를. "응? 그래? 뭐 가끔씩 이렇게 웃는것도 나쁘진 않지?! 으하하하" 좋아해버렸으니까. 라고나 할까 \교실 "아, 나 니가 왜 이렇게 싱글벙글인 이유를 알겠다" ..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으면서 민지가 건낸말이다. 내가 무슨소리야 하고 고개를 돌리면 민지가 의미모를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왜냐면 너는 빠순이잖아." 저걸..확 그냥!!!!!!!!!!!!!! 콧구멍을 드릴로 파바박 쓸어버려?! "너 내가 빠순이라는말 제일 싫어하는거 알지? 그거 몰라서 니가 감히 그런말을 해?!" "하하하 야. 그런데 부탁이니 제발 콧구멍좀 벌렁대지마." 평소 나는 콧구멍이 조금. 그래 아주 조금 큰게 (휴 챙피하다.) 콤플렉스였기에 민지의 저 말은 도무지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려는데. .. 동시에 띠리릭- 하고 문자가 도착했다. [응. 근데 나 너 보고싶은건가. 그랬는데, 그래서 매니저형 몰래 또 탈출할까 했는데 안그래도 되게 생겼어 ] 앞뒤가 안맞는 문맥. 누가 보면 신언호 외국에서 살고 온 줄 알 정도네 이건. 그런데 도대체 무슨말을 하고 있는거야? 하고 문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을 무렵. 한 아이가 흥분한 목소리로 교실에 들어오면서 요란스럽게 소리쳤다. "다들 얘기 들었지??? 오늘 혼수상태 오는거!! 저번에 장학금 기부 때문에 신언호 왔었잖아!! 그거 때문에 이번에 혼수상태 다온대! 방송국에서 취재도 오고! 아 어떻게 너무 떨려!!!!!!완전 대박이잖아 이건!!!" 그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민지의 말의 의미도, 신언호의 문자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혼수상태가...학교에. 온다고...?" 순간 불길한 예감이 화악 하고 나를 덮쳐오는 느낌이 들었다. <23> 장담하건데 정말 내가 장담하건데요. 우리 학교가 세워진 11년의 역사상 이토록 전교생이 똘똘 뭉쳐 단합이 된적이. ...그러니까 그런적이.. "다들 조용히 하라구. 어이 거기! 그렇게 계속 떠들래? 니네 매운맛좀 한번 보고싶어?!??" 이렇듯 전교회장이 이렇게나 열성적으로 학생들에게 소리친적이. 그러니까.. 단 한번이라도, 우리학교가 세워진 역사상 그런적이 단 한번이라도. "거기! 현수막 똑바로 안드냐!?!?!" 있었던가요. "야. 니네 조용히 하라고! 딴학교 애들 못들어오고 교문 막아버려!!!" 장담하건데, 불행히도 단 한번도 없었네요. .. .......... "에 다들 조용히 해요.-" 세상에 있는것들을 모조리 태워버릴 기세로, 하늘에선 그렇게 더운빛을 내리고 있던날. 오늘은 이 엄청난 더위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학생들도 빠짐없이 운동장에 집합하였다. .. "오늘은 우리 학교에 현재 재학중인-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 에- 혼수상태에 신언호군이"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의 지루한 말씀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는듯, 저마다 수근거리면서 신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준비해온 플레인카드나, 현수막이나 그런것들을 흔들어 댔고. ... 뭐랄까, 그런것들을 보면서 느낀건데 지금 이곳은 마치.. 대한민국 고등학교가 아닌. 지금 막- 공연이 시작되고 있는 공연장같은 느낌이였다. "역시 대단하네." "그러게-' 볼멘 소리로 중얼거리는 민지. 거기에 고개를 끄떡이며 동조해주는 이햇살. 뭐, 이상할건 없었다. "햇살아." "응?" "나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 민지와 나는 스텐드에 앉았다. 마치 이방인이라도 되는것처럼- 바글바글 모여있는 운동장에 아이들을 넋놓고 바라보면서. 아 하나더 추가하자면 아까부터 조용해진 핸드폰을 꽉 쥐고는 "혼수상태 말야. 넌 촬영해서 잘 알잖아. 그래서 묻는건데" "으응?" "우리랑은 많이 달라? 난 가끔씩 이렇게 광적으로 얘들이 나올때. 무섭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너무 대단해서" 뭐랄까 조금은 씁쓸한 표정을 짓는 민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떡였다. 민지야 믿어지니. 니말대로 그렇게 대단한 신언호가 이렇듯 아무것도 아닌 이햇살에게 '우리 연애할래?' 라는 간질간질한 말을 내뱉은게. 나는.. "사람은 다 똑같은거지 뭐." 나는 사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담담한척, 아무렇지도 않은척 했으면서도 사실은 아직도 하나도 믿어지지 않는다. ... 단지 어제 그일이 사실이엿구나 하고 느낄수 있는 이유는 아직도 왼쪽 심장이 요란하게 뛰고있다는것-? 그뿐이니까- "어쭈 빠순이. 그랬어요?" 그러자, 오랜만에 짐짓 심각해진 내 볼을 꽈악- 그러니까 마치 종이를 꾸기듯 그렇게 꼬집어 버리는 민지. 죽.. ....죽... "죽고싶냐 너??????????????! 오랜만에 진지해졌는데, 빠순이?? 너 진짜 한번만더 그런소리를 짓껄이면 가만두지 않겠다!!!!" 그렇게 갈갈히 날뛰고 있는데, 드르륵 하고 문자가 도착하는 진동소리가 들리더니. 그와 동시에 빼액 하고 저 멀리서 담임선생님이 우리를 향해소리쳤다. "거기, 이햇살!!!김민지!!!!!!!니네 다 얼른 안와??! 이것들은 집합때도 땡땡이냐!!!!!!" \ "선생님은 왜 맨날 저희만 미워하세요" "그럼 지금 내가 니들을 미워 안하게 생겼니? 얼른 줄이나 서" 툴툴, 하고 입이 대빨 나와버린 민지의 어깨를 툭 치고는 (☜괜히 털털한척) 내가 먼저 길게 늘어진 줄 뒤로 몸을 옮겼다. 덥다. 정말로 더워 죽겠다- 이런날 조회라니, 하지만 더 신기한건 단 한명도 짜증을 내지 않고 있다는점, 물론 남자아이들의 대부분은 '저 빠순이들. 짜증나 죽겠네' 라는 표정으로 한심하게 여자아이들을 노려보고 있었으나. 정말 오랜만에 우리 학교 조회 분위기는 최상 그자체였다는 후문이다. ... 드르륵- 그 찌든 더위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때, 다시 한번 문자가 왔음을 알리는 진동소리가 허벅지에서 느껴져왔다. [야 너 어디야] ...으응...? "누구지?" 솔직히 나는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문자를 보낸 사람은 언호일꺼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말좀 쉽게해. 참 너 학교온다면서?' 라고 보낸 내 문자가 1시간전 녀석에게 씹혔기 때문에.. 하지만 문자의 주인공은 [신언호] 라는 문구 대신. 또다시 01032435344 라는 알수없는 번호가 찍혀있었다. -누구세요. 라면서 한쪽 손으로 능숙하게 답장을 보낸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래 한 1분정도가 지난거 같다. 금방 보낸거 같은데. 드르륵- 하고 또 금방 온 답장. [유해안님] 이자식- 내번호는 또 어떻게 알고. -아아. 그런데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어디냐고] 뭐, 이런 답장이 올지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에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 왜냐면.. 유해안은 가식의 최고봉 이니깐. -나. 조회서고 있지!! 근데 니네 우리학교 온다면서? 궁시렁 거리면서 그애에게 보낼 답장을 쓰고는 전송 버튼을 꾸욱 누르고 있을 그때. "햇살아. 오랜만에 학교에서 보내"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고.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 얼굴이 내앞에 나타났다. "응. 안녕" 정확히 3일만인가. 4일만인가 보는 유가은이였다. 나는 이아이가 정말로 싫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얼굴을 구기고는 인사를 한뒤 곧바로 시선을 돌렸는데. "오늘 애들 오는거 알지?" 라면서 자연스럽게 내옆에 스는 유가은. .. ..아.. 정말 할수만 있다면 저 가식적인 웃음을 재봉틀로 꼬메버리는건데. "응. 알아" "조심해줘. 스캔들도 났는데" 말을 마치곤 묘하게 웃는 그녀 왠지 내가 진 기분. 왜냐면 스캔들에 대해선 백번 천번 내가 잘못한거니까. 나는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다. "그래. 조심할께" "모르지 또, 햇살이가 고의로 스캔들을 내버릴지." 참자.. ..참자 이햇살.. 참아야한다. 이햇살 할수있어. 이렇게 유가은이 뒤돌아설때까지 몇번을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스캔들일은 누가 뭐래도 내 잘못이니까. 참아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신언호를 더이상 공경에 빠트리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래서 참아야 겠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속에 참을인을 수십번 세기고 있었는데. ..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스캔들말야. 누가 그 사진을 찍었을까." 뒤돌아서면서 묘하게 말꼬리를 올리는 유가은 때문에. 억지로 세겨 넣었던 참을인이 모두 지워져버렸다. "무슨말이야..?" 타악- 하고 자신의 옷깃을 잡는 나를 조금은 건방진 눈으로 내려다 보는 유가은. 그모습에 순식간에 굳어져버린 내 얼굴 "글쎄 무슨말일까. 햇살아. 많이 덥지?! 그럼 고생해" "잠깐. 무슨말이냐고 묻잖아" "잘 모르겠는데.?" ... ............ \ "거기서, 유가은 거기 서라고!!!!!!!!!!!" 목소리가 쉬어버릴 지경이다. 교묘하게 비꼬더니 걸음을 옮겨 학교로 들어간 유가은을 잡기 위해. 나는 정말 머리가 울릴정도로 소리를 질러버린거 같다. ..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스캔들말야. 누가 그 사진을 찍었을까.' 솔직히 의심하지 않아봤다면 그건 백프로 거짓말일것이다.. 그래. 나는 못나게도 그 스캔들 사건때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간 유가은을 의심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 잠깐이였다고 맹세 할수 있어. 왜냐면. 아무리 유가은이 날 미워한다고 쳐도, 자신의 오랜 친구를 곤경에 빠트릴만큼 수준 이하는 아니라고 믿었으니까. "유가은!!!!!!!유가은!!!!!!!!!!" 그리고 지금도 믿고 있다. 유가은이 아까 내게 한 말은 나를 약올리기 위함이지. 절대 자신이 그런걸 암시하기 위한건 아니라고.. 타악- "유가은. 말해봐 그 스캔들 사건. 니가 낸거야? 아니지. 그건 아니지.? " 겨우 잡은 유가은의 팔목. 마지막, 끝까지 내말을 쌩까는 유가은 덕분에 전속력으로 달려와 얼굴에 땀이 무진장 많이 맺혀버렸지만. 뭐 중요한건 이게 아니니깐. "말해보라고!!!!!!" 나는 다시 한번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유가은은 눈하나 깜짝 하지 않은채 피식 하고 웃어보인다. "응." 뭐라고.. "뭐...?" "내가 그랬어." 멍해져버린 이햇살. 그러자 그런 내가 우습다는듯 또다시 묘하게 웃어보이는 .. 유가은. "내가 그랬다구. 이제 됐지? 니가 원하는 대답 들었으니까. 이제 좀 손목좀 놔줄래. 기분이 더럽거든" "나한테 이걸 말하는 이유가 뭐야." "그건 비밀이야. 근데 손목좀 놔달라니까." 피식.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허탈하고 우습고 해서 잡고 있었던 유가은의 팔목을 스르륵 하고 놓자 더럽다는듯 팔을 스윽 빼버리는 그녀. "......." 어째서.. 어째서 그런 유치한짓을 한거야? 신언호는.. 니 하나뿐인 친구잖아. 어떻게 그렇게 오래되고, 그렇게 소중한 친구를.. ".........." 하지만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수는 없었다. 그러기 싫었으니까. 생각같아선 지금 유가은에게 욕을 퍼붓고는, 싸대기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였는데. 나는 참고 참았다. "...그래...알겠어" 그리고는 그 대신 고개를 끄떡여주곤 뒤돌아 섰다. "이햇살." 그러자 차갑게 내이름을 부르는 그녀. 나 뒤돌아 설 힘도 없다. 유가은. "어." "후회할껄." "뭘." "모든걸 다. 니가 혼수상태를 알게된것, 신언호를 알게된거. 그아이와 친하게 지내는것 그걸 넘어서, 그녀석과 나누던 대화들. 함께 했던 시간들. 모든걸 다." 어쩌면. 그때 유가은의 말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맞았을꺼야. "너 정말 상대하기 싫다. 그만하자. 그만해. 더이상 말 하지 말자 우리" 이런애랑 말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고. 내 입만 아프지. 그렇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유가은을 한번 쓸어보고는 이번엔 진짜 뒤돌아서서 가려는데- 드르륵- 하고 별안간 교실문이 열리더니. 빼꼼히 누군가가 고개를 들이 내밀어. 그리고 그건 바로. .. "가은아. 잘 찾아왔네!? 어? 요 쎄끼쎄끼! 너도 왔네!!" 누구겠는가. 빌어먹을- 한은겸. \ 결국 그렇게 유가은과 어정쩡하게 들어와버린 빈교실. "햇살씨도. 여기 학교였어요? 우와 전 몰랐어요. 정피디님은 아직 안오셨는데 이따 오시거든요. 촬영땜에- 그때 인사드려요." 이제는 매우 낯이 익은 코디언니. 내게 차가운 음료 하나를 건내며 웃는다. 한모금 마신후에야 그것이 밀크쉐이크인걸 알게됬다. "..네.." 학교 어딘가에 숨어 있을거라곤 생각했지만. 하필이면 그것이 교실이였다니. 어쨌든 그곳은 분장 준비가 한창이였다. 나는 한은겸과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유가은을 노려보다가. 다시 밀크쉐이크를 입에 넣었다. 쳇- 한은겸 저건. 어떻게 유가은만 오면 저렇게 신난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요?" 슬그머니 그쪽에서 밖아두었던 시선을 다시 코디언니에게 돌리고 말하자. .. "차에 있어요. 곧 올꺼에요. 해안이도 혁이도. 언호도." 으억- 그런데 코디언니. 왜 '언호도' 할때 말끝을 이상스럽게 흐리면서 웃는겁니까. "아 저 그게 저는 신언호와 절대 아무사..." 이도.. 아무 사이도. 절대. "네?" "아.아니에요" 그러고보니. 어제부로 아무사이도 아닌게 아니게 되버렸다. 그래 그랬지 우리. 신언호가 '햇살아 우리 연애할까?' 하곤 나는 '응' 이라곤 했지 우리. "............" 어영부영 그렇게 말끝을 흐리자. 따가운 시선이 곧바로 내게 닿았다. 이번엔 또 누구겠는가. 다름아닌 유가은. "뭐.뭐!!!!" 나는 괜히 찔려서 위와같이 소리를 버럭 질렀고. 유가은은 피식 하고 웃더니- "응? 햇살아 왜그래! 왜 그렇게 소리 질러! 햇살이 의외로 성격있다. 으헤헤" 제길- 깜빡 잊었구나. 너도 유해안과 맞먹는 가식쟁이라는 사실을. "후...맙소사.." 저절로 나오는 한숨과 함께 일어섰다. 왜냐면. 이제 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이제 곧 다른 멤버들도 온다니. 그럼 그중 신언호도 있을테고, 신언호와 함께 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또 다시 스캔들 문제가 커질테고 그러니까. 게다가. 그래서. 그게.. .. "저 그럼 먼저 갈께요!!!" 으씨. 그래!!!!!!!!!!. 이런 변명 다 집어치우고. 사실대로 말하면 무지 쪽팔리고, 챙피하고, 얼굴이 벌개질것만같았기 때문이였다. 쉐이크를 마저 마시곤 일어서자. 코디언니가 그럴래요. 하고 그런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한참 유가은과 장난중이던 한은겸이 일어서서는 "쎄끼쎄끼. 가게? 근데 우리 이따가 공연도 한다! 근데 사실 해안이랑 내기했어. 전교생 수천명중 누가 먼저 너 찾아내는지" 라는 소리를 짓껄였으니. .. 눈에 훤히 보인다 보여. 신언호에게 내 번호를 조르고 졸라 물어봤을 유해안이. "왜 하필 나야." 그래서 아까 너 어딨어 라고 문자를 보냈구나. 유해안. "말하면 또 화낼꺼면서." 내물음에 한은겸은 미워할수 없는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 했다. "아냐. 화 안내" 사실은 화 낼꺼야. 특히 이상한거면 너 죽여버릴꺼야 한은겸.- "그러니까." "응." "왜냐면 너는 흔해빠진 얼굴이라서 찾기가 힘들꺼라고 우리가 생각했거든" .. ......... 부..들..부..들 .. "한은겸!!!!!!!!!!!!!!!!!!!!! 죽여버린다!!!!!너진짜 나한테 죽고싶냐!? 이것- 오장육부를 그냥 갈기갈기 확!!!!!!!!!" 그순간 그러니까 이를테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던 그순간 드르륵- 하고 문이 열렸다. "..괴물?" 이런 이상한 말과 함께. <24> "..괴물?" .. 그건 무슨 소리였냐면. 그 말을 내가 감히 추측하자면 들려오는 괴성에 놀란듯 저도 모르게 입에서 불쑥 나온. 그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괴물? 이라는 말은. "아하하. 하하..안. 안녕하세요" 그리고 내가 그말에 이토록 당황하는 이유는. 그말의 주인공이. 평소 엉뚱한말만 늘어놓는 신언호도. 나를 제법 잘 약올리는 유해안도 아닌. 말이 없기로 유명한. .. 그래서 이사람이 혼수상태에 나왔나 하고 의문이 들정도로. 조용한.. "아. 햇살씨였군요. 안녕하세요." 신혁이였다는 점. 그건, 평소 신혁에게만큼은 반듯한(사실 이건 나의 계략이였다만) 이미지로 남고싶었던 내 마지막 바램이 와장장 하고 깨지는것과도 같았다- "아 씨껍했어. 야 이햇살 넌 진짜 어디서든 그렇게 소리만 꽥꽥 질러대는거야?" "뭐.뭐?" "기집애가 푼수같이." 머엉.. 신혁 다음으로 한쪽 귀를 막고는 들어온 유해안. 짜증섞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나를 훽 노려보다가 의자에 앉아버린다. 저걸 그냥. 그냥 저걸 확!!!!!!! "언호야."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그렇게 유해안을 빨아마실듯. .. 빨아마실듯? 음. 이건 표현이 적절치 못하다. 어쨌든 쳐죽일듯 노려보고 있을때. 가식이라면 둘째가 서러운. 그런 유가은이 조금은 앙탈섞인 목소리로 유해안 다음으로 들어온 신언호를 불렀다. "응? 유가은 니가 여기 왜있어!" 왠지 오늘은 유독 밝아보이는 신언호군. 입에 든 무언가를 수없이 오물오물 거리며 교실안으로 들어온다. 내참. 너는 내가 보이지 않는거냐 진심으로- "나도 너랑 같은학교잖아. 뭐야 바보. 그것도 잊어먹었어?!" "응. 귤먹을래?" 젠장. 입에 수없이 오물거리던게 귤이였던 모양. 신언호는 교실안으로 완전히 들어서더니 한쪽 손에 들고 있던 귤을 유가은에게로 불쑥 내밀었다. 하필이면 왜 귤이야. 귤 저거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하필이면 왜 귤이고 하필이면 왜 유가은이야 "응!!" 어쨌든. 또 다시 나는 투명인간이 되버렸다. 분명 저들의 사이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또 다시 정답게 화해를 했는지 유가은과 신언호는 샘이 날정도로 다정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비참할정도로. "눈에 불나겠네요 이햇살군." 그때. 그러니까 정확히 이햇살이 그렇게 비참하기 그지없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렸을때. 아무렇게나 묶어 부스스해진 내머리를 툭 치는 유해안. "뭐?" "내가 먹다 버린 귤 껍질 있는데 그거라도 줄까?" 누누히 말하지만. 누군가가 내게 사람의 입을 꼬멜수 있는 재봉틀을 선물로 준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유해안의 입을 꼬메버렸으리라- .. "어? 햇살이" 그순간 스르륵- 하고 온다. 그아이의 검은 눈동자가 이내 유해안과 소리치는 나를 발견한 순간. 유가은을 망설임없이 지나치고는 내게로 걸어온다. "............" 이건 갑작스럽게 상황역전. "어?? 아하하. 응 나도 이학교니까." 순식간에 굳은 유가은의 표정을 힐끔 쳐다보고는, 내 앞에서 웃고 있는 신언호에게. 그러니까 좀더 정확히 말하면 손에 꼭 쥐고 있던 귤을 내미는 신언호에게 나는 말했다. 그러자 이아이 씽긋 하고 웃는다. 내 웃음이 쓸모없어질 정도로. 웃음 하나는 더럽게 예쁘네 세끼. "먹어. 근데 왜 너 내문자 씹어!!" 귤을 내밀고는 한껏 심통난 목소리로 투정을 부리는 언호. "에? 문자는 니가 씹었잖아!!!" "아닌데." "맞는데" 순간 할말이 없어지자 언호. 재빨리 머리를 굴려 말을 돌리려고 하니. "그렇게 고묘히 넘어가려고 하지마." 그런데 하필이면 왜 이런 단어를 쓰는거야. 고묘히? 너 지금 일부로 날 웃기려는거니. 나는 풉 하고 잔뜩 비웃으며 이렇게 앞에 서니까 나보다 훨씬 키가 크다고 생각한 녀석에게 말했다. "교묘히 겠지." "너 귤 다시 내놔" 라고 하면서 손에 들린 귤을 뺏어가 입에 쏙 집어 넣어 버리곤 웃는 녀석. ...맙소사.. 이건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명색히 우린 오늘부로 여자친구 남자친구인데. 뭐 이래? "니네 지금 뭐하냐?" 그런 언호를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잔뜩 골이난 목소리로 소리치는 유해안. "뭐가?" "니네 지금 귤 주고 뺏고 먹고 뭐하느냐고 물었다." 전혀 이상할것이 없다는듯한 언호의 물음에 유해안은 서슴없이 대답한다. 하긴. 나도 느낀거지만 순식간에 이곳 분위기는 이상해졌다. 유가은은 죽일듯이 나를 노려보고 있지. 한은겸은 입을 쩌억 벌리고 있지. 코디언니는 피실피실 세어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맊고 있지. 뭐 관심 없는건 유일하게 신혁뿐? 신혁은 조용히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것도 영어로 된 신문. 그 모습은 젠틀 그 자체였다. ..그런데. 다만 아쉬웠던점은 그 신문이 거꾸로 되었다는 점. 어쨌든. "말씹냐!!!!!!!!뭐하느냐고!!!!" 분위기는 확실히 이상했다. 사실 이렇게 갈갈히 날뛰는 유해안도 이상하긴 하고. "연애." ..... "뭐??" "언호야..그게 무슨말이야..??" 신언호의 갑작스러운 대답에 동시에 터져나와 버린 유해안과 유가은의 대답. 지금 이 중요한 순간 정작 나는 유해안과 유가은이 둘다 유씨구나 라는 실없는 생각에 잠겼다. "응? 왜. 니네도 귤 먹을래?" 신언호- 괜히 할말없어서 말을 돌려대는것좀봐. 어쨌든. 신언호의 그말에 유해안의 눈동자가 조금씩 커지더니만 "니네 둘이 사겨??????" 진심으로 말하건데. 방금 유해안의 목소리는 무지 컸다. 그 목소리에 신언호가 또 다시 인상을 찌푸리면서 한쪽 손으로 귀를 막았으니까. \ "관둬. 관두라고 이햇살" 지금은 장소를 바꿔 강당안이다. 이곳은 운동장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만큼 덥다. 차라리 운동장이 백배는 낫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이햇살. 내말 안들려? 관두라고." 아마 이곳이 이렇게 더운 이유는. 안그래도 밀폐된 공간인데 전교생이 쫍게 다닥다닥 꽉 차게 앉아 있어서겠지? "니말 하나도 안들려. 그러니까 좀 그만 따라와라." 유가은이 관두라고 소리친지 정확히 5번째가 되었을때. 나는 귀찮다는듯 인상을 확 찌푸리곤 그렇게 말했다. .. 얘도 어떻게 보면 정말 징하고 독해. 아까 그 교실을 나오고서부터 계속 따라다녔으니. 30분 됬나? "언호. 그애 너 만나는거" "엉 그래(귀담아 듣고 있지 않고 있음)" .. 건성건성 대답하는 이햇살. 그런 이햇살을 보며 부르르 떠는 유가은. 하지만 이상하지. 왜.. ...도대체 왜 왠지 그때만큼은 유가은이 나빠보이지 않았을까. 가만히 서있어도 더운 열기에 지쳐가고 있을 그때, 조용히 흘러나온 그녀의 음성은. 진심으로 들렸을까. "그아이 너 만나는거, 진심 아니야." "알아." 비참하지만 너무 잘 알아 그런건. "좋은 의도 아니야. 나쁜 의도라구. 니가 그만둬. 신언호 니가 생각하는만큼 착한 아이도 아니고. 지금 너한테 못된짓 하려는거야. 이햇살 내말 들어." 솔직히 유가은이 이렇게 말하면 할말이 없어진다. 도저히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아니 그것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아무말도 나오질 않아서. 그렇게 멍해진채로. 유가은을 응시하고 있을때. "이햇살!!!거기 우리반 아냐!! 너 그동안 나두고 어디갔다온겨!!!!!!!!!!" 구세주의 목소리가 강당안을 떵떵 울렸다. 민지야 진심으로 고맙다. 뭐 너는 그럴 의도가 아니지만 지금 나는 너로 인해죽다 살아난 기분이야. "응 갈께!!!!!! 유가은 친구가 불러서. 난 이만 간다!!" 좋은 의도 아니야. 나쁜 의도야. ....... 그런데 자꾸 걸려. 민지한테 가는순간까지도 유가은의 묘한 이말이 자꾸 걸려. "야 이햇살. 너 진짜 죽을래?" 이거 무슨말일까.. "야 이햇살. 내말 듣고 있는거야 마는거야!!" "어? 응응 들었어." "뭐 이런년이 다있어?!!" 자신의 말을 귀담아 주지 않는 나때문에 짜증난다는듯 확 인상을 찌푸리는 민지. 이건 어째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거야. "으- 시끄러워" "뭐야. 새삼스럽게 왜 귀를 막고 그래."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나는 나도 모르게 신언호의 버릇을 따라하고 있었다. 소리 지르면..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꾹 막아버리는거 "여러분들 안녕." 엇? 그때였다. 강당에 마련된 무대 뒤켠에서 누군가가 마이크를 들고 나와버린건.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까부터 조금 거슬렸던 카메라들의 열심히 돌아간건. "한은겸이다.." 민지의 말에서 믿을수 없다는듯한 그 목소리가 흘러나와버린건. .. "꺄아아아아아아악!!!!!!!!!!!!" "오빠!!!!!!!!오빠!!!!!!!!!!!!!!!!!!" 순식간에 강당안이 귀가 아플정도로 크고 높은 비명소리로 초토화가 되어버린건. 더도말고 덜도말고 정확히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그다음으론 신언호가 고개를 꾸벅 거리며 나왔고. "와우 사람들 엄청많네!" "안녕하세요." 하면서 한은겸과 신혁이 차례로 나왔다. 버엉. 아닌거 같다. 30분전 그 교실에서 보았던 신언호가. 한은겸이. 신혁이. 유해안이. 지금 이순간은 모두 아닌거 같았다. "꺄아아아악!!!!!!!!!!!!!!!!!어떻게!!!어떻게!!!!!!!!!!!!!정말 얼굴 요막만해!!!!" 세상에. 정말 대단하네.. 툭툭-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혼수상태입니다" 소름이 끼칠정도로 대단한 열기였다. 네명이 모두 똑같이 위와 같이 인사를 하는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툭툭- 하고 누군가가 다시 내 어깨를 두들겼다. 그순간 뭐야? 라면서 훽 하고 뒤돌아서니. "잘 있었어?" 맙소사 이게 누구야. "어.?어??" 사람은 가끔씩 이렇듯 뜻밖에 인물이 나타나면, 말도 더듬게 되고, 얼굴도 창백해지는것 같다. 지금 내모습이 딱 그모습. "잘지냈어?" 그사람은 우현이였다. 좀더 우현이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내가 마지막으로 사귄 남자친구. 혼수상태를 이유로 나를 비참하게도 차버린 녀석 이라고나 할까. (기억 안나시는 분들은 1편 참고.) 아니지. 내가 혼자서 이런 설명할때가 아니지. 그보다. "왠일이야..??" 가시 돋힌듯 보이는 그말에 우현이도 당황한듯 피식 하고 웃어보였다. "사실은 오늘 장학금 기부 문제로 온건 아니구요. 한은겸, 우리가 왜왔죠?" "유해안씨! 왜 꼭 이런건 저한테 시켜요" "제일 만만해서요" 왠지 무대 위에서 저렇게 주접을 떨어대고 있는 한은겸과 유해안을 보고 싶은데, 우현이는 뒤에서 잡은 내 옷깃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런 우현이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현아. 그런데 옷깃좀 놔줄래?" "햇살아." "응?" "할말이 있어. 잠깐만 시간 내주라. 이런 딴따라 애들 공연보다 더 중요한거야." .. 내가 혼수상태의 팬인지를 아는 우현이는 딴따라 라는 말을 작게 중얼거리듯 내뱉고는 내 눈치를 살폈다. "..딴따라??" 솔직히 말하겠는데. 지금 우현이가 남자가 아니였다면 나는 이아이를 엎어치기로 쓰러트려 버렸을것이다. "사실은 여러분들의 더위를 싹 날려주러 왔습니다! 지금 현재 다음주가 첫방송인 [혼수상태의 비밀일기]중 학교에 기습으로 찾아가서 공연을 하는 코너가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왔을땐 이미 소문이 다 퍼져버려서. 장학금기부 라는 거짓말로... 물론 저희도 장학금 기부 같은 좋은일 많이해요! 그런데!!!! 아 이런거 저좀 시키지 마요!!!!" 무대 위에서 들리는 한은겸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터져나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환호. 아아 보고싶다. 보고싶다고!! "난 니 말보다. 딴따라가 훨씬 더 중요하니깐. 이거 이제 놔줘" 짜증을 훽 부리며 우현이 손을 탁 치자. 우현이가 꽤 실망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솔직히 지금 실망한 사람이 누군데. 니가 그런 표정 지으면 반칙이라구 "햇살이 많이 변했다." 그건 너야말로. 라고 외치고 싶은걸 꾸역꾸역 참았다. 정우현. 매정하게 뒤도 안돌아보고 갈땐 언제고. 왜 갑자기. 하필이면 이런날 와서는 사람 속을 박박 긁는거야. "나 너 못잊었어. 이말 꼭 하고 싶었는데. 학교에서도 보기 힘들고. 문자도 안돼고" 꽤나 쑥쓰러운듯 땅을 응시하고 말하는 우현이. 참 상황 한번 우습다. 나는 우현이가 일주일만 더 일찍 이런말을 했더라면 당장 오케이 해버렸을텐데- 하필이면 이렇게 좋아하는사람이 생기고 나서 이런말을 하는거야. 왜? 솔직히 우현이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뭐 그래도 내 마지막 자존심때문에 오케이를 했을텐데 말이다. 아무튼간에 지금 중요한건 이게 아니다. "근데 우현아 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감히 넘보지 못할 대단한 사람. 그런 사람이 생겨버렸어. 라고 말하려고 입을 여는데. 더 빨랐다. 누가.? "그런데. 저는 남의 여자 건드는건 나쁘다고 생각해요." 신언호가. <25> "꺄아아아악!!!!!!!맞아요. 오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신언호의 그말에 이햇살이 바보같이 멍해져 있을때,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의 함성이 터져버렸다. 그러자 언호는 또 다시. 한쪽손으로 귀를 꾹 막고는 웃어보인다. 그런데 하필이면. "............." 왜 내쪽을 보고 웃는거야. 이러면. 심장이 떨려서 주체할수가 없잖아. "아.. 아하하 여러분들 이해해요. 요즘 신언호가 사차원세계라서. 가끔씩 이래요. 그.그쵸 유해안씨?" 또 다시 사고를 쳐버리고야 만 신언호를 대신해서 수습하는건 한은겸의 몫. 누가 딱 보아도 어색할정도로 웃어대면서 유해안을 보며 저렇게 소리치는 은겸이. 솔직히 난 한은겸이 저렇게 어색한 웃음 짓는거- 처음봤다. 어쨌든간에 한은겸의 어색한 질문에 유해안이 대답했다. 멍해진 얼굴로. "응" 응...? ...응...? "어..?" "아. 아니에요." 해안인 넋을 놓고 있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반말을 써버린 모양이다. 결국 순식간에 웃음바다- 오늘 뭔가 이상하다. 이상하다구. 영어 신문을 거꾸로 들고 있었던 신혁이나. 이상한말만 잔뜩하고 가버린 유가은이나. 저렇게 자꾸만 멍해지는 유해안이나. "어쨌든. 여러분" 나는 슬그머니 우현이의 손을 놓고는 무대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역시 가식의 최고봉답게 금새 표정을 바꾸곤 무대가 울릴정도로 신나게 소리치는 유해안. 뭐랄까. 프로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우리 오늘. 신나게 놀아볼까요.?" \ "햇살씨, 오늘 재밌었어요?" 공연은 1시간이 조금 넘자 끝이 났다. 음. 오늘 공연은 뭐랄까 티비에서 보던 무대와는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자기 또래들 앞이라서 그런지. 유해안이나 한은겸이나 신나서 개그도 많이 하고. 아 무엇보다 신언호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1시간 내내 방실방실 웃었었다. 난 사실 그게 왠지 모르게 더 불안하긴 했지만. "네!! 이제 다음주면 첫방송이네요. 오늘것두 방송에 들어가는거에요?" "네. 그럼요!" 지금은 피디 언니와 함께 학교 운동장 옆에 마련된 등나무 밑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중이다. "어때요?" "..네?" "요즘 말이에요. 어떠냐구요" 알아 들을수 없는 말을 내게 건내며 슬며시 웃는 피디언니. 나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뭐가요?" 라고 물었다. "혼수상태 멤버들 말이에요. 햇살씨 처음 저랑 만났을때 기억해요? 햇살씨가 그랬잖아.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하고 눈을 마주칠수 있고 말도 할수 있다는게 신기하다고." 무언가를 생각하듯 눈을 지긋이 감고는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피디언니.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 "네 기억나요. 정말 그렇네요. 제가 그땐 그런말을 했었어요." 생각해보면. 한달전만 해도 나는 이사람들은 나와 다른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만해도 지금은 꿈도 꾸지 못했을텐데. 하지만 이제는 모든게 익숙해져서. 놀랍거나, 이아이들이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수이기전에 울수도. 웃을수도. 화를 낼수도. 담배를 필수도. 남모를 아픔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는 똑같은 사람이니까. "언니 말이 맞았어요. 가수이기전에 똑같은 사람일뿐이라는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하지만?" "전 지금도 영원히 혼수상태 팬이에요!!" 말을 하고는 조금은 바보처럼 쎌룩 웃음을 짓자. 피디언니가 고개를 끄떡이며 검지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우헤헤헤. 우헤헤헤헤헤 (한은겸 웃음 따라하고 있음.) "그럼 햇살씨. 전 그만 가볼께요. 또 연락해요 우리. 촬영때만 보지말고!!" "아. 정말 그래도 되요?" 그러자 고개를 끄떡이며 의자에서 일어서는 피디언니. "그럼요.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그럼 잘있어요!" 역시 멋진 사람이다. 나는 나중에 피디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피디가 되고 싶다는게 아니라. 저렇게 당당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할수 있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믿음을 줄수 있는. 그런사람- 드르르륵- 그렇게 얼마나 피디언니의 뒷모습을 넋놓고 바라봤을까.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져왔다. [햇님이 숙소로 고고싱 해주세요.] 제길- 그런데 잘나가다가 왜 햇님이야. "..........." 그래도 말은 이렇게 해도 기분은 좋았다. 그래서 자꾸만 피실피실 세어나오는 웃음. 왜냐구? 문자를 보낸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언호였으니까. -응!! 나 정말 가도 되는거지?? 신언호. 혹시 너 설마 내가 보고싶은거야?! 인정한다. 방금 보낸 이문자 심하게 앙탈이였다는거. "우헤헤 그래도 아무렴 어때." 원래 연애는 다 이렇게 하는거라구♬ (☜오바) 으아. 어쨌든 자꾸만 웃음이 세어나오는걸 한쪽손으로 꾸욱 막고는 혼수상태의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드르륵- 하고 또 다시 재빨리 온 답장. 나는 들뜬 마음으로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 ..... [아니. 은겸이가 너랑 머리 크기 재본대서. 빨리와라 이햇살!] 차라리 열어보지 않는편이 나았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 띵동. 띵동♪ 하고 초인종을 누른지 벌써 몇번째인줄 아는가. 자그마치 4번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숙소 앞에서 죽치고 있는 팬들의 눈을 피해. 비밀통로로 겨우 들어왓건만. 나는 정말 내 목숨을 걸고 그렇게 빌라 안으로 힘들게 들어왔건만. "너희..지금 나랑 장난하니?"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것 대신. -그러니까 암호를 대라고!!! 인터폰을 통해. 또 다시 암호를 대라면서 까불어 대는 한은겸의 목소리만 4번째 듣고 있는중이라고나 할까. 누군가는 내게 그냥 저번처럼 눈 꼭 감고 암호를 대면 될것이지 뭘 그러느냐 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때랑 달라도 한참 다른 상황이다. .. 왜냐면.. 지금은 내가 신언호를 좋아하니깐. 그러니까 그런 모습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보여줄수 없다. 이말씀이지요. 하지만- 그들에게는. "으으- 나간다고 신언호한테 전해." -응 언호가 잘가래. 이런 어줍잖은 협박도 먹히지 않고. "아잉 얘들아 제발 문좀 열어줘잉~" -....... "뭐.뭐야? 왜이렇게 갑자기 다들 조용해?" -응 너무 놀라지마. 토하러 갔어. 애교도 먹히지 않았다. 인터폰으로 들려오는 능구렁이 같은 한은겸의 목소리에 나는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제길. 제길!!!!!!!!!!!!!!!!!!!! 이게 말이 돼? 말이 돼냐구!!!!!!!!!! "그.그럼 딴걸로 바꿔줘. 아무리 그래도. 심했잖아 그건!!!" -해안아 우리 게임이나 하러갈래? "아씨 알았어 한다 해!!!!!!!" 저절로 나오는 한숨. 심호흡을 두어번 했을까. 나는 결국 내 자신을 진정시키면서 그들이 원하는 암호를 댈수밖에 없었다. 제발 신언호가 보지 않기를 바라면서- "스으윽. 스으윽. (뱀흉내 내는중)" -짜증난다 너. 내딴에는 열심히 혓바닥을 낼름낼름 거리면서 뱀흉내를 내고 있는데. 한은겸이 약하다면서 저따구 말을 내뱉었으니. 후..... 내 저걸 그냥. "알았어.좀더 강한거 보여줄께." 신언호 제발 보고 있지 마. 제발 부탁할테니까. 보고있으면 안됀다. 알았지. "라발라발 레. 라빨라빨레!! 라발라발 레. 라빨라빨레에에!!!!!!" -그게 뭐야? .. ........... .............. "뱀이 혓바닥으로 춤추는거-" 달크닥-. 결국 정말 비참하게도 그제서야 숙소 문이 열렸다. 달크닥 하고. \ "푸하하하하하. 푸하하하 라.라발라발레 푸하하하하." 뭐 숙소 안 상황은 요쎄끼쎄끼 때랑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마루에 뒹굴어져서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대는 한은겸도 그때와 똑같았고. 그 옆에서 땅을 치면서 호탕하게 웃는 유해안도 마찬가지였다. .. 다른게 있다면. "라.발.라.발 레(마치 시를 읽듯)" "...네..네??" "정말 뱀이 혓바닥으로 그런 소리를 내나요? 이럴게 아니라 지식인에 검색해 봐야겠네요." 라고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신혁과. "........" 애써 내게 보이지 않을려고 입을 막고 웃는 신언호가 추가(?) 되었다는점. "니들 나 놀리는거 재밌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매니저 오빠는 없었다. 아마 없었으니까 날 부른거겠지만. 어쨌든 나는 나를 이렇게 놀리는 한은겸과 유해안을 표독스럽게 노려봤다. 그러자- "야 왜 우리만 노려보냐!!!!!!!!!!" 라면서 소리를 꽥 지르는 유해안이였으니. "그럼!!!!!내가 누굴 노려보니?!!!" "왜 신언호는 안노려보냐고. 그거 뱀 아이디어 신언호 저세끼가 낸건데?" "그거야 당연히 신언호는 안그랬..뭐.?" 그순간은 말이다. 정말이지 뭐랄까. 야구방망이 같은걸로 내 뒤통수를 누군가가 세게 내려친 기분이였다. 그래 그기분. "........" 믿을수 없는 표정으로 신언호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움찔 하더니 웃어버리는 녀석. "귤 먹을래?" 라면서 당황함을 감추곤 내게 앞에 놓인 무언가를 내민다. 솔직히 그게 정말 귤이였다면 나는 냠냠 맛있게 먹으며 화를 풀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녀석이 꽤나 당황한 모양인듯. 언호가 내민건 귤이 아닌 정체 불명의 속..옷. ... ......... 후.아 후아. 후아. 후. 아 "귤이고 낑깡이고 똥깡이고 뭐고!!!!!!!! 니들 오늘 다 나한테 죽었어. 알아듣어??? 그래 오늘에서야 말로 내가 니네들 오장육부를 다 터트려버릴꺼야!!!!!!!!!!!!!" 결과는.? 또 다시 제 성질에 이기지 못하곤 이햇살 폭팔. 기겁을 하며 도망가는 혼수상태 멤버들 나는 그들을 잡기 위해 있는 힘껏 뛰었다. (사실. 한은겸 위주로 잡으러 다녔음) "아!" 그러다가 또 다시 사고가 터져버렸다. 한참을 그 넓은 집에서 우당탕 하고 추격전을 펼쳤는데. 그러니까. 유해안이 마루 쪽으로 도망갈때. 턱 하고 배게에 걸려 넘어져버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넘어지면서 얼굴이 긁혀버릴건 뭐냐구요. "헉. 죽었다 넌" 한은겸도 꽤나 놀란듯 뛰던 걸음을 스르륵 하고 멈추고는 중얼거리듯 말한다. 작게 욕을 중얼거리며 상처난 부분을 거칠게 닦아버리는 유해안. 그바람에 피가 번져버렸다. "유해안. 그러면 너 상처남아." 라면서 나는 녀석들을 잡는걸 포기해버리고는 무릎 꿇고 앉아서 유해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의자 모소리에 살짝 긁힌 모양인지 다행히 심하진 않은 상처- 그래도 다행이긴 하네. "한은겸, 구급상자 어딨어??" "저방에. 근데 후시딘은 없어" 녀석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쓸어 보다가. 고개를 돌려 은겸이에게 물으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녀석. "뭐? 왜 없어!!" 그리곤 "저번에 다 썼거든. 언호야 우리가 사올까?" 이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짓껄였으니. "우리가?" "응. 여보! 우리 누가 팬들한테 안들키나 시합하자. 십만원빵. 콜?" 미쳤네 한은겸. 그렇게 개념없는 짓에 신언호가 동참할꺼 같. ...같... "오케이. 아싸. 너 진짜 약속한거다 십만원빵." 같구나. 동참하는구나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다. 신언호의 개념은. 한은겸과 맞먹게 없다는 사실을. .. \ 어루고 달래고 윽박지어 보아도 그들의 무서운 모험 결심은 변하질 않았고. 결국 얼른 갔다 온다면서 숙소 안을 나가버렸다. 순간 휑헤진 숙소안- "아하하. 그런데 매니저 오빠는 어디가셨어?" 괜히 뻘쭘해서 어색히 웃으며 유해안에게 말했다. "놀러갔어. 자기도 뭐 휴식이 필요하다나 뭐라나 실장님한테 이르지 말라면서 우리한테 돈도줬어." 맙소사.. 결국은 그랬던거야. 그 가수에. 그 매니저. "휴 그랬구나. 그나저나 너 이거 어떻하냐 상처남으면. 많이 아파?" 살짝 긁힌거긴 하지만. 그래도 잡티 하나 없는 얼굴에 상처가 나니깐 꽤나 보기가 안좋았다. 신언호도 저번에 그랬는데. 세끼- 피부는 더럽게 하야내. 메이크업 안해도 "근데 너." "응? 야 이거 일단 소독하고 있을까? 소독약있어?" "진짜 신언호랑 사겨.?" 정확히 이때부터였다.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이상스레 흘러가게 된건. "어.?" 유해안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해버린 이햇살. 크지도 않은 눈을 꿈뻑 꿈뻑 뜨면서 유해안을 바라보자. "큰일났네." 유해안이 조금은 장난스럽게 말하며 나를 응시했다. "응? 뭐가." 아 분위기가 갑자기 왜이런거야. 신혁씨는 아직도 라발라발레 검색중인가. 라는 실없는 생각을 막 하고 있을때였다. 유해안이 피식하고 웃더니만 의미심장한 그 말을 내게 남긴건. "나는 친구여자도 뺏을수 있는 나쁜놈이거든." 그렇게 시작됐다. ...삼각관계.. <26> "신언호 꼴이 왜저래?" 그로부터 30분후. 그러니까 유해안이 내게 알수없는 말을 툭 내뱉듯 던지곤 웃어버린지 30분후. "이햇살 나 죽다 살았어." 내앞으로 와서는 인상을 찌푸리는 언호. 함께 들어온 한은겸 또한 표정이 좋지 않다. 이거 상황을 보아하니. 한은겸의 머리는 죄다 쥐어 뜯긴듯한 모양새고. 신언호는. ....한쪽 볼이 심하게 벌개져있다.. ... "신언호 너 혹시 맞았어?" 확실해. 지금 신언호 왼쪽 뺨 이렇게 부어있는거 누군가가 때린게 확실한데. "응." 역시나 내 예상이 맞은듯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떡인다. "누구한테?" "그건." "그건?" "비밀이야." 꽈당.(☜팔십년대 효과음) 말해줄듯 하다가 이내 훽 뒤돌아 서서는 부어 오른 얼굴에 손을 가만히 대는 신언호군. 나는 더이상 그에게 물어보는건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해. 그나마 만만한 한은겸에게로 고개를 돌리곤 입을 열었다. "니네 싸움하고 왔어?" 그러자 이번엔 한은겸.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싸움이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나 머리 엄청 뜯겼어. 햇살아 후시딘 발라죠." 라면서 내게 머리를 들이대니.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구나. 어쨌든. "일단 유해안부터." 나는 한은겸이 내민 후시딘을 손에 넣자마자 일어섰다. 물론, 아까 그 알수없는 말 때문에 방에 들어가 있는 유해안에게 다시 말을 건다는것 자체가 무지 뻘쭘하고 무지 챙피하지만서도- 그렇다고 그냥 두면 상처가 덧날테니까. "지금 내가 더 위급환자라구." 그러자 그런 내앞을 한은겸이 막으며 빈정됬다. 머리를 얼만큼 뜯긴건지 이리저리 부스스 해져있는 한은겸의 머리. 그래 니가 좀더 위급해 보이긴 하구나.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야?" 결국은 어쩔수 없이 도로 앉으며 물었다. 헤벌쭉 웃으며 내앞에 앉아선 머리를 내게로 내미는 은겸이. "팬들이 때렸어." 그리고는 위와 같이 중얼거리듯 말햇다. "야!!!!!!!!!!한은겸!!!!!!!!!!!!!!!" 아이코. 시끄러워. 급작 귀가 울릴정도로 크게 고함을 질러대는 언호 그바람에 나는 후시딘을 들고 있지 않은 손 하나로 한쪽귀를 다시 꾸욱 하고 눌렀다. "웅? 왜 언호야?" 아무렇지 않은건 한은겸 뿐이였다. 한은겸은 자신을 향해 빼액 하고 소리를 지르는 신언호를 보며 왜그러냐는듯 무지하게 뻔뻔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내가 말하지 말랬지." "뭐 어때 햇살인데!!" "........." 그러자 입술을 꾹 깨문다. 그리고는 뭔가 분하다는 표정으로 벌떡 쇼파에서 일어서는 신언호- "싫어. 이햇살이니까 난 이햇살한테 이런거 보여주는거 싫어!!!" 그.그런데 신언호 뭐 꼭 그렇게 성질을 부릴 필요는 없잖아. 이러면 이햇살. 이렇게 우스꽝 스러운 모습으로 민망해 할수밖에 없다고요. "..왜?" "왜냐면." "응. 왜애?" "...왜냐면" 내가 지금 우스운 이유는 언호의 표정 때문이였다. 자신을 추궁하듯 집요하게 묻는 한은겸에게 어쩔수없이 대꾸는 하고 있지만. 정작 할말이 없다는 표정이였으니까. "아 빨리 말해!!!!!!" .. .......... 결국 신언호가 오분동안 머리를 굴려가며 생각해낸 대답은. "이햇살은 아까 귤 두개 먹었어. 그래서 이런말 들을 자격 없어." 이라는 어이없는 것이였으니. 이번에는-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듣던 내가 황당해 하는 한은겸 대신 입을 열었다. "에에? 신언호 하나만 묻자. 그게 뭔 상관이야??" 그러자 신언호 입술을 꾸욱 누르면서 나를 노려보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머엉...." 콰앙- 하고 닫혀버린 방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와. 우스워 죽겠다는듯 배를 잡고 웃음을 참는 한은겸. "쪽팔려서 그런대용. 신언호 쪽팔려서 지금 이러는거래용~!" 약올리듯 소리치는 은겸이의 목소리에도 언호는 나올생각이 없는듯 콰앙 하고 큰 소리를 내고 닫힌 문은 조용했다. 아니. 도대체 무엇이 저아이를 저토록 분노하게 만든것인가. 나는 그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만 물었을 뿐인데.. 갑작 입술을 꾹 깨물더니 방으로 들어가버릴건 뭐냐구요. 그것도 무표정으로- "언호야!!!! 삐졌어? 알았어. 내사랑 언호!! 미안해 싸나이들의 약속을 어겨서!!!!!!!!" 아주 한은겸만 신나 죽는다 죽어. "한은겸 신언호 그만 놀리고, 이리와서 앉아. 이거 발라줄께-" 얼마나 쾅 닫혀버린 방문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신언호도 꽤 속이 좁구나 라고 생각하며 나는 쇼파에 앉았다. 그러자 고개를 끄떡이며 한은겸도 따라 앉더니. 내게로 머리를 숙였다. "세상에. 진짜 팬들이 쥐어 뜯어 논거야?" 여기 저기 군데 군데. 보기 안좋게 빨개진 하은겸의 두피. 한쪽 손으로 후시딘을 따곤, 한쪽 손으론 머리를 잡고는 물었다. 이와중에도 나는 한은겸 머리가 많이 상해 있구나 라는 쓸떼 없는 생각에 빠졌다. "어. 딱 우리가 누가 달리기 시합을 하면서 약국으로 가는데. 갑자기 팬들이 막 쫒아 오는거야!! 그래서 화장실에 숨었는데." 조잘 조잘. 쉼 없이 움직여 대는 한은겸의 입술. 약이 듬뿍 묻은 내손도 분주히 한은겸의 머리를 치료한다. "막 거기까지 따라와서는 오빠들 안나오면 알아서 해요. 라고 하더니 어느새 옆에칸으로 들어가서는 위에서 머리 잡아 당겼어!!!" 점점 흥미 진진해 지는 한은겸의 이야기. 짐짓 진지하게 듣던 나는 위에서 머리를 잡아당겼다는 말에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기분이 나쁘다는듯 한쪽 눈썹을 찡그리고는 나를 노려보는 은겸이. 어.? 이건 언호 버릇인데. 기분 나쁠때 한쪽 눈썹 찡그리는거- "알았어. 안웃을께 계속 말해봐." "그래서 결국은 막 어쩌다가 겨우 뛰쳐 나오긴 했는데 나오다가 신언호는 화장실문에 얼굴 부딪혀써. 나 진심으로 팬들 너무 무섭다 햇살아!!" 역시 혼수상태 팬들 답다. 다워. 그렇다고 이렇게나 심하게 머리를 잡아 당기다니. "니네 팬들 무서운거 하루 이틀이니. 다됐다. 근데 여기다가 후시딘 바르는거 맞아?" "맞지 않을까? 맞는거 같아. 왠지 머리가 시원해진 느낌이다!!!" 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머리가 쥐어 뜯겼다고 그곳에 후시딘을 바르는건 아니라고 함. 어쨌든. 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일어섰다. 그리곤 유해안 얼굴도 간단히 치료해줘야 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순간 달크닥 하고 문이 열렸다. "..........." 매니저 오빠면 어쩌지. 내가 오래 있긴 했으니 큰일났다. 라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었던거 같다. 그 문소리에. 하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문을 연 사람은 매니저 오빠가 아니였고. 그건 매우 유감스럽게도. "어? 가은아!!!!!!!" 이번에도 유가은. 언제나 청순하고 예쁜 얼굴에 옅은 미소가 매력적인 유가은. "...은겸아 언호는" 솔직히 그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제집인냥 문을 따고 들어온 유가은도 어이없고. 숙소 열쇠중 하나가 유가은에게 있다는 사실도 어이없고. 무엇보다도. "가은아 너 술마셨어..?" 술에 잔뜩 취해선 잠겨 있는 목소리로 신언호를 찾는 유가은의 목소리도 어이없었다. "언호는." "방에. 근데 너 술마신거야?" 한은겸의 다정스런 그말에도 대답하지 않은채 무작정 비틀대는 몸으로 신언호의 방으로 향하는 그녀. 그리고 이내 방문을 익숙히 열더니 쏙 그곳으로 들어가버렸다. 신언호가 있는 그 방으로 "무슨일이지.?" 은겸아.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 "아악!!!!!야 너 미쳤어? 거긴 볼이 아니라 눈이라고 눈!!!!!!" "어? 미안" 유해안의 방. 상처를 치료해 주겟다며 어색히 약을 발라주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내가 치료를 하는건지 아닌건지 내 자신도 모를정도로 정신이 없다. "이 정신나간 기집애야!!!!!!! 너 사람 죽일일 있냐!!!!!!!!" 이렇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유해안에 말에도 아무런 대꾸 없이 그저 고개를 끄떡이는걸 보면. 확실히 나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유가은이 그렇게 신언호의 방에 들어가 버린 뒤부터. 내 머리속에는 온통 그생각뿐이여서. 다른건 도저히 할수가 없다. 나는 왜. 왜 나는 유가은이 그 방으로 들어가는걸 보고만 있을수밖에 없었을까. 이제 언호는 내 남자친구인데. 나한테 그정도의 자격은 주어지는건데. "야 너 무슨일 있어?" 그제서야 따라 심각해진다. 나는 그런 유해안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어보지만. "무슨일인데." 이런 어줍잖은 거짓말로 유해안이 속아 넘어갈리는 없다는건 진작에 아는 사실.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괜히 심각해지구 그래" "뭔데??" "뭐긴 니 에미다 이놈아!!" 결국은 내가 오바를 하는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밝게 웃으며 소독약이 잔뜩 묻힌 솜뭉치를 유해안의 얼굴에 가져다 대자 따끔따끔 거린다면서 몸을 움찔 거리는 유해안- 세끼. 엄살하고는 "호오. 호오오" 솔직히 지금 이행동은 오바였다고 본다만. 어쨌든 나는 어린아이를 다루듯 유해안의 볼에 입을 대고 시원한 입김을 불어 넣었다. "........" 그러자 가만히 있는 녀석.? .... 이 아니라. "이햇살." "응?" "입냄새나. 한번만 더 입벌리면 죽는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만번이고 지겹도록 말하지만. 유해안이 나보다 한살만 적었어도. 이녀석이 이렇게 대단한 가수만 아니였어도. 아니, 그래 오늘 내게 그런 이상한 말을 하지 않아서 사이가 어색하지만 않았어도. "나 간다. 이제 매니저 오빠 오실시간 댔으니까. 뭐 담에 보자" 나는 이녀석의 오장육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을것이다. 참을인을 다섯개나 그리면서 구급상자를 대충 정리하고 일어서자 고개를 끄떡이며 침대에 벌렁 누워버리는 유해안. 그리고는 내가 방문을 잡았을때. "문자 보낼게" 작게 중얼거리듯 이야기 하고는 뒤로 완전히 들어 누워버린다. 역시 오늘 유해안 뭔가 좀 이상해. \ 유해안의 방을 나왔을땐 집안은 고요했다. 이상할정도로, "........." 혼자 남겨진 한은겸이 신혁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듯, 그곳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간간히 세어나오는것 빼고는 조용하고 고요하다. 텅텅 비어 버린 거실. 나는 왠지 좀 씁쓸한 마음에 그 거실을 응시하다가 신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신발을 마저 신으려는데. 보고야 말았다.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유가은의 운동화 "유가은 이기집애, 아직도...있나?" 나는 신발을 신으려다 말고 신언호의 방 쪽으로 고개를 힐끔 돌린다. 우리 사귀는거 맞아? 달라진게 아무것도 없잖아. 꼭 나 혼자만 짝사랑 하는거 같은 느낌이야. 근데 이게 당연해. 너무나도 당연해. 난 그렇게 생각해서 엄두가 안난다. .... 니들 사이에 끼어들 엄두가. "그래도 그렇지. 인사는 하고 가야겠지?" 솔직히 말하면 이건 핑계에 불과하다. 저방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듣기 위한 핑계. 그러나 그건 내 실수였다. "그만둬 신언호..." 어느새 방문 틈새 사이로 귓가를 가져다 대는 이햇살. 그곳에서는 잔잔한 음악처럼. 그래 도저히 깨트릴수가 없는 잔잔한 음악처럼 유가은의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이런다고 그애가 좋아할꺼 같아? 이게 그애를 위하는일 같아..???" 그애? 그순간 온몸에서 거부 반응이 왔다. 듣지마 이햇살. 들으면 안돼. 라고. "너 술 많이 취했다." "이햇살은..그 여자아이가 아니야" "알아.." 조용한 신언호의 목소리 그와는 너무나도 상반된 유가은의 고함소리. 그것도 그냥 고함소리가 아니라. 눈물섞인. 눈물섞인 고함소리. "그럼 난 왜 안돼는데? 내가 해준다고 했잖아!!!!!!!!!!!!!!!!!!!!!내가 하게 해달라고 했잖아!!!!!!!!!!!! 왜 하필이면 이햇살인데. 그앤 아무것도 모르잖아. 신언호 그러면 안돼. 너 정말 그러면 안돼는거야. 그거 내가 할께. 내가 대신 할께. 응?" "넌...안돼." "........." "햇살이처럼 강하지 않으니까-" 무슨말을 하는거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야 니네들. 아무것도 알수가 없다. 단 한가지 빼고는, 역시 신언호는 진심이 아니였다는것 빼고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문고리에 올려 놓았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마치 도망치듯 신발을 신고는 숙소를 나와버렸다. "............" 지금까지 수없이 생각했었다. 신언호는 비밀이 참 많은 아이라고, 알면 알수록 아는것보다 모르는게 더 많아지는 아이라고, 그리고 오늘 알았다. 그래. 이아이는 가면을 쓰고 있어. 자신의 진심을 철저히 숨기는 가면. 그 해맑은 웃음뒤에 숨겨진 가면.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어차피 진심이 아니라는거 알고 있었잖아. 괜찮아. 이햇살 괜찮아. 난 충분히 행복해. "그래도......" 이 이야기는 안듣는게 나았어... <27> \그로부터 일주일후 지금 난 현재 2회분 촬영을 하러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녹음실앞에 와있는중. "위태로운 제 5의 계절 사랑과 이별이 교차하는 그 계절의 정점 한 가운데♬" ... 문 밖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나는 가만히 숨죽여 잠시 그 노래를 들어본다. 그러다가 이내 결심을 하고는. 카메라를 들지 않은 다른 손을 문고리에 올려 놓아 "에이씨. 못열겠어. 못열겠다구"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손을 금새 내려 놓는다. 그로부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니까 신언호와 유가은의 알수없는 대화를 엿들은지. 일주일.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이라곤. 유해안, 신언호와 문자를 보내며 시간을 보냈다는것 정도.? 솔직히 만날 기회가 없었던건 아닌데. 뭐랄까. 그래 사실 내가 의도적으로 만남을 피했다. 괜찮을줄 알았는데. 신언호의 얼굴을 보면 무작정 물어볼것만 같아서. 그애가 누구야.? 라고. "휴....제기랄." 그러고 보니 빠트린 이야기가 하나있네. 어제는 [혼수상태의 비밀일기]가 첫방송을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시청률을 압도적으로 1위를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뭐, 혼수상태의 이름을 걸고 하는 프로그램이니 띵동댕동♪ 어쨌든 나는 결국 머뭇거리다가 녹음실 문을 열어버렸고 그바람에 문에 달려있는 작은 종이 띵동댕동 하고 울렸다. "어.? 카메라다." 내 등장에 노래를 부르다 말고 일어서서 반겨주는 은겸이. 힐끔 녹음실안을 둘러보니 다행히 언호와 해안이가 보이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꾸벅 꾸벅 졸면서 가사를 보는 신혁에게 인사를 건내고는 나는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카메라 전원을 켰다. 오늘 촬영분은. 새곡을 녹음하는 혼수상태의 리얼리티적인 모습을 찍는것 이라고는 하지만. ...... 대본도 있다. 솔직히 이거 완전 사기 아니냐고. "유해안하고." 카메라 전원을 다 키고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은겸이를 힐끔 보며 입을 여는데. 안나와. 더이상 말이 안나와. 언호는? 이라는 다음말이 안나와. 제길. "언호? 개네 담배피러 옥상에!" 머뭇거리는 내가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 거리며 대신 대답해주는 은겸이.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응." "오랜만이야 친구! 왜이렇게 요즘 얼굴을 안보여줘?" 안보여주는게 아니라. 못보여줬어. 왜냐면 언호 때문에 그냥 왠지 만나기가 싫어서. 라는 말대신 나는 입술을 꾸욱 다물고는 은겸이를 느릿한 시선으로 응시해. "뭐 그냥. 나도 학교생활이 있고 바쁘니까." 거짓말쟁이. 이햇살 언제부터 이렇게 거짓부렁이 된거니. "아 뭐야. 완전 서운해" 말하곤 웃는다. 한은겸 그러더니 녹음하는 노래 들어볼래? 하면서 가사가 쓰여진 종이를 드는 녀석. 나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따가. 일단 신언호하고 유해안좀 불러올께. 이거 얼른 찍구 가야하거든. 근데 개네들 어딨다고?" \ 옥상문앞. ...... 열까 말까. 말까 열까 말까 열까. 또 다시 나는 문앞에 서서 망설이고 있다. 괜히 내가 부른다고 했나. 그냥 한은겸 시킬껄 그랬나. 괜한 후회가 물밀리듯 밀려오는데 순간 이렇게 망설이는 내가 우스워 피식 하고 웃고야 말았다. 에이.. 이햇살 너 지금 좀 많이 우습다. 뭐 죄졌어? "오바야 이햇살. 진짜 오바하고 있네." 그래. 이건 정말 지극히도 필요없는 오바였다. 물론 진심이 아니라는것에 상처받고. 힘들긴 했지만 이미 그건 예상하고 있었던일이 아닌가? 일주일이나 흘렀는데. 혼자 이렇게 궁상 떠는거 정말 오바라구. 덜크덩. 생각이 여기까지 닿아버리자 나는 망설임없이 용기를 내서 옥상문을 열었다. 녹음실 건물에 있는 옥상은 생각보다 꽤 넓었다. 거기다가 조용하기까지 해서 쉬기에 딱 안성맞춤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것들.. 어딨는거여. "유해안!!!!! 신언호!!!!!!!" 옥상이 하도 넓다보니 유해안과 신언호를 단번에 찾는건 무리였다. 하는수 없이 나는 소리를 꽥꽥 질러가며- 그들을 부르는데. 그러니까. 음. 정확히 옥상 모퉁이를 돌자. "니들 거기서 뭐하니.." 맙소사. 세상에서 가장 처량하고 궁상맞는 상황이 내 눈앞에 연출되고야 말았다. 옥상 벽에 기대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고 있는 능구렁이 같은 놈들. 이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혼수상태라는걸 믿으시겠나요. "....머엉." 저는 믿을수 없답니다. 절대로요. 세상에 뭐 이렇게 궁상맞게 담배를 피고 있대.? "어? 얌마 이햇살 너 그동안 뭐하느.. 앗 뜨거!!!!!!!!!!!!!!!!" 그때였다. 내가 숨어서 담배를 피고 있는 유해안과 신언호를 넋놓고 바라보고 있을때 나를 발견한 유해안이 소리를 꽥 지르며 일어선건. 그바람에 물고 있던 담배재가 투둑 하고 녀석의 무릎에 떨어진건. "유해안!!!!!!!!괜찮아?!" "아 뜨거!!!!!!" 할튼간 호들갑은 세계 1위 먹을 놈이라니깐. ".........." 나는 길길히 날뛰는 유해안의 우스꽝 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어대다가. 이내 언호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리고는 힐끗- 하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유해안을 응시하던 눈을 언호에게 돌렸다. 그런데 "........" 그순간 마주쳐버렸다. 담배를 입에 물고는 조용히 나를 응시하는 언호의 까만 눈동자와. "아하하. 안녕" 그즈음에서야 어색히 인사를 건내는 이햇살. 하지만 신언호 이녀석. 살짝 흔드는 내 손이 뻘쭘하도록 가만히 있는다. 제길. 왠지 모르게 어색한 기분. "너 왜 어제 전화 안받았어?" 그때 대뜸 언호가 묻는다. 두 손가락에 하얀 담배를 끼어 넣고는. "..응?" "숙소 놀러 오래도 안오고, 문자도 맨날 건성건성 전화는 아예 안받고" 뾰루퉁해진 신언호군. 왠지 모르게 귀엽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꽈악 차버렸다. 미친거지 이햇살. "아..." 어쨌든 녀석의 말이 다 맞으므로 나는 괜스레 알아 듣는척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담배를 비벼 끄고는 벌떡 일어서는 그아이. "이햇살 나 일주일동안 화낼라고 연습만 했다. 너이제 죽었어" 그리고는 내앞에 선다. 그순간 느낀건 키가 무지 크다는거. 눈동자가 어째 더 깊어졌다는거. 입고있는 까만 후드티가 잘 어울린다는거. 그리고 이녀석을 보고는 내 심장이 제어할수 없을만큼 많이. 그리고 빠르게 뛴다는거. "화났었어?" "어!" 뭐야 이자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 "뭐야. 난 몰랐지. 문자는 잘 보냈잖아!! 어제만 해도 첫방송 축하한다구 그래!! 이모티콘까지 넣어줬잖아!!" "그건" "어엉?" "가식이였어!" 그말에 할수 없다는듯 웃음이 터져 버린다. 일주일동안 꽁꽁 메어놓은 마음이 풀어져 버렸다. 그래. 언호야 거짓이라도 좋아. 니 마음 거짓이라도 내가 널 이만큼 좋아하니까 ....그걸로 됐어. 어떤 이유인지,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 하지 않을께. 왜냐면. 니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널 좋아하니까. "알았어 미안." "앞으론 그러지마.?" "응." 그러자 웃는다. 예쁘게 웃음 짓는다 눈가가 동그레 지도록. 역시 웃음 하나는 더럽게 예쁜놈. "쇼를 해라 쇼를해!!!!!!!!!!!!!!!!!!!!!" 엑-? 언호를 보며 웃음짓고 있을 무렵. 갑작 꾹 누르고 있던 분노를 터트리는 유해안녀석. "악 깜짝이야. 유해안 너 미쳤어? 고막 다 터지는줄 알았잖아!!" "너야말로 미쳤어? 도대체 너란애" "..응?" 그러자 무언갈 말하려다가 이내 다시 입을 꾹 다무는 유해안. 에이씨 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바닥에 침을 거칠게 퉤 하고 뱉어버린다. 유해안이 오늘 왜 이렇게 저기압인지는 몰라도. 세끼 할튼간 성질하고는. \ "나 오늘 기분 최악이다. 건들지 말아라" 지금은 다시 녹음실. 기껏 옥상에서 농땡 까고 있는거 데려왔건만. 녹음실에 들어서자 마자 장난을 치려는 한은겸을 보며 유해안은 저렇게 말했다. 도대체 왜 저러는거냐구요. "이햇살." "응?" 성질을 북북 부리는 유해안을 흘겨보고 있을때 즈음 신언호가 자랑스럽다는듯 내게 무언가를 내밀어 "이게 뭐야?" "너." "나..?"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라는 생각을 하며 언호가 내민 종이를 펼치자 보인건. 마치 다섯살짜리 어린아이가 그린것같은 삐뚤삐뚤한 그림 한개. 그리고 그 그림은 다름아닌. 하늘에 반짝반짝 뜨는 노란색 해. ...햇님.. "어제 그린거야. 너 생각나서 잘그렸냐?" "...죽을래?" "응 아니." 우스워 죽겠댄다 신언호. 아주 입이 귀에 걸려 웃고 자빠졌네. "너 지금 나 놀린거잖아." "칭찬한건 아냐." 부글부글. 왠지 당한것 같은 느낌에 신언호에게 소리를 꽥 지르려는데. 내대신 소리를 질렀다. 누가.? "조용히 하라고, 가사 못외우겠잖아!!!!!!" 싸이코 유해안이. 머엉. 진짜 재 미친거 아닐까. 오늘따라 왜저러는거야? "유해안 아까부터 왜 자꾸 히스테리야?" "나 때문에 그래.." 으응.? 내 짜증섞인 물음에 한은겸이 울상을 지으며 대답한다. 내가 왜? 라면서 묻자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은겸이. 솔직히 말하면 귓가가 간지러워 죽는줄 알았다. "어제 내가 팬이 뽑아다준 무슨 팬픽을 읽다가 줬는데. 거기에 주인공이 나하고 유해안이였어." ".....으응.?" "그런데 거기에 해안이하고 내가. 유해안하고 내가 거기 소설에서!!!!!" 짐짓 심각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한은겸. 나는 그 순간 터져버린 웃음을 참느라 죽는줄 알았다. 팬픽. 나도 한때 많이 읽었었다. 그래. 한때 많이 읽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팬픽 수위가 아주 깊지. 특히나 동성팬픽. "그래서 저래?" "응. 나보고 가까이도 오지 말래 죽여버린대. 막 징그럽대" 맙소사. 유해안 정말 저것 때문에 저기압인거야?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결국은 이햇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버렸다. 그러자 깜짝 놀라 두눈을 똥그랗게 뜨는 은겸이. 유해안은 인상을 훽 찡그리고 신경질적으로 뒤돌아본다. 좋오아. 유해안 해보자 이거지? 너 딱걸렸다구요. "한은겸. 우리 유해안 놀려볼래?" "응??" "저런 싸가지 없는 놈은 좀 놀려도 괜찮다구요♬" 어리둥절해있는 은겸이를 보며 웃다가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는 유해안에게 다가가서 클로즈업을 했다. 그런 나를 흥미롭다는듯 쳐다보는 언호. "뭐." 그때 카메라의 전원이 켜진걸 아직 모르는듯. 유해안이 카메라를 보며 띠껍게 뭐 라는 말을 내뱉어 놓았고. "유해안씨, 한은겸씨랑 사귄지는 얼마나 됬나요? 진도는 얼만큼 나갔구요??" 나는 카메라 버튼이 켜졌다는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 그제서야 내가 했던말이 무슨말인지 알았다는듯 우헤헤 하고 웃어버리는 한은겸. 조용히 핸드폰 카메라를 켜는 언호 (유해안의 표정을 찍고 두고두고 놀릴 생각인듯-) 그리고 마지막 하일라이트. 뭐라고 설명할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유해안군. "저 인터뷰 할래요" 그즈음. 눈치 백단인 한은겸이 카메라에 불쑥 끼어들면. 나는 신이 난 목소리로 소리쳐. "그런데 한은겸씨!! 몇일전 유해안씨와 결별설이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인가요?" "야!!!!미친 너진짜 내손에 죽어볼래. 거기 안서냐??!" 으아악. 그때였다. 나를 향해 쫒아온다 유해안. 나는 카메라를 들며 요리조리 도망치면서 한은겸을 찍었다. "빨리 말씀해 주세요!!" 장난스러운 내 목소리에 펄펄 뛰는 유해안이였지만.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짓는 은겸이. 하지만 눈은 웃고 있다. 어쨌던간에 한은겸의 진지한 그표정은 내가 지금껏 한은겸을 알아오면서 보았던 모습중 제일 진지했다. "그건..." 잠시후 은겸이가 입을 열었다. 펄펄 뛰며 카메라를 뺏으려던 유해안도 그순간은 은겸이를 응시했다. 뭐, 잠시후 한은겸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유해안의 성질이 뻐엉 폭팔해버렸지만. .... ............... "법원에서 모든걸 밝히겠습니다." 브라보!! 한은겸 재치 브라보 굿! "개새꺄!!!!!너 자꾸 날 개호모로 만들래? 너 진짜 잡히면 뒤졌어!!!!!!!!!!!!!" 자, 여러분. 성질 더~러운 유해안씨가 한은겸씨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한은겸씨는 요리조리 피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제게 밝은 목소리로 소리칩니다요. "햇살아! 햇살아! 나 방금 귀여웠지! 그치? 인터넷에 꼭 올려줘야한다!!" 그리고는 메에 하고 혀를 내밀고는 도망치는 한은겸. 애교많고 언제나 밝은 은겸이. "개세끼. 거기 안서?!" 그러자 더이상 참을수 없다는듯 속도를 내면서 녹음실을 휘젓고 다니는 유해안. ....성질 하나는 끝내주고 가식쟁이지만 매너있고 의외로 마음이 따듯한 해안이 "이햇살 이거봐. 유해안 표정 되게 유치하게 나왔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내가 마구 웃고 있을때 조용히 다가와서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며 개구지게 웃는 신언호. 비밀투성에다가 엉뚱하고 귀여운 언호. "......." 그리고 마지막. 한바탕 시끄러운 소란에도 묵묵히 잠을 자고 있는 신혁. 오늘도 정체 불명의 영어신문을 한손에 들고는. 긴 속눈썹이 매력적인 혁이씨. "먼지나. 그만들해!!!아악? 유해안 너 카메라 안내놔? 내노라구!!!!!" 이들은 혼수상태 입니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는 이 유치한 꼬맹이들은 혼수상태 입니다. 여느 십대들과 다를것 없이 웃고 떠드는걸 좋아하며 장난치는걸 즐기는, 그러나 무대에서 만큼은 최고라는 탄성이 나올정도로 멋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혼수상태입니다. 그리고.... 이햇살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가수 혼수상태입니다.♡ <28> "이번곡은 제 5의 계절이라는 발라드곡인데요. 김명진님께서 작곡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끝난후, 지금은 촬영중이다. 리더인 신혁이 카메라에 잡히자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한다. 뭐 사실 이것도 대본의 일부지만. 아이고. 그나저나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이 왜이렇게 떨리는거야. "아 그래요? 그럼 혼수상태 여러분들이 한구절 불러주실수 있죠?!" 나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내가 왜이렇게 눈치를 보고 떨고있느냐구? 그건 말이다. 바로 매니저오빠가 내앞에 서있기 때문이라지요. 오랜만에 보는듯한 매니저오빠. 뭐 내가 의도적으로 피한게 있긴 하지만서도. 아무튼간에 무지 오랜만이다. 그래서 겁나고 초조하고 그랬다. .. 왜냐면 나는 매니저오빠의 약속을 어겼으니. "잠깐. 컷컷. 야 무슨 노래야. 대본에 그런거 없는데?" 그때, 갑자기 신나게 촬영을 하다말고 가위질하는 시늉을 하면서 일어서서 말하는 유해안. 그러자 힐끔. 하고 매니저오빠의 시선이 내게로 닿는다. 와 무섭다. 저 눈 진짜 너무 무섭다구. "있어. 세끼..아.아니 이 바보야. 거기 밑에 조그맣게 있잖아" 슬슬 매니저오빠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러자 이상하네 하면서 대본을 다시금 보는 해안이. 넌 어째 내게 도움 되는게 하나도 없는거니. 유해안. 휴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럼 다.다시 찍을께." "잠깐만" 응? 이번에는 신언호다. 아까부터 뭔가 굉장이 불편한 표정을 짓고있던 신언호.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매니저오빠를 향해 고개를 돌리곤. "형." 라고 부른다. 왠지 모르게 딱딱한 음성. "왜 임마." "우리끼리 촬영하면 안돼.?" "뭐?" "형 있으면 노래가 잘 안나올꺼 같아" 짐짓 심각한 신언호의 목소리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매니저오빠. 이내 작은 한숨을 쉬더니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떡인다. "알았다. 담배 한대 피고올께" 다시금 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뒤돌아서는 매니저오빠. 나 왠지. 단단히 찍힌거 같지? 달칵- 매니저 오빠가 녹음실을 나갈때까지 울상을 지어 보이는 이햇살. 그런 나를 향해 언호가 밝게 소리쳤다. "촬영 고고싱." 그제야 나는 나를 향해 웃고 있는 신언호 포착. .. 세끼 날 위해서. 이런 배려를 해주다니. "고마워 신언호" 나는 웃는다. 그러자 언호도 웃어보인다. 이상하지. 지금 이런거 보면 우린 누가 봐도 연인인데 말야. 두사람 모두 서로를 좋아하는 수줍은 연인. 근데 한명은 진심이고 한명은 거짓이니. "그럼 다시 노래부터 갈께." 왠지 이렇게 생각하니 또 다시 씁슬해져왔다. 나 혼자만 좋아하는건 아무래도 괜찮은데. 나중에 큰 상처를 받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댈 만난 제 5의 계절 바람 부는 언덕 그 곳에서 사랑을 외치던 그대 눈동자 속 내 모습이 보였어요. 아마도 그게 사랑." 그러는새에 조용히 시작된 노래. 뭐랄까 음이 되게 맑다. 이게 혼수상태만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대 눈물이 알려줬어요. 끝없는 일렁임 오래 전 그 느낌, 가슴 시린 고동과 깊은 온기 "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귓가에 스치는 천사들의 음성을 듣는것처럼. 나는 이 목소리가 좋다. 이 목소리로 감미롭게 부르는 혼수상태의 노래가 좋다. 그 노래를 열정적으로 부르는 혼수상태가 좋다. "그댈 만난 제 5의 계절 끝없는 모래사장 그곳에서 믿음을 말하던 그대 눈동자 속 내 모습이 보였어요." .. 노래의 빠져버린 한은겸의 목소리가 절정에 올랐고. 그 가창력에 새삼 놀라 눈을 꿈뻑이고 있으면 "아마도 그게 사랑. 그래요 그게 사랑. " 조용히 마무리 짓는 언호의 노래. "I want to hold your hand. It is time I went to love. It is time I went to love. " 마치 이건 꿈을 꾸는거 같아. 왜 그런거 있잖아. 절대 깨고 싶지 않은 꿈. 영원히 지속됬으면 하는 행복한 꿈- \ 촬영은 1시간이라는 어찌보면 짧고, 어찌보면 긴 시간으로 끝이 났다. "햇살씨. 저 좀 볼래요?" 왠지 지친 마음으로 오늘 촬영분 테잎을 챙기고 있을때, 갑자기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나를 부르는 매니저 오빠. "네.?" 맙소사. 너무 긴장한 나머지 빳빳히 굳은 목소리를 내뱉어 버렸다. 내가 봐도 심히 이상한 목소리. "잠깐 시간좀 내주세요." 이번엔 또 무슨일이지. 하는 생각을 얼른 접고는 고개를 끄떡이자 수줍게 웃는 매니저 오빠. 엥.? 자.잠깐 ...수줍게...? 순간 그 황당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이햇살. 조용히 매니저오빠를 따라가자 갑작스럽게 매니저 오빠가 말한다. "저번에는 죄송했어요. 여긴 다 이렇잖아요 원래." ..라고 "...네?" 뜻밖인 매니저 오빠의 말에 나는 당황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는 에에? 거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웃는 매니저오빠. 그래 이웃음. 기억나 처음에 날 만났을때 따스하게 반겨줬던 그때의 그웃음. "어쩔수가 없었어요. 일이니까 그땐 하지만 제가 너무 심한건 사과할께요." "아. 아니에요!!!!!" "자꾸 맘에 걸리더라구요. 그래도 좋게 일하는건데. 그럼 이제 다 풀린거죠?" "네? 그럼요." "그래요.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꾸벅 인사를 건내곤 매니저 오빠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그 손을 잡았고. "저도요. 저도 잘부탁드리겠습니다." .. 뭐 이로써 매니저 오빠와도 화해 성공이다!! "와. 분위기 좋은데??" 그즈음. 또 다시 시비를 걸어대는 유해안이였으니. 녀석은 입에 목캔디를 물고는 건들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까불긴." 타악- 그런 유해안의 머리를 건방지다는듯 후려치는 매니저오빠. 그래. 유해안 내가 너 그렇게 깐죽대다가 언제 한번 맞을줄 알았다니깐. "아씨. 형 왜때려요. 내가 동내 북이야? 이래뵈도 유해안. 예전에!!!" "지금 고기 먹으러 갈껀데. 놓고간다 너." 그러자 그말에 급작 변하는 유해안. 어느새 표정을 바꾸곤(역시 가식) 매니저 오빠에게 달려들면서 애교를 부린다. "아이 왜그래 이쁜이 형" .... 그러다 결국 유해안 매를 벌어 또 다시 한대 맞아버렸음. \고기집 나는 지금 고기집이다. 내가 여기에 왜 따라왔느냐고? 그건 내가 묻고 싶은말. "우리 네명 먹을것도 벅찬데.." 사실 나도 고기를 무지 좋아한다. 그래서 왠만하면 이런 자리 불편해도 꼭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데. 나를 보며 저렇게 대놓고 중얼거리는 유해안을 보면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라구. "햇살씨. 신경쓰지 마시고 많이 드세요. 저번일도 그렇고, 우리 애들 잘좀 부탁한다는 뜻에서 제가 사는거니깐요" .. 불편해 하는 나를 눈치채시곤 매니저오빠가 인자하게 웃으시며 말했다. 그러자 우웩 하는 시늉을 하며 젓가락을 입에 무는 은겸이. 딱 깨물어 줬으면 좋겠네. .. 어쨌든 매니저 오빠께서도 저렇게 말씀하시고 하니. 고기 나오면 배나 든든하게 채우고 가야겠다! (☜이여자 가증스러움) "짜증나 완전 가식." 투덜대는 유해안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나는 젓가락을 들었다. 그즈음데서 맛있게 양념이 된 고기가 나왔고. 불판에 지글지글 고기들이 구워졌다. 아 맛있겠다. 정말 침이 뚝뚝 떨어진다!!! "한은겸." "엉? 어노 왜!" 그때, 별안간 조용히 있던 언호가 말문을 열었다. 자신의 이름을 갑작스럽게 부르는 신언호를 눈을 땡그랗게 뜬채 쳐다보는 은겸이. 내 시선도 그제야 고기에서 언호로 옮겨갔다. "자리 바꾸자." "응? 왜?" "그냥. 자리 바꿔" 신언호의 말에 딱 재 왜저래 라는 표정을 짓던 한은겸은 이내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떡이며 일어섰다. 순식간에 분위기 급침체. 왜냐구? 왜냐면. 신언호가 바꾸자는 한은겸의 자리는. 우연인지 몰라도 "아하하 고기가 다 익어가네요. 자 우리 다함께 먹어봅시다!!!" 내 옆이였으니까. "..........." 괜스레 뻘쭘해진 내가 오바를 하며 저따구로 소리치자 모른척 매니저오빠가 웃으며 고개를 끄떡여주신다. 그즈음 털썩. 하고 은겸이하고 자리를 바꾼 언호가 내옆자리에 앉았다. 순식간에 확 풍겨오는 언호 냄새. 나는 이냄새가 무지 좋다. 뭐랄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할까 아무튼간에 언호향기는 기분 좋다. "나왔어.이햇살" "응 알어." 아무렇지 않아하는 언호와는 달리. 뭔가 굉장히 눈치를 보면서 대답하는 이햇살. 으아아 불편하단말이다. 이런거. "많이 먹어." 게다가 신언호. 이런 어이없는 짓까지 서슴치 않았으니. 나는 아까보다 백배는 더 불편한 기분이다. 언호가 밥위에 올려준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빤히 내려다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뭐 고기 하나에 가슴이 뭉클해지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지. .. ..그냥... 그냥 이아이가 날 챙겨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따듯해져. 라고. "어? 언호야 고맙다. 나를 위해 고기도 올려주고 손수." "응??" 그순간이였다. 후다닥 하고 빠른 속도로 내 밥위에 올려진 고기를 유해안이 집어 냉큼 입으로 넣어버린건. 맙소사. "우헤헤헤헤. 완전 코미디다 코미디" 한은겸이 이렇게 웃든 말든, 나는 옆에 있는 유해안을 힐끔 노려봤다. 그러자 뭐 문제될거 있어? 라는 표정으로 고기를 맛있게 씹는 해안이. ...치고싶다. 정말 할수만 있다면 치고싶다구. 제기랄!!!!!!! 언호가 올려준 고기인데. 누구도 아닌 신언호가 올려준 고기라구!!!!!! "냠냠냠. 우리 언호가 올려준거라 더.럽.게 맛있다. 햇살아 부럽지." 씩 하고 웃으며 유해안이 말한다. 할말을 잃어버린 내가 상대하지 말자 라면서 "아니. 별로. 고기나 먹어" 고개를 훽 돌리고 고기를 집자. 별안간 내 밥 위에 다시 자신이 고기를 올려주는 녀석. 유해안. "뭐야.?" "쳐먹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자한테 쳐먹어가 뭐냐 이세끼. "뭐??" "아 맞다. 넌 여자였지. 미안미안 맛있게 쳐드세요." "..........." 후우.. 참자 이햇살. 내앞에는 매니저오빠가 앉아있어. 그러니 절대로 뻥 터져선 안돼. "으응. 고마워." 나는 잠시 망각한 매니저 오빠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고는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고기를 입에다가 넣어버렸다. 분노의 고기의 맛은 어땟냐면. ... 맛있었다. 제길스럽게도 "햇살아 맛있어?" 맞은편. 고기를 우적우적 씹고 있는 내게 괜한 말을 거는 한은겸. 나는 고개를 끄떡이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유해안.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지. 흡족한 표정이라기 보다는 음..그러니까 그러엄. 내가 누군데. 라는 매우 건방진 표정을 지으며 고기를 다시 올려준다. 내참. "............" 할수없이 그 고기를 막 넣으려고 할때였다. 테이블 밑에 있던 내손이 따듯해진건. "어..?" 내손 위로 살며시 포개진 언호의 손. 그 기분 좋은 느낌에 놀라 고개를 들어 신언호를 쳐다보면 아무말없이 고기를 먹고 있는 녀석. 나는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그런 언호의 손을 꽉 잡아버렸다. ... ........ \ "어.? 햇살씨 안녕" 고기집에서 배부르게 먹고 나오자마자 보인건. 코디언니들. 나는 놀랄틈도 없이 일단 꾸벅 하고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여긴 왜..?" "다음 스케줄로 이동해야 하는데. 좀 빡빡해서 왔지. 근데 광수오빠. 이래도 되는거야? 왜 자기들끼리만 고기 먹으러 온대!!!" 내게 간단한 설명을 마친후 매니저오빠를 째려보는 코디언니1. 그런데 지금 이순간 제일 충격적인건. 코디언니의 쫙 찢어진 눈이 아니라. .. 매니저 오빠의 이름이 광수라는거. 이건..너무 잘어울리잖아!! "야!!!!!!!김명희 죽을래. 어디서 오빠 이름을 짝짝 불러 부르긴." 역시나 우리의 매니저오빠. 광수라는 이름이 조금은 챙피한듯 얼굴이 빨개지신다. "뭘 그래. 얼른 가자" "넌 임마!!" "이러다 늦겠어요. 광수씨. 야 은겸이하고 언호 얼른 차 타" 정말 재밌는 사람들이다. 코디언니의 선방에 울그락불그락 차에 타는 매니저 오빠도 재밌고. 자기들끼리만 고기먹더니 꼬셈이다 라고 하는 코디언니들도 재밌고. "응. 오케이!!" 왠지 모르게 그들을 보는게 즐거워서 가만히 서서 웃고 있다가.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옆에 서있는 유해안에게 물었다. "근데 너는 왜 차에 안타? 신혁씨는??" 그러고보니. 한은겸하고 신언호만 차에 탔잖아. "이번꺼는 재네만. 난 신비주의라서 토크 프로그램은 안나가." 당연하다는듯 유해안이 말한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신혁과 유해안이 토크 프로그램에 나간걸 본적이 없다. 그게 신비주의 전략이라니. 어떻게 보면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이렇게 나불나불 거리는 유해안이 토크 프로그램에 나가지 못한다니. "그렇구나." "혁이형이랑 나랑은 숙소에서 재네 방송 끝날때까지 쉬다가. 방송 끝나면 공방(공개방송) 간다. 그리고 밤에는 라디오 방송. 새벽에는 신곡 안무 연습하러 연습실로. 그다음 아침, 한텀쉬고 음악방송 촬영하러. 그리고 또 쭈욱~~~ 아 진짜 질린다 질려. 토나와." ....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 혼자 말하고 자기 혼자 대답한다. 나는 다시 한번 아쉬워졌다. 이녀석이 토크 프로그램에 이미지상 나가지 못한다는걸. .. 나가면 대박일텐데. <29> "햇살씨. 그럼 전 먼저 갈께요. 오늘 즐거웠구요. 다음 촬영때 또 뵈요." 유해안이 토크쇼에는 나가지 못한다는점에서 아주 크게. 아쉬워 하고 있는 내게 다가와서는 고개를 꾸벅 숙이곤 인사를 하는 광수씨(매니저오빠) 나는 어정쩡 서있다가 어정쩡 인사를 받았다. "아. 네!!" "그럼 늦어서요. 혁이야. 해안이 데리고 숙소로 먼저 가있어." 그리곤 부웅-+하고 차 열쇠 한개를 혁이오빠에게 던지는 매니저오빠. 민첩한 신혁. 단숨에 받아들고는 열쇠를 손가락에 끼어버린다. "어. 알겠어" 매니저 오빠가 가리킨 차 한대. 외제차다. 삐까뻔쩍한 하얀색으로. 아마 코디언니들이 타고온 차 인듯 했다. 우와. 정말 멋있는 차구나. "그럼 간다. 사고들 치지 말고있어. 저 갈께요" 차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이햇살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건내고는 벤에 타버리시는 매니저오빠.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부릉부릉. 하는 소리와 함께 출발해버린 혼수상태의 벤. 나는 도로로 진입하는 벤을 눈으로 계속 쫓았다. 안보일때까지. 그러고보니 ...신언호 인사도 없었네. 인사도 없이 그렇게 낼름 타버리냐. "저. 그럼 저도 갈께요. 다음에 뵈요. 안녕히 계세요." 차가 완전히 안보일때까지 멀뚱히 서있다가. 이내 나도 가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신혁에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려는데. 타악- 하고 누군가가 나를 잡았다. 손목도. 옷자락도 아닌 뒷덜미를. 누구겠는가. 그래. 다들 예상하는것처럼 그 주인공은 유해안이였다. "야야. 어디가" 아주 다급한 목소리. "어디가긴 집에 가야지" "왜?" "에에? 왜라니?" "집에 왜 가냐구" 세상에 이런 억지가 또 있을까. 집에 왜 가냐니. 당연히 우리집이니까 가는거 아니겠어? "우리 집이니까" 내 싱거운 대답에 유해안이 잠시 할말을 잃은듯 조용해졌다. 힐끔 신혁을 보니, 어느새 차에 타곤시동을 걸고 있다. 역시 빠르단 말야. 그런데 문제는 너무 말이 없다는거. 방송에서 보는거랑은 달라. 신혁씨는 "안돼. 가지마" 잠시 신혁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때였다. 마치 어린애가 땡깡을 부리듯한 뉘앙스로 유해안이 내게 말한건. "왜?" "같이 숙소에 있자." "뭐?? 내.내가 왜!!!!!" "왜냐면." "어.?" ... 골똘히 생각하는듯한 유해안. 이내 어처구니 없어 하는 내게 실없는 소리를 내뱉어. "넌 두개골이 크니까. 됐지. 얼른 가자가자" \숙소 그래요. 결국 와버렸습니다. 이 줏대없는 이햇살. 결국 유해안손에 질질 끌려(정말?) 어쨌든 그렇게 와버렸다구요. "주스 줄까? 사이다 먹을래?" 오늘도 역시나 신혁이 자기방으로 쏘옥 하고 들어가버린후. 뻘쭘히 쇼파에 앉아 있는 나를 보며 묻는 유해안. .. 그런데 저아이. 급작 밝아져버렸다. "어? 주스! 근데 너 왜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어?" ..그러면 유해안 처음보는 쑥스러운 얼굴로 내게 말해. "내가 뭘.." 맙소사. 해안아 너 정말 왜이래. 왜 갑자기 이렇게 된거야? 적응 안돼잖아 니가 자꾸 이러면! "아하하. 그.그래" 잠시후. 나는 해안이가 가져다준 주스를 홀짝 마시며 어색히 웃었다. "우리 뭐하고 놀래. 너 스타할줄 아냐?" "아니." "그럼?" "내가 할줄 아는게임이라곤 인형 옷입히기 정도?" 내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유해안.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새 표정을 풀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에에?"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다가와? "우리말야.." "에??" 그랬다. 해안이는 저따구로 느끼하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내게로 조금씩 다가오더니. 그러니까 입술이 다을랑 말랑 하는 거리에서 작게 중얼거리듯 말한다. "심심한데 뽀뽀나할까?" ..라고 결과는? "이 개변태!!!!!!!!!" 철썩- 하고 투박스러운 이햇살 손에 맞고야 말았음. 아야 하고 오늘도 역시 호들갑을 떨면서 내게 맞은 등을 마구 비벼대는 해안이. 나는 가끔씩 문득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아이는 생각이 있는건가.. .....없는건가 하고. "아씨 뭔 기집애가 이렇게 힘이쎄." "너야말로 뭔 사내가 이렇게 가벼워!!! 그런 장난은 하는게 아니야. 씨껍했잖아!!!" "그거 내 유행어다. 어디서 은근슬적 가로채?" "아이고. 할말이 없다 할말이 없어!! 널 따라온 내가 머저리지!!!!!!" 그래 내가 머저리였다. 바보 천치 머저리. 나는 유해안에게 신경질을 훽 부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다시 급하게 내손목을 잡는 해안이 "알았어. 알았어 잘못했어" "........" 말없이 녀석을 노려보자. 잠시 머리를 굴리는듯 보이던 녀석. 아! 할거 생각났다 라면서 밝게 소리쳐. "그래. 우리 진실게임하자. 진실게임. 오케이?" \ 그리하여 속을 알수없는 새까만 남자 유해안과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햇살의 진실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꼭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 우리는 마루바닥 앉아있다. 진실게임을 하면 이런 분위기 정도는 기본이라면서 선물받았다는 촛불을 둥글게 올리고는 불을 붙이는 해안이. 정말 이럴때 보면 괴짜다 이녀석. "난 완벽한 남자야. 내가 언제 설렁설렁 하는거 봤냐?" 그걸 몰라서 묻니 유해안. "오늘만 빼고, 모든날에 넌 설렁설렁이였는걸." "죽여버린다." 괜히 뻘쭘해서 빼액 하고 소리를 지르며 대답한다. 그리고는 다시 불 붙이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내 마지막 촛불에 불을 붙인 해안이는 씨익 하고 웃더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 ... "그럼 시작해볼까? 나부터 묻는다." "뭐.뭐야!!!정정당당히 가위바위보를 하던가. 대뜸 너부터 한다는게 말이돼?" "당연하지. 여긴 우리숙소니까." 말도 안돼는 소리. 그럼에도 할말이 없어서 고개를 끄떡일수밖에 없는 비참한 이햇살. "알았다. 뭐 물어보고 싶은데?" 나는 앞에 놓인 초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면서 대답했다. "일단은" 초를 켜논 탓일까. 그래 분명 분위기 탓일꺼다. 왠지 모르게 유해안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건. "일단은?" "니 몸무게." ..... ................ "나갈께. 안녕" 그말에 망설임없이 일어서는 시늉을 하자 알았어 안할께 라면서 나를 다시 앉히는 유해안. "그럼 다른거 한다. 뭐냐면" "으응?" "너 신언호 좋아해? 진심으로..? 그러니까 내말은 그 좋아하는 감정이 니가 동경하던 가수여서인지 아니면.."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곤 내게 눈을 맞춘다. "정말로 신언호라는 남자를 좋아하는건지." 뭐랄까.. 당연히 대답할줄 알았던 그 질문에 나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해졌다. "..글쎄..." ......글쎄..... 이건 진실게임이니까. 진실만 말해야 하는거니까 말하겠는데.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신언호를 좋아하는거라는건 확실히 알겠는데. 신언호가 내가 동경하는 가수이기 때문에 라는 말에는 완벽히 부정하지 못하겠는걸 보니. "생각해본적이 없어 니질문." "그럼 가능성은 있다는거네." "엥? 그게 무슨말이야?" "몰라도 된다" "뭔데!!" "뭘 그렇게 알려고해. 야 이제 너차례다. 너가 질문해." 내가? 라고 중얼거리듯 말하자 말없이 고개를 끄떡인다. 음.. 유해안에게 질문이라. 뭐하지? 그러고보니 별로 궁금한게 없다. "별로 궁금한게 없다!" "콱. 죽을래?" "하지만 진짠걸!!!" 유해안 그렇게 째려봐도 소용없다구! 없는걸 어째? "그럼 내 첫사랑 얘기 해줄께." "첫사랑얘기?" "어." "나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어.." 에? 그때 별안간 진지한 목소리를 내뱉는 유해안. 처음엔 장난을 치는건줄 알았는데. ..얼굴까지 진지하니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나는 황당한 얼굴로 유해안을 쳐다봤다. 아니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분위기를 확 다운시킬수 있는거지. "어.?? 언제?" 결국은 이 이상한 분위기 때문에 이햇살까지 심각해져 버렸음. "가수 데뷔하기 전이니까. 삼년전쯤? 아니 이년전." 나긋나긋한 유해안의 목소리가 이어 들렸다. 이런 이상한 분위기 정말 싫은데.. 슬쩍 녀석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제길. 또 굳어있다. "아아 그렇구나." 그랬기에. 이번에도 이햇살. 장난을 치며 이분위기를 얼렁뚱땅 바꿔보려다가 결국 따라서 심각하게 대답을 해버렸다. "....응...." 아씨 진짜 이자식. 왜이러는거야. 적응 안돼게. 누가 좀 와서 나좀 구해달라구요. "아하하하. 그래그래(어색하기 짝이 없음)" "근데 죽었어." "..뭐?" 죽었어. 너무나도 슬프게 말한다 죽었어 라고. "죽었다구. 1년전에" "왜..?" "내가 그여자를 잊어버렸거든" "..........." 이러면 내가 할말이 없잖아 유해안. 내가 여기서 뭐라고 말할까. 괜히 진실게임을 한다고 한거 같다. 나는 입을 꼬옥 다물어버렸다. 그러자 피식 웃으며 다시금 입을 여는 녀석. "우린 서로를 잊어버렸어. 왜냐면 그여자아이가 아빠에게 버림을 받아서. 불을 냈거든. 난 그 여자아이를 구하러 갔고. 우린 그 아픈 기억을 잃어버렸지." ..... 기억을 잃어버렸지. 그 아픈 기억을 잃어버렸지. .........잠깐... 이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건데.? "어어??" 진지하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듣다가.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경악을 하며 유해안을 올려다 봤지만. 유해안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채 고개를 바닥으로 떨군다. "1년뒤에 우린 다시 만났지만. 서로를 기억하지 못했고 내가 그녀를 다시 만났을땐 이미 그녀 옆에는 윤여준이라는 남자아이가 있었어...." 그때즈음이다. 그러니까 유해안이 저 말도안돼는 소리를 막 내뱉었을때 마침 신혁이 딱 방에서 나왔고 우리를 지나가며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중저음으로. "똑같은 레파토리." .. 라고... "휴....." 그다음으로 내 한숨소리가 들려오면. 급속도로 얼굴이 빨개진 유해안. 신혁을 향해 원망스럽게 소리쳐. "형!!!!!!!!!!!!!!!" ".........(벙져있음)" "아씨 거의 다 넘어왔는데." 이 정신나간 유해안아. 내가 설마 그 이야기를 모를꺼라고 생각한거니.? "저기 유해안." 기가 막혔던 나는 유해안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툭툭 쳤다. 그러자 꽤나 쪽팔린지 뒤돌아 보지 않는 녀석. "유해안!!" "왜." ..어쭈.. 작전을 바꾼거냐. 무표정으로 밀어붙이기로? "나 그이야기 알거든." "뭐?" "그 이야기 안다구. 그거 온새미로 이야기잖아." 1년전 한창 인터넷에 떠돌았던 온새미로 이야기. 그랬다. 유해안은 어줍잖게 1년전 인터넷을 떠 돌았던 그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인냥 내게 말을 한거였다. 나참 어이가 없어서. 아니 어떻게 이 신성한 진실게임 시간에 저런 어이없는 짓을 저지를수 있는거냐고요!!!!!!!!!! "너 알았어? 어떻게??" "..너 누굴 바보로 아니." 갑자기 모든게 우스워진다. 심각하게 이야기를 했던 유해안이나. 어쩜 좋아. 뭐라고 말해 라면서 덩달아 심각해졌던 이햇살이나. "나갈꺼야. 이 사기꾼 왕변태!!" 나는 급작 나를 놀린 유해안에게 화가 나버려 벌떡 일어서서 숙소를 나가려고 했다. 이번엔 정말 시늉이 아니라 진짜로 나가려고 했는데. 탁 하고 다시금 유해안이 내손을 잡는다. 그런데 그게 아까와는 달라. 그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많이 달라. "놓으라고 했.." "이햇살." 그순간. 낯익은 웃음소리와 함께 찰크덕 하고 문이 열렸지만. 유해안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여전히 나를 응시한채- "좋아해." "...뭐...?" 깜짝 놀라서, 나는 숙소 문이 열렸다는것도 잊은채 유해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너같은 못난이에다가 아무것도 아닌애 좋아하는거 솔직히 자존심 상하는 일인거 아는데 그래. 나같이 대단한 애가 너같은애를!! 좋아하는게 말도 안돼는거 아는데." 맙소사. 도대체 무슨말을 하려는거야. 못난이에다가 아무것도 아닌애? 저게 진짜. "유해안 너 죽을래 너 또 나 놀리는거 모를줄 알.." "좋아져버렸어. 그 못난이가" "......." 그순간 조용해진다. 니들 뭐해.라고 소리치던 은겸이도. 어쩔줄 몰라서 괜한 소리를 내뱉던 이햇살도. 가만히 앉아서 우릴 응시하던 신혁도. 그리고. 삐딱히 신발장에 서서 해안이를 응시하고 있는 언호도. ...... ................... ........ .......... ..... .. "나 니가 좋아 이햇살." 유해안의 진심을 담은 이 말 한마디에 모두 조용해졌다. <30> "나 니가 좋아 이햇살." 지금 내가 유해안에게 정말 묻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 ....너 도대체 무슨짓이야..? 이거 딱 하나. "어..그러니까"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나는 정말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가만히 서있다가. ".........." "그러니까..촛농 떨어지겠다." 이런 실없는말을 내뱉었고. 그러면 한은겸. 자기도 도와주겠다는듯 분위기를 띄우려고 말해. 조금 많이 오바스럽게. "맞아 니네 불나서 우리 죽으면 어쩔껴!!!!!!햇살아 나랑 같이 끌.." 그순간 뚜욱 하고 멈쳐버린 은겸이의 말. 왜냐구? 삐딱히 해안이를 노려보던 언호가 이내 기댔던 몸을 비스듬히 일으키곤 입을 열었으니까. "말해 햇살아." ....?...... "어? 신언호?" 해안이를 노려보고 있던 동공이 조심스럽게 움직여 내게로 향했다. 원..망스럽다는 눈. 그래 지금 언호의 눈은 그랬다. 뭔가 굉장히 원망스럽다는 눈. "말해. 지금 이햇살은 신언호랑 사랑한다고. 유해안이" 일순, 나를 줄곧 응시했던 해안이가 그제서야 언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끼어들 자리 따윈 없다고." 신언호의 차가운 목소리. 솔직히 말하면 이런 모습 처음본다. 그래서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혼란스러워 질수밖에 없었다. 왜..? 신언호 도대체 왜..? 날 진심으로 좋아하는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신언호!!" 자극적인 신언호의 말에 다혈질인 유해안이 일어섰다. 그러자 언호는 아무런 감정 없는 말투로 입을 열어. "짜증나" 그리고는 그대로 숙소를 나가버린다. 이해할수 없는 신언호의 행동. 그리고 마음. "언호야!!!!!신언호!!!!!!!!"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벙져 있을수만은 없는 노릇이였다. 나는 녀석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따라가려고 하는데. 타악- 하고 해안이가 내 손목을 잡아버렸다. "너 지금 가면 나 무지 쪽팔린거 알지?" "........." "그러니까 가지마" 말을 마치고는 웃는 해안이. 꽉잡아버린 손을 놓아줄수 없다는듯 그렇게 웃고있는 녀석. "미안." 그런 녀석에게 내가 해줄말이라곤 이것밖에 없다. 그러자 급작 얼굴이 굳어져버리는 유해안. 하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녀석에게 잡힌 손을 빼내. 왜냐면 나는 지금 가야하니까. 언호를.. "미안해 유해안!!!!! 정말 미안!!!!!!!" .. 잡아야 하니까. \ 빌라 아래. 주차장 "신언호!!!!!!!!!!!!!" 얼마나 뛰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수 있는건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빠르게 뛰었다는거. "신언호!!!!!!!!!!" 나는 앞에 보이는 신언호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하지만 언호는 뒤돌아 보지 않은채 걸었다. "거기 서라니까!!!!!!!!!!" 장담하건데 이건 내 마지막 발악이였다. 정말 마지막 스피드를 내서 눈물이 날정도로 세게 달렸으니까 덕분에 녀석의 검은 후드티 모자를 잡는데 성공한 이햇살. "놔. 이햇살" 이자식. 힘들게 뛰어온 사람한테 고작 하는말이. 그거뿐이냐 "싫어!! 이유나 알고 삐져 왜 이렇게 삐졌어? 유해안이 이상한말 해서??" "안삐졌어." 너무나도 당연하게 대답하는 언호. 그러나 목소리. 녀석의 차가운 그 목소리가 말해주고 있다. 나 지금 무지 화났어. 이렇게 "그러면 왜 이러느냐고!!!이유가 뭐야 도대체. 응? 도대체 이러는이유가 뭐냐구. 그렇게 나가버리면 내맘이 편하겠어?" 아. 그러니까 나 지금 너무 화내버렸다. 주제넘게 너무 화내버리고 말았어. "........." "미.미안 화내서. 근데 이렇게 무작정 나가버릴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 빤히 내게 닿는 그애의 동공. 괜스레 바닥으로 떨구어버리는 이햇살의 동공. "신언호..?" 솔직히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어. 근데 자꾸 니 차가운 눈만 보면.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돼버려. "왜 똑바로 말 못했어. 왜 망설였어. 이햇살 말해야 하잖아" 잠시후 그애가 입을 연다. 차가운 목소리로 나는 순간 할말을 잃어버려 멍해있다가 허겁지겁 대답했다. "그건" "응." "그래. 미안 내가 미안해. 말을 해야하는데 순간 너무 당황해서 말이 안나온거야. 말하려고 했어!!" 말을 마치고는 슬그머니 언호의 눈치를 살피면. 뭔가 대단히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한쪽손으로 머리를 흐트러 놓는다. 그바람에 부스스하게 떠버린 언호의 검정색 머리. .. "앞으론 그러지마. 그거 엄청 화나. 그리고 불안해." 이내 망설이던 녀석이 어린아이처럼 말한다. "응 알겠어." "우린 아직 못해본게 너무 많아. 그러니까 바람은 절대 안돼." 왠지 또 다시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언호의 말. 그런데 그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이말.. 아직 못해본게 많다는말. 바람은 절대 안됀다는 ..이말.. 나한테 하는게 아닌거 같은. 분명 나와 눈을 마주치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나한테 하는말이 아니라. 꼭. 다른 사람한테 하는말처럼 느껴져. "바람같은거 안핀다니까" "해안이랑 앞으로 말도 하지마!!!" "뭐야! 그런게 어딨어!!" 갈갈히 날뛰면서 녀석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나. 그제서야 웃는다. 언호가. 그리고는 따듯한 그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일순.. 급작스레 이상해진 분위기. "언호야." "응?" 슬며시 올려다본 신언호의 눈은 그랬다. 마치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보듯한 눈. 그래 그런 눈이였다. 분명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두개 물어봐도 되요." 잠시 망설였다. 그건 이말을 꺼내도 될까.. 하는 고민에서였다. 머뭇거리는 내모습에 어서 물어보라는듯 툭 나를 팔꿈치로 쳐보는 언호. "....그러니까..." 난 너한테 어떤 존재야..? 비참하긴 하지만. 단 한번이라도. 아니 단 한순간이라도. 나를 좋아한적이 있었어...? "빨리 말해봐." 단 일분이라도.. 아니 단 일초라도. "아니야. 아무것도! 빨리 들어가봐야지! 다음 스케줄 많다!! 매니저오빠도 있을꺼고" 결국 나는 물어보려던걸 관뒀다. 왜냐면. 언호의 입에서 흘러나올 대답이 무엇일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였다. "뭔데. 말해봐" 그러면 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콕콕 찌르기 시작하는 언호.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삐돌이 됐거든" 삐돌이라는 말에, 일순 녀석의 행동이 멈추었다. 그리고는 말없이 나를 노려보더니. "나갈꺼야." 하고는 뒤돌아서려는 시늉을 하는 언호였으니. 이녀석 의외로(?) 속이 무지 좁은거 같다. "알.알았어!!!!!!! 왜 또 삐져?!" "안삐졌다!!!!!!!!!!!!" 엄머야 깜짝이야.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런대. "무슨 삐졌구만. 입 삐쭉 나와서는" "이햇살. 나 진짜 화낸다." "하~나도 안무섭네요!!! 어어? 표정좀봐! 이거 찍어서 올리기전에 당장 웃어라!!!" 내말에 피식하고 웃는다. 그러면 나도 같이 웃는다.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따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 언호야! 알았어!!안그럴께 같이가!!!" 해안아 미안. 나 언호가 너무 좋아. 그래서 오늘일은 그냥 잊어버릴께. 그래도 될까. 나 그래도 되지..? \다음날 [이햇살 우리 오늘 데이트할까] 다음날 수업시간. 슬그머니 언호에게 온 문자에 웃음짓고 있을 무렵이였다. "이햇살." "데이트? 헤헤 데이트라." 선생님이 코앞에 온지도 모른채 바보처럼 문자를 보며 실실 웃어대고 있는데 쿡쿡- 나를 찌르는 민지. 왜그러냐며 고개를 들었을땐. 이미 우리 학교에서도 악독하기로 소문난 음악선생님은 분노하고 계셨다. "이햇살!!!!!!이노무 기집애를 그냥!!!" "엄마야 깜짝이야." "당장 핸드폰 이리 내놔!!" 급작 거칠게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뺏어가버리는 선생님. 입을 헉 하고 벌리며 경악하는 내가 보이질 않는건지. 선생님은 망설일틈도 없이 그대로 핸드폰 전원을 꺼버리고는 자신의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으셨다. ..맙소사.. 이건 아냐. 핸드폰을 뺏기면 신언호와 연락할수가 없다구!!! "서.선생님!! 한번만 봐주세요 네?? 선생님 제발요!!!" 나는 지금이 수업시간인것도 잊은채 위와 같이 마지막으로 절규했지만. 선생님은 무테 안경을 코위로 조금 올리시더니 무표정으로 단호히 말씀하셨다. "조용히 안해? 앞으로 한.달.간 압수다 그렇게 알고 수업에 집중해" ...라고 ... .......... 결국은 뺏겨버린 핸드폰. 오늘은 아침부터 일진이 좋지 않다. "야야 힘내. 핸드폰 뺏긴건 유감이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그렇게 죽을상되서 시체처럼 있을필요는 없다구 생각한다 나는." 옆에 앉아서 염장을 질러대는 그녀. 누구겠는가. "민지야. 나는 니가 가끔씩 이럴때마다 정이 떨어져." "나는 니가 이럴때마다!!"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받아치는 민지. 나는 그런 민지를 노려보다가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됐다. 됐어 이햇살. 내가 누구랑 이야기를 하겠니 지금. ...잠이나 자자. "쟤야? 혼수상태 비밀일기 촬영한애가?" "화면이 훠어얼씬 예쁘네!!실물좀봐!!!" 나른한 점심시간. 나는 정말 그렇게 한숨 잘 생각이였다. 하지만 책상에 눞자마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 때문에 인상을 팽 찡그리곤 일어설수밖에 없었다. 내가 연예인은 아니지만. 이제야 좀 알수 있을꺼 같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 입에 이리 저리 거론되는 심정을. 뭐 이러냐 정말. 아주 대놓고 수근거리시네 다들. "있잖아. 나 싸인이라도 받아둘까봐. 너 왠만한 연예인 저리가라야" 할수만 있다면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인데 하나뿐이라는 친구 민지. 주위를 둘러보며 내게 말해. "조용히 해줄래." "근데 너 그거알아? 너 어그제 실시간검색어 1위한거! 그리고 벌써부터 인터넷에 너랑 혼수상태 직찍 엄청 많이 돌아다닌다!!" "야!!!!!!!!!김민지!!!!!!!!!!!!" 결국 터져버린 이햇살의 다혈질. 하지만 김민지는 이정도는 끄떡없다는듯 호호호 하며 웃으며 뭘 그런거가지고 화내냐면서 너스레를 떤다. "말을 말자. 말을 말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민지에게 말하고는 나는 다시 책상에 고개를 묻었다. "....어? 근데 쟤 그때 개 아니야?" 그나저나 어쩌지. 신언호랑은 오늘 데이트하자고 했는데. 어떻게 연락하지. 나 그애 번호 아직 못외웠는데.. "이햇살 일어나보라니까?" "아씨 나 건들이지 말라니까? 나 지금 좀 한숨 잘려.." 잘려고.. ..그래 잘려고 하는데 "..유가은?" 말을 멈출수밖에 없었던건 급작 우리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유가은 때문이였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그녀. 그런데.. ..오늘도 뭔가 심상치 않다. 표정이 "니가 여길 어떻게." 그렇게 놀라서 내뱉은 내말이 다시 한번 멈추어졌다. 이번에는 왜냐구? 쫘악- 내앞으로 온 그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얼굴을 내리쳐버렸으니까. "야 이 미친년아!!!!!!!!!!너 정말 돌았어!!!!!!!!!!!!!!!?" 금새 벌겋게 부어오르는 뺨. 억울한건 얼굴이 얼얼해 지면서 느껴지는 아픔보다 이유없이 맞았다는 점이였다. 황당해서 말조차 나오지 않아 멍해진 나를 대신해서 소리를 지르는 민지. 그러나 그녀에겐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듯. "..이제 어떻할꺼야?"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당장 일어서서 유가은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그리곤 니가 뭔데 나를 치냐며 머리끄댕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였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던건.. 유가은의 큰 눈에 맺힌 눈물. 그녀의 여린 뺨을 타고 내리는 그 눈물 때문에. 나는 그러지 못했다. .. "뭐...?" "조심하라고 했지. 니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된다고 했지 이제 어떻할래.. 언호 또 죽고싶어지면 어떻할래...?" 갑작스럽게 벌어진 소란에 다른 반 아이들까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유가은의 입에서 '언호'라는 말이 흘러 나오자 이곳은 금새 술렁였다. "유가은 그게 무슨말이야.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 그러자 유가은. 이내 눈물을 닦고는 말해. "너 지금 어떤상황인줄 알기나해..? 무슨일이 일어난줄 알기나 하냐구!!!!!!" 그랬다. 핸드폰을 뺏긴것은 그저 불행한일의 시초였을 뿐이였다. 내겐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어마어마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학교뒤 등나무 보는 눈도 많고 해서 나는 유가은을 끌고 등나무 뒤로 왓다. 끌고 오는 내내 어떻하냐며 울어버리는 유가은. "이제 말해봐. 신언호가 뭐 어쨌다고?" 침착한 내목소리. 하지만 이아이 말을 잇지 못한다. 말을 잇지 못해.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 때문에. ...도대체 무슨일일까... 언호가 뭐 어쨌다는걸까? 분명 신언호는 아침까지만 해도 평소와 같았었는데. "지금 이럴 시간이 없어. 가봐야해.." 잠시후 겨우 떨어진 유가은의 입. 전혀 알아들을수 없는말에 나는 다시금 물었다. "어딜? 너 지금 무슨소리 하는거야 차근차근히 말해보라고" 그러자 유가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눈을 맞춰. 그리고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해. ... ........... "그러니까 지금.." 그리고 이내 그 다음말을 들어버린 순간. "뭐라고.............?" "........" 나는 할수만 있다면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그순간은 모든게 멈춰버린듯했다. ...나때문에... 나때문에.... "거기가 어디야." 언호가................. <31> '자살시도. 지금 한여자아이가 자살시도 하려고 하고 있어. 그것도 언호 앞에서. 이게 무슨말인줄 알아?' 달리고 또 달렸다. 나는 정말 미칠만큼 달렸다. 숨이 차서 토가 나올지경이였지만. 나는 결코 달리는걸 멈추지 않았으니까. '그게 언호한테는 얼마나.. ...끔찍한건지 아냐구..' '너때문이야!!!!!!너 오늘 핸드폰 잃어버렸지. 그 여자아이가 니 핸드폰을 가지고 있대. 문자고 뭐고 다봐버렸겠지. 넌 도대체 어째서..' 또 다시 나때문에 일어난일. 어떻게 해서 핸드폰이 그 여자아이에게로 갔는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것의 시초는 나였다. 또 다시 나때문에... \ "어딨어요!!!!!!!!제기랄 어딨냐구!!!!!!!!!!" 이햇살의 발악의 가까운 외침과 동시에 도착한 숙소앞. 그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경찰차, 구급차, 구경온 사람들. 혼수상태 팬들. 그들의 시선은 모두 한군데로 쏠렸고 그곳은 다름아닌 옥상. ".....하" 슬그머니 올려다본 그 옥상에는 한 여자아이가 아슬아슬하게 서있었다. 우리학교 교복.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낯익은 얼굴. 나는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눈을 찡그렸고. ... "혜연이?" 그녀를 확인한 순간 나는 믿을수 없다는듯 할말을 잃고야 말아.. "정혜연!!!!!!!!!!!!!!"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하필이면 옥상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자살극을 펼치고 있던 아이는 다름아닌 혜연이. 나랑 같은반 친구 혜연이. 이게 도대체 무슨. "햇살씨." 그때 깊은 한숨을 쉬며 내곁으로 다가오는 매니저오빠. 나는 벌써부터 가득 고인 눈물을 떨구며 매니저오빠에게 고개를 돌렸다. "매니저오빠.." 눈물섞인 내목소리에 다시금 깊은 한숨을 쉬며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곤 말하신다. "얘들 스케줄 끝나고 오는데. 갑자기 옥상에서 죽겠다고 소리치고. 신언호 니가 어떻게 그럴수 있냐며 울구 불고.. 한 30분쯤 지났어요. 경찰이 아무리 타일러도 내려올 생각없고." "......." "미치겠네요.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일단 애들은 숙소로 들여보냈는데 언호도 그렇고. 이제 좀 있으면 기자들도 몰려올거 같고. 무엇보다 당장이라도 뛰어내리겠다고 저렇게 소리치니."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담배각을 꺼내는 매니저오빠. 그리고는 하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라이터를 달칵 하곤 불을 붙이신다. "제친구란..말이에요." 무서워요. 정말 저렇게 혜연이가 뛰어 내릴까봐. 그게 나때문일까봐. 지금 솔직히 너무 무서워서 차라리 정신을 잃었으면 좋겠어요. 이대로. "네.?" ".....어떡해요..저 정말 어떡해요." 다시금 옥상위를 올려다보면. 아까보다 더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혜연인. "햇살씨 친구에요?" "..........." "어? 햇살씨!!!어디가요!!!!!!!!!!!!" 더이상 이렇게만 있을수 없는 노릇이였다. 유가은의 말대로라면 혜연이는 내 핸드폰에서 무언갈 봐버리고 저렇게 옥상위에서 자살시도를 하려는것이니. 나때문일수도 있다. 혜연이가 저러는 이유가. 그래서 더이상 이렇게만 서있을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처럼. 남에일인마냥 이렇게 보고만 있을수 없다구!!!!! "햇살씨!!!!!!!!!!!!" 매니저 오빠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도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빌라 안으로 달려갔고. 그리고 이내 단숨에 1층. 2층 올라가기 시작했다. 타다닥. 하는 소리가 금새 빌라 안에 울렸다. "학생 소용없어. 밑으로 내려가" \ 옥상위. 그러니까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옥상 문 앞. 숨을 거칠게 내쉬는 나를 보더니 구조대원 두명이 다시 내려가라며 손짓했다. 말은 즉. 신언호를 제외하고 누구든지 옥상 위에 올라서면 이대로 뛰어내려버리겠다고 소리치는 혜연이 때문이라고.. "들여보내주세요. 제 친구에요" "지금 저학생 이성을 잃었어. 아무리 말해도 울면서 같은말밖에 안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아직은 안된다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구조대원 아저씨. 그렇다고 이렇게 있을수만은 없잖아. 정말 저러다가 혜연이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러면.. "혜연아!!!!!!!!!!!!!정혜연!!!!!!!!!!!!" 나는 생각도 하기 싫은 그 끔찍한 상상을 얼른 머리속에 지워버리고는 멀찌감치서 보이는 혜연이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자 일순. 뒤돌아 서는 그아이. "..........." 참을수 없다는 표정. 절대 용서할수 없다는 표정. 그래 지금 이아이의 표정은 그랬다. 역시.. ...나때문이였구나.. "혜연아..." 갑자기 엄습하는 불길한 기운을 떨쳐버리곤 나는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 그러면 혜연이는 피식하고 웃더니 그런다. "햇살이 왔네.. ...신언호 여자친구 이햇살.?" 역시 봐버리고 말았구나. 핸드폰 문자. 이곳을 오면서 끊임 없이 나를 괴롭혔던 추측들이 그렇게 조금씩 맞아가기 시작했다. "혜연아. 일단 내려와. 응? 일단 내려와서." "떨어지면 아플까. 그러면 너 죄책감 좀 가질래?" "정혜연.." 아슬아슬하게 난관에 걸터 앉아서는 나를 보고 웃는 혜연이. 이게..뭐야. 사람 목숨이 이렇게 하찮은 거였어? 정혜연. 너 이정도밖에 안돼는 사람이였니? 급작 밀려오는 실망감. 그리고 아무것도 할수없는 내 자신에 대한 원망. 이 두개가 그렇게 나를 괴롭혔다. "이햇살.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너같은게 어떻게 신언호랑 사귈수가 있냐고!!!!! 우연히 선생님 책상 위에 놓여진 니 핸드폰 봤지. 과간도 아니더라." 구조대원 아저씨 말이 맞았다. 혜연인 어느새 이성을 잃어버린 후였다. 나는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차라리 이모든게 꿈이였으면. 그냥 지독한 악몽이였으면. .. "내가 신언호 얼마나 좋아한줄 모르지. 가수? 웃기지마. 나 가수 되기 전부터 신언호 좋아했어." "........" "초등학교때도. 중학교때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야했어. 신언호는 나란 존재 몰라도. 나는 멀리서 보는것만으로도 행복했어. 그런데. 신언호가 가수 되고 나서 정말 그아이는 멀어지더라. 그래도 나 좋았어. 진심으로 좋아했으니까. 언호가 성공하는 그 모습 보면서 행복했다구!!!!" 악에 바친 혜연이의 고함. 왠지 모르게 이아이에게 큰 상처를 준거같은 기분이였다. 그래서 어느새 나는 울고 있었다. ".........." "근데. 니가 신언호랑 사귄다는 소리 듣고 돌아버리지 사람. 왜. 왜 니가 신언호를 가져!!!!!!!!!!! 칠년동안 그애 하나만 좋아한 나도!!!!!이렇게 멀리 바라만 보는데!!!!!!! 신언호도 그러면 안돼. 지가 어떤앤데. 개는 공인이잖아.. 신언호 불러와!!!!!!!!!얼른 불러오라고!!!!!!!!!!" 엉엉 울어버린다. 가슴속에 맺혔던 무언가를 풀어버리듯. 그렇게 혜연이는 울어버렸다. .... 내가 많이 나쁜건가... 내가 정말 잘못했던건가.. "난 아직 신언호한테 내마음 전하지도 못했는데.. 전하지도 못한채 너한테 뺏겨버렸어. 죽어버릴꺼야. 죽어버릴꺼라고!!!!!!!!!!!!!!!!!!!" 그때, 갑자기 나를 보며 독기 어린 목소리로 악에 바친 고함을 질러대며 다시 난관위로 올라서는 혜연이. 말해야해. 이햇살 지금 무슨말이든 해야해. 혜연이를 붙잡아야한다구. 나는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니 마음 잘알아." 그리고는 차근 차근 진심을 말해보려고 해. 사람 마음은 사람 마음으로 돌리는 거라고. 울 아부지가 그랬었으니까. .. "니가 뭘알아. 니가 뭘아냐구. 함부로 그렇게 짓껄이지마.." "아니. 잘알아. 나도 신언호를 알기 전까지는 한명의 팬일뿐이였으니까." 그제야 내말에 귀기울여주기 시작한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그녀. ".........." "혜연아. 나는 여기서도 느껴져. 니 따듯한 마음이. 신언호를 좋아하는 그 마음이." "....뭐?"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내려와. 이런식으로 니 예쁜 사랑을 망가트리려고 하지마. 그러면 너무 가엾잖아. 니말대로 7년동안 신언호만 좋아했던 니 심장이. 너무 가여워지잖아." 나도 그랬어. 아빠가 죽고 나서 갑자기 아빠에 대한 사랑이 증오심으로 바꼈을때. 내가 너처럼 그랬어. 왜 나를 버리고 갔나요. 왜 엄마와 나만 남겨두고,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갔나요. 맨날을 울고. 하루종일 미워했어. 아빠를. "지금 니가 이렇게 미워한다고 지워져? 없어져? 니가 신언호를 사랑한 마음이.?" 그런데 결국은 없어지지 않았어. 내가 아빠를 사랑했던 마음은. 마치 문신처럼 내 머리속에. 내 가슴속에 남아버렸기 때문이야. ".........." 입술을 꾹 깨물고는 나를 노려보는 혜연이. 나는 그런 그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잖아. 지금 니가 죽는다해도 없어지지 않아 그건. 그러면 너무 가여워지잖아. 니가 얼마나 신언호를 좋아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미워하고. 증오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넌 아직도." "......." "신언호를 좋아하고 있잖아." 내 마지막말에 혜연이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제서야 긴장감에 빳빳히 굳어졌던 내 몸이 스르륵 하고 풀려버렸다. 순간 지끈 하고 머리가 아파왔지만. 나는 겨우 몸을 지탱하고는 혼자 남겨진 혜연이에게로 다가가 그녀를 꽈악 안아버렸다. "혜연아..울지마." "....흑..너가 너무 미워 신언호도 미워 정말 죽고싶었어.... 내가 아무리 바라봐도 안되던 사랑을 니가 너무 쉽게 얻은거 같아서. 그래서 무작정 이렇게 바보같은짓 했어.. 미안해..햇살아 미안.." 자꾸만 우는 혜연이, 나는 그런 그녀에게 울지마 울지마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최대한 혜연이가 안정이 되도록. ..혜연이랑 나랑은 비록 말은 별로 안했지만 가끔씩 혜연이가 친절하게 수학문제를 가르쳐주곤 했다. 그래서 난 알아. 이아이가 얼마나 따듯한 아이인지.. "혜연아" "응.." "신언호가 아까 공인이라고 했지. 그래 맞아 신언호 공인. 근데 공인이기 전에 그애도 사람이야. 나는 언젠가 니 진심이 전해질꺼라고 믿어. 사람 마음, 사람이 알아주지 누가 알아주겠어.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 마음인데. 진심도 전하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건 정말 바보 천치 머저리야. 그건 니 사랑에도 배신하는 일이라구." 그러자 혜연이가 수그렸던 고개를 조금씩 들어. "이햇살..." 떨리는 목소리로 내이름을 부르는 그녀. 사실은 무서워했구나. 이거봐 이렇게 심장이 떨리잖아. 온몸이 떨리고 있잖아. 나는 그런 혜연이를 다시 꽈악 안아버렸다. "정.혜.연! 나도 언호 무지 좋아하거든!! 우리 앞으로 정정당당하게 대결하는거다. 이런건 앞으로 얄짤없어요?!" ... ............... \ 삐옹삐옹 하고 혜연이를 태운 구급차가 안보일때까지. 도대체 옥상위에서 어떤일이 있었냐며 수근거리는 사람들이 사라질때까지. 나는 그렇게 꽤 오랜시간. 옥상 위에 앉아있었다. "......" 아까의 한바탕 소란이 내게 꽤나 충격적이였던 모양이다.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사실 다리에 힘이 쫙 풀려서 일어나지 못할정도다. 자꾸만 눈앞에는 혜연이의 눈물짓던 얼굴이 아른거리지. 언호를 볼 자신은 없지. 그렇다고 집에 돌아갈 자신은 더더욱 없지. .. 휴우. 정말 한숨만 나오는 시간이구나. "정의의 기사도. 아직도 이러고 있어?" 그때였다. 끼이익 하고 옥상문이 열리더니, 허리춤의 손을 얹고는 나를 향해 웃고있는 언호가 아닌 유해안이 보인건.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아까부터 계~속." 내 실없는 질문에 멀쓱히 대답하는 녀석. 웃을 힘도 없던 나는 피식 하고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지금의 유해안이 무지 어색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내색할 힘도 내게 남아있지 않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그아이를 평소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래?" "그래." "그렇구나." "응" 자연스럽게 털썩 하고 의자에 앉는다. 나는 그럼 유해안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언호는?" "방에." "아..." 싱겁게 대답하는 순간 바람이 살며시 내 콧등을 스쳤다. 기분좋은 냄새. "그자식 충격 또 더럽게 먹었나봐. 아우 씨. 저번에 그랬을때도 한달동안 패닉이였는데." 슬며시 눈을 감고는 그 바람냄새를 느끼려는데. 급작 들려오는 알아들을수 없는 유해안의 말에 나는 급히 눈을 떴다. "저번에 그랬을때.? 언제 또 이랬어??" 그러면 이아이. 뭔가 잊었던걸 기억해내듯, 갑자기 얼굴표정이 싹 바뀌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어색히 웃어. "아냐. 뭐가 웃긴다 너" ...뭐야..정말 "수상하다 너야말로." "웃기지마 좀." 나는 뺀질거리는 유해안을 노려보다가 이내 작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뭐 유해안 이러는거 하루이틀 아니니깐. "어쨌든 이햇살." "응?" "괜찮냐.?" 이상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무덤덤했는데. 유해안의 그 한마디가 내귀에 닿자. 왠지 모르게 무심하면서도 자상한 그 말 한마디가 닿자. ... 나는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혼자서 꾹꾹 참아왔던걸 그제서야 터트리듯. 그렇게 눈물이 무작정 나와버렸다. "........" 얼굴을 묻고 그렇게 엉엉 하고 울어버리자 작은 한숨을 쉬는 유해안 녀석. "..병신" 이라고 작게 중얼거려. 해안아. 나 사실..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혜연이가 정말 그렇게 떨어져버릴까봐. 그러면 나도 언호도. 그리고 혜연이도 우리 모두 불행해져버리는거니까. 신언호라도 옆에 있었으면 덜 무서웠을텐데. 나 혼자뿐이여서 더 무서웠어. 눈물이 목 끝까지 차올랐는데 겨우겨우 삼키면서 혜연이한테 말한거였거든. 너무.. 너무 무서웠어. 또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릴까봐. "울지마 왜우냐. 이기집애 강한척하더니 완전 울보였네." "끄윽...흐윽." "아 진짜 질질 짜지마!!!! 내가 차인 여자를 위로해줘야겠냐!!!!!!!! 세상에 이런 비극이 어딨냐고!!!!!!" 말은 그러면서 퉁명스러운 해안이의 손이 내 눈가에 닿았다. 그리고는 녀석. 나를 향해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더니. 따듯하게. 그래. 정말 너무나도 따듯하게 말해. "이햇살." ".....끄윽..흑흑.." ... ................ .......... ....... ............... "안아줄까." ....라고 <32> "안아줄까." 그말에 내가 조용해지면 유해안은 피식하고 웃으며 나를 꽉 안아버려. 울지마. 괜찮아 괜찮아. 내가 있잖아 그래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분명 해안이는 아무말없이 나를 안아줬지만. 내 귀에는 해안이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 사실 무서웠어." 그랬기에 이햇살. 망설임없이 그아이의 넓은 어깨에게 고개를 묻고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부리듯 그렇게 작게 입을 열어. "알아." "정말로 무서웠어. 근데 그러면 혜연이도 무서울테니까 꾹 참았어." "알아." ".....흑...." .. "알아 다 알아." 그러면 유해안. 그렇게 말한다. 다 안다고 나를 따듯하게 안아주고는 그렇게 말한다. 니 마음 다 안다고.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주는 엄마같이 그렇게 따스하게 그래서 나는 "........응...고마워" 한참을 운거 같다. 해안이에게 안겨서 그렇게 꽤 오랜시간동안 한참을. \ "은겸아 나 들어가도 될까? 언호 지금 충격 많이 먹었어??" 내가 언호 방 앞에 도착한건 그 사건이 일어나고 부터 3시간이 지나서였다. 언호 방 앞에서 머뭇 거리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은겸이녀석. "들어가지마. 그냥 내버려둬 지금은" 평소처럼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가 아닌 처음 듣는 심각한 목소리의 은겸이 피유 하고 한숨을 쉬며 담.. ....담배 하나를 입에 문다.? "어? 한은겸 너도 담배펴??????" 머엉. 잠시 심각한 상황이라는걸 잊어버린 나는 익숙히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은겸이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치 대단한걸 발견한듯 소리를 빽 지르고 나서야 아 이건 아니야 라고 깨달았다. "미.미안" "목소리 나빠질까봐, 안폈는데 이거" 씁쓸한 표정의 은겸이가, 후우 하고 뿌연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말한다. 순간 코끝에 닿는 담배연기. 나는 다시금 조용히 고개를 돌려 닫혀버린, 그러니까 3시간동안 열리지 않았다는 조용한 언호방 문 앞에 섰다. 언호야 문좀 열어봐. 그렇게 꽁꽁 숨지만 말고 나오라구. 이러면 위로해주지도 못하잖아.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서. 지금 이순간만은 너무나도 바보같은 이햇살. 꽝 닫힌 언호방 문 앞에 서서 계속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제발 조금이나마 내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들어가봐 이햇살" 그때즈음,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방에서 나와 내게 말하는 유해안. "유해안. 냅둬 그냥" 그런 해안이를 보며 은겸이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해안이는 은겸이의 말을 단박에 무시하고는 다시 한번 멍하니 서있는 나를 툭 치더니 "너 벌써 30분째 이러고 있잖아. 그냥 들어가봐" "....하지만." 나 그래도 될까. 언호한테 내 위로가 들리기나 할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잖아. 녀석한테. "너 답지 않게 왜그래. 매력 떨어진다" 달칵- 그때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말을 마친후 급작 문을 열어버린 유해안. 그 누구도 쉽게 열지 못했던 언호의 방문을 그렇게 너무나도 쉽게 열었어. "어?? 유해안!!!!!!!!!!" "들어가." "어어???" 파앗- 하고 유해안의 투박한 손이 녀석의 방으로 나를 밀어버렸다. 그러면 나. 어정쩡하게 녀석에 방에 들어가버린 셈이 되버렸고. 콰앙- 하고 문이 닫힘으로써 어두컴컴한 그방에 완전히 들어와버렸다. 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언호야.." 용기를 내서, 정말 용기를 내서 녀석에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녀석. 불이 꺼져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언호는 침대에 걸터 앉아 있었다. "언호야..." 이번에도 대답이 없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꾸욱 다물어본다. 머리로는 무슨말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입에선 말이 안나와. 지금 내가 이아이를 어떻게 위로하겠어. 자기 때문에 한 사람이 죽으려고 하는걸 봐버렸는데. "불 켜도될까?" 한참을 무슨말부터 꺼낼까 고민하다가 일단 불부터 켜야 겠다는 생각에서 어색히 말했다. 그리고는 더듬더듬 벽을 더듬으며 스위치를 찾는데 일순. 조용히 들려오는 그아이의 목소리. "...아니." 젖어..있는 "........." 언호의 목소리. 목이 멘다. 순간 눈물이 목 구멍에 가득 차버린 느낌이였다. 그건. "언호야. 괜찮아?" 지금 이순간만큼 내가 싫은적은 없을꺼야. 아무것도 몰라. 그래서 나 언호를 이해해줄수 없어. 그게 너무 가슴아파. "응." "......" "햇살아." 급작 침대에 누워버리는 언호, 위와 같이 작은 한숨을 쉬며 나를 부른다. "어?" "미안한데 나가줄래." 가슴이 아프다. 충분히 예상했지만 1%의 희망은 가지고 있었기에 더 아팠다. 예상대로 언호는 내게 기댈려고 하지 않고있다. 그건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일이겠지만. "응..." 그래도 왠지 모르게 서러웠다. 그래서 눈물이 나와. 자꾸만 닦아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타악- 하고 문고리를 잡으려던 나. 어둠속, 혼자이고 싶은 언호에게 말해. "기대줄수..있는거잖아.." 어쩌면 내 자신에게 말하는것일지도 모를 그말을 결국 참지 못한 눈물과 함께 그렇게 너무 비참하게 말해. "그래도..나한테 기대줄수..있는거잖아." 사실은 나도 무서웠단말야. 더 솔직해 지면 지금도 무섭단말야. 그래도 니가 너무 걱정돼서 그래서 온건데. 널 어떻게 위로할까 문앞에서 그것만 생각했는데. 어째서 언호 너는 내게 그럴 기회 조차도 주지 않는거니. "미안. 혼자있고 싶어" 그순간 나는 내심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햇살아 사실은 나 너무 힘들어. 이렇게라도 대답해주는 언호를. 기대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미안하다는 대답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아무것도 아니였다. "응..알겠어" 말을 마치고는 달칵. 하고 잡았던 문고리를 돌린다. 그 어두컴컴한방에서 나와 조용히 문을 닫아준다. "거봐. 들어가지 않는게 좋았어. 너 상처받을줄 알았다." 그리곤 방문에 기대서서 고개를 숙인다. 들려오는 은겸이의 씁쓸한 말에도 대답하지 않은채. 그렇게 비참할정도로 무겁게. 고개를 숙여버렸다. 도대체 언제쯤일까. 언호가 내게 마음에 문을 열어주는건.... \다음날 "앗 뜨거! 아뜨거!!!" 손가락이 점점 불어 트고 있다고. 이리저리 물집도 드럽게 많이 잡히고. 무엇보다도 뜨거워 죽겠다고요. "이햇살!!!!!아주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라 어?? 난장판으로!!" 밤늦게 소란 아닌 소란을 피우는 나를 보며 소리를 꽥 지르는 엄마. 나는 그런 엄마의 무서운 눈빛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는 피자치즈볼을 열심히 튀기고 있다♬ "이햇살!! 엄마 말 쥐똥으로 알아듣지!!!!!!!" "알았다구! 이제 거의 다됐어!!" 아랑곳 하지 않는 내 태도에 엄마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자 나는 재빨리 특유의 순발력으로 피자치즈볼을 접시에 담았다. 노란색 접시에 담겨진 노릇노릿한 피자치즈볼들. 으헤헤. 헤에. "완성이다!!!!!!!!!!!" 음식을 하면서 이렇게 뿌듯한적이 있었는가. 아니. 없었다. 그랬기에 나. 한참을 신기하게 피자치즈볼을 멀뚱히 쳐다봤던거 같다. 언호가 맛있게 먹어줘야 할텐데.. "완성했어? 어디 그럼 한번 맛좀 볼까?" "악 깜짝이야!! 안돼! 안된다구!!!" 그때즈음 등뒤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엄마는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치즈볼 하나에 손을 댈라고 했고, 나는 그런 엄마의 손을 타악 하고 내리치고는 치즈볼을 감쌌다. "어머. 얘좀봐라?!" "안돼!!!이거 줄사람 있다구!! 엄마 나 잠깐만 나갔다올께!!" "이햇살!!!너 정말 치사하게 엄마한테 이럴꺼니?" "으헤헤 사랑해요!!!" 그동안 잘 부리지 않았던 애교를 부리면서 웃자. 할말을 잃은듯 머엉 해진 엄마. 나는 그런 엄마에게 웃으면서 동시에 작은 통에다가 치즈볼을 담고는 뚜껑을 꾸욱 눌렀다. 그러자 김이 모락모락 맺히는 하얀뚜껑 으헤헤 맛있겠다!! "엄마 다녀올께!!!!!" 꽤나 황당해 하는 엄마가 맘에 걸렸지만. 나는 가디건 하나를 얼른 걸치고는 그렇게 후다닥 하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는 따듯한 치즈볼이 식지 않도록 꼬옥 안고는 방송국으로 향했다지요. \방송국 라디오 방송국, 그곳은 한창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멀찌감치 서서 아까왔던 은겸이의 문자를 . 다시금 읽구 있는중이다. [응. 지금 라디오방송중, 근데 큰일이야 신언호 아무것도 안먹고있어] ... 그래. 이 밤중에 그렇게 소란을 피워대며 치즈볼을 튀긴 이유는 바로 이거였다. 언호가 아무것도 안먹고 있다는 말에. 나는 간단한 간식이라도 해가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랬기에 그런 소란끝에 따듯한 치즈볼을 튀겨온것이였다. 처음 해보는 거라서 많이 서툴지만 그럭저럭 나온거 같아서 뿌듯하다. 비록 손은 뜨거운 기름에 자꾸만 데는 바람에 엉망진창이 되버렸지만.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래도 언호가 맛있게 먹고 힘을 낸다면 난 그걸로도 충분히 기뻐. 행복해. "어? 이햇살!!!" 그때. 빨간 글씨로 방송중이라고 켜져있던 곳에 불이 꺼지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면서 나오는 혼수상태 멤버들. 나를 제일 먼저 발견한건 해안이였다. "응!!!" 주섬주섬 치즈볼을 안고는 일어섰다. 그러자 역시나 내 손에 들린 네모난 도시락통에 호기심을 쏟는 해안이와 은겸이. "이거 뭐야? 킁킁 맛있는 냄새난다!! 나줄려고 만들어온거야? 뭔데?!" "뭐긴. 한은겸 보면 모르겠냐? 이햇살이 나한테 고마운일이 있어서 만들어온거야." 얼씨구. 둘다 틀렸거든요! 이건 신언호 줄라고 만들어온거라구요! "언호야!!!" 그때 내눈에 포착된 남자 한명. 신언호 나는 느릿느릿 나오는 언호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뭐야! 짜증나 라면서 투덜대는 한은겸과 급작 표정을 굳히는 유해안. 하지만 나는 솔직히 이들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왜냐구? 모든 신경이 언호에게 쏠려버렸으니까. "응." 피곤한듯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떡이는 언호. 다행인건 어제만큼 슬퍼보이진 않는다는거. "신언호! 뭐야 정말 문자도 씹고!! 오늘 내가 다섯개나 보낸거 알아 몰라?!" 나는 괜히 오바를 하면서 웃었다. 무작정 오긴 왔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어색해질꺼 같은 생각에서였다. "아 그리고 이거!! 너 먹으라고 내가 만들었어!!" 어쨌든간에 그렇게 씩씩하게 내민 감자 치즈볼 도시락. 언호에 피곤한 눈이 살짝 그곳으로 닿는다. "안먹을래." 맙소사..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말하다니. 이거 왠지 김빠지네 "응? 먹어!이거 되게 맛있어" "생각없어." 자신 때문에 급작 이상해진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신언호는 그렇게 나를 지나치려고 했다. 솔직히 화가 나지 않았으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다시 한번 비참한 마음을 추스리고는 웃으며 녀석앞에 섰다. "아무것도 못먹었다며. 얼른 먹어!!" 그리고는 민첩하게 뚜껑을 열고는 언호에게 내미는데. "안먹어." 일순.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여는 신언호. "먹어. 아무것도 못먹었다며!!!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먹는 시늉이라도 하라구!!" 이쯤 되면 나도 슬슬 화를 참을수가 없어진다. 나는 괜한 오기가 생겨 치즈볼이 담긴 통을 무작정 그렇게 언호에게 내미는데. 그순간. 타악. ... "......안먹는다고 했잖아." 신언호의 손에 의해 떨어져버린 도시락통. 따듯하게 구워진 감자치즈볼이 바닥으로 떼굴떼굴 비참하게 떨어진다. 꼭 나처럼. "신언호!!!!!!!!!!!!" 그때 더이상은 참을수 없다는듯 내대신 소리를 꽥 지르는 해안이. 나는 그런 해안이를 막아섰다. .. "유해안 하지마. 난 괜찮아." 정말 괜찮아. ..괜찮아...이정도는 괜찮아.. 그렇게 수없이 중얼거리면서 지어보이는 억지웃음. 그리고 나는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꾹꾹 참으며 바닥에 앉아서 엉망진창이 된 치즈볼을 줍기 시작해. ".........." 물집잡혀 퉁퉁 부어버린 손으로. <33> "이햇살 너 손.." 그러자 꽤나 많이 놀란듯 유해안이 소리쳤다. 비참하고 안쓰러운 이햇살의 손을 보고. "아 이거? 하하 괜찮아! 내가 다 조심 못해서 이렇게 된건데 뭐" 기뻐해야 하는걸까. 그제서야 언호의 시선이 내손에 머무른걸. "......" 입술을 꾹 다무는 그아이.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그것도 매우 피곤한 표정으로. ..아... 급작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난 정말 괜찮은데. 이정도는 정말 견딜수 있는데 말이다. "다 주웠다. 헤에" 그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나는 꽤나 씩씩한척을 하면서 바닥을 잔뜩 어지롭혀 놓았던 치즈볼을 모두 치웠다. 그리고는 괜스레 브이를 펼쳐 보이면. ... "....미안" 그때즈음. 그소리가 들려. 언호 목소리. 차가운 목소리 말고 따듯한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목소리. "........." 대답을 해야 하는데. 울컥 해버렸다.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이 순간 울컥 해버렸다. 눈물이 목 까지 차올랐는데 나는 꾹꾹 억지로 삼켰고. 그런 안쓰러운 이햇살에게 유해안이 다가서려는 순간이였다. 스르륵 하고 내 앞에 쭈그리고 앉는 신언호. "....언호야.." 내 작고 작은 목소리에도 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가만히. ...그렇게 가만히 퉁퉁 부어버린 이햇살의 손을 잡았다. 따듯한 느낌. 이렇게 가까이서 있으니까 언호 향기가 기분 좋게 흘렀다. 이럴꺼면 신언호 이럴꺼면. 차갑게 하지 말지. 이렇게 따듯하게 위로 해줄꺼면서. 치즈볼은 왜 던졌냔말야. "미안해 햇살아. 괜히 너한테 화풀이해서" 하지만 금새 없어졌다. 이소리에 언호에 대한 원망이 그렇게 한순간에 말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고여버린 눈물을 그렁그렁 단 눈으로 언호를 올려다보면 예쁘게 씽긋 하고 웃어보이는 녀석. "앞으로 잘할께. 너 아프지 않게" 그말에 피식 하고 웃어버린다. 이햇살은. 울었다가 그렇게 실없이 웃어버려. "응!!" 비록 치즈볼은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오늘도 얼굴이 눈물로 지저분하게 번져버렸지만. 난 무지 행복해. 지금 이순간. "가지가지 한다. 신언호" 그때,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뱉고는 유해안이 콰앙 하고 문을 닫고 나가버렸고 "해안이 왜저러지." 다시 밝아진. 아니 솔직히 말하면 다시 애써 억지로 웃음짓는 언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은겸과 신혁을 향해 물어. "그걸 몰라서 그래?" "응." "싸이코자식." 은겸이의 그말에 언호가 웃는다. 그 웃음에 이햇살. 기쁘면서도 씁쓸해 왜냐면 아니까. 너무나도 잘 아니까. 언호의 웃음이 거짓이라는거. 언호의 웃음이 사실은 눈물이라는거.. \ "그만 따라와" 그말에 잠시 멈칫. 그러나 다시 내가 익숙히 걸음을 옮기면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훽 뒤돌아보면 여전히 날 따라오고 있는 언호가 보인다. 내참 미치겠구만. "아씨 그만 따라오라니깐??" "나도 따라가면 안돼?"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는 내게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질문하는 신언호군. "정신나갔냐 신언호!!!!!!!" 그러면 나는 괜히 좋으면서도 저렇게 소리를 꽥 하고 질러버린다. 이중적인 여자의 본능이랄까.. "데려다줄께. 집에" 그래. 언호는 아까부터 계속 저러고 있다. 다른 멤버들이 모두 벤에 탈때 혼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몰래 빠져나와선. 계속해서 내뒤를 졸졸 따라아오고 있다 이말씀. 솔직히 이러면 정말 적응 안돼잖아 신언호. 갑자기 이렇게 잘해주면. 나 괜히 불안해. 왜냐면. "저번처럼 사진 찍히고 팬들한테 둘러싸이고 할라구?" 너한테 이런 사랑 받는거 내게 무지 낯선일이 잖아. "응. 그래도" "휴. 걸려도 난 모른다?" 내말에 급작 웃으며 그제야 옆에 선다. 키가 무지 크구나 우리 언호. 나랑 머리 하나는 차이나네. 어쨌든 그리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 혼수상태의 신언호께서 감히 이햇살을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하였으니. 조용한 거리. 인적이 드문 길가를 따라 올라가는 언호와 나. 타박타박. 하고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귀에 울린다. "햇살아." 그때즈음 그러니까 그렇게 아무말없이 무작정 집쪽으로 걷고 있을때 즈음 언호가 모자를 살짝 위로 올리곤 내이름을 불렀다. 그러면 나는 이 쑥스러운 분위기에 괜히 적응하지 못하고는 수줍게 "응?" 하고 대답한다. "미안해. 오늘" 신언호. 계속 걸렸던 모양이다. 퉁퉁 부어버린 내 손을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을 이어가는 언호. "내가 화나고 슬프다고 너한테 까지 그렇게 못되게 군거." "알긴 알어?" "응." 귀여워 죽겠네. 끄떡끄떡, 잘못한 어린아이 처럼 고개 끄떡이는 모습. "그러면 니가 잘못했으니까 나 그동안 너한테 하고 싶었던말 해두되? 너 들어줄래??" 뜬금없는 내말에 언호의 동공이 아주 조금 커졌다. 그러면 이햇살. 피식 하고 웃으며 밝게 이야기를 꺼내 "옛날에 말야." "........" 부탁대로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녀석. "하늘에 있는 햇님이 밝은 달을 너무 좋아했었대. 근데 햇님은 낮에 뜨고 달은 밤에 뜨잖아. 달이 너무너무 좋은데. 햇님은 만날수 없었던거야. 그래서 매일 멀리서만 바라봤지. 그래도 행복했대. 달님 너무 멋있어요. 나는 달님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하고 매일밤 속삭이면서." "응. 그래서?" "그런데 어느날 둘이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만나게 된거야. 너도 알지? 아주 가~끔씩 낮에 달 뜨는거. 그래 그렇게 만났어. 햇님하고 달이." "응." 언호는 내 이야기에 짐짓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했다 왠지 우리 걸음이 조금씩 느려지는 기분이다. ... "햇님은 달을 온힘을 다해서 사랑했어. 달님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줄 아세요. 이건 기적이라구요 하고 말야. 해는 달을 그렇게 정말 온힘을 다해서 사랑해." "............" "헤어질껄 알면서도." 알수없는 내 마지막말. 그제서야 느려지던 언호의 발걸음이 멈췄다. 뚜욱 하고 그렇게. "이햇살." "응?" "그 이야기 무슨뜻인지 설명해줘." 몰라서 묻는거 아니잖아. 사실은 너도 이 이야기의 의미 다 알고 있잖아 햇님이 나고 달이 너라는거. "응? 뭐가? 그냥 아무뜻 없어!!" 헤벌쭉 웃는 나를 보는 언호의 동공이 흔들린건 잘못본걸까요. "에이 또 분위기 왜이래. 괜히 말 꺼냈다 그치? 아고 나 푼수! 이상한 이야기 괜히 해서는" 그냥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에서 꺼낸말이였다. '그아이 너 만나는거, 진심 아니야.' 저번 강당해서 했던 유가은의 말대로 언호가 내게 베푸는 사랑이, 그 친절이 진심이 아니라면. 결국 나 혼자만 하는 사랑이라면 우리가 결국 헤어진다는거 나 알고 있다고. 결국은 끝이 보이는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 이렇게 비참할정도로 널 사랑하고 있다고. "어? 야 신언호 화났어? 왜 말을 안해" 하지만 역시 이 이야기는 하지 않는편이 나았다. 겨우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입술을 꼭 다물고는 아무말도 안하는 언호. 아아 역시 나는 푼수였던건가.. "아씨 미안하다니깐. 앞으로 이런 이야기 절대 꺼내지 않을께. 맹세!!" "헤어지지 않아." ...어..? 뭐라고? 신언호 너지금 뭐라고..? "......." "햇님하고 달은 헤어지지 않아. 함께 하늘에 떠있잖아." 나긋나긋한 언호의 목소리. 알수없는 녀석의 속마음. 그러면서도 언호의 말에 나는 괜히 가슴 한켠이 뭉클해져왔다. "그.그런가? 하하!" "응. 그러니까." 급작 몸을 내게로 돌려 세우는 언호. 그순간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예쁜 웃음을 짓고는 조용히 그래 나만 들을수 있게 입을 열어. ....... ................... ............ ..................... "그러니까 이햇살하고 신언호도 헤어지지 않아." 그리곤 닿았다. 정말 눈깜짝 할새에. 그렇게 닿았다 신언호와 이햇살의 입술이. 조심스럽게. 조용하게. 따듯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34 그래본적 있나요. 차갑고 매서운 바람 조차도 따스하게 느껴질때. 너무 너무 행복해서 웃음 대신 눈물이 나오려고 할때. .. 그래.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끼고야 말때. 그래본적 있나요..? "...아..." 짧았지만 따듯했었던걸로 기억한다. 언호의 입술은. 그리고 지금 날 향해 둥그렇게 웃는 녀석은 참으로 바보 같이 예뻤던걸로 나는 그렇게 기억한다. 신언호와 이햇살이 첫 키스를 한 그시간을. "아 춥다. 춥다 추워" 설레던 그 입맞춤 후 어색해진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괜스레 급작 콩콩 뛰어대는 신언호 주머니에 코옥 하고 손을 찔러 넣는다. "추워?" 그러면 나는 아직도 녀석의 체온이 남겨져 있는것만 같은 입술을 의식하면서 그렇게 말해. "어. 더럽게" "그런말 쓰지마. 그게 뭐야!!" "왜? 넌 나보다 더 입 험하잖아" "뭐?" 입.. ....입...? 아 어떡해. 이햇살 진짜 미쳤나봐. 왜자꾸 신언호 입술만 보여? "아하하 그.그래 춥다고 했지? 그럼 먼저 가! 난 씩씩하니까 먼저 갈수 있거덩!" 그때. 삐리릭 하고 내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어 뭐지? 라면서 신언호를 의식하며 핸드폰 플립을 여는데. [구경 잘했다-유해안] 라는 의미 심장한 문자. 왠지 기분이 이상해진다. 훽 하고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뭐야 유해안 도대체. 넌 도대체 "...해안이?" "어?" 깜짝이야. 내 문자를 힐끔 보더니 얼굴을 들이대는 언호 심장이 멈출뻔했다 순간. "아까 벤 지나갔어." "언제?" "우리 뽀뽀할때" ..아 그래서 봐버린거구나 유해안... 근데 잠깐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 혹시 눈떴어???" 그러자 내말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떡이는 언호. "응 왜?" 응 왜란다. 응 왜래!!!! 그럼 눈뜨고 내가 키스하고 있는걸 봤단 말이야?? 아 왠지 분하다. 이건 왠지 나만 못봐버린듯한 느낌이랄까. 맙소사 이햇살 너 지금 무슨이야기를 하고 있는거니. 못봐버렸다니 무얼? 제정신이 아니야 난 지금. "뻔뻔하긴. 나 간다!!" 유해안도 그렇고 이 지질나게 눈치없고 엉뚱한 신언호도 그렇고. 도저히 감당이 안돼는 순간이였다. 그랬기에 복잡해진 머리를 집고는 핑그르르 돌아서는데. "그거 옷." 그때 별안간, 그러니까 이햇살이 급작 어색히 웃으며 뒤돌아 서려고 할때 슬며시 옷자락을 잡아버리는 괴짜 한명. "엉?" 모르는척 하는거야. 아니면 정말 모르는거야. 이햇살이 지금 무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거 언호야 제발 그냥 나를 보내주지 않겠니! "벗어주면 안돼?" "뭐???????????????????" .... "나 추워. 여보" \ 안벗어줄려고 했다. 절대 내 자존심을 걸고 이런짓따윈 하지 않을려고 했다. 그건 정말이지 맹세코. "이햇살. 근데 여기서 이상한 냄새 나는거 같아" ....여보 라는 말만 안했더라도. 신언호가 그런 낯간지러운 말따위를 내뱉지만 않았더라도 나는 정말 내 겉옷 따윈 벗어주지 않았을건데 씨. ....괜히 혼자 좋아서 저도 모르게 벗어줘버렸어 옷. "무슨 냄새? 꽃향기 같은거?" 괜히 김새버린 이햇살. 툴툴 거리며 대답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원한 로맨스는 절대 이런게 아니였다. 여자가 남자에게 옷을 벗어주는. 이런것따윈. 절대 원하고 꿈꾸던 연애가 아니였단 말이다. "아니. 새똥냄새 같은거." 더하자면. 이런 무드라곤 지지리 없는 말따위도. 아무리 그래도 새똥은.. ..새똥은 너무 심했잖아 "뭐? 새똥? 너 새똥냄새는 맡아보고 하는소리냐? 내가 정말 말을 안해서 그러지!! 챙피하다 정말 남자가 옷을 벗어주진 못할망정!!" 결국 난 성질을 못이기곤 꽥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목소리 낮춰. 여자 목소리 큰게 더럽게 매력 없어" "더럽게 그말 쓰지 말랬지. 그리고 너도 정말 매력없다!!!!!!에이씨 나갈꺼야. 확 팬들한테나 들켜서 저번처럼 맞아버려라!!!!" .. 씩씩씩, 하곤 뒤돌아 선다. 그러면 웃겨 죽겠다는듯 언호가 한참을 그렇게 웃는다. "어? 이햇살!!" 그러다가 이내 내가 걸음을 멈추려는 기미를 보이질 않자 급히 웃음을 멈추곤 입을 열어. "...." "햇살아 진짜 가게?" 으 왠지 분하다. 분해 우리 오늘 첫키스 한거 맞아? 아까 까지만 해도 너무 행복했는데. 왜 꼭 끝이 이래. 타악-탁-탁타악- 괜스레 발걸음에 힘을 실어서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 "아 맞다. 잠깐만" 하고 언호가 나를 불렀다. 나는 괜한 자존심에 걸음을 멈추지 않은채 계속 걸었다. 하지만 뒤에가 너무 조용하길래. 결국 궁금증을 못참곤 뒤돌아 섰다. "왜!!!" 뒤돌아 서자 마자 보인건 열중스럽게 주머니를 뒤적이는 언호의 모습. 이내 찾으려던걸 찾았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타악. 하고 내게로 던져 그러면 나는 타악 하고 그렇게 받아버린다. "...어?" 가만히 언호가 내게 던진 후시딘을 내려다 봤다. 그리고는 다시 언호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이게 뭐야?" "아까 영신이 누나 시켜서 사온거!" "...이거 왜?" 그러자 잠시 머뭇. 머뭇머뭇. 할말을 찾으려고 애쓰던 그애가. 조금은 쑥스럽게 대답한다. .. "오늘 손 잡아주고 싶었는데 아파보여서 못잡아줬어. 그거 바르고 얼른 나으면 우리 손 꼭 잡고 다니자." 피식. ...피식.. 그렇게 결국은 또 다시 웃음이 나와버렸다. 그리곤 괜히 울먹 거리며 웃어. "응!!!" "그럼 잘가." "응.." "아 그리고." "응?" 오늘따라 언호의 말이 부쩍 많아짐이 느껴진다. .. "미안해. 너 힘들게 해서" 말을 마치곤 알수 없는 표정을 짓는 신언호. 언제나 알수 없는 말만 해서. 난 오늘도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냥 나는 그저. "야 신언호!!!" "왜?" "햇님이 그러는데. 달님한테 너무 고맙대. 무지 좋아한다고 그렇게 전해달랜다!!!간다!!!" ... 지금 내게로 향해 있는 니 따스한 동공만은. 거짓이 아니길 바랄뿐이야. "응!" 예쁘게 웃는 언호 나도 따라 웃었다. 그나저나 유해안은 어쩌지.. \ [하하 뭘? 뭘 봐버렸다는거야.] 아니야 이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자식! 그래~] 아냐. 이것도 아니야. 슥슥. 정확히 집에 들어온지 10분전부터 나는 침대에 누워서 계속 유해안에게 보낼 답장을 지웠다가 썻다가 지웠다가 썻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도대체 이아이에게 뭐라고 답장을 준단 말인가. 솔직히 말하면 딱히 할말이 없다. 하지만 문자를 씹어서는 안될꺼 같아 답장은 보내야 겠고. 으아악 머리가 터져버리겠네. ... ..... "햇살아!!"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만 멀뚱히 노려보고 있는데 급작 방문을 타고 들려오는 엄마 목소리. "응? 엄마 왜!" "친구왔어!!" 친구? 누구? 라는 대답대신 나는 몸을 먼저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벌컥 하고 엄마가 문을 열어줬고. "어? 민지..? 니가 왠일이야" 문을 열자 마자 보인건 민지였다. 연락 하나 없이 집에 찾아온 민지의 뜬금없는 모습에 나는 눈을 똥그랗게 뜨며 되물었고 민지는 내 대답대신 엄마께 안녕하세요. 아줌마 라고 인사를 건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내게로 걸어오는데. "뭐. 뭐야 이기집애야" ... ........그녀의...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건 내 기분 탓일까. \ 달칵. 민지에 손에 의해서 신경질적으로 닫혀버린 내 방문. 급작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잔뜩 겁에 질린 이햇살은. 괜시레 뒷걸음질 쳤다. "뭐. 뭐야!!!!" "이햇살" "어?" "너 내친구 맞니." "뭐.뭐가?" "우리 제일 친한 친구 맞냐고 물었다." 굉장히 화난 말투의 민지. 도대체 이기집애가 겁나게 왜이러는거야. .. "으.응 맞지 그.그럼 기집애야!!" 괜한 불안감에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대답하면 꾹 참아왔던걸 폭팔시키듯 얼굴까지 벌개지며 그래 그렇게 그녀가 대답해. "그런데 어떻게 한마디 말한마디 하지 않을수가 있어 어떻게 나한테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한마디도 없이!!!!!!!!!!!" "어? 잠깐만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 설마 설마?? "뭐냐구? 뭐냐구? 가증스럽기도 하지 그럼 내가 큰소리로 말해주마 너가 신언호랑 사귄다는거!!!!!!!!!그래버렸다는거" 역시 내 예상은 딱 들어맞아 버렸다. 감당할수 없을정도로 큰 민지의 목소리에 나는 허겁지겁 그녀의 입을 내 큰손으로 막아버렸고 "야 미쳤어?? 조용히해!!!" .. 결국 이햇살은 어영부영 그렇게 신언호와 사귄다는 사실을 인정해버렸으니. 예상대로 민지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못누르겠다는듯 한참을 씩씩거린다. 아아.. ....어떻게 안거야 도대체 이아이는 "진정하고, 민지야 일단 진정하고 앉아" .. 일단은 내가 잘못한 일이니까. 나는 좀더 목소리를 누그러 트리곤 민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진정? 니 입에서 진정이라는 단어가 염치없게도 나오니?" "그건!!!!!!!!!!!!!!!!!" 이기집애 해도 너무하네 하는 생각에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해보려면 해봐 라는듯 나를 노려보는 민지때문에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씨 그러니까 그게..일단 너 누구한테 들었어?" "왜? 누구한테 들었으면 어쩔려구?" "그런말이 아니잖아." "혜연이한테 들었다 왜!!!!!!!!!혜연이한테!!!! 내가 그소릴 꼭 혜연이한테 들어야겠니?? 처음엔 안믿었지..근데 혜연이가 세세한거까지 다얘기해줘서 그제야 알았어" 다다다다 따발총이 따로없네. 나는 소리를 버럭 지르는 민지의 말이 끝날때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따발총. 어떻게 저렇게 한텀도 쉬지 않고 말을 할수 있는건지 "그래 알았어. 내가 다 얘기할께. 다 얘기해줄께 처음부터."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말할수밖에 없겠지? "들어봐 그러니까..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그렇게 나는 민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니까 혼수상태 신언호와와 이햇살에 사이에서 일어난 그 믿을없는 일들을 차근차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35 "그러니까 그렇게 해서 신언호가 연애하자 이랬다 이거지?" 어느정도 진정을 찾은 지금. 나와 함께 엄마가 가져온 키위를 쪽쪽 먹는 민지. 나는 키위 하나를 입에 쏙 넣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 "응 그렇게 된거야" "이거 어째 팬픽에서 많~이 읽었던 내용 같은데 너 지어내는거 아냐?" 이기집애는 말을 해도 꼭 저렇게 하더라. 나는 민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그녀를 노려봤다. "그래 지어낸거다!!어쩔래? 넌 꼭 말을해도!" "안믿어져서 그러지. 꿈만같겠다 진짜. 야 혼수상태팬이 아닌 나조차도 부러운데... 혼수상태가 멋있긴 하지? 게다가 신언호도.진짜 꿈만 같은 사랑이다. 그렇게 대단한 애가.." "응..." 왠지 기분 좋다. 누가뭐래도 신언호는 이제 내 남자친구니까 민지에 말에 괜히 으쓱해졌다. "그런데 너 맞아죽는거 아냐?" 사실 나도 그게 걱정이야. 라고 말하려던걸 입을 꼬옥 다물고 고개를 끄떡이는것으로 대신한다. 그정도는 각오했던 일이니까. ..내가 견뎌야 할 일이니까. 괜스레 씁쓸해짐에 기분 전환할겸 상큼한 키위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그럼 언제 소개시켜 줄꺼야?" 그러다가 급작 들려오는 쌩뚱맞은 민지의 목소리에 푸우웁. 하고 키위를 뱉어버렸다. "응??" "아씨 더러워!!" 민지에 옷 여기저기에 묻어버린 키위 이물질. 맙소사 나는 허겁지겁 그녀의 옷에서 키위를 닦아내는데. 다시 한번 들려오는 민지의 엉뚱한 목소리 한개. "언제 소개 시켜줄꺼냐구!!" "누굴?" "누구긴 신.언.호 지" .. ..........머엉... 그 믿을수 없는말에 그렇게 머엉 굳어버린 이햇살. "야. 미.미쳤어????????????????????" 곧이어. 나는 집이 날아갈듯 귀가 멍멍해질듯 그렇게 소리를 꽥 질렀다. "뭐가? 우리 한 약속 잊었어? 남자친구 생기면 꼭 소개시켜 주기로 한거. 그동안 그래왔잖아. 이번에도 당연한거 아니야?" 하지만 내 경악스런 목소리에도 당연하다는듯 대답하는 민지. 이건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그냥 남자가 아니잖아 그냥 남자친구가 아니잖아 신언호는. "안돼. 그럴수 없어. 절대로!!!" "오호라 그래? 나랑 친구 연 끊고 싶으면 그러던가. 그럼 난 그렇게 알고 조만간 날 잡아. 간다 친구!!" 저럴때만 친구지. 응? 저럴때만. 아니지 내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다. 나는 이건 잘못되도 한참을 잘못됐다 생각했기에 일어서는 민지를 급히 잡으려고 따라 일어섰다. "야 김민지!!!!!!!!!!!!!!" 그러나 쏙 피하곤 능글맞게 손을 흔드는 그녀 "안녕!!!친구! 그럼 연락 기다릴께!" 그렇게 꽝 닫힌다. 내방 문은 어떻게 민지를 잡을새도 없이 그렇게 콰앙 하고 "맙소사...." .. 이일을 어쩔까나.. 신언호한테 '내친구가 너 소개시켜 달래!'라고 말한다면 신언호의 반응은 뻔해 뻔자. 안봐도 비디오잖아. [응 싫어] .......아..끔찍하다. \다음날 학교 [햇살아 왜그래] [너 나한테 뭐 화났어?] [나 문자 세통 넘게 씹힌거 처음이야] [나쁜놈] 마지막으로 충격적인 [나쁜놈]이라는 언호의 문자를 보고는 나는 핸드폰 플립을 닫았다. 그리곤 책상에 엎드려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푸욱 쉬었다. 씹을라고 그러는게 아니라. 씹을수밖에 없는거야 신언호. 지금 도대체 너한테 어떻게 어떤식으로 말해야할지를 몰라서. "휴..." 뭐라고 그러지? 민지를 설득시키는게 더 빠를까 아니면 신언호를 설득시키는게 더 빠를까. 머리가 복잡하다. 정말 뻥 터져버릴거 같다. "이햇살. 핸드폰 다시 찾은지 얼마나 됐다구. 지금 뭐하는짓이야?" 짜증섞인 마음에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넣는데 앙칼지게 들려오는 샘에 목소리. 이번에도 뺏기면 끝장이다 라는 생각에 나는 절대 아니라면서 소리쳤다. "네? 아니에요!! 핸드폰 안본거에요!!왜그러세요 샘!!" 비참하구나 이햇살 신세한번 고약해. .. "아구 저 화상" 그나저나 선생님 화상이라니요. 그런말까진 굳이 하실필요는 없지 않나요. "에헤..." 선생님의 하나뿐인 화상은 괜한 불똥이 터지지 않게 꾹꾹 화를 참으며 그렇게 웃는데. 그때즈음 드르륵 드르륵. 하고 진동이 여러번 울렸다. 전화다. 그것도 발신자 신언호. 나는 재빨리 선생님이 볼새로 종료버튼을 꾸욱 눌렀지만. 다시금 울려대는 핸드폰. 휴. 신언호 이녀석을 그냥. .. "선생님!!!!!!!!!!" "왜. 또 뭔가?" 칠판에 또닥또닥 분필로 한참을 끄적이던 선생님 불청객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곤 뒤돌아선다. 그러면 나는 에헤 하고 웃으며 말해. "배가..배가 갑자기 너무 아파요 똥 좀 싸고 와도 될까요..?" 라고. \ 별에 별 소리를 다들었던거 같다. 특히 교실을 나오는 순간 '이햇살 변비지 않았어?' 라는 김민지의 목소리는 내겐 충격적이였던걸로 기억한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변비가 뭐냐고....남자애들도 있는데.. (☜똥싸고 온다는 자신의 말은 이미 잊어버린듯) 어쨌든 지금은 그렇게 별 쌩쇼를 하면서 온 화장실. 마지막칸에 들어서서 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다시 한번 드르륵 드르륵 하고 진동이 울렸다. 벌써 3번째니까. 이러고 보면 이녀석도 고집 쎈건가? "여보세요" 핸드폰을 받자마자 들려오는건. -......... 아무런 대답없는 언호의 숨소리. 나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이햇살 너 왜그래? 오마이갓. 그건 내가 지금 물어보고 싶은 말입니다. 신언호군 뭐땜에 그렇게 화가 나서 목소리가 가라앉은겁니까.? "엉? 뭐가." -왜 문자도 씹고 전화도 씹어. "수업시간이였어. 근데 왜?" -됐어. 툴툴대는 언호. 아 내가 미친걸까? 너무 귀엽잖아. "에?? 야 왜그래 뭐 그런거가지고 그러냐" -아 맞다 햇살아! "응?" -나 할말있는데. 문득 느꼈다. 언호의 목소리가 왠지 신이 나있다고. 나는 좀더 통화에 집중하기위해 볼륨을 높였다. "응? 뭔데?" -잇잖아 "응.응" 잠시 소리 죽여 웃는 신언호군. 그러다가 입을 열어. -유해안 애인 생겼다! "아아...뭐.????????????" ... -아 귀아퍼. 너무 놀라 크게 소리를 질렀는데 언호가 잠시 작게 중얼거리듯 말한다. 아마 평소 버릇처럼 한쪽 눈썹을 찌푸린채 귀를 막고 있었으리라. "아 미안. 근데 뭐라구 했어? 너방금 그러니까 유해안이" -애인 생겼다구.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니였다. 다시금 똑똑히 들려오는 언호의 목소리. 말도안돼. 유해안이 애인이 생겼다니. 어제까지만 해도... 어제까지만 해도. "아...그래?" 내가 좋다고 했던 유해안인데.. 뭐랄까 괜히 서운했다. 이러면 안돼는데. 나 정말 이기적인 아인가. -응. 이따가 치즈볼 만들어와! 그렇게 잠시 할말을 잃곤 멍해져있다가 언호에 말에 다시 정신이 들었다. "으응...뭐? 싫어 내가 왜?" -왜? "뭐가.? 왜라니??" -응 고마워. 맛있게 만들어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네. 이세끼 "....휴.." -그럼 끊을께. 아 맞다 이햇살 "왜!!!!!!!!" -연고 발랐어? "아." 그러고보니 안발랐다. 왠지 바르는게 아까워서 고히 모셔뒀지. 책상 서랍에 -꼭 발라. 손 예뻐질때까지 그러자 언호가 위와 같이 예쁘게 말한다. 동시에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그럼 치즈볼은 다음에...손이 예뻐지면.." -이따봐 치즈볼! 달칵. 치즈볼은 진작에 만들어 줄생각이였지만 그저 장난한번 쳐본건데 그렇게 달칵 하고 무심히도 전화를 끊다니 .......이 써글잡것 그래도 나 이정도면 행복한건가...?헤에 \ 그로부터 정확히 여덟시간 하고도 3분후. 12시 3분. 이 늦은시간 나는 따듯한 치즈볼을 안고 혼수상태 숙소앞에 도착했다. 왜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그야 혼수상태 스케줄이 지금에서야 끝났대니까. 오늘도 공공칠 작전을 방불케 하면서 숙소 앞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하고 피해 들어오는데 성공은 했다만. 현재 이햇살은 숙소 앞에서 벨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중이다. 이건 또 왜냐구? '유해안 애인 생겼다!!' 쓸떼없이 생각나 버렸거든 이말이. 괜히 신경쓰인다. 아까부터. "왠지 못보겠어."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해안이 얼굴 못보겠어. 배신감? 이건 아닐테고 무작정 드는 서운함인가? 그래 이게 맞는거 같다. 너무 갑작스러우니까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뭐야. "아휴..." 어쨌든 그렇게 한참을 머뭇머뭇 거리고 있는데 급작 먼저 숙소쪽에서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어? 햇살씨 어쩐일이세요?" 매니저 오빠다. 꾸벅 인사를 하니 꾸벅 인사를 받아주신다. .. "아 그게 언호가. 아니 은겸이랑 언호랑..두루두루 간식좀 만들어 왔거든요. 아니 간식을 왜 만들었냐면. 그러니까." 횡설수설. 나 뭐하는거지. 괜히 당황해서 말을 버벅거리는 이햇살. 그러면 매니저오빠 모른척 그렇게 넘어가준다. "들어가 보세요." ..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아. 확실히 너무너무 착한 사람이야. 사실 언호 스캔들땐. 미웠었지만. "아..네!!!그.근데 오빠는 어디가세요?" 나는 괜히 찡한 마음에 고개를 끄떡이며 들어갈려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다시 물었다. 이 늦은시간에 어딜가시는거지? 12시나 됐는데. "회사에요. 실장님한테 잠깐 받을께 있어서." 그러자 조금은 이상스럽게 말을 버벅이면서 대답하는 매니저오빠. "이 늦은시간에요? 받을게 뭐가 있다구요?" "네??아 그.그게" .....그순간 들었던 생각은 아..저번에 은겸이가 말했던데로 매니저오빠 또 농땡이 까러 가시는거구나. 였다. 하나를 덧붙이자면 이번에는 애들한테 얼마를 쥐어 주셨을까나. 정도? #36 "하하 아니에요!!" 내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시며 그렇게 엘레베이터에 쏙 올라가시는 매니저오빠. "그럼.햇살씨 안뇽" .....역시나 오늘도 느끼는거지만 정말 그가수에 그매니저라구요. \ "...어?" 매니저 오빠가 열고간 문 틈사이로 빼꼼히 들어왔다. 하지만 텅텅 비어있는 숙소안. 이상하네. 10분전까지만해도 신언호가 문자로 숙소에 도착했다고 했는데. .. "신언호!!!!!" 이제는 조금 익숙한 숙소안이다. 전보다 훨씬은 익숙하게 신발을 벗고는 숙소안에 들어서며 그렇게 언호 이름을 부르자. 언호 방 쪽에서 '응' 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방에 있나보네. 그런데 이녀석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와보지도 않아? 내가 자길 위해서 치즈볼도 만들어왔는데! "나 들어간다?" 괜한 서운함에 차가운 목소리로 문을 열려는데 먼저 열리는 언호의 방문. 아.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살짝 얼굴이 들어갈정도로만 열렸다. "뭐.뭐야?" "치즈볼은?" 그 틈사이로 언호 얼굴이 쏙 내밀어진다. 조금은 피곤한듯 한 언호의 눈. "뭐?" "이햇살 치즈볼은?" 이 써글잡것.(재미붙였음_) 넌 내얼굴이 치즈볼로 보이니. "야 넌 나 보자마자 치즈볼이냐!??????응?????????" 그래. 그냥 넘어가면 이햇살이 아니지. 그렇고 말고. 버럭. 신언호와 해보자는 식으로 그렇게 팔을 걷어붙이려는데. 그순간이였다. 타악.하고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건. "문..열려있네? 해안아. 나 들어가도 돼?" ...어라...? 나는 그렇게 그대로 멈추어 버렸다. 그리고는 들려오는 그 낯선 여자 목소리에. 멍해진채 고개를 돌렸다. 숙소로 느릿느릿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낯선 여자. 그리곤 그소리에 그 어느때보다 밝게 웃으며 방에서 나오는 유해안이라는 알수없는 생명체. 그것도 녀석은 타악 하고 가만히 있는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뭐..뭐야 도대체 "왔어? 그거 손에 든거 뭐야? 치킨! 내가 치킨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고!!예쁘다" 굉장이 들뜬 목소리였다. 유해안의 목소리는 아주 다정하게 그여자아이에 손에 들린 치킨을 가져가는 해안이. 저 여자아이가 새로 만난다는 애인인가.? "응 맞아" "어?????깜짝이야 뭐가 맞다는거야" 넋놓고 그 둘을 쳐다보고 있을때. 방에서 아예 나온 언호가 말한다. 독심술도 할줄 아는거니 정말 그런거니 언호야. "해안이 새로 생긴 애인. 예쁘다. 그치?" ".....응" 저 여자구나 그여자가. 역시 천하의 유해안이 좋아할만하게 더럽게 예쁘긴 하다. 나랑은 비교가 안될정도로. .. 이거 왠지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것도 무지 급속도로. 이런 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앞에 서서 그 여자에게 인사를 건내는 언호. "누나 안녕하세요." 맙소사 우리보다 나이가 많았어? 이건 더 충격인걸 "어? 응 언호도 있었네!!" 웃음도 예쁘다. 미워할수 없게. 꼭 예쁜것들은 그러더라. "야. 이햇살" "...어?" 그때즈음. 급작 나를 보며 입을 여는 유해안. 지금까지 나와 눈한번 마주치지 않았던 녀석이 그렇게 내게 눈을 마주치며 입을열었다. "그렇게 쳐다보지마. 내꺼 닳아" 그것도 이렇게 황당한말을. ... "아..응 그래" 좋아한다면서. 나 좋아졌다면서. 어떻게 저렇게 하루 아침에 바뀔수 있는거야 유해안. "왜그래 친구한테!!" 괜스레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그 언니가 베시시하고 내눈치를 살피며 그렇게 유해안을 향해 말했다. "친구? 누가 친구야" "어? 저 여자애랑 너랑 친구 아니야?" "누가 친구야. 쟤는 그냥." "응?" "요물일뿐이야. 나쁜 요물" 지금 내가 유해안에게 묻고 싶은말은 딱 한가지뿐이다. 도대체 나한테 왜그러는거야. 라는거 딱 하나. 만약 유해안이 더 대답을 해주겠다면 이것도 물어보겠지 아마. 왜 그렇게 갑자기 내게 차가워진거야. ...왜 그런 목소리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거냐구. 기분이...확실히 이상해 "유해안 햇살이에 대해 나쁘게 말하면 너라도 못참는다. 왜냐면" 그때 짐짓 화난 목소리로 이야길 하는 언호. 그리곤 내 손을 꽉 잡고는 자기 뒤로 숨겨버리는 신언호. .. "얘도 내꺼거든." \언호방 그렇게 한바탕 하고 난뒤. 지금은 언호방이다. 바닥에 앉아서 내가 싸온 치즈볼을 냠냠 맛있게 먹는 녀석. "맛있어?" 할말이 없던 나는 괜스레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너무나도 당연하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녀석. "그럴리가 없잖아." 뭘바라겠니 신언호. 이렇게 먹어주는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 아마. "그럼 먹지마." "응 싫어." "어쭈 까분다." 언호는 내말에 아주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포크를 딱 놓고는 말해. "오빠한테 자꾸 개길래?" 우리 초딩이니 언호야. 응? 유치하게 이러지 말자구. 난 가끔씩 이럴때 너무 챙피해. 나는 당당하게 신언호를 보면서 말했다. 정말 어.른.스.럽.게 유치하지 않게. ....... ............. .... ............................ ................ "어쭈 맞짱뜨자 이거냐?" 죄송합니다. 이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분들께 짜증을 불러 일으켜서 정말 죄송합니다요. "........." 내말에 언호가 하하하하 하고 배를 잡고 웃는다. 그러더니 불쑥 포크로 치즈볼을 떡 하고 집었다. 그리곤 "아." 라는 간질스러운 말을 서슴없이 뱉었으니. "뭐?" "아-" "뭐가 이거 먹으라구?" "아-!!!" 결국 나는 언호의 고집에 못이겨 입을 아 하고 벌렸다. 그러자 치즈볼을 입속에 쏙 넣어주는 신언호. 아 뭐랄까. 이거 좀 닭살이잖아. "너 왜이렇게 닭살이..." 그러나 나는 더이상 말을 이을수 없었다. 왜냐구? 그건 바로 급작 내 혀로 느껴지는 맛 때문이였다지요. 맙소사 기절하겠네. 도대체. 이게...무슨맛이야...? 내가 이런 어이없는 맛에 치즈볼을 만들었단말이야? 생각같아선 입에 있는 이상한맛이 치즈볼을 모두 뱉어버리고 싶었다. 울듯한 표정으로 언호를 보니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었다. "미안하지?" ".........." "앞으로 오빠한테 잘해." ...이렇게 우리의 유치한 싸움은 이햇살의 완벽한 KO로 끝이 났다나 뭐라나.. "...에씨 미안" "응. 하지만 대놓고 말하는건 나쁜거니까 맛에 대해선 뭐라 말하진 않을께." 병주고 약주고하는 신언호. 아아 급작. 할수만 있다면 저 웃음을 모조리 찢어놓고 싶은 충동 "나 화장실좀 갔다올께." .. 입을 좀 헹궈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정도로 치즈볼에 맛은 심각했다. 고작 내 요리실력이 이정도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서글프기도 했다. 내가 벌떡 일어서자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떡이고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언호. 늘 궁금했던건데. 니 핸드폰 왜 볼때마다 기종이 바뀌는거야. 오늘도 바꼈어. "빨리와" 나가려는데 언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기분좋게 고개를 끄떡이고는 방을 나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도대체 하필이면. 방을 나오자마자 마주친게 왜 유해안인걸까. 내가 언호방에서 나옴과 동시에 자기 방에서 나오는 유해안. 그순간 얼핏하고 그렇게 해안이 침대에 앉아있는 그 언니가 눈에 들어왔다. 수백억을 쳐들어도 절대 저런 코는 안나올꺼야. 진짜 더럽게 예쁘네 코 한번. "..........." 어쨌든 나는 얼른 눈을 돌렸다. 왜냐하면.. 유해안과 눈을 오래 마주치기가 좀 껄끄러웠기 때문이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래 솔직히 말하면 아무렇지 않게 보이도록 그렇게 왼쪽 귀퉁이에 있는 화장실로 향하는데. 일순. 지나치는 내 손을 잡아버리는 유해안. 그러니까 이 상황을 좀더 정확히 설명해보자면 해안이는 앞쪽을 나는 뒤쪽을 쳐다보고 있는. "해줄수 있는게 없었어." 그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해안이의 따듯한 목소리. "...뭐?" 그러면 이쪽은 저도 모르게 차가워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니가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데. 내가 해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근데?" 이거봐. 자꾸 말이 엇나가. 자꾸 삐뚤게 돼. 생각해보면 유해안이 잘못한건 하나도 없는데말야. "잊어줄께. 깨끗히 한달안에" ".........." "잊으면 다시 따듯하게 말해줄께. 그전엔 나도 힘들어. 그래서 나 계속 너한테 차갑게 대할꺼다" 결국은 그랬다 이아이는. 결국은...또 다시 날 위해서 였던거다. 멍청하고 바보같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햇살이 너무나도 우스워질정도로. 날 위해주는. 해안이였다. "유해안." 괜히 목이 메여와. 나야말로 해줄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서. "안그러면 아무것도 못할꺼 같아서 그래. 잘들어 이 유해안님. 쿨하게. 멋지게 한달안에 잊는다. 이햇살." "......" ... ........... "널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니까 남자답게." 말을 마치곤 어색히 손을 놓아주는 해안이 그리곤 알수 없는 표정으로 피식 하고 웃어버리는 해안이 나도 따라 웃었다. 슬프게. ".....응..그래..헤에" .....우리 참 똑같다 해안아. 보이지도 않는 사랑을 하는거. 대답없는 사랑 하는거. 절대 돌아오지 않는 사랑 하는거. 그거 하나는. 너무 비참하게 똑같다... #37 "표정이 왜 그렇게 시무룩해? 무슨일 있었어?" 화장실에서 말끔히 입을 행구고 난후. 다시 방에 들어서자 내게 언호가 건낸말이다. 그러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저어. .. "거짓말한다. 표정이 다른데."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어서 이실직고 하라는듯 날 다그치는 언호녀석. 이럴때 보면. 진짜 고집쎄. 그냥 넘어가면 어디가 덧나나.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 그러자 빤히 날 쳐다본다. 아구 또 화나셨어. 신언호님. "신언호." 나는 녀석에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이곤 입을 열었다. "왜."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대답안해." 괜스레 포크로 치즈볼을 휘젛어댄다. 왜 괜한 치즈볼에 화풀이야 신언호 하려던걸 그냥 말았다. "너는 왜이렇게 잘삐져? 왜이렇게 소심해?" 대신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위와 같이 말하자. 급작 인상을 찌푸리는 신언호. "내가언제?" 그리곤 이렇게 기분나쁘다는듯 대답한다. 아하하하. ....내가 언제라니? 언호야 너 정말 너 자신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거 아냐? 괜히 웃음이 나온다. 언호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자꾸만 웃음이 나와. "언제라는 말이 잘도 나온다!!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너 피곤하지?" 문득 시계를 보니 1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아침부터 촬영있다는데, 조금이라도 더 자둬야 할 언호를 이런식으로 괴롭히는건 옳지 않다는 생각에 나는 망설임없이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언호 동공이 일어서는 나를 따라간다. "이햇살. 갈라고?" "응! 가야지" 완전히 일어선 날 보더니 뭔가 말하려다가 멈칫거리는 녀석. "응?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할말있어?" 괜히 내가 먼저 물었다. "아니" 그러나 역시나 적시나 싱거운 언호의 대답. 뭐 저런게 다있어 정말. "그럼 간다!!" "이햇살 잠깐만" "왜 또 뭐!!" 에씨. 이번에도 별거 아니면 정말 죽여버릴꺼야.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는 나를 보더니 피식 하고 예쁘게 웃음짓는다. 그리곤 따라 일어서더니. 급작.. ...정말 급작 ".....신언호?" 나를 따듯하게 안아주는 녀석.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신언호? 해버렸다. 그러면 언호. 아무 대답없이 그렇게 날 따듯하게 안아줘. 지금 이순간은 .....언호 향기가 내 몸에 베어버릴것 같은 느낌이다 따듯한 향기. 아이같은 향기. 그거 언호 특유의 향기 말야. "뭐.뭐야 신언호 하하하" (☜괜히 오바하면서 웃고있음.) "햇살아" "응?" "오늘 치즈볼 고맙다구." "아. 하하 뭐 그런거 가지고 그래" 이런 분위기. 정말 익숙치 않아서 자꾸만 어색해 하는 이햇살. 그러면 그럴수록 꽈악. 더욱 더 따듯하게 안아주는 신언호. "위로할줄 몰라서..이렇게 위로하면 되나?" "......." 그순간은 말이다. 무언가 바라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듯한 느낌이였다.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아니 알거 같은데 모른척할꺼니까 힘내." 그래 확실히 언호의 서툴지만 진심같던 그 위로는 그런 선물이였다. \다음날 "나 신언호는 언제 소개시켜 줄껀데!?" 다음날 방과후, 오늘은 촬영스케줄이 있다. 2회분은 저번주의 촬영을 마쳤고 오늘은 3회분 촬영인데. 아..벌써 3회분이나 되다니. 감동. 그 자체구나. 헤헤. "야!!!!!!!이햇살!!!!!!!너 언니말은 귀똥으로도 안듣는거니??" .. 나는 가방정리를 다 마치고 나서야 갈갈히 날뛰고 있는 민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누가 언니야?" "오호라 이런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응." "하하 나도 다 방법이 있어. 방법이 있다고!!!!!!!!" 그런 어줍짢은 협박을 하시겠다. 하지만 나는 눈하나 끄떡하지 않을거라고. "기대할께." 최대한 도도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썻다. 그리곤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오자 민지의 참을수 없다는듯한 분노의 괴성이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악!!!!!!!!!!!저기집애를 그냥!!!!!!!" 라는.. \ 일단 민지를 무시하는것으로 작전을 바꿨다만. 정말 민지가 어떤일을 벌일지는 그 누구도 알수없다. 휴우. 어쩌지 정말. 신언호를 민지에게 소개시켜주는방법밖엔 없는건가. "학생. 어디로 갈까?" 택시에 탄후 꽤 오랫동안 목적지를 말하지 않자 답답한듯 기사아저씨가 내게 물었다. 민지 생각에 잠겨서 목적지를 말하는걸 깜빡해버렸다. "아!!죄송합니다. ese 방송국앞이요" 대답을 마치곤 좀더 편안한 자세로 택시 의자에 기대자. 그때즈음 빽미러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는 기사아저씨. ...뭐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건가.? "학생. 혹시말야" "네?" "학생 혹시 티비에 나오지 않았어??" "네???????????" 말도안돼.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정말 있는건가. 갑자기 괜한 우쭐감이 들었다. 뭐랄까.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알아봐 준다는거에 대한 기쁨? 설레임? "아이쿠 목소리 한번 크네. 그게 아니라 내가 낯이 익어서 그래. 티브이에서 본것 같아서" "아!! 네 아저씨 저 티비에 나왔어요!!" .. 신났다. 신났어 이햇살. 정말 신이나서 조잘조잘 자랑하듯. 그러니까 마치 할아버지한테 손녀가 나 상탔어요 하는 느낌으로 그렇게 한참을 떠들어 대는데. "그렇지? 어쩐지 낯이 익다고 했어. 전국노래자랑!!!거기서 나온거 맞제??!" 아저씨의 말에 곧바로 좌절하고야 말았다. "뭐라..구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아무리 내가 흔해빠진 얼굴이라고 해도 그렇지. 전국노래자랑이 뭐야. 에씨. "학생 왜그려? 전국 노래자랑이 아니야? 그때 그 쫄쫄이 빤쯔 입고 춤추던." 게다가 쫄쫄이 빤쯔. "........" "하하. 아닌가 보네. 그럼? 그럼 어디 출현했어?" "아니에요..." "아이고. 미안하네." 괜히 미안해 하는 택시기사 아저씨였다. "아니에요." 좋다가 말았던 이햇살은 급작 밀려온 우울함에 고개를 푹 숙이곤 택시가 방송국에 도착할때까지 바닥만 응시했던걸로 기억한다. 두고봐. 전국노래자랑 재방송 꼭 볼꺼야 쫄쫄이빤쯔랑 나랑 얼마나 닮았는지 내 두눈으로 볼꺼라구. 안닮았기만해봐. 이 택시 확 신고해버릴꺼야. \ese방송국 로비. "햇살씨" 방송국 로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피디언니를 기다린지 얼마나 됐을까. 한 10분쯤 된거 같다. "언니. 안녕하세요." 멀리서 걸어오는 피디언니를 보고는 나는 빠른속도로 일어섰다. 그리곤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냈는데. .. "여기선 좀 그렇고. 요 앞 까페라도 가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는 먼저 앞장서서 걷는 피디언니..? ...?.... "네? 아. 네!!"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순간은. 내가 뭐 잘못한건가. 무슨 잘못을 한거지? 나는 그렇게 수십번은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피디언니의 뒤를 따랐다. ....오늘따라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지는 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까페 피디언니랑 함께 온 까페. 그러고보니 이까페. 저번에도 와봤던 까페다. 매니저오빠랑 "녹차라떼 하나요. 햇살씨는요?" "아..저도 같은걸로요." 종업원이 네 알겠습니다. 좋은시간 되세요 라고 카운터로 돌아가면.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흐른다. 나는 괜히 앞에 놓인 휴지를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오는데 시간 많이 걸렸어요?" 잠시후. 피디언니가 망설이다가 내게 한마디를 건냈다.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대답하는것 대신 고개만 끄떡끄떡. "...음...햇살씨" ..뭐지 도대체 이분위기 정말 적응안된다. "네.?" "그러니까.." 피디언니가 막 입을 열려고 할때. "녹차라떼 두잔 나왔습니다" 라는 종업원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곧이어 예쁜 하얀색 테이블에 올려진 연두색 녹차라떼 두잔. 하얀 크림사이로 모락모락 따듯함이 느껴진다. "마셔요. 일단" 언니에 말에 나는 녹차라떼를 들었다. 한모금 마시자 하얀 거품이 입가에 잔뜩 묻어나왔다. "저 언니." 타악. 하고 잔을 놓고는 이번에는 내가 먼저 언니를 불렀다. "네.?" "저한테 뭐 할말있으세요? 제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는지.." ... 그러자 이번에도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알수없는 한숨을 한번 쉬는 피디언니. 그리곤 이내 결심한듯 입을 열어. "햇살씨." "네?" "저희 프로그램에 그만 나와주셨으면 해요." 떨리는 피디언니의 목소리. 덩달아 떨리는 내몸.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끝까지 함께 찍기로 약속했잖아요. 입가가 간질거렸다. 당장이라도 울먹이면서 위와 같은 말들을 무작정 내뱉어버릴거 같았다. "...아..네" 바보같은 이햇살. 고작 니가 할줄아는 대답이 이것밖에 없는거야. "사실 저번주부터 회의에 들어갔어요. 햇살씨 출연 여부에 대해서요. 시청률이 잘 나오긴 했지만. 프로그램 폐쇄니 뭐니 악플에 끝나지 않은채 사무실로 협박편지도 오고 제차는 어그제 부숴졌어요." 피디언니가 슬그머니 웃어보인다. 어색한 분위기를 최대한 없애려는듯. 나도 따라 웃어보였다. 비록 억지웃음 이였지만. "사실 햇살씨 비중도 그리 많지 않고 해서. 1.2.3회까지만 출현시키는걸로 결정이 나서..." "아..." "오늘 촬영분이 아마 마지막일듯 싶어요." "......네" "미안해요..햇살씨 정말로" "아니에요. 언니가 미안해 하실필요는 없죠."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만약 이 녹차라떼가 맛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자리에서 울었을지도 모른다. 녹차라떼가 맛있었으니까. 언니가 사준 이 녹차라떼가 무지 맛있으니까 참고 있는거야. 눈물. 안간힘을 쓰면서 그렇게 참아보고 있는거야. \환경콘서트장 오늘 촬영은 환경콘서트에 출연하는 혼수상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무대 뒷모습과 인터뷰를 담을 예정이라고 들었다. 벌써부터 무대세트작업이 분주한 이곳. [혼수상태의 비밀일기]촬영팀도 촬영준비에 들어갔다. "햇살씨 더 예뻐졌네" 리허설을 하고 있는 무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작가언니가 대본을 주면서 괜스레 말을 건낸다. 그러면 나는 어색히 웃음으로 대신한다. 정 많이 들었는데.. 촬영식구들이랑도. 이 따스한 분들이랑도 오늘로서 마지막이구나. "....." 이렇게 생각하니 또 다시 콧잔등이 시큰해져온다.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드는 아쉬움과 서러움. 그리고 안타까움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38 씁쓸한 마음으로 작가언니가 건내준 대본을 막 잃고 있을 무렵이였다. "어? 햇살아 혼수상태 리허설 하나보다." 내게 음료수 한캔을 건내며 웃는 작가언니. 말을 마치곤 무대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언니의 말에 나도 따라서 시선을 돌리니. 정말로 리허설을 준비중이고 잇는 혼수상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득 차버려 그렇게. .. "안녕하세요. 혼수상태입니다!" 무대의상 대신 간단한 사복을 입고 있는 멤버들. 연습도 실전처럼 그렇게. 리허설이지만 정말 공연을 하는것처럼 인사를 크게 건내는 혼수상태. 그와 동시에 아침부터 와서 기다린 팬들의 함성이 저쪽에서 들려온다. 입장은 7시인데. 벌써부터 저렇게 많이 모였네. 나는 슬그머니 함성이 들리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언제봐도 멋있어 정말 저것들은. 질리도록 멋있어. 헤에. "어? 이햇살!!!!!!!!!!!!!!!!" 그때였다. 푼수 한은겸이 나를 발견하고는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친건. 휴. 도대체 저 또라이는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저쪽에 벌써부터 가득 모여있는 자신들의 팬들이. "꺄아아아악!!!!!!!!!!!!!!" 한은겸의 둥글둥글 귀여운 목소리에 팬들이 환호했다. "한은겸 똑바로 안해??" 결국 한은겸 어떻게 되었냐구? 매니저오빠한테 한대 맞았지. 매니저오빠가 팬들을 의식하는 바람에 고작 꼴밤 한대였지만 말야. \ "와 엄청 많이 왔다." 공연시작 7시. 예상대로 사람들로 꽉 차버린 공연장. 혼수상태만 오는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좌석이 혼수상태의 팬으로 가득차있었다. 정말 이럴때보면 무섭기도 한단말야. 혼수상태의 존재 자체가. "햇살씨. 혼수상태가 첫번째 무대거든? 공연 끝나고 시간이 없어서 빨리빨리 인터뷰 할꺼니까 준비하고 있어. 알았지?" 대본을 꼼꼼히 체크해주면서 말하는 작가언니. 요란한 음악소리가 머리가 딩 울릴정도로 크다. 무대 앞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건가? "네. 근데 언니 왜 혼수상태가 라스트 무대가 아니에요?" 나는 작가언니가 꼼꼼히 체크해준 대본을 받아들고는 물었다. 그러자 정신없이 대답하는 작가언니. "다음 스케줄 있대네. 어? 시작하겠다. 언니 저기 촬영하는쪽에 있을테니까. 끝나고 얼른얼른 대기실로 와. 혜연아. 햇살이 메이크업좀 해줘" ..와.. 말 엄청 빠르게 한다. 작가언니는 정말 신기할정도로 다다다다 말을 내뱉고는 촬영팀이 있는쪽으로 뛰어갔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일에 멀뚱히 서있을 무렵. 메이크업 담당인 혜연이 언니가 메이크업상자를 들고 느릿느릿 내게로 걸어왔다. "정신이 없다. 마지막에 한대놓고 왜 갑자기 첫번째무대로 바꾼거래? 정말 짜증나" 볼멘소리로 내옆에 앉아서 상자를 여는 혜연이 언니. 나는 따라 멀쭉히 웃어보인다. "사실 저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치?" "네. 헤헤" 내말에 대답대신 웃으면서 로션을 발라주는 혜연이 언니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듯 로션을 발라주던 손을 멈춰. "아..햇살이 마지막방송이랬지?" 네. 그러네요. 정말 이게 마지막이에요. "네." "서운하다. 언니랑 별로 친해지지도 못했는데. 그치?" "그러게요. 헤에"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하나도 안들어" ... 그러고보니 나도 그런거 같아요. 마지막이라는거 실감이 안나는거 같아. 이제 혼수상태도 잘 못볼텐데... 이 따듯한 촬영식구들도 못볼텐데. 급작 드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것만 같았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괜히 밝은 목소리로 이것저것 말을 거는 혜연언니. 십분정도 그렇게 혜연이언니의 수다가 계속 이어졌던거 같다. "자! 다~됐다. 가자 대기실!" 마지막. 입술에 립글로즈를 바르는것으로 끝난 메이크업. 언니가 도구를 정리하면서 일어섰다. "아 언니. 저 이거 무대 보고 갈께요!!!" 그러면 이햇살. 어정쩡하게 일어서서 혜연언니를 그렇게 붙잡아. ...아.. 그래도 그렇지 이자세는 너무 어정쩡하네. 헤헤 "아 그럴래? 음..그래 그럼 그래라! 얼른와!! 바로 촬영 시작한대니깐!" 피식 하고 웃으며 언니가 그렇게 허락한다. 나는 고개를 끄떡이고는 다시 앉았다. .....마지막촬영. 마지막.. ...............마지막.. "환경콘서트에 첫무대를 장식해줄 가수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혼수상태 입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슬픈건지 몰랐다. 왠지 모르게 허탈하기도 하고. "꺄아아아악!!!!!!!!!!!!!!!!!!!!!!" 또 다시 우울한 생각에 잠기려는데 엄청난 환호성에 정신이 번뜩 솟았다. 정신을 차리고 무대를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벌써 올라와있는 혼수상태. 왠지 모르게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고 눌르면서 나는 무대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두둥. 두둥♬ 하는 경쾌한 드럼소리와 함께 시작된 혼수상태의 노래. 이번노래는 확실히 화려한 춤이 압권이다. 반주가 시작되기 무섭게 격렬히 춤을 추는 해안이. ...아.. 정말 멋있다. 어떻게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내가 지금 너무나도 안타까운건 이 대단한 장면을 글로써 표현하기엔 한계가 든다는것 그거 하나. 해안이가 살짝 옆으로 비켜서기가 무섭게 무대를 가로지를듯 은겸이가 나온다. 그리고는 특유의 목소리로 노래의 절정부분을 부르는 은겸이. 슬그머니 언호쪽을 보니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격렬한 안무에 조금은 지친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신언호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기 파트 부분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듯 무대 제일 앞쪽으로 나와 노래를 부른다. "꺄아아아악!!!!!!!!!!!!!!!!!!!!" 그순간은 정말이지 귀가 터져버릴것 같았다. 엄청난 함성. 그리고 알아들을수 없는 응원구호들. 1절이 끝나고 두둥. 두둥 다시 한번 반주가 흘렀다. 요란한 조명아래. 단 한번에 틀림없이 완벽히 고난이도의 안무를 소화하고 있는 혼수상태. 문득 그랬다. 저 열정적인 모습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역시 나랑은 다른사람들이구나 저렇게 대단한사람들이였어. 정말 최고로 멋있어. "꺄아아악 혼수상태 짱!!혼.수.상.태!!!!!!!!" 제기랄 정말 귀가 터져버릴꺼 같잖아. 노래 한곡이 끝나고 리더 신혁이 마이크를 잡자 팬들의 함성은 지구 끝까지 닿아야 성이 찰듯 그렇게 그칠줄을 몰랐다. "안녕하세요. 혼수상태입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네명에 나란한 인사. "아 힘들어. 저 힘들어 죽겠어요" 유해안이 엄청난 환호속에 거친 숨을 내쉬며 투덜된다. 여기서 보니까. 유해안 왜이렇게 멀게 느껴져? 어제까지만 해도 바로 가까이에서 있었던 녀석인데. "맞아. 이거 안무짠 사람들 다 나와!!우헤헤" "자 여러분 한은겸은 무시하시구요" "어? 유해안씨 한번 해보자는거에요?" "아하하하하. 얘 표정좀 봐요." 무대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티격티격 거리면서 해안이와 은겸이가 분위기를 뛰우고 있었다. 급작 해안이가 마이크를 잡고 자지러지듯 웃자 따라 웃는 팬들. ..우와아 이 엄청난 환호좀봐. 심장이 뻥 하고 터져버릴만큼 흥분돼. "............" 정말 낯설게 느껴진다. 다른사람. 그래 나랑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 잠시 잊고 있었지만, 혼수상태는 역시 최고의 가수였다. "...헤..왜 눈물이 나냐" 무대를 얼마나 보고 있었을까. 갑자기 무작정 눈물이 났다. 이렇게 말하면 멈추는게 예의일텐데. 계속. 그렇게 계속 멈추지 않고 내 얼굴에 번져드는 눈물이였다. 닦아도 닦아도. ...계속.. ".......휴..." 너무 서운하다. 이제 마지막이니까. 정말로 마지막. 혼수상태의 비밀일기 촬영말야 이 공연만 끝나고, 인터뷰만 하면 정말 마지막. 정말.. .....끝.. "여러분 그럼 두번째곡이자 마지막곡을 들려드릴께요. 이번에 들려드릴곡은 제5의계절. 발라드곡입니다!!" 그때 무대에서 신이난듯 소리치는 해안이. 또 다시 귀가 아플정도의 큰 함성이 따라 들려왔다. 그러면 이햇살.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은채 무대로 다시 고개를 돌려. 괜히 서럽다. 그 프로그램만큼은 내가 끝까지 맡고 싶었는데. 이제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이 무대만 끝나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 "어? 잠깐만요." 그순간이였다. 아까부터 줄곧 힘들어서 아무말도 하지 않던 언호의 목소리가 급작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온건. "네? 왜요. 쌩뚱맞게" 언호의 멘트는 사전에 없었던 모양이다. 은겸이가 조금은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아무래도 언호가 워낙 엉뚱한지라 이번엔 무슨행동을 할지 불안한듯.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왜냐구요. 언호가 나를 발견해버렸거든요. 지금 이순간 언호의 눈이 울고 있는 내게로 고정되어 있거든요. "우리가 아무리 멋있어도 그렇지." ...?... 장난스러운 언호의 목소리. 그리고 잠시후..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이곳에는 감당할수 없을만큼 엄청난. 그리고 대단한 함성들이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 왜냐하면..언호가 무대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사전에 없었던일이라 경호원들이 곧바로 따라 붙었다. 영문을 모르는 멤버들에 시선이 불안불안 언호에게 닿으면. 언호는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계속 그렇게 걸어와. ....내쪽으로. 울고있는 이햇살 쪽으로. "아무리 멋있어도 그렇지. 그렇게 바보같이 왜 울어요." 이내 내앞에 선 언호.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리며 내게 묻는다. 그순간. 피식..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너답다. 너다워 신언호 이게 뭐하는거야. 공연장에서 매니저오빠한테 얼마나 혼날라고 그러냐. "울지말아요. 뚝" 말을 마치곤 나를 보고 웃는다. 이녀석. 그러면 나도 웃어보인다. "꺄아아아아악!!!!!!!!!!!!오빠!!!!!!!!!!신언호!!!!!!!!!!!!!!!!!" .. 점점 더 켜저가는 팬들의 함성. 그러면 함께 무대에서 뛰어 내리는 은겸이. "어?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나는데!!!!!!!! 여러분들 울지 말아요!!!!!!왜울어요? 가슴 아프게" "꺄아아아악!!!!!!!!!!!!!!!!!!!" "자 다음곡은 제5의 계절입니다. 그럼 시작할께요!!" 은겸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따듯하고 잔잔한 멜로디가 흘렀다. 비록 함성에 묻혀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신언호의 엉뚱함은 한은겸이 모두 수습해주었다나.. 뭐라나? \ "뭐라구요????" 공연이 끝난 뒤 혼수상태의 대기실. 대기실안에는 삐딱하게 둘러 앉아 있는 혼수상태, 매니저오빠 그리고 피디언니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막 피디언니가 혼수상태에게 내 마지막방송을 알린 직후라고나 할까. 아 더불어 말하자면 저 앞에 믿을수 없다는 목소리는 한은겸꺼. "한은겸 조용히해." 은겸이의 말에 매니저오빠가 다그친다. 그러면 이햇살. 그모습에 괜히 콧잔등이 시큰해지는데. "뭘 울어" "........" "니가 뭘 잘못했다고 우는데" 삐딱히 앉아서 신경질을 부리는 유해안. 씨. 누군 울고싶어 우냐구. 니들이 이런반응을 보이는데 안울게 생겼냐구. "....짜증나." 참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솟구치는 눈물이였다. 해안이 말에 울고있는 나를 힐끔 보더니 일어서는 언호. "어쩔수 없어. 그러니까 니들이 이해좀 해줘. 팬들 극성이 이정도 일줄은 몰랐으니까" 그런 언호를 보며 이나언니가 아이를 타일르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그래 난 정말 괜찮고 어차피 나 잘하지도 못했."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져버려서 나도 피디언니를 거들며 말하려는데. 일순 내말을 끊고 입을 여는 신언호. "안해요" "뭐? 신언호. 너 지금 피디님한테 무슨말버릇이야?" 신언호의 갑작스러운 말에 잠자코 계시고 있던 매니저오빠의 목소리가 급작 높아지면 "안해. 이햇살 안하면 나도 안해." 언호가 딱 잘라서 다시 말한다. ....또 바보처럼 눈물이 나올거 같다 내가 뭐라구. 잘하지도 못하는데..내가 뭐라고 "그건..." 그때즈음 더이상 이야기할 가치도 없다는듯 의자에서 일어서는 해안이. 그리곤 나를 보더니 픽 하고 웃으며 말했다. "당연한거잖아. 나도 안해요" ... 이것들 작정했나봐. 이햇살 울리기로. 감동먹어서 펑펑 울려버리기로. "유해안. 너까지 자꾸 이럴래??" "해안이만 그런거 아닌데..나두 햇살이 아니면 이거 안할꺼에요!!" "한은겸!!!!!!!!!!!" 해안이에 이어 은겸이까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매니저오빠의 벌개진 얼굴이 보이지 않는건지. 마지막으로 ..신혁까지... "형. 미안한데 햇살씨가 해야할꺼 같은데?" 신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시에 터져나오는 피디언니의 작은 한숨. 결국 나는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바보처럼. #39 지금은 대기실 밖. 정확히 말하면 자판기 앞에 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치곤, 언호가 음료수를 뽑아준다고 하길래 이곳에 왔다지요. '그러면 일단 오늘은 촬영하고, 다시 회의 해볼께요. 알았죠?. 휴 이거 원 파업도 아니고..' 아직까지도 귓가에 생생히 들려. 피디언니 말. 결국 피디언니가 타이르고 타일러 촬영을 마치긴 했지만. 촬영을 하는 내내 괜히 언니에게 미안했다. 언니가 많이 곤란해졌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촬영을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에 기쁘기도 하고, 아무튼간에 지금은 그렇다. 내마음은 싱숭생숭. "그렇다고 그렇게 울어? 바보같이" 문득 생각에 잠겨있을 그때 언호가 슬며시 내게 음료수를 내밀었다. 그것도 콜라로, 세끼. 내가 콜라 좋아하는건 어찌알고 나는 멀쑥히 웃으며 음료수를 한쪽손으로 받았다. 더불어 퉁퉁 부어버린 눈을 헤벌쭉 웃으며. "고마워." 내말에 언호의 시선이 빤히 닿았다. 제길. 쪽팔려 지금 나, 눈 무지 부어있겠지? 붕어처럼. 그러면 언호, 웃음 참고 있는거겠지? 간신히. "하여간 울보가 따로 없다니깐" 중얼거리듯한 말투로 나를 놀리는 언호. 이자식이. 또 내 성질을 건든다. 하지만 나는 참았다. 왜냐구? 뭐, 다 맞는말이니까. "어쨌든, 이거 음료수 고마워." 나는 괜히 말을 돌렸다. 그렇게 음료수를 딸랑딸랑 흔들고는 웃는데 그순간 하필이면 생각나 버렸다. 민지. 신언호를 소개시켜달라던 자랑스러운 내친구 민지. "아 맞다 신언호!" 그래 어쩌면 기회일지도 몰라. 신언호가 지금 잔뜩 약해져있으니까. (자신의 눈물을 봐서 쩔쩔메고 있다 라는 착각에 휩싸여 있음) 은근슬쩍 꺼내볼까. 민지얘기. "응?" "그러니까. 그러니까 음" 그런데 잘 안나와. 입이 잘 안떼어져. 난 늘 그렇듯 이아이 앞에서는 작아지니까 "왜. 말해봐" 우물쭈물. 그냥 말하지말까. 말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나는 용기를 내서 입을 떼었다. 그래 말하는거야. 당당하게! 한번 말해보는거야. 친구를 위해서 "너 바쁘겠지? 그래. 너 시간없겠지. 그치? 넌 무지 바쁘지??" 아..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쳤다. 역시나 언호도 횡설수설하는 내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그거" "어?" "데이트 신청이야?" 맙소사. 이 눈치없는 놈. 인상을 훽 찌푸리고는 언호를 올려다보니. 언호. 웃을듯 말듯한 입으로 나를 내려봐. 그모습에 순간 이햇살 자존심이 상해버렸다. "내가 왜???" 그래서 대뜸 이렇게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자 왜그러냐는듯 눈을 똥그랗게 떠보인다. "뭐?" "내가 왜 너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냐?? 웃기지도 않아!!" 하여간 이햇살 너야말로 웃기지도 않아. 지금은 이렇게 오바할때가 아니잖아. 굽히고 굽혀야 언호가 들어줄까 말까한 부탁일텐데. 참 한심하다. 한심해. "그래? 그러면" "뭐!!!!!!" 나 스스로 지금 이건 여우같다고 느꼈다. 괜스레 툴툴대면서 언호를 노려보는 내모습 말야. 어쨌던간에. 신언호군은 주의의식을 하나도 안하며 갑자기 내어깨에 손을 올리곤 말을 이어 나간다. "내가 데이트 신청하면 되지. 우리 오늘 놀까?" ........어 ..어 그러니까 지금 이거 신언호가 나한테 데이트 신청한거야? 정말로. 진심으로? 나는 나보다 키가 큰 언호를 올려다 봤다. "...응..?" "응" "응...?" "응. 놀자" 말을 마치곤 예쁘게 웃는 언호. 심장이 자꾸만 가만히 있질 않는다. 자꾸만 두근거려 나는 괜스레 뒤로 물러났다. 내 심장소리가 언호한테 들킬까봐. \ "이게 데이트야??" 경악스러운 내말에 녀석은 그저 헤벌쭉 웃을뿐이였다. 맙소사. 저렇게 웃으니 미워할수도 없고 정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뭐야!!!" 내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녀석은 대답대신 웃으며 고개를 끄떡인다. 고개만 끄떡이면 다가 아니잖아. 나는 인상을 찌푸리곤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보통 데이트라고 하면 영화를 본다던가. 아니면 공원에 간다던가. 그런 평범하고 일상적인곳에서 하지 않냐구요.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장소중에. "햇살아. 음료수 먹을래?" 혼수상태 숙소인거냐구. 제길. 신언호를 믿은 이햇살이 바보다. 바보 "그래." 한숨을 푸욱 쉬며 대답했다. 하긴 신언호같은 녀석과 평범한 데이트를 꿈꾼 내가 더 이상한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 언호랑 평범한 데이트. "응. 기달려" 일어서는 언호, 방문을 달칵 하고 열고는 나간다. 졸지에 언호방에 혼자 남겨진 이햇살. 어? 그러고보니 정말 혼자네. 신언호 방에 혼자있어. 나 "기회다!!!!!!!!!!!" 그래 기회였다. 언호방을 훔쳐볼수 있는 기회. 나는 내가 혼자있다는걸 깨닫자 마자 일어서선 언호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우와. 씨디좀봐, 더럽게 많네. 저걸 다 팔면 얼마 나올까 라는 멍청한 생각을 하면서 씨디를 구경하고 있을때, "....어?" 문득 푼수 이햇살 눈에 띈 한 사진 한장. 나는 조심스럽게 그 사진을 들었다. "내려놔." 그리고 그때, 음료수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던 언호가 내게 말한다. 내려 노으라고. 하지만 이햇살. 언호의 말에도 끄떡없이 그 사진을 계속해서 응시해. "이햇살" 점점 언호의 목소리가 차가워 진다. 뚜벅.뚜벅 굉장히 화난 발걸음 소리를 내면서 내앞으로 와서는 훽- 하고 사진을 빼앗아버리는 언호. "누구야?" 그런 언호를 향해서 내가 물었다. 사진속에 그 여자. 누구냐고. 너랑 다정히 서있던 그여자 도대체 누구냐고. "알필요 없잖아." "신언호." "이햇살." "어." "내물건 함부로 만지는거 기분 별로 안좋아" 내가 왜 이런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언호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지.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만 하는건지. "........." 입술을 꾹 깨물었다. 사진속에 언호와 그 여자는 분명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 화가나. 질투? 그래 나 지금 유치하게 질투하고 있는거야. 왜냐면 달랐으니까. 언호의 웃음이 지금의 웃음과는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이햇살은..그 여자아이가 아니야' 저 여자일까. 유가은이 말했던 그 여자. "음료수 먹자" 언호가 내게 시선을 주지 않은채 바닥에 털썩 앉아선 말한다. 그러면 이햇살. 앉지 않은채 끄떡없이 서있기만 해. "이햇살 왜그래." 그걸 몰라서 물어?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내가 정말 지금 어떤 기분일지. 얼마나 비참한지 몰라서. 니가 화내는거야? "그냥 오늘은 가야겠다. 먼저 갈께" 더이상 있다간 나도 모르게 소리쳐 버릴것 같았다. 마음속에 있는말을 모두 꺼내버릴꺼 같아서. 나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뒤돌아서서 방 문고리를 잡으려는데. 더 빨랐다. 타악. 하고 내손목을 잡은 언호의 손이. "왜그러는건데." 평소 장난끼 가득한 둥근 목소리 대신 무척이나 반항적인 목소리의 언호, 나를 빤히 노려본다. 나는 녀석의 시선을 피했다. "뭐가." "너 지금 화났잖아" "안화났어" "............" 내 딱딱한 말에 후 하고 한숨을 내쉬는 언호. 정말 미치겠다. 이런거 싫은데. 정말 너무 싫은데. "손목 놔줄래."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도무지 알수 없는 언호의 마음 때문에. "싫어." "신언호!!" "싫다고 했잖아." 이러면 끝이 없다. 한명이 굽히지 않는 이상 끝이 없다고. 점점 부어 오르는 손목을 빤히 내려다보던 나는. 결국은 소리쳤다. 꾹꾹 담아왔던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내가 저여자 대신이니."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흔들리는 언호의 눈동자. 비참하게도 녀석의 눈동자가 대신 대답하고 있다. 응 맞아. 라고.. "뭐?" "내가 저여자 대신이냐고 했어" "........" 왜 아무말도 못해.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이라도 해보란 말이야. 왜 넌 끝까지 나 울려. "저여자가 누군지 몰라도, 너 사진속에서 웃고 있잖아. 지금하고는 너무 다르게. 니가 날 안좋아한다는거 알아. 그래 너무나도 잘 알아서 비참할정도야. 나 혼자만 하는 사랑이니까." "...이햇살" "꾹 참아왔는데 너무 지친다. 정말 지쳐. 매일 괜찮다고 수십번 내자신 위로하는것도. 나 혼자만 널 너무나 사랑하는것도. 니가 날 조금이라도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비참한 희망을 갖는것도" ".........." "너무 지쳐. 언호야. 나 너무 지쳐" .. 결국은 또 다시 울어버렸다. 나 왜이렇게 많이 울지? 오늘로서 벌써 두번째야. 어쩌면 언호 말대로 나 울보일지도. 아니 맞다. 울보 이번에는 조용히 언호의 시선이 머물렀다. 흔들리는 녀석의 다갈색 눈동자. 무슨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언호. 아니. 할수 없는 언호. "....나갈께. 손목 놔줘." 울먹이는 내말에 거짓말처럼, 절대 놓아주지 않을것 같던 언호의 손에서 힘이 조금씩 풀렸다. 그리곤 이내 스르륵 하고 내 손목을 놓아버리는 언호. 순간 피실.피실 하고 웃음이 세어나왔다. 비참하구나. 이거 정말 너무 많이 비참하구나. "...헤헤. 그럼 갈께" 달칵. 하고 문을 열었다. 그리곤 나와선 다시 달칵. 하고 문을 닫았다. "어!? 햇살이!! 울어?" 그렇게 문을 열었다. 문을 닫아버렸다. 열었다. 상처받은 내마음을 열어 언호를 보냈다. 닫았다. 더이상 신언호가 들어오지 못하게 눈물로 그렇게 막아버렸다. "어? 햇살이!!!" 한참 재밌게 게임을 하고 있던 은겸이의 말에 나는 힘없이 웃어주고는 신발을 아무렇게나 구겨 신었다. "야. 이햇살" 그런데 이번엔 유해안이다. ".......응..." 나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자꾸 눈물이 멈추질 않는거야. "왜울어?" "눈에 뭐가 들어가서." 언호의 진심을 너무나 완벽히 알아버려서. 이젠 헛된 희망조차 품지 못하게 되버려서. "거짓말치네. 무슨일인데" "아무일도 아니라..." 더이상 말을 이을수 없었던건 그순간 언호가 방에서 나와버렸기 때문이였다. 한숨을 푸욱 쉬고는 해안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는 녀석. "이햇살." 그리곤 피곤한 눈으로 나를 부른다. "......." "나랑 얘기좀 하자"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할얘기 없어. 아니 안들을래. 더이상 상처받기 싫어. "니가 울렸냐?" 그때였다. 그런 내앞을 막아선 유해안이 언호에게 도전적인 말투로 위와같은 말을 내뱉은건. "뭐?" 언호의 피곤한 눈이 해안이에게로 움직였다. "니가 울렸냐고. 이햇살" "니가 상관할일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울지 말라고 보냈는데 울고있어, 근데 상관할일 아니라고?" "유해안. 분명히 말하는데 시비걸지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웃는게 너무 예뻐서 웃으라고 보내줬는데 울고있어, 그게 상관할일 아니라고?" "유해안!" 신경질적으로 언호가 해안이를 불렀다. 그러자 유해안. 끄떡없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뭐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거는 해안이 "누나. 난데, 이제 앞으로 여자친구인척 하지 않아도 될꺼 같다. 왜냐면" ... 뭐.뭐야 그럼 그때 그여자가 여자친구가 아니였단 말야? 경악하는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가는 녀석. "그러지 않아도 될 이유가 생겼거든 지금." 달칵. 전화를 끊고는 언호를 바라본다. 그리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신언호" "어" 삐딱히 해안이를 노려보고 있던 언호가 대답하면 유해안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을 이어나가. "이햇살 너한테 안줘. 아니 못줘." ... #40 [집에 잘 들어갔어?] [어쭈. 오빠 말 씹는거냐?] 솔솔 부는 저녁바람을 따라 집에 가는길. 자꾸만 울리는 문자에 아예 핸드폰 전원을 닫으려다가. 나는 다시 해안이에게서 온 문자를 빤히 내려다 보고 있는 중이다. 휴 하고 입에서 절로 나오는 한숨.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할지. 괜스레 고민해본다.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거야. 이아이의 갑작스러운 친절. "......휴 다녀왔습니다." 집에 도착한 후인 지금까지도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핸드폰을 쑤셔넣고는 집에 들어서자 부엌에 있던 엄마가 끄떡이며 인사를 받아주셨다. 그러면 나는. 네. 저 씻고 먼저 잘께요 하고는 내방으로 향한다. 힘이없어. 온몸에 힘이 없어. 그냥 이대로 쓰러져버렸으면. 그냥 이대로 잠들어버렸으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달칵 방문을 열자마자 나는 침대로 풍덩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누가 뭐라 하기 무섭게 눈을 감아버려. '내가 저여자 대신이니.' 자꾸만 뱅뱅 하고 돈다. 아까 있었던 일이. "머리가 터져버릴꺼 같다." 그래 정말 머리가 터져버릴꺼 같다. '이햇살 너한테 안줘. 아니 못줘.' 해안이의 저말에 나. 눈도 못마주치곤 그대로 숙소를 뛰쳐나왔지. 응 그랬었어. 그바람에 언호가 어떤표정으로 날 바라보는지 보지 못했어. 언호. 신언호... .....신언호... 드르륵.드르륵 그때였다.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던 핸드폰 진동소리가 느껴진건. 누구지. 라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꺼내니 아뿔사. 해안이다. 유해안. 받을까. 말까. 받아서 뭐라고 하지. 무슨말을 할까 그냥 끊어버릴까. 그냥 모른셈치고 핸드폰 밧데리 분리해버릴까.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에 가득찼다. "여보세요." 그러나 이햇살. 결국은 전화를 받아버렸다. 그것도 쉬어버린 목소리로 당당하게. -이햇살? "응.." -뭐하냐? "나? 지금 집에 왔어." -문자는 왜 씹어. 죽을래 장난끼 가득한 해안이의 목소리. 수화기 너머로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냥. 근데 왜 전화했어?" -그냥. "그냥??" -응 그냥. "...그런게 어딨냐?" -괜찮냐고..걱정돼서 반칙이다 이건. 정말 반칙이야 유해안. 그렇게 따스한 목소리로 말하면 나 또 울어버린단말야. "응..당연하지" 눈물을 꾹 참고 말했다. 눈치백단인 해안이에게 금새 들켜버리고야 말았지만. -이거봐. 울고 있을줄 알았다니까 볼멘소리로 중얼거리는 녀석.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유해안. 어떻게 하면 너처럼 바보같이 웃을수 있는거야? 아주 웃음소리 웃겨 죽겠어. "아냐. 진짜 아니다" -너 우는거 진짜 보기싫다. 그만 울고 얼른 자. 알았지? "너는?" -나도 이제 잘꺼야. 예쁜꿈 꾸고. "우웩. 그런말 하지마 소름돋아" -확 까세버릴라. 그리고 이햇살. "응?" -나 이제 안봐준다. 각오해 달칵. 알수없는 해안이 말을 뒤로 끊겨버린 전화. 잠시 어안이 벙벙 해져버렸다. 무슨말이야 유해안. 안봐준다니? 각오하라니? 할튼간 싸이코다. 유해안은. 정말 진심만심 싸이코. "그래도..치 기분은 좋네" 핸드폰을 보고 중얼거리다가 다시 베시시 하고 웃었다. 그래도 해안이와의 통화후 기분이 정말 한결 나아진거 같다. "...휴...." 작은 한숨을 뒤로 나는 침대에 누워서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자꾸만 떠오르는 언호의 얼굴을 애써 지우면서. ... \다음날 학교. "햇살아! 아직까지도 자? 이제 점심시간이야 좀 일어나봐" 하루종일 책상에 털푸덕 엎어져있는 나를 쿡쿡 찌르는 같은반 친구 혜연이. 그녀의 손길에 시체처럼 누워있던 나는 그제서야 부시시한 머리를 들어올렸다. "응.." 어제 너무 울었나봐. 목소리가 이렇게 잠겨있는걸 보면. "무슨일있어? 하루종일 기분이 안좋아. 햇살이" "일은 무슨.." "흐음 수상한데." 내 잠겨있는 목소리에 혜연이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수상하긴" "얼른 점심먹어. 그런데 너 민지랑 싸웠어?" 나는 혜연이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기지개를 폈다. "그냥 삐진거야. 지혼자" 원래 기지개 피면 찌뿌둥한 몸이 조금이라도 개운해져야 하는건데 어째 나는 더 피곤한거 같단말야. .. "그렇구나. 헤헤 나 그럼 밥 받으러 갈께" 싱긋 웃으며 뒤돌아서는 혜연이에게 응 이라고 중얼거리듯 대답하곤 일어서려는데. 급작 뒤돌아서서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여는 혜연이. "아 맞다. 햇살아. 너..신언호랑 아직도 사귀는거야?" ...아.. 그러고보니 혜연이는 알고있지 신언호와 내사이. 저번 자살소동으로 "........" 나는 대답대신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자 의아해 하면서 나를 쿡 찌르는 그녀. "...응? 햇살아 표정이 왜그래..?" "어.? 아니..나 화장실좀 가야겠다." "응?? 햇살아 어디가!!!" .. 드르륵. 나는 책상을 밀고 일어서서 혜연이가 잡기 전에 도망치듯 교실을 나와버렸다. 아니다. 정정할께 지금 나. 도망치는거 맞아 눈물이 나올것만 같아서. 아무말도 할수 없어서 도망치는거야. 비겁하게 콸콸콸. 화장실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나는 수도를 틀고는 세면대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자 마자. 나는 울어버렸다. 계속 계속 눈물을 씻어내면서. 계속 계속 그렇게 울어버렸어. 혜연아. 사실은 말야 언호가 날 좋아하는게 아니래. 그 사실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조금의 희망은 가지고 있었거든. 근데 그 희망이 어제 다 없어졌어. 나 어떡하지. 나 정말 어떡하지.? "..........." 사람 욕심이라는건 원래 끝이 없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을거라고 믿었는데 막상 그여자 사진 봐버린 순간. 내가 그여자 대신이라는거 알아버린 순간. 언호가 결국은 아무말도 못해버린 순간. 나 정말 아파서 죽는줄 알았다. 심장이 ... "푸우...시원하다. 이제 좀 살겠네" 물때문에 온통 엉망이 된 얼굴을 들고는 중얼거렸다. 이제야 좀 살거 같은 기분이다 정말로. 나는 물기 묻은 손을 탈탈 털고는 교실로 향하려고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그때였다. 내 눈에 유가은의 웃고 있는 얼굴이 보인건. ... "유가은.." 내가 먼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그녀가 급식을 받다 말고 뒤돌아 본다. 눈이 마주쳤다. "...이햇살?" 무슨일이냐는듯 앙칼지게 목소리를 올리는 유가은. 그래. 이제 다 들켜버린 마당에 가식 부릴 필요는 없겠지. "잠깐 얘기좀 하자." "뭐? 내가 왜?" ".....부탁..이야"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듯 말하자.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그러자 유가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고개를 끄떡끄떡 거린다. 그래 그럴줄 알았어. 넌 완벽한 이중인격자니까. \ "무슨일인데. 학교까지 와서 이러는건데." 학교 뒤편. 한창 점심시간이라 지나가는 학생들이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가만히 내려보는 유가은. 그녀는 이 길고 긴 침묵을 더이상은 못참겠다는듯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이햇살. 말 안들려? 왜 날 보자고 했냐고." ...어떡하지. 입이 안떨어져. 유가은 말대로 보자고 한건 난데 왜 입이 안떨어져. "그러니까.." 용기내 건낸 첫말에 유가은의 동공이 내게로 고정되었다. 그러면 이햇살. 그 동공을 피하고는 지금껏 유가은 앞에서 냈던 목소리중 제일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 "말해줘. 부탁할께" 목소리가 다 갈라져버렸다. "뭘.?" "언호가 나 만나는 이유. 좋은 의도로 만나는거 아니라고 했잖아. 도대체 내가 누구 대신인지. 신언호가 무슨이유로 나랑 만나는건지.." ...그렇게 점점 작아지는 이햇살의 목소리. 점점 비참해지는 이햇살의 심장. "......." 내 갑작스러운 말에 유가은은 조금 놀란듯 나를 흔들리는 눈동자로 응시하다가.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찾고는 피식 하고 웃는다. 우스워? 너는 이게 우스워? 누구는 이렇게 비참한데. 누구는 이렇게 아픈데... "왜? 아주 당당하더니. 갑자기 왜 알고 싶어졌어?" 굉장히 비꼬는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그저 아무말 없이 대답을 기다린다. ".........." 내가 할수 있는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미안하지만. 말해줄수 없어." "뭐.?" "언호는 내 친구니까." "......하..." 그녀의 말에 허탈한 한숨이 세어 나왔다.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나 이렇게 찾아왔으니까. 한가지만 말해줄께." "뭘.." "내 이름걸고 확실히 말하겠는데. 신언호는 널 절대 사랑하지 않아. 너도 느꼈겠지만. 너한테 주는 사랑. 다 너한테 주는거 아니야 신언호 지금 유선애한테 미안해서.. 아무튼 간에 결론은 넌 아니라는거." 선애? 얼버부리는듯한 유가은의 말 가운데 정확히 들은 이름. 유선애. "........." "언호 좋아한댔지. 상처 받기 전에 그만둬. 차라리 그게 나아. 나중엔 정말 죽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그순간 들려온 유가은의 말은 선애가 누굴까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버린 나에 정신을 번쩍 솟게 만드는 말이였다. 나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유가은을 담았다. 기분탓일 것이다. 지금 유가은의 눈동자가 나와 같이 슬퍼보이는건 분명 기분탓일꺼야. .. "나처럼.." 마지막...유가은의 목소리가 떨렸던것도 분명 기분탓...일거다 \ 5교시가 시작되는 종이 지금 막 울렸지만. 나는 아까 그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채 서있다. 머리가 복잡하다. 그래서 터져버릴거 같다. 언호가 보고싶다. 언호에 웃을때 둥그레지는 그 눈이 무척이나 보고싶다. 지금. 아무말이라도 듣고 싶어. 그래 솔직히 말하면 변명. 거짓말. 그거라도 듣고싶어 언호한테. Rrrrrr- Rrrrrrr- 결국은 담벼락에 몸을 느슨하게 기대고는 녀석에게 전화를 거는 이햇살. -여보세요. 신호음이 얼마 안가 언호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그순간은 정말이지. ".........." -이햇살.. 내가 아무말이 없자. 조용히 내이름을 부르는 언호. 나는 목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꾸욱 삼키고는 대뜸 말해. .....정말 대뜸. "한가지만 물어볼께." -....응 그러면 신언호. 아무런 질문 없이 응 하고 대답해준다. 나처럼 작아져있는 언호의 목소리. "단 하루..." -어? "아니 한시간..그것도 아니면 일분이라도 정말 그렇게 잠깐만이라도 날 좋아한적 있어?" -....... 그러자 조용해진 상대편. 왜 아무말도 못해 이 나쁜자식아. 나한테 아무말이라도 해달란 말이야. 제발... 제발 언호야 "없었구나..하" 허탈했다. 정말 너무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게 다였다. 만약 니가 지금 거짓말이라도 빈말이라도. 응 이라고 대답해줬다면 나 망설임없이 다시 널 믿었을텐데.. 바보같겠지만. 너무 멍청한일이지만 정말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널 믿었을텐데..희망을 가졌을텐데. -이햇살. 어디야. 만나자 대답대신 대뜸 만나자는 언호. 그말에 피식 하고 웃어버리고야 마는 이햇살. "아니. 안만나. 우리가 왜만나?" -이햇살. "신언호." -응 "신언호" -...어 "이나쁜자식아..나는.. 잠시 멈칫. 눈물이 결국 끝까지 차올라버려서. 그렇게 잠시 멈칫 -........ "나는..그것도 모르고 가슴 떨려 했잖아..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너무너무 행복해 했잖아. 다 알았는데도. 헛된 희망 품으면서 하루하루..그렇게 힘겹지만 행복하게. 그렇게 웃었잖아" 그순간 느꼈다. 사람이 이렇게 사랑때문에 비참해질수도 있는구나. 그래 그럴수도 있는거구나. 라고. "고마워. 일찍 깨닫게 해줘서. 그러고 보면 그 사진한테 고마워 해야겠네. 신언호. 잘들어." -...이햇살 "두번 말 안하니까..정말 잘 들어야해. 두번 말은 못하겠으니까. 한번 말하는것만으로도 가슴이 너무 아파 죽을꺼 같으니까. 정말 잘들어야한다구 이 바보 멍청아. -응 말해. "너무 당연한걸지 모르지만..우리 이제 그만" -.......... .. ..... "...헤어지자...." 어쩌면 사랑도. 기다림도 그리고 이 이별 조차. 나 혼자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41 -.......... 정말 용기 내서 한말인데.. 언호 이녀석 아무말도 없다. 수화기 너머에선 그렇게 아무런 대답없이 침묵만 흘렀다. 나는 가만히 땅바닥을 응시하면서 언호의 대답을 기다려. 혹시 이아이, 알까.? 지금 이햇살이라는 바보 멍청이는 가슴이 아파서 그래서 정말 죽을꺼 같다는거. "신언호.." -왜 우리가 헤어져야해.? 잠시후 들려온 언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 전혀 이해가 안간다는듯한 녀석의 말투에 나는 그만 피식. 피식..그렇게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려버렸다. "몰라서 물어? 왜 헤어져야 하냐구." -응 "한사람만 하는 사랑이니까." 너무나도 당연한 내 대답에 언호의 한숨소리가 밀려 들려온다. 그러면 이햇살.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꾹꾹 참으며 그렇게 다시 입을 열어. "밧데리 다됐다. 이제 끊는다. 그동안 고마웠고 잘지내." 그동안 고마웠고. 잘지내. 그리고 정말 많이 좋아했어. 달칵. 무언가에 도망치듯 그렇게 핸드폰 플립을 닫아버렸다. 슬그머니 핸드폰 액정을 내려다 보니 핸드폰 밧데리는 만땅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내가 어쩌다가 이런 비참한 거짓말까지 하게 된걸까. "이햇살!!!!!!!!! 너 거기서 뭐해? 선생님이 너 찾고 난리 났어!!" 그때, 2층 창문에서 쏙 고개를 내밀고는 나를 향해 소리치는 우리반 반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반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자리에 망부석마냥 서서 울어버렸겠지.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결국 참지 못하고는. "어? 아 응!! 가!!!!간다구!! 선생님한테 얼른 간다구 전해드려!!" ..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벽에 기댔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 아뿔사. 어지럽다. 그바람에 나는 순간 휘청거렸다. "어? 야 너 괜찮은거야??!" 창문에선 반장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떵떵 울러펴졌다. 나는 그런 반장에게 씩 하고 웃으며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응. 괜찮아." 괜찮을꺼야. 괜찮겠지. 괜찮아야..해 "얼른올라와!!" "응....!!" 그렇게 끝이났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내 말도 안돼는 사랑은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동경하는 가수와 팬의 만남. 어쩌면 끝은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간에 누군가가 내게 행복했노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대답할것이다. 응. 아팠지만 행복했어. \방과후, 민지와 집에 가는길. 나는 방금전, 민지에게 용기를 내서 말했다. 신언호와 이햇살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뭐???? 깨졌다고???" 그러자 꽥 소리를 지르는 그녀. 지금... 너무 크다. 민지의 목소리. 나는 누가 들을새라 민지의 입을 막고는 쉬쉬 거렸다. "목소리좀 낮춰." "아앙 내가 나바아게 생가가아(아니 내가 낮추게 생겼냐고)" "응? 뭐라구하는거야?" "송떼!!!!!!!!!!!(손떼)" 버럭 소리를 지르는 민지녀석. 나는 그제서야 무언가에 놀란 사람마냥 손을 떼었다. 으악. 손에 침 묻었다. "아씨 답답해 죽는줄 알았네." "아무튼간에. 그러니까 신언호랑 나랑 헤어졌으니까 앞으로 소개시켜달란 소리 하지 말라구. 그걸로 삐지지도 말고. 알았지?" 이럴때 나. 꽤 독하다고 생각해. 그녀석 이야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하는 법도 금새 배워버렸으니까. "왜 헤어졌는데?? 너 혹시 처음부터 뻥 친거 아냐??" 민지가 말도 안된다는듯 게슴츠레 눈을 떴다. 나는 대답 대신 피식 하고 웃어보였다. "뭐야? 왜 웃냐??" ".....응..." "뭐??????너 처음부터 날 속인거였단말야??모두 거짓이였어??" "응......." "이기집애를 그냥!!!!!!!!!!!" "...응...." 민지는 힘없이 대답하는 날 보더니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를 꽥 질러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이라도 울듯한 나를 내려보더니 이내 걸음을 완전히 멈추고는 짐짓 심각하게 내게 묻는다. "어..? 이햇살 울어? 우는거야?" 빌어먹을. 이놈의 눈물 결국 참지 못하곤 터져버렸다. 꼴사납게. "민지야. 나 잇잖아" 그러면 이햇살,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입을 뗀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걱정스레 민지의 손이 내 눈에 닿았다. 대답대신 고개를 끄떡이는 것으로 대신하는 민지. .... "처음엔 가까이서 보기만 해도 좋을꺼라고 생각했어. 그다음엔 이사람하고 단 한마디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욕심냈고. 그리곤 조금만 더 친해졌으면. 했지 결국은 이사람도 날 사랑해줬으면.. 말도 안돼지만 이 대단한 스타가 평범한 나를 사랑해주면 좋겠다라고 느꼈어 내가 자초한일이야. 결국은 내가 잘못한일이야." 어떡하지. 나 정말 어떡하지 벌써부터 이렇게 울면 어떡하자는거냐구. 닦아도. 닦아도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틀림없다 정말. 내 눈물샘 고장난거. "햇살아...울지마" ....응 안울꺼야. "응!!" "울지 말라니까" ...근데 자꾸 눈물이 나오내. "응!!!!!!!!!!!!" 눈물을 닦고는 크게 소리치마 민지가 그만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도대체 뭐가 웃긴건지. 순간 기분이 확 상해버린 이햇살은 뚱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고. "너 콧물나왔어." 민지는 웃겨 죽겠다는듯 대답해준다. 콧물.? 나름 지금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가녀린 캐릭터인데 그대 지금 콧물이라 하였는가? "응 미안..흐흐" 나는 대답대신 후르릅. 하고 코를 들이마셨다. "기집애. 할튼간 더럽긴" 그러자 볼멘 소리를 중얼거리듯 나를 놀려대는 민지. "뭐????야 너 말다했어??!" "그래!!!말다했다. 이 더러운 코쟁아" "...에씨. 안해!!청순 가련 캐릭터 안해!!! 너 거기서라. 앙??" 결국은 이햇살. 울다가 웃으며 도망가는 민지를 잡으러 달려간다. 그래. 이햇살 너한텐 이런게 어울려. 눈물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구요.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 "뭐?????????????????????" -아 씨. 민지와 그냥 헤어지기가 뭐해서. 떡볶이도 먹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티비를 보다가 유해안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고 있는 중인데. 그래. 그러고 있는 중인데 말이다. "뭐라고했어 너 지금???????" 들려오는 유해안의 말도 안돼는 목소리에 나는 그만 소리를 꽥 지르고야 말았다. 부엌에서 보글보글 된장찌게를 끓이고 있던 엄마가 놀라서 튀어나올정도로 아주 크게. -무슨 기집애가 이렇게 목소리가 커 그러자 이번엔 상대편에 목소리가 커졌다. 유해안이나 이햇살이나. 목소리는 할튼간 무지커. "니가 말이 안돼는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뭐가 말이 안돼는데! "야 솔직히 그게 말이 돼?" -안될것도 없다.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정도도 못해준다고? 해안이의 당당한 말에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래. 그러고보니 그렇네.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안무실을 오라니. ...분명 언호가 있을텐데 ".....그래도.." -지금 신언호 없어. 아 진짜 배고파 죽겠다구. 응? 야아~ "언호없어..?" -응. 그말에 이햇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다는걸 느껴. 언호 이야기를 하는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으니까. "알았어. 그럼 금방 놓고 간다?" -오케이!! 해안이의 즐거운 목소리를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나는 도대체 무슨일이냐는 엄마의 말에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대답하고는 한숨을 푹 쉬며 일어섰다. 치즈고로케. 이렇게 맨날 해달라고 할거 알았으면 절대 해주지 않았을꺼야. \안무실앞. "여기가..맞나?" 저번에도 한번 와본적이 있는 연습실이지만 처음 온것처럼 낯설기만 하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없어서 괜히 기웃거렸다. "어?? 햇살씨 안녕하세요." 그때였다. "네??어!?혁.혁이씨" 캐주얼한 차림의 신혁이 보인건. 늘 느끼는 거지만 이사람. 사람 참 바르게 생겼다. "안녕하세요. 어쩐일이세요?" 신혁이 싱긋 웃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렇게 내게 물었다. 그러면 나는 대답 대신 치즈 고로케가 담긴 통을 흔들며 웃어 보인다. "....헤..." 하고. "아. 그렇구나." "혁..혁이오빠는요?" "잠깐 바람좀 쐬러 나왔어요. 그럼 들어가보세요. 전 이만" "아. 네!!!"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떡여 주는 신혁. 나는 순간 가지마세요 하고 옷자락을 붙잡으려는 충동을 가까스로 이겨냈다. 그대신 무언가에 홀린 사람마냥 빤히 계단을 올라가는 신혁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근사해 정말 너무 근사한 사람이야. ♬♪♩♭＃♬♪♩♭＃ "아..맞다!!!" 하마터면 정신을 노을뻔 했던 나는 신혁이 나오는 바람에 열린 문 사이로 들려오는 강한 비트 음악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내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다. 언호가 오기 전에 얼른 놓고 가야지. 슬그머니 연습실로 시선을 돌리자. 이미 그곳에선 안무 연습이 한창이였다. 그곳에는 해안이 말대로 언호는 없었다. 은겸이와 해안이. 그리고 안무팀으로 보이는 사람들만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을뿐. "유해안!!" 연습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얼른 주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해안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춤연습을 하다 말고 뒤돌아보는 해안이. 땀좀봐. "어? 이햇살 금방왔네!" "응." "어쭈, 표정봐라" 내표정? 내표정이 뭐 어쨌다는거야? 해안이 말에 나는 슬그머니 연습실에 있는 큰 거울로 시선을 옮겼다. "아싸 고로케" 그때, 잽싸게 내 손에 들린 도시락을 가지고 달아나는 은겸이. "야!!!!!!!한은겸 내놔. 그거 이햇살이 나줄라고 만든거라고" "어? 진짜야?" 해안이말에 은겸이가 인상을 팽 구기고는 나를 째려봤다. "아니야. 다같이 먹으라고 싸온거야" "그치? 역시 햇살이 최고야!!" 그러자 이번에는 유해안이 나를 노려본다. 그리고는 소리를 꽥 하고 질러 "야 이햇살. 너 계속 이렇게 나올래??" "뭐가." "짜증난다. 한은겸 먹지 말라고." 도대체 왜 저렇게 얘가 기분이 왔다 갔다 일까. 나는 괜스레 짜증을 부리는 유해안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일어섰다. 얼른 가야겠다는 생각이였다. ..언호가 오기 전에. "어? 햇살아 가게?" 일어서는 나를 보며 치즈 고로케를 한움큼 입에 넣는 은겸이. 나는 대답대신 고개만 끄떡끄떡. "야. 왜 가" 그러자 유해안, 다시 누그러진 목소리로 내 옷깃을 잡는다. 그순간에도 이햇살은 옷 늘어나면 어쩌지 라는 바보같은 생각만 했다. "엄마한테 혼나. 늦게 오면" 언호 만나면 울어버릴까봐. 너무 가슴 아플꺼 같아서. "마마걸이야?" "응." "골때리네." "말투 예쁘다." "고맙다." 피식 하고 웃는 해안이의 대답에 나도 따라 웃었다. "야 데려다 준다니까!!!!!!!!!" 그리고는 연습실을 나왔다. 자꾸만 데려다준다고 난리치는 해안이를 겨우겨우 떼어 놓고선. 달칵. 하고 연습실 문을 닫아 버린 이햇살. 차츰 차츰 들려오던 음악 소리가 옅어진다. 나는 가만히 문에 몸을 기댔다. 이연습실 기억나. 여기서 언호랑 갇혔었지.? 이젠 다 추억이 되버렸지만. 그때 나 참 행복하게 웃었는데 떨려했었는데.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연습실 앞에 있었던거 같다. 해안이의 문자 때문에 겨우 정신을 차렸으니까. [데려다준다니까 고집피워. 어쨌든 오늘 고맙다. 그리고 좀 웃고다녀. 얼굴 매력없어.-유해안] 할튼간. 유해안. 사람 은근히 감동 먹여 [그래. 고맙다] 나는 빠른 속도로 해안이에게 답장을 보내고는 기댔던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는 이제 가야겠다는 생각에 계단으로 힘없이 걸음을 옮기는데 그순간이였다. 타악- 하고 누군가와 부딪히는 바람에 내가 휘청거린건. 이런. 이런 이햇살 이런. 바보 처럼 고개 숙이고 걸어가면 어쩌냔 말이냐. "아..죄송합니다." 나는 재빨리 상대편에게 사과했다. 이게 뭔 망신이래. 너무 챙피한 마음에 고개도 들지 않고는 계단을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그런데, 타다닥. ..응? 뒤에서 똑같이 들려오는 다급한 발자국 소리. "잠깐만. 잠깐만 햇살아" 그리고 연달아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 언호의 목소리. 그순간 정말 심장이 멈쳐버리는거 같았다. 머리로는 얼른 가야 겠다고 생각하는데 안움직여. 발이 안떼어져 도저히. "잠깐. 기다려." 결국 그렇게 피하려고 애썼건만 녀석에게 잡혀버렸다. 나는 대답대신 결국 타악하고 언호에게 붙잡힌 손목을 빤히 내려다 본다. 아파 언호야. 정말 너무 아파. 손목이 아니라 심장이. "....놔줘" 차가운 내목소리에 이번엔 그아이가 조용해졌다. 도저히 언호를 쳐다볼 자신이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그래 그러고 있는데. 숙였다. 언호가 나를 향해 허리를 숙여서 기어코 나와 눈을 맞추고야 만다. 그리고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녀석. "아무것도 못했어. 하루종일. 니생각하느라" "......" "그러니까, 나한테 한시간만 줘. 니 시간" #42 \옥상위. 이번에도 옥상위다. 연습실 건물 위에 있는 옥상. 한시간만 빌려 달라는 언호의 말에 무작정 고개를 끄떡이고 온 곳. "....나한테 뭐 할말있어?" 나도 참 웃기지. 지금 이순간 괜한 기대를 하는거 보면. "앉아." 언호는 대답 대신 난관에 살짝 걸터 앉았다. 그러면 이햇살. 고개를 끄떡이고는 옥상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던 의자에 털썩 하고 앉아버려. 1시간. 언호가 말한 1시간. 신언호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러는걸까. 나는 문득 생각했다. "햇살아" "...어.." "오늘 날씨 좋다. 그치?" 정말 속마음을 알수 없어.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한테 이런말 하는거야. 니눈엔 아파하는 내가 보이지 않는거니. 나는 땅바닥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언호의 입에서 나올 다음말을 기다렸다. 그건.. 더이상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 "미안.." "...뭐?" "..하단말 하려고 불렀어." 나긋나긋한 언호의 목소리. 살며시 용기를 내서 고개를 드니 언호의 눈동자가 내게로 향해있었다. "뭐가 미안한데?" 이번엔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물었다. "너 상처받게 한거." "........." 뜻밖이였다. 언호의 말은. 당당하게 녀석의 말을 받아치던 이햇살이 순간 할말을 잃고야 말았으니까. 왜그래 신언호 도대체 왜 그렇게 따듯하게 말해. 왜 그렇게 또 나 아프게해. "오늘 하루종일 생각했는데. 내가 정말 너한테 많이 잘못한거 같아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정말 미안해.." "........." "아프게해서 정말 미안" 내가 듣고 싶은말은 이런게 아닌데.. 정말 이런게 아닌데.. 입가에서 자꾸만 멤돈다. 저말이. "그래." 하지만 나는. 저말 대신 힘없이 대답했다. 피식 하고 웃으며. 그렇게 허탈하게 웃음 지으며. "이햇살" 그때였다. 스르륵하고 일어서서 내쪽으로 걸어오는 언호. 나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완전히 들어 녀석을 바라보았고. "......" ...손...? 그래 그건 손이였다. 녀석이 내 눈앞에 내민건 언호의 하얀 손. "이거 뭐?" 내 말에도 언호는 아무런 대답없이 하얀 손을 내 눈앞에 내밀었다. 그제서야 의미를 알아차린 바보같은 이햇살은 피식 하고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오늘도 따듯하다. 언호의 손은. 그손은 정말 눈물이 날만큼 따듯했다. "그래도 우린 친구지?" 친구? 친구. 그애가 말한다. 그래도 우린 친구지? 라고.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말로 그렇게 날 위로한다. "응.." "응. 다행이다." "뭐가?" "친구도 안해줄까봐 무지 쫄았었거든" 눈매가 둥글해지도록 웃는 언호. 그모습에 나도 따라 웃었다. 비록 억지 웃음이였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순간 가슴이 아파. 친구라는 그 한마디에 너무 가슴이 아파. 나 왜 이렇게 나약한거지. "그럼.." 예쁘게 웃으며 나랑 잡고있던 손에 힘을 풀어 놓아버리는 언호. 나는 가만히 언호와 잡았던 손을 내려다봐. "신언호 있잖아.." 그리고는 여전히 그 손에 시선을 둔채 느릿느릿하게 말한다. "응.?" "너한테는 나, 그냥 널 좋아하는 수많은팬들중 한명이지?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너무 많이 비참하지만 그런거라는거 알아. 난 너한테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거, 잘 알아. 그래서 너무 화가 나.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그게 아닌데. 너무 많이 커서 제대로 말할수도 없는데. "아냐." 그러나 이번엔 망설임없이 대답하는 언호. 그말에 왠지 모르게 내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는게 느껴진다. 그냥. ...그냥 왠지 모르게 찡해졌어 방금. "이햇살은..신언호한테 있어서" "......." "너무 많이 미안한 사람." 언호는 말을 마치고는 따듯한 손으로 내 머리를 흐트러 놓았다. 어떡해 이햇살. 터져 나와버렸어. 결국 참지 못하곤 고여버렸어 눈물이. 타악- 나는 일어섰다. 행여 내 눈물을 언호한테 들킬새라. 재빨리 뒤돌아서서는 씩씩하게. 울고 있는걸 들키지 않게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으으. 오늘 좀 분위기 잡는다 너. 아 요즘은 그냥 서있어도 춥고 막 그렇다. 나 먼저 간다" 그리고는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가는데. 언호에 시선이 내 등뒤로 느껴졌다. 나는 더욱더 빠르게 걸었다.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나온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우린 친구지?' 친구? 언호야. 너는 그렇게 쉽니. 그렇게 모든 시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잊어지는거니. 정말 그렇게 허무하게 한순간에 사랑이 우정으로 변할수 있는거야? "좋겠다 언호 너는." 나도 제발 너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 너처럼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 옥상에서 나와서는 힘없이 계단을 내려가는데. 하필이면 그때 딱 해안이가 안무실에서 문을 열고 나왔다. 타박타박. 들려오는 내 걸음소리에 자연스럽게 내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녀석. 힘없는 내 눈과 녀석의 눈이 순간 마주쳤다. 나는 퉁퉁 부어버린 눈으로 어설프게 웃어보인다. 유해안. 신기하게도 넌 늘 이러더라. 이렇게 내가 힘들때 늘 정의의 용사처럼. 내앞에 짜잔 하고 나타나. "이햇살 너." 순간 웃고있던 해안이의 눈매가 무섭게 굳어졌다. 그리고는 무서운 발걸음을 타악타악 내쪽으로 옮기는 녀석. 이내 내 앞까지 온 해안이는 내 어깨를 힘있게 잡아버린다. 아프게. "아파 유해안" "누가 울으래." "우는것도 이제 너 허락받고 울어야해?" "야 임마, 지금 장난칠때냐?" "여자보고 임마라니. 입버릇 얼른 고쳐라. 그러다 장가 못들라" 피식 하고 웃으며 해안이 옆을 지나치려는데 이번엔 내 손목을 잡아버리는 해안이. 으이씨. 이녀석을 그냥. "손 놔라? 좋은말 할때!" "너나 울음 그쳐라? 말로할때" 해안인 내말투를 똑같이 따라하더니 한쪽 손으로 무식하게 내눈을 벅벅 닦아줬다. 정말 이젠 지긋지긋하게 말해서 입 아플 정도로 누누히 말하지만 유해안이 만약 여자였더라면 난 이아이를 당장 엎어치기로 죽여놓았을것이다. 휴우. "아프잖아!!!!!!!!" 녀석에 손을 떼고는 버럭 소리를 지르자, 유해안 가만히 나를 응시하다가 피식 하고 웃어버려. "나 지금 더워죽겠는데 음료수 하나만 사줘" "너 정말 염치없다." "염치없는거 빼면 유해안이 시체야. 얼른 가자" 그래 내가 졌다 졌어. "으씨. 알았어. 뭐 먹을껀데?" 나는 결국 유해안에게 음료수를 사줬다. 건물안에 다행히 자판기가 있어서. 해안이는 환타. 그리고 나는 콜라를 뽑았다. 그리고 지금은 건물 복도에 있는 창문에서 해안이와 음료수를 마시는중. "왜 울었냐?" 이럴줄 알았다. 음료수를 먹다 말고 나를 향해 넌지시 질문을 던지는 해안이. 나는 창문쪽에 턱을 괴고는 밖을 보면서 해안이에게 말했다. "우와 하늘에 별 하나도 없다." "왜 울었냐고." "친구하재. 언호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그말은. 죽기보다 어려울줄 알았는데, 정말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너무나도 쉽게 말할수 있었다. "뭐?" "우리 헤어졌거든." 그러자 유해안, 아무말이 없다. 덤덤한 내 목소리에 놀라서였을까. 아니면 우리가 생각보다 너무 쉽게 헤어져서 황당한거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모르겠다. 지금 조용해진 해안이의 마음도 언호의 마음처럼. "미안." 잠시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나온 해안이의 말. 너무 뜻밖에 말이라 나는 구부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물었다. "뭐가?" "괜한거 물어봐서." "하하. 유해안이 이런말도 할줄 알아?" "억지로 웃지마. 병신아" "참내. 나 지금 진짜 웃겨서 웃는거거든??" 내말에 해안이가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내 옆, 벽에 기대 서더니 들고 있던 음료수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면서 말을 이어 나간다. "울지좀 마." 아까의 당당함과는 다르게 고개를 푹 숙인채 땅만 응시하는 해안이. 세상에나 천하의 유해안도 쑥스러움같은거 타는구나. 나는 무언가 대단한것을 발견한것만 같은 느낌이였다. "안울어" "아후.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길래 너같은 푼수를 좋아하게 된건지." 그래. 넌 잘나가다가 꼭 이랬지. 나는 해안이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물고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눈 찢어지겠다 라면서 내 눈가를 꾹 누르는 녀석. 결국은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동시에 열려진 창문 틈새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난 대책없이 당당하고. 밝고 어디서든 주눅들지 않고. 그런 이햇살이 좋아. 그니까 울지마. 안어울려" 그런데 유해안 방금 그말 칭찬이야. 아니면 욕이야? "그거 칭찬 맞아?" 나는 물었다. 그러자 장난스럽게 으쓱 거리면서 녀석이 대답한다. "뭐 반은?" "에씨!!!!!!!너 죽을래?!" 결국은 유해안이 날 놀리고 있다는걸 깨달은 나는 음료수를 놓고는 해안이에게 달려들었다. 타악. 그러나 유해안. 남자이기에 내 손을 너무나도 쉽게 잡아버린다. 이럴땐 너무 억울해진다. 내가 여자인게. "놔라? 좋은말할때." 그말에 스르륵. 하고 내손을 너무나도 쉽게 놓아주는 해안이. "엥? 니가 왠일이야?" "이햇살." 너무나도 쉽게 놓아줘버린 유해안을 황당하게 응시하고 있을때. 해안이가 그런다. 그렇게 따듯하게 내이름을 부른다. "왜!!!!너 이런다고 내가 봐줄거 같아?" 어림 반푼도 없다 이거야. 라는 생각으로 나는 다시 해안이를 때리려고 달려드려는데. 그래 그순간이였다. "나.." "왜!!!!!!" "니가 신언호 얼만큼 좋아하는지 잘 알아. 신언호의 대한 니 마음 얼마나 큰지 비참하게 잘알아." 나는 들려오는 해안이의 목소리에 멈출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 좀더 정확히 말하면 들려 오는 언호의 이름에 나도 모르게 멈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 사랑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거 알아." "그만해" 이런얘기 듣기 싫어. 더이상 듣기 싫어. 아프단 말야. 너무 비참하단 말야. 할수만 있다면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저렇게 이야기 하는 해안이가 미웠다. "하지만 노력해도 지워지진 않아도 잊을수는 있어. 시간은 지나니까." "......" ..... ................ "그때까지 나 기다릴수 있어. 기다릴께. 이햇살 그러니까 그땐 꼭 나한테 와줄래?" #43 '그러니까 그땐 꼭 나한테 와줄래?' 말을 마치곤 피식 하고 웃어보이는 해안이. 가만히 서있으면 해안이 말이 귓가에서 빙빙 돈다. 뭐라고 대답해 이햇살. 여기서 내가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돼.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이곤 입을 열었다. "고마워 해안아" 내 뜬금없는 말에 해안이가 뭐가? 라면서 묻는다. 그러면 이햇살. 아무런 대답없이 웃어. 그냥 다 고마워. 그냥 모든게 다 너무 고마워 해안아. 난 너한테 이런 사랑 받을애 아닌데. 이렇게 벅찬 사랑 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니 마음 아직 못받아 줘서 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해안이가 먼저 내 말을 가로 막았다. "됐어. 다음말은" "응?" "됐다구요. 다음말은" 그리고는 말없이 내 머리를 부비적 거리는 해안이. 이거. 아까 언호가 했던건데. 내 머리 헝크러 놓는거. 괜스레 눈물이 나온다. 이런거 하나 하나도 못참는데 이제 정말 나 어떡해. "어? 또 울라 그런다." 그때 장난스럽게 해안이가 내 눈에 고이려는 눈물을 얼른 닦아 버린다. 순간 그 손길이 언호와는 조금 다른듯 하지만. 비슷하다는걸 느꼈다. 따듯하고. 조심스러운거. "안울라 그랬어." 아직 반이나 남은 음료수지만 나는 옆에 있는 휴지통에다가 버리며 말했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휴지통 안으로 음료수캔이 들어가는걸 보는 해안이. "거짓말 치네." 그리고는 피식 하고 웃으며 나를 놀려댄다. 이렇게 옆에 있으니까, 유해안 턱선 하나는 더럽게 예쁘네 정말. "아니거든요!" "알았다. 그나저나 아 추워. 요즘 날씨 왜이렇게 춥냐." "그러게. 좀 춥다" "연습실 들어갈래?" 해안이 말에 나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얼른 가봐야해." .. 시간도 늦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히히덕 대면서 웃고 떠들 기분이 아니니까. 내 대답에 해안이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응. 갈께 그럼." 멀쓱히 웃으며 뒤 돌아 서려는데 하필이면 그순간 뚜벅 뚜벅 누군가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이. 지금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이 누군지 너무나도 잘 아는 나는 애써 땅바닥으로 시선을 돌리며 표정연습을 해본다. 언호처럼. 슬프고 아픈 표정이 아닌 아무렇지도 않은듯한 표정연습. "신언호?" 언호의 이름을 부른건 내가 아니라 해안이였다. 피곤한듯 계단에서 내려오는 언호를 삐딱히 쳐다보는 해안이. 녀석은 고개를 끄떡인다. "응. 여기서 뭐해?"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언호. "너 임마.." 급작 소리를 지르다 말고 힐끔 내 눈치를 보던 해안이는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다시 입을 연다. "왜 이렇게 늦게와. 일단 얼른 들어가자." "오케이." 그러자 언호가 예쁘게 웃으며 대답한다. 으하. 나 지금 꼭 없는 사람 같아. 투명 인간이 된 느낌이야. 이아이한테. "이햇살 그럼 먼저 들어간다." 응.. ....응... 해안이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떡였다. 그렇게 해안이가 나를 지나쳐 내려가고. 그다음엔 언호. 그래 언호였다. "잘가 햇살아." 말을 마치곤 언호가 나를 지나쳐간다. 그렇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녀석이 내옆을 지나쳤다. 그와 동시에 내 코에 머무르는 알싸한 담배냄새. 콧등이 저릿할정도로. 진한 담배냄새. "........." 담배 그거 왜펴 신언호. 얼마나 몸에 안좋은데.. 피지마 담배 같은거. 알았지? 나는 괜스레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려 본다. 누구보다 비참하게. \다음날 오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맞는듯한 주말이다 조용하게 맞는 주말은 정말 오랜만인거 같아서. 오랜만에 집에서 책도 보고, 게임도 하고 티비도 보면서 한가롭게 지낼려고 했는데, [너 기분 풀어 줄라고 그런다 이기집애야! 얼른 나와. 주말인데 방콕하지말고] 자꾸만 놀자는 민지의 문자에 결국은 귀찮은 몸을 이끌고 느릿느릿 밖으로 나와버렸다. 할튼간 친구가 아니라 왠수야 왠수. 김민지. "......왜 안와" 그래도 어떻게 생각 해보면 민지에게 고맙긴해. 나 요즘 힘들고 우울한거 풀어 줄려고 하는거니까. 그건 그렇고. "왜 안오냐고!!!!!!" 벌써 약속시간에서 10분이나 흘렀건만. 민지의 털끗 하나 보이지 않는 이곳. 워낙 남을 기다리는걸 잘 못하는 타입이라서 나는 지루한 표정으로 상가 계단에 털푸덕 앉았다. 늘 느끼는 거지만 누군가를 기다린다는건 정말 너무나도 지루한일이다. 나는 기다림이 싫다. 그래서. 그리고 외로움도 싫다. 그러고보면 신언호는 나한테 두개 다 줬어. 참기 힘든 기다림. 지긋지긋한 외로움 그런데도 못된 신언호가 좋은거 보면 정말 이햇살 바보가 따로 없다니까. .. "햇살아!!너무 늦었지!!!" 언호 생각 하면서 피식 하고 웃고 있을 무렵이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가 앉아 있는 곳에 울려 퍼진건. 그 목소리에 내가 의아해 하면서 고개를 든 이유는 그 목소리가 민지에 목소리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럼 누구지? 라는 생각으로 느릿느릿 시선을 위로 올렸다. "우현이??" 그러자 목소리의 주인공은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인다. "니가 여긴...왜?" 나는 다시 물었다. 우현이에게.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듯한 내 옛 남자친구 우현이에게. 혼수상태를 너무나 좋아했던 내가 지친다면서 이별을 선고 했었던 우현이에게. "오랜만에 김민지가 연락하더라. 지금 여기 가면 너 있을거라고 해서" 말을 마치곤 싱긋 웃는 우현이. 내가 이웃음 참 많이 좋아했었는데. "응?" 나는 주춤주춤 일어섰다. "요즘 많이 힘들다며? 민지가 너 힘들다고 위로해주라고 하더라" 김민지. 취소할께 너한테 고맙다고 한거 니 꿍꿍이를 미리 알아채지 못한 내가 한심하다 정말. "민지가..?" "가자. 오늘 데이트 코스는 나한테 맡겨라" 순식간에 내 손을 잡고는 걷기 시작하는 녀석. 잠깐. 잠깐만. 이건 아니야. 나는 재빨리 녀석을 잡아 세웠다. 그리곤 말했다. "우현아 안그래도돼. 김민지 이러는거 하루 이틀이야? 그리고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솔직히 말하면 부담스러워. 저번에 니가 강당에서 나 아직 못잊었다고 했던 말도 신경쓰이기도 하고,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채 건낸 내말에 우현이가 피식 하고 웃었다. "걱정마, 김민지 부탁 때문에 온거고 오랜만에 만났잖아 우리. 순수한 마음이라고 난. 친구로서" 친구? 그말에 시종 일관 무표정이였던 내가 피식 하고 웃고야 말았다. "그래. 알겠다 짜식아!!" 만약 누군가가 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단어가 무엇이야? 라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없이 대답할거야. 친구. \ "이햇살 나 최고지?" 우현이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서 내 기분을 풀어준다면서 나를 데려온 곳. 나는 그만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왜 하필 싸인회고 왜 하필 혼수상태야. "신기하다." 팬들로 가득한 싸인회장을 멀찌감치에 서서 바라보면서 나는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뭐가?" "매번 이렇게 쉽게 만나서.." 예전에는 말야. 절대 닿을수 없을거라 생각했어. 얼굴 한번 보는게 소원이였고.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볼라고 발버둥 치던게 나였어. 근데 이제는 너무 쉽게 만나 매번 이렇게. 너무나도 쉽게. 마치 우연을 가장한 운명처럼. "쉽게 만나?" 무슨 말인지 이해 안간다는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우현이였다. 그러면 이햇살.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픽 하고 웃으며 고개를 저어, "그나저나 우현아 여긴 왜?" "오늘 여기서 혼수상태 싸인회 하잖아." "응 그런데?" "너 쟤네 팬이잖아" "...응..그래서?" "짜잔." 이윽코 그의 손에 들린것을 보고야 만 나는 기겁하고야 말았다. "너 그거 설마." "니가 생각하는 설마가 맞을껄 아마"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손에 든 종이를 펄럭펄럭 흔드는 우현이. 그바람에 살짝 내 앞머리가 흔들렸다. 나는 혹여 잘못본게 아닌가 싶어서.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종이에 좀더 집중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것은 "번호..표" #44 번호표. 싸인회장 번호표. "어 맞다. 너 내가 이거 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줄 아냐? 안판다는거 돈 탈탈 털어서 산거다. 이거 구하기 엄청 힘든거 알지? 쟤네들 다 몇일씩 밤샘한 애들이야. 너 나같은 친구 없다!" "세상에..." "너 예전부터 혼수상태 열성팬이였잖아. 뭐 그것 때문에 우리가 헤어지긴 했지만.." 경악 하는 내 표정이 보이진 않는걸까. 씁쓸한 미소와 함께 어쨌든! 이라고 소리치며 나를 그 무자비한곳에 밀어 넣는 녀석. 맙소사. 이건 아냐 이햇살. 어서 이곳에서 나가야해. 나가야 한다고!! "자.잠깐만 우현아!!!!! 그러니까. 아 맞아!!나 지금 바쁜일이 갑자기 생각났어" 내 외침에도 끄떡없이 번호표를 확인받고 기어코 그곳에 줄을 세운다. 눈앞이..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져. "정우현!!!!!!!!" "응? 뭐라고?" "나 가야된다고!!!!!!!" "잘 안들려." 설상가상으로. 싸인회장 안으로 완벽히 들어오자 잘 들리지 않았다. 우현이 목소리가. 그리고 내 목소리가. 왜냐면. 엄청나게 소란스러웠거든. 밖이나 안이나. 혼수상태 팬들 때문에 많이도 왔다. 정말 소름 끼칠정도로 많이들 왔어. "꺄아아아악!!!!!!!!!!!!!!!!!!!" "꺄아!!!!!!!!!!!!!!!!!!!!!!!아악!!!!!오빠!!!!!!!!!!!!!!!" 그때였다. 조용하기만 했던 이곳이 금새 전쟁터처럼 시끄러워 진건. 정말 엄청난 함성때문에 나는 귀를 틀어막아버렸다. 세상에. 정말 끔찍하게도 소리가 커. 무슨 비명소리같아 "어? 혼수상태 왔다. 이햇살 고개 들어봐." 이번에도 내가 혹여 못들을까봐 친절히도 내 귓가에 소근소근 거리는 우현이 녀석. 그말에 느릿느릿하게 고개를 들자 보인건 편한 사복차림에 언호.해안이.은겸이.혁이오빠. "........" 나는 나가야 한다는것도 잊은채 한창 인터뷰를 하고 있는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루만에 보는건가? 어제랑 똑같았다 혼수상태는. 조금 피곤해 보이는거 빼고는 변함없이 멋있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럴때. 정말 다른 사람들 같아. 나랑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 절대 손에 닿지 않을꺼 같은 사람들. "뚫어지겠다 이햇살." 톡톡. 그때 내 볼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장난스레 말하는 우현이. 나는 어색히 웃었다. 그리고는 "그러게..우현아" 고마운데, 정말 고마운데 나 싸인 안받아도 돼. 차라리 영화나 보러가자. 라고 말하려는데. "응? 어! 전화왔다. 잠깐만" 갑작스럽게 울리는 우현이의 핸드폰. 그리고 전화를 받으며 잠깐 기다리라는 제스쳐를 하는 우현이. "아씨 안들려. 햇살아 잠깐 기달려. 나 밖에서 전화좀 받고 올께" "응? 저 우현아!!" "여기서 기달려. 어디 가지말고!!" ..머엉 내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우현이가 한쪽귀에 휴대폰을 댄채 사람들을 비집고 그렇게 나가버렸다. 그럼 나는? 나도 데려가야 할꺼 아냐 정우현!!! "안녕하세요. 혼수상태 한은겸입니다." 그나저나 싸인화 시작은 언제하지. 시작하기전에 나가야 하는데 라고 생각한지 10초도 안돼서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은겸이의 목소리에. 이곳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함성소리로 가득차버렸다. 나는 다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싸인회 책상에 한명씩 앉아있는 멤버들. 슬그머니 언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는 언호. 해안이는 볼펜을 입에 문채 따분한 표정이다. "여러분들 모두 반가워요. 저희 이번 2집 많이 사랑해주시고, 오늘 오신분들 다 해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이와중에도 은겸이가 저런말을 하는것이 무지 안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럼 (주)sh 주최 혼수상태 싸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질서 있게 번호 순서대로 나와주세요." 아무튼간에 그렇게 시작된 싸인회. 사회자의 말에 또 다시 이곳에 있는 수많은 팬들이 꺅꺅 함성을 질러댄다. 형형 색색의 플레인 카드들. 멤버들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있는 큰 현수막들 확실히 이곳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난 이만 나가야겠다. 그런데 중요한건. 왜 안비키냐고 이사람들. "저기 죄송한데.. 잠시만 비켜주세요. 나가야 돼거든요." 당연한일이였다. 이곳에서 내목소리가 묻히는건. 목이 아플정도로 꽥꽥 소리를 질러대며 비켜달라고 말했지만. 가엾게 묻히고야 마는 내 목소리. "오빠!!!!!!!!오빠 정말 너무 팬이에요. 아시죠? 제가 오빠 정말 너무 사랑하는거!!!!! 혼수상태 짱!!!!!!!!신혁짱!!!!" 열성팬들의 흥분된 목소리와 함께 그렇게 팬싸인회가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다가오는 이햇살의 차례에 나는 마른침을 계속해서 삼켰다. "저기요!!잠시만 비켜달라니깐요!!!!!!" 더이상은 낑낑대면 안돼겠다는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소리치고는 무자비하게 그곳을 비집고 나가려는데. 그래. 정확히 그순간. "니차례잖아. 빨리 올라가요" ...어.. ...........어...? 어어... "아악!!!!!!" 어정쩡하게 서있는 나를. 그대로 싸인회 무대로 밀어버리는 경호원 한명. 그바람에 이햇살.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올라와버렸다 무대위로.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빨리 서. 이름 말하고 빨리 내려가. 시간없으니까" 싸가지 없는 경호원이 저따구 말을 뱉으면서 나를 민 곳은 다름아닌. "이름이요.." 신언호앞. 왜 하필 신언호야 신혁 한은겸 유해안, 이렇게나 많은데 하필이면 왜 또 언호냔 말이야. 나는 반사적으로 들고 있던 번호표로 내 얼굴을 가려버렸다. 정말..미치겠네. "이름..이요" 내가 대답하지 않자. 다시 한번 언호가 말한다. 그 와중에도 다행인건 녀석이 내쪽은 쳐다보지도 않은채 포스터에만 시선을 놓고 있다는거. 그거 하나. "이.이름 말고 닉네임 말하면 안돼요?" 어쩔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거 들키지 않고 싸인 받아가는 수밖에. 내가 최대한 목소리를 들키지 않게 깔고는 말하자 "네." 하고 대답하는 언호. 예쁘다 언호야. 오늘 너무 예뻐.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더. "..닉네임이요." "그러니까.." "네." .... 그나저나 닉네임 뭐라고하지? .. "어..언호빤쮸내꼬야!!!!!!!!!!!" 나오는대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내뱉어 머린 내말에 피식하고 웃는다 언호가. 그리고는 익숙하게 포스터에 싸인을 하기 시작하는 언호. 다행이다. 안들켰어. "여기요." 싸인한 포스터를 내쪽으로 내미는 언호. 그순간 느낀건 신언호 팬들하고 눈 한번도 마주치지 않는구나. 였다. "감사합니다.." 어쨌든간에 나는 언호가 내민 포스터를 받아 들기 위해 번호표로 간신히 가린 얼굴을 돌렸는데 그래. 그게 화근이였다. 왜냐면. 왜냐하면 그순간. 물을 마시고 있던 해안이와 눈이 마주쳤으니까. "...푸푸풉"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마자 먹던 물을 그대로 내뱉어 버리는 해안이. 그바람에.. 해안이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언호의 시선이 그제서야 조심스레..내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순간 눈이 마주쳤다. 언호빤쮸내꼬야랑 신언호랑. "......." 일순간 흐르는 민망하고 어이없고 황당하고 뻘쭘한 침묵. "........." 망신. 망신 개... ........망신. 홈 바로가기 카페 블로그 플래닛 음악샵 메일 쪽지 랜덤 플티〃가그린〃소설 [공개] §가그린§ cafe.daum.net/Gagrin 음악을 들으시려면 Active-X를 설치해 주세요  …─　　혼수상태 | 여덟번째.혼수상태 최신목록 | 목록 | 윗글 | 아랫글 ※혼수상태※45 번호 : 135 글쓴이 : §가그린§ 조회 : 4439 스크랩 : 7 날짜 : 2006.11.17 00:12 으악!!! 너무나도 늦어버린 45편입니다!! 오늘 겨우겨우 비축분 달랑 1개 만들어 놓고는 45편 올려요! 내일도 또 비축분을 만들어서 얼른 폭탄을 쏴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아니면 하루하루 쫘르륵 성실연재나? 헤헤. 기다려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오늘 수능이였. 아니다 12시 지났으니까 어제네요 수능 보신 분들 모두 결과 잘나오셨길 바라면서!!! 저는 45편 날리고 슝 갑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 -------------- §가그린§ (godqhrgkehfhr@hanmail.net) 플티〃가그린〃소설 (http://cafe.daum.net/Gagrin) -------------- #45 "꺄아아악!!!!!!!!" 갑작스럽게 싸인 하다 말고 물을 푸웁 하고 뱉어버린 해안이 덕분에. 싸인회장에선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함성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하마터면 깜빡할뻔 했네. 팬들은 혼수상태 행동 하나 하나에도 열광한다는거 반짝 하고 여기 저기서 카메라 플레시 터지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이햇살 너 돌았어?" 그제서야 말한다. 누가? 해안이가 갑작스러운 내 등장이 무척이나 어이 없다는듯 한쪽 눈썹을 찡그린채로. 응 나 돌았어. 나 진짜 미쳤나봐. 그래서 지금 신언호의 빤히 닿는 시선이 견딜수가 없어 너무 챙피해서. "하하하하하. 아 어뜩해. 아하하하" 그때 엎친데 덮친격으로 날보더니 미친듯이 웃어대는 은겸이. 박수까지 치면서 뒤로 넘어갈듯 웃고 있는 은겸이. 나한테 언젠가 먼지나듯 맞을지도 모르는 은겸이. 개자식 한은겸. "뭐야? 쟤. 왜 저렇게 오래있어?" "은겸오빠는 왜 저렇게 웃는거고." "야. 쟤 개 아냐? 혼수상태 비밀일기에 나왔던" "아 맞다!!!!!!!!!!!저 개같은년!!!!!!!!!!"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숙덕거리는 목소리 여러개. 나중엔 몇몇 애들이 나를 알아본듯 대놓고 삿대질까지 하면서 무시무시한 욕을 했다는. 역시 오는게 아니였다. 정우현 이자식, 정말 오늘 죽여버릴테야. "야. 너 싸인 받았으면 얼른 내려가." 어정쩡하게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찰라에. 나를 무대로 올려 보냈던 그 경호원이 다시 나를 밀었다. 아까는 죽일듯이 미웠는데 이제는 미친듯이 고맙다 이 경호원. "네!!!!!!!!!!!!!!!!" 나는 지금껏 이곳에 와서 내었던 소리중 가장 크게 대답하고는 내려가려는데. "잠깐만요." 하는 언호 목소리에 결국 멈칫. "........" 하지만 뒤돌아 설 자신은 없었다. 언호랑 눈이 다시 한번 마주친다면 난 정말 쥐구멍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망부석마냥 그자리에서 그렇게 멍하니 서있는데 뒤에서 팬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다시 한번 들려온다. 언호 목소리가. 장난끼 가득한. 누구보다 따스한. 내가 가장 듣기 좋아했던. 그 목소리가. "이거요." 나를 향해 슬며시 녀석이 내민건 싸인을 받은 포스터. 순간 문득 이상해져. 이상했다. 정말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끝까지 언호를 쳐다보지 않은채 녀석이 내민 포스터를 집고는 계단을 내려왔다. 정확히 세번째 계단을 밟았을땐 후들후들 하고 떨리기까지 하는 다리. 어떡해. 나 정말 어떡해? 몸도 자꾸만 굳어지고 심장도 자꾸만 떨려. "언호빤쮸내꼬야? 골때린다 정말.." 그건 중얼거리듯 뒤에서 들려오는 해안이의 목소리 때문에도 아니였고. "쟤 역시 빽녀였나봐." "아아아악 진짜 싫어!!!!!!!아까 언호가 웃어주는거 봤어?" "진짜 저러고 살고 싶을까." 계단을 밟는 내내 들려오던 무시무시한 팬들의 욕소리 때문에도 아니였다. 내 몸이 굳어졌던 이유는. 심장이 떨렸던 이유는. "........." 오늘도 역시나 신언호. 그녀석 때문. 모든게 신언호라는 녀석 때문. 문득 내 모든게 언호 중심으로 돌아가는거 같다고 느꼈다. 나는 언호 때문에 웃고 언호 때문에 울고. 언호 때문에 떨려하고 언호 때문에 슬퍼하고. 행복해 하니까. "........" 가만히 손에 쥐어진 포스터를 느릿느릿한 시선으로 내려 본다. 언호야. 왜 그렇게 행복하게 웃어줬던거니. 왜 그렇게 자상하게 건내줬던거야. 왜 그렇게 따스하게 말해줬어.? 이러면 자꾸 내가 흔들리잖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간거 같아서.. "햇살아!!!!" 만약 그때 때마침 우현이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난 정말 그자리에서 주저 앉아 버렸을지도 모른다.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계단을 내려오는 나를 반갑게 부르는 우현이. 나는 그런 우현이에게 다가가며 대답했다. "어? 응. 으응!" "싸인은? 받았어?" 목소리봐. 엄청 우렁차 세끼 하여간. "응! 여기" 들고 있던 포스터를 흔들거리며 웃자. 따라 웃는다. 그리곤 말한다. "미안. 통화가 너무 길었지?" 라고. "그래!!!알긴 아냐?" "야 그래도 니가 누구 때문에 싸인을 받은건데!!" 너 말 한번 잘했다. 내가 정말 누구 땜에 이런 망신을 당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고요. 이렇게 생각하니 앞에 있는 이녀석이 괜스레 얄미워 보이는건 당연한일이였다. '언호빤쮸내꼬야' 나는 다시 한번 번뜩 하고 그 잊고싶은 상황이 떠오르자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괜스레 심통이 나서 대답 대신 깐죽거리는 우현이의 등을 퍼억 하고 내리쳤다. 짜악 순간 내 손바닥과 녀석의 단단한 등이 부딪히면서 소리가 울렸다. 손따가워. "아악!!!!!" 그새 비명을 지르는 우현이. 정말 아프다는듯 눈 한쪽을 찡그리고는 맞은등을 촐랑스럽게 비벼댄다. "잔말말구. 나가자 여기 너무 더워. 먹을거나 사줘" "예나 지금이나 변한거 없네 이햇살" "칭찬으로 받아들이지요." 싱긋 웃는 이햇살을 보며 피식 하고 웃는 정우현. 어떻게 보면 신기해. 우리 예전에 사귀던 사이 맞나? 하고 의문이 들 정도로 편하니까 지금. 정말 우현이 말처럼 친구가 된거 같아. 그렇다면 우리도 그럴수 있을까... "가자!!!" 나랑 언호도. 그럴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편한 친구가 될수 있을까. "가자니까! 왜 그렇게 멍해져있어" 그렇게 또 다시 언호 생각에 멍해져 있는 나를 우현이가 쿡 찔렀다. "어? 아" 괜한 생각이였어. 방금 이건.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난 싫어. 친구 싫어 언호랑. 그런거 정말 미치도록 싫으니까. "아냐! 얼른 나가자"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는 언호에게 받은 포스터를 꾹 쥐었다. 그리곤 웃으며 우현이를 따라 나서려는 순간. 그래 바로 그순간. "미친년. 너같은애는 진짜 다 죽어야돼" 라는 비웃음소리와 함께 내게 날라온 물벼락. 앗 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그아이가 던진 하얀색 물풍선이 정확히 내 어깨쪽을 명중하고 그 물풍선이 내 어깨에 닿기 무섭게 터지는 바람에 그안에 들어 있던 물이 내 옷을 흠뻑 적셔버린건. 정말 앗 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일. "무슨짓이야!!!!!!!!!!!!" 한발짝 늦어버린 우현이가 그제서야 홀딱 젖어버린 내 앞을 막아서며 소리를 질렀다. "니가 올줄 알았다면 안왔다. 제발 우리 오빠들한테 꼬리치지 말고 좀 꺼져버려!!!!!!!!!" "주효선, 잘했다!!!!!진짜 속이 시원하네" "꼴좀봐. 어쩔꺼야" 웃는다. 홀딱 젖은 이햇살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 죽겠다는듯 그 아이들이 웃었다. 이런거... 이정도는 참을수 있어. 충분히 참을수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견딜수 없이 부끄럽고 챙피한건. 언호나..해안이나 은겸이나 혁이오빠나. 저사람들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다는거야. 그게 견딜수 없어 난. 견딜수 없을만큼 챙피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행여 억울함과 분함에 눈물을 터트릴까봐. "고마워." 옷을 흠뻑 적신 물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뚝. 뚜욱 하고 자꾸만 떨어지는 물들. 나는 잠시동안 가만히 바닥을 응시한다. 꼭...우는거 같잖아. 이거 꼭 내 눈물 같아. 뚝.뚜욱 자꾸만 비참하게 옷을 타고 흘러 내려 바닥에 떨어지는 물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한다. 눈물은 무슨. 난 씩씩하니까 괜찮아 라고. "뭐..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 지금 나는 싱긋 하고 웃으며 그들을 향해 말했다. "나 오늘 제정신이 아니였거든 챙피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근데 니가 준 물벼락 선물 때문에 정신이 번쩍 솟았어." "뭐..? 하 진짜 이년 미친년 아냐" "아 그리고 또 하나! 덕분에 샤워하게 생겼어. 나 오늘 안씻었거든! 이것도 고마워" 씩씩한 내말에 곳곳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우현이도 피식 하고. 앞에 있던 물풍선을 던졌던 아이들도 피식 하고. 무대위에서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던 은겸이와 신혁오빠도 피식 하고. 모두가 웃었다. 단 두사람만 빼고. 언호랑 해안이 빼고. 삐딱히 나를 응시하는 해안이와. 매우 화난 표정으로 그 아이들을 응시하는 언호 빼고. "......이거요" 그때, 이번에도 나를 향해 누군가가 무언가를 던졌다. 단 아까와 다른게 있다면 무시무시한 욕 대신 이거요 라는 말과 함께. "........" 아 그리고 또 한가지가 달랐다. 아까 물풍선은 거칠게 내게 던져진 반면에 이번에는 살포시 내 머리 위에 닿았다는거. 가만히 서있던 나는 그 따스한 느낌에 손을 뻣어 머리 위로 던져진 그것을 잡았다. 멍한채로. 이건 겉옷이다. 회색깔에 후드집업. 그것도 남자꺼. "꺄아아악!!!!!!!!!!!!" "씨발 언호오빠 왜그러냐구!!!!!!!!!!" "아 어떡게 너무 멋있어!!!!!!!!!!!!!!" "언호야 미쳤니??아 진짜 저년 죽여버려!!!!!!!!" 나는 누가 던진지 확인하지 알아도 알아차릴수 있었다. 들려오는 함성소리로 . 아니다. 정정하겠다. 나는 함성소리가 들려오기 전에 그 옷이 언호 꺼라는걸 더 빨리 알아챌수 있었다. 그 옷에선 언호..냄새가 났거든 기분 좋은 그 향기. 언젠가 한번 녀석에게 안겼을때 났던 그 잊지 못할 진하고 부드러운 아기 냄새 같은거. "다..비춰요" 타악. 말을 마치곤 일어서는 언호. 그제서야 녀석을 향해 시선을 두었던거 같다. 그제서야 신언호와 이햇살이 다시 한번 눈이 마주쳤었던거 같아. 나는 괜스레.. 언호가 던진 겉옷을 만지작 거려. 마치 뜻밖에 선물을 받은 사람마냥 조용해진채. "신언호. 어디가?" 그때 일어서는 언호를 붙잡으며 다급하게 묻는 은겸이. "집." 그러나 언호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대답하면서 싸인회장 비밀출구 쪽으로 향한다.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어? 야!!!!!!!!!신언호. 형!!!!언호 좀 잡아봐요" 그래. 보시는데로 언호 또 일쳤습니다. 자신 때문에 발칵 뒤집혀 버린 이곳을 뒤 돌아 보지도 않은채 그렇게 그대로 나가버리는 언호. 언호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더 외롭고 차갑고. 멀어보인다. ".....언호야.." 너.. 왜 화가 난거야? #46 "신언호!!!신언호 너 이자식아!!!!!!!" 곧바로 당황한 매니저오빠가 그 뒤를 따라갔고, 술렁이는 팬들을 경호원들이 제지 시키는 이 상황. 아무래도 내일 신문 기사 톱으로 나가겠구나. 라고 그 상황에서도 나는 문득 생각했다. 슬쩍 무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긴 한숨과 함께 자꾸만 무언가를 뒤적이는 혁이오빠와 일났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묻는 은겸이가 보였다. 그리고 더불어. 이 소란 아닌 소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응시하는 해안이도. "......." 대기자 줄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니 그러나 말거나.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대는 팬들도 있었고. 벌써부터 엉엉 울어대는 팬들도. 그리고 나를 찢어 죽일듯 노려보며 욕하는 팬들도 있었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 되버렸구나. 이팬싸인회. 그것도 나때문에. "햇살아 괜찮아...?" 그때 하마터면 잠시 잊을뻔한 우현이가 나를 향해 걱정스레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리가 없잖아.. "우현아. 미안! 우리 다음에 놀자. 다음에 내가 다 상황 설명해줄테니까..먼저가!!" 그래 내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야. "어? 이햇살!!" 나는 우현이가 날 잡지 못하도록 빠른 속도로 달렸다. 비밀통로같은거 찾는건 오랜 팬생활과 짧았지만 길게 느껴졌던 방송생활로 인해 식은죽 먹기였다. 무대 뒤 쪽 비상계단. 하지만 문제는 호랑이도 도망간다는 그 유명한 살벌한 경호다. 팬생활을 하면서 가장 죽이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하면 당당하게 말할수 있을만큼 싫었던 경호원들이 삥 둘러 싸여있는 그곳 "열어주세요!!! 여기 내려가면 주차장 있는거 맞죠?" "아니라고했지. 얼른 안가?" "저 진짜 내려가야되거든요?" "아 진짜 당돌하네 얘. 너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얼른 안가?" 소리를 질러도 보고 애원도 해보지만 비상계단앞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이 내 말을 들어줄리가 만무했다. 당연도 하겠지. 난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니까. 혼수상태의 수십만명의 팬들중 한명일뿐일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또 괜스레 힘 빠지네. 정말 가야 하는데. 언호 데려와야 하는건데. 그때. "햇살씨." 비상계단문이 덜컹 하고 열리면서 나타난 매니저오빠. 지금껏 매니저 오빠가 이토록 반가운적이 있었던가. 아니. 없었다. "매니저오빠!!!!!!!!!!"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버럭 질러버린 이햇살. 매니저 오빠가 갑작스러운 내 목소리에 놀란듯 인상을 살짱 찌푸리셨다. "앗 죄송해요." "아니에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그나저나 괜찮아요?" "네? 뭐가요?" "물풍선.." 매니저오빠는 살짝 말끝을 흐리시면서 땅바닥으로 시선을 내리셨다. 두둥. 깜빡했다. 나 너무 급하게 뛰어오는 바람에 깜빡했어. 나 지금 홀딱 젖어있다는거. "아앗" 반사적으로 나는 우습게 손으로 엑스자를 그리며 몸을 막았다. 그리고는 얼른 뒤돌아서 언호가 던진 옷을 입었다. 이렇게 입어보니까 헐렁해. 무지 크다. "아.아무튼 햇살씨 매번 죄송해요. 그나저나 여긴 왜오셨어요?" "아..그게 친구 따라서 아 그나저나 언호는요?" 내 질문과 동시에 터져나오는 매니저오빠의 한숨소리. "아무래도 언호 아프다고 대충 수습하고는 셋이서 싸인회 해야 할거 같아요. 아무리 화내고 욕하고 해도..절대 안하겠대요 싸인회." "그러면 안돼는 거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수많은팬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러면 안돼는 거잖아. "어쩌겠어요. 저녀석이 저렇게 막무가낸데.." 속상하신듯 매니저오빠가 담배각을 뒤적이신다. "언호 지금 차에 있어요?" "네. 맘대로 하라고 소리치곤 나오긴 했는데. 아 큰일이네요 정말." "오빠. 제가 가볼께요 한번." "네?" "제가 언호 설득해볼께요." \ 막상 말은 그렇게 하고 왔지만. 솔직히 용기가 안나. 나 지금은 언호 눈 마주칠 용기조차 없는 겁쟁이인걸. 하지만 모른척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꼭 모든게 나때문인거만 같아서. "후...아" 계단을 다 내려오자 주차장 한구석에 세워진 하얀색 혼수상태 벤이 보였다. 떨린다. 그것도 무지. 그게 어느정도냐면 자꾸만 심장이 요란하게 뛰어대고 긴장을 너무 한 탓에 손에 땀까지 날 정도? 괜스레 이햇살. 평소엔 하지도 않던 심호흡만 벌써 4번째. "그래. 가자!!!" 나는 결국 주차장에 내려온지 10분가량이 흐른 후에서야 용기를 내서 벤으로 향할수 있었다. 이내 벤 앞에 서자 똑똑 하고는 창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선 아무 대답이 없다. "......." 다시 한번 똑똑 하고 두들기려다 말고 용기 있게 차 문을 열었다.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차 문. 그리고 그제서야 보인 언호의 모습.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의자에 기대 앉아 있는 녀석의 모습. 언호는 크게 들려오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감았던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니 시선 하나가 사람 무지 떨리게 만든다. 신언호 "들어간다!!" 나는 애써 씩씩한척 하면서 벤 안에 몸을 실었다. 그리곤 타악 하고 문을 닫았다. 덜컹. 하는 쇳소리와 함께 닫혀버린 벤의 문. 그 소리 뒤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만큼 조용했다. 이로써. 친구 하기로 한 이래로. 녀석과 둘만 있게 되었다. 고맙게도 귀에 꽂았던 엠피스리를 빼고는 나를 바라봐주는 언호. "신언호." "응." 엠피스리 전원버튼을 꾸욱 누르며 대답하는 녀석. 이해할수 없는 아이. 정말 니 머리속을 들여다 보고 싶어.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싸인회 안할꺼야? 정말로?" "응."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려온 대답에 나는 잠시 할말을 잃은채 멍해져버렸다. 허탈함? 그래 그게 맞을것이다. 지금 드는 기분은. "왜? 니 팬들이야. 너 한번 보겠다고. 니 싸인 한번 받겠다고 삼일동안 밤샜대. 이불 싸들고 미안하지도 않아? 응?! 너 볼라구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린 사람들인데??!" "........" "아까 못봤어? 너랑 눈마주쳤다고 아주 날뛸듯이 좋아하던애들. 너 표정 하나하나 사진기에 몰래 담고 기뻐하고 좋아하는애들. 우는애들도 많았잖아. 감동해서" "........" 나 지금 분명 사람이랑 말하고 있는걸텐데. 꼭 벽하고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런 대꾸 없이 땅바닥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는 언호 때문에. "내가 이런말 하는거 주제 넘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우리 친.." 친. 친구.. 말이 안나와. 순간 멈칫해버린 이햇살. 우습겠지 이런 내모습. 아무렇지 않은 너에겐 제기랄. "그래. 그니까 내말은 우리 친구니까. 나 친구로서 그정도 말은 해줄수 있는거니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대꾸 없는 녀석. "신언호. 뭐라 대답좀 해." "........." "야!!!!!!!!너 내말이 말 같지 않냐???" 결국은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언호한테 아니 벽한테. "누가 팬이야." 그러자 그제서야 녀석의 입이 열린다. 절대 열리지 않을것만 같던, 굳게 다물려져 있던 언호의 입이 그렇게 천천히. "뭐?" "그게..." "......?..." "팬이야?" "무슨말이 그래. 신언호." 내 다그침에도 언호. 허탈하게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가. "그렇게 좋다는 이유로 멋대로 구는게 팬이라면. 나 가수 한거 후회해" ".......언호야.." "인형노릇도 지쳤어. 나한테 소중한 사람한테 그렇게 막 대하는데도 입 벙긋 한번 못하는게 너무 화나." "........." "짜증나." 화난 음성으로 중얼거리듯 말하던 언호는 이내 정말 짜증난다는듯 눈을 신경질적으로 감아버렸다. 이기적인거 아는데. 이순간 나.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서 아무말도 할수 없어.. 왜냐면 언호가 나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그.그래도 널 보려고 세시간이나 기다린 사람들이 아.아니냐!" 결국 오랜 침묵 끝에 이햇살이 꺼낸말은 고작 이거 하나. 제기랄 나는 왜 맨날 이러는걸까? "미안해 햇살아." 그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언호가 나를 부르며 말했다. "뭐?" "나때문에 또 너 다치게 해서." "....다친거 아냐." "그래도 미안" "............." 왜 난 그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했을까. '아니야 난 괜찮아.' 라는 흔한 그말 조차도. 바보처럼. \다음날 "휴....." 한숨을 쉬고 또 다시 한숨을 쉬고. "...휴........" "땅 꺼지겠다." 결국 보다 못한 민지가 나를 향해 말한다. 하지만 지금 내게 민지의 말이 들릴리가 없다. 나는 민지를 힐끔 쳐다보던걸 멈추고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신언호 팬싸인회 도중 사라지다?!] 크고 진한 글씨로 써져 있는 기사 제목. 결국 내 예상대로 어제 일은 연예기사 1면을 장식했다. "근데 진짜 아파서 간거 맞아?" 이번에도 민지가 끼어들었다. 나는 민지의 말을 무시하고는 다시금 기사를 읽어 나갔다. 기사내용은 다행히도 신언호가 갑작스러운 장염에 걸려 싸인회 도중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라는 말도 안돼는 뻥이 담겨 있었지만. 댓글은.. ...댓글은 "거의 다 옹호하는 글이긴 한데 몇몇애들 댓글은 쎄다. 와우" 옆에서 중얼거리는 민지의 말처럼 [저 어제 그 싸인회 갔다왔는데 솔직히 신언호 아파서 간것처럼 안보였음. 팬들한테 완전 인상쓰고. 그전에 어떤분이 이햇살한테 풍선 던지긴 했지만. 그리고 너무 한거 아닌가?] 라던가. [신언호 솔직히 이번에 왕 실망. 그렇게 나가버리는게 어딨어 완전 내친구는 울고 불고 난리 났었다!~이번에 다시 봤어 아주] 라는 댓글들이 기사 밑에 달렸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속상하다. 내가 어제 조금 더 언호를 설득해볼껄. 싸인회장으로 다시 데려가도록 노력해볼껄. "휴 다 내잘못이야" 결국 사단은 나야. 이햇살이라고. 괜한 자책감에 나는 책상에 고개를 푹 묻어버렸다. 그러자 툭툭. 하고 내 옷자락을 잡고는 자꾸만 흔드는 민지. "야아! 오늘 니네 집에서 놀기로 했잖아. 자꾸 이런 우울한기분으로 있을꺼야?" 벌떡- "솔직히 니책임도 있어!! 그러길래 정우현을 왜 내보내! 정우현을 왜!" 책상에 묻었던 고개를 들고는 민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야! 솔직히 내가 정우현이 싸인회장 데려갈줄 알았냐? 괜히 성질이야 나한테 기집애가!" "됐어!! 난 몰라. 신언호 괜히 이미지만 나빠졌잖아!!!" 속상해. 속상해 죽겠어. "아니 이기집애가 근데?!!" 꽤나 다혈질인 민지가 벌떡 일어서서 나를 향해 반격을 하려고 할때. 드르륵 드르륵. 하고 굿타이밍으로 때마침 울리는 내핸드폰. "여보세요" 나는 씩씩 대는 민지를 흘겨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러자 들려오는 너무나도 낯익은 목소리. 누구지? "누구..?" -아 햇살씨. 저에요 "네?????" -오늘 좀 볼수 있을까요? 홈 바로가기 카페 블로그 플래닛 음악샵 메일 쪽지 랜덤 플티〃가그린〃소설 [공개] §가그린§ cafe.daum.net/Gagrin 음악을 들으시려면 Active-X를 설치해 주세요  …─　　혼수상태 | 여덟번째.혼수상태 최신목록 | 목록 | 윗글 | 아랫글 ※혼수상태※47.48 번호 : 138 글쓴이 : §가그린§ 조회 : 1174 스크랩 : 2 날짜 : 2006.12.27 00:23 내일은 좀 펑펑 놀라구요. 마음을 비우고 성실연재만 달려가겠서요. 왜냐면 전 죄가 있잖아용 꺄하하 그래도 읽은 표시로 그래 가그린 너 열심히 썻다. 애썼다 라는 표시로 꼬릿말 하나씩은 달아주세요 아윙윙윙크♡ (이거 도용해서 미안해 모모양.) -------------- §가그린§ (godqhrgkehfhr@hanmail.net) 플티〃가그린〃소설 (http://cafe.daum.net/Gagrin) -------------- #47 \커피숍 '그럼 그때 마지막으로 봤던 방송국 앞 커피숍에서 만나요.' 아직까지도 생생히 들려오는 피디언니의 말을 생각하면서 나는 구석진곳에 자리를 잡았다. 왜 날 보자고 한걸까. 너무 갑작스런 정이나 피디님의 연락. 솔직히 말하면 나. 무지 불안해 그리고. "두렵다." 괜스레 창밖만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초조함과 불안감에 손톱을 물어 뜯어 본다. "햇살씨."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던거 같다. 하마터면 들려오는 피디언니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할뻔 했을 정도로. "네?" "두번이나 불렀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말을 마치곤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는 언니. 아직은 어색한듯 두리번 거리다가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내게 늦었죠? 라면서 웃어 보이신다. 그러면 나는 어색한 웃음으로 아니에요. 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싫다. 정말이지 이런 분위기. 너무 형식적인거. "언니 그나저나 전 무슨일로." "만나자마자 이러기에요? 일단 숨 좀 돌리자구요. 뭐 먹을래요?" "네? 아 저는" "아 맞다. 햇살씨 녹차라떼 좋아하죠?" 녹차라떼. 저번에 피디언니와 함께 먹었던거. 처음 먹어 보는건데도 무지 따듯하고 맛있었는데 "네." "그럼 녹차라떼 두개요." 주문이 끝나자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머뭇머뭇거리다가 다시 한번 내가 묻는다. "언니 근데 저는 무슨일로." "다시 같이 일했으면 해서요." "네?" "다시 같이 촬영했으면 해서요." "......." 왜요? 전 아무런 도움 되지 않을 걸림돌일 뿐일텐데. 갑자기 왜요? 입가에서 자꾸만 돌았다. 저말이 그랬기에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햇살씨?" "다시..촤..촬영이요?" "응. 다시 촬영이요. 마음 약하게 먹지 말고 처음 프로그램 만든 취지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우리 그러기로 했어요." 그순간 들었던 생각은. 내가 다시 잘할수 있을까 였고 그다음은 그래도 다시 하게 되서 기쁘다 였고 마지막 들었던 생각은. "...아..." 언호. 신언호 결국 내 모든건 신언호 중심으로 돌아간다는걸 새삼 느꼈다. "에에? 햇살씨 표정이 왜그래요?" "아 그게 그냥...기쁘기도 하고" 언호랑 다시 많이 마주쳐야 할테니까. 두렵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해서요. 뒤엣말은 생략한채 나는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싱긋 웃는 피디언니. 예쁘다. 늘 말했지만 오늘도 또 말할래. 피디언니는 정말 너무나도 멋진 여자라는거. "그때 최대한 흔들리지 않을라고 차갑게 말하고나서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요. 아참. 우리 햇살씨 혼수상태 애들이랑 많이 친해졌던데요?" "네??" "처음엔 어떻게 대할지 모르겠다면서 당황해했을때가 엊그제 같은데... 풉 그때 솔직히 좀 놀랐어요." 환경 콘서트때 일이 생각난다면서 작게 웃음을 터트리시는 피디언니. 문득 필름처럼 그때일이 내 머리속에 지나갔다. 그래. 그때 그랬었지. 언호나 해안이나 은겸이나 신혁오빠나. 모두 내 편을 들어줬었지? "사실..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때." 새삼 다시 한번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내말에 옅게 웃으시는 언니. 갑자기 뜬금없이 한쪽 손을 내게 내미신다. ..손? 무슨 의밀까. 한참을 그렇게 영문도 모른채 언니가 내민 손을 빤히 쳐다본거 같다. 그러자 언니가 말한다. "그럼 앞으로 다시 잘부탁드려요. 프로그램 끝날때까지." ...라고 기뻐. 가슴이 벅차. 그리고 두려워. 무서워. 겁나. "제가 잘할수 있을까요? 솔직히 무서워요." 말을 마치곤 언니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언니가 카메라를 내게 내밀곤 말한다. "팬에 입장에서 담아와요. 이 안에다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 작은 카메라에 햇살씨 마음을 담는거에요. 그러면 분명히 혼수상태 팬들도 햇살씨가 자신들과 똑같은 팬이라는걸 알게 되지 않을까요?" "네...?" "왜냐면, 혼수상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건 똑같잖아요. 할수 있어요 햇살씨! 그렇게 하면 분명히 좋은 영상이 나올꺼에요. 전 햇살씨가 잘해내리라 믿어요." 한참을 바라본거 같아. 그렇게 멍하게 탁자위에 놓인 카메라만. 그리고 그순간. "녹차라떼 두잔 나왔습니다." 라는 종업원의 말과 함께 따뜻한 녹차라떼가 테이블 위로 올려졌다. "마셔요. 햇살씨" "아.네 감사합니다." "먹고. 방송국 가서 간단한 촬영 스케줄부터 잡아요 우리. 아 촬영은 내일부터 바로해요. 음성은 따로 녹음 안하고 햇살씨가 그자리에서 직접 말하고 인터뷰 하는식으로 하는게 나을거 같아요." "아.." "앗 이러다 녹차 식겠다. 우선 마시죠. 식기전에" 예쁘게 웃으면서 녹차라떼가 담긴 잔을 드는 피디언니. 나도 따라 녹차라떼를 한모금 마셨다. 그 녹차라떼는 따듯했다. 그리고 무지 맛있던걸로 기억한다. \다음날. "그래서?" "응?" "그래서." "...응" "촬영을 다시 하기로 했다 이거지?" "그래." 그래. 맞아 그렇게 되버렸어. 촬영 다시 하게 되버렸어. 뒤엣말은 모두 잘라먹은채 '그래'라는 말로 대신했다. 나는. 민지의 물음에. "무슨 인연이래.? 하필이면 신언호랑 헤어지고 나서.." 살짝 말끝을 흐린다. 그것도 내 눈치를 살살 보면서. 저럴 필요는 없는데. 정말 없는데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나는. 밝고 당차고 씩씩한 이햇살은. "괜찮아." 괜찮으니까. "거짓말치네." 민지는 씩씩한 내말에 곧바로 비아냥 거리듯 말했다. "아니거든." "흐응 과연 그럴까?" "흐응 과연 그렇거든요!" 게슴츠레 날 노려보는 민지를 지나쳐 나는 내자리에 놓여져 있는 가방을 들었다. 가방이... 묵직하다. 별로 넣은것도 없건만. "그러니까 먼저 가라구. 나 오늘부터 촬영 다시 시작하니까. 알았지? 먼저 간다!!" 그 묵직한 가방을 들고는 민지에게 허겁지겁 인사를 건냈다. 그리곤 교실을 나왔다. "이햇살!!!!니가 괜찮다니까 다행인데 그래도 기죽지 말아라!! 알았지? 절대로 기죽으면 안돼!!!" 그순간. 복도를 떵떵하고 울리는 민지의 목소리.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대답대신 들고 있는 묵직한 가방을 내려다봐. 기죽지 말라구? 민지야. 사실 내마음 이 가방같아. 별로 넣지도 않았는데 무겁게 느껴지는 이 가방처럼. 내마음도 꼭 그래. 이 가방처럼. 내마음도 너무 무거워. 사실은 아무것도 들은게 없는데 말야. \방송국앞. 한쪽손엔 카메라를, 한쪽손엔 어제 밤새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 대본을, 그렇게 양손 가득 들고 내가 택시에서 내린곳은 바로 공개방송이 열리는 방송국 앞이였다. 아직 녹화를 할라면 2시간이나 남았는데. 이미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방송국 앞. 대부분이 혼수상태 팬들이다. 밤을 샜는지 퉁퉁 부어버린 눈으로 이불을 꽁꽁 둘러 싸메고 있는 사람들부터. 서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 혼수상태 사진이 있는 명함을 돌리는 사람들. 들뜬 마음으로 혼수상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보면서. 나는 왠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 왜. 도대체 왜. 언호는... 이사람들에 마음을 몰라주는걸까. -ese 가요 프로그램 녹화장-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어 보게 되는 카메라를 아이 다루듯 조심스럽게 오른쪽 손으로 잡고는 나는 한창 무대준비가 한창인 그곳을 향해 크게 인사를 건냈다. "누구?" 그러자 가요 프로 피디님이 내게 물었다. 장담하건데 그순간 난 긴장하지 말자. 떨지 말자. 당당하게 말하자 마음속으로 수십번은 외쳤을것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혼수상태 비밀일기를..그러니까 그게. 이나피디언니가 말씀하셨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똑부러지게 말 한마디 못하는구나. 이햇살. "아. 아아! 그 이..햇.." "이햇살이요!" "아 그래. 이햇살이라고 했지? 반가워" 그때였다. 피디님이 내게 불쑥 손을 내민건. 나는 카메라를 왼손으로 고쳐 들고는 피디님의 투박한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곤 고개를 다시 숙이고. "잘부탁드립니다!!!!" 라고 외쳤다. 세트장이 날아갈정도로 크게. 라고 말하면 오바겠지만 말이다. 헤에. "하하. 밝아서 좋네. 그럼 수고해요!" "네!!!고맙습니다!!" 이번에도 허리 구십도로 꾸벅 하고 인사를 하자. 피식 웃으며 눈인사를 받아주는 피디님. 나도 따라 웃어 보인다. 그러다가 내가 이럴때가 아니지 라면서 재빨리 무대 구석쪽에 쪼그리고 선 나. 대충 정한 멘트가 적힌 꾸깃꾸깃한 종이를 한쪽손에 집고는 다른 손으로는 카메라 버튼을 누르려다가 나는 급작 멈칫거렸다. '팬에 입장에서 담아와요. 이 안에다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 작은 카메라에 햇살씨 마음을 담는거에요. 그러면 분명히 혼수상태 팬들도 햇살씨가 자신들과 똑같은 팬이라는걸 알게 되지 않을까요?' '네...?' '왜냐면, 혼수상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건 똑같잖아요. 할수 있어요 햇살씨! 그렇게 하면 분명히 좋은 영상이 나올꺼에요. 전 햇살씨가 잘해내리라 믿어요.' 그건 순간 피디언니와 나눴던 어제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였다. 언니의 말은. 내가 잘 할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던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아주 고마운 영양제와도 같았다. 그랬기에 지금 나. 정말 잘할수 있을거 같은. 그런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잘하자." 잘할수 있어 넌. 넌. 이햇살이니까. "이햇살 잘하자!!! 이왕 다시 시작하는거 잘하자구!!! 아자!!!아자!!!화이팅!!!!" 카메라까지 내려 놓은채 양손을 불끈불끈 힘차게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데. 그래 바로 그순간. "여기 전세 냈나? 니 목소리밖에 안들려요." "엄마야!!!!!!!!!!!!!!!!!!!!" 갑자기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나는 이곳에 많은 촬영스텝들이 있다는 사실도 잊은채 '엄마야'하고 크게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러버렸다. ... "죄..죄송합니다..." 잘하자고 한지 10초도 안돼서 사고치는 난 뭐고. "하하하하 죄.죄송합니다래." 배를 잡고 웃는 얜 또 뭐니... \대기실 복도. 결국 쪽팔림을 참지 못하고 그곳을 나와버린 이햇살과. 웃겨 죽겠다는듯 웃으며 기어코 따라온 유해안. 허리춤에 손을 타악 하고 올린채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내가 너한테 전생에 뭐 잘못했어? 넌 왜 맨날 나한테 시비야 시비는!!" "반가워서 그러지." 녀석에 대답은 예상했던 대로 어이없이 간단했다. "두번 반가웠다가는 나 죽겠다. 응?" "어구 그랬어요?" "장난하는거 아냐" 인상을 훽 찡그리고 녀석을 노려보자. 해안이가 엄지 손가락으로 꾸욱 내 이마를 눌러. "진지하게 말하는건데 너 그런표정해도 하나도 안무서워 임마 그니까 인상 푼다 실시." 말을 마치곤 실실 웃는 해안이. 분하게 그 웃음이 너무나도 예쁜 해안이. "장난하는거 아니라니까. 넌 지금 장난이 나오니." "응. 니얼굴 보면 막 나오네" ...하... 말을 말자. 말을 말어! 열번 말하던 백번 말하던 내 입만 아픈거지. 나는 오늘따라 너무나도 얄미워 보이는 해안이의 웃음을 노려보다가 훽 뒤돌아 섰다. "됐구. 그럼 먼저 간다!" 그리고는 다시 공개홀로 가려는데 그렇게 쉽게 보내주면 유해안이 유해안이 아니지요. 이햇살은 모두의 예상대로 한발짜국도 움직이지 못한채 녀석의 손에 붙잡혀 버렸다. "여긴 어쩐일이야?" 그러고 보면 유해안도 참 괴짜야. 그걸 인제서야 물어보다니. 보통 사람 같으면 제일 처음에 물었을것을. "난 방송국 오면 안돼? 촬영하러 왔다" "촬영?" "응. 촬영." "무슨?" 해안인 지금 꽤나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이다. 자. 여기서 이런 해안이를 실망시키면 이햇살이 이햇살이 아니겠지요? "그러니까...." "응." 쉽게 대답해줄주 알았던 내가 갑자기 잔뜩 뜸을 들이자. 유해안이 불안한듯한 얼굴로 나를 재촉했다. "그러니까..." "어. 빨리 말해" .. .............. "누.드." #48 "뭐??????????????????" 하마터면 나, 이순간. 귀 터져서 정말 귀먹어리 될 뻔 했다. 그만큼 해안이의 목소리는. 아니 정정하겠다. 그만큼 해안이의 너무나도 놀란 목소리는 실로 엄청나게 큰 위력을 자랑하는 크기였다. "뭘 그렇게 놀라." "지랄한다." 어구 유해안군. 표정도 굳어지시고, 말투도 거칠어 지셨네요. "진짠데." 하지만 그만둘순 없었다. 이미 나는 해안이를 놀려 먹는데 푹 빠져버렸기 때문이랄까. 으헤헤. 이거 진짜 믿네. 이거 진짜 바보 아냐. "진짜야?" "응! 내가 이래뵈도 에쓰라인을 자랑하는.." "너 미쳤지." 에에? 아무리 그래도 대뜸 보고 미쳤냐니. "응!!!" 하지만 나는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나를 보고는 할말을 잃은듯 잠시동안 녀석이 조용해졌다. 그러길 잠시. 급작 내 손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는 유해안군 ....?..... "너 죽고싶냐." 이번엔 대뜸 또 다시 죽고 싶냐야? "뭐??" "어딜 기집애가 보여줄게 없어서 모.몸을 보여줘?" "뭐가!!" "절대 안돼 이햇살." 그리고는 내손을 잡고는 반대편으로 거칠게 끌어 당기는 해안이. 표정도 진지하고 말투도 무섭다. 이로써 확인되었습니다. 유해안은 아이큐 두자리에 바보 멍텅구리라는 사실이. "유해안 너 솔직히 말해" "뭘!!!!!!!!!" "왜 화를 내고 그래?! 너 아이큐 두자리지.?" "넌 지금 장난이 나오냐?" "응. 나도 니얼굴 보면 장난이 나와." "아씨 이걸 확" 나를 때리려는 해안이의 손을 살짝 피하고는 혀를 내밀며 소리쳤다. .. "바보야! 너는 방송국에 누드촬영하러 오냐? 그것도 가요 프로그램 세트장에서 누드촬영하냐? 이 돌고래 아이큐보다 못한 놈!!!" 그리고는 재빨리 녀석이 황당해 하는 틈을 타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순간은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웃느라 정신이 없었던거 같다. "너 잡히면 진짜 내손에 죽어 오늘. 진심이다." 아주 쬐끔. 뒤에서 들려오는 해안이의 목소리가 무서웠긴 했지만 말이다. "자신 있으면 잡아보셔." 이래뵈도 나. 백미터 달리기 반에서 이등했던 사람이라구 이거 왜 이르셔. 나는 자신감 가득 찬 표정으로 해안이를 잔뜩 약올리며 달렸다. 결과는? 그야 당연히. "잡히면 죽는다고 했지?" 잡.혔.다. "하하. 해안아 너 보기보다 달리기가 빠르구나?" "너 진짜 뭐 믿고 그렇게 까불어." "엄마야!!!!!!!!" 아까 했던 말이 진심이였나봐. 유해안은 내 애처로운(?) 눈빛에도 끄떡없이 내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는 조르기 시작했다. "켁켁. 야 살려줘" 그러면 이햇살. 아까의 당당함은 어디로 가고는 비굴하기 그지 없는 모습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그래. 그순간. "뭐야. 둘이 레슬링 하는거야?" 보였다. 내 두눈에. 과자를 오물오물 거리며 우릴 향해 신이 난 목소리를 내뱉는 은겸이가. "......" 그리고 언호가. "넌 이게 레슬링으로 보이냐 멍청아." 그 어색한 분위기를 깨며 먼저 입을 연건 유해안. 녀석은 어느새 꽉 조르고 있던 팔에 힘을 빼어 나를 놓아주고는 은겸이의 손에 들린 과자를 뺏어먹는다. 그것도 매우 당당하게. "니 돈 주고 사먹어!!!! 왜 자꾸 남의 과자 뺏어 먹는데." "어차피 팬들이 사준거면서." "내돈으로 산거야. 이거 왜이래" "뻥치시네. 너 진짜 남자가 과자 하나가지고 소심하게 왜그래 애기냐? 애기?" 티격티격. 과자봉지 하나를 냅두고 그렇게 싸운다. 둘이. 나는 갑자기 뻘쭘해져서 요리조리 눈을 돌려봐. 아직은 언호 시선 어색해. 뻘쭘해. 민망해. 힘들어. ...아파 "알았어. 너 다먹어 다먹으라니까" 결국은 은겸이가 항복했다. 과자를 심통난 표정으로 해안이에게 던지다 싶이 주는 한은겸. 아니. 항복했다기 보다는 삐졌다는 말이 더 맞으려나? 어쨌든간에 유해안은 은겸이가 던져준 과자 봉지를 들고는 승리의 얼굴로 맛있게 먹는다. 유해안한테 맞을까봐 꾹 참고 말하진 않겠지만. 유해안 내가 보기엔 니가 더 애기야. 그것도 고약한 "진작에 그래야지. 야 이햇살 너도 먹어. 누든지 노든지 쓸떼없는 소리 하지말고." 고약한 애기는 혼자 먹기 뻘쭘했는지 멀뚱히 서있는 나를 툭 치며 말했다. 그순간 눈앞에 녀석이 내민 과자봉지가 내겐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누드?? 햇살이 누드 찍어??!!" 누드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버린 고약한 애기 때문이였다지요. 정말 미친거 아닐까. 장난이라고 했는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진짜처럼 말해버리다니. 할수만 있다면. 정말 나한테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해안이 머리통을 아작아작 박살내버리고 싶었다. "아니야!!!!!!!야 장난이라고 했잖아 너 죽을래??" 솔직히 이렇게 오바하는건 아니다 싶긴 하지만. 이땐 보이는게 없었다. 혹시나 언호가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나 싶어서. 나 원래. 이햇살은 원래 신언호 앞에선 한없이 멍청한 바보잖아 "어? 이 아줌마 막 덤비네 이제. 한판 붙을까 또." 달려드는 나를 이번에도 해안이는 아주 손쉽게 잡아버렸다. 나는 너무 분한 나머지 어떻게든 유해안녀석을 한대라도 더 때릴려고 발버둥 치다가 "근데 있잖아. 둘이 되게 잘어울린다. 요즘 따라 붙어다니고 수상하네." 장난스런 한은겸의 목소리에. 곧바로 조용해져버려. "........." 그리고는 나는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안았던 아니 보지 못했던 언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건 정말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인 행동이였다. "언호야 그게 아니라." 나도 모르겠다. 내가 왜 너를 이런 표정으로 보고. 내가 왜 너한테 변명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응?" 정작 너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 아.아니야." "응" 당황해 하는 나를 보며 오늘도 언호가 웃어준다. 언호 얼굴에 번지는 옅은 웃음. "......" 결국 나 이아이 앞에서 또 되버리고 말았네.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바보말야. "야 니네들 거기서 뭐해. 리허설 우리 차례라고 이자식들아" 그때 자칫 어색해질수 있었던 분위기를 고맙게도 깨버리시는 매니저오빠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햇살씨" 다음으로 들려온 반갑게 내게 인사해주시는 매니저오빠의 목소리. 나는 대답대신 웃음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내본다. 그런 나를 지나쳐 무대로 향하는 아이들 "가식 덩어리들." 왠지 심술나 보이는 해안이도 날 지나쳤고 "햇살이. 이따봐" 오늘도 역시나 밝은 은겸이도 날 지나친다. 그리고. "그럼 수고해 이햇살." 언호도 한마디 건내며 그렇게 날 지나쳐. 그러면 이햇살 '응'이라는 대답 한번 못해본채 멍하니 그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정확히 말하면 언호 뒷모습. 오늘도 조그만한 거리도 허락해 주지 않는 너무 먼 언호 뒷모습. \무대 노래 '제 5의 계절'의 따듯한 반주가 무대에 잔잔히 흐르면 나는 자꾸만 언호쪽으로 가려는 시선을 다잡고는 카메라를 들었다. "위태로운 제 5의 계절 사랑과 이별이 교차하는 그 계절의 정점 한 가운데" 리허설도 녹화처럼 열심히 노래를 시작하는 혼수상태. 따스한 언호의 노래 소리가 무대에 울린다. "그댈 만난 제 5의 계절 바람 부는 언덕 그 곳에서 사랑을 외치던 그대 눈동자 속 내 모습이 보였어요. 아마도 그게 사랑. 그대 눈물이 알려줬어요." 무대에서만큼은 진지한 해안이의 노래도 역시나 끝내주게 멋있다. 나는 혹여나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표정 하나하나 모두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는데. "....어?" 얼마 안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그대로 카메라를 내려버렸다. 이상해. "........" 안쳐다봐 언호. 방청석을 안쳐다봐. "믿음을 말하던 그대 눈동자 속 내 모습이 보였어요. 아마도 그게 사랑. 그래요 그게 사랑." 노래가 끝난건 아니였다. 따스한 멜로디도 그대로 들려왔고 고음을 매끄럽게 처리하는 신혁의 노래도 이어 들려왔지만. 언호는 여전히. "I want to hold your hand. It is time I went to love. It is time I went to love. " 이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아. . . . . "수고하셨습니다." 다리를 덜덜 떨면서 마지막 후렴부를 탄성이 나올정도로 멋지게 마무리한 은겸이의 신난 인사소리가 혼수상태 리허설을 마무리 지었다. "언호야 잠깐만" 그런 혼수상태 멤버들은 다시 한번 스텝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대기실로 향했고 마지막 언호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무대를 빠져 나가려 할때 그런 녀석을 멈추게 한건 내 다급한 목소리. "응"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아이. 나는 좀 더 가까이에서 말할 생각으로 무대위로 올라섰다. "언호야. 저 있잖아. 리허설모습 담다가 이상한게 있어서" "뭐?" "너 왜 방청석 쳐다보지 않아? 팬들 앉아 있는곳 말야 카메라는 그쪽에 있는데. 그래서 니 시선이 자꾸 엇나가" 사실 이렇게 니 앞에서 말하는거 무지 어색하고 떨리는데 그래도 잘하기로 했으니까. 피디 언니랑 약속하기로 했으니까. 아무렇지 않은척 하는건데. 꽤 힘들었다. 그건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많이 힘들어. 꼭 내가 싫어하는 파프리카를 먹는것같았거든. 나는 잠자코 녀석의 대답을 기다린다. "걱정마. 방송 때는 카메라 보니까" 그러자 약간 피곤한 눈으로 웃으며 대답하는 언호. "원래 객석 잘 안봐?" "응." "왜?" "습관되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언호와의 대화. 나는 다시 묻는다. "왜?" "그냥." 그냥이라고 얼버부려도 그순간 알아차려버렸다 나는. 언호가 왜 팬들이 있는곳을 안보는지. "싸인회때랑 같은거지? 싸인회때 팬들이랑 눈 안마주치는거랑. 무대설때 관객석 안보는거랑" 팬들을 믿지 않아서지? 그래서 넌 늘 팬들에게서 도망치고 숨고 피하는거지? 겁쟁이같이 "갈께. 옷갈아 입어야 해" 대답 대신 장난스럽게 울상을 지으며 그렇게 돌아서려는 녀석. 내말이 개똥으로 들리냐. 개똥으로. "후회 한다고 했었나?" 장난기 가득한 내 목소리에 그제서야 신언호는 고개를 돌렸다. 늘 느끼는건데 언호 눈동자는 무지 깊은거 같다. "응?" "가수한거 후회 한다고 했잖아. 어제" 무슨소리를 하냐는듯 내게로 눈동자를 고정시키는 언호. 그러면 나는 조금 더 녀석에게 다가가 밝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가. "나랑 내기하자." "무슨 내기?" "니가 한 그말. 후회 하나 안하나 그말 한거, 결국은 후회 하나 안하나. 할래?" 내말에 피식하고 웃는다. 누가? 언호가. 조명불빛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재밌어, 넌" 그리곤 말한다. '재밌어 넌' 이라고. "잘봐. 신언호." 막무가내라고 해도 좋고. 오바스러운 행동이라고 해도 좋고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해도 좋아. 하지만 언호야 난 너한테 알려줘야겠어. 팬들의 고마움. 그사람들의 사랑. "어?" 갑작스럽게 자신의 뒤에 서버린 나를 보면서 언호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신언호에게 당당하게 웃어 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건 다름 아닌 이햇살. "저기 앞줄 세번째에 앉을 사람은 혼수상태 씨디 살라고 친구들이랑 놀러가지도 않고 돈을 모아서 샀대!" "뭐?" 어처구니가 없다는 언호의 표정. 내가 가르킨 빈좌석을 보면서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그 시선을 알면서도 그러거나 말거나 밝은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어나가는 나. "그리고 저기 다섯번째 줄 저기 보이지? 저기 앉을 사람은 어제 친구랑 크게 싸웠대. 친구가 혼수상태 욕을 했다나 뭐라나. 아 그리고 저기 2층 있지? 구석 자리에 앉을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번 혼수상태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 행복하대. 니들 노래 들을때마다" "........" "어디보자. 그래! 저기 저기 3층!! 3층 두번째줄에 앉을 애는 너한테 줄 편지를 열번도 넘게 썼다가 지웠다가 그렇게 반복했대. 조금이라도 글씨 예쁘게 쓸려고. 그러면 자기 마음이 전해질꺼 같아서"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렇게 신나게 이야기를 하던 내 입이 신언호의 그 낮은 목소리에 멈추어버렸다. "언호야.." "........" 내 작은 목소리에도 아무 대답 없이 뒤돌아 서는 언호 화나보인다. 그것도 무척. 그래서 아프다. 내 마음이. "그리고." "그만하.." "여기 무대에 바보처럼 서있는 이햇살이라는 아이는. 신언호의 노래를 듣는 순간 심장이 울렸대." 무대가 울릴정도로 크게 소리치자 타악 하고 그제서야 타악 하고. 그렇게 언호 발자국 소리가 멈춘다. 그모습에 갑자기 울컥한 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행복했대. 신언호라는 가수가 있는거 자체가. 그사람의 노래를 들을수 있다는거 자체가 그 무엇보다 행복..했대 이햇살은" "......." "많은 사람이 널 사랑하는건 절대 거짓이 아니야. 곧 버려질 믿음이 아니야. 진심이라구 너 하나 보겠다고 밤새서 추위속에 떠는 팬들. 씨디 한장이라도 더 사겠다고 돈 아끼는 팬들. 상 받고 기뻐하는 모습 보고싶다고 밤새 손이 아프도록 투표하는 팬들. 하루종일 수십번 니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팬들. 그사람들의 마음을 제발 믿어줘. 알아줘. 부탁이야" 우리는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웃고 행복해할 팬들이니까. #49 ".........." "언호야 뭐해. 머리해야지!!!" 만약 그때 코디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내말이 끝나자 마자 흔들리는 두 눈동자로 날 바라보던 언호가 내게 어떤표정으로 그리고 어떤 음성으로 말했을까. 알수없겠지. 그건 언호밖에. "네. 가요" 자신을 부르는 코디언니 쪽을 바라보던 언호.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는 걷는다. "신언호!!!!!!! 내가 한말 꼭 귀담아 들어 꼭이야. 알았지?" 그 뒷모습을 보면서 소리치지만 언호는 대답이 없다. 그렇게 내게서 멀어진다. 마치 또 다시 도망치듯이. 넌 지금.. 무슨생각을 할까? . . . . "마지막 무대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죠!! 겨울에 어울리는 따듯한 발라드곡을 부른다고 하네요. 혼수상태입니다!!!" mc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함성들. 나도 모르게 그 엄청난 소리에 한쪽손으로 귀를 막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알아챘다. 이게 언호 버릇이라는거 어느새 언호 버릇까지 닮아버렸나봐. 나 ♭♪♬♩＃♭♪♬♩＃ 언호의 버릇까지 따라하는 내 우스운 모습에 피식하고 웃고 있다가 어느새 무대에 퍼지는 따스한 반주소리에 정신이 번뜩 솟아 버린 나. 그래. 이럴때가 아니지. 내 일은 넉놓고 있는게 아니라 카메라에 저아이들을 담는거니까 "위태로운 제 5의 계절 사랑과 이별이 교차하는 그 계절의 정점 한 가운데" 이때만큼은 몇달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설레이던 이햇살로 돌아가 나는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아까 리허설때와 마찬가지로 나긋나긋한 언호의 노래소리가 퍼진다. 무대. 객석. 그리고 마음속에 "그댈 만난 제 5의 계절 바람 부는 언덕 그 곳에서 사랑을 외치던 그대 눈동자 속 내 모습이 보였어요. 아마도 그게 사랑. 그대 눈물이 알려줬어요." 그때였다. 카메라를 잡고 있던 내 손끝이 떨린건. "믿음을 말하던 그대 눈동자 속 내 모습이 보였어요. 아마도 그게 사랑. 그래요 그게 사랑." 리허설때와 다름없는 똑같은 멜로디. 똑같은 노래소리. 똑같은 멤버들였지만. 달라 그때랑 하나가 다르다. 언호가 달라.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노래를 부르면서 객석을 바라보는 언호. 무슨생각인지 환호하는 팬들에게 서툴지만 어색하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있는 녀석. 나는 곧바로 언호의 시선이 닿고 있는곳으로 카메라를 옮겼다. 이어 그의 노래에. 그리고 그의 시선에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는 팬들이 카메라안에 담긴다. "I want to hold your hand. It is time I went to love. It is time I went to love. " 다시 한번 언호쪽으로 카메라를 돌리자 이번에는 아주 조금이였지만 웃고 있는 언호의 모습이 보였다. "........" 그래 그렇게 하는거야 신언호. 그렇게 무대에서 니 노래로 하나 되는거라구. 그건 정말이지 가슴이 터져버릴것처럼 벅차오르는 순간이였다 \공연이 끝난후 '햇살씨 인터뷰촬영은 벤안에서 해야할꺼 같아요. 얼른 다음스케줄로 이동해야해서 죄송해요. 아 그리고 밖엔 팬들 몰려있을테니까 먼저 주차장에 가 계세요!' 지금은 카메라를 한쪽손에다가 들고는 매니저오빠의 말따라 먼저 주차장으로 가는길이다. "저 여자애는 뭐야? 내보내야 하는거 아냐?" "넌 티비도 안보냐. 촬영하는 기집애잖아." 그때 주차장 계단에서 내려오는 나를 보며 숙덕이는 경호원들. 숙덕이는거? 좋다. 근데 기집애가 뭐야 기집애가. "씨.." 나는 훽 고개를 돌려 검은양복을 입고 서있는 그들을 노려봤다. 평소 아는 이미지랑 달라도 너무 다른거 아냐? 저게 뭐야. 저렇게 촐랑스러워도 돼는건가? 보통 경호원들이라면 검은양복에 반듯한 인상에 냉철한 어떤 포스가 느껴져야 하는건데. 이건 뭐 호랑이는 커녕 토끼도 때려잡지 못할정도의 포스라니 무엇보다도 처음보는 여자한테 기집애가 뭐냐구요. "근데 저기집애가 왜 사람을 노려보고 그래?" 또. 또 기집애. "저기요!!!!" 옆에 있는 경호원이 대답하기 전에 더 빨랐다. 누가? 억울한건 절대 못사는 이햇살이. "뭐? 너 우리 부른거야?" "네 그렇다면요?" "불렀으면 말을해" 건방진 태도로 나를 흘겨보는 경호원. 안그래도 나 경호원들한테 쌓인거 많다. 이참에 그냥 확 때려 쓸어버릴까. 그전에 내가 맞아 죽기야 하겠지만. "아무리 말버릇이 험하다고 해도. 어떻게 처음보는 사람한테 기집애란 말을 할수가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떨렸다. 내 목소리 그것도 무지 우습게 '나 사실은 쫄고있어요'하고 광고하는것처럼. "하 참. 안그래도 추워 디지겠는데 가수 뒷꽁무니 쫓아다니는것도 짜증나는데 별 뭐같은게 시비야." 남자는 무섭다. 특히나 화난 남자는 더더욱 무섭다. 그리고 그것을 나는 지금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야 그만해. 어린애잖아" "짜증나게 하잖아. 진짜 저걸 확!" 옆에 있는 다른 경호원이 말려도 보았지만 그 경호원은 그만둘 태세가 아니였다. 정말 내가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점점 내게 다가와 손을 번쩍 드는 경호원. 순간 엄청난 두려움으로 아 이제 맞겠구나 라는 생각에 "앗!!!" 하는 비명과 함께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그순간 느낀거? 아 대책없이 씩씩한거. 화를 부르는구나 정도. "이러면." 그다음으로 느낀거? 아프지 않다는거. 그리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는거. "위험하잖아요."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떠보였을땐 경호원의 팔목을 단단한 손으로 잡아채고 있는 언호의 모습이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약간은 반항적인 언호의 목소리에 사색이 되서는 죄송하단 말로 고개를 숙이는 경호원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외쳤다. '샘.통.이.다.' "........." 슬며시 언호를 올려다 봤다. 어느새 무대의상에서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은 언호는 나를 보고 피식 하고 웃더니 벤으로 다가간다. "들어가자." 라는 듣기 좋은 말과 함께. 타악. 나는 그런 녀석의 옷자락을 잡았다. 꽝꽝 얼어붙은 내 손으로. 그순간 따듯해지는 느낌이였다. 언호의 옷자락을 잡는 순간 꽝꽝 얼어붙은 내손이. "고마워." 그리고 나는 말한다. 아까부터 내내 녀석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그제서야. "저사람이 잘못한건데 뭐" "그거 말구요" "그럼 뭐?" "아까 무대에서. 팬들 쳐다봐준거." 기뻤어 언호야. 그거 하나만으로도 나 무지 기뻤어. "안쳐다봤어!" 그런데 이 황당한 상황은 뭐니. 신언호 얼굴이 벌개져서는 소리를 꽥 지르는? "카메라에 다 찍혔어! 넌 그런걸 거짓말하냐?" "안쳐다봤어. 니가 잘못본거야" 그리고는 벤 쪽으로 걸어간다. 그러면 이햇살 귀여워 죽겠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런 언호를 쫄래쫄래 따라가. "그러셨어요? 그래 쪽팔리겠지. 그래도 너 꽤 감동한 표정이더라? 처음으로 팬들하고 눈 마주치니" "안쳐다봤다고 했다!" "엄마야 깜짝이야" "아무리 그래도 난 안믿어. 그사람들 절대로" 신경질적으로 차키를 집어넣는 녀석. 곧이어 달크닥 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렸다. 나는 언호가 차안에 들어갈새라 먼저 선수쳐 소리쳤다. "두고봐. 내기 한거 잊지마! 넌 분명히 그사람들 믿게 될꺼야 내가 장담한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신난 내 목소리에 무언가 분하다는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꾹 깨무는 언호. 그러다가. 이내 짐짓 무언가 생각난듯 차 문을 열려다 말고 나를 향해 다가온다. 뭐.뭐야 이자식. 왜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왜.왜! 뭐!" 점점 뒷걸음질 치는 나. 그리고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점점 다가오는 언호. 그러니까 그녀석과 내 거리가 바로 코앞으로 좁혀졌을때 그아이가 말한다. "햇살이 또 막 아까처럼 쫀다." 우스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뭐?" "자꾸 까불면 오빠한테 죽어" 승리감에 찬 저 표정. 정말 죽일정도로 사랑스럽구나 신언호. 제기랄. "신언호 너 진짜!!!!!!!!!!" 언호의 장난으로 허무함과 챙피함과 쪽팔림의 감정이 한꺼번에 찾아온 나는 그대로 언호에게 달려들려다가 무언가를 깨닫고는 멈칫 하고 멈추어버렸다. 잠깐만. "나 진짜 뭐?" 이상해. 나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게 예전처럼 언호와 장난을 치고 있다. 지금 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아.아니야. 아무것도" 어느새 익숙해진걸까. 친구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그렇게 아팠으면서. 헤어진후로 눈도 마주치지 못할만큼 힘들었으면서. 나 익숙해진걸까 결국. 해안이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근데 너 그거 알아?" 혼란스러운 생각에 잠긴 내게 언호가 묻는다. 그것도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고는. 그제서야 나는 언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뭘..?" "너 내앞에서 정말 오랜만에 웃는거." "....." 그랬나 내가. 그러고 보니 그랬네 나. 늘 언호 앞에 서면 눈을 피하거나 울었지. 슬픈표정 아니면 안타까운 표정 둘중 하나였어. "그런가?" 하고 어색히 웃었다. 그러자 따라서 피식 하고 웃더니 허리를 굽혀 한쪽손으로 내 머리를 부비적 부비적 거리는 언호 "고마워." "뭐가?" "웃어줘서.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다. 언호가 왜 나한테 이런말을 하는지. 왜 이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지. "......" "난 니가 웃으면 기쁘거든." 하지만 지금 이순간 정확히 알수 있는건 익숙해진게 아니라는것 그저. 그 상처가 조금 무뎌진거 뿐이라는것.. 이햇살은 여전히 아파하고 있고. 이 녀석을 사랑하고 있다는것.. "그러지마 언호야. 그런말 나한테 하지마." 한걸음 물러섰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어?" "넌 그냥 친구로서 하는말이잖아 . 근데 나한텐 그거 아니야. 나한텐 무지 가슴 떨리는 말이야. 그 말 한마디로 나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밤새 설레해. 근데 넌 그냥 아무 의미 없이 하는 말이잖아." "......." "난 죽을때까지 사랑이지만.넌 죽을때까지 친구잖아. 그러니까 내가 잊을수 있도록. 너 빨리 잊을수 있도록. 그런말..하지마 언호야" .. 그게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더 힘들긴 싫어. 그순간 말하는 도중 몇번이고 참았던 눈물이 기어코 터져나와버렸다. 그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기 전에 소매로 벅벅 문지르고는 뒤돌아 선 나. 촬영을 해야 한다는것도 잊은채 나는 뒤돌아서 걷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언호가 그랬던것처럼. 녀석에게 뒷모습을 그렇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웃어줘서 고맙다는 그말에 아직까지도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원망하면서.. 이번에는 그렇게 내가 언호에게서 도망치려는데 타악. 하고 그런 내 손목을 언호가 잡았다. "이햇살." 뒤에서 들려오는 언호 목소리. 딱딱하고. 화나보이는 녀석의 목소리에 나는 쉽게 뒤돌아 설수 없었다. "응." 그저 이렇게 대답해줄수밖에.. 그러자 언호의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흘렀던 어색한 침묵을 깨듯. 그리곤 말한다. "아니면 어떻할래." "뭐?" ... .......... .................... ...... "나한테 너 죽을때까지 친구 아니면 어떡할래." #50 "나한테 너 죽을때까지 친구 아니면 어떡할래." 그만해. 제발 멈춰. 제발 멈추란말야 이 망할놈의 심장아. 열 번은 족히 넘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멈출 기색이 없는 심장소리. 미워. 너무 밉다. 이제는 언호 말 하나에 이렇게 당연한다는듯 반응하는 내 심장이. "그게..무슨말이야?" 그렇게 묻고나서 나는 나한테도 물어. 이햇살. 너 지금 무슨 기대를 하는거야? 솔직히 모르겠다. 나는. 언호도. 그리고 내 자신 이햇살도. 무슨 기대를 하는건지. 내가 저애한테 무슨 이야기를 듣고싶은건지. 어차피 저애는 진심이 아닐텐데. 결국 내게 남는건 또 다시 상처뿐일텐데. 그 모든걸 다 아는데도 말하는 순간까지도 심장이 빠르게 뛰는건 정말 어떡해야 하는건지. 나 정말. 어떡해.? “..........” 하지만 언호는 아무말이 없다. 그저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볼뿐. 알아. 니가 나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는거. 근데 신언호 나 정말 바보같지? 왜 나 지금 니말이 진심같은걸까. 왜 흔들리는 니 눈동자가. 떨리는 니 목소리가 진심같은거야.? 나는 다시 묻는다. 언호에게. 내가 정말 너무 많이 좋아한. 좋아하는 언호에게. “무슨뜻으로..하는말이냐고 묻잖아” 묻잖아 신언호. 너 때문에 미칠것 같은 이햇살이 지금 묻잖아. "어? 둘이 뭐해?" 그때였다. 주차장을 떵떵 울리는 한은겸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건. 정말 타이밍한번 끝내준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한은겸. "은겸이네." 나는 언호가 꽉 잡고있는 내손에서 시선을 은겸이쪽으로 옮겨 대답했다. 왠지 모르게 허탈해. 왜냐면 바로 이순간. 그러니까 은겸이가 나타나기 전에 신언호 마음. 들을수 있을꺼라 생각했거든. 어쩌면. "뭐하냐구! 연애해?" 그러자 오른쪽 볼에 물었던 사탕을 왼쪽볼로 돌리며 장난스럽게 소리치는 은겸이. 자신 때문에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지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냐." 그러자 언호가 은겸이에게 말했다. "뭐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리고선 꽉 잡았던 내 손목을 놓아준다. 마치 모든게 거짓말인것처럼. 언호의 떨렸던 목소리도. 흔들렸던 눈도. 날 설레게 했던 그말들도 모두 거짓말인것처럼. 나는 언호의 체온이 머물렀던 손목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 언호가 하려던 말은 무슨뜻이였을까. 무슨의미로 내게 그런말을 한걸까. 도대체 왜 신언호는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본걸까. 머리가 복잡하다. 꼭 펑 하고 터져버릴듯이. \ "야 혁이 너 자꾸 꾸물럭 거릴래? 얼른 안들어가?" "...응" "저자식이 근데!!!" 무뚝뚝하게 걸어오는 신혁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해보는 매니저 오빠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처량해 보인다. 나는 창 밖으로 보이는 그모습에 피식하고 웃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혼수상태 멤버 모두가 모인 차안으로. 아직은 내가 앉아 있기엔 너무나도 낯선 그곳으로. "언호야. 나 그거 한입만." 그때 앞자리에 타고있던 은겸이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언호에게 삥그르르 돌아 말하자. 언호는 고개를 끄떡이고는 은겸이에게 자신이 마시고 있던 음료수 병을 건낸다. 신언호 입술봐. 진짜 예쁘다. 언젠가 저 이쁜 입술이 내 입술과 닿은적도 있었는데. "햇살아. 너 어디봐?" "어? 아냐." 어느새 빤히 쳐다보는꼴이 되버렸다. 나 언호 입술만. 음료수를 받아든 은겸이가 이해할수없다는듯 묻자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역시 어려워. 감정 숨기는법은. "쪽팔리게 차안에서 인터뷰가 뭐야. 차안에서." 언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는것에 대한 민망함에 괜스레 밑바닥만 쳐다보고 있을때였다. 갑작스레 내 바로 옆자리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온건 그 불만가득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바로 5분전 내옆자리에 앉겠다며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던 해안이. 5분전에도 그렇게 소란을 피우더니. 이번에는 또 차안에서 인터뷰한다고 소란을 피우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저어본다. 유해안은 꼭 어린애 같애. 대책없고. 막무가내고. 앞뒤 생각안하고. "......" 나는 그런 해안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부산하게 차안에 있는 쓰레기들을 모두 줍는 녀석. "뭘봐 이햇살?" 그때 내시선이 느껴졌는지 해안이가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뭐하는거야?" "안보이냐? 청소하는거." "그건 보여. 근데 왜 쌩뚱맞게 청소냐구. 내가 궁금한건 그거야" 내말은 차안에서 인터뷰 한다고 투덜거리면서 왜 차안을 청소하느냐 이거야 이 가식덩어리 유해안아. 그러자 해안이가 그런것도 모르느냔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장난하냐. 깨끗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기가막혀. "가식쟁이." "뭐라는거야 이기집애가" "꼭 이런애들이 일주일동안 안씻지." "야!!!!!!!!!!!!!!!!!!!" 티격티격. 결국은 오늘도 싸운다. 유해안이랑 이햇살은. 그러다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신혁이 차에 타자 나는 입을 꾹 다물어. 왜냐구? 난 혁이오빠가 좋거든. 그것도 무지. 그래서 촐랑거리는 내 모습을 보여줄순 없어. "야 너 왜 혁이형 타니까 입 갑자기 다물어?" 그러자 쿡쿡 나를 한쪽손으로 찔러대는 해안이녀석. "뭐가?" "야 한은겸 얘좀봐 목소리 바뀐거." 그말에 신혁이 살짝하고 웃는다. ....쪽팔..린다. "내가 언제!!!" .. 결국은 바보 되버린 나. 새빨개진 얼굴로 언호가 있다는것도 신혁이 날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는것도 모두 잊어버린채 그렇게 해안이에게 소리를 질러버려. "꼴에 여자라고. 야 나 근데 궁금한게 있는데." "뭔데!!!!!!!!" "너 왜 내앞에선 내숭 안부려?" 정말 궁금하다는듯 물어오는 해안이. 덩달아 궁금하다는듯 뒤돌아서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은겸이. 여기서 내가 할말은. "촬영하자.." 없다. "에이 뭐야~!" 나는 은겸이의 비난어린 목소리에도 꿋꿋히 카메라를 들었다. "오늘 공연 잘했어요? 다들 무대에서 너무 멋지시던데 팬들도 무지 많이 왔구요." 그리고는 아까부터 열번. 아니 수십번 읽은 대본을 어색히 읽는데. "푸하하하하하" 갑자기 웃는다. 카메라를 멀뚱히 보고 있던 은겸이가. 그리고 해안이가. 혁이가. ....언호가. "뭐.뭐야!!" 차례대로 웃는 멤버들을 쳐다보고 마지막 내 시선이 역시나 언호에게 머물렀을때. "대본 발로 쓴거냐? 그게 뭐야" 라고 대놓고 비아냥 거리는 유해안의 목소리. 나는 잠시 내가 쓴 대본을 느릿한 시선으로 내려본다. 그렇게..많이 이상한가? 어색한가? "........." 그래도 열심히 한건데. 라는 말이 입가에 멤돌다가 삼켜버렸다. 그리곤 대답대신 고개를 푹 숙이는 나. "아니야 햇살아!!!!!!무지 괜찮았어 방금 그거!!!!!" ... 위로 따윈 필요없다구. 이 개구리같은 한은겸아. 그때. 타악하고 차문이 열리더니 털썩- 하고 운전석에 앉는 매니저오빠. 차키를 능숙한 손으로 꼽아 넣는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이상해져버렸다. 이 분위기 어쩔꺼야. 이햇살. .. "어? 저 때문에 인터뷰 방해됐나요?" 차안에서 멤도는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채셨는지. 매니저오빠가 빽미러로 우리쪽을 바라보시며 웃으며 말하신다. 그러면 나는 아니에요. 하곤 어색히 웃어보였다. 그리곤 씩씩하게 멤버들을 향해 소리쳐. "미안해요! 아직 초보라서. 많이 어색할꺼에요!! 그래도 잘 봐주세요!!!" 그래. 첨부터 잘하는애가 어딨어. 1등도 뭐 어렸을때부터 1등이였나?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가면서 올라가는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 "가식대마왕." 픽 하고 웃으며 중얼거리는 해안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다시 씩씩하게 카메라를 들려는 찰라였다. ♬날 사랑해줘요. 날 울리지마요♬ 부릉부릉 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누군가의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린건. 나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바라본다. 그 핸드폰 벨소리의 주인공을. ... "..응" 발신자를 확인하자마자 익숙하게 핸드폰을 받는 언호. "........" 누굴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왜냐면. 언호 목소리가 무지 다정했으니까. 하지만 그 궁금증은 단 10초도 채 가지않아 싱거울정도로 빨리 풀려버렸다. [신언호 지금 어디야? 우리 언제만나] 핸드폰 너머로 앙칼지게 들려오는 유가은의 목소리. 그 전화를 건 주인공을 알아버리자마자 난 생각했다. 차라리 모르는편이 더 나았을거라고. 나는 이렇듯 바보같다. 바보같은것 투성이다. 아니. 맞다 바보. "나 촬영 끝나고. 응. 응." 솔직히 말하면 못참겠어. 화나. 다른여자랑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하는 니가. 유가은한테 그렇게 다정한 목소리를 내뱉는 니가. "........" 그때 한쪽손이 따듯해져왔다. 슬그머니 언호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아래쪽으로 옮기니 내손위에 포개져있는 해안이의 크고 따듯한손이 보인다. 마치 괜찮아. 내가 있잖아. 하고 위로해주듯. 그렇게 말없이 해안이의 크고 따듯한손은 내손을 잡아준다. ... #51 잠시후- 타악 하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 플립을 닫는 언호. 내쪽을 보면서 중얼거리듯 말해. "미안." ..이라고. 그러면 이쪽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하고 저어본다. 그리고는 다시 촬영준비를 하려고 대본을 보는데. 계속해서 느껴지는 언호의 시선. "......."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든다. 역시나 내쪽으로 여전히 향해있는 언호의 시선.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해안이가 꽉 잡고 있는 내손으로 향해있는 언호의 까만 눈동자. 그제서야 나는 허겁지겁 해안이의 손을 뺀다. "그냥 잡고있자. 따듯해" 하지만 다시 해안이에게 손을 잡혀버리고. 불안한눈으로 언호를 쳐다보면. 아무 관심없다는듯 고개를 돌려버리는 언호였다.. 하하.. 그모습에 웃는다. 나는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또 다시 밀려오는 허탈함에 '나한테 너 죽을때까지 친구 아니면 어떡할래.' .. 아직도 멤도는데. 아직도 니가 했던말이 내 심장을 설레게 하는데 나 역시 괜한 기대를 한걸까? \스튜디오앞 대본이 어색하다는둥. 멘트가 웃기다는둥 끊임없이 날 놀려대는 은겸이와 해안이를 참을인 다섯개로 무시하면서 겨우 찍은 인터뷰편. 한숨을 쓸어내리며. 나는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인건 삐까뻔쩍. 보기만해도 화려한 스튜디오. 우와. 진짜 크다. 안에도 구경하고 싶을만큼. "수고했어요 햇살씨" 그때 신기한듯 스튜디오 건물을 바라보는 내게 음료수를 건내는 매니저오빠. 주춤주춤하다가 결국은 그 음료수를 받아든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레몬맛일까. ...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데려다 드리고 싶은데. 지금 얘들 촬영 들어가야 해서요." 하고 웃으시며 작고 통통한 손가락으로 5분전 멤버들이 들어간 스튜디오를 가리키신다. "아니에요!!!그런말씀 마세요!!" "미안해요. 햇살씨. 그럼 담에봐요!" 살짝 눈인사를 건내곤 스튜디오 안으로 바삐 들어가시는 싸이. 싸이? 내정신좀봐 싸이래. (절대 이건 매니저오빠가 내가 싫어하는 레몬맛 음료수를 준것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 절.대.로....) 아무튼간에 나는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매니저오빠의 뒷모습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방송국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하마터면 잊을뻔했다. 카메라. "언니!!잠깐만요!!!!!!" 나는 차문을 잠그려는 코디언니를 가까스로 막아내고는 벤안을 살피며 카메라를 찾았는데. ... "응? 햇살씨 뭐 찾아요?" 카메라가...없..다? "언니 혹시 카메라 못보셨어요..??" "카메라? 아 그거 아까 해안이가 들고가던데!!" "네???????" 그리고 그제서야 내눈에 띈 창문에 붙여진 노란 포스트잇 그 포스트잇엔 내 눈을 거슬리게 하는 삐뚤삐뚤한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카메라를 찾고싶다면, 컴온] ... "가만두지..않겠어 유해안." 급작 해안이의 장난에 흥분해버린 이햇살. 가만두지 않겠다를 계속 중얼거리면서 스튜디오로 걸음을 돌린다. 하지만 얼마 안가 걸음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왜? 잠깐만 햇살씨 라면서 나를 부르는 코디언니 때문에. "네??" "지금 스튜디오 들어갈라구?" "네. 카메라 가지러 가야 하거든요. 헤헤" "아 그럼 잘됐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코디언니.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 하나를 내게 건내 언니가 건낸 핸드폰은 무지 낯익었다. "언니 이거.." ..언호 핸드폰 그래 분명히 이건 언호 핸드폰이다. "언호폰인데..차안에 떨어트리고 가서 가는김에 언호 전해줘. 난 협찬받기로 한 의상 받으러 가야해" ...받아도 돼나? 라는 생각에 겨를도 없이 무작정 언니가 내손에 쥐어준 언호 핸드폰. 나는 가만히 언호 핸드폰을 응시해. 신언호. 핸드폰 또 바꼈다. "네..알겠어요" 핸드폰을 손에 쥐고는 대답했다. "응 그럼 부탁 좀 할께요!" 그리고 그제서야 언니 손에 들린 차키가 오랜 기다림끝에 차문을 잠궜다. 찰크닥 하고. . . . . . 스튜디오는 3층. 지금 현재 나는 2층을 올라가는중. 계단이 수없이 많아. 한걸음 두걸음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오직 한생각으로. "쌈 싸먹어 버릴꺼야. 유해안." ♬날 사랑해줘요. 날 울리지마요♬ 그순간이였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이제 5개밖에 남질 않았는데. 5개만 더 밟으면 드디어 스튜디오가 코앞인데. 내 손에 들린 언호의 핸드폰이 마구 울리기 시작했다. 슬그머니 핸드폰 액정으로 내려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발신자는 [유가은]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받지 않기로 하고는 핸드폰 벨소리가 끊기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곤 얼마 안가 끊겨 벨소리가 끊기자 나는 다시 한번 계단을 올라서려다가. 멈칫. ... "...유가은?" 창문으로 보이는 유가은의 모습에 옮기려던 걸음을 멈추어버린 나.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닫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유가은의 모습이 아래에 보인다. 아마 언호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인듯. 나는 빤히 그애를 내려다본다 예쁘다. 언제봐도 저애는 코도 너무 예쁘고 짙은 눈썹도 너무 예쁘고 쌍카풀도 너무 예쁘고. 마음도 예뻣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마 그랬더라면 내가 달려들었을꺼야. 친구하자고. .. 얼마나 그애를 내려다봤을까. 그애가 건물로 들어서는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언호의 핸드폰을 주머니속에 쑤셔넣었다. 또각또각. 들려오는 그애의 구두소리. "...어? 이햇살?"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2층까지 올라온 유가은이 나를 발견해. 그런 유가은에게 별다른 표정없이 손인사를 건내는 나. "안녕." 하고. 역시나 유가은은 내 인사를 무참히 씹고는 묻는다. 언제나 그렇듯 앙칼진 목소리로. "니가 여긴 어쩐일이야?" "왜. 나는 여기 오면 안돼나.? 아무튼 오랜만이다!" "친한척 하지마. 짜증나게" 이기집애는 꼭 이런다니까. "그래. 올라가봐라. 언호 안에있어" 살짝 턱끝으로 스튜디오문을 가리키자 나도 알거든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유가은. 할수만 있다면 저 주둥이를 꼬메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 또 간절. "..아 맞다" 힐끗 내앞을 지나쳐 계단을 올라서려는 유가은을 쳐다보고 있을때. 유가은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듯 뒤돌아 선다. "뭐?" 그리곤 망설이는 그애. 말하려다가 말고. 말하려다가 말고. ...미친거아냐? "뭐 나한테 할말 있냐?" 다시 한번 묻자 유가은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 "뭐야." "...이햇살" "왜.?" "아니다." 미쳤나봐 유가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나도 계단을 올라서려는데. 다시 한번 나를 부르는 미친 기집애. "이햇살" 유가은. "아 왜!!!!!!왜!!!!!!!!!!왜 이년아!!!!!!!!!!!!" "넌.." "...?..." "언호 얼만큼 좋아..해?" 뜬금없는 유가은의 질문. 그래서 당황해 버린 나. 얼만큼 좋아하냐구? 얼만큼 좋아할까. 나 그애를. 그러고 보면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거 같다. 그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을뿐. "모르겠어..그건 왜?" "닦아줄수있어? 만약 언호가 울면." 알수없는 유가은의 말. 꼭 수수깨끼를 푸는것 같은 느낌이야. 그것도 끝이 없는 어려운 문제로. 나는 무슨말이냐는듯 유가은을 쳐다보다가 이내 대답한다. "아니. 난 그애가 울면." "......" "울어줄꺼야. 같이." 그러자 피식 하고 웃어보이는 그녀. 착각이였을까. 그런 그녀가 슬퍼보인건. "좋겠다 넌. 그런용기가 있어서." 그리고는 다시 또각또각 하고 구두소리를 내면서 올라간다. '좋겠다 넌. 그런 용기가 있어서.' '좋겠다 넌. 그런 용기가 있어서.' 알수 없는 유가은의 목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머물러. "유가은. 그런건 용기라고 하는게 아니야." 나는 유가은이 미처 계단을 다 오르기 전에 먼저 소리쳤다. "......" 그러자 내말에 뒤돌아보지 않은채 그냥 가만히 서있는. 유가은 "그런건.." "...뭔데 그럼." "마음이라고 하는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음. 알겠냐?" "웃겨." 콧방귀를 뿡 끼고는 스튜디오 문을 활짝 연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딸랑♬하고 울리는 예쁜 종소리. 나는 스튜디오 안으로 사라지는 유가은을 보다가 계단에 털썩 앉았다. 이래선 들어갈수가 없잖아. 들어가봤자 보이는건 유가은하고 신언호의 다정한 모습일텐데. 싫다. 그런건 그런거 보는거 싫어. 유가은하고 신언호가 둘이 웃는것도 보기 싫고 그모습에 유치하게 질투내는 내모습 보는것도 싫어. 결국 촬영 끝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건가..? "......." 벌써부터 밀려오는 지루함 뭐할까. 뭐하면서 기다리지 하다가 갑자기 내 머리속에 코디언니가 맡기고 간 언호 핸드폰이 떠올랐다. 나는 주머니에서 녀석의 핸드폰을 꺼냈다. 아깐 별 관심없던 언호의 핸드폰이 문득 궁금해졌기 때문이였다. 괜한 호기심에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열고는 쪽지함을 꾸욱 눌러도보고 사진첩을 꾸욱 눌러도 보지만. 제길. 모두 비밀번호 걸려있다. "........." 허탈감에 핸드폰 플립을 닫으려다가 믿져야 본전으로 다시 전화번호부를 꾸욱 눌렀다. 그러자 이번엔 비밀번호 설정이 되어 있지 않은 언호의 전화번호부가 뜬다. 그 전화번호부를 본 나? 입을 떡 하고 벌릴수밖에 없었다지. 왜냐구? 완전 화려했거든. 우리나라의 잘나가는 연예인들 전화번호가 주르륵있는데. 와 진짜 탄성밖에 안나오더라. 그리고 한편으로는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핸드폰번호 1번은 언호인데. 나는 한 백삼십번쯤 되려나? 언호 단축번호 1번은 누굴까. 아마 유가은이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난 이러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망설임없이 이번에는 언호 핸드폰 1번을 꾸욱 눌렀다. 그리고 액정에 뜨는 언호의 단축번호 1번. .... [소중한사람] 01032245443 잠시후 나는 할말을 잃고는 멍해진채 바라봐. 언호의 번호가 그대로 찍혀 울려대는 내 핸드폰을. #52 그랬다. [소중한사람] 이라고 1번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는 유가은도 혼수상태 멤버들도 아닌 이햇살이였다. 나는 가만히 울려대는 내 핸드폰을 내려보다가 종료버튼을 꾸욱 눌렀다. "........" 왜.? 도대체..왜? 어째서. 내가..니 1번이고 너한테 소중한사람 인거야? 딸랑♬ "이햇살!! 너 왜 안들어와?" 알수없는 언호의 마음에 그렇게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을때 별안간 열린 스튜디오 문. 아까 유가은이 들어갔을때와 마찬가지로 딸랑.하는 예쁜 종소리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유해안.." 그리곤 힘없이 부른다. 문을 빼꼼히 열고 나를 향해 웃고있는 그아이에 이름을. "거기서 뭐하는데?" "해안아.." "카메라 달라고? 싫어." 어느새 의상이 바뀐 녀석이 장난스럽게 나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그러면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얼굴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껏 같은 눈으로. 다시 한번 울음을 삼키곤 그아이를 불러. ".....나 어떡해..?" "너 울어?" "모르겠어..아무것도 모르겠어" 언호 마음. 그애가 숨기고 있는 마음. 어떤건지. 정말 모르겠어 "너 또 왜그래." 무릎팍에 얼굴을 묻으며 말하자 해안이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바꼈다. 그리고는 내게로 다가와 내옆에 털썩 하고 앉는 녀석. 메이크업을 하고 와서 그런가? 화장품냄새가 났다. 그순간. "해안아." "어." "난 왜 이렇게 바보같은걸까?" 무릎팍에 고개를 묻은 그자세로 중얼거리듯 이야기 하자. 상대편은 아무말이 없다. "이햇살." 한참후. 정말 한참후 어렵게 입을 여는 해안이. "응." "나 왜 이렇게 바보같지.?" 스르륵- 어린애같은 그음성에 그제서야 나는 무릎팍에 묻었던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그러자 웃을듯.말듯 묘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는 해안이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묻는다. 그아이에게. "무슨말이야?" "너한테 무슨일이라고 못물어보겠어." "왜?" "또 신언호 때문이라고 대답할까봐." "....." "남자세끼가 진짜 왜이러냐. 속좁게." 피식 하고 웃으며 일어서는 해안이. 주춤주춤. 그런 해안이를 따라가다가 이내 한곳으로 멈추는 내 눈동자. .. "아 미안." 내 눈동자가 멈춘 곳에 서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언호였다. 열어진 문 사이로 나오려다가 앉아 있는 우리를 발견한 모양인지 어색히 서있는 그녀석. 뭐가 미안하다는걸까. 그 이유를 모르면서도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고 보면 이햇살도. 무지 웃겨. 이럴때 보면. "뭐가?" 나 대신 해안이가 언호에게 대답했다. "둘이 얘기하는데 방해해서." "알긴 아냐? 세끼"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는 해안이. 그러자 고개를 끄떡이곤 따라 웃는 언호. 눈매가..참 예쁘다. 웃을때마다 둥그레져. 꼭 어린애처럼. "니 개인촬영이라고. 데리러 오래" "벌써 나야? 아 지대로 짜증나는 상황인거다." "응. 빨리들어와" 해안이에게 말하는 언호를 빤히 쳐다보는 나. 그때 눈이 마주쳤다. "....." 하마터면 그순간 물어볼뻔했어. 도대체 뭐냐구. 니 진심. 니 마음. 혹시.. 나랑 같은 거냐고. "이햇살. 넌 안가?" "어..어??" 아무래도 이건 요즘들어 생긴 버릇인거 같다. 신언호 얼굴 빤히 쳐다보는거. 그순간만큼은 언호 생각으로 가득차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는거. "무슨생각을 그렇게해?" "아니야." 한심스러운 해안이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좌우로 강하게 저어댔다. 그만하자. 정신차리자 이햇살. 헛된 기대 하지말자. 상처받지 말자. 타악- 나는 자기 주문을 외우듯 그렇게 수없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계단에서 일어섰다. 오래 앉아있었던 탓인지. 다리가 꽤 아프다. 마음만 아프지. 왜 다리까지 아프고 그런대. "카메라 스튜디오에 있어. 같이 들어가자" 내가 완전히 일어서자 스튜디오 문에 기댄채 입을 여는 해안이. 나는 고개를 끄떡이려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멈칫거려. 그러고보니 유해안. 이자식 웃긴자식이잖아? "응..이 아니라 유해안 너 진짜 당당하다?" "뭐가?" "훔칠게 없어서 촬영하는 카메라를 훔치냐!!!!!!!!!" 갑자기 확 흥분해 버린 이햇살. 그래서 잊고야 말았다. 내앞에 신언호가 서있다는 사실. 나는 해안이에게 대뜸 달려들다가. '아 언호' 라는 생각에 동작그만을 해버리고는 다급하게 언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빨리와." 하지만 언호는 다시 눈이 마주치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왠지 허탈해지는 기분. "....휴" 역시..괜한 짓이였나.? 신언호 신경쓰는거. \ "하나 둘 셋. 오케이." 찰칵. 거리는 카메라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스튜디오안.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때 느낀건건 무지 크다라는것 뿐이였다. 정말 입이 딱 벌어질정도로 큰 스튜디오안. 매니저오빠에 말씀으로는 화보촬영의 일부를 이곳에서 한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 나 뭐하고 있냐구? 원래는 카메라만 들고 나가려고 했으나. 이런곳은 처음 구경하는 나로선 신기했기에 조금만 구경하고 가자 라는 생각에 의자에 앉아있다. .. "언호 조금만 더옆으로. 응 카메라 보고. 오케이" 스튜디오에선 단체컷이 한창이였다. 개구진 표정의 은겸이. 긴 속눈썹이 매력적인 신혁. 눈매가 참 예쁜 언호. 여자보다 더 뽀얀 피부의 소유자 해안이. 안어울리는듯 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그들은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미친듯이(표현이 격하긴 하지만) 멋있었다. 저러니까 연예인하지. 달리 연예인이겠어. 나는 빛이 나는 그들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쪽으로? 아까부터 계속해서 매니저오빠를 붙잡고 징징대고있는 유가은쪽으로. "언호 좀 쉬게해요. 네? 아까부터 왜 계속 신언호만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저 사진작가는. 그만 좀 시키라고 해요." 아주 언호 마누라 납셨다. 납셨어. 귀찮아 하는 매니저오빠의 표정이 보이질 않는건지 아니면 가볍게 무시하고 있는건지. 아무튼간에 끈질기게 매니저오빠 팔을 흔들면서 징징대고 있는 유가은. "가은아. 언호만 시키는게 아니라 저자식이 자꾸 못하니까" "언호 힘든거 안보여요???" "휴 내가 얘때문에 미치겠네." 그때 그러니까 정말 미치겠다는듯 머리를 벅벅 긁는 매니저오빠의 짜증의 정도가 조금씩. 조금씩 높아질때즈음. "오케이. 수고했어요 다들" 유가은이 가장 기다렸을 사진작사의 목소리가 스튜디오안에 울려 퍼졌다. "진짜 더럽게 오래하네." 그러자 유가은이 살짝 매니저오빠를 흘기고는 언호에게 달려간다. 살짝 찡그리고 있는 언호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는 그녀. 이런거..정말 보기 싫다. 할수만 있다면 정말 눈을 감아버리고 싶어. 귀를 막아버리고 싶어. "나도 이제..가야겠다" 라면서 살며시 의자에서 일어섰다. 물론 유해안이 가져간 카메라를 소중히 한쪽품에다 껴앉고는. "언호야 어디가게." 그리고는 막 나가려던 참이였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하지만 그럴수 없었던건 내 발걸음보다 신혁오빠의 목소리가 더 빨랐기 때문이였다. 들려오는 그 소리에 나는 신혁오빠의 시선이 머무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그러면 가득 차. 눈에 내가 보기 싫었던 그 모습. 내가 가장 피했던 그모습. 유가은과 신언호의 다정한..그모습. "갈데있어." 혁이오빠의 말에 짤막하게 대답하는 그녀석. 유가은은 아무말없이 윗옷을 갈아입은 언호에게 목도리를 칭칭 감아준다. "갈데? 또?" 이번엔 은겸이가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언호의 대답은 아까와 같았다. "응. 갈데있어." "너희 둘이 연애해?? 왜 맨날 같이다녀?! 그것도 요즘들어 부쩍." 타악- 그때 촐랑거리는 은겸이를 한손으로 내리치는 해안이. "너는 맨날 여자랑 남자랑 둘이 붙어있으면 연애지?" "너는 맨날 심심하면 나한테 시비걸지?" "아..짜증나게 맞짱뜰래?" "영신이누나!!!!!!!!얘가 나 때릴라고그래!!!!!!!!"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이 스튜디오. 울상을 지으며 코디언니의 이름을 빼액 부르는 은겸이. 그런 은겸이를 보며 아 진짜 쪽팔린다 라고 중얼거리면서 해안이가 고개를 젓는다. 그와중에도 이햇살의 시선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지만. "신언호. 안추워?" "응 근데 숨막혀." "그래도 이거 해야지 따듯하지." 신언호 언젠가 니가 나한테 그런말 한적있지? 내 당당함이 좋다고. 근데 나 안그래. 하나도 안당당해. 당당한척 하는거야. 속으론 아니면서. 속은 정말 아파죽겠으면서. 질투나면서 괜찮은척..당당하게 구는거야. "오빠 그럼 우리 갔다올께. 언호 이따가 숙소로 보낼께" 속은 정말.. 아파..죽겠으면서 "유가은. 너 정말 맨날 언호데리고 나갈래? 그러다가 니네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어떡할꺼야." 유가은의 말에 신경질 적으로 소리치는 매니저오빠. 그러자 피식하고 웃으며 유가은은 '스캔들은 아무나 나나?'라고 중얼거린다. 짜증나. 저기집애 저렇게 웃는것도 예뻐. "다녀올께. 약속했잖아!!시간 내주기로. 안그럼 오빠 지금까지 맨~날 농땡이깐거 이른다!" "하여간. 협박은" "헤헤. 다녀올께" 그러고선 꼭 잡는다. 언호손. 너무나도 익숙하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그녀석손을 꼭 잡는다. "......." 신언호 이럴꺼면..기대하게 하지말지. 소중한사람이니..친구 아니라니 그런말로 작은 기대 품게 하지 말지. 딸랑♬ 다시 한번 종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다시 한번 보게된다. 언호 뒷모습을.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거 같다. "근데 저래도 되나. 진짜 기자나 팬들한테 걸리면 어떡해?" 다정하게 나가는 언호와 유가은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는 은겸이의 말에 매니저오빠는 손을 내저으며. "차타고 간다는데 뭐." 라며 대답해주신다. "차?" "응. 기사있잖아 쟤. 부잣집딸. 쓸데없는 소리말고 얼른 옷이나 갈아입어" "치 맨날 나만 미워해" 말을 마치곤 은겸이가 입을 삐쭉 내밀며 앞에 놓인 음료수를 들었을때. 그래 정확히 그때. 나는 발걸음을 겨우 뗄수 있었다. 문쪽으로. "매니저오빠. 그럼 저 갈께요." 몇걸음이나 옮겼을까. 인사는 하고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뒤돌아 선 나. 왠지 힘없다. "아 햇살씨 가시게요?" "네.." "그럼 다음 촬영때 뵈요!" 싱긋 웃어주신다. 나도 웃으면서 인사를 해야 하는데 도저히 안움직여. 얼굴 근육이. 웃는법을 잃어버린것 마냥. 그래서 웃는것 대신 고개를 끄떡여주고는 스튜디오를 나왔다. 문을열자 '딸랑' 하고 여지없이 들려오는 종소리 이곳 나오는데 정말 한참 걸리네. 닫힌 문을 보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힘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다시 한번 딸랑 하고 들리는 종소리. 뒤 돌아보자 보인건 왠지 화나보이는 해안이의 모습. "이햇살 거기서." 나는 그말에 옮기려던 발걸음을 멈추곤 녀석에게 말해. 무표정의 해안이에게. "응. 왜?" "넌.." "...?.." "신언호밖에 안보여?" 뜬금없는 해안이의 말에 자연스럽게 내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소릴 하려는걸까. 이녀석은 또. 나는 지금..많이 힘겨운데 언호 이야기라면. "무슨소리야.?" "니 눈엔 신언호밖에 안보이냐고." "......" "니가 신언호만 바라보는것처럼, 너만 바라보는 유해안은 안보냐구요." 얼굴만이 아니라 목소리도 화나있는 해안이. 녀석에겐 정말 미안한 얘기이지만. 이런이야기라면 듣고싶지 않다. 나는 가만히 해안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보여. 지금 내앞에 있는 사람 유해안이잖아." 근데 해안아 내마음 앞에 있는 사람은 언호래. 유해안이 아니라 신언호래. 나는 뒤엣말을 삼키고는 가만히 웃어보인다. 그러자 작은 한숨을 터트리면서 피식 하고 허탈하게 웃는 해안이. "왜 넌 맨날 이런모습밖에 안보여줘. 왜 내가 봐야하는 니 모습이 맨날 신언호 때문에 슬퍼하는 모습이야.?" "..앗..늦겠다. 다음에 얘기하자" 그럴수가 없어서. 도저히 해안이 눈을 마주칠수가 없어서 나는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뒤돌아섰지만. 단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는 해안이에게 손목을 잡히고야 말았다. 아프다. 손목. "놔줘 해안아." 그러자 안타까운 목소리로 나를향해 중얼거리는 그아이. "해줄수있는게 없잖아" "해안아" "그렇게 맨날 신언호 때문에 슬픈표정이면.." "......" 마음이 아파. 나도 아니까. 어떤 사랑인지. 어떤 마음인지 ..얼마나 아픈지. 그래서 더 슬프다. 나에게 이녀석은 "이햇살 나도.." "......" "봐주면..안될까?" 나는 안타까운 해안이의 목소리에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탁.탁 그리고 그때였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린건. 나는 누굴까? 라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돌리려 하는데 그럴수 없었다. 왜냐면. "............" 해안이가 그순간 그대로 내손을 잡아당겨 키스를..했기 때문에 이런거 싫어. 정말 싫단말야. 나는 안간힘을 쓰며 해안이를 밀쳐냈다. "유해안 뭐하는거..." 그리곤 신경질적으로 녀석에게 소리를 치려는순간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나는 그대로 굳어버리고야 말았다. "..이햇살.." 하... 언호네. 계단으로 올라왔던사람. 너였네 신언호. 나는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언호를 바라봤다. "...왜 나 화나게해" 그런 내게 신언호는 말한다. 처음 듣는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입술을 꾹 깨물며. #53 왜 화나게 하냐니. 그런말이 어딨어 신언호. 넌 왜 화가난건데? 라고 소리치고 싶은걸 겨우 삼키곤 나는 흔들리는 눈으로 언호를 쳐다봤다. 말 그대로 무언가 굉장히 화나보이는 언호녀석. 해안인 아무말없이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는 "미안" 이라고 중얼거리듯 나를 향해 말하는 해안이. 나는 그런 해안이에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유해안, 너 미워 지금 너 정말 미워. 언호만큼. 타악- "너 바보야?" 그순간이였다. 언호가 맞은편 내손목을 잡아버린건. 나는 잡힌 손목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언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도대체 왜 화가 난걸까. 도무지 모르겠다. 아니 알수가 없다. 이녀석 마음은 "뭐?" "왜 가만히 있어. 왜 멍청히 당하고 있어. 왜 나 짜증나게해. 왜 나..." 무언갈 말하려다가 그대로 그말을 삼키고야 마는 언호. 날 바라보는 눈동자가 흔들린다. 작은 한숨을 쉬다가 이내 언호는 한쪽 소매로 닦아준다. 내 입술을 조금은 거칠게 "아파 신언호."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날 그대로 내려보더니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는 언호. 아아. 천천히 가라고 신언호. 이러다가 넘어지겠어. "신언호!!!!!!!" 정말이다. 나 지금 정말 무지막지한 힘으로 잡아당기는 녀석 때문에 비틀 하고 넘어질뻔했어. 제기랄. 하지만 내 외침에도 멈추지 않는 언호녀석. "가자." "어딜." "아무데나." "........." "유해안 없는곳으로." 멍하니 서있는 해안이를 경계섞인 눈으로 노려보던 언호는 이번에는 유가은이 아닌 이햇살을 손을 꽉 잡고는 그곳을 나왔다. 아까 유가은이 이런기분이였을까? 따듯한 언호의 손. 그저 살짝 손만 잡았을뿐인데 무지 좋다. 기분이. "어? 언호야! 핸드폰 가지러 간...너 어디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건지 건물을 빠져나오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멈칫거리는 유가은. 하지만 신언호. 지금 이순간만큼은 유가은은 아무 상관없다는듯 그러니까, 그래 마치 보이지 않는사람인것 처럼 지나친다. "신언호!!!!!!!!!!!!!!!" 앙칼진 그녀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때까지. 언호는 내손을 잡고 걸었다. 처음보는 무서운 얼굴로. 그랬기에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어떤말도.. \옥상 [이거 보면 연락줘 -해안] [아까 정말 미안해.-해안] 해안이의 문자를 확인했지만 나는 답장을 보낼수 없었다. 왜냐구? 언호 때문에. 옆에 서있는 언호 때문에. 그래서 그냥 확인버튼만 누르곤 핸드폰 플립을 닫았다. 오랜만에 오는 숙소 옥상. 서늘한 바람이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콧등을 스친다. 그러고보면 진짜 오랜만인거 같애. 예전엔 무슨일만 있으면 이곳에 오곤 했는데. "아 맞다 신언호 핸드폰." 핸드폰 하니까 떠오른 언호의 핸드폰.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을 꺼내 언호에게 내밀었다. 아무말없이 핸드폰을 받아드는 언호. 하필이면 왜 또 생각나는걸까 [소중한사람].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글자를 나는 얼른 지워버렸다. "손 아프다 신언호. 너 때문에." 그리곤 말한다. 아까부터 아무말없이 서있는 언호에게. 하지만 이번에도 녀석은 아무말 없다. 혹시 이아이 알까.? 나 지금 이햇살. 자신이 옆에 있는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다는거. "기억나?" 그때. 아주 조심스럽게 열린 언호의 입. 난 뭐가? 라고 대답하고는 밤바람에 몸을 기댔다. "예전에 니가 여기서 했던말." "내가 예전에 했던말?" "응." "뭐?" "무슨일이 있더라도 잊지 않겠다는거." 언호 말에 나는 피식 하고 웃어 보인다. 뭐랄까. 놀랍기 보다는 기쁘다. 내말을 기억해줬다는것에 대해. '솔직히 니가 말한데로 영원할거라는건 나도 잘모르겠어. 그래도 분명한건 절대 무슨일이 있어도 잊지 않을거라는거야.' 그래. 그때 그랬었지. 정말 용기 낸 말이였는데 언호는 웃어주지도 않았어. 그래도 그때 손 잡아줬었잖아 신언호. 나 무지 떨렸었는데. 심장소리가 혹시나 너한테 들릴까봐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아? "응 기억나." 그때 기억이 떠오르자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웃음. 내 대답에 언호가 고개를 돌린다. 이햇살 쪽으로. 지금까지 계속 고정시켰던 밤하늘에서. 그러면 이쪽은 그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어 밤하늘로 고개를 애써 돌린다. 언호랑 눈 마주치는거 떨리는 일이니까. 무지. "지금도 그래?" "뭐가?" "잊지 않겠다는거. 아직도 그러냐구." "당연하지. 왜?" "그냥." 말을 마치곤 살짝 웃는 언호. 그리고 나서는 조용히 흘렀다. 침묵이. 이 따듯한 밤하늘과 무지 잘 어울리는 조용함이. "언호야." 이번에는 내가 언호를 불렀다. 용기 내서 시선도 그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당연하다는듯 뛰는 이햇살 심장. 부지런하기도 해라. 자동적으로 뛰네 신언호랑 눈 마주치니까. "나 하나만 물어볼게." "뭐?" "너..왜 화가 난거야?" ".........." 그제서야 묻는다. 나는. 아까부터 줄곧 하고 싶었던 그말을. 정말 용기 내서. 그러자 아무말이 없는 언호.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언호. 또 다시 마음을 닫아버린거 같은 언호. "우린 친구지?" 꽤 힘든일이였다. 신언호가 친구하자고 했던 그날 이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되버린 그말을 꺼내는건. 그래서 떨려 내 목소리. 그리고 심장이. "응."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나를 보더니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떡인다. 이로써 완벽한 확인사살. 기대도 희망도. 혼자 만들어낸 믿음도 모두 헛된일이 되버렸다. 언호는 널 사랑하지 않아 이햇살. 비참하게도 너 혼자만 하는 사랑이야. 이햇살.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호 마음은 변함없어 이햇살. 나는 내 자신에게 중얼거린다. 혹시 설마. 했던 내 멍청함을 탓하면서. "그럼 언호야." "어?" "부탁 하나만 할게." 보지 못하도록. 안쓰럽게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신언호가 절대 보지 못하도록. 이 비참함만큼은 제발 어둠이 가려주길 바라면서 나는 그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애에게. "이햇살. 울어?" 그러면 그애는 말해. 꽤나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아니." "울잖아." "오지마. 부탁할게 언호야." "..........." 그제서야 다가오려는 언호 발걸음소리가 멈췄다. "언호야." "응.." "우리 이제 모르는 사람 하자." 왜 아무말이 없어 신언호. 뭐라고 대답이라도 해봐. 난 정말 어렵게 꺼낸 말이라구. 그순간만큼은 정말 멈춘거 같았다. 옥상에 오면 한결같이 날 맞이했던 바람도. 이곳에서 조그맣게 들려오던 무언가 스치는 소리들도. 그리고 이햇살의 심장소리도. "싫어." 한참후 들려온건 언호의 단호한 대답.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모르는 사람 하자고 한건 나인대 왜 그 대답에 안심하는건지. 한심하다. 내자신이. 그래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난 지금 내 자신을 비웃는거야. 너무 바보같은 이햇살을. 언호 앞에선 너무 작아지는 이햇살을 "신언호." "한번만 더 그런소리 하면 진짜 화내." 그리고는 뒤돌아 서는 신언호. 나는 그런 녀석에게 소리쳐. 눈물섞인 목소리로. "거봐. 또야. 난 또 니 뒷모습밖에 안봐. 너 나 안좋아하잖아!! 그래서 난 맨날 니 뒷모습만 봐야 하는거잖아. 나 힘들어. 나 너무 지쳐. 니가 아무 의미 없이 베푸는 친절에도 하루종일 떨려해. 혼자 맨날 너한테 이런소리 하는것도 너무 비참하고. 내 자신한테도 화나." 싫어 언호야. 이제는 나 하루종일 니생각 하느라 잠 설치기도 싫고. 니가 한말 무슨뜻일까. 혹시 나랑 같은맘일까 하면서 기대 하다가 바보 되는것도 싫고. 넌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혼자만 질투하는것도 싫고. 너 하나만 담는 내 심장도 싫어. 미워.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어. "........." 난 마음이 너무 지쳐버린 모양이다. 아무말 없이 서있는 언호를 향해 나는 마지막으로 소리친다. "그러니까 제발..우리 모르는 사이 하자. 당분간만이라도. 내가 너 잊을때까지만이라도. 그때까지만이라도." 내가 헛된 기대 하지 못하게. 다른 생각 하지 않고 너 잊을수 있도록 "...하..." 언호의 허탈한 한숨소리가 옥상에 퍼지면. 갑자기 터져나오는 눈물. 안간힘을 쓰면서 울음을 삼켜 보지만 역부족이였다. 난 이렇게 힘든데. 넌 지금 어떤 표정일까. 어떤 표정으로 서있는걸까. "부탁..할게."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중얼거려 본다. 그리곤 다짐해. 이제 잊을꺼라고. 신언호. 그래서 마지막이라고. 니 뒷모습 보는거. 이제 정말 마지막. \다음날 "세상에. 어머..햇살아" "응? 엄마 왜그래?" "너 눈이..." 오늘은 엄마의 경악스러운 목소리로 아침을 맞이했다. 엄마가 일어나자마자 날 보고 '까아악' 하고 소리치는데 정말 순간 이곳이 콘서트장인줄 알았다니까. "내 눈이 뭐!!" 심드렁하게 대답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감으려고 숙였던 고개를 거울로 드는 순간. 그래 그순간이였다. "으아아아악!!!!!!!!!!!!!!" 그건 사람이 아니였다. 거울속에 비친 난 . . . 오늘 나는 새로운 사실을 두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울어서 사람 눈이 이렇게나 많이 부울수도 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쟤 쌍카풀 수술 한거야?" "아닌거 같은데. 눈좀봐 진짜 웃겨" 이런 눈으로는 절대 학교를 와서는 안된다는 사실이였다. #54 "울어서 그런거봐. 끔찍하게 부었다." 제기랄 진짜 미치겠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수근거림. 정말 할수만 있다면 한명 한명 입을 재봉틀로 확 꼬메버리고 싶었다. 간절히. 하지만 그럴 상황도. 그럴 힘도 없다는걸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나이기에 나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교실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힘없이 내 자리에 앉았다. 털썩 하고. '우리 이제 모르는 사람 하자.' 정말 우리 모르는 사람 된걸까? 나는 가만히 앉아서 어제 일을 생각해. 그러면 당연하다는듯 심장이 아파온다. 솔직히 말하면 나 후회하기도 한다. 언호한테 그런말 한거. 그냥 그런말 하지 말껄. 혼자서 아파할껄. 괜히 언호 신경쓰이게 한건가 하는 쓸떼없는 후회. "으아악 모르겠다!!!!" 쾅- 하고 책상에 고개를 밖자 모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반 아이들. 내 눈을 보자마자 저마다 푸하하 하고 웃어버린다. 그제서야 바보 멍청이 같은 이햇살, 아 맞다 라고 중얼거리며 손으로 눈을 가린다. 깜빡했다. 지금 나 붕어눈인거. 오늘 하루는 책상을 침대삼아 고개 숙이고 잠만 자야겠구나. . . 드르륵- 드르륵-. "야 이햇살!!!!" 드르륵- 드르륵- "야!! 이 미친 기집애야!!!" 정말이다. 오늘 하루는 정말로 고개를 들지 않고는 잠만 잘 생각이였는데 누군가 나를 강하게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내 계획은 무너지고야 말았다. 좋은꿈 꾸고 있었는데. 정말 깨기 싫었는데. 씨 스르륵- 난 그 엄청난 힘 때문에 저기 멀리 달아나 버린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두 눈을 찡긋 거리며 일어섰고. "야 너 눈 왜그래? 진짜 아 비위상해." 일어나자 마자 위와 같은 민지의 경악스러운 한마디를 들어버렸으니. "신경꺼. 왜 사람 자는데 깨우고 그래????"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려다가 결국 포기해버리곤 한쪽눈만 뜬채 민지에게 말했다. 그러자 혀를 끌끌 차던 민지가 한심하다는듯 입을연다. "너 아까부터 문자 엄청 온다고." 라고. 힐끗 핸드폰을 가리키는 그녀. 나는 그제서야 나머지 눈도 뜨고는 핸드폰 쪽으로 시선을 돌려. [문자메세지 5통] 민지의 말대로 핸드폰 액정에는 문자메세지가 5통이나 왔다는 신호를 깜빡 깜빡 이며 보내고 있었다. 아마 아까 잠결에 얼핏 들려온 소리가 진동 소리였던 모양이다. "아 맞다." 내가 막 핸드폰으로 손을 뻣으려고 할때였다. 민지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뭐가?" "너." "나 뭐." "어제 잠 못잤냐?" 응. 하나도 못잤어. 우느라고. 언호 때문에 우느라고. 그래서 침대 시트 다 적시느라고 하나도 못잤어. "아니. 왜? 잘잤는데 뭐" "근데 왜그래 오늘. 어째 오늘 하루종일 잔다. 지금 몇교신줄 알아? 5교시야. 5교시. 이제 6교시 시작이라구." 벌써 5교시나 됐나. 정말 정신없이 잔 모양이네. "그래." 건성건성 대답해주고는 다시 핸드폰으로 손을 뻗으려는 순간. 다시 한번 들려오는 민지의 목소리. "아 맞다!" 이 기집애가 진짜. "또 왜! 왜!!" "너 무슨 좋은꿈 꿨어?" "어..?왜..?" "계속 자는 내내 미친년처럼 웃길래. 난 너 정신병자 된 줄 알았어." "............." 웃고있었다구? 그말에 피식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바보같은 이햇살은. 그 꿈 꾸면서 웃고 있었구나 내가. 라는 생각에 "왜 웃어? 무슨꿈 꿨는데!!!응?" 자꾸만 성가시게 졸라대는 민지를 보며 나는 대답대신 웃었다. 그리고는 입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한 그 대답을 마음속으로 대신 외쳤다. '언호꿈..' # 내가 핸드폰 문자를 확인한 시간은 6교시를 알리는 종이 치고 난 뒤였다. 민지랑 이야기 하다보니까 핸드폰 확인을 깜빡한 탓이였다. 그나저나 도대체 이 문자 뭐야? [야] [미치겠다. 오늘 날씨 왜이래. 추워] [안나오면 쳐들어가겠다. 빨리나와라] [하하. 장소는 학교 뒤 창고쪽이] [다. 빨리 나와. 오래 못기달려] 차례차례로 5개의 문자를 확인한 나는 아까부터 빤히 핸드폰 액정을 쳐다보고 있지만 답이 나올 리가 없다. 모르겠다. 이게 누군지. 게다가 번호도 '1004' 다. 유치하게. 내 주위에 유치한 사람들이라곤 은겸이하고 해안이뿐인데. 그럼 혹시 은겸이? 해안이? 하지만 그럴리는 없다. 개네들이 우리 학교 뒤에 왜 있겠어. 그럼 누구지? 다시 한번 문자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 알았다! 이문자의 비밀! "야 미안하다..?" 다섯 개의 문자 첫글자만 하나하나 읽어보면 나오는말. '야 미안하다' "........." 중요한건 도대체 누가 나한테 이런 문자를 보낸거냐구. 도대체 누가. 드르륵- 그때 교실문이 열린다. 살짝 고개를 들어서 보니 수학선생님이다. 짜증나게 일어나자마자 수학이라니. 난 인상을 찌푸리다가 책을 폈다. 그리고는 핸드폰 액정을 닫으려다가 이내 멈칫 해버렸다. "그래도..." 한번 나가볼까? 창고쪽으로. 밑져야 본전일테니까. 누군지 궁금하잖아. 타악- "선생님!!!" 생각이 여기 까지 닿자 나는 망설임없이 일어섰다. 그러자 안경을 치켜세우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수학선생님. "뭔가?" "저..저기" "뭐.?" "저 똥 좀 싸구 올께요!!!!!!!" . . . \학교뒤. '이햇살! 똥~쟁이.' '똥~순이. 똥똥 순이순이~' '학교와서 할 일없이 똥만 싸는년.' 내 잊지 않겠다. 내가 나가자마자 쑥덕쑥덕 하지만 행여 내가 못들을까봐, 크게 소리쳤던 김민지를 비롯한 너희들의 목소리를. 절대로 "죽일년들! 누누이 말하지만 우리반은. 엄연히 합반이라고!!! 남녀 합반!" 이러다가 정말 나. 남자애들한테 똥순이로 찍히는거 아니야? 아우 끔찍하다.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열었다. 분명히 학교 뒤 창고라고 했는데.. 왜 없는걸까.? 혹시..!!! 이거 저주문자 같은건가? 몇걸음 더 가려다가 창고쪽에 아무도 없는거 같아 나는 발걸음을 돌린다. 역시 장난문자였나보다. 괜히 신경썼네. 똥쟁이만 되고. "이거 확 신고해버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뒤돌아 서서 걸음을 옮기려는데. 타악- 하고 창고 문쪽에 숨어있던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아 당겼다. 그바람에 나, 그사람한테 안길꼴로 어정쩡하게 서있게 된다. "꺄아아악!! 당신 누구야!!!!!!!" 납치? 살인범? 강간범? 도둑놈? 어떡해. 나 진짜 어떡해. 죽일껀가봐. 죽나봐 나. "........." 아무말이 없는 낯선 사람. 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더욱 세게 안는다. 어떻해 할까. 정강이를 차버릴까. 팔을 물어버릴까. 진짜 어떻게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단 10초) 나는 그사람한테 소리쳤다. 무지 떨리는 목소리로 "후회 할껄 너. 나한테 이러는거." "........." 그러자 빤히 그사람의 시선이 느껴진다. 얼굴을 보고 싶은데 모자로 가려서 안보여. 사실 볼 자신도 없다. "너 이자식 내가 누구딸인줄 알아??? 누구 딸인줄 아냐고!!!!!!" 피식. 그러자 웃는다. 이 낯선사람은. 그리곤 묻는다. "누구 딸인데." "..........그..그건." "그건?" 에씨 이자식이 진짜!!! .. ........... .. "우리아빠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갑자기 하하하 하고 웃는 그사람. 그제서야 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곤 다시 고개를 들어 용기내서 그사람 모자를 벗겨버렸다. "....하..너..!!!!!!!!" 누가 내게 그랬던것처럼 난 바보 맞다. 아니 난 바보야. 이 흔한 목소리를 눈치채지 못하다니. 황당해하는 날 보더니 씩 하고 웃으며 그제서야 날 놓아주는 그사람. 아니. 해안이. 유해안. 이런 빌어먹을. "안녕. 이햇살!"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한쪽손을 흔들어 대는 녀석. 이 정신나간 녀석에게 내가 해줄말이라곤 딱 하나밖에 없다. "미쳤구나 너.." 이거 하나. "야 왜 이렇게 늦게와. 죽는줄 알았잖아. 들킬까봐." "너 진짜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와 어디라고!!! 너 이러다가 팬들한테 깔려 죽으면 어떡할려고 그래???" "그럼 어떡해. 이햇살이 내문자 다 씹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찾아와? 니가 평범한 사람이면 말을 안해 말을. 행동 하나하나 이슈가 되고, 기사가 되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델 찾아와. 그것도 혼자 무턱대고. "유해안. 나 너 보기 싫어." 한숨을 푹쉬고는 다시 해안이에게 모자를 돌려줬다. 그리곤 돌아서려는데 다시 한번 해안이가 내 손목을 붙잡는다. 이번에는 살짝. 아프지 않게. "미안해. 미안하다고 했잖아!" "나 너한테 실망했어." "알아. 그래서 온거야. 자!" 그리고는 별안간 내쪽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내앞에 왼쪽뺨을 내민다. 할튼간 유해안. 진짜 피부 한번 더럽게 좋아. 여자보다 뽀얀게. "어.어쩌라구!" "때리라구. 나 어제 미웠던만큼 때려" "뭐..?" "나 어제 맞을짓 했잖아." 웃기지도 않아. 유해안. 이러면 내가 안때릴꺼 같애? 나는 빤히 해안이 왼쪽뺨을 올려다 봤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짝- 하고 녀석의 뺨을 때렸다. 물론 무지 세게!! 가 아니라 아주 살짝. #55 "한번만 더 그래봐 유해안. 진짜 가만 안둬!!" 툴툴거리는 나를 보다가 피식 하고 다시 웃어버리는 해안이. 그리고는 숙였던 얼굴을 들고는 말한다. "그래도 나 별로 안미운가보네. 이렇게 살살 때리고." 세게 때릴걸 그랬어... 아무리 생각해도. 후회된다. 후회된다. 다시 한번 고개 숙이면 진짜 어퍼컷으로 날려버릴거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장난하지말고. 이제가." 쭈욱 손으로 해안이를 밀었다. "화 풀린거지?" "응." "에이 거짓말." "화 안풀면 어쩔껀데?" "어쩌긴. 화풀때까지 놀아야지." 말을 마치고는 모자를 푹 눌러쓰는 해안이. 그순간 그 모습이 언호 같다고 느꼈다. 언호 맨날 그랬는데. 어디갈때나. 웃을때나. 슬플때나. 늘 자기 얼굴. 자기 표정 숨길려고. 누구도 보지 못하게 모자 푹 눌러쓰곤 했는데... 왠지 모르게 씁쓸해진다. 이러면 안돼는거 아는데도. 해안이 앞에서 자꾸만 언호가 생각났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지우기 위해서. 신언호 생각 안할려고. "웃긴다. 나 빨리 가봐야 하거.... 야!!!!!유해안!!!!너 거기 안서? 내놔! 내노라구!!!!!" "뺏어. 자신있으면!" 어느새 재빠르게 내손에 들린 핸드폰을 가로채고는 저만치서 흔든다. 정말 감당이 안돼 유해안은. 저러다가 진짜 팬들한테 걸리면 어쩔라구. 몇걸음 걷다가. 해안이가 도저히 돌려줄 기세가 아니라는걸 깨달은 나는 두손을 번쩍 올렸다. "항복. 알았어. 항복이야!" "진작 그럴것이지." 그리고선 웃는다. 그러고보면 해안이 웃음은 언호 웃음이랑 다른거 같다. 해안인 약간 시원한 느낌이고 언호는 어쩔땐 어둡고 어쩔땐 개구지니 웃음. 아. 또 생각해버렸다. 안하기로 해놓고 언호생각. "이제 빨리 줘!" "나 심심한데" 뺀질거리지 말라구 이자식아. 난 어쩌라고 라는 식으로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나 도망온거라서 할짓도 없어." "도망왔어?????? 미쳤구나 너 진짜!!!!" "놀자." "미쳤...뭐?????" "놀자 햇살아!!!" 그순간 난 생각했다지. 분명하다고. 이녀석 미친게. \아스크림집. "아니야. 혼수상태 유해안이 미쳤다고 여길오냐?" "하긴 그렇지?" "개네 요즘 정신없이 바쁘잖아. 이런델 왜와. 그것도 저 호박같이 생긴 여자랑." "근데 저 여자애도 낯이 익어 좀." "저 호박이? 난 저런것들 보면 열받더라.지 주제를 알아야지!" 빠직-. 왠만하면 참아줄려고 했는데 호박같이 생긴에서 도저히 못참겠다. 대놓고 수군거리는 종업원들에게 한마디 할려고 일어서려는데 모자를 푹 눌러쓴 해안이가 내 손을 잡고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진짜 저것들 유해안 때문에 산거야. 유해안이 만약 말리지 않았으면 니들 오늘 호박으로 팩할 날이였다구!!! 난 가만히 그녀들을 노려보다가 앞에 놓인 아스크림을 퍽퍽 떠먹었다. 하여간 유해안! 이러자고 온거지? 이러자고! "진짜 오랜만에 온다. 이런데. 그것도 이렇게 여자랑" 하지만 해안이는 내가 이런 창피를 당하던 말던 아무런 신경이 쓰이지 않나보다. 여기 저기를 둘러보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유해안. 나는 괜히 열받아서 아스크림을 더욱 퍽퍽 떠먹었다. 아씨. 터지겠다 이러다가. 내 입. 아스크림으로 가득차서. "야. 너 아스크림 못 먹다가 죽은 귀신 붙었냐? 왜 이렇게 여자애가 추잡하게 먹어." "그래! 귀신 붙었다!!!" "인마. 입에 있는것좀 먹고 말해." "싫어!!!!!" 괜스레 소리치고는 다시 입에 아이스크림을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나 왜 괜히 심통나지? 유해안이랑 다니니까 내가 너무 작아보여서 그런가봐. 다니는곳마다 숙덕숙덕거리니까. "어어?." 그때. 그러니까 내 입에 아스크림이 차다 못해 넘치기 바로 일보직전인 바로 그순간. 별안간 내쪽으로 손을 뻣는 해안이. 순간 어어? 거리며 주춤 했다. 스르륵- 그러자 그런 나를 비웃듯 손가락으로 내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닦아주고는 다시 자리에 앉는 녀석. 괜히 혼자 오바했다. 나. "병신. 이제 안그래." "뭐.뭐가!" "어젠 진짜 미안. 너한테 키..스한거" 살짝 고개를 수그리는 해안이. 아이스크림을 먹다 말고 나는 가만히 수저를 내려 놓는다. 솔직히 말하면 어제 해안이가 너무 미워서 다신 보고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었다. 날 함부로 대한다는 생각에 기분도 나빴고. 무엇보다 내가 언호 좋아하는거 뻔히 알면서 언호앞에서 그랬다는것도 화났다. 하지만 지금 난 그 기분나쁜 감정이. 미칠만큼 났던 화가 모두 가라앉았다. 왜냐구? 그건. 해안이 말에서 진심을 느꼈기 때문에. "알았어. 진짜 맹세. 화 안낼게" 나도 알아. 유해안 니가 얼마나 짜증나는 사랑 하는건지. 내가 해봐서 알아. 너도 나랑 같은마음이겠지? 나처럼 이렇게 죽을만큼 아프겠지? "진짜지?" 그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응!!!" "고맙다. 나 진짜 어제 하루종일 못잤어." "또 뻥깐다." "진짜야!!" "다 걸고? 나 진짜 나가버린다?" "사실 좀 자긴 잤어." 말을 마치곤 베시시 하고 웃어보이는 해안이. 나는 놓았던 숟가락을 들고는 녀석에게 말한다. "먹자.." "야 표정이 왜그래? 나 웃는거 안이뻐?" "해안아." "어!!!왜!" "수저로 긁어버린다." "나쁜년." "푸우웁." 순간 웃음이 터져나와서 아스크림을 모두 뱉어버린 나. 그순간 내가 느낀거? 정말 더럽게 쪽팔린다는거. 그거 하나다. 내입에서 나온 아이스크림은 고스란히 해안이 앞자리로 분출되고야 말았고. 해안이는 그 아이스크림을 보더니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또 한소리 듣겠구나. 라는 생각에 불안한 눈으로 해안이를 바라보자. 내 예상과는 달리 피식 하고 웃어보이는 그녀석. 뭐야? 왜 화안내지? "왜 화 안내?" 평소 같으면 이 칠칠맞지 못한 기집애야! 라는 말부터 먼저 날라왔을텐데... 너무 조용한 녀석의 모습에 괜한 불안함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불안함이 쓸데없는 걱정이란걸 알아버렸다. "이제 화 안내." "왜?" "많이 웃어줄라구." "우웩. 느끼해" "그래야지 우리 이햇살 많이 웃지." 진심이다. 지금 해안이말. 눈으로. 마음으로. 귀로 느껴져. 저말 진심이라는거. "고마워." 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한다. 또 다시 바보처럼 터져나올것 같은 눈물을 삼키면서. \ 지금은 아이스크림집을 나와서 시내 걷는중. "유해안 아냐?" "에이 설마. 닮은 사람이겠지." "아냐 맞는거 같은데??!" "유해안이 미쳤다고 지금 여길 왜돌아다녀. 괜히 망신당하지 말고 가자" 점점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많아지는걸 느낀다. 나와 같이 그걸 느꼈는지 모자를 더욱 푹 눌러쓰는 해안이. 안돼겠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들키겠어. 사람들한테. "유해안." 나는 해안이를 불러 세웠다. 아까부터 고개만 숙이고 있던 해안이가 그제서야 얼굴을 든다. "왜.?" "더이상은 오바야. 이제 가.!!!" "나도 살짝 불안불안 하다." "그니까 얼른 가라고!" "그래도.." 유해안이 살짝 말끝을 흐리며 아쉽다는듯 입을 열었던 그때. 그래 바로 그순간이였다. 즐거웠던 데이트가 악몽으로 바뀌려고 한 그 순간. "말도안돼...유해안이야!!!!!!!!!!!!!!!!!!!!!!!!" "혼수상태 유해안이라구!!!!!!!!!!!!!!" 이럴줄 알았다. 이럴줄 알았다구. 아까부터 우리를 힐끔힐끔 의심섞인 눈초리로 쳐다보던 중학생 2명이 해안이가 고개를 들자 기다렸다는듯 소리쳤다. 맙소사. "오빠!!!!!!!!오빠!!!!!!" 그 두명이 소리치자 순식간이였다. 다른 사람들까지 몰려드는건. 제기랄 이라고 낮게 중얼거리는 해안이. "유해안" "어." "튀어!!!!!!!!!!!!!!!!!!" 나는 그런 해안이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진짜 죽을힘을 다해서. 살짝 뒤를 쳐다보니 그런 나를 향해 눈에 불을 키고 따라오는 팬들. 잡히면 진짜 죽음이겠구나.. "아씨 쪽팔려.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닥치고 빨리 뛰어!!!!" 장담하건데 정말 백미터 달리기 기록 잴때도 이렇게 열심히 안달렸다. 나. 이때는 정말 죽기 살기로 뛰었으니까. 심장이 터질것 같이 빠르게. . . . "아 진짜. 겨우 따돌렸어." 위에 해안이 말처럼 정말로 겨우 따돌렸다. 팬들을. 아니 따돌렸다는 표현보다는 우리가 숨어버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 건물안으로, 그나저나 심장이 정말 터져버릴거 같다. 목까지 찼어 진짜 숨. 그랬기에 나. 유해안에 말에도 아무 대답없이 거친 숨만 토했다. 진짜 힘들어..힘들어 죽을거 같애. "그..하아..그러니까 너때문..하아" 말도 못하겠다. 너무 힘들어서. "아 진짜 근데 어떡하지? 여기서 어떻게 나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두리번 거리는 해안이. 진심으로 묻겠는데 넌 정말 하나도 안힘든거야? 난 진짜 죽을거 같은데. 숨차서. "전화..해!! 내 전화기 주고!!!" "누구한테?" "매니저오빠한테!!!!" 가까스로 뱉은 내말에 아 그러면 나 죽는데. 라면서 투덜대는 해안이. 그러면서도 고지 곧대로 휴대폰을 들어 단축번호를 꾸욱 누른다. 이순간에도 내가 궁금한건 저녀석한테 매니저오빠는 몇 번일까? 하는 쓸떼없는것들. "형..아 진짜 소리 지르지말고. 응. 나 지금 여기..어디냐면. 아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아 하나 더 추가하자면. 매니저오빠한테 이제 이 대책없는 아이가 얼마나 혼날까. 라는거 정도? 잠시후. 정말 신기하게도 10분만에 건물앞으로 혼수상태 벤이 도착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연락 안돼는 해안이를 한참을 찾았다고 한다.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이세끼야. 너 진짜!!!!!!!!" 반쯤 창문을 열고는 다짜고짜 해안이에게 화를 버럭 내시는 매니저오빠. 그러다가 옆에 있는 나를 보더니 어색하게 웃으신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곤 "죄송합니다." 라고 했다. "니가 뭐가 죄송해?" "조용히해 유해안." "뭐가." 나는 지금 후회한다. 진심으로. 아까 이 뺀질이한테 어퍼컷을 세게 날리지 못한걸. "빨리 타 세끼야. 늦었어" "오케이!" 매니저 오빠 말에 고개를 끄떡이면서 자연스럽게 내손을 잡고는 걸음을 옮기려는 해안이. 뭐.뭐야? 나는 움직이지 않은채 그애를 빤히 쳐다봐. "왜?" "뭐가 왜야?" "나 왜?" "그럼 여기 있을래?" "당연하지." "그냥 타고가. 데려다줄게" 그리고는 다시 내 손을 잡은채 벤 문을 여는 해안이.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고 버틸려고 했지만 그럴수 없었던건 해안이의 힘이 무지 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해안이가 벤 문을 열때까지 그 옆에 있을수밖에 없었다. "하이루!" 벤 문을 열자마자 방긋방긋 웃으며 소리치는 은겸이. "아 씨 디질래? 씨껍했잖아!!" 그래 은겸아. 지금껀 진짜 압박이였어.. 해안이 말에 은겸이가 입을 삐쭉 내밀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내 해안이와 내가 벤안에 타자 타악- 하고 문을 닫는 은겸이. 매니저 오빠도 우리가 탄걸 확인하고는 다시 차에 시동을 거신다. "오빠!" 그리고 그때 들려오는 소리에 난 생각한다 이차 괜히탔다고. "왜.?" "언호 아무것도 못먹었는데. 가서 먹을것좀 사오면 안돼?" 깜빡 잊었다. 이곳에 혁이오빠도 은겸이도 그리고 언호도 있을꺼란 사실을. 하지만 진짜 이건 예상도 못했어. 유가은도 같이 있을줄은. 살짝 언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듯 핸드폰 게임에 열중인 녀석. 아..그래 우리 어제부로 모르는사람 됐지?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또 다시 유가은이랑 다정히 있는 언호 모습. 솔직히 말하면 화나고 기분나빠. "지금 그럴시간 없다. 가 은아. 햇살씨랑 너 데려다주고 얼른 가야해." "아 나도 배고픈데!!!" 은겸이까지 거들자 핸들을 잡은 매니저오빠의 손이 그제서야 내려갔다. 휴 한숨을 쉬며 차 문을 여는 매니저오빠. "알았다. 조금만 기달려" 콰앙- 하고 문이 조금은 거칠게 닫혔다. 그러고보면 매니저오빠 정말 착해. 많이. "근데 있잖아." 그렇게 꽤나 뻘쭘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을 무렵. 은겸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향해 묻는다. 반사적으로 힐끗 언호를 보니..여전히 날 쳐다보고 있지 않다. 그녀석 대신 옆에 있는 유가은만이 나를 노려보고 있을뿐. 신언호. 아무렇지도 않지? 나도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은척 할꺼야.. 너 정말 많이 밉다. "응." "너희 둘이 연애해? 해안이랑 햇살이랑." "아씨. 한은겸 너 진짜" 은겸이에 장난스러운 말에 이번엔 진짜 못참겠다는듯 일어서서 은겸이를 때리려고 하는 해안이. 이번에는 내가 그런 해안이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곤 말했다. 정확히 언호쪽을 보면서. .. "응. 사귄다. 우리 둘이." #56 모르겠다 나도. 갑자기 왜 그런말을 불쑥 꺼냈는지. 솔직히 말하면 왠지 모르게 억울했던거 같다. 나는 정말 하루종일 울었는데.. 언호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니까. 또 유가은이랑 둘이 붙어있으니까. 질투하는거냐고 누가 묻는다면 아마 그게 맞다고 대답할거다. 난. "뭐? 니네 둘이 사귄다고?" 언제나 거슬리는 유가은의 목소리에 나는 그저 대답만 끄떡였다. 아무말이 없는 해안이. 그리고 언호. "진짜????진짜로? 정말로?? 혁이형!!얘네 사귄대!!!" 은겸이의 신난 목소리만 차안을 가득 메울뿐. 그뒤론 침묵이였다. 차안은. 미쳤어. ..나 진짜 왜 이정도밖에 안돼는거지. 유치해 이햇살. 진짜 너 유치해. 왜 쓸떼없는말을 꺼내서. 결국 두사람한테 상처줘버린거잖아. 내 자신하고. 유해안하고. "......." 해안이의 흔들리는 동공에 결국 고개를 돌려버리는 나. 애꿎은 창문만 바라본다. 드르륵- 그때, 봉지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운전석 문이 열리곤 먹을것을 한가득 가져온 매니저오빠가 등장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지 많다. 봉지가 터질꺼 같애. .. "자, 여기 먹어. 대충 초밥하고 롤 몇개 사왔어. 일단 이걸로 떼워라." 그리곤 앞좌석에 앉은 혁이에게 한봉지를 주고 뒷좌석에 우리들에게 두봉지를 건내는 매니저오빠. 멈칫멈칫. 너무 어색해진 분위기에 맨처음엔 아무도 받으려고 하지 않다가 은겸이가 '아싸!!'라면서 봉지를 받아들었다. 잠시후. 혁이오빠와 은겸이가 봉지를 뒤적이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부스럭부스럭. 하고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차가 아까처럼 고요했더라면. 나 진짜 무지 민망했을꺼야. "햇살아. 너도 하나 먹어!!" .. 그때 은겸이가 한쪽손으로 내민 초밥 한상자. 나는 안먹는다고 고개를 저으며 받지 않을려고 했다. 먹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먼저 그 초밥상자를 옆에 있던 해안이가 받아버리는 바람에. 이도 저도 못하게 공중에 떠버린 내 손. ...아.. 이럴땔 보고 쓰는말이구나 진짜 더럽게 뻘쭘하다는말. "먹어. 이햇살" "어?" "아이스크림밖에 안먹었잖아. 입에 쑤셔 넣어." 그리고는 초밥 하나를 무작정 내 입에 넣어버리는 해안이. 그바람에 입안이 초밥으로 꽉 차버린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저 녀석의 말대로 초밥을 열심히 씹어먹을뿐. 나 밉지도 않나. 멋대로 거짓말 했는데. 그래서 분명 너 상처받은거 아는데. 눈 흔들린것도 아는데. 유해안 끝까지 왜 나 챙겨줘. 이러면 내가 더. 미안하잖아. "너도 먹어." 솔직히 말하면. 너무 고마웠다. 해안이가 못된 생각이라는거 아는데. 내가 어떻게 하던간에 이렇게 늘. 날 감싸주는 해안이가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그순간 웃는게 예쁘다는 해안이 말이 떠올라 억지웃음을 지으며 해안이에게 초밥 하나를 건내자. 피식하고 웃으며 받아 먹는 해안이. 나 억지로 웃는거 모른척 해줘서 고마워. 유해안 그런 해안이를 보며 나도 따라 웃었다. "우~~~닭살이다." 그리고 그때 볼멘소리로 중얼거리며 다시 입에 롤 하나를 가득 넣어버리는 은겸이를 보고는 난 생각해. 넌 정말 일등 먹을꺼라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에. 그것도 단독1등. 부시럭- 은겸이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을 무렵. 다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유가은이다. "언호야 초밥은 먹지말구. 롤 먹어 이거." "...싫어." "먹어. 응?" "싫어." 아무말없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언호에게 롤을 먹이려고 안간힘 쓰는 그녀. 하지만 뺀질이 신언호는 싫다는 말만 벌써 2번째 반복하면서 먹기를 거부하고 있다. 아무것도 못먹었다면서. 신언호 뭐하러 또 이런데 고집을 부려. 고집은 쎄가지구. "............" 아니다 이햇살. 차라리 신경쓰지 말자. 저 둘 없는사람인것처럼 생각하자. 괜히 혼자서 유치해지지 말자.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나는 재빨리 그곳에서 시선을 접었다. 언호쪽에서. 그리고는 해안이가 내미는 초밥 하나를 다시 입에 넣었다. "내가 주는거라서 맛있냐?" 아무말없이 잘 먹는 나를 보면서 뿌듯한듯 해안이가 말했다. 그러면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떡여. "응." "병신. 원래 잘생겨서 그래." 실없는 해안이의 말에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는 나. 대답 대신 열심히 초밥을 먹었다. 근데 있지 해안아. 사실 이 초밥맛 무슨맛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냥..그냥 체할거 같아. 마음이 아파서 그런가? # "햇살씨. 그럼 잘가세요!!!" "네. 태워다 주셔서 고맙습니다..!!" 창문으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내는 매니저 오빠. 나는 그런 오빠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냈다. "이햇살. 문자 씹지마!!" 그러자 이번엔 살짝 열린 창문으로 소리치는 해안이. 진심으로 말하겠는데. 해안인 정말 개념이 없는거 같다. 저러다가 진짜 팬들한테 걸리면 어떡할라고 그러는걸까? 하긴. 오늘일도 기사 안나면 다행이지. "알았어.!!" 덩달아 손을 흔들고는 웃어주자 그제서야 벤 창문이 닫혔다. 까매. 선텐되어서 그런지 안이 하나도 안보인다. 난 까만 창문을 느릿한 시선으로 응시하다가. 이내 집 쪽으로 뒤돌아섰다. \집 한 3시간이 지난거 같다. 그러니까 혼수상태 벤에서 내리고 난뒤 집에서 보낸 시간이. 씻고..잠을 잘까 하다가 지금은 엄마랑 같이 밥먹고 티비를 보는중인데. 하필이면 또 티비에 나오는게 왜 혼수상태야.? "햇살아. 너 쟤네랑 같이 촬영한댔잖아." "어? 응." "어떠니? 보통애들이랑 똑같아? 어린애들이..참 너무 일찍 사회에 나왔어." 티비에서 나오는 혼수상태를 나와 함께 보던 엄마가. 딸기 하나를 입에 물고 내게 별안간 물으면. 나는 아무말없이 딸기를 집어 먹는다. "응? 왜. 안친해?" 그러자 더욱 궁금하다는듯 나를 포크로 쿡 찌르는 엄마. 근데. 하고 많은것중에 왜 하필 포크야? 따갑게. "그냥 뭐 그렇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뭐가 그래?" "뭐가 그러긴..그냥 그렇지." "하긴 우리딸이 뭐가 이뻐서 저런애들이 친구해주겠어. 안그래?" "엄마!!!!!!!" 꽥 소리를 지르자 '기집애가 왜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 라면서 능청스럽게 딸기를 집어먹으며 웃는 이햇살의 어머니. 김경자씨. 엄마는 맨날 이런다. 아빠가 돌아가신날부터..나한텐 엄격한 엄마는 없다. 이렇게 맨날 장난치고 같이 웃고 떠드는 친구같은 엄마. 한참을 딸기를 입에 넣은채 웃어대는 엄마를 빤히 보던 나는. 나즈막히 엄마를 불러. "엄마..!!" "응?" "만약에. 만약에 있잖아." "응. 만약에 뭐!" 만약에..내가 저 중 한명을 정말 죽어라 좋아하면. 진짜 쟤 없으면 안돼고. 쟤 밖에 안보이면. 근데 그게 팬으로서가 아니라. 진짜..사랑이라면 어떡할꺼야? "아..아니다. 나 이제 잘래. 피곤해!!" 하고 싶은말을 결국은 하지 못하고는. 어정쩡 일어서버린 나. 엄마의 눈이 그런 나를 따라가다가 내 눈에 멈췄다. "이햇살. 어머 너. 울어??" 정확히 말하자면. 벌써부터 그 나쁜놈 생각에 눈물이 맺혀버린 못난 눈으로. "아냐. 졸려서 그래..!!후암. 졸려!! 하품했더니 이러네. 그럼 엄마. 나 먼저 잘께!!" .... 괜스레 하품하는척을 하면서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찰크닥 하고 문을 잠그곤 방문에 기대. 눈을 감아버린다. 아무것도 볼수 없도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그제서야 기다렸다는듯 참았던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왔다. "........." 엄마. 엄마딸. 지금 진짜 큰 병에 걸렸어. 이게 언제 나을지 모르겠는데. 그거 때문에 지금 너무 힘들어. 맨날 그래서 울어. 근데 더 힘든건. 끝이 안보인다는거야. 끝이 안보여서. 그래서 더 힘겨워서 엄마 딸. 이렇게 아파해. 이게 무슨병이냐구? 나도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구. ".........." 지독한 짝사랑이라고. 드르르륵. "...응..?" 그때. 책상에 놓아 두웠던 핸드폰이 진동 때문에 드르륵 거렸다. 뭐지? 라는 생각에 얼른 눈물을 닦고는 책상앞으로 다가간 나. 핸드폰 액정에 문자메세지 1개가 왔다고 깜빡인다. 누구지? 라는 생각에 핸드폰을 들려는 순간. 다시 한번. 드르륵. 하고 울리는 메세지. 하나가 더 왔나보다. 이젠 액정에 새로운 메세지 2통이라고 써있으니. 핸드폰을 얼른 주워들었다. 그리곤 확인버튼을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자. 뜨는 메세지 2통. 한통의 메세지의 주인공은 아까 벤에서 내릴때 예고했던것처럼 나한텐 너무나 고맙고 미안한 존재인 해안이였고 나머지 한통은. "신언...호?" 지금 내가 제일 미운 언호였다. #57 [이햇살. 괜찮냐? 난 괜찮아.] 따스한 걱정이 묻어져있는 해안이의 문자. 바보. 걱정했나보네. 나는 답장 버튼을 누르려다가 이내 그 경로를 바꾸어 확인버튼을 눌렀다. 왜냐하면 위에 있는 언호 문자를 보기 위해서. [집앞이야. 잠깐 나와줘. 할말있어] 잘못본건가. 싶어서 보낸사람 번호를 다시 확인해봐도 이건 맞다. 틀림없이 언호 번호가. 느릿느릿한 시선으로 나는 꽤 오랫동안 언호의 문자를 응시했다. 나와달라구? 왜? 또 나한테 무슨 상처를 줄려고. 무슨 기대를 줄려구? "............" 탁- 소리가 나게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무언가에 쫓기듯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버린다. 안나가. 신언호. 절대로. 이번엔 무슨일이 있어도 안나갈꺼야. 집 앞에 있다가 팬들한테 걸리던. 말던 신경도 안쓸꺼라구. 똑똑- "햇살아. 자니?" 방문을 타고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도 대답하지 않은채 눈을 꽉 감아버리는 나. 이대로 잠들어버렸으면 좋겠다. 언호 생각 안나게. 나는 지금..그녀석이 너무 밉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그때 다시 한번 요란하게 울려대는 진동소리. 더듬더듬. 침대위에 놓인 핸드폰을 들자 액정에 뜬 번호가 보인다. 이번에는 전화다. 언호 전화. 빤히 쳐다보다가 종료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리고는 내 두손에 의해 분리되버린 밧데리. 신경질적으로 침대 위에다가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 가슴이 답답해. 그것도 무지. . . . . 투둑.투둑.투둑. 그래 그소리였을거다. 아마. 겨우 든 내 잠을 방해한건. "아씨..!!" 침대에서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키자마자 보인건 내 방에 걸려진 벽시계. 시계는 정확히 1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3시간이나 지났네. 나는 3시간이나 잔 모양이다. 하긴 어제 울다가 잠을 못자긴 했으니까. "엄마!!!"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는 뭐 좀 먹을 생각으로 방문을 열려는데. 투둑.투둑.투둑 아까부터 내 귀에 일정하게 들려온 그소리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그대로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 비가 오고 있었다. 그 소리에 주인공은 사납게 내리는 비였던 모양이다. 진짜 많이도 내리네. 창문을 잠시동안 응시하다가 나는 방문을 열었다. "엄마!!! 뭐 먹을꺼 없어?" "응? 깻어?" "응..배고파. 과일이라도 먹을라고 나왔어" 아직까지도 티비 삼매경에 빠진 엄마 옆에 앉았다. 그순간까지도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들려오는 비소리. "알았어. 엄마가 금방 깍아다 줄게." 이번엔 베란다를 통해서 무서운 기세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멍하니 응시했다. "엄마." "응?" 내말에 달칵- 하고 부엌 불을 키며 대답하는 엄마. "비 언제부터 왔어.?" "음..그러니까 한 2시간 지났을려나? 1시간?" "아..그렇구나." 비오는거 정말 싫은데. 춥잖아. "뭐 깎아줄까? 사과? 배?" "사과요!" 나는 밝게 대답하고는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기분 나아졌나보네 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냉장고를 뒤적이는 엄마. 그러고보니 나 기분 나아졌나? 아까보다 훨씬 마음이 가벼운 느낌이다. ".......언...호.." 하지만 그 마음은 얼마 안가 또 다시 무거워 지기 시작했다. 꼭 물에 젖은 솜뭉치 마냥. 왜냐하면 "응..?" 잠시 잊고있었던 그녀석이 생각났기 때문이였다. "설마..아직도...??" "왜그러니?" 왜그러냐는 엄마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은채 나는 다시 그곳을 응시했다. 무서운 기세로 비가 쏟아지는 밤하늘로. 설마..아직도 기다릴까? "어머. 이햇살! 너 이 늦은시간에 어디가!!!"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는 달랑 가디건 하나 걸친채 다급하게 신발을 신고 집을 나와버렸다. "..짝짝이..." 하필이면 엘리베이터에 타고 나서야 그 신발이 짝짝이 인걸 알았지만. 그때였다. 짝짝이인 신발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때 땡- 하고 1층에 다왔다고 알리는 엘리베이터소리.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자 마자 느껴지는 추위. 정말 춥네 문이 꼭 닫혀있는데도. 얇은 가디건을 더욱 여미고는 출입문을 열자. 더욱 크게 들려오는 비소리에 나는 멈칫 하다가 주위를 둘러봐. "없네..." 아무도.. "하긴.." 지금 이시간까지 기다릴 리가 없지. 기다렸다간 당장 사람들이 알아봤을테니까. 어쩌면 거짓말이였을지도 몰라. 날 놀릴려고. 이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내가 또 우스워지기 시작했다. 또니까. 또. 언호를 신경쓰고야 말았으니까. 혼자서만 바보처럼. "........" 안나간다고. 신경 안쓴다고. 이제..뒷모습 보지 않겠다고.. 너..좋아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수십번 다짐했지만. 결국은 어쩔수 없나봐. 허겁지겁 니 걱정에 짝짝이 신발을 신고온걸보면. 나는 다시 피식 하고 웃었다. 오른쪽. 왼쪽이 다르게 신겨진 신발을 보고는. 이렇게 보니까 얘네가 꼭 나 비웃는거 같아. 그거봐 이햇살. 넌 못잊는다니까 하고. ".....신..언호..?"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뒤돌아 선 그순간이였다. 내 눈앞에 믿을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건. 잘못본건가 싶어서 한쪽손으로 두 눈을 비벼 보아도 여전히 아까와 같은 모습. "신언호!!!!!!!!!!" 언호였다. "늦게도 나오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살짝 고개를 들어 보이는 녀석. 비에 쫄딱 젖어 있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는.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창백한 언호의 모습. 설마...지금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었던거야? 진짜..로? 지금까지 이렇게 비 맞고 있었던거야? "............" 정말 많은말이 하고 싶었는데.. 먼저 울음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나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왜. 도대체 왜. 니가 여기서 지금까지 날 기다려. ..왜..? "이햇살. 나 진짜 죽을꺼 같아.." "뭐..?" "추워 죽겠어." 울고 있는 내모습이 보이질 않는건지. 장난스럽게 말하곤 비에 홀딱 젖은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는 언호. 부르르 떠는 녀석의 몸에 다시 한번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기다리면서 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뭘까.? "안오면 가지. 그렇다고 여기서 이렇게 기달려? 누가 보면 어떡할라고. 안오면 가야할꺼아냐. 아니면 아파트로 들어와있던가!!!!!!" 무작정 화가 났다. 지금까지 바보처럼 기다리고 있었던 신언호한테도. 괜히 고집부리며 나가지 않아서 언호를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만든 내 자신한테도. "카드 없어서 못들어 가던데." 라고 말하며 오랜만에 보는 웃음을 지으며 젖은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려고 하는 녀석. 그러자 한발짜국 반사적으로 물러 선 이햇살. "할이야기 있다며. 그거 해. 원래 들어줄려고도 안했지만.. 너 기다리게 한거 미안해서 그러는거니까." "응..." 짧은 언호의 대답. 그리고 내게 길게 머무는 녀석의 시선. 나는 그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려버렸다. "말해." 난 안믿어. 이제 너 안믿어 언호야. 그 래서 지금 니 따듯한 시선도 안믿기로 했어. 어차피 상처일테니까. "물어볼게..있어서" "뭔데?" "........" "뭐냐구 묻잖아." "해안이 정말 진심으로 좋아해.?" 하... 언호의 그말에 허탈한 웃음부터 나왔다. 그리곤 역시 내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녀석을 잊기로 마음 먹은것을 잘했다고 느꼈다. "어. 그말 할려고 부른거야?" 할수만 있다면 언호가 만약 이렇게 비에 젖지만 않았더라면 난 지금 당장 녀석의 뺨을 내리쳤을지도 모른다. "아니. 고맙다는말 하려고 왔어." 내 독기 서린 목소리에도 아무 미동없이 입을 여는 언호. 그래서 더 밉다. "하하. 뭐가 고마운데.?" "나 잊어줘서." "하......" 사람이 어떻게 사람 심장을 이렇게 짖밟아 놀수 있는걸까. 나는 그순간 처음으로 사랑이 무서워졌다. 그리고 미치도록 원망스러웠다. 고작 이것밖에 안돼는 녀석을 사랑해버린 내 심장이. "그래." 그렇게 허탈하게 웃고는 뒤돌아 서려는데 그때 타악- 하고 내 손을 잡는 언호. 그대로 당겨 나를 꽉 끌어 앉는.. 비에 젖은 언호. #58 "마지막이야. 정말 마지막." 착각일것이다. 분명 지금 난 착각하고 있는거야. 신언호 목소리가 떨린다는거 분명 착각일것이다. 추워서. 그래 추워서 떨리는걸꺼야. "놔..놓으라고 했어" "이젠.. 울지말고 웃어. 이햇살" ".........." "넌 웃는게 제일 예뻐." 말을 마치곤 날 놓아준다. 그리고 언호는 쓰고 있던 모자를 더욱 푹 눌러쓴다. 그렇게 뒤돌아 서려는 녀석을 이번엔 내가 잡았다. "나도 하나만 물을게." 이미 눈물로 지저분하게 번져버린 얼굴로. "나.....정말 안좋아해? 난 정말 아니야? 죽어도.? 내가 너 아니면 진짜 너 아니면 안돼는데 그래서 맨날 이렇게 심장이 아픈데 그래도.. 난 정말 안돼겠니." "..........." 이미 치유할수 없을정도로 망가져버린 사랑으로. "말해봐. 정말 죽어도..난 아니야..?" "응."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떡이는 언호. 그제서야 난 완벽히 녀석을 놓아주었다. 그녀석의 손도. 그녀석의 마음도. 모두. "알겠어. 이제 잊어줄게." 어쩌면 너무나 이기적이였을지 모를 내 사랑으로부터. "미안.." "아니. 나 이제 속이 후련해. 이제 정말 잊을수 있을꺼 같아. 고마워 신언호. 나 이제 정말 행복할꺼야. 잘가. 배웅은 안한다. 갈게." ".........." 그렇게 그날 이후 내 대답없는 사랑은 끝이났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고 믿었다. . . . . \다음날 "까꿍!!!! 뭐하냐?" "뭐하긴. 핸드폰정리중이다." "핸드폰정리?" "응!!!" 갑자기 뜬금없이 왠 핸드폰정리? 라는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민지의 시선에도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는 하나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언호 번호도. 언호랑 주고 받았던 문자들도. 지우지 않고 있었던 통화기록들도. 녀석의 사진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질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 나 진짜..이제 잊어가려는건가? 그 못된녀석. "아 맞다 민지야!!!!" "응?" 자리에 앉으려다가 내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란듯 눈을 크게 떠보이는 민지. 우와 꼭 개구리 같아. 기집애가 눈은 커가지구. 나는 그녀의 큰 눈이 잠시 감탄하다가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곤 소리쳤다. "우리 이번주 일요일날 오랜만에 놀러갈래?" "오. 니가 왠일이냐?" "그냥..그때 촬영도 없고!! 기분전환 좀 할려고!" "오케이. 좋았어!!" 기분좋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민지의 손. 나는 그녀의 승낙 표시를 보자마자 스케줄 다이어리에 연필로 쓰기 시작했다. [이번주 일요일: 민지와의 오랜만에 데이트] 이번 내 목표는 일주일동안 남는 시간 없도록 놀기. 닥치는데로 뭐라도 하기 이다. 그래야 혼자 생각에 잠기는일 따윈 없지.!! 드르륵. 드르륵- 그때. 책상위에 올려진 핸드폰의 진동소리가 들렸다. 아. 정말 큰일났어. 이제 진동소리만 들어도 떨리는게 버릇 되버렸네. "여보세요" 나는 떨리는손으로 핸드폰을 들었고. 전화를 건사람이 해안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망설임없이 전화를 받았다. -이거 이햇살 전화 맞아? 너무 밝은 내목소리에 놀란듯 보이는 상대편. 도무지 믿기지 않는듯한 말투다. 하긴 그건 나도 그러니까. 지금 나 미쳤다고 할만큼 너무 밝아. 마치 어제 그런일따윈 없었던 사람처럼. "응 그렇습니다아!" 근데 있지. 이젠 정말 잊어보려고.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마음으로. 잊어보려고 그녀석. 원하는데로 실컷 웃으면서 행복할려고. 다시 밝아질려고. -야. 너 왜이렇게 목소리가 밝아? 소름끼치게 "뭐 그런거가지고 소름끼쳐? 왜 전화했어." -아 그니까 "그니까 뭐. 빨리말해. 점심시간 다 지나가겠다" -아씨 그러니까 우물쭈물 말하려다가 마는 신언호. 아니 유해안. 신언호래. 나 진짜 미쳤네. "그러니까 뭐!!!!!!!" -나 외출금지 당했어. 꽤나 쪽팔린듯 해안이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뭐 저런거가지고 그러지? 난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데 말야. 아마 해안이가 외출금지를 당한 이유는. "어제일 때문이지? 인터넷에 사진뜬거 나도 봤어." 어제 시내에서 일어난 소란 때문일것이다. 아침부터 아이들 입에서 들썩들썩 오르내리길래 컴퓨터 시간에 인터넷을 접속했는데. 이미 인터넷엔 어제 시내에서 떠돌고 다닌 해안이의 사진이 이곳 저곳 유포되고 있었다. 정말 다행인건 난 뒷모습밖에 찍히지 않았다는거. -어떻게 아냐? "난 신이니까." -맞고싶지. "그말할려고 한거면 끊어!!! 나 다음시간 미술실이란 말야." -야..야!!! 야 이햇살!! 그러자 행여 전화가 끈길새라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닌 유해안군. 나는 문득 느꼈다. 사람이 이렇게 단순할수도 있구나 하고. "왜!!!" -참으라고 전화했다. "뭘?" ... -나 보고싶어도 참으라고..문자 씹으면 뒤져!!!!!!!!!!! 달칵- "..........." 그리고는 뭐라 할새도 없이 끊겨버린 전화. 하여간 진짜 뺀질이라니까. "야. 누구야" "엄마 깜짝이야!!!!" 끊겨진 핸드폰 플립을 닫으려는데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음침한 소리에 난 정말 화들짝 하고는 놀라버렸다. 허겁지겁 옆을 보니 내옆에서 킁킁거리는 민지의 모습이 보였다. "킁킁 냄새가 나." "뭐. 뭐가 또!!!!" "누구냐? 이번엔 또. 신언호랑은 헤어졌대니까 아닐테고. 유해안? 신혁? 한은겸?" "무슨소리야!!!" 괜히 찔리는 사람처럼 일어선 나. 그러자 이러니까 더욱 수상하다면서 이젠 대놓고 킁킁 거리는 그녀다. 지금 이순간 내가 하늘에 묻고 싶은건 딱 하나. 왜 제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밖에 없는걸까요? 제멋대로 단순무식한 유해안이나. 푼수떼기 그 자체인 김민지나. 드르륵- "이햇살..나와. 나오라고 씨발!!!!!!!!" 두얼굴의 알수없는 그녀 유가은이나. "뭐..?" 놀란건 당연한일이다. 갑작스럽게 우리반 문을 연 유가은의 모습에. 그것도 학교에서 내숭떨기로 둘째가면 서러운 그녀가 '씨발'이라는 거친 욕을 내뱉었으니. "유가은? 니가 여긴 왜? 난 또" "나와. 교실에서 죽기 싫으면." 독기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부르르 떨다가 타악- 하고 거칠게 교실문을 닫아버리는 유가은. "저년 뭐야? 미친거 아냐?" 흥분하며 일어서려는 민지를 제지시키고는 나는 그녀를 따라가기 위해 교실에서 나왔다. 이번만큼은 그녀를 무시할수 없었다. 왜냐면 내가 어제 언호앞에서 지었던 표정과 같은 표정이였으니까. \옥상 "이번엔 또 무슨일..." 옥상에 올라온 유가은과 이햇살. 먼저 입을 연건 나였다. 하지만 유가은은 내 뒤엣말을 들어보지도 않은채 퍼억-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아...." 세상에. 고작 한 대 맞았을뿐인데 피나. 입에. 입술 터졌나봐. "일어나. 한 대가지곤 어림없어."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일에 멍하니 피를 닦고 있는 내게 살기어린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하는 유가은. 기가막혔다. 내가 왜? 내가 왜 너한테 이렇게 맞아야하는데? "한대? 웃기지마. 내가 너한테 맞아야할 이유없어." 분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맞았다는 생각에. 그래서 일어서서 무작정 유가은에게 달려드는데 그런 나를 가볍게 피하고는 다시 내얼굴을 내리치는 그녀. 이번엔 주먹이 아닌 손바닥이라서 쫘악-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지 손이 맵다. 그래서 이번에도 엄청 아파. "아직 멀었으니까. 엄살 피지마. 이햇살" "웃기지마. 유가은." 타악- 이번엔 제대로 때렸다. 유가은의 얼굴을 내리친 내 손이 아플정도로 세게 때렸으니까. 하지만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채 다시 한번 손을 드는 유가은. 잠깐. 잠깐만. 얘 미친거 같아. 지금. 동공이 풀려있어. "너..미쳤어?" 진심으로 묻는 내말에 피식 하고 웃어보인다. "응. 너 때문에." 피식 하고 허탈하게 웃더니 다시 내게 손을 드는 그녀. 에씨 도저히 참을수 없어서 내가 먼저 유가은의 길게 늘어트린 머리를 잡아버렸다. 그때부터였다. 우리의 감당안돼는 싸움이 시작된건 "하아.." 진짜 주먹이 퉁퉁 부을정도로 때렸고. 얼굴이 다 터질정도로 맞았던거 같다. 유가은이 내 위에 올라서면 다시 내가 유가은을 눕히고. 다시 올라서면 다시 눕혀서 때리고 "씨발..더럽게 쎄네" "사돈남말 하지마." .. 그렇게 20분동안이나 싸웠던거 같다. 그리고 지금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되어있는 모습으로 옥상 바닥에 둘다 지쳐 누워있는 중이다. 옥상 바닥이 얼마나 더러운데. 일어서있을 힘이 없어서 도저히 못일어 서겠어. "그래도...고맙다." 피식 하고 웃으며 나는 말한다. 나와 똑같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그녀에게. "........" 그러자 아무말없이 하늘응 응시하는 유가은. 나도 따라서 하늘을 응시했다. 이렇게 얻어 터지니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답답한 가슴이 뻥 뚤린거 같다. 마음에 있는 응어리가 모두 없어진것처럼. 속 쉬원..하다! 이유없이 맞았어도. "양호실이라도 가자." 이꼴로 교실에 들어갈순 없으니까.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진짜 더럽게 아파. 눈물 나올만큼. 일어날때마다 유가은이 때린곳 여기저기가 쑤셔 정말 죽을뻔했다. 기집애 왜이렇게 손이 메워? "난 니가 참 부러웠어." 상체를 다 일으키고 나서야 유가은이 내게 나지막히 던지는 그말에. 그제서야 나는 그녀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알아차렸지. "너..우냐?" 유가은이 울고 있다는거. "나보다 예쁘지도 않고.. 나보다 가진것도 없고. 나보다 키도 작고. 나보다 잘하는것도 없는 니가. 망설임없이 그애가 울면 같이 울어줄꺼라고 대답했던 니가." 내말에도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유가은. 나는 일어서려던 몸을 다시 앉히고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뭐?" "난 칠년동안 죽어라 바라봐도 얻지 못했던 신언호 마음을 단 몇 달만에 얻어버린 니가." ".............." "너무 부러웠어. 이햇살." 무슨..소리야 이게. 도대체 이게 무슨소리일까. 유가은이..도대체 무슨말 하는건지 누구 이해가는사람 나좀 알려줘요. "무슨소리야. 니가 뭔가 착각하나본데 신언호는." 날 좋아하지 않아. 라는 말을 차마 내뱉을수 없어서 말을 잇는거 대신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말한다. 한없이 강해보이기만 했던 그녀가. 지금은 어린아이처럼 울고있는 그녀가. "언호가 왜 팬들을 안믿는줄 알아?" "뭐.?" "팬들 때문에 자신한테 소중한 사람이 죽었으니까. 유선애가 죽었으니까." "..........뭐..?" ... "내 동생이..죽었으니까" #59 언젠가 내가 유가은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언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기 바로 직전에. '언호가 나 만나는 이유. 좋은 의도로 만나는거 아니라고 했잖아. 도대체 내가 누구 대신인지. 신언호가 무슨이유로 나랑 만나는건지..' 라고. 그때 유가은이 그랬다. 자기는 친구이니까 말하지 못하겠다고. 그러면서 이런말을 했었던적이 있다. '내 이름걸고 확실히 말하겠는데. 신언호는 널 절대 사랑하지 않아. 너도 느꼈겠지만. 너한테 주는 사랑. 다 너한테 주는거 아니야 신언호 지금 유선애한테 미안해서.. 아무튼 간에 결론은 넌 아니라는거.' 그래 그때도 들었어. 유선애라는 이름. '언호 좋아한댔지. 상처 받기 전에 그만둬. 차라리 그게 나아. 나중엔 정말 죽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나처럼..' "...유선애가 니동생이였어?" 믿을수 없는 그 이야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답 대신 감정이 복받쳐 오는듯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끄떡이는 유가은. 안쓰러울 정도로 눈물을 참고 있다. 그녀는. "선애가 언호 좋아했거든. 그래서 많이 같이 다녔어. 언호는 그냥 친한친구 동생이라 생각했지만.. 하여튼 많이 아꼈었어. 둘이 친해지니까. "........" "그 사실을 아는 몇몇의 골수팬들이 선애한테 죽여버릴꺼라고 협박편지 보내기도 하고, 선애 불러서 때리기도 했었어." "그걸 가만히 놔뒀어?" "우린 몰랐지. 선애가 그 사실 숨겼으니까. 그사실 알면 언호가 자기 버릴줄 알았나봐. 어렸으니까." "..........." "그날..그러니까 선애가 죽은날" 침착하게..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유가은의 모습에 나까지 콧등이 시려웠다. 난 유가은이 정말 미운데. 진짜 유가은 싫은데. 그순간만큼은.. 할수만 있다면 울고 있는 유가은을 꽉 안아주고 싶었다. "응.." "학원갔다 오다가 그애들이 단체로 선애 때렸나봐. 얘가 눈도 못뜰만큼 맞아서. 도망쳤어. 도망치다가 교통사고..당했어. 그 나쁜기집애. 그렇게 먼저 가버렸어. 손도 안닿는곳으로." "............"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혜연이가 자살시도 했던 날도 그렇게 두려워했던거구나. 떨었던거구나 슬퍼했던거구나. 또 다시 그런일이 일어날까봐. 자기 때문에 또 누군가가 죽을까봐. 그래서 그랬던거구나 신언호. 왠지 가슴이 아파왔다. 그동안 힘들어 했을 언호 생각에. "처음 언호가 널 만난 이유는 그거야. 자기 때문에 선애 죽은것만 같아서 죽기전에. 이제 정말 1년밖에 안남았으니까. 죽기전에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널 선애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못해줬던거 다 해주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마음 편해지고 싶어서.. 그래서 만난거야. 결국 널 사랑해버렸지만." 그순간 이였다. 착찹한 마음으로 유가은의 이야기를 듣던 내가 멈칫 한건.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죽기전에. 라는 말에 멈칫 해버린건. "무슨..소리야?" 떨리는 내 목소리에 피식 하고 웃는 유가은. 덤덤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마치 남에 일 말하듯. 그렇게 "언호 죽어." 믿을수 없는 이야기를.. 그렇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뭐?" "1년밖에 못산다구 신언호. 이제 곧 죽는다구. 그런애를 니가 어제 그렇게 몇시간동안 비 맞게 한거라구요." 아직까지도 신언호가 얘기하지 않았나보다. 그때 그말 모두 거짓말이였다는거. 언호가 유가은을 속였다는거. "그거 거짓말이야 유가은. 니가 속고 있는거야. 신언호가 그때 너한테 거짓말친거야." 유가은도 내게 솔직히 모든 이야기를 해줬으니까. 그래줬으니까 나도 말하는거야. 절대 불안해서 그러는거 아니라구. "속은건 너야. 이햇살." 그러자 나와 같이 상체를 일으켜선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뭐?" "언호한테 속은건 내가 아니라. 너라구." 거짓말. 거짓말 치네. "그이야기를 나보고 믿으라구? 너 미쳤구나." 그대로 일어섰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뒤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단 일분일초도 이곳에 있기 싫었으니까. 말도안돼는 유가은 이야기 들을바에는 양호실에 가서 터진 입술을 치료 받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햇살." "거짓말치지마. 그런 거짓말 안믿어. 그런소리 안해도 나 이제 언호 포기할꺼니까 그런소리 함부로 하지마. 거짓말 치지말라구!!!!!!!!!!" 그래 분명 거짓말인데. 나 왜 울고있는거지. 나 지금 왜 울고있는거야? 왜 이렇게 떨고 있는거냐고. 제발 멈춰. 이햇살. 제발 울음 멈추라고. 타악- 바램과는 달리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고 닦으며 옥상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이였다.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대는. 오열하는 그녀의 안쓰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온건. "거짓말.? 나도 거짓말이였으면 좋겠어. 나도 모든게 거짓말이였으면 좋겠다구. 근데 거짓말이 아니래잖아...... 언호..죽는대잖아." "...........하..." 믿지 않을것이다. 절대로. 무슨일이 있더라도 유가은의 이야기는 잊을것이다. 믿지 않을..것이다. "언호가 어제 그러더라. 처음으로...살고 싶다고. 근데 그 이유가 너래. 위암 재발하고 나서 그런소리 나한테 한번도 한적 없어. 죽을날만 기다리던 녀석이. 어제 나한테 울면서 그러더라. ..살고..싶다고" "..............." "보는 사람..까지 다 무너질정도로 울면서.. 그러더라 살고..싶다고. 살려..달라고." 하느님. 어떡게 이래요. 나한테 어떡게 이래요. 왜 이런것만 줘요. 왜 맨날 나한테 이런 슬픔만 주냐구요. 왜..나 이렇게 아프게 해요. 왜 자꾸 뺏어가요. 왜 자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뺏어가냐구요. ".........하하....." "언호..너 진심으로 좋아해." 정말 숨이 멎을꺼 같았다. 숨쉬는게 힘겨웠으니까. 그래서 가슴을 부여잡고 울었다. 나는. 아니 울었다기 보다는 오열했다. "거짓말..거짓말.." .. "그래서 그랬던거야. 자기 죽으면 너 어떨지 아니까. 자기도 견디기 힘든데 넌 더할거라는거 아니까. 남겨진 사람이 어떨지 아니까. 그래서 자기 마음 숨기면서. 그렇게 힘겹게.. 힘겹게 너 보내준거라고!!!!!!!!!!!!!" 아빠. 나 정말 심장이..심장이 ".........하아........." 아파서... "니 웃음이 좋대. 니가 웃었으면 좋겠대. 살고싶대. 살려달래. 제발..제발........살려..달래 언호가. 이햇살......니가 언호좀 살려줘. 하라는거 다할테니까 제발..언호 좀 불쌍한 우리 언호 좀 살려줘." 죽을꺼 같아. 나좀 살려줘 아빠. 나좀..숨쉬게 해줘. ".............." "넌....." 제발... ".........." "처음으로 언호를 살고싶게 한 사람이잖아..." 말을 마치곤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하는. 강해보였던. 그러나 너무 여린 유가은.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거짓말..거짓말. 다 거짓말.." 어제 나 때문에 살고 싶어졌다는 아이에게 잊겠다고 했다. 내 웃음이 좋다고 웃었다는 아이에게 이젠 잊어버리겠다고 해버렸다. 지금 이순간 세상에서 가장 싫은 사람은 언호가 아니라 이햇살. 내 자신이다. \병원. "언호..입원할 때 내 사춘동생 이름으로 입원했어. 나랑 진통제나 항암치료 받을때도 그렇게 했고 언제까지 숨겨질지 모르겠지만 숨길수 있을때까지 숨겨야 하니까." "..........." "그러니까 이번에 입원한것도 신언호가 아닌 이선후라는 이름으로 입원했어. 알아둬. 아 그리고 여긴 우리아빠 병원이야." ".........." "담당의사도 우리아빠고. 그러니까 조금은 오랫동안 숨길수 있을꺼야. 언젠가는 들키겠지만. 그래도 언호는 절대 언론이 아는거 싫대."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유가은이 뭐라고 말 하는지. 그저 엉망진창인 모습으로 유가은의 뒤를 따라가기만 할뿐. 누가 보면 무서울정도로 나는 아무생각이 없었다. 풀린 동공으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그렇게..그녀를 따라갈뿐. 타악- 잠시후 유가은이 멈춘곳은 원장실이라는 팻말이 붙은곳이였다. ".....분명히 알아둬." "......응...." "언호 앞에선 절대 울지마. 너 울면 그세끼 무너져." "..............." "차라리 울꺼면 여기서 울고가." 말을 마치곤 달칵- 하고 조금은 거칠게 원장실문을 열어버린다. 그러자마자 보인건 의자에 앉아있는 중후한 모습의 원장선생님. 유가은은 눈을 아빠 닮은 모양이다. 눈이 무지 비슷했으니까. "이분이 언호 친구..?" "응." "앉으세요." 나를 보고는 밝게 웃으며 쇼파에 앉는 유가은네 아빠. 나도 웃고싶은데요. 웃음이 안나와요. 도저히 안나와요. 나는 앉는것 대신 일어서서 아저씨에게 묻는다. "아저씨. 언호 정말 죽어요?" "앉아요." 내 떨리는 목소리에 다시 앉으라는 아저씨. "언호 정말..죽냐구요. 이제 정말 노래 못해요? 진짜 죽어요? 왜요? 왜 언호가 죽어요? 언호 살려내주세요. 언호 죽게 하지 마세요." 이제는 안그럴께요. 언호가 나 안봐줘도 떠난다고 하지 않을께요. 혼자서 슬퍼하지도 않을께요. 친구하자는 말에 힘들어 하지도 않을꺼에요. 옆에 있는것만으로도 나 충분히 행복해 할수 있어요. 욕심 안부릴께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 "제발...살려주세요." "너무 늦었어요. 길어야 두달..남았습니다." 이런 기분이였을까 신언호는. 이렇게 막막하고 앞이 안보이는. 보이는거라곤 끝밖에 없는 이런 기분이였을까. "아저씨." "............" "살고싶대요. 언호가. 그러면 살려줘야 하잖아요." "............" "언호 죽으면..진짜 죽으면 남겨진 사람들은 어떡해요. 우린..어쩌라구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나를 유가은이 잡아줬다. "내가 햇살씨를 부른건. 언호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부탁하기 위해서에요. 의사로서가 아니라. 나도 자식들을 둔 아버지로서." ".........." "언호가 많이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이럴때 신언호에게 가장 힘이 되줄 사람은 애석하게도 햇살씨밖에 없어요. 힘들겠지만 마지막날까지 그 불쌍한녀석 지켜주세요." "........." "그래야..하늘에 있는 선애도 기뻐할거 같아서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말한다.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너무 우스워서 자꾸만 웃음이 쉬지 않고 나왔다. 왜 다 마지막이래. 왜 다 언호가 죽는대. 왜 다 그런이야기밖에 못해. 살고싶다고 울었다는 녀석한테. 왜. 왜? "...하하...." 그순간 너무 화가났다. 화가 나서..정말 견딜수가 없었다. 날 부축하고 있는 유가은의 팔을 놓고는 나는 언호가 있다는 302호실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간신히 버텨온 마지막 힘으로. 아직 쓰러지면 안돼. 쓰러지더라도 신언호 보고 쓰러져야해 이햇살. 302호 앞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망설임없이 병실문을 열었다. ".........." 인기척 소리가 나자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언호. 병원복을 입고 있는 창백한 언호. 링계를 끼고 있는 낯선 언호. 이제 두달밖에 살지 못한다는...언호. "이햇살...?" 이래서였니. 이런모습 숨기고 싶어서였니. 그래서 그동안 나한테 속여왔던거였니. 사람 바보만들었던거였니. 차라리 그때 말하지. 시작하지도 못하게 그때 말하지. 넌 왜 이렇게 잔인한거니. 끝까지 날 울게 만드는거니... "............." "햇살..아"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언호. 이렇게 아프면서. 세시간동안 비는 왜 맞아. 왜 나 끝까지 기달렸어. 너한테 차갑게 구는 나한테 왜 끝까지 웃어줬어. "신언호." 참을수가 없었다. 언호한테. 그리고 내 자신한테. "너..울었어?" 찰싹- 나를 향해 걱정스럽게 내뱉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한쪽손으로 아프다는 녀석의 뺨을 세게. 정말 힘껏 내리쳤다. 그대로 돌아가버린 언호의 얼굴. "왜..거짓말했어.?" "어?" "안아프다면서......" "..........."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 "....죽지........." ...... ............ .. "............." "않는다면서요..." 왜 모두 거짓말이였니 언호야. 왜 거짓말일수밖에 없는거니. 왜 너 혼자... 울었던거냐구... #60 빤히 날 쳐다보는 언호. 어떡해. 눈을 못마주치겠어. 그래서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차마 이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면 나도 모르게 동정하는 표정을 지어버릴까봐. 가슴이 저릿저릿 하다. "안죽어. 이햇살" "............." 그러면 언호는 그 어느때보다 자상한 목소리로, 내가 제일 듣기 좋아했던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그렇게 입을 연다. 나도 모르게 두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바닥에 뚝뚝 비참하게 떨어지면 다시 한번 웃으면서 입을 여는 녀석. "나 안죽어." "거짓말." "진짜야." "...거짓말.." "진짠데." 하고 피식 하고 예쁘게 웃어. 화도 못내게. "거짓말..."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 어쩌라는거야 신언호. 난 지금 정말 미칠꺼 같은데. 세상이 다 무너진것처럼 살수 없을꺼 같은데. 넌 왜 그렇게 예쁘게 웃는거니. "유가은이 장난친거야. 그리고 난 감기걸려서 잠깐 입원한거고. 이제 곧 퇴원해." 마른 입술로 그렇게 거짓말을 늘어 놓는다.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끝까지 이러려는 언호가 정말 밉다. 자꾸만 웃어 보이는 언호를 빤히 노려보던 나. 그대로 눈물을 참지 못하곤 뒤돌아 섰다. 약속했으니까. 신언호 앞에선 울지 않기로 유가은이랑 약속했으니까. 한걸음. 두걸음 걸음을 옮길때마다 점점 눈물로 지저분해지는 내 얼굴. 닦고 닦아도 멈추질 않는다. 내 눈물은. 타악- 그러다가 이내 문앞에 다 다른 난 손잡이를 잡으려다가 멈칫 서버려. "그러면 마음이 편하니." 그리고는 지금껏 아무말없이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을 언호에게 말한다. 눈물로 지저분 해진 얼굴로. 울음이 끝까지 차오른 목소리로. "그렇게 끝까지 숨기면, 아무렇지도 않은척 니마음 숨기면 편해? 혼자서 아파하고. 혼자서 슬퍼하고. 혼자서 견디면 행복해? 너 지금 영화찍어.?" "........." "기댈수 있는거잖아. 기대도 되는거야. 울어도 되는거야. 같이..견뎌내도 되는거라구. 왜냐면." "........." "사랑하니까. 널 사랑해주는 사람이니까. 이햇살은" 달칵- 말을 마치고는 문고리를 열었다.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게 나가려는데 그순간이였다. 언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건. "없잖아.." "............" "지켜주고 싶은데 지켜줄수가 없잖아. 함께 있고 싶은데 함께 있을수가 없잖아. 사랑하고 싶은데." ".........." "사랑할 수가..없잖아." 진심인 녀석의 말에 나는 바보처럼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떨리는 손으로 병실문을 닫고 나올뿐이였다. 내가 할수 있는건. 스르륵- 힘없이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리곤 손으로 입을 막았다. 울음소리가 언호에게 들리지 않도록. 그소리 만큼은 지금 젖어있는 저 아이에게 닿지 않도록. "으...으으..흐윽." 모든게 꿈이였으면 좋겠다. 언호를 만났던것도. 언호를 사랑했던것도. 이렇게 아픈것도. 모두 다 꿈이였으면 좋겠다. 눈을 뜨면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를 가고. 하루종일 혼수상태 이야기에 시간가는줄 몰랐던,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로 돌아 가고싶다. 간절히. \다음날 평소와 다름 없는 다음날이였다. 단지 달라진게 있다면 퉁퉁 부어 버린 눈과 텅 빈 것만 같은 가슴. "이햇살, 오늘 촬영하러 가?" "응." "정말?" "응." "야 너 근데 왜그래?!" "응." 민지의 말에 귀찮은듯 '응'이라고만 대꾸 하자 민지가 입술을 쭉 내밀며 뒤돌아섰다. 그녀를 잡을 기력 조차 없는 나는 정리를 모두 마친 가방을 들었다. 그리곤 평소처럼 교실을 나선다. "........." 솔직히 말하면 촬영하러 가기 싫다. 언호를 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녀석을 대할 자신이 내겐 없다. '나 안죽어.' '사랑할 수가..없잖아.' 자꾸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언호의 말. 아무렇지도 않게 잘 참아왔던 내 눈에선 그 생각이 닿자 마자 곧바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언호가..정말 죽는걸까? 난 그럼 어떡하지? 아무렇지도 않게 살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녀석을 잊을수 있을까.? 나는 항상 가지고 다녔던 엠피스리를 귀에 꼽았다. 그리곤 재생버튼을 꾹 누르자 예전에 내가 녹음했던 언호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노래 첫 콘서트때 언호가 불렀던 노랜데. 녹음 잘됐다고 얼마나 행복해했었는데. 하루에도 수십번 돌려 들었었는데. "........" .. 그때와 변함없이 들려오는 언호의 노래소리에 눈을 꼬옥 감아버리는 나. 그리고 노래가 중반부에 들어갔을땐 분명 밝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엉엉 울기 시작한다. 왜냐구? 알아버렸기 때문에. 녀석을 절대 잊지 못할꺼라는걸. 절대로 아무렇지 않게 살수 없다는걸. 왜냐면 나는 이렇게 언호 노래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바보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 . . \숙소. 오늘 촬영은 숙소에서 이루어진다. 숙소 구석구석을 찍으면서 멤버들의 사생활을 캐는것이 이번 [혼수상태 비밀일기 6화]의 내용이다. '햇살씨 저번에 찍었던거 너무 반응이 좋아요!!!! 특히 언호와 팬이 눈 마주치는 그부분. 정말 저까지 감동이였다니까요!' 숙소앞.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잠시 내게 밝게 웃으며 호들갑을 떤 이나피디 언니를 생각했다. 이렇게라도 좋은생각을 해야지만이 기분이 나아질꺼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촬영하는데 죽상으로 있을순 없으니까. "그래. 힘내자 이햇살!!!!아자아자!!!" 오랜만에 혼자 우스꽝 모습으로 파이팅을 외치는 이햇살. 그리곤 힘차게 초인종을 꾸욱 눌렀다. 그러자 띵동띵동. 하는 경쾌한 소리가 빌라 복도에 퍼졌다. 그러고보니까 숙소 오랜만에 찾아오는거 같다. 이 숙소에서도 참 많은일이 있었는데. 울고 웃고. ".......풉..." 이 앞에서 원숭이 춤이랑 뱀 흉내 냈던거 생각하면 정말 웃음밖에 안나와. 역시 [오랜만]이라는 수식어는 참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거 같다. -누구세요!!어? 햇살이! 그때였다. 인터폰으로 은겸이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건 뭘까. -이햇살? 야 이햇살!!!!!!!!! 연이어 촐랑거리는 해안이의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문열어!" -암호를 대라! 그래 그 불기한 예감은 정확히 맞았던 것이다. 오늘도 여김없이 들려오는 장난스러운 은겸이의 목소리. "문..열어 좋은말 할때" -암호를 대라!!!! "나 진짜 그럴기분 아니라니까!!!!" 어제도 하루종일 울었구요. 오늘도 하루종일 울게 생겼어요. 그런 사람이 지금 원숭이 흉내내고 뱀 흉내내게 생겼냐구요. -그럼 문 안열어줘! 하지만 내 속사정을 알 리가 없는 은겸이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계속 깐죽거리기 시작했고. 할수없이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늘 그래왔던것처럼 '암호가 뭔데' 라고 입을 열려는데. 달칵- 하는 소리가 먼저였다. "..어?" 너무나도 쉽게 열리는 문. 한은겸하고 유해안이 열어줄 리가 없는데.? 의아한 마음으로 열리는 문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내쪽으로 문이 활짝 열린다. 이내 문이 활짝 열리자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향해 웃는 언호가 보였다. "밖에 춥지." "어..?"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언호의 등장에 너무 놀라버린 내가 그대로 굳어버리자 피식 하고 웃으며 큰 손으로 내 두얼굴을 따듯하게 감싸주는 언호. "얼었다." 라면서 다시 손을 떼고는 나를 숙소 안으로 밀어넣는다. "잠깐만 신언호. 너" 괜찮은거야..? 정말 아픈사람 맞아? 라는 말을 불쑥 뱉어버릴뻔 한 푼수 같은 이햇살. 이내 은겸이와 해안이가 마루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이햇살." 그러자 언호가 조그만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 "아무렇지 않은거야. 알았지." 숨기고 싶어 한다는 유가은의 말이 맞나보다. 어젠 그렇게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아파했으면서. 거짓말처럼 다음날이 되자 다시 씩씩해지고 아무렇지 않아진 언호였다. 근데 난 그게 더 가슴아파. 숨기고 있는거니까. 아픈것도 내색 못하는거니까. 혼자서 견뎌야 하는거니까. 괜스레 또 다시 가슴 한켠이 욱씬거렸다. "아 신언호!!!장난하냐? 왜 열어줘! 맞짱뜰래? 이세끼" 인터폰을 들고 혼자 신나 하고 있다가 나를 보자마자 언호에게 무작정 달려드는 은겸이. 헤드락을 걸고는 언호 목을 무자비하게 졸라댄다. 저러면..아플텐데. "그만해. 아파. 한은겸 그만하라니까" 켁켁 거리며 은겸이에게 소리치는 언호. 우헤헤 하고 웃어대는 은겸이. "죽어라. 죽어 신언호!!!!!!" 그때 언호를 더욱 졸라대며 장난스럽게 은겸이가 말했다. 가뜩이나 예민해져있는 내게 위와같은 은겸이의 말이 곱게 들릴리 없었다. 그소리에 나는 꾹 눌러왔던 무언가가 터지듯 폭팔해버려. 그대로 신발도 벗지 않은채 거실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억지로 은겸이와 언호를 떼어 놓고는 소리를 질렀다. "한은겸!!!!!!!그만해 그만하라고 했잖아!!!!!!!!!" "어? 햇살아 난 그냥 장난친건데.." 아니 소리라기 보다는 그건 악이였다. "아프대잖아! 아픈데 왜 계속 목졸라! 그리고 죽는다는말 그딴식으로 함부로 짓껄이지마!!!!!!!!!!!" 눈물이 두눈에 가득 고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까지 오자 나는 손등으로 거칠게 눈물을 닦으며 울었고 그제서야 알았다. 이곳에 나로인해 알수없는 적막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해..햇살씨?" 그 울음소리에 매니저 오빠가 놀라 뛰쳐 나올때까지 나는 울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아니. 멈춰지지가 않아. ..괜스레 서러워서. "후.." 주저앉아서 엉엉 울어대는 내모습에 언호의 긴 한숨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울기싫다. 근데 도저히 눈물이 참아지질 않는걸 어떡해. 어떡하냐구. "이햇살 너 왜그래. 무슨일있어?" 그때 따듯한 해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앞에 살짝 쭈구리고 앉아서는 울고있는 내얼굴을 들어보이는 녀석. 아까 언호가 그랬던것처럼 내 얼굴을 손으로 따듯하게 감싸준다. "해안아.." 언호가 죽는대. 2개월뒤면 언호가 죽는대. 지금..언호가 아프대 어떡해.? 나 진짜 어떡해. "응. 왜그러는건데" "으으...으흐윽" 한번 터진 울음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 참아서였나보다. 지금까지 꾹 꾹 눌러 담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진 모양이다. "햇살씨. 괜찮으세요??" 매니저 오빠의 목소리에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끄떡였지만. 못들겠어. 도저히 고개를. 도저히..눈물이 멈추질 않아. "어? 언호야! 어디가!!" 그때였다. 은겸이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현관쪽으로 움직이는 발걸음소리가 들린건. 그제서야 나는 눈물로 엉망진창이 되버린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는 언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무언가 굉장히 화난듯 입술을 꾹 깨문채 신발을 신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언호!!!!!!어디가냐니까??" 다시 한번 소리치는 은겸이의 목소리에 언호가 입을 열었다. 굉장히..화가 난 목소리로. 무언가를 꾹꾹 참는듯한 그런 목소리로 "유가은..죽이러" 콰앙.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숙소문이 닫혔다. #61 "왜 저러는거지?" 콰앙 하고 신경질적으로 닫힌문을 멍하니 쳐다보던 은겸이가 말한다. 그러면 나는 눈물 고인 눈으로 그녀석이 나간 그곳만 빤히 쳐다봐. "무슨일이야. 이햇살" "....." "이햇살!!" "어? 어어" 정신차리라는듯 나를 흔들어 대는 해안이.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솟았다. "아..하하.하하" 그리곤 어색히 웃는 나. 그러고보니 이상황 정말 기가막히도록 민망한 상황인거 같다. 갑자기 미친듯이 울었던 나를 뭔가 정신나간사람처럼 모두가 쳐다보는 이상황말이다. "햇살씨. 괜찮아요?" 손등으로 어설프게 눈물을 닦는 내게 다시 한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내는 매니저오빠.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떡이며 일어섰다. "죄송해요." 이게 뭔 망신이래 정말. "아니에요. 저한테 죄송할껀 없죠. 전 그럼 사무실부터 갔다올께요" "네?" "먼저 촬영하고 계세요! 은겸이 넌 언호한테 연락해보고. 그럼!" 꾸벅 인사를 건내곤 다급히 나가신다. 다시 한번 콰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로써 숙소에는 은겸이와 해안이 그리고 신혁, 이햇살만이 남게되었다. 사실 뭐 신혁은 아직 보질 못했지만 말야. 아마 방에 있겠지? "햇살아. 아까 내가 그렇게 잘못한거야?"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를 무렵 그 적막을 깨는 은겸이의 사뭇 진지한 목소리. 나는 그제서야 아까부터 날 빤히 바라보던 그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눈을 땡글땡글 귀엽게 뜨며 나를 바라보는 은겸이가 보인다. 하긴. 은겸이가 잘못한것은 없어. 하지만.. "......" 가뜩이나 아플 언호한테 그런말 하는건 참을수 없어. 그 누구라도. "아니야. 미안 내가 좀 감정에 복받쳤나봐. 어제 슬픈영화를 봐서" "진짜로?" 내 어설픈 변명에 믿을수 없다는듯 날 쿡 찌르는 해안이.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응" 이라고. "씨껍했잖아. 울보냐? 별거가지고 다우네." "그런가?" "기달려, 마실꺼 가져올께." 힘이 쭉 빠지는거 같다. 좀 앉아야겠다는 생각에 부엌으로 향하는 해안이를 보다가 쇼파에 털썩 앉았다. "아 씨!!!!!!!!!!!" 그때 은겸이가 부엌에서 냉장고를 뒤적이는 해안에게 슬금슬금 다가가더니 똥침을 해버렸다. 그대로 해안이가 인상을 확 구긴채 뒤돌아보자 얄밉게 혀를 내밀고는 도망가는 은겸이. "야 너 거기서. 서라고!!!!!!!" "싫은데!" "너 내가 한번만 더 이짓하면 진짜 죽인댔지!!!!!!!!!!!!!" 후다닥 도망가는 은겸이. 눈에 불을 켜고 쫓아가는 해안이. 그들의 모습을 쳐다보던 나는 그만 피식하고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좋겠다. 너희들은 "아무것도 몰라서.." .. 그렇게 웃을수 있으니까. # "여기는 저희가 생활하는 화장실인데요. 남자들만 사는집인데도 의외로 많이 깨끗해요! 그건 다 청소쟁이 저 덕분이죠." 촬영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신혁과 유해안의 방까지 다 찍었고 지금은 은겸이가 숙소를 소개하는 내용을 찍고 있는중이다. "화장실 하니까 문득 궁금해졌는데 제일 안씻는 멤버는 누구에요?" 카메라에 가득 담기는 은겸이의 웃는얼굴. 내질문에 망설임없이 녀석은 대답했다. "해안이요!!" 그 당연하다는듯한 대답에 나는 그만 피식하고 웃어버렸고. 해안이는 얼굴이 빨개든채 신혁과 게임을 하다말고 달려든다. "거짓말치지마!!!!!!!!!!!!" 목소리봐. 진짜 소리지르기 대회 나가면 일등먹을꺼라니까. 유해안. "해안이가 제일 안씻어요!" 하지만 은겸이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또 다시 카메라를 향해 소리쳤다. "이햇살 너 카메라꺼." 그러자 괜히 나한테 소리를 버럭 지르는 해안이. "저번엔 머리도 안감고 갔어요" "너 그거 진짜 방송에 내보내면 죽는다." "그리고..!" 타악- 그때였다. 장난스럽게 은겸이 녀석이 무언가를 또 다시 말하려는 순간 별안간 현관문이 열린건. "언호.." 내입에서 그이름은 자동적으로 흘러 나왔다. 언호의 등장에 우리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자 왠지 모르게 지쳐보이는 눈으로 우리쪽으로 시선을 두는 신언호. "촬영끝났어?" 그리곤 그아이가 말한다.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면 나는 또 다시 눈물이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고는 대답해. "응. 거의다. 너만 하면돼." . . . . \언호방 그러고보니까 정말 언호방 오랜만에 오는거 같다. 하긴 숙소자체를 오랜만에 왔으니까 언호방도 오랜만인게 당연하다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이방에 있는거 자체가. "뭐부터 촬영하면 돼?" 내가 건낸 대본을 한참을 쳐다보던 언호가 말했다. "어?" "어디부분부터 촬영이냐구" "아 거기 24부터." "응"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대본을 쳐다본다. 정말 미치겠네. 분위기 어색해서. "...어?" 그때 내 눈에 들어온 믿을수 없는 장면에 나는 나도모르게 '어?'라고 소리치고야 말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향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녀석. 언호 책상위에..편지가 한가득 쌓여있다. 하나. 하나 소중하게 "설마..저 많은걸 다 읽어본거야?" 믿을수없어. 신언호가. 팬들이 주는 팬레터를 다 읽다니. 그것도 저렇게나 많이.? "정말..읽어본거야?" "..아니, 촬영하자" 말을 돌리면서 손에 든 대본을 책상위에다가 놓는 언호였다. 그러면서 시선은 수북히 쌓인 팬레터에 한참을 둔다. 정말 알수없다니까. 이럴때보면. "저 언호야." 너 괜찮은거야..? 나는 촬영을 하려고 카메라를 들려다가 잠시 멈칫하며 녀석을 불렀다. "응." "아.아니야 촬영하자" 차마 입밖으로 괜찮냐는말이 도저히 나오질 않아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카메라를 켰다. 그리고는 앉아있는 언호를 잡았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언호. 아니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언호. "........." 그모습에 자연스럽게 눈물이 터져나왔다. 아까처럼 목놓아 우는건 아니지만. 자꾸만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말 이제야 알꺼 같다. 소설책 같은곳에서 흔히 나왔던 그말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사람이 있다는 그말. 난 이제야 알꺼 같다. 나한테 언호는 어느새 그런사람이 되버린 모양이다.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사람. 가슴이 아픈..사람 "나는요." 그때 무겁게 언호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그제서야 다급하게 눈물을 닦고는 촬영을 하려고 언호를 클로즈업했다. 그순간 언호는 분명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것일텐데. 꼭 나를 쳐다보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깟 위암은 하나도 안무서운데요. 안아픈데요. 견딜수 있는데요." '위암'이라는 그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가 아닌 내 눈으로 언호를 봤다. "......" "이햇살 우는건 무서워요. 아파요." "........" "..못견디겠어요." 말을 마치고는 예쁘게 웃어주는 언호. 이래서는 정말 눈물 못참겠잖아. 정말로 울어버릴수밖에 없잖아. "미안..촤..촬..영은 내일 마저하자." 바보같이 또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번엔 언호에게 그 눈물이 들키지 않도록 그대로 뒤돌아섰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싫어 죽겠다. 지금 이순간조차 뛰는 이 심장이 미워 죽겠어. 난 왜이렇게 이기적인걸까. "갈께.." 어쩌면 너무나도 바보같았을 그 한마디를 녀석에게 남기고는 나는 망설임없이 언호방을 나왔다. 그리고는 콰앙- 하고 문을 닫고 그대로 숙소를 빠져나가려는데. 별안간 쇼파에 앉아있던 해안이가 나를 막아섰다. "또 우네." 그리고는 그대로 내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는 해안이. 눈물이 멈추질 않아 계속해서 우는 내 눈가를 자꾸만, 자꾸만 닦아주는 해안이. "......." "무슨일있지. 너 아까부터 이상했어." "해안아." "어." "나...좀 살려줘." "뭐.?" "나..좀 숨쉬게 해줘..나 좀 살려줘." 정말 죽을꺼 같아. 차라리 모르는편이 나았어. 하루하루 언호 죽어가는모습 보느니 차라리 죽는게 더 낫다고 생각할정도로 나 지금 너무 많이 아파. "이햇살.." 또 다시 엉엉 울어대는 나를 보며 당황한듯 어쩔줄 모르는 해안이. "나갈래. 나중에 올래. 놔줘. 놔줘 제발." 그런 해안이의 손을 억지로 놓고는 뒤돌아섰다. 하지만 나는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채 다시 그아이에게 손이 잡혀버려. "하..놓아달라고했.." 신경질적으로 뒤돌자마자 보인건. 해안이가 아닌 언호. 나는 빤히 언호가 꽉 잡은 손을 내려다본다. 하얀 언호의 손등이 보였다. "신언호..?" 내 입에서 그아이의 이름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였다. 언호는 꽉 잡은 내손을 잡아당겨서 나를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좋아해." 혹시나 내가 자기 품에서 빠져나갈까봐 다급하게 말하는 언호의 목소리에. 나는 멍해질수밖에 없었다. 아무소리도 들을수 없었다. 그순간은. 정말 모든게 멈춰버린것만 같았다. 단지 내가 느낄수 있는것이라고는 쉬지않고 빠르게 뛰어대는 심장소리뿐이였다. "...뭐.?" 어설프게 안겨 있는채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언호가 안고 있는 팔에 더 힘을 주고는 말해. "나도 너 좋아해." 너무나도 애틋하게. "....." "그래서 너 울면 아파. 힘들어. 화나" 너무나도 간절하게. "...하.." "그러니까 울지마 이햇살." 듣는사람이 가슴아플만큼. "........" "너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게 녀석은 서툴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겨웠을 고백을 시작해. 울보 이햇살에게. ... ................ "신언호가...있으니까" 지금까지 봤던것중에서 가장 예쁜 웃음을 지으면서. 가장..행복해 하는 표정으로.. #62 "언..호야?" 조용한 내 목소리에도 꽉 껴앉은 팔을 풀려하지 않는 녀석. 나는 그대로 언호 어깨에 얼굴을 푹 묻어버렸다. 따듯해. 정말 따듯해 그래서 그런가? 언호야 나. "......" 눈물이 나올려고해. "하." 그때 들려온 누군가의 허탈한 한숨소리. 나는 그소리에 녀석에 어깨에 묻었던 얼굴을 들었다. 그리곤 고개를 돌렸다. 멍한 눈으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해안이에게로. "이럴땐..." "........." "아무말없이 돌아서야 하는거지? 나." 말을 마치곤 어색히 웃는 녀석. 그제서야 나는 언호를 한쪽손으로 밀치고는 해안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해안아" 내말에 피식 하고 웃어보이는 해안이. 나..또 상처 준걸까? 해안이한테..상처 준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가슴 한구석이 이상해졌다. "근데 나말야 이햇살." "어?" "나는..착한 친구 못해." "........" "아니..안해" 그리곤 억지로 웃으며 나를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콰앙- 하고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우리 그룹 분란 일어나는거야?" 그러게. 나때문에 일어나겠네. 해안이 방문을 빤히 쳐다보다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하는 은겸이의 목소리에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뒤돌아섰다. "오늘은 이만 가야겠다." 그리고는 언호를 향해 말했다. 대답대신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언호. "응" 언호는 이내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언호야." "어?" "나 안울께. 그러니까 너도." 꼭..건강해져야해. 꼭 건강해지자. 알았지? 마지막말은 차마 하지 못한채 꾹 삼키고는 웃음으로 대신하자 피식 하고 웃다가 한쪽손으로 내 머리를 헝크러 놓는 언호. "잘가." 그순간 나는 언호의 목소리가 참 따듯했다고 느꼈다. 정말..포근하고 따듯했다고. 마치 어느 봄날처럼. . . \다음날 "햇살아 오늘도 촬영?" "응!!아직 조금 남았어" "너도 고생이다. 이번에도 화이팅이다!" "응!!" 학교가 끝나고 민지의 응원을 받으며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옮기는 나. 힘찬 발걸음? 하긴 사실 이건 아니지. [신언호 어디야?] 아무튼간에 나는 카메라가 담긴 가방을 한쪽에 메고는 다른 한손으로는 언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 '전송되었습니다'라는 메세지가 뜨자 나는 핸드폰 플립을 닫고는 언호의 메세지를 기다린다. '언호 죽어.' '언호 죽어.' '2개월밖에 안남았어.' 그러다가 또 다시 하루종일 머리속을 멤돌았던 유가은의 말들이 생각나는 바람에 한쪽 눈살을 찌푸렸다. 왜이럴까 정말. 오늘 하루종일 자꾸만 떠오르는 그 말들을 머리속에서 지우고. 또 지워봐도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해서든 잊어야 했다. 언호앞에서 더이상 울지 않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방송국 로비 -신언호] 어디냐는 내 문자에 1분도 안돼서 온 언호의 답장. 늘 이래. 언호한테 답장오면 기분이 좋아. 자꾸 웃음이 나와.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기 까지 한다. 정말 내 자신이 유치할만큼. 나는 액정을 쳐다보며 웃음 짓다가 답장버튼을 꾹 눌렀다. [그래? 그럼 언제숙소가? 너 인터뷰해야지] [조금 있다가. 여길로 올래? -신언호] [방송국으로?] [응 여길로 -신언호] 마지막에 온 언호의 문자에 나는 잠시 갈등했던거 같다. 왜냐구? 해안이. 해안이가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이내 난 답장버튼을 꾸욱 눌러 [응!!!알았어] ..라고 그건 어찌됐든간에 언호가 보고싶어서였다. 나는..많이 이기적이니까. \방송국로비. 누군가가 내게 '[혼수상태 비밀일기] 촬영하게 되면서 가장 좋은점이 뭐야?' 라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없이 대답할것이다. '방송국 들어올수 있는거!'라고. "...그나저나" 방송국로비에 있다던 신언호는 어디있는거냐구.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로비 안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았다. 여기서 언호를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아까부터 묵묵부답인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문제메시지 0통 연락이 언제올까. 멀뚱히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고 있을 그때. 드르륵. 하고는 핸드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신언호도 양반은 못되나봐? 실없는 생각에 혼자 웃음짓다가 나는 핸드폰 플립을 재빠르게 열었다. [나 지금 대기실. 넌 어디야? -신언호] 로비라고 할때는 언제고 이번에는 또 대기실이란다. 하여간. [너 로비에 있다고 했잖아. 나 그래서 로비야] 자꾸만 떠나지 입가에 떠나질 않는 웃음을 한쪽 손으로 겨우겨우 막고는 답장을 보내는 나. 전송버튼을 꾸욱 누르고는 다시 테이블에 핸드폰을 올려 놓으려는데. "이햇살!!!!!!!!" 별안간 들려오는 언호의 목소리에 깜짝놀라 뒤돌았다. "신언호?"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은 분명 언호였다. 아직 무대의상인 언호. "응." 이내 내 앞까지 다가오자 예쁘게 웃어보인다. 와!! 오늘은 기분 좋아보인다. 눈매가 둥그레질정도로 웃네. "촬영 끝났어?" 내말에 오케이 표시를 하는 녀석. 이렇게 마주보고있을때 늘 느끼는거지만 언호는..정말 키가 큰거 같다. "응 좀 전에. 근데 오늘 해안이랑 연락했어?" 뜬금없이 언호 입에서 해안이 이름이 나오자 나는 그제서야 어제의 해안이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나는..착한 친구 못해.' '.........' '아니..안해' 해안이는 그렇게 힘들텐데.. 나는 오늘 하루 웃기만 했네. 나 정말 못된거 같다. "응? 아니 없었지..근데 왜?"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언호에게 대답하자. 언호는 "유해안이 나랑 말 안해." 하고는 울상을 짓는다. 나한테 연락 한번 없더라. 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급히 화제를 돌리려고 녀석을 불러. "그렇구나. 아 근데 언호야." "응." "아픈데..없어? 안아파?" 내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알수없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녀석. 그러다가 확고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안아파. 하나도." 라고. 그리고는 그대로 빙그르르 도는 언호. "신언호 어디가!!!" "옷갈아 입고 올께." "아..응" 화난건가.? 괜한말..꺼낸건가? 신언호 지금 내가 괜히 그런말 꺼내서 화난거 같다. 하지만 언호가 아픈데도 웃는거 같아서 겁난단 말야. 저렇게 웃다가도 쓰러질꺼 같아서. "이햇살." 그때였다. 뒤돌아서던 언호가 나지막하게 내이름을 부른건 "어?" "자꾸 그런표정이면 나 진짜 삐진다." 그말에 결국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하고 웃어버리자. 그제서야 언호가 굳어진 표정을 풀며 예쁘게 웃어. "100초 세고있어. 금방 갔다올께" "응!!" 언호가 다시 방송국안으로 들어가는것을 보다가 나는 다시 의자에 털썩하고 앉았다. 그래도 신언호.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아보여서 다행이다. [너 100초만에 안오면 나 그냥 갈꺼다!!] 언호가 기분 좋아보이니까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나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귀엽게 이모티콘까지 붙이며 언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다가 집어 넣는데. "......" 아..이런 기분인가? 누군가의 시선이 빤히 내게 닿는 기분. 그래. 지금 난 그런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시선이 느껴지는쪽으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니. "...해안아" 해안이가 보였다. 평소 생기발랄한 그 모습과는 다른 조금은 피곤하고 지쳐있는 모습의 유해안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유해안이. 아까 무대의상이였던 언호와는 다르게 사복을 입고 있는 유해안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곧바로 돌려버린 유해안이..그렇게 보였다. "......." 나..피하는거야? 왜 고개돌려 유해안. 왜? 마음속에선 벌써부터 해안이에게 묻고있는데 정작 입에선 아무말도 나오질 않았다. 나 정말..바보같아. "유해안!!!" 녀석의 이름을 부르기까지 한참을 머뭇거린거 같다. 나를 그대로 지나치려는 해안이의 이름을 부른건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으니까. "어." 그리고 그제서야 내게로 다시 고개를 돌려 대답하는 해안이. 차가운 그 목소리에 잠시 멈칫한건 사실이지만. 아무튼간에 나는 그대로 일어서서 해안이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가..?" 살며시 던진 내말에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잠깐 매점." "..아 그렇구나" "어." "........" "........" 그리고 그뒤로 이어지는 침묵. 솔직히 해안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할말이 무지 많았다. 미안하다는 말도 하고싶었고. 어색하지 말자는 말도 하고싶었고 나한테 차갑게 굴지 말라는 말도 하고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저..말하는것 대신 입술을 꾹 깨물뿐. "그럼 갈께." 그때 어색히 흐르던 침묵을 깨고는 나한테 한치의 시선도 허락해주지 않은채 그대로 해안이가 걸음을 옮긴다. 타악- 나는 그런 해안이의 옷자락을 다급하게 잡고는 말했다. "착한친구 해줘." 누군가가 내게 잔인하다며 손가락질 할지라도 나는 그냥 그러고 싶었다. 해안이가 그래줬으면 싶었다. 그래서 이말이 해안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잘 알면서도 말할수밖에 없었던거 같다. "....하하." 그러자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는 해안이. "해줘. 착한친구." 딱 두달만. 딱..두달만이라도. 이햇살한테 그리고 신언호한테 착한친구 해줘 해안아. 우리 웃을수 있게. 조금이라도 더 웃어볼수있게 친구 위해서 니 사랑 숨겨줘. 니사랑 모른척해줘. "이햇살." "응." "너 진짜 짜증나. 진짜 싫어. 알어?" "응." 해안이는 빤히 자신을 쳐다보는 내 시선에 결국은 피식하고 웃어버린다. "근데 더 짜증나고 싫은건 뭔줄 아냐." "..어?" 처음듣는 녀석의 슬픈 목소리. 그랬기에 이햇살.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여기서 응.그럴께 라고 대답할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야." "......" "결국 너 위해서 니가 원하는거 할수밖에 없는 내자신이라구." 그리고는 무언갈 말하려다가 입술을 꾹 깨무는 녀석. 그러다가 이내 결심한듯 힘겹게. 정말 힘겹게 입을 연다. ... .......... "응. 그럴께. 이햇살." ..라고 가슴이..아파. 해안이 이말 듣는데 정말 가슴이..너무 아파서 견디지 못하겠다 "........" "됐지." ".........." "넌 웃어. 많이 행복해." 피식하고 웃다가. 해안이는 이내 뒤돌아보지도 않은채 걸음을 옮긴다. 마지막말을 중얼거리듯 내게 남겨놓고는 "난 울을께. 많이 아파할께." 그러고보니까.. 처음보는거 같다. 해안이 뒷모습. 늘 내가 먼저 뒷모습 보이곤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나올것만 같다. #63 "이햇살!!" 그렇게 해안이를 보내고 나서 얼마나 그곳에서 언호를 기다렸을까? 한 10분정도 된거 같다. 10분 뒤 언호는 무대의상이 아닌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로비에서 나를 불렀다. 언호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하얀 목티. 예쁘다. 신언호. 역시 어떤옷을 입어도. "왔어?" "응." 나는 그제서야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해안이를 지웠다. 너무너무..이기적이게도 "100초 다 셌어?" 라면서 환하게 웃는 언호. 지금 이녀석이 아프다는게 믿겨지지 않을정도로 너무 밝은 언호.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아까전에 넘었어 이자식아.!!" "아닌데. 내 시계는 지금 99초인데." "웃기네!!" 콧방귀를 뿡 뀌면서 나보다 키가 큰 녀석의 얼굴을 한쪽 손가락으로 살짝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훽 하고 인상을 쓰는 언호. 이런녀석들은 꼭 하얀 얼굴에 인상쓰는것 조차 멋있더라. "이햇살" "왜!" 나는 괜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오빠한테 까불지마." 또 오빠타령인 언호를 게슴츠레 노려보다가 그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나는 그 순간 행복하다는것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이 시간이 계속 영원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오빠는 무슨! 근데 너 혼자만 이렇게 나와도 되는거야?" "아 차 가지고 온대. 나가자."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손을 꽉 잡아버리는 언호. 나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내 손을 꽉 잡은 언호손만을 응시했다. 따듯해. 언호 손. "손 되게 크다." "응?" "니 손." 중얼거리듯 말하는 나를 한번 쓰윽 하고 보더니 자기 손으로 시선을 그제서야 옮긴다. 그리고는 픽 하고 웃어버려. "니 손은 엄청 작아." 그순간 니 손이 큰거야! 하고 대답해 주려다가 나는 멈칫 하고 서버리고 말았다. 왜냐구? 보았으니까. 언호 손에 있는 상처들을 보고야 말았으니까. "왜?" 갑자기 걸음을 멈춘 내게 왜그러냐는듯 언호가 묻는다. "언호야 니 손." "내손 뭐?" "상처 엄청..많잖아" 여기저기 상처나있는 언호의 손바닥. 얼핏 보니까 손톱자국 같은것들이 서너개 상처로 남아있었다. "........." 그러자 말없이 손을 그대로 왼쪽 주머니에다가 푹 찔러넣는 언호. 왠지 모르게 힘겹다. 언호가 이럴때마다 나는. "아플때마다..주먹 쥐는 버릇 때문에 그렇지?" "긁힌거야." "거짓말." "진짜야." 왜 거짓말해 신언호. 그것도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만. 이러면 내 마음 더 편치 않단 말야. "...그래" 하지만 나는 이번 한번만. 그래 딱 이번한번만 속아 넘어가주기로 했다. 언호의 거짓말에. 왜냐면 언호의 목소리가..떨렸으니까. 너무 안쓰럽게 떨렸으니까. . . . "햇살아 그럼 너 또 숙소가는거야? 응?" 언호와 함께 벤에 타기가 무섭게 와다다다 하고 은겸이가 나를 향해 쏘아댔다. 나는 그런 녀석이 너무나도 귀찮았던지라 언호옆에 앉으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떡여보였다. "으응" "너 요즘 왜이렇게 우리 숙소 많이와? 응?" "어제랑 오늘밖에 더있어?" "그건 그렇지만." 거봐 한은겸. 넌 나랑 말 길게 하면 손해라니까. "그래. 그런거야" 심드렁하게 대답하고는 나는 좀 더 편안하게 차 의자에 등을 기대보인다. 차안에는 오늘도 여전히 앞좌석에서 피곤하신지 잠을 청하고 계시는 혁이오빠와 또 다시 핸드폰게임 삼매경에 빠진 언호 그리고 나를 어떻게 놀려줄까 고민중인 은겸이가 있었다. "해안이 왜 안오지?" 그때 날 놀리는걸 포기해버렸는지 꽤나 지루하다는 목소리로 입을 여는 은겸이.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여 보인다. "그러게.." 그리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선 오지 않는 해안이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고 계시는 매니저오빠가 보였다. 정말 해안이 어디..간걸까? ".........." 괜히 신경쓰인다. 나 아까 그아이에게 많이 상처줬으니까. 잔인한말로 울려버렸으니까. 역시 그런말은 하지 않았던게 좋았나. "이세끼야. 전화는 왜 안받아. 넌 시간 개념이 없어? 지금이 몇시인줄 알아?" 그때,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밖. 빼꼼히 은겸이를 따라 열려진 창문으로 밖을 보니 이번에는 삐딱히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해안이와 그런 해안이를 다그치고 계시는 매니저오빠가 보였다. "뭐야. 아무것도 안사왔네!! 아 짜증나 유해안" 해안이를 보자마자 투덜대는 은겸이. 타악- 이내 매니저오빠에게 잔뜩 혼이 난 해안이가 벤 문을 열고 타자마자 눈치 없기로 소문난 한은겸이 소리친다. "왜 빈손이야. 지금까지 아이스크림 다 먹고 왔냐?" "..........." 저기압..이잖아 한은겸. 유해안 지금 입 꾹 다물고 있는거 안보여? 제발 그만해. 그만하라구! "진짜 치사해. 지가 사오기로 한거면서" 하지만 내 바람에도 여전히 깐죽거리며 입술을 쭈욱 내미는 은겸이였다. 아이스크림 하나 못먹었다고 그렇게 화내? 한은겸 너에겐 눈치라는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거니 정말로?. "............" 속으로는 은겸이를 다그치고 싶은 마음이 엄청나게 컸지만 나는 화를 꾹꾹 참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건 해안이를 신경쓰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한은겸." 그때 해안이의 낮은 목소리가 차안에 퍼졌다. 그제서야 언호도 핸드폰에만 두었던 시선을 해안이에게로 돌렸다. "왜!!" "입..다물어" 해안이의 충격적인 말에 할말을 찾지 못한채 그대로 굳어버린 은겸이. 그순간 타악- 하고 굿타이밍으로 차문을 열고 매니저오빠가 운전석에 앉았다. 순식간에 다운되어버린 분위기. "유해안. 한번만 더 이런일 있어봐. 알았들어?"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듯한 목소리로 말을 마치고는 키를 꼽아 넣는다. 나는 그순간에도 해안이만 응시했다. 내가 상처..준걸까? 하는 생각에 ".........." 왠지 모르게 내가 무언가 크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언호오빠!! 오빠!!!" 그때였다. 그러니까 정확히 내 머리가 온통 해안이 생각으로 인해서 다른것들은 하나도 신경쓰지 못하고 있을 그때.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우와 햇살아! 쟤 좀봐 엄청나다" 신기하다는듯 나를 쿡 찌르면서 우헤헤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은겸이. 정말이지 궁금했다. 은겸아 1분전 해안이와의 일은 모두 잊은거니 너의 머리는? 나는 너무나도 단세포인 은겸이를 보며 피식 하고 웃다가 녀석이 가리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빠..오빠!! 언호오빠!!!" 그러자마자 보인건 벤 창문이 부숴저라 두들기면서 울고 있는 한 여자아이. 언호오빠 라고 소리치며 우는걸 보니 언호 팬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방송국 주차장인데. "근데 어떻게 들어온거지." 은겸이는 나와 같은 생각인듯 창문을 빤히 바라보면서 볼멘 소리로 중얼거렸다. ".....쟤는 또 뭐래는거야." 은겸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기가 무섭게 연달아 들려오는 짜증섞인 매니저오빠의 목소리. 이내 핸들을 잡았던 손을 놓고는 운전석쪽 문을 타악 하고 열고는 나간다. "신언호 니 팬인가봐!!" 은겸이의 밝은 목소리에도 아무 대답없는 언호. 언호는 아무말이 없다. 알수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울고있는 팬을 빤히..응시하는 녀석의 눈. "오빠..언호오빠!!!!" 무슨..생각을 하는걸까. 언호의 눈은 그아이에게서 좀처럼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있다. 타악- "신언호?" "언호야!!!!" 전자는 이햇살 후자는 한은겸이였다. 갑작스럽게 벤 문을 열어버린 언호로 인해서 "신언호 너..안들어가?" 갑작스러운 언호의 등장에 그 여자아이를 내보내려고 하던 매니저 오빠의 손이 허공에서 멈춘다. 인상을 훽 찡그리고는 언호에게 소리치는 매니저오빠. 하지만 신언호는 아랑곳 하지 않은채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있는 그 여자아이에게 다가선다. 그리고는 살짝 허리를 굽혀 눈을 맞추어 주는..언호 "왜 울어요." 말도..안돼. 믿을수 없다. "너무..너무 기뻐서요. 오빠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뻐서요. 너무 행복해서요. 흑..흑" "그래도 울지마..요" 자상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울고있는 팬에게 예쁘게 웃어주는 언호. 내 두눈으로 그리고 내 두 귀로 똑똑히 확인한것이지만 그래도 이상황은 여전히 믿을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햇살아..나 지금 잘못본거 아니지?" 은겸이 또한 믿을수 없다는듯 멍해진채 나를 향해 입을 연다. 나는 대답대신 언호를 빤히 쳐다봐. "..........." 정말 언호 맞아? 쉽게 뒤돌아 선다면서 팬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던 언호..맞아? 한번도 팬들하고 눈 안마주쳤던 언호 맞아? 나는 정말이지 믿을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지금 언호는 너무나도..따듯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진실했기 때문에. . . . \숙소 콰앙- "저자식이 진짜 왜저래 오늘 갑자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콰앙 하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고는 자기방으로 들어가는 해안이를 보며 말하는 매니저오빠였다. "그러게. 오늘 좀 저기압이네" 그런 해안이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듯. 아직 잠이 덜깼는지 피곤한 눈으로 자기방으로 들어가는 혁이오빠. 은겸이 또한 아까 해안이와의 말다툼이 생각났는지 별 다른 말없이 티비를 킨다. "........." 그리고 마지막. 신언호는 유해안처럼 아무말없이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까 이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는 언호. 휴 도대체 이사람들 왜이러냐구요. "햇살씨. 뭐 마실꺼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적응할수 없는 분위기에 한숨을 푹푹 쉬고 있을 무렵 매니저오빠가 적막을 깨고 내게 물었다. "아니요! 저 그냥 언호 인터뷰만 얼른 하고 이거 테잎 내러 가야해요!" "그래도 주스라도 한잔 마시고 하세요." 하필이면 왜 또 내가 싫어하는 주스인겁니까. "아니에요! 얼른 하고 가야해서. 그럼!!" 손사레를 치고는 매니저오빠에게 꾸벅 하고 인사를 건내는 이햇살. 그리고는 매니저오빠가 붙잡지 못하게 얼른 거실을 빠져나와 언호 방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똑똑- 하고 문을 두들겨도 아무말이 없다. "언호야?" "..........." "신언호!!" 여전히 아무말없이 조용한 상대편. 그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신언호!!!!!!!!"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언호이름을 크게 부르며 녀석의 방문을 열었다. 순간 힘이 쭉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신언호 왜 대답안해" 아픈줄..알았잖아. 너 또 아파하는줄 알고. 혼자 참고 있는줄 알고. 엄청 놀랐잖아. "............" 손등으로 눈을 가린채 침대에 누워있는 언호. 나는 녀석이 누워있는 침대에 살짝 걸터앉았다. "언호야..자?" "응" "자는데 어떻게 대답해?" "잘." "그런게 어딨어!! 촬영 해야 하는데." 괜스레 카메라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는 이햇살. "나 피곤해." 그런 내게 언호가 말했다. 정말 무지 피곤한 목소리로. '그래도 얼른 촬영해야 한단말야! '라고 소리치려던 나는 그냥 입술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언호는 정말 피곤해보였으니까. "그럼 이따하자. 조금만 눈 붙여." "응. 30분만." 말하기가 무섭게 그대로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언호. 30분동안 뭐하지? 막연한 생각에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근데..언호야"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아까의 장면이 떠올라. 나는 참지 못하고 언호에게 물어. "응." 그러면 언호는 고맙게도 대답해준다. '응'이라고. "아까..왜그랬어?" "뭐가?" "아까말야. 울던애한테..가서 울지말라고 한거" 팬들..싫어했잖아. 믿지 못하겠다고. 다 가식이라고 밀어냈잖아 너. 근데 아까는 달랐어 언호야. 제일 먼저 느낄수 있었어 나. 니 마음. ".........." 그러자 이번에는 아무말이 없다. "저번에..팬들이랑 눈 마주치면서 노래 부른것도 그렇고. 요즘 편지도 꼬박 읽는것도 그렇고. 오늘일도 그렇고." "............" 언호 너...혹시 조금씩..마음 열어가는거야? "햇살아." "응?" "나." "응. 너 뭐?" 그대로 손등으로 눈을 가린채 말을 이어가는 언호. 내 대답에 또 다시 한동안 아무말이 없다가 정말 힘겹게. 힘겹게 입을 연다. "기분이 이상했어." "..어?" "그냥 이상했어. 나 보고나서 행복하다고 우는 그사람 보면서. 한쪽 가슴이 아팠어." "........" "난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그렇게 날 좋아해주고. 나 때문에 울어주고. 그러는거 보고 한쪽 가슴이..너무 미안했어." 진실된 언호의 말. 괜스레 눈물이 나왔다. 이건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그냥 너무 기뻐서. 언호 마음이 너무 예뻐서. 그리고 고마워서 나오는 눈물이였다. "언호야.." "해준게..없었어" "........." "생각해보면 난 눈도 한번도 마주쳐주지 못했고 그사람들 위해서 노래를 부른적조차 없어. 그사람들은 날 위해서 울어주고 웃어줬는데." "............." "난 왜 그걸 이제야 알아버린걸까." 그리고는 피식 하고 웃어버리는 아이. 신언호 지금이라도 늦은거 아니야. 지금이라도 알아줘서 고마워. 그거 하나만이라도 우린 충분히 행복해. 고마워 언호야. 정말 고마워. "........." 할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나는 한마디도 할수 없었다. 그저 자꾸만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막고. 또 막으려고 애쓸뿐 "아까 그사람 보고 나 오늘 다짐했어." "뭘?" "나도 그사람들 위해서 무언갈 해주기로." "............" 그리고 잠시 침묵. 말이 잘 나오지 않는듯 자꾸만 말하는걸 힘겨워 하는 언호. 나는 그런 언호를 빤히 응시했다. "햇살아." ..그리고 그런 언호가 날 불렀다. "응?" "그래서 나." "......." ... ......... .. "이제 모든걸..그만하려 해" 떨리는 언호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나는 보고야 말았다. 녀석의 손등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그렇게.. 그렇게 언호는..울고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증오햇었던 그사람들을...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팬들을..위해서. <64> \다음날 '그래서 나.' '........' '이제 모든걸..그만하려 해' 무슨..뜻일까. 언호가 나지막히 중얼거리듯 했던 그말. 왠지 모르게 간절해 보였던 그말. "이햇살." 그뒤로 언호는 아무말이 없었다. 심지어 인터뷰 촬영할때 조차도 형식적인 말만 내뱉고는 입을 다물었으니까. "이햇살!!!!!" 도대체 무슨 뜻으로, 무슨생각으로 신언호는 그런말을 한걸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이햇살!!!선생님 말이 말 같지 않아?" "네? 네??" 그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를 향해 핏대를 세우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자 그제서야 허겁지겁 대답했다. "수업시간에 어디서 딴생각이야? 뒤로 나가!" "........아.." "얼른 안나가??" "네..알겠습니다." 드르륵- 의자를 끌고는 일어서자마자 보인건 내 뒷자리에 앉아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민지였다. "한.심.해" 김민지.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날 한심해 하다는걸 알겠는데 궂이 입모양으로 한.심.해를 외칠 필요는 없잖아!! 두고보자. 나는 부득부득 일을 갈며 뒤로 향했다. 그나저나 자꾸 어제 언호가 했던 말이 신경쓰인다. 아무뜻도 아닐꺼야 하면서 무시해보려고 해도 자꾸만 머릿속에 가득찬다. 그말이. "........." 별일..아니겠지? \방과후 "엄마! 나 방송국 갔다올께!" 나는 집에 오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채 방에서 언호 인터뷰까지 모두 마친 테잎을 들고 나왔다. "어? 햇살아 밥이라도 먹고 가!" "테잎 가져다 주고 나서." "그럴래?" "응!" 힘차게 대답하고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으려다 멈칫 나는 다시 뒤돌아 엄마에게 외쳤다. "오늘 반찬은 뭐에요 마미?!" "너 좋아하는 닭볶음탕!" "정말? 아싸! 얼른 올게"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 반찬이 닭볶음탕이라서? 흐응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건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어? 햇살아!!!지금 티비에서" 아무튼간에 나는 굉장히 기분 좋은 웃음을 짓다가 집을 나왔다. "....응?" 어..? 근데 지금 누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거 같은데. 잘못 들었나? "잘못 들었나보지. 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꾸욱 눌렀다. 잠시후 띠잉- 하는 소리와 함께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나는 느꼈다. 왠지 오늘은 예감이 좋다고. . . . \방송국 정말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닭볶음탕이였고. 5회 촬영분도 순조롭게 마쳤기 때문이였다. 그랬기에 오늘은 왠지 기분좋은날이 될것만 같다고 믿었고. 정말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뭐라..구요?" 적어도 피디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생방송 사고 났다구요." 내게 받은 테잎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면서 착찹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피디언니. 나는 답답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묻는다. "그러니까 왜요." "언호가..." "..언호가요?" "네."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정말 나조차 주체하지 못할정도로 빠르게. 많이. "언호가 왜요?" "생방송 도중에 혼수상태 그만둔다고 했어요." "..........." "이제 자기는 이런 딴따라짓 안한다고." 말을 마치곤 한숨을 푹 쉬는 이나언니. 믿을수 없는 그말에 나는 그만 피식하고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왜? 신언호..도대체 왜. "..언제요?" "햇살씨 오기 20분전이요. 대충 방송은 마무리 됐긴 한데. 아마 파장이 클듯 싶어요. 우리 프로그램 자체에도 타격이 오겠구요." 말도 안돼요. 믿을수가 없어요. 언호가 그럴 리가 없다구요. 아무말이든 언니에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 입에선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 '........' '이제 모든걸..그만하려 해' 그말이 이런 의미였어? 언호야. 정말..넌 이것밖에 안돼는 사람이였어? . "가볼께요 언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녀석에게 가봐야 겠다는 생각뿐이였다. "네..? 햇살씨!!" "죄송해요.!!" 언니에게 꾸벅 인사를 건내고는 도망치다 싶이 회의실을 빠져 나온 나. 그런데 막상 걸음을 옮기려고 보니까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겠다. 나는 꽤 오랫동안 방송국 앞에서 고민하다가 이내 숙소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는 택시를 잡아탔다. 숙소로 향하는 동안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숙소앞. "들어가게 해줘요.!!!!" "나와!!!!!!!!신언호 나오라고!!!" "오빠..거짓말 치지마요. 왜 그런 거짓말쳐. 네?" "나오라구 신언호!!!!!!!!!!!!!!" 난장판. 그래 숙소앞은 정말 한마디로 난장판이였다. 아마 지금 이곳 상황을 '난장판' 이라는 단어 말고 제대로 표현할 단어는 이세상에 없을것이다. 정말 그야말로 난장판이였으니까. 숙소앞에 몰린 팬들은 감히 수를 세어볼수도 없을만큼 많았다. 울고 불고 소동을 부리는 그들을 보면서 주민들이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이럴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신언호 너는 도대체 왜. 이런짓을 저지른거야. 나는 아까보다 더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 . . . 숙소에 가면 언호를 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 예상은 완벽히 빗나가고야 말았다. "언호..없어?" 조심스럽게 벨을 눌렀던 내게 문을 열어준건 은겸이였다. "어." 내 짤막한 물음에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쇼파에 앉는 은겸이. "........." 나도 최대한 말을 아끼며 쇼파에 앉았다. 잠시 흐르는 침묵. 무언가 굉장히 이곳 공기가 무거운듯한 느낌이다. "다른사람들은?" "매니저오빠랑 혁이형은 언호 찾으러. 해안이는 지 방에. 나는 여기에" "아..그렇구나" "응" 처음보는 모습으로 다시 짧은 대답을 하고는 담배를 입에 무는 녀석. 나는 아무말없이 그런 은겸이를 쳐다봐. "....은겸아." "응." 이내 은겸이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이 타들어 올랐다. "언호가 혼수상태 그만두는거.."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는데 그것이 은겸이를 건들인 모양이다. 처음보는 무서운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은겸이. 알아. 지금 한은겸이 어떤 심정인지 하지만 그래서 꼭 물어봐야 겠어. "이해해줄수는..없어?" 언호는 아마 모두를 위해서 그랬던것일테니까. ".........." 그러자 녀석은 피식하고 웃는다. 그리고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한모금 빨아드리고는 후우 하고 연기를 내뱉는다. 알싸한 담배연기가 공중으로 이리저리 흐터졌다. "이햇살." "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딴말 짓껄이지마." 처음듣는 무서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는 은겸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러는거 아니야 한은겸. 다 아니까 이런말..하는거라고. 나는 은겸이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고 은겸이에게 언호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으니까. "그래." 언호는 너흴 위해서 그랬을꺼야. 차라리 모든걸 숨기고 뒤돌아서는게 나을꺼라고 생각했을테니까 그바보. 많은 사람들이 알면 유가은처럼. 그리고 나처럼 아파하고 무너질껄 아니까. 그래서 그랬을꺼야. 그런 언호는..얼마나 아팠겠니. 삑.삑삐익- 그때였다.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달칵. 하고 힘없이 문이 열린건. ".........." 그래. 그 주인공은 언호였다. "신언호!!" 나는 그런 언호를 보자마자 원망섞인 목소리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런 나를 보고는 예쁘게 웃어 보이는 언호 "응.." 그건 마치..이제 모든게 끝났다는듯. 이제 혼자만 아파하면 된다는듯. 편안한 웃음이였다. 타악- 그순간, 그러니까 그런 언호가 들어오자마자 거의 동시에 해안이방 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리고는 무표정으로 방에서 나오는 해안이. 빠른속도로 언호에게 다가서더니. 퍼억- 하고 언호의 얼굴을 주먹으로 그대로 내리친다. "유해안!!!!!!!!!!!!!!" 무방비 상태였던 언호가 그대로 넘어지자 그런 언호를 일으켜 세우고는 마구잡이로 주먹을 날리는 녀석. 내 다급한 고함소리가 들리지 않는건지 해안이의 주먹질은 멈출 기색을 보이질 않았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아무말없이 해안이에 주먹을 모두 맞고 있는 언호. 일어날 기색없이 그렇게 거친 해안이의 주먹을 모두 맞고있는 바보. 나는 도저히 그런 언호를 볼수 없었기에 그대로 해안이에게 달려가려는데. 타악- 이번에는 은겸이였다. "그냥 둬." "뭐..?" "저자식 맞아도 싸. 그냥 둬." 하..맞아도 싸다고? 니네가 지금 무슨짓을 저지르고 있는줄..알아? "손 놔." "싫어." "노라고!!!!!!!!!!!!!!!!" 내 고함소리에도 놔줄생각이 없다는듯 더욱 더 손목을 꽉 잡아채는 은겸이였다. 언호 저러다가 정말 큰일나면 어떡할려구 그래. 언호 저러다가 정말 죽는단 말야!! "신언호." "응." 얼마나 언호의 얼굴을 흠씬 두들겼을까. 거친숨을 내쉬며 해안이가 언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 해안이에게 터진 입술 사이로 '응' 이라는 작은말을 내뱉는 언호. "너..내친구 맞냐." "........." "맞냐고 물었다." "응." "그런데 왜." "........" 잠시 감정이 복바쳐 오르는듯 입술을 꾹 깨물고 있는 해안이. 그러다가 이내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열어. "그런데 왜 이새끼야. 왜 그런말해. 그만두겠다고? 이딴 딴따라짓 흥미 없어졌다고?" 아니야 유해안. 아니라고. 왜 다 몰라줘. 신언호 마음. 정작 지금 이순간 제일 아픈 사람은 신언호라는거 왜 다 몰라줘. 왜 끝까지 참고 버티는 저아이한테... 상처줘. 왜 끝까지 아프게해. "응.." 떨리는 언호의 목소리. "이딴..딴따라짓 하려고 우리가 밤새서 춤연습했어? 목 아플정도로 노래 불렀어? 맨날 옷 다 적셔가면서 땀 흘렸어?" 그리고 해안이의 목소리. 울고있다. 해안이도 그렇게 소리치면서 울고있었다. "........." "아니잖아. 최고..되자고 버텼잖아. 우리 노래 들려주기 위해서 하루하루 힘든 연습 버티면서 그렇게 여기까지 왔잖아. 근데 그만두겠다구. 그럼 혼수상태도 없어. 알아 새끼야?. 너 없으면. 우리도 없다고." "........." .. 그렇게..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울고 있었다.. "우리는.....하나라고..영원하자고.." "........." ...... ....... "약속했잖아....개새끼야!!!!!" 눈물섞인 목소리로 소리치는 해안이. 언호는 참기 힘든듯 입술을 꾹 깨물며 억지로 울음을 참고 있었다. "이번엔..니가 나빴어. 신언호. 니가..잘못했어" 이내 내손을 꽉 잡고 있던 은겸이가 내손을 놓아주며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런 은겸이의 말에 바닥에 누워서 피식하고 언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 나는 그순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언호가 시한부인것을 알게되면 이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버텨내야 하는건지. 지금도 저렇게 벅차하는데. 이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라는걸 알았을때 어떻게...견뎌내야 하는건지. 그리고. 언호는 앞으로 얼마나 아파해야 하는건지.. 지금도 저렇게 입술을 꾹 깨물고는 간신히 버티고 있는 저 바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참아야 하는건지.. 나는 진심으로 그것이 두렵고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65> \다음날 [인기그룹 혼수상태 멤버 신언호. '모든걸 그만두겠다'] [신언호. 생방송도중 '딴따라짓은 이제 안해' 말해 파문] 하루종일 그이야기뿐이다. 티비를 틀어도. 인터넷을 할때에도. 학교에가서도. 하루종일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그 이야기뿐이였다. 신언호 이야기. .. "정 뚝 떨어지더라. 그럼 우리나라에 있는 가수들 모두 딴따라짓 하는거냐고" "내말이. 인기 많아졌다고. 하 참 기가막혀서." "야! 니들 신언호 얘기 꺼내지도마. 열받아. 나 어제 울었잖아. 너무 황당해서" 여기도. 저기도 온통 신언호 이야기뿐이였다. 진짜 이야기 말고 가짜 이야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내뱉는 그런.. 진짜 이야기 말고 가짜 이야기. 나는 열분을 토하며 거친말을 내뱉는 우리반 아이들을 응시하다가 책상에 고개를 푹 하고 묻었다. 답답하다. 그래서 정말 죽겠다. 죽어버리고 싶다. 나도. 그렇게 죽고싶을만큼 가슴이 답답했다. "............." 아니란 말야. 너희들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고 쉽게 욕할 사람 아니란..말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나도 모르면서. "야." "..........." "이햇살!"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내가 일어나지 않자 책상을 주먹으로 탕탕 치는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온다. 그제서야 나는 푹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어올렸다. "유가은이네." 나처럼 눈 퉁퉁 부어버린 유가은이네. 하루종일 울었는지 빨갛게 눈 충혈된 유가은이네. 지금 이순간 나와 같이 가슴으로 울고 있는 유가은..이네 "이햇살." "누가 보면 너랑 나랑 친한줄 알겠다." 자연스럽게 비어있는 내 앞자리에 앉는 그녀. 나는 되지도 않는 어색한 농담을 건내며 피식 하고 웃어보여. 사실은 웃을힘도 없으면서. "넌 신언호 갑자기 그러는 이유 알고있지." 그런 내게 유가은이 말했다. "........." "내 전화도 안받아. 문자도 답장없고. 만나주려 하지도 않아." "그렇구나." "언호 왜 갑자기 그러는거야? 왜 갑자기 그런말.." 말을 잇다가 잠시 감정에 복받친듯 입술을 꾹 깨무는 유가은. 안쓰럽다. 그래 그냥 그생각이 들었다. 그게 전부였다. 지금 내앞에 서있는 이아이도 어제의 해안이처럼 어제의 은겸이처럼 어제의 언호처럼..안쓰럽다. "7년 친구라면서." "..뭐?" "7년친구가 그것도 몰라? 몇 달 안 나도 알겠는데." "말장난 하자는거 아냐." 기어코 유가은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다. 나는 그런 유가은을 보다가 책상에 손을 쓰윽 집어넣어 휴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고는 입을 열었다. "유가은." "..어.." "우리 언호 보러 갈래." "뭐?" "지금...언호가 어떤 표정 지으면서 버티고 있는지 한번 보러 갈래." ".........." "그러면 알게 될껄.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될껄. 신언호가 모든걸..그만하려고 하는 이유." 그 이유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는거. 혼자 모든걸 짊어지려고 한다는거. 알게될꺼야. ".........." 모르고 싶어도..... 모른채 하고 싶어도..결국은 . . . \숙소. 학교가 끝나자마자 유가은과 숙소로 향했다. 어떻게서든 언호를 만나야했고 무슨말이든간에 언호에게 해야했기 때문에. 하지만 숙소앞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오지 말껄 이라는 후회가 제일 먼저 앞섰다. "괜히왔다. 그치 유가은" "그러네." 숙소앞을 보면서 피식 하고 웃음 짓는 유가은. 나도 허탈한 한숨을 쉬며 피식 하고 실소를 터트린다. 엄청 많네. 사람들. 기자들도. 팬들도 신언호 너 하나 때문에 이곳에 엄청 많이 모였어. 그래서 크게만 느껴졌던 숙소앞이 오늘따라 무지 작아보인다. "갈래?" 숙소앞은 그야말로 발 디딜틈조차 없었다. 살짝 고개를 비틀어 유가은에게 묻자 유가은도 같은 생각인듯 고개를 끄떡끄떡. "응. 지금은 숙소에 들어가지도 못하겠다" 하하. 처음으로 우리 같은생각 해본거냐. "그래. 가자. 다음에오자. 다음에도 신언호 있으니까" "응." 먼저 뒤돌아 선건 유가은이였다. 그런 유가은을 보며 나도 씁쓸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그래 바로 그순간. "왔다!! 저기 왔어" "김기자 카메라 준비해. 빨리!" 사람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슨일이야. 하는 마음으로 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 그아이가 있었다. "언호..숙소에 있는거 아니였나봐." 나와 같은곳에 시선을 두며 중얼거리듯 말하는 유가은. 하지만 여전히 시선은 그곳으로 향해있다. 그곳에는 언호가 있었다. 까만 벤에서 내리는. 검은 정장들의 사람에게 보호를 받으며 걸음을 옮기는 언호가. 찰칵- 차앙 찰칵- 그순간 나는 눈을 찌푸릴수밖에 없었다. 언호가 내리자마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후레쉬가 터졌기 때문이다. 곧이어 골치 아픈 표정의 매니저 오빠도 운전석에서 내렸다. 어딜 갔다 온듯 보였다. 뭐랄까. 둘다 굉장히 피곤한 얼굴. "언호 아파보여." 특히나 언호 얼굴은 더 그랬다. 굉장히 피곤해보이면서도 굉장히 창백해 보이는. 다른 사람이 보면 딱보기에도 아픈사람얼굴. 이라고 말할정도로. 모자를 푹 눌러쓴 언호는 그랬다. "버티고 있는거니까." 내말에 당연하다는듯 그녀가 대답한다. "뭐?" "넌 모르지. 언호가 얼마나 지독한지" "........" "나도 잘 몰라. 그건 신언호밖에 몰라. 자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말을 마치곤 다시 언호에게로 시선을 고정시키는 유가은. 얼마나..지독한지 모른다고? 나는 그순간 유가은 말이 맞다고 느꼈다. 정말 그랬으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언호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나 참고있는지. 아무것도. "그렇게 인생 살지마 이 개자식아!!!!!" .....?...... 그때였다. 갑자기 팬중 한명이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숙소안으로 들어가려는 언호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은건. "..........." 황당한 마음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리니. 많아야 내 또래정도 보이는 여고생 한명이 갈갈이 뛰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가만히... 걸음을 멈춘 언호에게. "딴따라라고? 다른 가수들 욕먹이지마. 이 이기적인자식아." "이거나 먹어라!!!!!! 돈 벌었다고 이제 눈에 뵈는게 없나보지.??" "다들 비켜봐요!!!!!!!!내가 저세끼 얼굴 휘갈겨놓게!!!!!!!" 한명이 두명이 되고. 두명이 세명이 되고.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갑자기 너나 할것없이 거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가만히.. 걸음을 멈춘 언호에게. "........하......" 그 광경에 허탈한 실소를 터트리면서 눈물짓기 시작하는 유가은이였다. "널 좋아한 내 시간이 아깝다. 너같은 세끼 뒷꽁무늬 따라다닌 내가 한심해 죽겠다고!!!!!!"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들고 있던 시디를 모두 언호쪽으로 던지는 사람. "....진짜 얼굴만 봐도 화나. 억울해" 언호쪽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며 거친 욕을 계속해서 내뱉는 사람. ".흑...흑...으흑......." 그대로 주저 앉아서 아무말없이 통곡하며 울어버리는 사람 "..............." 언호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아파한다. 어쩌면 예전에 언호가 했던 말처럼 한순간에 자신에게 등돌려 버린것일지도 모르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그렇게 혼자 모든걸 견디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일지라도. \숙소. 내가 숙소에 도착한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였다. 그러니까 숙소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기자들도 팬들도 얼마 남지 않았을때. "아 햇살씨 오셨어요. 가은이도 왔니." 숙소문을 열어준건 매니저오빠였다. 내 옆에 있는 유가은에게 까지 함께 인사를 하고는 다시 쇼파쪽으로 몸을 돌리는 매니저오빠. 왠지 모르게 숙소 안에는 숨이 턱 막힐정도로 싸늘한 공기가 흐르는것만 같았다. "오빠 아까 언호 데리고 어디갔다온거야?" "회사 사무실. 사장님까지 언호 설득시키고 오늘도 한바탕 난리났다. 끝까지 이제 그만한대네. 계약서 들먹이면서 협박을 해봐도. 어르고 타일러봐도 소용이없어." 쓴웃음 뒤로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하얀 담배 하나를 마른 입술에 비집어 넣는다. "그래..다른멤버들은?" 그런 매니저오빠에게 짧게 대답하는 유가은 "일단 개네들이라도 먼저 안무실가서 연습하고있어. 이제 후속곡 준비하느라 정신없는데 타이밍도 진짜 기가막힌다." "그렇구나. 언호는?" "지 방에." "..........." 매니저오빠말에 유가은의 짧은 시선이 내게 머물렀다. "뭐.." "가봐. 이햇살" "뭐??" "니가 가보라고." "야 유가은 너랑 나랑 여기 온 이유는.!!!" "난 자신없다 도저히. 가봐 얼른" 그러면서 내 등을 떠미는 유가은의 하얀손을 나는 가만히 내려봐. 기집애 손도 예뻐. "그래요. 햇살씨 언호좀 설득해주세요." "네? 아 그게 아니라" "부탁 좀 할께요." 매니저 오빠까지 이러시면 제가 정말 들어갈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나는 입을 삐쭉 내밀며 쇼파에 앉는 유가은을 쳐다봤다. 하여간 이런건 나만 시키지? 나만. ".........." 나는 굳게 닫혀있는 언호방 문을 빤히 올려다봤다. 너무 어렵다. 언호가 닫은 저 문 하나가 그렇게 가로막고 있다. 언호랑 이햇살을. 신언호의 마음과 이햇살의 마음을. 사이에 두고 똑똑-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들려오는건 어색한 침묵뿐. "언호야. 들어갈게." 잠시후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언호의 방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인건 책상에 앉아 있는 언호였다. 무언가에 열중인듯 보이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방으로 들어와 타악-하고 문을 닫았다. 그제서야 녀석이 뒤돌아본다. "이햇살이네." 그리고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예쁜 언호. 나는 그런 언호에게 다가가. "뭐해?" "편지읽어!" "편지?" "응 편지." 빤히 언호 책상을 내려다봤다. 책상 여기저기에 지저분하게 널려져있는 편지들. 팬들이 준 팬레터였다. 그것을 보는순간 동시에 내게는 아까의 그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딴따라라고? 다른 가수들 욕먹이지마. 이 이기적인자식아.' '이거나 먹어라!!!!!! 돈 벌었다고 이제 눈에 뵈는게 없나보지.??' '다들 비켜봐요!!!!!!!!내가 저세끼 얼굴 휘갈겨놓게!!!!!!!' 내가 들어도 가슴이 아플정도로 심했는데 언호는 그말을 듣는순간 얼마나 힘겨웠을까.하는 걱정이 들었었다. 그런데도 녀석은 오늘도 편지를 읽고 있었다. 행여 한글자라도 읽지 못할까봐 아주 꼼꼼히. 나는 그래서 너무 화가났다. "너..바보야?" 그런말을 듣고도 바보처럼 혼자 모든걸 짊어지려는 언호에게. "응?" "....그러면 멋있어 보이는줄 알아?." "뭐가." "그냥 말하자 언호야. 그냥..말하면 안돼? 너 아픈거. 그래서 그러는거.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래서 너한테 저렇게 상처주는거잖아." 매니저오빠가 말한 설득과는 조금 다른 의미였지만 어쨌던간에 나는 그렇게 언호 옆에 앉아 녀석을 설득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말없이 편지를 정리하는 언호. 나는 답답한 마음에 한쪽 손으로 언호 손을 타악- 하고 잡았다. "너가 말 안하면 나라도 말할꺼야." 그제서야 조심스럽게 내게로 시선을 두는 녀석. "그러지마." "싫어." "그러지마 이햇살." "하..." 왜.? 니가 왜 이렇게 혼자서 아파해야하는데? 난 이해가 안가 언호야. 니가 이러는 이유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가. 이해한다. 이해한다 하면서도 솔직히 이해할수 없어. "말해봤자 좋을거 없잖아. 달라지는것도 아니고." "뭐?" "다른 사람들이 알면 슬프고 아프기만 해.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어." ... .... "신언호!!!!!!!!!" "내가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 "............" "부탁할게. 모른척해줘." 그말에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할수 있는거라곤 피식 하고 헛웃음을 터트릴뿐. <66> "그래.." 잠시후 내가 대답했다. 그러자 언호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심심한데 게임할래?" 애써 얼굴에 머무르고 있던 슬픔을 지우고 또 지우며. "무슨 게임?" 넌 지금 이상황에서 그런말이 잘도 나오냐. 신언호. 정말 엉뚱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니까. "보글보글. 이거 게임기 받았다 예전에" "내가 무슨 초딩이냐.?? 이런거나 하게" "응 맞잖아." 눈을 땡그랗게 뜨며 대답한다. "죽을래." "하자. 응?" 저렇게 예쁘게 웃으면서 건내는데 차마 안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오케이 라고 소리치면서 신이난 표정으로 게임기를 연결하는 언호. 나는 그런 언호를 찬찬히 쳐다봤다. "뭘 봐." 나는 언제나 그랬었다. 티비속에 신언호를 한번만. 딱 한번만 가까이서 볼수 있다면. 딱 한마디만 할수 있다면 죽어도 소원이 없을것이라고 생각했었고. 신언호는 나와는 다른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언호와 나란히 앉아서 게임을 하게 되리라곤 절대로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알지 못했다. "언호야." 그리고 그런 신언호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는것도. "왜?" ... ............ "나 좀..안아줄래?" 더불어 그런 녀석을 이젠 내 자신만큼. 아니 그보다 더 사랑하게 되버린 다는것도. 그건 정말이지 몇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일이였다. 내말에 나를 빤히 보던 그아이가 피식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언호의 웃음이 좋다. 뭐랄까, 보고 있으면 포근해지는 어린애 같은 저 웃음이. "응." "........" 그리고는 갑자기 일어서서 멀뚱히 서있는 나를 꽈악 안아주는 언호. 녀석의 품에 내가 쏙 하고 들어간다. 기분 좋아. 따듯해. 행복해. "이햇살." 그때 언호가 나를 불렀다. "응?" "이제 게임하자!" 라면서 안고 있던 손을 푸려는 언호를 이번에는 내가 꽈악 안았다. "싫어.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 "조금만 더." 그리고는 언호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나. 꾹 참고 있던 눈물이 그제서야 나왔다. 언호의 어깨에, 그렇게 내 눈물은 조심스레 떨어지고 있었다. ...싫어 언호야. 너랑 헤어지는거. 그래서 아직도 못믿겠어. 니가 떠난다는거. 나는 자꾸만 터져 나오는 눈물을 막으려고 애썼지만 한번 터진 눈물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계속해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자 신언호는. 바보같은 이녀석은. ".........." 바보같은 이햇살을 그제서야 다시 한번 꽈악 하고 안아주었다. 꽈악. 하고 따듯하게. "울보" 라는 장난스러운 중얼거림과 함께 말이다. 나는 그순간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또각또각 부지런하게 흐르는 저 시간들이 그대로 멈추어서. 이대로 평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변함없이 흐르는 저 시간은 이 아이에게는 지옥일테니까. . . \집 "다녀왔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숙소에서 언호와 보글보글을 하다가 집에 도착한 시간은 그로부터 2시간이 흐른뒤였다. 피곤한 마음으로 거실에 있는 엄마에게 보지도 않고 꾸벅 인사를 건낸 다음 방으로 가려는데. [신언호 군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대해서 현재 msk 엔터테이먼트는 아무런 입장도 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혼수상태의 활동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 이번 신언호군의 발언은 팬들에게도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앞으로 혼수상태 활동 유무 존재가 집중되는 가운데....] 티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는 나. 하루종일 떠들썩 하구나. 언호 이야기는. 나는 쓴웃음을 삼켰다. "어? 햇살이 왔네." "응." 그제서야 엄마도 티비로 고정했던 시선을 나를 향해 돌렸다. "햇살아. 너 그럼 촬영은 어떻게 되는거야?" "........" "엄마는 지금 티비보고 알았어." "응.." 언호 이야기가 달갑지 않았던 터라. 몸을 돌려 방으로 향하려는데 내 발걸음을 엄마가 다시 한번 잡았다. "속물도 저런 속물이 없어. 좀 돈 벌었다고 이제 안한다니. 저게 뭐니. 싸가지없게!" ...하...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온다. 앞으로 계속 그러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평생 언호를 저렇게 기억하겠지. 아무것도..모르면서 "뭘 알아.." 어느새 부들부들 떨리는 내 목소리. "뭐?" "엄마가 뭘 아냐구!!!!!!!!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지마!!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생각하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구. 다른 사정이 있을수도 있잖아!! 말 못할 사정이 있을수도 있잖아!!" 사실 생각해보면 엄마가 잘못한건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화를 내버렸다. 아마 꾹 참고 있던 무언가가 터진 모양이다. "이햇살!! 너 지금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미워. 엄마도 밉고 저사람들도 밉고. 팬들도 밉고. 유해안하고 한은겸도 밉고 매니저오빠도 미워. 다 미워 죽겠다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나서 콰앙-하고 정말로 방문이 부숴질듯 세게 닫아버렸다. 그런데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씩씩거리면서 나는 침대에 벌렁 눕고 천장을 노려본다. "........." 가슴이..아파. 사람들에게 정말 이렇게 기억되는걸까. 언호는. '속물도 저런 속물이 없어. 좀 돈 벌었다고 이제 안한다니. 저게 뭐니. 싸가지없게!' 자꾸만 엄마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빙빙 돌며 나를 괴롭혔다. 아닌데. 언호는 속물도 아니고 돈 벌었다고 이제 안하는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자기들 멋대로 없는 사실을 만들고 믿어버린다. 나는 그게 참을수 없을만큼 화가났다. 정말..아닌데. 드르르륵-드르르륵- 그때였다. 침대위에 누우면서 아무렇게나 팽개친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려온건. 나는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은채 핸드폰을 받아들어. "여보세요." -이햇살!!!!!!!!!!!!!!!! 그리고는 들려오는 민지의 고함의 가까운 큰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김민지?" -야 너 이제 촬영 어떻게 되는거야??? 야 지금 인터넷이고 난리났어!!!!!!! ".....뭐?" -야 신언호 진짜 왜그런거야? 넌 알고있어?? 진짜 싸가지없어 밥맛이라니... 달칵-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아니 그걸로도 모잘라서 핸드폰 밧데리를 분리시켜버렸다. 하. 자꾸만 헛웃음이 나와. 이러면 안돼잖아. 언호가 죽어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기억한다면. 언호를 정말 이렇게 기억한다면. 나는 정말 살수가 없을거 같다. 더 이상. "..........."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언호야 혹시 너도 이래? 너도 이렇게 모든게 검은색이니. 모든게 보이지 않아? 보고싶지 않은거야?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더 이상 언호가 사람들에게 저런식으로 기억되는건 참을수가 없어. 타악- "언호야..미안해" 나는 내팽겨 쳤던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피디언니의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Rrrrr-Rrrrrrrr- 몇 번의 신호음이 간후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피디언니. 저..햇살인데요." -햇살씨? 어쩐일이에요! 이시간에 "언니...부탁드릴게 있어서요." \다음날. [혼수상태 신언호 '위암말기' 팬들 '믿을 수 없다.'] [위암 말기로 밝혀진 신언호. 루머인가? 진실인가?] [신언호 '위암말기' 팬들 '울음바다'] [인기그룹 신언호. 밝혀진 진실에, 침묵] [신언호 '위암말기' 소속사 홈페이지 마비] 일어나자마자 아침부터 나를 반긴건 각종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언호의 소식이였다. 거실에 틀어놓았던 티비에서도. "인기그룹 혼수상태 신언호군이 위암말기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있습니다. 측근에 따르면 신언호군의 위암 투병생활은 가수활동 중에서도 지속되었다는 사실에.." 언호의 소식들뿐이였다. "햇살아 밥 안먹구가?" "응. 그냥 갈래. 다녀오겠습니다." 신발을 아무렇게나 구겨 신고는 집을 나왔다. 학교로 가는길에도 온통 그 이야기 뿐이다. 신언호의 위암말기 진실 여부.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문득 서서 핸드폰을 꺼내 피디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언니..감사해요. 하지만 제가 드린 병원 기록은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주셨으면해요.] 그래. 언호의 위암말기 소식을 언론에 알린건 나였다. 바로 이햇살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언호를 아무도 욕하지 않을꺼라는 생각에.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였다. 완벽한. "말도안돼....하..진짜..어떡해." "위암이 얼마나 아픈데. 언호 어떡해... 하..진짜 어떻게해. 흑...흐윽." 교실에 들어서자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나는 가만히 자리로 가서 앉는다. "이햇살. 넌 알고있었지." 자리에 앉는 날 보며 다가오는 민지. "뭘." "신언호 위암말기인거." "........" "지금 얘들 난리났어. 4반 민희는 아침부터 울다가 쓰러졌대." "응.." 민지야 지금 내기분이 어떤줄 알아? 그냥 착찹해. 어제까지만해도 모두 욕했으면서. 그로 인해서 언호가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힘겨워했는데. 그냥 야속하고 미워. 드르르륵-드르르륵- 민지와 좀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핸드폰 진동소리가 우리의 대화를 방해했다. 나는 민지에게 잠깐만 이라고 이야기를 한후 핸드폰을 들고 복도로 나왔다. 왜냐면 내게 전화를 건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해안이였기 때문이다. "여보세.." -신언호 어딨어!!!!!!!!!!!!!!!!!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기다려 주지도 않은채 버럭 소리를 질러버리는 녀석. "...뭐?" -신언호 어딨냐고. 너랑 지금 같이있어? 그새끼 지금 어딨냐고!!!!!!!!!!!!!!!!!!! 언호가..왜. 언호가...어딨냐니 무슨말이야. 언호 지금 어딨는데? 지금 언호 없어?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머릿속이 하애지는 기분이였다. "...언호가..왜." 한참후. 해안이의 거친 목소리가 점점 커져갈 때. 그렇게 한참후에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해안이가 대답한다. -없어 "...뭐?" -그새끼..사라졌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녀석이 대답했다. . . . Rrrrrrr-Rrrrrrr 벌써 몇 번째 이 수화음을 듣는건지 모르겠다. 해안이와의 통화후 나는 수업도 들어가지 않은채 수십번. 언호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또 눌렀지만. 내가 들을수 있었던건 언호의 목소리가 아닌 자동응답뿐이였다. "제발. 신언호 제발 받아. 제발" 하지만 내 간절한 바램에도 다시 자동응답으로 연결되는 신호음 하. 신언호 정말 니 멋대로야.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걱정할 사람 생각은 안해봤어? 타는 속으로 다시 한번 언호의 핸드폰 번호를 누르려는데. 드르륵- 내 핸드폰으로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뜻하지 않은 연락. 바로 유가은에게 문자가 온것이다. [언호 다시 입원하기로했어. 지금은 우리집이야. 집으로 와. 삼성빌라 4동 2층. -유가은] 문자를 확인하고 나서야 순간 온몸에 있던 힘이 쭉 빠졌다. 진짜로.. ...진짜로 깜짝 놀랬잖아. 정말 언호 없어진줄 알고. "........" 솔직히 말하면 많이 섭섭하기도 하다. 연락 준게 언호 니가 아니라 유가은이라서. 하지만 지금 이건 배부른 투정이라는 걸 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시라도 언호를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에 일어서서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멈칫하고 몸을 세웠다.. 문득 해안이가 생각났기 때문이였다. .. [언호 병원에 입원한대. 아마 대성병원일꺼야.] 전송되었습니다. 하는 문구가 뜨자마자 플립을 닫고는 그대로 뛰기 시작하는 이햇살. 아마 그날은 나 이햇살이 태어나 처음으로 제일 빨리 달린날일것이라. \유가은집 유가은네 집은 컸다. 정말 어마어마 할 정도로. 내가 도착했을땐 이미 그녀는 이것저것 언호 물품을 챙기고 있는중이였다. "........" 나는 쇼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언호부터 봤다. 핸드폰 들고 있었으면서 치사하게 전화 한통 안받냐 신언호. "언호 어제 쓰러졌어. 이제 어차피 언론들도 다 알게됐구.. 언호도 많이 힘겨워하니까 입원해있을려고해." 짐정리를 다 마친듯 가방 자크를 쭈욱 잡아 당기며 유가은이 말했다. 그제서야 이햇살, 언호에게 고정시킨 시선을 그녀에게로 옮겨. "...응." "그전에 이햇살 한가지만 물어보자. 니가 말했어? 니가..언호 아프다는거." 그때 조심스럽게 언호의 시선이 내게로 향하는게 느껴졌다. "...어.." 고개를 끄떡이자 빤히 나를 쳐다보는 언호. 그리고 유가은. "잘했어." "왜그랬어." 둘은 거의 동시에 위와 같이 내뱉었다. 전자는 유가은 후자는 언호였다. ".........." 내 시선은 당연 언호에게 먼저 향했다. 뭔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언호. 왜 그런눈으로 봐. 내가 많이 잘못한거야? "왜그랬어 이햇살. 말하지..말라고 부탁했잖아." 자신에 눈을 맞추는 나를 향해 입을 여는 언호. "미안...신언호" 그래 그건 정말 미안해. 그런데 언호야 나 정말 어쩔수 없었어. 그래서 지금도 후회 안해. 아마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난 똑같을테니까. "잘못한거 알아 근데 난..도저히. 도저히" 너 혼자 아파하는 모습은 볼수가 없었다. ".............." 내말에 아무말없이 언호의 눈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침묵. 길고 조용하고 안쓰러운 침묵. 그래 우리 사이로 그런 시간이 흐른다. "이러면 나 어떻게 가" 그때였다. 언호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온건. <67> "뭐?" "남겨진 사람들 아파하는거 보면서 어떻게 가" "어딜가는데." "..........." "어딜가. 니가 어딜가. 아무데도 안가. 니가 어딜가" 원망스러운 언호의 목소리에 어떻게 가냐고 중얼거리듯 말하는 녀석의 목소리에 나는 또 다시 흥분해서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 "하늘." 그러자 언호가 말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하......." 그말을 듣는순간 나는 정말 심장이 아파서. 죽을꺼 같았다. 심장 한구석에 뜨거운 무언가가 목 끝까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가 내 가슴을 조여오는거 같은..그런 기분이였다. 그순간은. "둘다 그만해. 언호 짐 다 챙겼어. 나가자" 유가은의 말에 쇼파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는 언호. 그대로 서있는 나를 지나쳐 간다. 나는 그런 언호의 뒷모습을 덩그러니 응시하다가 중얼거려본다. 신언호. 니가 그러면 그럴수록 나도 살기 싫어져.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 좋을만큼. 죽는게 차라리 나을만큼 가슴이..아파서. 사는게 두렵고 무서워진다고. 라고. \주차장 달카앙- 유가은의 손에 들려 있던 짐이 트렁크 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짐가방을 가만히 노려보던 언호는 이내 힘없이 뒷좌석 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말이 없는 언호. 무슨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언호의 마른 입술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는수 없이 나도 아무말 없이 언호 옆좌석에 앉았다. 곧이어 털썩- 소리를 내며 조수석에 유가은이 앉았다. "입원..할꺼야. 앞으로 할수 있는데까지 치료받을꺼야." 그리고는 거울을 보고 내 눈을 맞추며 이야기 하는 유가은. 그래 그렇구나. 나는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만 끄떡여본다. "언호야." "..........." "..신언호.." 그리고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빤히 두는 언호를 불러 보지만, 역시나 아무말없는 녀석. 나 많이 밉나보다. 눈도 마주치지 않는걸 보니까. "미안해.." 왜 이런말을 해야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미안해 신언호. 그냥 다 미안해. 그런데 언호야 하나만 알아줄래? "미안해..신언호" 지금 너 많이 아플생각하니까 난 더 아파. 난..더 힘겨워. "햇살아." 그때였다. 드디어 언호의 마른입술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그리고는 녀석은 불렀다. 내이름을. 그와 동시에 슬슬 출발하려는지 기사아저씨가 시동을 걸었다. "응.??" "나 이제 그만 아프고싶어." "......." "아픈건 너무 지겹거든." 말을 마치고는 살짝 눈웃음 짓는 언호. "..응......" "근데 이제 나." "........" "더 아프게 생겼어. 너 때문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녀석이 말한다. 그러면 나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떨궈. ".........미안.." 나..정말 많이 잘못한걸까? 하지만...볼수가 없었어 도저히. 모든걸 혼자 짊어지고 가려는 널. 이해해줄순 없을까. . . . "저 아가씨, 병원에 다왔는데... 들어가기가 좀 난감한 상황이네요." 기사아저씨의 말이 맞았다. 유가은 또한 같은 생각인듯 밖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듯 했다. "............"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지. 나 또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상황을 보고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소름 끼칠정도로 병원 앞에 벌써부터 많이 모여있는 팬들. 처음엔 믿을수 없었다. 언호가 입원하는거 아무도 모를텐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팬들이 병원앞에 있는걸까. ... "어떻해하지." 입술을 꾹 깨물며 중얼거리는 유가은의 말에 갑자기 모자를 푹 눌러쓰더니 덜컹- 하고 차문을 여는 언호였다. "어? 신언호!!" 그리고는 누가 말릴 틈도 없이 그대로 차문을 여는 녀석. 무슨 생각인지 좀더 모자를 푹 눌러 쓴다. "아저씨..언호 짐 가져다주세요." 곧이어 유가은 또한 차안에서 내렸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내릴 용기가 나지 않아서 차문 손잡이만 꼭 쥐고 있는 중이다. 언호가 차에서 내리자 거짓말처럼. 정말 거짓말처럼 병원앞에 적막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보통 톱스타를 보면 소리부터 꺅꺅 질러대는것이 정상일테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사람들은 이상할만큼 조용해졌다. 그리고 몇분후 나는 알수 있었다. 조용해진게 아니라 다들 울고 있는거라는걸. 정말 서럽게. 너무나도 서럽게. ".........." 나는 언호를 바라봤다. 고개를 숙인채 유가은의 뒤를 따르는 언호를. 녀석의 꽉 쥔 주먹이 부르르 하고 떨렸다. "신언호..." "언호오빠." "신언호!!!!!!!!!!!!!!!!!!!!!!" 한명..두명 울면서 언호의 이름을 부르는 팬들. 그러자 언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원쪽으로 걷는데.. 갑자기 그런 언호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한 여자아이의 눈물섞인 고함소리. "왜죽어!!!!!!!!!!!!!!!!!!!!!!!" 스윽- 하고 절대로 멈출꺼 같지 않았던 언호의 발걸음이 그제서야 멈췄다. 정말 거짓말처럼. "니가..뭔데 죽어. 혼수상태 영원하기로 했잖아. 우리 영원하자고 약속했잖아!!!!!!!!! 니가. 니가 왜죽어. 신언호 왜죽어!!!!!!!!!!!!!" 말하기 힘들정도로 울고 있는 그아이. 보고 있는 나까지 목구멍에 눈물이 차오를만큼 정말 안타까울정도로..우는 그아이.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너 미워했잖아. 어떻게 그럴수 있냐면서 욕했잖아. 아파했잖아.....왜..죽어 신언호. 니가 왜 그런병 걸려." "............" "왜......도대체..왜요" 꽉 쥐고 있던 언호의 주먹이.. 점점 더 세게 쥐어지고 있었다. 무언가를 참고 참으려는듯 주먹을 꽉 쥔채 고개를 더욱 더 푹 숙이는 언호. 언호야..보여? 저사람들 우는거. 널 위해 울어주는거. "안그럴께요..." "..........." 이번엔 다른 여자아이다. 언호를 향해 울면서 소리치는 다른 여자아이 한명. .. "안그럴께요..숙소 안찾아갈께요. 옷도 잡아당기지 않을께요..사진도 안찍을께요. 귀찮게도 안할께요. 그러니까..그러니까 오빠" ".........." "제발....살아..주세요" 제발요. 제발..죽지 마세요. 모든게..거짓말이라고 해주세요. 제발...제발. ".........." 그리고 그때 난 보았다. 언호의 하얀 뺨을 타고 내리는 무언가를. 녀석의 눈물을. 녀석의 마음을. 녀석의...간절함을. \병원 302호. 언호가 생활할 병실은 302호였다. 팬들이 몰리는 바람에 병원 입원실에 들어오지도 못할꺼라 생각했지만. 정말 고맙게도 팬들은 더 이상 병원에 들어오지 않은채 밖에서 언호를 기다려줬다. 유가은의 도움으로 병원복으로 갈아입은 언호가 빤히 입은 병원복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그 시선은 자신의 손에 꽂힌 링게바늘로 옮겨간다. "나 아빠한테 좀 갔다올게." "...응" "언호 잘보고 있어." 그때, 아빠에게 갔다온다면서 병실을 나가는 유가은. 이로서 둘만 남겨진 병실.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나는 아무말없이 의자에 앉는다. 언호야.. .....언호야... "........." "................" 지독할만큼 흐르는 침묵. 아직도 내게 화가 난건지 언호가 아무말없이 침대에 누웠다. 맨날 멋진 무대의상을 입고 있던 언호를 보다가 이렇게 병원복을 입고 있는걸 보니.. 적응이 안됐다. 내게 병원복과 언호 팔에 꽂아진 링계바늘은 아. 정말 언호가 아프구나... 많이 아프구나 라는것이였다. 드르륵- 그때, 그러니까 내가 누워버린 언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때 내 핸드폰 진동소리가 병실에 울렸다. [병원 앞이야. 지금 간다 -유해안] .. "....언호야." ".........." 이번에도 아무 대답이 없다. 나는 다시 한번 녀석을 부른다. "신언호." ".............." "해안이 병원 앞이래."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는 언호. 그제서야 내게 눈을 마주춰주는 언호. 그제서야 입을 여는 언호.. "....닫아 문." "...어?" "문...닫아줘." 하지만... 지금 멤버들이 온다고..했잖아. 하루종일 너 찾아 헤맸던 혼수상태..멤버들이. "........응.." 입가에 저말이 끝까지 멤돌았지만 나는 하는수없이 언호가 하라는데로 문을 철컥-하고 잠궜다. 그건 알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보여주고 싶지 않겠지. 끝까지 숨기고 싶겠지. 녀석은. 찰크닥. 하고 문이 잠기자마자 복도에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신언호!!!!!!!!!!" 이내 들려오는 찰캉.찰캉. 문고리를 신경질적으로 돌리는 소리. 문이 잠겨있다는걸 알게 되자 밖에서는 문이 부숴저라 주먹으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쾅쾅쾅- 하고 "문열어..!!!!!!!!!!!" "........." "문열라고 개새끼야!!!!!!!!!" 쾅쾅쾅- 문이 부숴저라 주먹으로 쳐대는 해안이. 간간히 은겸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것이 비록 울음소리였지만. "위암.?? 지랄하지마. 신언호. 너 위암 아니야. 다른곳 가자. 다른곳에서 다시 검사받자. 문열어줘. 신언호. 문열어 이햇살!!!!!!!!!!!!!!!!!" 흐느끼는 해안이의 안쓰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흐느낀다. 그래. 그렇게 흐느낀다. 나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느낀다. 우리 사이에 문 하나가 가로막고 있는것이. 만약 이 문마저 없었더라면 그래서 지금 해안이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더라면 나까지 무너져버릴것만 같았다. ".........." "개새끼..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지. 내가 너 얼마나 세 개 때렸는데. 내 주먹이 얼마나 아픈데... 씨발.......왜 사람 울게 만드냐. 니가 그러고도 친구냐. 그리고 꼭 이딴식으로 숨겨야했냐. 우리가 이딴식으로 알아야했냐..." ... 들려오는 해안이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언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음을 참으려는듯 그렇게 안쓰럽게 입술을 꽉 깨물면서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으려는 녀석. "문..열어줘. 언호야. 우리 왔으니까 제발 문 열어줘. 그때 때린거 미안해. 근데 너 안죽어. 왜 죽어. 우리 노래하러 가자. ....언호야 우리 노래하러 가자." 안쓰럽게.. 그래 그렇게 안쓰럽게 눈물을 막으려는..녀석 "언호야..문열어줘. 너 미워한거 취소할게. 문열어줘. 너 진짜 죽는거 아니지? 거짓말이지. 니 입으로 제발 아니라고 해줘. 제발.." 가만히 울고 있던 은겸이까지 거들자 밖에는 더욱 더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이햇살.." 그때, 언호가 나를 부른다. 눈물로 번진 목소리로. "..............." "나 사실은 아파서..너무 아파서 정말 죽을꺼 같아. 그러니까. 니가." ... ........ 잠시 입을 다물다가. 다시 입을열고 말한다 "........." "나 좀...죽여줄래.." "으흑.......흐으윽...흐윽...하..." 결국은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대기 시작했다. 가슴이 너무아파서 답답해서 울어버렸다. 목 부분이 뜨거워졌다. 아팠다. 많이 아팠다. 눈물이 아팠다. 얼굴이 따가울정도로 아팠다. 심장이...아팠다. "하루하루 사는게..너무 무서워 햇살아. 나 때문에 저렇게 아파하는 사람들 보면서 숨 쉬기가 힘들어. 너무 가슴이 아파. 차라리 이럴바엔 빨리 죽고싶어. 나 좀...죽여줘." "으흑.............흐윽......" ... ........... ".......살고싶지..않아." 고개를 떨구는 언호. 밖에서 해안이는 더욱더 세게 문을 두들긴다. 쾅쾅쾅- "개새끼야 열어. 문열어. 누구 맘대로 죽어. 영원하기로 했잖아!!!!!!!!!! 끝까지...끝까지 함께하기로 했잖아. 노래 해야지. 우리 노래 해야지. 우리..평생 친구하기로.......했잖아." 숨을 쉬기가 힘들다. 정말로...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아파... ...어떡해..너무 아파. 아파서...정말 죽을꺼...같아. "못죽어.. 살려내. 내친구 살려내!!!!!!!!!! 이개자식들아. 내친구 살려내란말이야!!!!!!!!!!!!!!!!!!! 제발요........... 제발..언호..죽게 하지마세요. 거짓말이라고 해주세요....으흐윽...으으.." "............." "제발..제발....제발." 곧이어 스르륵 하고 해안이가 주저앉는 소리가 울렸다. 무너져버린 해안이. 아마 나랑 똑같은 표정이겠지. 세상 모든걸 잃은것 같은 나와 같은 표정. ".......씨발새끼....." 곧이어 은겸이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어린애처럼 고함을 질러대며 울어대는 은겸이. 우리 모두 지금은 존재 자체가 힘겹다.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으니까.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그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을. 도저히..믿을수 없었으니까. ".....미안해....미안해 언호야. 너무 미안해...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너 아프게 해서 미안해. 차라리 니말대로 말안하는게 나았을거 같아. 니가 견디기엔 너무 힘겨운 일을 만들어서 미안해. 울면서 자신에게 말하는 나를 보며 언호가 피식 하고 웃다가 말했다. "내가..왜 죽어야해." 가슴 아프도록... 안쓰럽도록.. 안타깝도록 슬프게... "..........." "사실은 나도.." "....응...." ".............나도 웃고 싶은데. 노래하고 싶은데.. 살고...싶은데" "............" ... ............ ... ....... "살고....싶은데........" 나는 내게 물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이보다 슬픈 날을 만날 수 있을까. 이보다 가슴 아픈 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아니..라고 오늘은.. 내 생에 가장..슬픈날이다. 존재하고 있다는거 자체가 힘겨울만큼... #68 쾅쾅쾅-! "문이라도 열어라. 신언호. 너 형한테 진짜 이럴래." 아마 30분 정도가 지난거 같다. 해안이의 울음소리가. 은겸이의 애처로운 눈물이. 조금씩 조금씩 잦아질 때 쯤 이윽고 문밖에서는 매니저 오빠와 신혁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그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언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30분전 말없이 누워버린 녀석은 30분이 지난후로도 여전히 요지부동이였다. "언호야..." "............." "언호야 제발 문 열어." 떨리는 매니저 오빠의 목소리에 녀석은 완전히 뒤돌아 눕는다. 뭘 그렇게 보이기 싫은걸까. 병원복 입은 지금 모습? 아니면 울고있는 얼굴? 뭘 그렇게 보이기 싫어서 저렇게 안타까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중한사람들을 외면하는걸까. 달칵- 그때 허공만을 멍하니 응시하던 내 시선이 그소리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문 반대편에서 무언가가 부딪히는 쇳소리가 나더니 이내 잠겨있던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 문이 열리자 마자 보인건 지친표정의 유가은.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쪽손에 열쇠를 들고는 나를보고 피식 하고 웃어보이는 유가은. 그녀가 보였다. 그리고 차례대로 해안이. 은겸이. 신혁. 매니저오빠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녀석에게 너무나도 소중했을. 삶의 일부였던 그사람들이. "개새끼..." 병원복을 입고 있는 언호를 향해 첫 인사를 건낸건 해안이였다. 녀석답지 않은 퉁퉁부어버린 눈으로 해안이는 그렇게 오랫동안 언호를 눈에 담았다. 침대위에서 가만히 누워있던 언호는 아무말이 없다.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다만 나는 녀석의 조금씩 조금씩 떨리는 어깨로 그의 슬픔을 느낄수 있었을뿐이다. "언호야..." 그런 언호를 보며 이번엔 은겸이가 입을 열었다. 얼마나 어린애처럼 울어댔는지 이상하게 망가져버린 목소리로 그렇게 언호를 부른다. ".............." "신언호..언호야." ".........." "우리..노래하러 가자." "......." "노래하러...가자." 너무나도 간절하게. 그렇게 언호를 부른다. . . . \다음날 "....네? 뭐라구요???" 믿을수 없는 그소리에 나는 벌떡 일어섰다. 그런 나를 쳐다보고 있는 촬영식구들 사이에선 싸늘하기만한 적막감이 멤돌았다. 이건 말도 안돼요. 그래선 안된다구요.! 나는 다시 한번 피디언니에게 물었다. "무슨..말씀이세요?" "이번회를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이 끝나게 됐다구요." 허탈함. 그래 지금 드는 이 기분은 바로 그것이였다. 허탈함. 뭐라 말할수 없을만큼의 허탈함. "하지만..아직 프로그램이 끝날려면 5회나 더 남았잖아요." "햇살씨." 그러자 이번에는 연출감독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나는 '네'라고 대답하며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더이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건 무리에요." "왜요.?" 언호가 아파서요? 그러면 혼수상태 인기가 떨어질거 같아서요? 끝까지 함께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나는 입가에서 자꾸만 멤도는 말들을 꾸역꾸역 삼켜본다.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그순간 나는. "..........." "왜요. 왜요. 언호가 아파서요? 그래도 끝까지 해야하는거 아니에요?" 어쩌면 프로그램이 이상태로 끝난다는건 당연한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혼수상태는 예전에 혼수상태가 아닐테니까. 하지만 나는 참을수 없었다. 무엇이? 사람들의 태도. 저 이기적인 태도. 정말로 너무나도 한순간에 저렇게 등돌려버리는... 사람들의 태도. "다를줄 알았는데..." 그래도 우리 촬영식구들은 다를줄 알았는데.. 끝까지 할줄 알았는데.. 역시 착각이였던 모양이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다가 고개를 꾸벅 숙이곤 소리쳤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계세요." 내인사에도 아무말도 없는 사람들. 그래 나도 미련은 없다. 나는 가방을 들고는 회의실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쾅- 닫아버렸다. 동시에 콰앙- 하는 큰 마찰음이 귓가에 울린다. "햇살씨!!!" "..........." "햇살씨!!!!!!!!!!!!!"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틱틱 걷는데 이내 한번더 회의실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내게로 달려오는 피디언니. "....네.." 나는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곤 피디언니쪽으로 몸을 틀었다. 솔직히 피디언니도 밉다. 피디언니도 똑같다. 밉다. 너무..밉다. "우리도 끝까지 찍고 싶었어요. 햇살씨랑 같은 마음이였다구요. 언호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는날까지. 끝까지 방송하고 싶었어요. 그럴려고 노력했구요. 그런데 그럴수가 없어졌어요." ".....네?" 알아들을수 없는 피디언니의 말에 네?라고 묻자 피디언니가 잠시 무언갈 고민하는가 싶더니 말했다. "하. 그래요. 햇살씨도 어차피 알게 될테니까 말할께요." "..........." "오늘 매니저분께 연락받았어요. 이제 곧 혼수상태가 해체된다는 연락이요. 소속사에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데 저희가 뭘 어쩌겠어요. 그래서 아까 연출감독님이랑 계약서 파기하고 왔구요." 뭐라...구요? 뭐라...구? 나는 그순간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무슨말이든 하고싶었는데 말이 안나왔다. 그건 목이 눈물로 막혀버렸기 때문이었다 "............" "혼수상태가 해체된대요." 다시 한번 들려오는 피디언니의 목소리에 내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았다. 믿을수없다. 믿어서는 안된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여야...한다. "...정말이에요?" "네.." 이건 정말 무언가 굉장히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는것이다. 해체한다니. 해체한다니. 나는 바보처럼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해체한다니. 해체한다니. 혼수상태가...해체한다니. "죄송해요 언니. 다음에 연락 드릴께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어디든 가야해. 막아야해.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나는 피디언니를 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햇살씨? 햇살씨!!!" 무슨일이 있더라도 이렇게 해체해서는 안돼. 마지막을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끝내서는 안돼. 이러게 허무하게 이별을 해서는 안된다구. 우리는.. 우리는 아직. "..........." 녀석을 보낼 준비가 되질 않았단말야.. \msk 엔터테이먼트 ... "한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제발요." msk 엔터테이먼트 사장실. 예전부터 이곳에 얼마나 들어오길 바라고 바랬던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했었고. 이곳에 혼수상태애들이 자주 들낙거린다는 소리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던 사장실안은 의외로 단순했다. 늘 사장실이라는 팻말에 전형적으로 따라오던 이미지랄까?. 깨끗한 책상에. 탁 트인 전망에. 최고급 노트북에. 최고급 쇼파. 서재에 빡빡히 쌓인 책. 그리고 음반들. 그야말로 단순 그자체였다. "이렇게 해체할순 없어요." 한번더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하자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대표이사. 나를 이곳에 들어오게 해준 매니저오빠 또한 무거운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왜요? 제가 주제 넘는거 알아요. 이런말 하는거 건방진거 알아요. 그래도 이렇게 해체하는건 언호한테도 혼수상태 멤버들에게도..." "이햇살씨라고..했던가요?" 그때였다. 흥분해 있는 내 말을 끊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대표이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나는 고개를 끄떡거렸다. "네." "더이상 언호한테는 방송출연이 무리에요. 섣불리 방송출연을 했다가는 오히려 이쪽에서 타격이 커요. 위암 환자를 방송에 내보낸다고 하면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꺼라는건 당연한 일이겠죠." "............" "언호가 위암으로 투병중인데 셋이서만 방송활동을 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팬 입장에서 햇살씨 마음 잘 이해가지만. 이건 감정놀이가 아닌 일이에요. 게다가 이번 해체는 완전한 해체가 아니라구요. 육개월 뒤 쯤 다시 해안이 혁이 은겸이 셋이서 혼수상태로 활동 다시 시작할것입니다." "............."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대표이사가 일어섰기 때문이다. 그사람은 멍하니 앉아 있는 내게 아무런 감정없는 말투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럼 이야기는 다 끝났으니까. 이제 가보세요." ... 어떻게 이래요. 언호가 떠나면 다시 혼수상태로 활동한다니. 그럼 우린 어떡해요. 언호는 어떡해요. 차라리 머릿속에 텅텅 비었으면 한다. 아무 생각도 할수 없게. 차라리 눈이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이 지긋지긋한 눈물따위 흘리지 못하게. 차라리 심장이 멈추어버렸으면 한다.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게 "아저씨. 저요." "햇살씨." 두 번째로 의자 끄는 소리가 사장실에 울렸다. 이번엔 이햇살이였다. 나는 갑자기 일어선 나를 보며 놀란듯 부르는 매니저 오빠의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요. 하루동안 잠도 자지 못하고 투표한적이 있어요. 그때 몇시간동안 마우스만 계속 눌러대면서 손 퉁퉁 부을때까지 투표했었거든요. 우리 혼수상태 상 받게 해줄라고. 상 받고 웃는 모습 보고싶어서. 그사람들이 웃게 하는것에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싶어서." "..........." "그래서 결국 그 가요제 대상은 혼수상태가 받았어요. 티비속에서 상 받고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린 은겸이 보면서. 정말 기쁜듯 트로피 가지고 소리치는 해안이 보면서. 많이 떨릴텐데 그래도 멋지게 수상소감 말하는 혁이오빠 보면서 아무말없이 뒤에서 빨개진 눈으로 웃어보이는 언호 보면서. 저도 너무 기뻤어요. 퉁퉁 부어버린 손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눈물이 나올만큼...너무 행복했어요. 딱 그만큼 좋아해요. 그사람들이 울면 나도 울고 그사람들이 웃으면 나도 웃고.." "............." "많은거 안바래요.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게 해주세요. 언호가 빠진 이상은 더 이상..혼수상태가 아니잖아요. 혼수상태로서 언호 무대 설수 있게 해주세요. 언호 무대에서 볼수 있게 해주세요. 마지막일지라도. 그정도는..해줄수 있잖아요. 그정도는 할수 있잖아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상대편은 아무말없이 긴 한숨을 내쉰다. 역시 안돼는건가.. 하지만. 하지만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혼수상태가 해체된다면 참을수 없다. 참을수..없어. "할수..없죠." ".......?....." "언호 설득시키세요. 그자식 죽어도 무대 안설꺼 같으니까." 그순간이였다. 할수없다는듯 내게 입을 여는 대표이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그 뜻박의 말에 너무 놀란 나는 그대로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네..?" "그리고 넌 이번주안으로 기획안이랑 프리젠테이션 준비해" "네? 무슨기획안이요?" 이번엔 가만히 있던 매니저 오빠가 대답했다. 그런 매니저오빠에게 그것도 모르냐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젓더니만 다시금 말하는 대표이사. ... "혼수상태. 라스트 콘서트" 그순간은 말이다. 무언가 굉장히 슬프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씁쓸하면서도 행복하면서도. 아무튼간에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다. 가만히 대표이사를 보던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크게 소리친다. "정말..감사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기어코 눈물샘에서 터져나온 눈물은 바닥에 뚝뚝 떨어져 흐르기 시작한다. 그건 슬퍼서 흘리는 눈물과 기뻐서 흘리는 눈물 둘 다였다. #69 \병원. 병원복도에 마련된 의자에 나란히 앉은 유해안과 이햇살. 해안이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내게 음료수를 내밀었다. "라스트콘서트?" "응!!!" 나는 그 음료수를 받아들고는 웃어보였다. "라스트 콘서트라." "응. 라스트 콘서트." 내말에 무언갈 생각하듯 음료수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던 해안이. 그러다가 이내 피식 하고 허탈한 웃음을 터트려. "그러니까 인마. 언호 저새끼 정말 죽는거 같잖아. " "..........." "안죽어. 신언호." 살짝 고개를 젖혀 벽에 기대는 해안이. 언호의 죽음을 아직까지도 믿지 못하고 있는 해안이. 나와 같은 희망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해안이. "나도 그렇게 믿어. 하지만 분명한건 언호가 건강해질때까지 혼수상태 못하잖아. 그래서야. 언호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설수 있을때까지. 노래하게 하고싶어 나는." "푸..그래." "노래하는게 제일 멋지잖아. 너희들." 말을 마치고는 웃어보였다. 괜스레 해안이와 같이 음료수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던 나는 이내 '이제 가봐야겠다'라고 중얼거리듯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호랑 얘기는 좀 해봤어?" 스르륵- 내가 일어서자 따라 일어서는 해안이. 들고 있던 음료수를 한모금 마시곤 당연하다는듯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새끼가 말 안하고 배기냐. 조금씩해. 우리가 하도 귀찮게 굴어서." "잘됐다. 밖은 봤어? 들어오는데 기자들하고 팬들 장난아니더라." "응. 어차피 못들어와 3층은. 경호원들 때문에." "알아." "그래." "응." 내 짧은 대답을 뒤로 작은 침묵이 흘렀다. 무언갈 말하려다가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캔을 휴지통에 버리는 해안이. 그러자 챙- 하는 깡통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나도 말없이 해안이가 버린 음료수캔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러고보면 우리 둘다 아무렇지도 않게 평상시 대화 하고 있네. 언호는 저렇게 아픈데. 언호는 저렇게 힘겨운데. "이햇살." "유해안." 거의 동시에 서로의 이름을 부른 우리는 눈이 마주치자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하여간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다니깐. "먼저 말해." "니가 먼저 말해." "니가 말해." "니가 말하라니까?" 잠시 영양가 없는 말장난이 오고 가는듯 싶더니 내 마지막말에 알았다는듯 해안이가 무겁에 입을 열었다. "언호 잘챙겨줘. 잘해주는거 알고 있는데 그래도 그녀석한테는 너...소중한 존재니까. 더 잘해줘. 니가 옆에서 지켜줘. 그리고" ".....응...." "오늘부로 내마음은 없어. 그러니까 나 신경쓰지 않아도 돼. 내친구...잘 부탁한다." "그래.." 아마 꽤 말하기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한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부탁하는 녀석도. 목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꾹꾹 참으며 대답한 나도. 모두 많이 힘들었을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아. 니가 할말은 뭐야?" 또 다시 작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고 묻는 해안이 말에 나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뭐?" "나도 언호 잘 챙겨달라구. 그녀석 외롭지 않게 옆에서 지켜달란말 하려고 했어." . . \302호. 면회금지. 라는 팻말이 붙은 302호실에 들어간건 내가 병원에 오고나서부터 40분이란 시간이 흐른뒤였다.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가습기 냄새가 코에 멤돌았다. 이런게 병원냄새라고 하는건가? "어? 햇살이 왔어!!!?" 살짝 코 끝에 손을 대고 있을때 나를 향해 밝게 소리치는 은겸이. 그래 밝은거 하나는 변함없는데. 퉁퉁 부어버린 눈하고 니 갈라진 목소리는 어떻게 할꺼니 한은겸. "응!" "해안이랑 같이 왔네??" 대답대신 고개를 끄떡이고는 내눈은 곧바로 언호를 찾는다. 혁이오빠와 무언가 열중이고 있는 녀석. 사람왔는데 쳐다도 보질 않다니. 하여간 신언호 못됐어.!! 나는 입술을 쭉 내밀다가 언호에게 다가갔다. "뭐해?" "게임이요. 저번에 팬들한테 선물받은건데. 지금 하고 있어요." .. 내물음에 언호 대신 대답하는 혁이오빠.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데 신언호 왜 나 쳐다보지도 않고 게임만 하는건지.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별거 가지고 섭섭해 하네 할수도 있는데. 그냥 서운해. 섭섭해 신언호. "언호야. 재밌어??" 한참을 멀뚱히 서있다가 게임에 열중인 녀석을 툭 하고 쳐보는 이햇살. 하지만 대답없다. 이씨. 이게 진짜 해보자는거야. 나는 다시한번 툭- 하고 녀석을 쳤다. "......" "어쭈 대답안하네. 야! 너 나랑 말안할꺼야??" "응." 그러면서 대답하는건 뭐냐. 나쁜새끼. "왜? 왜! 나 아직도 미워..?" "어." 귀찮다는듯 대답하고는 다시 게임에 열중인 신언호녀석. 아직도 내가 말했다는것에 대해 용서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 미워해라 미워해. 실컷 미워해라! 나 악녀할테니까. 실컷 미워해. "우헤헤 이햇살 까였네. 신언호한테" 안그래도 열받는데 빵하나를 입에 가득 넣고 오물거리며 비웃는 한은겸 때문에 더 열이 받아버렸다. 그래 한은겸. 오늘 화풀이 대상은 너다! 라는 생각으로 일어서서 은겸이에게 달려드려는데. 타악- 하고 열려버리는 병실문. "어? 가은아!!!" 유독 유가은만 오면 신나 죽어하는 은겸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병실에 들어온 사람은 유가은이 맞긴 많나보다. 나는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가은 쟤는 초췌해 보이는 모습까지도 어쩜 저렇게 청순할까. 역시 평생 비호감이라니까. "언호야 약 먹었어?" "아니. 안먹었어." "먹으랬잖아. 혁이오빠 먹이랬잖아 내가." 나와 분명 눈이 마주쳤으면서도 인사도 없이 그대로 언호에게로 걸음을 옮기는 그녀. 이윽고 언호앞에서서 녀석의 손에 들린 게임기를 빼앗는다. "약 먹어." "줘." "약 먹으면." 티격티격거리는것도 예쁜 두사람. 신언호 유가은. 뭐 질투내진 않는다. 그래 난 절대로 질투하지 않아. 언호를 위해서니까. "라스트 콘서트 한대." 그때였다. 아까부터 줄곧 아무말없이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던 해안이가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그제서야 나도 아!맞다 라는 생각에 허겁지겁 입을 연다. "응 맞아!! 라스트콘서트 하기로 했어!!! 기쁘지!! 좋지!!! 그치 언호야!!" "이햇살. 넌 왜그렇게 철이 없어?" 방그르르 웃으면서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런 내말을 유가은이 싹뚝 하고 잘라버린다. ...뭐라구? "뭐?" "라스트 콘서트라니. 넌 그게 가능할꺼라고 생각해?" "왜 안돼는데?" "지금 니가 한말은. 언호야 빨리 죽어줘. 라는말이거든." 유가은 무슨말을 그렇게해? 그녀의 차가운말로 인해서 병실이 찬물을 끼얹은듯 싸늘해졌다. 피웅피웅. 언호가 하다만 게임기 소리만이 조그맣게 들릴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병실. "야. 유가은." "언호 아파. 많이 아파. 신언호가 맨날 웃고 내색 안하니까 괜찮은줄 알지. 넌 얘가 지금 얼마나 큰 고통 겪고있는지 몰라. 진통제로 겨우 하루를 버티고,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 주사바늘을 타고 들어가는 링거액이 지금 언호에겐 전부야.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 하루가 갈 수록. 얼마나 야위어 가는 줄 알아? 지금 언호가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지 아느냐구! 지금도 힘겨운 애한테 라스트 콘서트? 절대. 못해" "............" "냉정하게 말할게. 라스트콘서트하게 되면 두달? 웃기지마. 두달도 못살아. 못버텨. 한달도 못살수도 있어. 언호가 너희들같은 애들 때문에 살아갈수 있는 한달을 포기해야겠니. 이햇살 그건 너무하다고 생각 안해.?" 머리가 머엉 해졌다는말이 아마 정확한 표현일것이다. 내가 아무생각이 없었구나. 라는 생각에 어이없는 실소까지 뿜어져 나왔다. 처음 유가은 입에서 나온 철없다는 말에 발끈한 내가 챙피할정도로 나는 정말 철이없었다. "....미안해." 너무 큰 욕심이였나봐. 난 끝까지 언호가 무대에 서길 바랬어. 언호는 무대에 설때가 가장 멋지니까. 언호가 아플꺼라는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이기적이게 욕심부렸던건가봐. "아니. 할래" 그순간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언호. 이번에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는 언호. 녀석은 벌써부터 울고있는 나를 보며 말한다. 내 얼굴로 녀석의 시선히 빤히 닿았다. "뭐? 신언호!!!!!" 그러고 녀석은 유가은의 고함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채 타악- 하고 침대에서 일어서더니 내게로 다가온다. 울고있는 이햇살에게로. "이 바보 또 우네." "......미안해.." 순간 따듯함이 느껴져왔다. 언호의 두 큰손이 내 얼굴을 그대로 감싸버렸기 때문이였다. 자꾸만 흘러대는 이햇살의 눈물을 자꾸만 자꾸만 손가락으로 닦아주는 신언호. "손 펴봐." ".....뭐..?" "손." 나는 바지 부근에서 멤돌고 있던 손을 펴서 녀석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내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빼더니 무언갈 주는 시늉을 한다. "뭐...야?" 비어있는 손을 빤히 내려다보는 나. "가져. 내 한달." ".....뭐...?" "두달동안 힘겹게 병원에서 버티느니 한달만이라도 행복하게 살겠다는뜻이야. 누가 그랬거든 난 무대에 서는게 제일 멋지다고" "...하..." "보여줄게. 내생에 최고의 무대." "........." "혼수상태가." 말을 마치곤 예쁘게 웃어 보이는 언호. 정말 너란녀석은.. 왜 항상 날 이렇게 울게 만드는건지. 자꾸만 뿌옇게 고이는 눈물 때문에 사실 앞이 잘 보이질 않았지만 알수 있을거 같았다. 지금 언호의 표정이 어떤지. 얼마나 행복하게 웃고 있는지. 느껴지는것만 같았다. .. "아아 이 감동적인 순간에 내가 빠지면 안돼지." 그때 짝짝짝 박수를 치며 별안간 빨개진눈으로 웃는 은겸이. 이내 우리쪽으로 다가와 허공에 머물고 있던 언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 놓는다. "그래. 해보자. 최고의 무대." 그런 은겸이를 느릿한 시선으로 응시하다가 피식 하고 웃으며 신혁의 손 또한 은겸이의 손 위로 포개졌다. "오케이. 접수. 못할것도 없지." 그다음은 해안이의 손이였다. 이내 네명의 손이 한곳으로 포개졌다. 언호의 손 위에는 은겸이의 손이. 은겸이의 손 위에는 혁이오빠의 손이. 혁이오빠 손 위에는 해안이 손이. 그렇게 한곳으로 모였다. 그리곤 말한다. 해안이가. ....그 어느때보다 밝은 목소리로 "...우린 혼수상태니까." 그 어느때보다 힘차게.... #70 혼수상태 last concert D-day 20 "정말요? 정말로 그래도 돼요?" "그럼요!" 예쁘게 웃음짓는 피디언니. 나는 할수만 있다면 언니를 꽉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언니가 내게 내민 카메라만 꽈악 안을뿐. "그러니까 햇살씨가 마지막 콘서트를 찍는 장면을 저희가 촬영하는걸로 엔딩하기로 했어요. 콘서트까지 아직 많이 남았지만. 아무튼 그렇게 계획했어요" "네! 네네!!네!" "그러니까 이제 서운해 하지 말기에요! 뭐 우리도 서운해했지만." "그건 그때는 너무..하핫.." "아무튼 잘해봐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녹차라떼를 한모금 마시면서 피디언니가 말을 이었다. 이거 정말 춤이라도 추면 안돼나? 너무 기뻐. .. "네!!!!" 행복해! \연습실. [지금? 연습하고 있어!] 뭐하냐는 문자에 아주 한참뒤에 온 언호의 답장, 연습실앞 나는 '연습실 앞이야! 놀러왔어'라고 답장을 보낼까 아니면 들어가서 깜짝 놀리킬까 하고 잠시 갈등하다가 이내 후자를 선택하고는 조심스럽게 연습실 문고리를 잡았다. 제일 좋아하는 치즈볼도 만들어 왔으니. 엄청 감동하겠지? 하나. 둘. 셋 하면 문을 열어야겠다. 하나. 둘 셋! "짜잔!! 내가왔다!!" 꽤나 요란하게 문고리를 잡고 연습실 문을열자 무언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던 은겸이가 깜짝 놀란듯 와악 하고 소리친다. 뭐. 뭐야? "야 너 왜 맘대로 들어와!!!" 갑자기 놀란 은겸이의 모습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채 멍 하니 서있는데 그때금 들려오는 해안이의 고함소리. "뭐.뭐야 왜 신경질이야!!!!!!!!!!!!" "연습하는데 니가 맘대로 들어오니까 그렇지." "아..아 그게 아니라 난. 나는." 니들 먹으라고 치즈볼 가져온건데, 그리고 혼수상태 비밀일기 마지막촬영 다시 하기로 했다고 말해줄려고 온건데. "나가. 빨리" 니네 왜 나한테 신경질이야? 이것들이 진짜! "싫어!!!못나간다 왜! 왜! 왜 갑자기 신경질...." 왁... 버럭 소리를 지르려는데 갑자기 눈부분이 따듯해졌다. 그리고는 내 코에 따듯하고 익숙한 녀석의 향기가 닿는다. 내 눈을 그대로 가린채 장난스럽게 소리치는 언호의 향기가. "보지마. 비밀이야" "비..비밀?" "나보러 온거지?" "어??응..그건 그런데 이 손좀 치워!" "나가자" 막무가내로 나를 이끄는 언호 때문에, 나는 그대로 연습실을 나올수밖에 없었다. 아니 도대체 뭐가 그렇게 비밀이라는건지, 왠지 모르게 서운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모를게 뭐가 있다구. \옥상. "삐졌어?" "아니." "삐졌네. 우리 햇살이" 연습실옥상. 정!말 오랜만에 오는 이곳, 신언호는 아까부터 이곳에서 입이 대빨나온 이햇살을 한쪽손으로 툭툭 하고 치고있다. "삐진건 아닌데. 그래도 좀 황당하잖아! 갑자기 나가라니." 특히 유해안! 아주 두고보자 두고봐! "노래 때문에 그래. 콘서트때 부를노래" 그러자 언호가 어린아이를 달래는듯한 따스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노래..? "노래? 무슨노래?" "있어. 노래" "뭐냐. 말 안해주기야?" "응. 비밀이야" "치사해 진짜." 그놈의 비밀. 비밀. 그래 니들 맘대로 해라! 나는 언호를 흘겨보다가 이내 시선을 하늘로 돌려버렸다. "근데 넌 왜온거야?"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너만 비밀있어? 나도 비밀있어! 라는 식으로. 사실 비밀이라고 할것도 없지만 말이다. 그러자 알았다는듯 피식 하고 웃으며 땅바닥에 무언갈 적는 시늉을 하는 언호. "이거 말하고 싶어서 왔지." 그리고는 나를 향해 웃어보인다. 안보려다가 그래도 궁금하니까. 라는 생각에 힐끔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이햇살♡신언호 삐뚤삐뚤한 언호의 글씨. 결국 나는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아니!! 힘내라는말. 하려고 왔다." "..........". "힘내라는말 하려고" 앞으로 20일동안 정말 많이 힘들테지만, 아니 너무 많이 힘들테지만, 그래도 힘내라고. 그말 하려고 왔어. 사실은 "응. 힘낼게." 그러자 내 머리를 헝크러 놓는 언호. "그래. 힘내" "힘들어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 약속 꼭 지킬게 최고의 무대. 그러니까." "........." "하나만 약속해!" "뭘?" "울지않기." 따듯한 손가락이 또 다시 내 눈가에 조심스럽게 닿는다. 울고..있었나보다 나. 고개를 끄덕이자. 예쁘게 웃어보이는 언호. 그리고는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내게로 다가오는 언호. ".........." 이번에는 두손으로 따듯하게 내 얼굴을 감싼다. "고마워, 울보." 그리고는 천천히 내게 언호의 입술이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감는다. 따듯한 언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너무 많이 행복하다고. 혼수상태 last concert D-day 20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20일동안 틈틈이 연습실도 가고, 유가은이랑 같이 언호 데리고 병원도 가고, 유가은이랑 이야기도 해보고, 힘내라고 응원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20일이 금방 지나갔다. 마지막 콘서트라고 떠들썩한지도 벌써 20일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은, 최단시간 매진을 기록한, 티켓구매에 서버가 마비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 많은 사람들을 울릴 혼수상태 라스트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다. 정말이다. 정말로 맹세코 어제 난 단 한숨도 자질 못했다. 언호가. 은겸이가. 혁이오빠가. 해안이가 어떻게 준비한 콘서트인지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쉽게 잠들지 못한건 어쩌면 당연한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햇살아."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카메라를 들고는 집을 나서려는데 별안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응?" "잘해." "응? 뭘?" "우리딸은 잘할수 있을꺼야." 그리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엄마. 무슨말이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간에 기분 좋다.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일이란 역시. "응!!" ... 그랬기에 나는 힘차게 대답하고는 웃어 보였다. \서울종합운동장. 콘서트 시간은 7시. 하지만 내가 공연장에 도착한 시간은 그보다 아주 많이 이른 2시였다. 아직 공연시작까지 5시간이나 남았건만 공연장 앞에는 이곳이 콘서트장인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로 많은 팬들이 모여있었다. "............" 밤샘을 한건지 이불을 꼭 덮고 잠들어 있는 팬들에서부터. 이벤트를 준비한건지 큰 대형 현수막을 돌돌돌 말고있는 팬들까지. 정말 많았다.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였으니까. 나는 길게 늘어진 줄을 보면서 역시 대단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언니." 얼마나 멍하니 팬들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때 별안간 한 여자아이가 조심스레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멍하니 놓았던 정신을 잡았다. "네?" 그리고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햇살..언니 맞죠?" "네?" "혼수상태 비밀일기 찍으셨던분 맞죠?" 말똥말똥한 눈을 끔뻑이며 내게 묻는 여자아이. 그순간 나도 모르게 압- 하면서 경계 태세를 갖췄다. 또 어디선가 물풍선이 날라오거나 계란이 날라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체로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자 예쁘게 웃는 여자아이. "안녕하세요." ..응? 예쁘게 웃는 여자아이? 날 노려보는게 아니고? "네? 아. 네" 이런 친절은 뜻밖이라 어정쩡하게 대답해버리고야 만 바보같은 이햇살. 여자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언가를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건. "이거 언호오빠한테 좀 전해주세요. 만나면 꼭이요." 예쁜 바구니. 그속에 담긴건 먹음직스럽게 익은 사과였다. 순간 이걸 내가 받아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소녀가 막무가내로 내미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나는 그 바구니를 받아들었다. 꽤 묵직하다. "저 하지만.." "위암에 사과가 좋대요." 그말에 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떡였다. "......아..." "언니." "네?" "언호오빠 많이 아파요?" 사과를 빤히 내려다 보는 내게 뜬금없이 묻는 여자아이. "........." "언호오빠 꼭 건강해질꺼에요. 이번 콘서트 표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전 들어가지도 못하지만 밖에서 응원할려구요." "아..." "오빠는 꼭 멋진무대에 설꺼라고 생각해요. 그거 꼭 전해주세요. 부탁드릴께요!" 그리고는 웃어보인다. 얼마나 밖에서 기달렸는지 꽁꽁 얼어버린 얼굴로. 그렇게 웃어보이는 언호의 팬. 나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왜냐면. 왜냐하면 "네. 꼭 전해줄께요!" 그아이의 웃고있는 눈에는 분명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으니까. \대기실 원래는 대기실에는 오지 않을 생각이였다. 정피디님과 공연장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고 왠지 대기실에 가면 기분이 이상해질껏만 같아서 대기실에는 오지 않을 생각이였는데. "왠 사과야?" 은겸이의 말에 나는 들고 있는 사과바구니를 빤히 내려다본다. 그래. 이것 때문에 온거야. 언호 팬이 전해달라고 한거니까. "언호는?" .. 내말에 머리를 하고 있던 은겸이가 살짝 곁눈질로 대기실 의자에 누워있는 언호를 가리켰다. 또 잠들어 있는 언호. 코디 언니 또한 그런 언호를 깨우진 못하고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녀석의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언호는 요즘 저렇게 부쩍 잠이 많아졌다. "신언..." "깨우지마." 사과를 들고는 언호의 이름을 크게 부르려는데 그런 나를 막는 해안이. 해안이는 정말 깨우지 말라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왜?" "어제도 밤새도록 연습했어 저자식." "뭐?" "그만하라고 다 말렸는데도. 끝까지 목 아플때까지 노래불렀어. 밤새도록." "......." "그러니까 깨우지마. 많이 힘들어." ... 아무렇지도 않은듯 고개를 끄떡였지만. 많이 힘들어. 라는 그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멤돈다. 많이 힘들어. 많이 힘들어. 그래 많이 힘들겠지. 언호는 지금 많이. 그 누구보다 힘들겠지. "나 가볼게. 그리고 이건 위암에 좋다고 언호 팬이 전해달래. 언호 깨면 말해줘" 들고 있던 사과 바구니를 탁자위에다가 타악-하고 올려놓았다. 고개를 끄떡이고는 다시 노래 연습에 열중인 해안이. 나는 매니저 오빠와 혁이오빠에게 눈인사를 건낸후 그곳을 나왔다. ".........." 잘하라는말..해주고 싶었는데.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대기실을 나와버렸네. 허탈한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걸음을 옮기던 나. 이내 다시 뒤돌아서서 대기실쪽을 향해 중얼거렸다. "잘해 신언호. 넌 잘할꺼야. 잘할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널 응원해. 이햇살도 응원해. 누군가에게 응원 받고 있다는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잖아. 그러니까 힘내. 넌 누가 뭐래도 잘..할꺼야 . . . 공연장안. 그곳은 한창 조명리허설이 한창이였다. 대형 스크린과 그 어느때보다 화려한 무대. 그리고 어마어마한 객석수. 입이 쩌억 벌어질정도로 모든게 크고 화려한 공연장이였다. 혼수상태만이 채워 넣을수 있는 공연장. "어마어마하게 크죠?" 공연장을 보며 입을 떠억 벌리고 있는데 그런 내 입을 한쪽손으로 장난스레 닫으며 나를 향해 웃는 피디언니였다. "어? 피디언니!" "입좀 다물어요. 침들어 가겠네." "다물려고 해도 다물어지지가 않아요. 이렇게 큰 무대와 이렇게 큰 객석이라니." 조금 뒤 이곳에서는 엄청난 공연이 펼쳐지겠죠?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러게요. 이렇게 크게 콘서트를 한적이 없다고 떠들썩해요. 게다가 하도 못들어온 팬들이 많아서 콘서트장 밖에 대형스크린까지 설치했다고해요. 그거 보려고 팬들도 많이 몰렸구요." "대단..하네요." 말 그대로 정말 대단하네요. "마지막..이니까요." 피디언니말처럼 이렇게 무대를 보니까 정말 실감이 났다. 마지막이라는거. 믿고 싶지 않지만 믿을수 없지만.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거.... "혼수상태 마지막 공연이지만 혼수상태는 없어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 오늘도 열심히 할꺼에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꺼 같이 슬퍼왔지만 오늘만큼은 울고싶지 않았다. 그랬기에 있는 힘껏 눈물을 참고는 카메라를 톡톡 쳐보이며 웃어보인다. 타악- 그러자 별안간 내게 왼쪽손을 내미는 피디언니. "잘해봐요. 오늘도" 그 손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이내 나 또한 오른쪽손을 내밀었다. "네!!" 누군가 그랬다. 마지막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면 그것은 영원한 마지막이 아니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 아닐꺼라 믿는다. .. 오늘을 내가 기억하고. 그들이 기억하고. 우리가 기억하는 이상은. . . . #71 2007년 1월 30일. PM. 7:00 혼수상태 last concert start! [혼수상태 last concert start] 드디어 기다리던 공연시간. 객석을 가득 메운 혼수상태 팬들의 열기 때문에 이공연장은 정말 터져버릴 정도로 뜨겁다. 대형스크린에 뜬 문구가 콘서트 시작을 알리자 팬들의 환호소리가 지구 끝까지 닿을 정도로 크게 들려온다. 그 소리가 실로 엄청났던 터라 나는 잠시 멍 해진 귀 때문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타악- 그리고 그때였다. 공연장 무대 조명이 모두 꺼지고 혼수상태 1집때부터의 노래가 한구절씩 흐르기 시작한건. 공연이 이제야 시작하는건가? 공연 시작이 알림에 따라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플" "........." "혼수상태 마지막 콘서트.." 씨. 정말 이러니까 눈물 날꺼 같잖아. 울면안돼. 울면안돼 이햇살. 주문을 외우듯 여러번 반복해서 중얼거리다가 다시 카메라를 든 나. 카메라 화면에는 조명이 꺼져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무대가 꽉 찼다. 그러다가 일순간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무대 끝을 향해 켜지는 하얀 조명들. "우리는 노래한다. 누구를 위해?!"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대위에 등장한 신혁이 등장과 함께 크게 소리쳤다. 그의 등장과 함께 실로 엄청난 함성소리가 무대위를 그리고 공연장을 메웠다. "우리를 위해!!!" 객석에서는 벌써부터 울고있는지 몇몇 팬들의 울먹임이 섞인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는 노래한다. 누구를 위해?!" 이번에는 은겸이였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신혁과 반대편쪽에서 등장한 은겸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은겸이 쪽으로 다시 조명이 켜졌다. "우리를 위해!!!!" 그러자 또 다시 엄청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은겸이는 만족스럽다는듯 씩 하고 웃으며 브이를 들었다. "우리는 존재한다. 누구를위해?!" 은겸이 다음에는 해안이였다. 해안이는 금방이라도 무대밖으로 뛰어들 태세로 무대위를 가로지르더니 위와 같이 소리쳤다. "우리를 위해!!!!!!!!" 그순간은 정말이지 수만명의 팬들의 함성소리가 최고조로 다랐던 순간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우리는..." 다시 한번 조명이 탁- 켜지면서 등장한 언호의 등장에 흥분한 팬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언호야!!!!!!!!!신언호!!!!!" "죽지마. 안죽어 신언호!!!!!!!!!!" 그 엄청난 소리에 잠시 이맛살을 찌푸리는 우리 예쁜 언호. 콘서트 기간 내내 밤새도록 열심히 연습한 우리 예쁜 언호. 오늘도 여전히 큰 소리에 귀가 아픈듯 한쪽손으로 귀를 막는 우리 예쁜 언호. 하지만 이내 가득 메운 관객을 보더니 피식 하고 웃으며 천천히... 천천히 입을 뗀다. "음악에 미쳐있는...혼수상태다." 언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조용한 발라드음이 콘서트장을 잔잔하게 메우기 시작했다. 그건 후속곡 제 5의 계절 멜로디였다. 멜로디가 흐르자 조금은 수척해 보이는 언호 모습에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울음소리. 나는 지금 이순간 간절히 바란다. 제발 언호가 이 울음소리를 듣지 않기를. .. "위태로운 제 5의 계절 사랑과 이별이 교차하는 그 계절의 정점 한 가운데" 노래가 시작됐다. 잔잔한 음과 함께 시작된 노래. 혼수상태는 역시 무대에 섰을때 가장 멋있는거 같다. 저렇게 큰 무대에 서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를때가 가장. "그댈 만난 제 5의 계절 바람 부는 언덕 그 곳에서 사랑을 외치던 그대 눈동자 속 내 모습이 보였어요. 아마도 그게 사랑."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젠 다행히 눈을 감아도 혼수상태를 그릴수 있다. 무뚝뚝하고 신비한 신혁도. 귀엽고 개구진 은겸이도. 싸가지없지만 너무나도 멋있고 매너좋은 해안이도. 엉뚱하지만 따듯하고 귀여운 언호도. 모두 그릴수 있다. "그댈 만난 제 5의 계절 끝없는 모래사장 그곳에서 믿음을 말하던 그대 눈동자 속 내 모습이 보였어요. 아마도 그게 사랑. 그래요 그게 사랑." 그래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래 행복하다. 너무나도 행복하다. "I want to hold your hand. It is time I went to love. It is time I went to love." 이사람들의 팬이 된것이. 이사람들의 팬으로 남을수 있다는것이. 너무나도. "꺄아아아악!!!!!!!!!" 첫 번째 곡이 끝나자 다시 한번 함성 소리가 울리는 공연장 안. 뜨겁다 못해 이 열기에 콘서트장이 모두 타버릴것 같다. 그만큼 이곳은 대단할정도였다. "..........." 타악- 그때 곡이 끝나자마자 다시 무대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조명이 모두 꺼져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가 싶더니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천천히 다시 무대를 밝히는 조명. 그리고는 보였다. 그아이가. "안녕하세요. 신언호입니다." 언호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있는 그녀석이. "........." 그렇게 보였다. 언호의 모습에 조용해진 팬들. 객석에는 입을 막고 울음을 참는 사람들도 보이고 실신할정도로 서럽게 울고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자 입술을 꾹 깨무는 언호. 이내 무겁게 다시 입을 연다. "울지마요. 저 때문에." 팬들의 울음소리가 커지자 어쩔줄 몰라하는 언호. 그러다가 무언갈 결심한듯 무대쪽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녀석이였다. "사실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걸까. 나 또한 언호를 조심스럽게 응시했다. "저 되게 못된놈이거든요. 지금에서야 말하는거지만 저 단 한번도 여러분들을 위해 노래한적이 없어요. 그냥 노래가 좋아서. 노래하는게 좋아서 그래서 무대에 섰어요. 팬들을 믿지 않았으니까요. 팬들은 언젠가 등을 돌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내 겉모습만 보고서 팬이니 영원히 사랑한다니 말하는걸 한심하다고 생각했어요. 제일 믿고 의지해야할분들을요.." 그리고는 언젠가 내가 한말처럼 천천히 팬들과 눈을 마주치기 시작한다. 천천히 한명 한명. 그러다가 이내 그 눈은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있는 이햇살에게 멈춰. 눈이 마주치자 피식 하고 예쁘게 웃어보이는 신언호. "그런데요. 어느날 누가 그러더라구요. 가수는..팬들을 위해 노래할줄 알아야 한다고. 니 행동.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팬들을 위해서. 니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니가 웃으면 웃고 함께 우는..팬들을 위해서 노래할줄 알아야 한다고. 솔직히요. 그때는요. 뭐 이런애가 다있나 생각했어요. 제가 좀 싸가지가 없잖아요." ".........." "그런데.. 그때부터 조금씩 조금씩..이였을껄요. 날 위해서 밤새서 선물을 만들어 주시는 팬들. 빠짐없이 내 노래를 듣기 위해 씨디를 사주시는 팬들. 한푼 두푼 용돈을 아껴서 콘서트에와주시는 팬분들. 내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걱정되서 숙소앞을 지켜주시는 팬분들. 내가 울때 함께 울어주고 가슴 아파해주시는 팬분들. 그 분들의 고마움이 보이기 시작한건요. 저. 정말 멍청한거 같아요. 그쵸?" ... 언호의 말에 기어코 나와버렸다. 아까부터 참았던 눈물이 그렇게 기어코 내 뺨을 타고 흘러버렸다. 울지 않겠다고. 오늘만큼은 웃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울어버렸다. 너무 고마워서. 우리 마음 알아준 언호가 너무 예뻐서. 행복해서... 너무 행복해서. 그래서 도저히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다. 타악- 그리고 그때였다. 갑작스레 대형 스크린의 불이 켜진건. "......" ... 스크린에는 언호의 어렸을때 사진과 함께 [1989년 7월 24일 천사가 내려온날.] 라는 글귀가 떴고. 그다음에는 언호가 연습하는 사진과 함께 [우리는 니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어.] 라는 글귀가 떴다. 그 다음에는 언호가 처음 데뷔하는 사진과 함께 [서툴지만 실수없이 했던 첫무대도] 처음 혼수상태가 상을 받았을때의 사진과 함께 [처음 상을 받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던 니 모습도] 토크쇼에 나간 사진과 함께 [모든일이든 열심히 하려는 너의 모습도] 그다음은 지금 현재 언호의 모습이 담겨진 사진과 함께 [너여서 좋았어. 신언호였으니까 그래서 우린 너무 좋았어 언호야] 라는 글귀가 떴다. 아무말없이 가만히 스크린을 내려다 보는 언호. 지금 저아이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 타아악- 이번에는 무대가 아닌 객석쪽이였다. 첫 번째 줄에서 대형 현수막이 펼쳐진다. [우리 얼굴을 기억 못해줘도 좋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았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어도 좋았습니다. 그저 멀리만 지켜보는 사랑이여도 행복했어요.] 이번엔 두 번째줄. [바보같다고 할지 몰라도 그냥 다 좋았어요. 당신이 웃으면 함께 웃고. 당신이 울면 함께 울고. 당신이 아프면 함께 아파할수 있는것만으로도, 그래서 우린 지금 많이 아파요. 당신이 아프다는 사실에 너무 많이 아파요.] 그다음은 세 번째 줄 [기억할께요. 우릴 위해 불러줬던 그 노래들을. 우릴 향해 웃음짓던 그 미소들을. 우릴 행복하게 해줬던 그 존재들을.] 그다음은 네 번째 줄. [그러니까 잊지 말아주세요..] 마지막 다섯 번째줄. [우리가.... 당신을 많이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신언호의 팬임이 너무 많이 자랑스럽고 행복하고 고마운 어느 사람들이- 마지막 현수막까지 펼쳐지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모두 들고있던 형광봉의 하얀색 불빛을 켰다. "........." 언호야...보여? 보고 있는거지? 우린 절대 널 잊지 않아. 널 기억할꺼야. 영원히. ".........." 아무말없이 하얀 불빛으로 가득 메워진 객석을 응시하는 언호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입으로 대려다가 멈칫 하고는 다시 떼는 녀석. 그러길 두세번. 이내 어렵게 그리고 힘겹게 입을 연다. "미안해요..." 목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꾹꾹 삼키며. 그렇게 진심어린 팬들에게 진심어린 고백을. "그 큰사랑...이제야 알아버려서" 서툴게 시작하는 언호. 여기서도 느낄수 있었다. 언호의 목소리가 지금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를 얼마나 힘겹게 떨리고 있는지를. "짜증나게 이게 처음이네요.. 여러분들을 위해 노래하는거. 그런데 더 슬픈건 그게..마지막 이라는 거에요." "..........." "마지막..까지 열심히 노래할께요. 여러분들을 위해서." 나는 그순간 자랑스러웠다. 내가 이사람의 팬이였다는 사실이. 이사람 노래에 열광하고 이사람의 열정에 열광했다는 사실이. 이사람을 끝까지 믿었던 사실이. 이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오빠!!!!!!!!!!!!!!!!!!!!!!" 그리곤.. 팬들의 함성소리와 동시에 콘서트 장을 천천히 메우는 따듯한 음색의 반주소리. 처음 듣는 반주소리에 나 뿐만이 아닌 이곳에 있는 모든 혼수상태 팬들이 조용히 무대를 바라본다. '노래? 무슨노래?' '있어. 노래' '뭐냐. 말 안해주기야?' '응. 비밀이야' 혹시..!! 이노래가 언호가 저번에 말했던 그 노래인가?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죠." 그때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는 언호의 나긋한 노래소리. "꺄아아아악!!!!!!!!!!" "오빠!!!!!!!!!!!!!!!!!!!!!!!" 엄청난 함성소리. 엄청난 열광. "깜깜한 그 무대 위에환하게 조명들이 빛을 비추고 작은 숨소리만 들리던 그 순간. 아마도 그 때는 우리 아직 많이 어렸었나봐요." 그런 열광의 보답이라도 하듯 언호는 살며시 웃음지으며 맑은 음색으로 노래를 불렀다. ..우리를 위해. "그 조용한 함성 속에서 우린 함께 노래했었죠. 알고 있나요. 그대 사랑이 우리를 얼마나 크게 해줬는지." 이번에는 해안이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서 흘러나온다. 무대 끝에서 걸어나오는 해안이. 깔끔한 검은정장차림의 해안이. "We're always singing 'cause of you. 혼. 자서 걷는 길이 아니었죠. 수. 없이 많은 그대들이 함께였죠. 상. 상할 수 없을만큼 많은 사랑을. 태. 어나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그대들을." 다음으로는 은겸이와 혁이오빠가 등장했다. "고마웠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우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그대. 한마디 인사밖에 할 수 없는 우릴 부디 용서해요." 마지막일까. 정말 우리가 마지막인걸까. 이사람들의 노래를 들을수 있는것이 ....정말로 마지막인걸까. "We're singing 'cause of you. 혼. 자였다면 외로웠을 이 길을, 수. 없이 많은 그대들이 채워줬어요. 상. 상 속에서만 꿈꿔왔던, 태. 양보다 더 큰 사랑 주신 그대들을. 고마웠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우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그대. 한마디 인사밖에 할 수 없는 우릴 부디 용서해요." 참으려고 했는데. 결국은 눈물이 먼저 터져나왔다. 나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사람 모두. 한명..두명 울음을 터트리는가 싶더니 흐느낌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커져간다. "I always love you. Forever be with you. 고마웠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우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그대. 안녕이란 굿바이 인사는 남기지 않을게요." 이제 우린 어떡해요. 우리는 이제 어떡해요. 보고싶어서...어떡해요. 이제 누굴 위해 열광하고, 누굴 위해 소리치고, 누굴 위해 응원해요. "혼수상태. 음악에 미쳐있던 우리와 그대들이 영원히 하나되는 그 이름.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 마지막구절을 노래하던 언호의 눈에서..결국은 눈물이 떨어졌다. 그 눈물은 녀석의 뺨을 타고 흐른다. 천천히.. 마이크를 내리는 녀석. "..사랑...합니다...." 그리고는 말한다. 처음으로 서툴게.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꾹 참으면서. 안쓰럽고 안타깝게. 그렇게 녀석은 팬들에게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고백해본다. "........." 사랑한다고... 사랑해서 고마웠다고. 행복했다고... 잊지...않겠다고. . . . 최고의 콘서트였다.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콘서트였다. 음악으로 하나됨을 느꼈던 콘서트였다. 가수와 팬. 어쩌면 가장 먼. 그리고 어쩌면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걸을 깨닫게 해준 콘서트였다. 평생을 가더라도 잊지 못할 콘서트였다. 내가 혼수상태 팬임이 자랑스럽고 행복했던 콘서트였다. \대기실앞. "언호야 정말 멋졌어. 넌 최고였다구!" 아냐. 이건 너무 식상해. 좀 더 멋진말이 없을까. "언호야!!!!나 니 노래 듣는순간 가슴이 정말 터져버릴꺼 같았어!" 이건 오바야 오바. "뭐라고 말하지." 대기실앞에서 한동안 손잡이를 놓았다가 잡았다가를 반복한 나. 에라이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잡았던 문고리를 돌리려는순간 타악- 하고 먼저 문이 열렸다. 그바람에 나는 왁 하고 놀라며 뒤로 흠칫 물러설수밖에 없었다. ".....어? 유해안?" 문을 연 사람은 다름아닌 해안이였다. 눈이 빨개진채 흔들리는 동공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해안이. ...무슨 일이야? "어떡해." "왜.? 무슨일있어??" "이햇살...진짜 어떡해." "...왜.." 불안하게..너 왜그러냐고 "....졌어." "뭐...?" "신언호가.....사라졌어." "무슨말이야. 너 지금 무슨말 하려는.." 이럴수록 침착해야 겠다는 생각에 떨리는 목소리로 해안이에게 묻는데 그런 내말을 멈추게 한다. 해안이 손에 들려있는 쪽지한장은. "........"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72 [고마워. 다들. 내 생에 가장 행복한 날 만들어줘서. 그리고 그동안 고마웠어. 유해안. 한은겸. 영원한 친구 친구 하면서 사실은 나 많이 괴롭혔지만. 정말 니들 만나서 행복했어. 우린 영원한 친구지.? 나 잊으면 죽는다. 그리고 혁이형. 그동안 나 많이 아껴줘서 고맙구. 나중에 스타 다시 떠. 매니저형도 나 맨날 사고쳐서..미안했어. 코디 누나들도 고마웠고. 그리고...햇살아. 제일 고마워. 니가 아니였으면 오늘 무대에 서지 못했을꺼야. 행복해. 그리고...많이 좋아했어. 나 정말 노래하고 싶었어.... 노래하게 할수있게 해줘서..고마워. 다들 행복해. 그게 내 소원이야. 안녕!!!!! .....안녕...] 하...말도안돼. "거짓말..." 믿어지지 않는다. "거짓말......." 아니. 믿을수가 없다. . . . \삼성아파트 삐뚤삐뚤한 언호의 글씨가 빽빽이 적혀있는 쪽지를 손에 꽉 쥐고는 나는 그대로 언젠가 한번 와본적이 있던 유가은네 집으로 향했다. 쾅쾅쾅- 그리고 나는 무작정 유가은네 집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문열어. 문열으라고!!!!!!!열어. 열으라고!!!!!!" 분명 유가은은 신언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것이다. 정말 화나고 슬프게도. 이햇살은 모르지만 유가은은 알고있을..것이다. 타악- 도대체 얼마나 두들긴걸까, 꽉 쥔 주먹이 아파올때즈음. 유가은네 집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온건 유가은이였다.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숙인다. "언호...어딨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에 빨개진 눈으로 내 시선을 피하는 그녀. 참을수가 없다. 이렇게 쪽지 한 장 달랑 남기고 떠나가버린 신언호도. 아무말도 하지 않는 유가은도. "어딨냐고!!!!!" 화나고 억울해서 무작정 눈물이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안돼는 거잖아 신언호. 그렇게 혼자서 떠나면.. 안돼는..거잖아. "몰라." "어딨어." "몰라.." 최고였단말..해줘야 한단말이야. 니 팬인게 자랑스러웠단 말 해줘야 한단말이야. "어딨어..어딨냐구!!!!!!!!!!!" 이성따윈 없었다.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유가은을 흔들었다. 나는 알아야했다. 언호가 있는곳을. 어떤일이 있어도 알아야만 했다. "언호 좀..봐주면 안돼?" 그러자 조심스럽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여는 그녀. "뭐?" "언호 마지막 부탁이였어. 그래서 나 죽어도 너한테 말 못해." "........하..."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언호가 지금 제일 힘겨운건 자신의 마지막이 아니라. 니가 무너지는 모습이야. 너 우는거 보면서 그애가 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하루하루 얼마나 안쓰럽게 울었는줄 알아? 아픈거 안보일라고 어떻게 버텨왔는줄..아냐구. 너한테 좋은기억으로 남고싶어하는 애야. 끝까지 멋있는 모습으로 남고싶어 하는애야... 언호 그냥 보내줘." "......하......." "부탁이야..언호...찾지말아줘" 왜 넌 끝까지 나 울려. 왜 끝까지 나 아프게해 신언호. 이러면 내가 웃을수 있을꺼라 생각해? 난 더아파 나 그래서 지금..아파서 미치겠다구. "........" 스르륵..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목이 아파서 울음도 나오질 않았다. 계속해서 눈물을 삼키던 나는 결국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다가 가슴이 답답해 주먹으로 쾅쾅- 하고 두들겨도 보고. 떼쓰듯 발을 동동 굴러도 보고. 바닥을 치기도 해본다. 나는 그렇게 처절한 몸부림을 한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처절한 몸부림. 아파트 복도에서는 그런 내 처절한 울음소리가 울려온다. "가은아..이렇게 부탁할게.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언호 혼자 얼마나 무섭겠어. 얼마나..무섭겠어. 내가 옆에 있어줘야해. 옆에서 지켜줘야해. 가은아 이렇게 부탁할게. 이렇게 무릎꿇고 부탁할게.. 이렇게.... 이렇게 제발 부탁할게." "..........." "으으..살려줘. 나좀 살려줘. 진짜 이렇게 언호 못보내. 혼자서 견디고 있을 언호 생각하느니 함께 아프는게 나아. 살려줘..나좀 살려줘. 언호 볼수있게 해줘. 제발... 제발.." 가슴이..정말 찢어져 나가는거 같다. 내가 이러는 동안 그애가 아파하고 있을까봐. 무서울텐데. 많이 무서울텐데. 혼자 남겨질 그애가 힘겹게 버티고 있을까봐. 나는 숨을 쉴수가 없었다. 아니 쉴수가...없었다. ".......햇살아.." "으흑흑.....나좀...나 좀.......살려줘.. 언호...언호 볼수 있게 해줘." "햇살아......." 스르륵- 주저앉은 내앞에 주저앉는 유가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대는 내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자기도 나처럼 울고있으면서. 어쩌면 나보다 더 아플지도 모르면서. ".......고마워.." "..............언호 보게해줘." "언호 사랑해줘서." "언호...보고싶어." "그아이....외롭게 하지 않아줘서." "언호......보고싶어.." "고마워..이햇살 정말 고마워." 어쩌면... 나보다 더 아플지도 모르면서... \광주. 유가은이 알려준곳은 수원이였다. 유가은네 아빠 별장에서 머무르기로 했다는 언호. 택시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내 눈물은 그치질 않았다. 언호가 남긴 쪽지를 보고. 또 보면서 잉크가 모두 내눈물에 번져서 보이지 않을때까지 울었던거 같다. "다왔습니다." 2시간동안 얼마나 많이 기다렸던 택시아저씨의 말이였던지. 너무 울어서 대답할 겨를도 없던 나는 퉁퉁 부어버린 눈으로 택시 요금을 확인한뒤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한다. 그리고는 타악- 하고 택시문을 열었는데. 순간 휘청- 하고 쓰러질뻔한 몸을 겨우 지탱했다.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러는 모양이다. "........." 산속에 있는 별장은 꽤 컸다. 밖에서 봐도 아득한 느낌이 드는 근사한 별장이였다. 이곳에... 언호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곳은 벌써부터 내 눈시울을 자극한다. "....바보.." 신언호 바보. 멍청이. 여기 숨어있으면 내가 모를줄 알았냐. 끝까지. 끝까지 함께할꺼야. 두고보라구 신언호. 똑똑- 하고 문을 두들기려다가. 그러면 녀석이 열어주지 않을꺼 같아서. 유가은에게 받은 키를 열쇠구멍에다가 집어넣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나는 들어가자마자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아져 있는 언호 신발을 가만히 쳐다본다. 혼자 가지런히 놓아져있는 녀석의 신발. 깨끗한 신발장에 달랑 언호의 신발만이 외롭게 놓여져 있을 뿐이였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씩씩하게 닦고는 언호 신발 옆에 내신발을 벗어 놓는다. ... 이제 둘이야.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구. "신언..!!" 별장에 발을 들여놓음과 동시에 씩씩하게 언호의 이름을 부르려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으윽..."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 누군가의...고통스러운 신음소리. 신언호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 ".........."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자 언호가 보였다. 고통을 참을수 없는지 몇 번이고 고통스럽게 구토를 하고 있는 언호가. 녀석의 꽉 쥐고 있는 주먹이 보인다. 어떻게서든 이 고통을 참으려고 노력하는. "..........." 이럴거면서 이렇게 혼자 아파할꺼면서. 왜. 왜 혼자 숨어. 왜 혼자 숨냐구. 이렇게...아파하면서.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면서.. "으윽....." 다시 한번 시작된 구토에 많이 힘겨운듯 꽉 쥔 주먹을 부르르 떤다. 그리곤 이내. 익숙하게 흐르는 물에 입을 씻는 언호.. 그러다가. 그러다가. 천천히 욕실 벽에 기대 천천히. 무너지고야 마는..언호. ".........." 언호가 울었다. 그동안 어떻게 눈물을 참았는지. 천천히 녀석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점점 짙어지다가 이내 어린아이처럼 언호가 울었다. 무서웠겠지. 혼자 남겨진것이. 이대로 마지막을 버텨내야 한다는것이. 저 어런이아에게는 많이 무서웠겠지. 그러면서. 그러면서 끝까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모든걸 짊어지려 한거겠지. 혼자만...아프려고 한거였겠지. "....울지마..." 나는 그런 언호에게 다가갔다. 그제서야 나를 발견한건지 천천히 고개를 드는 언호. "울지마...언호야." 나는 너와 함께할꺼야. 처음이든. 끝이든 너와 함께할꺼야. 너의 행복도 너의 슬픔도 모두 함께할꺼야. 너의 아픔도..함께할꺼야. 그러니까 울지마. "..........." 아무말없이 녀석의 젖은 동공이 나를 담아낸다. "사랑해.." "..........." "18살의 어린 신언호도.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던 신언호도. 무대에 섰을때 혼수상태의 신언호도. 우릴 위해 울어준 신언호도. 시한부 인생을 사는 신언호도. 혼자서 아픔을 참고 있는 신언호도." ".........." "이햇살은 모두...사랑해." 말을 마치곤 웃어보였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반달모양이 되도록 예쁘게. "가." 그런 이햇살에게 신언호는 말한다. 너무나도 차갑게. "싫어." "가. 제발." "싫어. 절대 안가." "나...진짜 죽을꺼 같아. 진짜 지금 너무 아파..." 알아. 그래보여. 콘서트때 니가 얼마나 이를 악물고 버텼는지 이제 알만큼...보여. 너 아픈거. "........" "그러니까 제발 가... 나 너한테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어." 녀석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채 나는 언호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주저앉아 있는 언호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 "나도 아플게." ".........." "우리 같이 아프자." . . . 생각보다 언호의 상태는 심각했다. 한시간 꼴로 구토와 위에서 오는 통증 때문에 매번 진통제를 먹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옆에서 보는일이란 죽는것보다 더 힘들었다. 할수만 있다면 대신 아프고 싶을만큼. 힘겨웠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대." 타닥타닥- 벽난로에서 불이 피어올라온다. 내옆에 푹신한 이불을 덥고 앉아있는 언호는 내말에 피식 하고 웃어보였다. "잘." "그런게 어딨어." "여기." "...푸우. 말장난할 힘은 있나보네" 나는 언호 옆에 앉아서 녀석이 덮고 있는 이불속으로 쏙 들어갔다. 따듯해. 벽난로 때문인지. 이불 때문인지 신언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간에 무지 따듯하다. "햇살아." "응?" "오늘 나 멋있었어?" "응. 최고였어." 니 팬이였던게 너무 자랑스러웠어. 행복했어. 그만큼 최고였어. ".....다행이다." 이번에는 언호가 웃었다. 둥근 눈매가 더 둥그레지게. 오랜만에 보는 언호의 웃음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대로 시간이 멈쳐버렸으면 좋겠다. 언호야. 평생 이렇게 따듯하게 니옆에서 있었으면 좋겠어. "나...사실은 무서웠어." "........" "이대로 잊혀질까봐. 사람들한테. 내일이 오지 않을까봐. 이대로 사라질까봐. 근데 오늘 엄청 행복하더라." "응.."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언호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겠다는 생각에서. 아무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언호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거 같아서...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언호. "응.." "신언호로..사는게 너무 싫었었어.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 했었어. 내가 신언호로 살아서 잃은게 너무 많다는 생각에. 모두 버리고 싶었다." ".....응." "그런데 지금은... 신언호로 살아서 너무 행복해." 그래. 신언호로 살아줘서 고마워. 언호야 너무 고마워. "응.."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안돼면 시간을 조금만더 돌렸으면 좋겠어. 웃어줄껄... 눈 마주쳐줄껄.. 이름 불러줄껄..그사람들을 위해서 노래할껄.." "........" ... ....... "너무 후회되고..가슴아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늦게라도 알아줘서 고맙다고도 말하고 싶었다. 이름같은건 몰라도. 웃어주지 않아도. 눈 마주쳐주지 않아도. 우린 행복했다고..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던건 차마..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아무말도.. 그 아무말도. "언호야."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고 언호의 이름을 부르자 언호가 피식 하고 웃어보였다. 혼자서..얼마나 아팠니.. 얼마나 참았니 언호야. "햇살아 나는." 그때 별안간 입을 여는 언호. 어느새 쉬어버린 녀석의 목소리. 가슴이 아파온다. "응.."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 믿어." "...뭐?" "그러니까 울지마. 신언호는 이햇살을 너무 사랑해서 헤어지는거니까.." ".......미친놈.." 그러지...마. 마지막인것처럼. 우리 다시 보지 못할것처럼.. 그렇게 이야기 하지 말란말이야. 나는 무릎에 얼굴을 푹 묻었다. "미친놈은..요" 그러자 녀석이 말한다. "..............." "이햇살이라서 많이 행복했습니다." "..흐윽.........." "고마워." "..........." 그만해... ...그만말하라구. "사랑하는법을 알려줘서..." "..........." "그리고 미안해.." ".........." "나는 이것밖에 안돼는 남자라서." 하늘이..원망스럽다. 그냥 원망스러웠다. 왜 언호는. 왜 우리는 웃을시간조차 주질 않는건지. 왜 이렇게 계속 울어야만 하는지. "그런말...하지마." "사랑해." "......뭐?" "사랑해. 이햇살" 언호의 입에서 흘러나온 처음이자 마지막일.. 사랑해라는 말에 결국 나는 울어버렸다. 나 또한 언호에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신언호...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차마 입밖으로 꺼내진 못하고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외친다. 사랑해..라고 "나......잊어줄래." 차라리...오지 말껄 그랬다. 차라리 오지말걸. "...그런말 하지말라구." "나 기억하지마. 잊어줘. 그냥...그랬으면 좋겠다." "신언호!!!!!!!" 결국 화가 나버린 내가 고개를 들어 녀석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자. 예쁘게 웃음 짓더니 살짝 비스듬히 얼굴을 내 어깨에 기대는 언호. "....졸려." "............" "나...잘래." 안돼. 자지마 신언호. 안돼..자지마 안돼 눈떠. 아직은 안돼. 자면 안돼... 아직은..안돼. ".....응..." 입술사이로 울음이 터져나오려는걸 참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피가 날정도로. 그렇게 나는 안쓰럽게..눈물을 참았다. 심장이...멈쳐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그대로...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제발 언호의 마지막만큼은 내 눈으로 보지 못하게.. "이햇살.." "으으....으윽....흐으으.."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는 언호 목소리.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커져가는 이햇살의 울음소리. "......사실은 아까 거짓말이였어..나 잊지마." "....으흐윽...." ... ......... "기억해......줘." "......언호야...언호야..." 내가 제일 동경했던 언호야. 내가 제일 사랑했던 언호야. 내가 제일 믿었던 언호야. 언호야.. 제발...제발 가지마. "사랑...했..어" 목부분이 뜨거워졌다. 내게 기댄 언호가 스르륵 하고 잠이 들었다.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차마 언호를 돌아볼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앉아서 흐느끼기 시작한다. 스르륵- 하고.. 내손을 꽉 잡고 있던 녀석의 손이 풀렸다. ".....으....으으....으흐윽....." 어떻게 그래요. 나 아직 잊지 않겠다는 말도 못했고. 기억한다는 말도 못했고. 사랑한다는 말도 못했고. 니가 최고였다는 말도 못했는데... 어떻게...이렇게 허무하게. 어떻게..그래요. 그럼 난 어떻게 살라고..... 어떻게 살아가라고.. #73 타악- 그리고 그순간. 갑작스럽게 별장문이 타악- 하고 열리더니 너무나도 늦어버린 그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언호!!!!!!!!!!!" "이 개자식아!!!!!!!!여기 숨어있으면 우리가 모를줄 알았냐." "이햇살만 알려주고..진짜 배신자. 둘이 영화찍냐고" 너무...늦었........다구요. 조금만 더 일찍오지. 조금만 더.. "신언호..?" 아무말이 없는 언호의 뒷모습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언호의 이름을 부르는 은겸이. 이번에도 아무 대답이 없자 이번에는 해안이가 나를 부른다. "이햇살...?" ".....해안아..." 나 어떡해. 해안아 나 어떡해. "너..왜그래?" "언호가.....언호가 숨을 안쉬어. 언호가..으으......언호가 숨을...안쉬어." 숨통이 턱턱 막혀오는것 같다. 정말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아프다. 죽고싶다. 숨쉬기가 힘들정도로 눈물이 나온다. 살수가....없다. "........." "언호가......숨을...안쉬어." 어린아이처럼 울다가 악을 지르며 무너지는 나를 보더니. 털썩- 하고 해안이가 주저앉아버렸다. "거짓말 치지마." "잔다고 했는데. 언호가...숨을 안쉬어..." "신언호!!!!!!!!!!" 믿을수 없다는듯 신발 벗는것도 잊은채 그대로 별장안으로 들어오는 은겸이. 내 어깨에 기대 있던 언호는 은겸이가 흔들자 힘없이 쓰러져버리고. "............" 이 모든걸 믿을수 없는 우리는 약속한듯이 그렇게 울어버리고야 만다. 어린아이처럼... "......안돼...안돼는데. 안돼는데." 쓰러진 언호를 그대로 안고는 은겸이가 운다. 그렇게 떠나버린 친구를 안고는 은겸이가 울었다. "가지마...가지마 신언호 안돼. 가지마 아직은 가지마. 가지마!!!!!!!!!! 우리 스타도 해야돼고 노래도 해야하고 콘서트도 해야하는데... 일어나 언호야..가면안돼. 자지마. 일어나!!!!!!!!!!!!!!" "..........." "......가지마......... 늦어서 미안해... 제발...가지마. 제발..일어나."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는 언호의 모습에 땅바닥에 쓰러져 악을 질러대는 은겸이... "개새끼야 일어나!!!!!!!!!!!!!! 영원한 친구 하자며.. 일어나라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해안이의 울음소리에도 어린아이처럼 악을 질러대는 은겸이의 눈물에도 아무말없이 계속해서 울기만 하는 매니저오빠의 모습에도 입술을 꾹 깨문채 눈물을 참으려는 그러나 결국 울어버리고 만 혁이오빠의 안쓰러움에도 언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언호야...신언호. 언호야. 신언호..신언호. 신언호.!!!!!!!!!!!!!!" 아무리 불러도...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 ...그렇게 천사는 떠났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그날. 가장 따듯한 심장을 가지고서는 "..........." 천사는..떠났다. . . . \4일뒤. 장례식이 끝나고 언호가 강가에 뿌려지는날. 많은 취재진들과 팬들이 몰렸다. 소속사의 부탁과 살벌한 경호로 우리가 서있는곳까진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했지만, 여기저기서 카메라 불이 켜졌다. 우습기만 하다. 한사람의 죽음이 기사가 되고, 취재거리가 되고, 특종이 되는것이. "뿌리지마요!!!!!!!!!뿌리지마." "언호오빠....보낼수 없어요...흑흑.." 셀수 없을만큼 많은 팬들의 울음소리도 저 곳에서 들려온다. 여기저기 언호의 모습이 걸린 큰 현수막들도 보인다. "............" 나는 그곳에 두었던 시선을 이곳으로 돌렸다. 하얀가루가 담겨져 있는 상자를 든채 아무말없이 우는 혁이오빠의 모습에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강으로 시선을 향해 다시 돌렸다. 언호야. 니 장례식날 나는 가보지도 못했어. 울다가 실신하는 바람에...꼭 가고싶었는데. 인사하고 싶었는데 나는 가보지도 못했어.. "오빠, 나 상자좀." 유가은의 말에 아무말없이 언호가 담긴 상자를 내미는 혁이오빠. 나는 그 상자를 계속해서 응시했다. "..........." 언호야. 언호야. 니가 죽는날, 나는 어땠는지 몰라. 하지만 많은사람들이 울고 또 울었대. 내가 찍은 콘서트 영상이 어제 추모방송으로 나갔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널 향해 울더라. 그래도 다행이야. 니 마지막 모습이. 그렇게 멋진 무대위여서. 많은 사람들이 널 최고의 가수로 기억할수 있어서. "언호야...잘가." 그리고 그때였다. 상자를 받아든 유가은이 메마른 눈물을 또 다시 흘리며 상자를 연건. "....안돼는데." "......잘가....." "안돼는데...안돼는데.." 지금까지 잘 참아왔는데, 그순간 나는 또 다시 이성을 잃고야 말았다. 검은정장 차림으로 내옆에 서서 나와 함께 언호를 바라보던 해안이가 나를 말릴때까지 나는 고함을 지르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안돼!!!!언호 못보내!!!!!!!!보내지마!!!!!!안돼. 아직은 안돼...안돼!!!!!" 못보내겠어. 이렇게 못보내겠어. "제발..부탁이야 보내지말자. 언호 보내지말자. 제발. 응? 제발." 무섭다. 무서워 죽겠다. 이대로 살아갈 내 자신이. 참을수 없을만큼 무섭다. 고함을 질러대며 울어대는 나를 보며 결국 다시 울음을 터트리는 은겸이. 그리고 가은이. 나는 그런 가은이의 손에 들린 상자를 뺏어들었다. 그리고는 꼭 안아버렸다. 아무데도 못가. 신언호 아무데도 못가. 아무데도 못가. "언호가..으으.. 언호가 얼마나 아팠는지 니들은 모르잖아!!!!! 언호가 얼마나 울음을 참았는지 니들은 모르잖아!!!!!!!! 마지막 순간까지...으으 마지막 순간까지.. 그아이가..얼마나 고통속에서 참았는지....흐윽.." 꽉 안아줄게. 신언호. 가지마. 가지마. 그러니까 다시..돌아와. "이햇살. 어린애처럼 굴지마." 쓰러져서 숨도 못쉴정도로 울어대는 나를 한동안 응시하다가 한쪽손으로 나를 일으키는 해안이. "..........." "보내줘. 이제 언호. 니가 보내주지 않으면 저자식 못가."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앞으로 민다. "해안아.." "............" "살겠대. 나는 살겠대. 언호는 죽었는데. 고통속에 마지막을 보냈는데. 결국 쓰러져서 울을만큼 아파했는데...나는 살겠대. 나는 밥도먹고..숨도쉬고. 잠도자고...그렇게 살아가겠대." "........" "무서워. 이대로 정말 잘살아갈까봐. 한순간일까봐. 이렇게 아파하는거 한순간이고. 정말 언호 잊고 잘살아갈까봐..웃을까봐. 무서워. 해안아. 언호 못보내겠어." "....보내야만해." "살아갈수가 없어.... 도저히 살아갈수가 없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 숨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좀....그만 살게 해줘." "........" "웃을수 없게. 그만 살게 해줘...." 삶의 전부였던 사람을 잃는다는것은 죽은것과 마찬가지인 일이였다. 내 심장이 죽고 내 마음이 죽고 내 사랑이 죽은 지금, 나도 죽고만 싶었다. 살수가 없었다. "이햇살." "............." 심장이..터질것만 같아. 아파서. 너무 아파서. "너 때문에 언호 못가. 이햇살. 끝까지 남겨진 사람들 걱정했던 사람이잖아.. 보내주자..보내주자 우리" 울면서 소리치는 유가은의 말에 나는 한동안 강가를 바라봤다. 보내야 한다. 보낼수 없다. 보내야만 한다. 보낼수가 없다. 보내야..한다. 보낼수가 없다. 그래도. 보내야..한다. 보내주어야만..한다. "....보내줄께." 결국은 다시 일어선 나. 죽을만큼. 죽기보다 힘든 이별을 그렇게 시작해. "....언호야...잘가." 그리니까 그곳에선 꼭 행복해야해. 나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는 하지 못했던, 절대로 할수 없을것만 같았던, 녀석을 그렇게 보내주기 시작했다. "....안녕." 내가 가장 동경했던 우상 언호야. 밤새도록 손이 퉁퉁 붓도록 투표를 할수 있게 해준 언호야. 우울할때마다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노래를 불러줬던 언호야. 팬들을 믿지 않겠다면서 내게 상처줬던 언호야. 천천히 팬들을 믿기 시작했던 언호야. 마음을 열어갔던 언호야. 서툴게 나에게 입맞췄던 언호야. 나를 위해 좋아하는 마음을 숨겨줬던 언호야.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던 언호야. 끝까지 남겨진 사람들을 생각했던 언호야. 그래서 혼자만 아팠던 언호야. 마지막..함께 울었던 언호야.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내게 최고의 가수로 남을 언호야. 니 노래로 행복함을 느낄수 있게 해줬던 언호야. 열여덟, 가슴 아픈 사랑을 남겨준 언호야. ...언호야.. "..........안녕.." 내 손에 놓아져있던 하얀 가루가 문득 불어온 바람을 따라 조금씩. 조심스럽게 내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들었다. ".........." ..,,.천사의 노래소리를. "안녕..." 잘가..... . . . 나는 그렇게 언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 마지막은 마지막이 아니였다. 우리가 기억하고 그들이 기억하고. 그가 기억하는 이상. 우리의 마지막은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의 기억속에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시작될것이다. 우리의 기억속에 그가 영원하다면 그 또한 영원하다. 그러므로 영원할것이다. 엉뚱하고 개구진 언호도, 장난끼 가득하고 마음 여린 은겸이도. 자존심 쎄고 다혈질이지만 따듯한 해안이도. 무뚝뚝하지만 다정하고 매너좋은 혁이도. 그리고 그들의 노래도. 그들의 이야기도. "........."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이상은... 끝이 아닌 영원한 시작으로 #에필로그 그 아이가 떠난후, 많은 사람들이 울었던걸로 기억한다. 그아이의 죽음에 자살시도를 하려고 했던 여고생들 이야기부터, 그 아이가 살았던 숙소앞에서 몇십일동안 그아이를 그리워하며 떠나지 않고 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그아이가 떠난뒤 한동안 많은 이야기가 들려왔었던거 같다. 그리고 지금은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주..오랜 시간. [혼수상태]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날. 마지막 콘서트가 열렸던 공연장앞. 그곳에는 누가 남겼는지 모를 큰 낙서가 세겨져있었다. 혼수상태라. 벌써 몇 년전 일인지 모르겠다. 20대 후반의 한 여자는 지금 뛰어가지 않으면 지각이라는것도 잊은채 무언가에 홀린듯 그 낙서앞에 서서 [혼수상태]라는 글자를 빤히 쳐다봤다. "........" 잠시 머뭇머뭇 거리던 그여자. 그러다가 이내 벽으로 다가선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추억하듯 생각에 잠겨있길 10분. 이내 들고있던 가방에서 펜 한자루를 꺼내 오른손에 꼭 쥐는 그녀. -내인생 최고의 가수 그리고는 그 밑에 조그만한 글씨로 적어 넣는다. 삐뚤삐뚤한 글씨를 세겨 넣고는 지각했다는것도 잊은채 기분좋은 발걸음을 떼는 그녀. 그녀는 그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중 한사람이였다. ..... .......... 삼일뒤, 다시 그곳, 그때와는 또 다른 여자가 그 낙서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춘다. 그때의 생각에 자꾸만 가슴이 욱씬거리는걸 참고 참으며 웃어보이는 여자. 벌써 십년이 더 된 일이네. 여자는 낙서를 꽤나 오랫동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낙서를 본 순간 한동안 바쁘게 살아왔던 자신에게 이 낙서는 설렘과 동경, 그리고 추억을 가져다 주는 기분이였다. 기어코 눈물이 나왔다. 여자는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누가 보기라도 할까봐 얼른 닦고는 펜을 든다. 그리고 삼일전 세겨진 낙서 밑에다가 또 다시 적는다. -가장 순수했던 10대, 나를 웃고 울게 만들어 줬던,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그녀는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기억하고 우리를 기억한, 또 다른 사람이였다. -잊지않을게, 혼수상태. 너희들의 음악. 너희들의 열정. 너희들의 사랑. 그 낙서를 발견한 다른 사람도 지나치던 걸음을 멈추고는 위와 같이 낙서를 남겼다. 그리고 일주일뒤. 그 밑에 달린 또 다른 사람의 글. -아직도 잊을수 없는 눈물의 콘서트.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곳은 조심스럽게 그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낙서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신언호의 장례식날, 실신할정도로 울었었던 기억이 난다. 보고싶다. 신언호 그들을 기억하는 한사람이. -내 일생 전부였던 사람들 한사람이. -학창시절. 우리의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가수, 한사람이.. -음악으로 하나됨을 알게 해준 사람들 한사람이.. -가수와 팬, 절대 좁힐수 없는 그 사이를 좁혀준 사람들. 한사람이.. -영원히 잊지못할 음악들, 그리고 혼수상태 많은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노래 조차 어렴풋이 기억날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노래들은 모두 추억이 되었다.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그 시간들 조차도. 하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그들은 지워지진 않고 있었다.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기억하고 있는 이상은... 끝이 아닌 영원한 시작이기 때문에. -언호야, 잘...지내고 있는거지? 최고의 음악과, 최고의 시간과 최고의 열정과, 최고의 사랑과, 최고의 추억을 남겨준 그들에게. 이젠 영원으로 남을, 추억으로 남을, 전설로 남을 그들에게, 나는 이렇게 마지막 이야기를 바친다.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것이다. 왜냐면.... '기억할께요. 우릴 위해 불러줬던 그 노래들을. 우릴 향해 웃음짓던 그 미소들을. 우릴 행복하게 해줬던 그 존재들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잊지 말아주세요..' '우리가....당신을 많이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테니까 봄이 시작되기 전 어느날 저녁. 너무나도 힘겨웠던, 너무나도 행복했던, 너무나도 사랑했던 이야기 혼수상태. 이렇게 마침. -가그린-